禁止를 금지하라 - 지승호의 열 번째 인터뷰집
지승호 지음 / 시대의창 / 200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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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지승호의 열 번째 인터뷰집이며,
내가 읽은 지승호의 첫 번째 책이다.

한 저자가 책을 10권 낸다는 것은 대단히 어려운 일이다.
공병호 아저씨처럼 인용과 편집의 대가로서
다작으로 승부한다면 몰라도,
"인터뷰"라는 제한된 영역에서 한 길을 파며 10권을 냈다는
것은 그 자체로도 의미심장한 일이다.

또한 그의 인터뷰집이 10권이나 나올 수 있었다는 것은
지승호라는 개인 브랜드의 상품성(?)을 입증해 줌과 동시에
"인터뷰"라는 영역의 지속적인 성장 가능성을 말해 주는 인덱스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이 책은 결코 쉽게 읽을 수 있는 책이 아니다.
"어렵다"는 얘기가 아니라
일본소설 읽듯이 아무 생각 없이 쇼파에 기대어
한 손으로는 과자를 먹어가며 읽기에는
"부담스럽다"는 말이다.

<禁止를 금지하라>에서 지승호가 인터뷰한 사람들은?
박원순, 조정래, 마광수, 문정현, 정태인, 이상호, 최승호,
지승호(셀프 인터뷰)

이름만 들어도 논쟁의 소재가 되는 사람들이다.
인터뷰하기에 "헐렁한" 사람은 단 한명도 없다.

그런데...희한하게도 지승호의 인터뷰는 참 "편안한" 느낌을 준다.
인터뷰어, 즉 지승호가 숨어 있다고 할까?

끊임 없이 질문을 하는데도,
엄청난 사전학습을 하고 와서 예리한 질문들을 쏟아 내는데도,
지승호는 자신의 존재를 전면에 내세우지 않고
성실한 카운셀러처럼 묵묵하게 대답을 이끌어 낸다.

지승호는 뛰어난 인터뷰어다.
어떻게 아냐? 읽어 보면 안다.

인터뷰어가 스스로
"평소에 인터뷰를 꺼려하는 사람들도
나한테는 술~술 거리낌 없이 자기 얘기를 한다."며
자화자찬을 하지 않아도,
좋은 인터뷰는 독자가 알아 본다.

이 책을 읽으며 김경(본명 김경숙)의 인터뷰집
<김훈은 김훈이고 싸이는 싸이다>를 읽으며
왜 그렇게 불편했었는지를 알 수 있었다.

김경의 DJ DOC와의 인터뷰를 보자.

그래서 인터뷰가 성공적이었냐고 묻는다면 나는 그저 인터뷰 직후 이하늘이 내게 던졌던 질문을 상기하고 싶다.
"그런데 너는 주로 어디서 놀았어?"
나로서는 제법 놀 줄 아는 날라리를 자처하는 이들에게 이만한 성공이 또 있을까 싶다.

- <김훈은 김훈이고 싸이는 싸이다> page 36

너무나 당연한 얘기지만
인터뷰는 인터뷰이를 취재하려고 있는 거다.
인터뷰어의 매력을 보여주려고 있는 게 아니라.

유감스럽게도 김경을 비롯한 많은 인터뷰어들이
인터뷰이 보다 자기자신을 드러내는 일에 관심이 많은 것 같다.

지승호 같은 성실하고 훌륭한 인터뷰어가 있어 기쁘다.
앞으로 그의 20번째, 30번째 인터뷰집이 쭈~욱 나오기를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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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caru 2007-02-20 13: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옷!!!!
어그제 책 주문했는데....
이건 2월 되면 주문 넣어야겠네요..
땡스투요!

2007-02-20 22:07   URL
비밀 댓글입니다.
 
김훈은 김훈이고 싸이는 싸이다 - 이 시대 가장 매혹적인 단독자들과의 인터뷰
김경 지음 / 생각의나무 / 2005년 8월
평점 :
절판


난 잡지를 거의 읽지 않는다.
김경이 기자로 있는 <바자>(Bazaar Korea)도 읽은 적이 없다.
미장원에서 몇번 본 적이 있을지는 모르겠다. 보그나 다른 잡지들이랑 구분이 되지 않을 뿐.
당근 이 책을 읽기 전까지 '김경'이 누군지도 몰랐다.

이 책에 실린 22편의 인터뷰는
잡지 <바자>에 실렸던 인터뷰 모음집.
사실....읽으면서 좀 놀랐다.
패션지에서 연예인 아닌 사람들하고도 인터뷰를 하네?
특히 2001년 8월, 대선주자였던 노무현 '고문'과의 인터뷰를 읽으면서는 고개가 갸우뚱했다.

