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
박민규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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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으며 무척...당황했다.
박민규의 <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 <카스테라>를 웃음을 참지 못해 흐느끼며 읽었었기에,
이 책을 읽다가 비행기에서 넘 크게 웃으면 어쩌지...하는 걱정까지 했다.

뜻밖에도....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는 무척...지루했다.
"계몽소설"이 아닌가 혼란스러울 만큼
초반부터 주제를 "기호 O번 OOO!"를 외치는 선거운동원들처럼 목놓아 외치고 있었다.

"부끄러워 하지 말고 부러워하지 말자!"

아마도...심훈의 <상록수> 이후로
이처럼 주제의식이 직접적이고도 극명한 소설은
두물 것 같다.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는
너무너무 못생긴 여자,
너무 못생겨서 사회생활 자체가 어려운 여자와
그 여자를 사랑하는 남자의 이야기이다.

"너무너무 못생긴 여자"가 소설의 주인공인데,
주인공이 얼마나, 어떻게 못생겼는지는 묘사되어 있지 않다.
그저... 남자주인공을 통해
"그녀처럼 못생긴 여자를 본 적이 없었다",
"세기를 대표하는 추녀에게도 남자를 얼어붙게 만드는 힘이 있었다"
로 첫인상이 묘사된다.

그녀가 얼마나 못생겼는지 상상하는 건 독자들의 몫이다.
내 상상력이 부족한 걸까?
그녀를 떠올리려 노력해도... 상상도, 공감도 되지 않았다.

도대체 얼마나 못생겼기에,
설령 세상에서 제일 못생겼다 하더라도,
그토록 모멸과 모욕, 비웃음과 따돌림을 면전에서 받아야 하나?

"외모 지상주의"를 비판하기 위한
과장된 장치일 수는 있겠지만
소설 속의 그녀는 너무도...비현실적이었다.

<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이
"프로"와 "아마"로 나눠지는 세상에 날리는 통쾌한 펀치라면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는
"미남/미녀"와 "추남/추녀",
그러니까 "미모를 지닌 극소수의 인간들"과 "그렇지 못한 대다수한 인간들"로 구성된 세상에 대한... "훈화 말씀"이다

이 소설을 읽으며... 망설였다.
끝까지 읽을 것인가? 덮을 것인가?
그 때, 어디선가 읽은 독자서평이 생각났다.
마지막 50페이지에 눈물 없이 읽을 수 없는 "반전"이 있다고.
난 그 "반전"을 기대하며 인내심 있게 책장을 넘겼다.

기다렸던 반전은...
"세기의 대표적인 추녀"처럼 사람을 얼어붙게 만드는 힘이 있었다.
영화 <식스 센스>처럼 상당한 트릭이 있는 반전이었는데,
놀랍다기 보다는....허탈했다.

이 소설의 "주제"는 "작가의 말"에 다시 한번 요약된다.
"작가의 말"에 제목도 있다.
"부끄러워하지 않고 부러워하지 말기".

부와 아름다움에 강력한 힘을 부여해 준 것은 바로 그렇지 못한 절대 다수였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우리는 끝없이 욕망하고 부러워해왔습니다. .... 부끄러워하고 부러워하는 절대다수야말로 이, 미친 스펙의 사회를 유지하는 동력이었기 때문입니다.

와와 하지 마시고 예예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이제 서로의 빛을, 서로를 위해 쓰시기 바랍니다. 
- 작가의 말 中

맞는 말이다.
이 사회를 이끄는 동력은
가지지 못한 대다수 구성원들의 함묵적 동의와 소극적 지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독자를 세뇌시키듯 400페이지에 걸쳐 주제를 여러가지 변형된 문장들로
반복해야 하는 걸까?
지나친 의욕? 또는 주제에 대한 강박?
기대가 컸던 만큼 아쉬움도 큰 소설이었다.

덧붙이는 말 1)
이 소설을 읽으며 개콘 <봉숭아 학당>의 "박지선"이 자꾸 생각났다.
박지선이 물리적으로 못생겼다는 얘기가 아니라,
<봉숭아 학당>의 폭력적인 "설정", 매회 "못생긴" 박지선을 놀리는 걸로 3~4분을 잡아 먹는다.
예전부터 개콘 PD에게 메일이라도 하나 써야 겠다고 생각했는데,
아직도 그 코너를 눈살을 찌푸리며 보고 있다.
아주... 폭력적이고도 위험한 설정이다.
수많은 시청자들에게, 특히 비판의식 없는 어린 애들에게,
못생긴 여자는 놀림 받아야 마땅하다는 마초근성을 심어준다.

