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이직 시대 - 데이터로 본 이직 트렌드 북저널리즘 (Book Journalism) 105
원티드랩 지음 / 스리체어스 / 2024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대이직 시대, 이직이 권유되고 이직을 해야만 하는 시대다. 고등학교 또는 대학을 졸업하고 취직한 회사에서 정년을 맞는 시대는 갔다. 정년이 보장된 공무원이나 교사조차도 이직을 하는 시대다. 사람들은 더 이상 정년을 원하지 않으며, 정년을 바라며 한 회사에서 쫓아내지 않기만을 바라며 일하는 사람들은 꾸준히 자신을 계발하고 개발하는 사람들에게, 당연하게도, 뒤쳐진다. 그래도 정년을 보장받을 수만 있다면 내가 다른 이들보다 무능하든, 일을 덜하든 무슨 상관이냐 생각할 수도 있다. 여기서부터는 자신의 인생 철학이다. 자기 계발 없이 정년을 바라보고 있었는데 중간에 불가피하게 퇴사당할 수도 있고, 무슨 일이 벌어질지 아무도 알 수 없다. 


나는 누가 채찍질하지 않아도, 닥달하지 않아도, 늘 자신을 계발한다. 일하지 않는 시간에도 피곤해서 누워 있는 시간을 제외하고는 생산적인 활동을 한다. 그게 일과 관련된 일이든, 일에서 뻗어나간 취미생활이든, 새로운 도전이든. 대학을 졸업하고 취업전선에 섰을 때, 공무원이나 대기업 취직을 준비하는 것이 사회적인 흐름이었다. 그런데 나는 직장이 아니라 직업을 생각했다. 어느 회사에서 일하고 싶다는 생각은 한 번도 해본 적이 없고, 무슨 일을 할 것인가,를 생각했다. 직장이 아닌 직업을 선택한 나는, 이 직업에서 능수능란한 사람이 되기 위해, 유능한 사람이 되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다. 그 결과, 이직을 여러 번 했다. 매번 새로운 도전이었다. 


직장생활 20년 정도 기간 동안 보면, 한 회사에서 투덜투덜 대면서도 퇴사하지 않고 오래 일하는 사람이 있다. 무능해서 못 나가는 사람도  있지만, 유능한데 성향상 여러 회사를 돌아다니는 것을 싫어하는 사람도 있다. 이직은 많은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 이직한 회사가 전 회사보다 못할 수도 있고, 갔는데 빌런을 만날 수도 있고, 내가 원하지 않는 직무를 갑자기 시킬 수도 있다. 여러 위험에도 불구하고, 나는 이직을 적극 권유한다. 가서 부딪혀라. 부딪히고, 싸우고, 그 경험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라. 


경험이 넓어진다는 것은 매우 큰 장점이다. 이직을 여러 번 하면서도 매번 자신이 이전에 했던 직무만을 하기 원하고, 그 포지션에만 머물려고 하는 사람들도 있다. 모든 경험은, 자신이 어떤 마음을 가지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이와 같은 사람은 이직을 여러 번 한다고 해도 스스로 성장하지 못한다. 이직을 권유하는 이유는, 연봉 상승과 더불어, 커리어 성장, 커리어 확장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같은 일을 하더라도 다른 회사에서 다른 시스템에서, 다른 사람들과 일하면서 나는 성장한다. 내가 성장한다는 느낌은 매우 중요하다. 발전하고 성장하는 경험 없이 정체되어 있기만 하다면, 단순히 월급을 받기 위해 한 달을 채우는 사람에 불과하다. 


대이직의 시대. 주니어들이 자꾸 나가고 시니어들이 안 나가는 회사라면, 고민을 해야 한다. 시니어들은 정년을 바라보는 사람들일 가능성이 높고, 주니어들은 성장하지 못하기 때문일 것이다. 내가 성장할 수 없고 발전할 수 없고 배울 것이 없다면, 당연히 아무리 복지와 연봉과 근무환경이 좋은 회사여도 퇴사한다. 회사는 고인 재직자들이 생동감 있게 적극적으로 스스로 나아지려는 시도를 할 수 있게 해야 한다. 보통 이직하는 유형들을 보면, 연봉이 안 올라서, 같이 일하는 동료가 너무 못해서, 상사가 괴롭혀서, 내가 성장할 수 없어서 중 하나다. 