외국 패션쇼 사진이랑 화장품 광고만 잔뜩 실리는게 패션지인지 알았는데,
정치인들도 예술가들도, '주성치'까지도 <바자>랑 인터뷰를 하는구나....

솔직히 '패션지에 다이어트 노하우 외에 읽을만한 기사가 있어?'라고 생각했던 나로서는
상당한 충격이었다.

이 책에 실린 첫번째 인터뷰, <김훈 - 저기, 한 사내가 있다!>를
읽으면서 명함에 있는 김경의 본명은 '김경숙'이란 걸 알게 되었다.

아...이름에서 한 글자만 빼도 정말 느낌이 다르다!
'김경숙'이라면 정말 흔한, 이웃집 언니 같은, 평범하고 얌전한 느낌인데,
한 글자를 빼고 '김경'이라고 하니까 뭔가 재기발랄해 보인다.

동시에...비약이겠지만, 뭔가 자신의 정체성을 쿨하게 꾸미는 건 아닐까? 하는 약간의 의심이 들기도 했다.
그러니까...존경하는 디자이너 앙드레 김의 본명이 '김봉남'이라는 걸 알았을 때의 약간의 배신감 같은 느낌이라고나 할까?

얼마 전 중앙일보에서 김경이 쓴 <서울을 축제의 도시로>란 칼럼을 봤다.

"그렇다면 4년 전에 비해 한층 더 요란해지고 적나라해진 월드컵 패션이 은폐하는 진실은 무엇일까? 그것은 2002년 이후 이 도시와 이 도시의 젊은이들에게 뭔가 새로운 변화가 일어날 거라고 믿었지만 실은 전혀 그렇지 않았다는 진실에 대한 은폐가 아닐까? 나는 그 책임을 젊은이들이 온 마음으로 미래에 대한 열망을 가득 담아 표를 던졌던 대통령에게 묻고 싶지만(그의 당선도 젊은이들에겐 하나의 축제였다), 지금은 그가 어디에 있는지도 모르겠고 심지어 존재 여부조차 확인이 안 돼 그 일은 그만둔다."

바로 5일 전, 6월 20일자 칼럼이다.

5년 전, 그러니까 2001년 8월,
김경은 지금은 존재 여부조차 확인이 안된다는 대통령과 인터뷰를 했다.
그 인터뷰는....인터뷰라기 보다는 차라리 '헌시'에 가깝다.
누군가 노무현은 '어딘지 눈물 나게 하는 부분이 있다.'고 하더니 정말 그랬다.(p315)

똑 같은 사람이 쓴 5년 전의 인터뷰와 5년 후의 칼럼을 보니
참....착잡하다.

이 책에 실린 22편의 인터뷰에서 김경의 일관된 자세는
인터뷰 대상을 너무도 사랑한다는 거다.
어떤 인터뷰를 읽으면서는 <성공시대> 나레이션을 읽는 듯한 착각에 빠지기도 했다.

자신이 반한, 사랑에 빠진 사람을 인터뷰 대상으로 감수성 넘치는 글을 쓰는 건 좋지만,
지금도 22명의 인터뷰 대상에 대해 김경이 그런 감정을 유지하고 있을까?는 의심스럽다.

이 책을 읽으면서 느낀 '불편함'은
정혜신의 [남자 vs 남자]를 읽으면서 느꼈던 '불편함'과 비슷하다.

정혜신이 분석의 대상을 선정한 기준은
정혜신이라는 한 개인의 'preference'라고 생각한다.
또한 그의 'preference'는 대중의 인기와 그대로 부합한다.
그 대상과 비교하는 'negative'한 대상은
비판을 하면 일반대중이 카타르시스를 느낄만한 사람들로 선정되어 있다.

대중들이 좋아하는 사람들에 대해 좋게 쓰는 것.
시간의 흐름과 상황의 변화, 대중의 지지도 변화에 따라
저자의 관점도 같이 변한다는 것.

두 권의 책을 읽으면서 느꼈던 애매한 불편함을 글로 표현하자면
이 정도가 될 것 같다.

인터뷰의 미덕이 톡톡 튀고, 재미있는 거라면
김경의 인터뷰는 최고라고 할 만하다.
하지만 '대상과의 거리 두기', '공정한 시각'을 인터뷰의 미덕이라고 한다면?

마지막으로 김경의 글쓰기 뿐만 아니라 요즘 많은 칼럼리스트들에게 느끼는 불만 하나.

일반 대중을 상대로 글쓰기를 할 때,
그러니까 전문지가 아닌 잡지나 일간지, 사보들에 글을 쓸 때,
제발 니체나 하이데거의 말을 인용하지 마시라!