이 얘기를 사람들한테 하면
"싫으면 안보면 되지!" 그러는데,
나 혼자 안봐서 될 문제가 아니다.

덧붙이는 말 2)
내 생각에... 이 폭력적인 사회를 살아가는데 더 힘든 건
"못생긴 여자" 보다 "어설프게 예쁘고 돈 없고 빽 없는 여자"다.
"자존감" 없는 "어설프게" 예쁜 여자들의 뒤틀린 인생을 너무도 많이 봤다.

조만간 이 주제로 글을 써볼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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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09-08-23 19: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읽는거 자체는 어렵지 않았는데 말이죠, 중간에 그 못생긴여자가 남자한테 편지를 쓰잖아요, 아주 장문의 편지. 그 편지가 정말 미치도록 짜증스러웠어요. 못생긴 여자가 세상을 살아가는 힘을 줬다는게 그 잘생긴 남자 덕분이란 얘기를 너무 신파적으로 절절하게 쓰려고 한 것 같아서 그 편지가 정말이지 화가 났어요.

그러나 마지막 하늘색책장의 결말은 그런대로 마음에 들었답니다. 못생긴 여자를 사랑한 남자가 얼마나 성공했는지 봐라, 라는 상투적인 결말이 아니라서 다행이라고 생각했어요. 결말마저 그랬다면 저는 진짜 화날 뻔 했지 뭐에요.

kleinsusun 2009-08-24 08:21   좋아요 0 | URL
맞아요, 그 편지 압권이었어요. 그 부분에서 제일 덮고 싶었어요.
못생긴 여자의 "자존감"이 한 남자의 관심과 사랑에서 생겨난다는 설정,
못생긴 여자가 "감지덕지"하며 고맙고 또 고맙다고 찌질하게 써내려간 너무도 긴 편지....
정말 읽기가 불편했어요.
소설의 주제는 부끄러워하지 말고, 부러워하지 말고, 가까이 있는 사람을 사랑하라...인데, 그 주제를 위해 못생긴 여자가 그토록 찌질해 져야 하는 걸까요?

로쟈 2009-08-23 21: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두 페이지 읽고 계속 읽어야 하나 망설이고 있습니다...

kleinsusun 2009-08-24 08:23   좋아요 0 | URL
계속 읽으시라고 말씀드릴 수 없어서 안타깝네요.
좋은 한주 시작하세요.^^

stella.K 2009-08-24 11: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뭐 박지선만이겠습니까? 사람 웃기겠다고 노력하는 거야 가상한데
정말 짜증나는 코너 몇개 있어요.
저 덧글2 공감하고 기대됩니다. 수선님 글 볼 수 있게 되길 기대하겠슴다.^^

kleinsusun 2009-08-24 13:09   좋아요 0 | URL
근데...박지선이 그렇게 못생겼나요? 전 아닌거 같은데... ㅠㅠ
네... 자존감 없고 돈도 빽도 없는 어설프게 예쁜 여자 얘기는 곧 올릴께요.^^

2010-03-01 17:54   URL
비밀 댓글입니다.
 
오늘 더 사랑해
션.정혜영 지음 / 홍성사 / 200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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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굶어 죽지 않고 한국에 다시 와 노래하는 게 꿈이었는데... 내년에도 굶어죽지 않고 잘 자란다면 파일럿이 되고 싶습니다.”




   채널을 돌리다 한 예능 프로에서 또박또박 말을 하는 아프리카 아이를 본 순간 얼굴이 확 달아올랐다. 케냐 지라니 어린이 합창단 아이들 중 한명이 새해 소원을 말한 거였다. 영화 <스무살까지만 살고 싶어요>처럼 암에 걸려 투병하는 아이도 아니고, 초롱초롱한 눈을 가진 건강한 아이가 “내년까지 굶어죽지 않는다면”이라는 말을 하니 그 아이에게 피자를 먹으며 TV를 보는 내 모습을 들킨 것처럼 겸연쩍고 미안했다. 오랜만에, 모처럼 푹 쉬어 보자고, 아무 생각 없이 먹고 자고 뒹굴어보자고 마음먹은 주말을 죄책감이 급습했다. 저 어린 아프리카 아이들은 하루 한 끼 먹는 것도 어려워서 영양실조로 죽어 간다는데 난 허구한 날 남아도는 칼로리로 스트레스 받으면서 지금 또 뭘 먹고 있는 거지?