조용한 사직이 한때 유행이라고 했지만, 이 책에 따르면 이제 시끄러운 사직이 유행이다. 조용한 사직은 퇴사하지 않고 조용히 자기 일만 묵묵히 하면서 퇴사를 준비하는 것이고, 시끄러운 사직은 “ 퇴사를 고려 중이거나 앞둔 구성원이 자신이 느끼는 문제를 공개적으로 제기하거나 상사에게 반발하는 등 회사에 대한 불만을 제기하거나 상사에게 반발하는 등 회사에 대한 불만을 적극적으로 표현하는 것을 가리킨다.” 조용한 사직은 회사 구성원으로서는 건강하지 않다. 나갈 준비를 하며 월급을 받고 살아가는 사람들이다. 회사가 잘 되고 건강하려면 시끄러운 이들이 솔직하게 말하고, 회사는 이를 경청해야 한다. 


이 책은, 매우 얇고 내용 면에서 많이 아쉽다. 살짝 건드리기만 한 느낌이다. 스리체어스의 이 시리즈 자체가 워낙 트렌디한 주제들을 살짝씩 건드리는 방식으로 내고 있기에 어쩔 수 없다. 


 


 



아무리 연봉이 만족스러워도 조직 문화와 함께 일하는 동료가 잘 맞지 않는다면 직장 생활에 대한 만족도는 떨어질 수밖에 없다. - P36

자연스레 현재 몸담은 조직에 미래를 맡기기보다는 여러 직장에서 다양한 경험을 쌓고 능력을 키워 앞길을 스스로 개척하려는 사람이 많아졌다. 결국 한 회사에서 능력을 인정받고 승진하는 것 이상으로 ‘커리어패스를 통해 어떤 역량을 쌓고 얼마나 성장하는지’가 중요해진 것이다.
- P59

요즘 세대는 한 조직에 자신의 미래를 고스란히 맡기기보다, 여러 직장을 거치면서 다양한 경험을 쌓고 능력을 키워서 필요한 순간에 언제든 다른 회사의 문을 두드릴 수 있도록 준비하는 경향이 있어요. - P87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공동 뇌 프로젝트 - 뉴노멀 시대, 융합과 창의성을 위한 미래 역량 교육 과학문명담론총서 6
김재인 지음 / 동아시아 / 2025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2015개정 교육과정부터 융합형 인간을 추구했다. 올해부터 적용되는 2022개정 교육과정에서도 융합형 인간을 강조한다. 그런데 융합형 인간은 무엇이지? 시대가 변화하고 교육과정이 바뀔 때마다 추구하는 인간형은 있지만, 그런 인간이 길러졌는지는 의문이다. 교육과정이 바뀌어도 교사는 변화하기 힘들며, 교육 현장도 변화하기 힘들며, 학부모도 변화하기 힘들다. 입시만 변화하며, 입시에 변화함에 따라 학원 커리큘럼이 변화할 뿐이다. 


시대에 가장 빠르게 대응하는 곳은 학원이다. 학원, 즉 사교육이 나쁜 것은 아니다. 사교육은 경쟁과 서열에서 앞서기 위한 인간의 자연스러운 욕망이 발현되는 곳이다. 공교육에서 아무리 서열화를 없애려고 해도, 인간의 욕망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며, 어떤 행복은 내가 남을 앞섦으로써 달성된다. 남을 앞서 내가 꼭지점에 가까워져야만 행복해지는 사회에서 사교육은 자연스러운 것이며, 학원은 내 욕망과 행복을 실현해주는 좋은 수단일 뿐이다. 