도대체 무엇을 위해서 그러는가?
글의 완성도를 위해서 꼭 필요한가?
독자의 이해를 돕기 위해서 꼭 필요한가?
당신의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한 논거로 꼭 필요한가?

도대체 왜, 왜 쌩뚱 맞게 '니체'가 툭툭 튀어 나오는가?
무슨 리어카에서 파는 '체 게바라' 면티도 아니고 도대체 니체가 웬 유행인지?

이 책의 두번째 인터뷰 [DJ DOC 네 멋대로 놀아라]에도 니체의 말이 인용되어 있다.

그들은 마치 니체처럼 나타났다.
" 죽여 없애지 못한다면 그들은 더욱 강해질 뿐이다
(What doesn't kill them makes them stronger)."
(p34)

<씨네21>의 영화 리뷰들에서도 이런 식의 인용을 쉽게 볼 수 있다.
외래어 남용과 함께 조심해야 할 부분이 아닐까?

이 책을 읽으며 얻은게 있다면 이상일,양혜규,조성룡 등 이름도 몰랐던 사람들에 대해
단편적으로 나마 알게 되었다는 거다.

소개팅할 땐 넘넘 재미있었지만 다시 만나기엔 긴가민가한 남자 같은,
재미있게 읽었지만 아쉬움이 많이 남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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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태우스 2006-06-26 02: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할 건 추천밖에 없습니다. 김경이란 이름이 주는 느낌과 대상자에 대한 저자의 느낌이 시간에 따라 달라지는 것을 날카롭게 지적한 것에도 감탄을 하구요, 그보다 더, 니체랑 하이데거를 인용하는 풍조를 비판한 것에 더 큰 찬사를 보냅니다. 이상 하이데거와 니체를 인용하고싶어도 무식해서 인용 못하는 마태 드림

로드무비 2006-06-26 09: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책을 읽었는데요, 어찌 이리 콕 집어주셨나이까.
인터뷰 할 때는 열광해 놓고, 바로 딴 얼굴을 할 것 같다고 느꼈어요.^^

nada 2006-06-26 09: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목이 뜻하는 바는 뭘까... 궁금해지네요. 어쨌든 어딘가 눈물나게 하는 구석이 있다던 노무현의 배신은.. 안타깝습니다.

끼사스 2006-06-26 12: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중앙일보를 구독하면서 김경씨 칼럼을 종종 읽는데, 뭐랄까, sensitive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공적인 글을 쓰는데 명분이 필요하다는 걸 잊지 않으면서도 차마 감정을 주체 못하겠다는 태도. 확실히 읽는 재미는 있죠. 멋진 리뷰 잘 읽었습니다.

kleinsusun 2006-06-26 12: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태님, 저도.....인용을 못해요. ㅎㅎㅎ
그런데... DJ DOC이 '니체' 처럼 나타났다는 표현은 넘 웃긴 것 같아요.
요즘 외래어를 남용하듯이 인용을 남발하는 칼럼리스트들이 많아요. 아마도...몇줄 쉽게 더 쓰기 위해서? ㅋㅋ

로드무비님, 네....쉽게 열광하면 그 만큼 쉽게 식죠. 열광이 습관적이라는 것도 문제인 것 같아요.

꽃양배추님, 제목이 뜻하는 바는.....대조되는 두 인물의 이름을 반복, 대비함으로서 강한 impact → 판매량 증대???

훈성님, 닉네임을 바꾸셨군요. 누군가 했어요. 앞으론 끼사스님이라고 부를께요.^^
강준만 교수가 말했죠. 글이 설득력을 갖기 위해서는 감정 과잉을 경계해야 된다고...

글샘 2006-06-26 13: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 김훈은 김훈이고 싸이는 싸인데, 노무현은 놈현됐고 김경은 김경숙이었군요. 결국.
앙녕하세요~ 드자이너예요, 레 이름은, 김봉남이에요.ㅋㅋㅋ
하던 산뜻한 개그 만큼이나 <본질>과 <이름>은 착각과 오해로 일관하는 관계 아닐까요?

잉크냄새 2006-06-26 20: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청문회가 밝혀낸 지상최대의 진실...
"저 아아아앙~ 앙드레 김의 본명은 김봉남이에요."

2006-07-03 02:17   URL
비밀 댓글입니다.

marine 2006-09-26 03: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렇게 보자면 전 지승호씨 인터뷰 책 말인데요, 물론 성실하고 훌륭하지만, 선생님에게 강의듣는 듯한 태도가 다소 부담스럽더군요

2007-01-08 14:03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