   우울하거나 무기력할 때, 뭔가 내 마음대로 되지 않아 화가 날 때, 이상하게 피자, 치킨, 햄버거 같은 무식하게 칼로리 높은 음식들이 당긴다. 먹지 말아야지!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더 강력하게 당긴다. 저항하면 할수록 유혹은 커지고 어느새 나는 피자 가게에 전화를 걸어 주소를 말한다. 이동 통신사 카드로 가격 할인을 받는 것도 잊지 않는다. 경제를 생각해서! 그리고는? 먹고 나서 머리를 쥐어뜯으며 후회한다. 왜 먹었을까? 도대체 왜? 후식처럼 죄책감이, 다이어트에 대한 강박이 밀려온다. “내년까지 굶어죽지 않는다면”이라고 말하는 아프리카 아이까지 보니 전방위적인 죄책감이 밀려왔다. 칼로리 과잉 사회에서 다이어트에 대한 강박에 갇혀 살다보니 사람이 암이나 교통사고, 자살이 아니라 굶어죽을 수도 있다는 것을, 지금 이 순간에도 많은 사람들이 기아로 죽어가고 있다는 것을 망각하고 있었다.




   생각해 보면 하루 세끼를 다 먹는 것이 “당연한” 세상이 된 게, 칼로리가 넘쳐나서 비만이 사회적 문제가 된 게 오래된 일이 아니다. 우리 부모님들만 해도 배고픔을 겪은 세대다. 지난달 필리핀 출장 때, 바이어인 노니(Nonie)가 했던 말이 생각난다. 같이 살면서 아침식사 준비부터 시작해서 애들 넷 도시락 다 싸주고, 청소, 빨래, 저녁 설거지까지 다 해주는 메이드 월급이 한 달에 3,000페소(Philippine Peso)라는 노니의 말에 놀란 나는 마시던 물을 뱉을 뻔 했다. 3,000페소면 원화로 9만원이 채 안 되는 돈이다. 그런데 한 달 월급이 3,000페소라니! 노니한테 너무 조금 주는 거 아니냐고 물어 봤더니 그녀는 이렇게 말했다. “밥 주잖아.” 난 그 말에 충격을 받았다. “밥 주잖아.” 그렇다. 아직도 많은 저개발 국가들에서는 하루 세끼 밥을 다 먹는다는 게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하루 세끼 끼니를 해결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 일을 하려는 사람들이 널리고 널렸다. 먹여주고 재워만 줘도 감지덕지하며 식모살이를 했던 몽실이 언니, 봉순이 언니처럼. 




   어린 케냐 소년의 “굶어죽지 않는다면”이란 말이 자꾸만, 빙그르르 머리를 맴돌았다. 얼마 전 선물 받고 책상에 올려 두었던 책, 션, 정혜영 부부의 <오늘 더 사랑해>에 눈이 갔다. 책을 쭉 넘겨봤을 때 본 아프리카 아이들 사진이 생각나서다. 책을 펼쳐 사진들을 보다가 앉은 자리에서 다 읽어 버렸다. 읽으면서 내내 미소가 지어지는, 마음이 훈훈해지는, 동시에 션, 정혜영 부부의 “나눔”이 존경스러워지는 책이었다. 연예인 커플이니 외모가 멋지고 예쁜 건 당연하지만, 나눔을 실천하며 살아가는 그들의 삶도 참 아름답다. 하루에 만원 씩 모아 결혼기념일 마다 365만원을 무료급식소 ‘밥퍼’에 기증하고, 분유 광고를 찍고 받은 출연료를 북한 어린이들 분유 값으로 보내고, 국제 어린이 양육 기관인 컴패션을 통해 많은 아동을 후원하는 아름다운 부부. 무엇보다도 인상적이었던 건 서울대 어린이병원에서 치른 첫 아이의 이색적인 돌잔치다. 떠들썩하게 호텔에서 돌잔치를 하는 대신 그 비용으로 두 명의 아이가 심장병 수술을, 한 명의 아이가 인공와우 수술을 받을 수 있도록 도왔다. 어떻게 이런 생각을 다 할 수 있었을까? 꼭 기억해 뒀다가 언젠가 내 아이의 돌잔치에 따라 해야겠다.^^