다시, 우리 사회가 교육과정을 바꿔가면서 새로운 인간을 길러내려고 하는 것은,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좀 더 우위에 서기 위해서, 경제적으로 문화적으로 잘 살기 위해서일 것이다. 시대의 변화에 (다른 나라보다) 빠르게 대응하려고 하는 것이다. 융합형 인간은 어떻게 길러지는가? 인공지능이 예술 작품을 만들어내고, 보고서를 순식간에 써내는 시대에 인간은 무엇을 할 수 있는가?


지금, 우리 사회는 문해력을 걱정한다. 창의력을 걱정한다. 저자는 문자력을 말한다. 읽고 쓰는 능력이다. 그리고 확장된 언어력을 말한다. 자연어와 인공어를 다루는 능력이다. 융합은, "자신이 가장 잘할 수 있는 분야를 축으로 삼아, 다른 분야에서 도움을 얻어다 쓰는 능력에서 출발한다." 저자는 이를 위해 "확장된 언어력과 소통 능력"을 강조한다. 


인류는 각 분야에서 잘하는 것들을 지식과 기술로 만들었고, 이것을 교육과 학습을 통해 전파, 확산했다. 그 과정에서 집단 활동이 일어났고, 집단 기억이 생성됐으며, 이것이 공동 뇌다. 저자는 발명이나 발견은 과거의 것을 대체하고 모방은 발명을 뒤따른다고 말한다. 발병은 본질적으로 개인의 논리이며, 모방은 부분적으로 사회 논리라고 한다. 우리는 모방을 통해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낸다. 그리고 모방이 일어나는 장소는 공동 뇌다. 


융합형 인간은 공동 뇌에서 확장된 언어를 다루는 능력을 갖춘 인간이다. 확장된 언어력은 융합형 인간이 갖추어야 할 핵심 역량이다. 그럼 우리가 융합형 인간을 길러내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가? 평가, 입시 경쟁, 대학 간판을 떠나 생각해 볼 때다. 이제 대학 간판 따위가 한 개인의 삶을 좌우하는 시대는 지나지 않았나? 융합형 인간, 확장된 언어력을 갖춘 인간은, 이러한 프레임에서 벗어날 때 길러질 수 있지 않을까? 





창의적 개인은 홀로 등장한 적이 없고 특정한 지역과 시대에 집중적으로 여럿이 동시에 등장했다. - P6

융합은 개인의 뇌가 아니라 개인 뇌들의 만남의 장소, 즉 공동 뇌에서 이루어진다. - P8

자연어와 인공어를 둘 다 다루는 능력을 확정된 언어력이라 부를 수 있을 테고, 이것이 오늘날 모든 소통의 선결 조건이다. - P23

확장된 인문학은 완전히 새로운 접근이 아니라 기존 과목들을 조정해 어떻게 운용하느냐의 문제다. - P61

"발명의 법칙은 본질적으로 개인 논리에 속하며, 모방의 법칙은 부분적으로 사회 논리에 속한다." 발명은 개인의 사안이지만 모방은 사회의 사안이며, 사회학은 모방의 법칙을 발견해야 제 역할을 다 할 수 있다. - P134

모방이 일어나는 장소는 사회, 즉 공동 뇌다. - P134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인간은 아직 좌절하지 마 - 인공 지능이 흉내 낼 수 없는 인간다움에 대하여
김재인 지음 / 우리학교 / 2024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인터넷 뉴스 기사에서 많이 보이는 "차라리 인공지능 판사한테 판결을 맡겨라."와 같은 댓글, 챗GPT 검색을 통해 모든 지식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해서 받을 수 있으니 굳이 내가 자료를 조사하고 취합하고 재구성하고 글을 쓸 필요가 없다고 느끼는 학생들, 인공지능의 예술의 영역을 침범했다고 주장하는 예술가들 등 인공지능에 무엇인가를 기대하거나 인공지능으로 내가 할 일을 피해가려고 하거나, 인공지능이 인간의 고유 영역까지 빼앗아 간다고 생각하는 목소리가 이제 흔하다. 정말 그럴까?


