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정영문이 번역한 <사랑을 말할 때 우리가 이야기하는 것>을 읽기 전에, 원서로 [What we talk about when we talk about love]를 먼저 읽었다.(Vintage Books Edition, June 1989)원서로 읽었음에도 번역본을 다시 읽은 이유는 "도대체 어떻게 번역을 했을까?" 참을 수 없이 궁금했기 때문이다. Raymond Carver의 문장은 진정...간결하고도 짧다. 두줄 넘는 문장이 거의 없다. 동사도 아~주 평이한 걸 쓴다. 평이한 동사란 무엇인가? 이렇게도 저렇게도 해석될 수 있는 수많은 가능성을 가진 동사다. "집사재"에서 나온 Raymond Carver 시리즈는 잘 읽어지는데 "문학동네"판은 읽기가 힘들다는 사람들이 있는데 그건....당연할 수 밖에 없다. 왜? Raymond Carver의 문장은 "불친절" 하니까."문학동네"에서 펴내고 있는 Raymond Carver 시리즈는 "완역본"이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작품해설이 부록처럼 들어있는 "집사재"에서 펴낸 시리즈는? 친절한 일본어 번역의 영향을 상.당.히 받은 듯 하다. Raymond Carver의 단편들엔 사전을 찾아야 할 어려운 단어가 거의 없다.그럼에도 불구하고.... 번역을 하기엔 참으로 난해하고 어려운 작품들이다...라고 생각했다. "도대체 어떻게 번역했을까?"궁금해서 읽은 정영문 번역의 <사랑을 말할 때...>에서 "심각한" 오역을 발견했다. [Tell the Women We're Going]에서 제리는 두 여자를 "죽인다". 그런데...<여자들에게 우리가 간다고 말해줘>에서 제리는 두 여자와 "섹스를 한다". "문학동네"에 전화를 할까, 귀찮은데 그냥 넘어갈까 망설이다가 귀차니스트의 본능을 억누르고 전화를 했다. 난 담당자를 바꿔 달라고 하고 정중하게 말했다. "심각한 오역이 있어서 전화드렸습니다." 그런데.....담당자는 전혀 놀라지도 않고 오히려 귀찮다는 듯이 전화를 받았다. 허름한 분식집에서 3천5백원짜리 김치찌개를 먹다가 "여기 머리카락 들었어요!" 말했을 때 주인 아줌마의 반응보다도 심드렁했다. 담당자의 심드렁한 태도는 "오역 첨 봐?" 하고 나를 흘기는 듯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화를 한 김에 꾸역꾸역 말을 했다. "103~104 페이지 보시겠어요? 원문 : But it started and ended with a rock.오역 : 하여튼 그건 바위에서 시작하여 바위에서 끝났다. 원문 : Jerry used the same rock on both girls, first on the girl called Sharon and then on the one that was supposed to be Bill's.오역 : 제리는 같은 바위 위에서 두 여자, 처음에는 샤론이라는 여자와, 그 다음에는 빌리의 몫인 여자와 섹스를 했다. 같은 바위 위에서 두 여자랑 섹스를 한 게 아니라, 두 여자를 같은 돌로 쳐서 죽인 거예요." 실컷 듣고 있던 직원은 여전히 심드렁하게 말했다. "네~ 2판 찍을 때 참고할께요." 화가 나기 보다는... 허무했다. 이게 도대체 무슨... 시간 낭비람? 쓸데 없는 짓을 했다.삽질! 담당자는 내 연락처도 물어보지 않고 전화를 끊었다. 소설을 사랑하는 선배에게 이 얘기를 했더니 그런건 출판사에 전화하지 말고 번역가에게 직접 알려주라고 했다.그 얘길 듣고 잠시 정영문에게 멜을 보낼까...생각하다가 접었다. 삽질은 한번으로 충분하기에. 누구나 오역을 할 수 있다. 그 어떤 훌륭한 번역가라도. 하지만... 오역이란 2판 찍을 때 "참고할" 만한 한가한 사항은 아니지 않을까?오역으로 인해 이 책을 읽은 독자는 이렇게 생각할지도 모른다. 왜 제리는 친구도 옆에 있는데 혼자서 두 여자랑 섹스를 했을까? 제리는 욕심장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