   남은 피자를 박스 채로 냉장고에 넣으며 생각했다. 아프리카 아이 한 명이 한 달 동안 먹고, 입고, 의료혜택을 받고, 공부할 수 있도록 돕는 월드비전의 한 달 후원금이 2만원, 내가 먹고 머리를 쥐어뜯으며 후회하는 피자 한판은 2만 5천원. 한 달에 한 번, 충동적으로 피자를 시키지 않으면 “굶어죽지 않는다면”이라고 말한 아프리카 아이를 도울 수 있다. 물론 나의 건강과 다이어트에도 도움이 된다. ‘생각했을 때 바로 실천하자!’는 좌우명 하에 난 지라니 어린이 합창단 홈페이지를 방문, 정기 후원 신청을 했다. 한 달에 2만 5천원. 피자 한 판 값으로 한 아이가 굶어죽지 않게 도울 수 있다니 다행이기도 하고 미안하기도 하다. 내게 작은 나눔을 실천할 수 있도록 가르쳐 준 션, 정혜영 부부에게 감사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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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덕화 2009-02-04 14: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랫만이예요. 정말 잘 하셨어요. 옆에 있다면 안아주고 싶네요.
그렇게 후원하다 보면 자꾸 자꾸 보인답니다.
함께 나누고 살아야 할 수많은 이웃들이 우리 옆에 있다는 것을.
내가 도움주고 있다고 생각하는 그들이 결국 보이지 않는 다른 손으로 돌아서 내게 온다는 것을.
_()_

kleinsusun 2009-02-04 15: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혜덕화님, 정말정말 오랜만이예요. 늦었지만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피자 한판으로, 스타벅스 커피 한잔 값으로 할 수 있는 일이 참 많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어요. 아...옆에 있어서 안아 주셨으면 좋겠네요.^^

파란여우 2009-02-04 20: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수선님, 진짜진짜 오랜만에요.
수선님께 귀한 영혼의 양식이 될겁니다.

그건 그렇고 그동안 더, 더, 더 많이 미모로워지셨다면...
(모냐, 할말을 해! 보고 싶었다고요.ㅎㅎㅎ)
근데 글쓰기 방식이 쪼메 바꼈어요.^^

kleinsusun 2009-02-05 08: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파란여우님, 진짜진짜 오랜만이예요.
파란여우 이미지를 보니 마음이 짜~안해요.^^
이렇게 오랜만에 글을 올렸는데 기억해 주셔서 감사해요. 좀 다르게 써봤거든요.
여우님은 센스쟁이!^^

드팀전 2009-02-05 12: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랜만이군요..^^ 시국이 언짢아서 직딩생활하기 힘든데...저와는 다른 종류의 압박도 있으시겠지요...하여간 직딩하기도 여의치 않네요.

알라딘 유니세프하세요.예전에 저는 유니세프 말구 1:1 결연을 했었는데...지난해에 유니세프로 바꾸었어요. 이유는 날아오는 유인물에 기독교 냄새가 너무 많이나서였어요. 돕자는 것이었지 그것을 통해서 아이들에게 복음을 전파하고 싶진 않았거든요.^^ 유니세프 말고도 굿네이버스나 월드비전이나 많아요.다들 먼 나라에서 우리가 직접 도와줄 수 있는 길은 그것 밖에 없어요. 예쁜 기념품 삽들도 있어서 가끔 선물하기도 좋아요.

지난해에 전 예찬이 생일날 예찬이 이름으로 북한어린이 기아돕기를 했어요...그리고 또 눈먼돈이 생겨서 제 이름으로도 한번 정토회를 지원했었지요. 북한에서 배고파 죽어가는 아이를 바라보고 있을 어떤 아빠의 마음같은 것때문이었고 그 아이의 생명이나 예찬이의 생명이 다르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때문이었지요.그 전 해 생일에는 제주도에 나무를 심었구요..잘 자라고 있다고 주인장에 메일을 보내주었답니다.^^

다음에 언제 서울가면 한번 뵈요...