저자는 여러 가지 사례를 통해 아주 편안하게 서술하고 있다. 우리가 흔히 인공지능을 떠올릴 때 생각하는 것들을 다루고, 그에 대한 답도 내놓고 있다. 지금까지 쌓아올린 것에 한층 더 새로운 것을 창작해 낼 때 우리가 그를 두고 '예술가'라고 부른다는 사실. 정말 그렇지 않은가? 상 받을 만한 그림을 하나 뽑아냈다고 해서 우리가 그 상을 수상한 인공지능을 예술가로 보지는 않는다. 단지 상을 받았을 뿐. 

인공지능에게 몸이 없다는 점, 인공지능과의 관계란 일방적이라는 점, 인공지능의 의식 세계 등을 다루기도 한다. 청소년용으로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책이면서, 인공지능으로 열린 시대를 우리가 어떻게 살아내야 하는지 생각해 볼 수 있는 책이다. 인공지능이 무엇이든 대신 해 주는 시대에도, 우리는 공부를 해야 하며, 그것은 우리가 인간임을 증명하는 것, 인간다움을 실천하는 것이다. 인공지능이 우리에게 주는 편리함, 지식, 창작물(?)은 모두 "인간이 해 온 일에 단지 빨대를 꽂"는 것일뿐이다.  

책에 함께 보이는 인공지능 미드저니가 그린 그림들도 정말 잘 뽑아냈다. 귀엽다. 




인공 지능은 몸이 없어요. 저는 이것이 인간과 인공 지능의 결정적인 차이라고 생각해요. 똑똑한 인공 지능은 안타깝게도 몸이 없어요. 몸이 없으니 친구를 사귈 수도 없습니다. 당연한 말 같지만 이는 인공 지능을 이해하는 데에 아주 핵심적인 요소예요. 몸이 있어야 세상과 직접 만날 수 있는데 인공 지능은 그럴 수가 없지요. 아주 고립된 세계 안에 갇혀 있는 셈이에요. 양적으로 풍요롭다 해도, 자신이 아닌 다른 존재인 타자가 없는 거예요. 타자가 없으면 밖에서 오는 자극과 충격을 통해 성장할 수가 없어요. - P68

글쓰기는 단지 종이에 연필로 쓰는 과정, 혹은 노트북에 타이핑을 하는 과정이 아니라 생각하는 힘이라는 인간의 기본 역량을 기르는 보편적인 훈련입니다. 무엇이 더 중요하고 무엇은 필요 없는지 등을 판단한 뒤에 하나로 압축해서 종합해 내는 능력을 훈련하는 거예요. - P119

노동에 매여 있는 동안에는 별로 안 해도 되었던 실존적인 고민을, 노동에서 놓여나는 순간 시작해야 하거든요. 나는 어떻게 살아야 할지, 타인과의 관계는 어떻게 맺어야 할지, 혼자 있을 때 뭘 해야 할지 등등의 질문이 물밀듯이 들이닥칠 거예요. 그 질문에 답하는 것 역시 확장된 문해력, 확장된 인문학입니다. 미래 사회에 우리가 노동이라 부르는 것을 하지 않아도 될 때 삶을 무엇으로 채울 수 있을지 그 고민을 채우기 위해서도 우리는 여전히 공부를 놓을 수 없습니다. - P137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디지털이 할 수 없는 것들 - 재택근무의 한계부터 교실의 재발견까지 디지털이 만들지 못하는 미래를 이야기하다
데이비드 색스 지음, 문희경 옮김 / 어크로스 / 2023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챗GPT 등장 이후 모두가 인공지능과 딥페이스, 디지털을 이야기하는 시대에, 디지털이 할 수 없는 것들을 말하는 책이 나왔다. 이 또한 디지털, 인공지능 카테고리에서 팔릴 것이다. 디지털과 인공지능에 관심 있는 사람들이 구매할 것이다. 