kleinsusun 2009-02-05 10: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드팀전님, 오랜만이예요.^^
직딩으로 존재하는게.... 일을 열심히 하고 잘하고 그런걸 떠나
그 자체만으로 쉽지 않은 일인 것 같아요.
예찬이 생일날 북한 어린이 기아돕기를 하셨군요. 예찬이는 참 행복한 아이네요.^^
저도 2년 전부터 월드비전을 통해 아동 한명을 후원하고 있어요.
그런데...솔직히 통장 자동이체만 해놓고 별 신경도 안써요.
그냥 한달에 돈이 2만원씩 빠져 나가고, 가끔씩 모잠비크에 있는 아이 사진이 우편으로 오고, 연말에 소득공제용 기부금 증명서가 와요.
연말정산을 할 때... 괜히 미안해요.

네... 서울 오실때 연락주세요. 늦었지만 새해 복 많~이 받으시구요.^^
 
오늘의 거짓말
정이현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0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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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그런 경험이 있을 것이다.

우연히 들은 노래 한 곡에 필이 확~꽂혀서,
도대체 이 엄청난 가창력... 누구지? 하며
mp3를 다운 받는 대신 비싼 CD를 샀는데
노래들이 다 고만고만, 비슷비슷해서 실망했던 적이.

정이현의 두번째 단편집 <오늘의 거짓말>.

문학상 수상집들을 통해
이미 <삼풍 백화점>, <위험한 독신녀>,
<어두워지기 전에>를 읽었다.

<어두워지기 전에>를 읽기 전까지
사실 정이현을 무시했었다.

별다른 문제의식이나 고민 없이
그저 "튀는데" 올인하는 것 같아,
작품들을 통해 "스타일"을 형성시켜 가는 게 아니라,
드라마 기획의도처럼 스타일을 규정시켜 놓고
작위적으로 작품을 쓰는 것 같아 불쾌하기까지 했었다.

그런데 작년에 현대문학상 수상 작품집에 실린
<어두워지기 전에>를 읽고 정이현을 새롭게 보게 되었다.
새삼 깨닫기도 했다. 작가는 진화한다는 사실을!

그런데... 두번째 단편집 <오늘의 거짓말>은
단편 10편이 하나 같이 너무나 비슷하다.

10개의 단편을 계간 문학지들을 통해
한편 한편 띄엄띄엄 읽었더라면 좋았을 뻔 했다.

이렇게 비슷비슷한 단편 10개를 한꺼번에 몰아 읽으니
삶은 계란 10개를 연거푸 먹은 것 같기도 하고,
달디 단 던킨 도너츠 10개를 한꺼 번에 먹고
한동안 설탕 들어간 음식만 봐도 질릴 것 같은 기분이 든다.

그렇다. 질린다.

한편 한편 보면 참신하지만,
트로트 메들리도 아니고
참치 김밥, 치즈 김밥, 소고기 김밥...
재료만 좀 다르고 맛이 똑 같은 김밥 10종류를
한꺼번에 먹으라고 들이대다니!

"미스테리" 기법을 쓰는 것도
<어두워지기 전에>를 읽을 때나 참신했지,
<오늘의 거짓말>, <그 남자의 리허설>, <익명의 당신에게>
싹~ 다 그렇게 쓰면 더 이상 미스테리가 아니라 재미 없는 트릭,
<위험한 독신녀>처럼 스프레이 독하게 뿌린 유행 지난 앞머리!

정이현은 "중산층"의 일상을 포착하는
몇 안되는, 재기 넘치는 작가로 인정 받고 있다.

그런데... 너무 그 물에서만 놀지 않았으면 좋겠다.
누구에게나 특장점은 어느 순간 함정이 될 수도 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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웽스북스 2007-09-16 19: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삶은 달걀과 던킨의 표현, 매우 와닿아요- ^^ (처음뵙겠습니다~)

kleinsusun 2007-09-16 21: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웬디양님, 반갑습니당^^
근데...저 정말 던킨 도너츠 5개 넘게 먹고
한동안 단걸 못먹었던 적이 있어요.ㅋㅋ

1sosh 2007-09-19 13: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캬~~삶은 계란,던킨 도너츠,트로트 메들리,ㅇㅇ김밥 이책을 읽어보지는 않았지만 님께서 알아듣기 편한 단어선택에 절래 고개가 돌려집니다,,조금전에 달콤한 나의 도시를 다 보고 신간 나왔길래 리뷰를 둘러보다가,,이렇게 주제넘게 몇자 올립니다,,와우~~지수 레벨이 거의 신이네요^^ 좋은 정보 감사합니다,,

kleinsusun 2007-09-19 22: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스킨쥬스님, 님 서재에 다녀 왔어요.
따끈따끈한 <달콤한 나의 도시> 리뷰를 올리셨네요. 잼나게 읽었습니당^^
아...근데 오늘 치킨을 많이 먹었더니 던킨 도너츠 10개처럼 느끼하네요.ㅋㅋ

2007-10-05 10:45   URL
비밀 댓글입니다.