내용은 예상할 수 있는 바다. 디지털이 할 수 없는 것들은, 온라인에서 할 수 없는 것들, 온라인이 현대인들의 주 생활 공간이 되면서 잃어버린 것들에 대해서 말한다. 감정, 언어, 관계, 만남과 같이 오프라인에서 더 의미를 찾을 수 있는 것들이다. 


“온라인에서는 다른 사람들에 대해 듣지만 다른 사람들에게 직접 듣는 경우가 드물다. 직접 듣는다고 해도 그들이 실제로 어떤 사람인지에 관해서는 가장 편협하고 걸러진 정보만을 얻을 뿐이다. 온라인에서는 이민자가 문제라고 댓글을 달면서 그 순간에 분비되는 도파민에 취한다. 그러면서 실제로 이민자를 찾아가 직접 만나보고 그들의 사연을 들어보지는 않는다. 온라인에서 당장 내 의견에 완벽하게 동의하는 사람들을 찾기는 쉽지만 다른 사람들이 실제 인간이라는 감각을 얻기는 어렵다. 사람들의 삶을 더 깊이 이해하지 못한다. 사람들이 처한 상황에 공감하지 못한다. 진정한 친구를 사귀기도 어렵다.”


그의 주장에 대해 온라인에서도 진정한 친구를 사귈 수 있다고, 진정한 관계를 맺을 수 있다고 반박하는 사람들이 분명 있겠지만, 잘 뜯어보면 온라인이 매개가 되어 오프라인에서 만남과 관계가 지속되면서 마음과 마음이 오가는 사람들 사이에서 우리는 그를 진정한 친구라고 부른다. 그러니 이 또한 온라인은 시작일 뿐, 결국은 오프라인인 것이다. 


“디지털은 희생이나 지루함, 어색한 순간, 취약점 없이 더 간단히 소통할 수 있게 해준다고 약속하지만 결국 우리는 더 허기진 채로 갈망하게 된다.” 


디지털로 시작해 디지털로 끝날 때, 인간은 고립에서 시작해 고립으로 끝난다. 소통하고 있지만 실상 소통하는 대상이 없다고 느끼며 외롭다고 느낀다. 이는 디지털 허기이다.


색스는 자신의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 보고 들으며 경험한 것들을 소재로 풀어간다. 대개의 인공지능과 디지털을 이야기하는 책들에서 볼 수 있는 문체와 서술 방식이 아니다. 







온라인에서는 다른 사람들에 대해 듣지만 다른 사람들에게 직접 듣는 경우가 드물다. 직접 듣는다고 해도 그들이 실제로 어떤 사람인지에 관해서는 가장 편협하고 걸러진 정보만을 얻을 뿐이다. 온라인에서는 이민자가 문제라고 댓글을 달면서 그 순간에 분비되는 도파민에 취한다. 그러면서 실제로 이민자를 찾아가 직접 만나보고 그들의 사연을 들어보지는 않는다. 온라인에서 당장 내 의견에 완벽하게 동의하는 사람들을 찾기는 쉽지만 다른 사람들이 실제 인간이라는 감각을 얻기는 어렵다. 사람들의 삶을 더 깊이 이해하지 못한다. 사람들이 처한 상황에 공감하지 못한다. 진정한 친구를 사귀기도 어렵다.
- P318

디지털은 희생이나 지루함, 어색한 순간, 취약점 없이 더 간단히 소통할 수 있게 해준다고 약속하지만 결국 우리는 더 허기진 채로 갈망하게 된다. - P374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포스트 챗GPT - 폭주하는 AI가 뒤흔든 인간의 자리
박상현 외 지음 / 한빛비즈 / 2023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챗gpt의 등장 이후 모든 분야가 매우 발빠르게 이 인공 지능을 사용했고, 소감을 말했으며, 비평하고, 미래를 진단하기 시작했다. 지금까지도 빠르게 흐르던 사회가 더 빨리 흐르는 느낌이었다. 순식간에, 부지불식간에 인공 지능이 내 생활로 밀어닥쳤다. 


발빠른 출판사 대표는 챗gpt를 이용해 책을 써서 화제가 되었고, 너도나도 이와 관련된 책을 급하게 출간했다. 저자를 급히 섭외하고, 원고를 급히 받고, 편집자는 아마도 밤을 지새우며 급히 원고를 검토하고, 교열교정을 봤을 것이다. 유사한 책들이 많이 쏟아졌다. 모두가 챗gpt를 배워야 했고 알아야 했기에 이 책들은 꽤 잘 나갔을 것이다. 이 책도 이러한 흐름에서 기획, 출간되었다고 생각한다. 


심리, 테크, 기술, 의료, 언론, 출판, 법률, 교육, 철학, 시민사회, 과학 등 다양한 영역에서 한 저자씩 섭외하여 한 꼭지씩 글을 받아 실었다. 어떤 글은 이제는 너무 다 아는 이야기가 되어버렸고, 어떤 글은 몰랐던 지식도 주고 통찰을 주기도 했다. 다양한 분야에 종사하는 이들이 각자 어떤 생각을 하는지 살피는 기회였고, 책을 읽으며 꽤 많은 밑줄을 그었다. 


챗gpt를 어떻게 사용해야 하는지를 알려주는 매뉴얼 성격의 책들도 있다. 그런데 챗gpt가 인간에게 어떤 의미인지, 인간 사회에 어떤 영향을 줄지, 이 인공지능은 왜 이렇게 거짓말을 그럴듯하게 하는지 등을 탐구해야 한다. 지금까지 보지 못했던 인공 지능의 형태였고, 튜링테스트를 거뜬히 통과할 능력 있는 놈이며, 세상의 모든 지식을 갖고 있어 질문하면 상당히 그럴듯하게 일목요연하게 정리해서 내놓기도 한다. 


앞으로 또 얼마나 진화한, 대단한 인공 지능이 나올지 기대되기도 하고, 너무나 급격한 변화에 어떻게 이 흐름을 따라가야 하나 하는 생각도 든다. 인공 지능이 발달하고 더 편리한 세상이 돼도 인간은 너무나 바쁘다. 이 변화를 못 따라갔다간 자칫 냉동 상태로 보관되어 있다가 36년 후 세상에 나온 데몰리션맨이 될 판이다. 이 책으로 각 분야에서 어떻게 이 변화를 보고 있는지, 받아들이는지 맛볼 수 있다. 감 잡고 더 깊이 탐구한 다른 책으로 옮겨타도 좋다.  



심리적 전능감을 극대화하는 것은 ‘철저한 무지’도 ‘치열한 앎’도 아닌 ‘선택적 무지’다. "가르치려 들지 마. 내가 편들고 싶으니 편드는 거야." 탈진실은 의도적 무지, 적극적 무지의 다른 이름이다. 대중만이 아니라 일부 지식인들까지 이 경향에 적극적으로 동참하면서, 이제 ‘옳고 그름’은 ‘좋고 싫음’으로 대체된다. 예술사회학자 이라영은 이 멘탈리티를 "나는 알기 싫다, 고로 혐오한다."라는 문장으로 간명히 요약한 바 있다.(박권일)
- P116

우리는 대부분의 시간을 콘텐츠를 가장한 광고, 혐오 선동, 포르노 등 온갖 주목 경쟁에 낚이는 데 보낸다. 그나마 어떤 주제를 직접 고민하고 스스로 공부하던 우리의 짧은 시간마저 인공지능에 몽땅 넘겨버리고 나면, ‘깊이 배우는’ 유일한 존재는 기계가 될지 모른다. 그게 바로 정치의 종말이고 인간이라는 종의 마지막 모습일 것이다.(박권일)
- P120

정보 검색 능력의 문제를 평등하게 해소하고, 정보 수집의 편의성을 증대시킬 것이며, 정보 검색, 번역, 문서 작성 등의 시간을 줄여 더 많은 정보가 수월하게 교류될 수 있게 할 것이다. 이러한 기대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스스로 만든 프레임으로 세상을 보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진 프레임으로만 세상을 보고 판단하게 되지나 않을까 하는 두려움이 있다.
- P180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