실비 2007-10-06 13: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목이 잼있네요. 트로트메들리같은.. ^^

2007-10-29 09:09   URL
비밀 댓글입니다.
 
뷰티풀 몬스터
김경 지음 / 생각의나무 / 200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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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 일본 출장 때 이 책을 읽었다.
자기 전에 침대에 누워 몇 꼭지씩, 또 서올로 돌아오는 비행기에서.

출장 때는 이런 가벼운 에세이가 딱이다.
소설을 읽으면, 그것도 장편이면, 내용이 궁금해서
자야 하는데도 불구하고 계속 읽게 된다.
잠이 부족하면 오전 미팅에 차질이 생긴다.

또 너무 어려운 책을 들고 가면 부담스럽다.
작년 12월 대만 출장 때, 가라타니 고진의 <근대 문학의 종언>을 들고 갔었는데
업무만도 골치 아픈데 네이션, 스테이트....같은 단어들을 보고 있으니 실 없이 웃음이 났다.
내가 뭘하고 있는거지?

지난 겨울, 출장 가는 비행기에서 고진의 <근대 문학의 종언>을 읽는 내 모습에
반한 남자가 있었다.

거 참...새로운 발견이었다.
책으로도 남자를 꼬실 수 있구나. 음하하

김경의 글들은 참...솔직하다.
파격적이고 자극적이다. 또 재미있고 흥미롭다.

하지만...그의 솔직함에서 진정성이 느껴지기 보다는
솔직함이 "무기"처럼 느껴진다.
예쁜 여자가 미모를 무기로 삼는 것처럼.

<나쁜 여자가 잘 팔린다>는 제목의 글은 이렇게 시작된다.

"나는 흡연, 음주, 동거, 문신 등 나쁜 여자들의 대표적인 전력을 모두 다 가지고 있다. 그것은 살인, 강간, 폭행에 비하면 그리 나쁠 것도 없겠지만 대한민국이라는 보수적인 사회에서 사는 여자에게는 꽤 치명적인 것들이다." (p223)

도발적인 시작이다.
치명적인 것들이다. 하지만 말한다. 그러니까 계속 읽어봐!

김경은 자신이 AA(alcoholic anonymous) 모임에 나가고 있다는 것도 말하고,
자기는 여자들이 미용실에 앉아 멍청하게 보는 패션지에서
주로 연예인에 대한 한심한 기사나 다루는 에디터였다고
자조적(?)인 고백을 하기도 한다.

<김훈은 김훈이고 싸이는 싸이다>를 읽을 때도 느낀 건데...
김경은 자기를 너무도 사랑했다가 혐오했다가 하는
극과 극을 오가는 나르시시즘에 빠진 것 같기도 하다.

그래서 김경의 글이 불편하면서도 연민 같은 게 느껴지기도 한다.
인정하기 싫지만... 나도 그러니까. 쩝

공감 가는 글들이 많았다.

"여자란 대개 더 예쁘고 싶어 안달 난 가엾고 사랑스러운 존재들이다. 그래서 옷도 사고 필사적으로 다이어트도 한다." (p260)

원고를 쓰느라 다이어트에 차질을 빚고 있다.
운동도 못하고, 하루 종일 앉아서 뭘 계속 먹는다.
그러면서 스트레스를 받는다.
다이어트와 글쓰기를 병행하기가 힘들다.
일단 다이어트는 잠시 미루고 원고를 마치자!고 생각하면서도
살이 찌지 않을까 불안해서 글을 쓰다 몸을 만져 본다. 몇번씩!

정말....가여운 존재다.
제발 원고를 마칠 때 까지 몸이 살 찌지 않는 항상성을 유지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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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9-09 00:5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7-09-09 01:11   URL
비밀 댓글입니다.

심술 2007-09-09 20: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쓰고 계신 책이 어떤 내용인진 책 나올 때까지 비밀인가요?

kleinsusun 2007-09-10 21: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비밀이예욤^^

심술 2007-09-11 11: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출간을 기다릴게요.

antitheme 2007-09-14 08: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빨리 원고를 끝내시면 모든 게 해결될 것 같습니다.
 
천만번 괜찮아 - 박미라 감정치유 에세이
박미라 지음 / 한겨레출판 / 2007년 6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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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은 이유는?
제목이 마음에 들어서.
내 자신에게 이렇게 말하고 싶어서.

괜찮아, 괜찮아, 천만번이라도 괜찮아!

한달 전, 기분 좋게 술 한잔하고 알딸딸한 상태에서
누군가 아무 생각 없이 한 옛날 남친 얘기를 들었다.

얘기를 한 사람은 그 사람이 내 남친이었는지도 모른다.
그냥 이말 저말 하다가 그 사람의 근황을 얘기했을 뿐이다.

그 뿐인데도...
누군가 심심해서 던진 돌맹이 하나에 개구리는 죽는 것처럼
순간 너무 놀라 하얗게 질려 버렸다.
잠시 패닉 상태에 빠졌다.

그리고.....
난....그에게 전화를 하고 말았다.

차라리 받지 않았으면 좋았을텐데...
난 그에게 그야말로 횡설수설했다.
유명해서 좋겠다며 비아냥 거리기도 했다.

묵묵히 내 얘기를 듣던 그는
밥은 잘 챙겨 먹니? 글은 잘 쓰고 있니?
회사는 잘 다니니? 하며 물었고,
난 "덕분에" 아주 잘~살고 있다고 이유 없는 투정까지 부렸다.
그리고는 흐지부지 전화를 끊었다.

그리고...그 다음날...
후회로 머리를 쿵쿵 찧으며 하루 종일 괴로워 했다.

금연에 성공한 사람이
뜻하지 않은 담배 한 개피에 후회하는 것처럼,
아니 그 보다 더 괴로워 했다.

특히 그 다음날 그에게 온 문자는
나의 괴로움에 불을 붙였다.
" 푹 쉬고 밥 잘 챙겨 먹어."

아....정말 미칠 것만 같았다.
쩍 팔려서 죽을 것만 같았다.
내가 너 때문에 밥도 못 먹을 것 같냐?

끙끙 앓다가 친한 언니에게 문자를 보냈다.
언니에게 답장이 왔다.
"괜찮아, 그럴 수도 있지 뭘 그런 일로 괴로워해?"

그래, 괜찮다.
제발 좀 스스로를 들들 볶지 말자!
스스로에게 좀 너그러워 지자, 너무 스스로를 몰아 붙이지 말고!

한겨레 문화센터에서 자기 치유를 위한 글쓰기 강의를 하고 있는
박미라는 수강생들에게 항상 이렇게 말하는 훈련을 시킨다고 한다.

"괜찮아. 네 탓이 아니야. 설사 네 탓이라고 해도 괜찮아.
그래도 너를 미워하지 않을 거야. 정말 괜찮아.
천만번이라도 괜찮아."

전화 사건 이후 제목에 필 꽂혀서 산 이 책은
김형경의 <천 개의 공감>과 같이
한겨레에 연재됐던 상담 코너를 묶어서 낸 책이다.

<천 개의 공감>을 먼저 읽어서 그런지 그다지 참신하지는 않다.
차이가 있다면...
박미라의 어조는 김형경 보다 한결 부드럽다.

만약 김형경과 박미라, 둘 중 한명에게 상담을 해야만 한다면
난 박미라를 선택하겠다.
말하기가 훨씬 편할 것 같은 느낌이다.

괜찮아, 괜찮아, 천만번 괜찮아.

유치하지만...
나도 스스로에게 이렇게 말해보려 한다. 다독다독!

까~잇거 다 괜찮아! 안 괜찮은 일은 또 뭐가 있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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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늘빵 2007-07-22 17: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목보고 알았어요. 두 분 다 한겨레 토요일자 신문에 나온 적 있어요. 함께 만나 이야기 나눈걸 기사로 내보냈던데. :)

kleinsusun 2007-07-22 20: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한겨레 기사 봤어요.^^
근데...아직까지 한 줄도 못 썼어요. ㅋㅋ

2007-08-05 14:09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