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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더 사랑해
션.정혜영 지음 / 홍성사 / 200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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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굶어 죽지 않고 한국에 다시 와 노래하는 게 꿈이었는데... 내년에도 굶어죽지 않고 잘 자란다면 파일럿이 되고 싶습니다.”




   채널을 돌리다 한 예능 프로에서 또박또박 말을 하는 아프리카 아이를 본 순간 얼굴이 확 달아올랐다. 케냐 지라니 어린이 합창단 아이들 중 한명이 새해 소원을 말한 거였다. 영화 <스무살까지만 살고 싶어요>처럼 암에 걸려 투병하는 아이도 아니고, 초롱초롱한 눈을 가진 건강한 아이가 “내년까지 굶어죽지 않는다면”이라는 말을 하니 그 아이에게 피자를 먹으며 TV를 보는 내 모습을 들킨 것처럼 겸연쩍고 미안했다. 오랜만에, 모처럼 푹 쉬어 보자고, 아무 생각 없이 먹고 자고 뒹굴어보자고 마음먹은 주말을 죄책감이 급습했다. 저 어린 아프리카 아이들은 하루 한 끼 먹는 것도 어려워서 영양실조로 죽어 간다는데 난 허구한 날 남아도는 칼로리로 스트레스 받으면서 지금 또 뭘 먹고 있는 거지?




   우울하거나 무기력할 때, 뭔가 내 마음대로 되지 않아 화가 날 때, 이상하게 피자, 치킨, 햄버거 같은 무식하게 칼로리 높은 음식들이 당긴다. 먹지 말아야지!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더 강력하게 당긴다. 저항하면 할수록 유혹은 커지고 어느새 나는 피자 가게에 전화를 걸어 주소를 말한다. 이동 통신사 카드로 가격 할인을 받는 것도 잊지 않는다. 경제를 생각해서! 그리고는? 먹고 나서 머리를 쥐어뜯으며 후회한다. 왜 먹었을까? 도대체 왜? 후식처럼 죄책감이, 다이어트에 대한 강박이 밀려온다. “내년까지 굶어죽지 않는다면”이라고 말하는 아프리카 아이까지 보니 전방위적인 죄책감이 밀려왔다. 칼로리 과잉 사회에서 다이어트에 대한 강박에 갇혀 살다보니 사람이 암이나 교통사고, 자살이 아니라 굶어죽을 수도 있다는 것을, 지금 이 순간에도 많은 사람들이 기아로 죽어가고 있다는 것을 망각하고 있었다.




   생각해 보면 하루 세끼를 다 먹는 것이 “당연한” 세상이 된 게, 칼로리가 넘쳐나서 비만이 사회적 문제가 된 게 오래된 일이 아니다. 우리 부모님들만 해도 배고픔을 겪은 세대다. 지난달 필리핀 출장 때, 바이어인 노니(Nonie)가 했던 말이 생각난다. 같이 살면서 아침식사 준비부터 시작해서 애들 넷 도시락 다 싸주고, 청소, 빨래, 저녁 설거지까지 다 해주는 메이드 월급이 한 달에 3,000페소(Philippine Peso)라는 노니의 말에 놀란 나는 마시던 물을 뱉을 뻔 했다. 3,000페소면 원화로 9만원이 채 안 되는 돈이다. 그런데 한 달 월급이 3,000페소라니! 노니한테 너무 조금 주는 거 아니냐고 물어 봤더니 그녀는 이렇게 말했다. “밥 주잖아.” 난 그 말에 충격을 받았다. “밥 주잖아.” 그렇다. 아직도 많은 저개발 국가들에서는 하루 세끼 밥을 다 먹는다는 게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하루 세끼 끼니를 해결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 일을 하려는 사람들이 널리고 널렸다. 먹여주고 재워만 줘도 감지덕지하며 식모살이를 했던 몽실이 언니, 봉순이 언니처럼. 




   어린 케냐 소년의 “굶어죽지 않는다면”이란 말이 자꾸만, 빙그르르 머리를 맴돌았다. 얼마 전 선물 받고 책상에 올려 두었던 책, 션, 정혜영 부부의 <오늘 더 사랑해>에 눈이 갔다. 책을 쭉 넘겨봤을 때 본 아프리카 아이들 사진이 생각나서다. 책을 펼쳐 사진들을 보다가 앉은 자리에서 다 읽어 버렸다. 읽으면서 내내 미소가 지어지는, 마음이 훈훈해지는, 동시에 션, 정혜영 부부의 “나눔”이 존경스러워지는 책이었다. 연예인 커플이니 외모가 멋지고 예쁜 건 당연하지만, 나눔을 실천하며 살아가는 그들의 삶도 참 아름답다. 하루에 만원 씩 모아 결혼기념일 마다 365만원을 무료급식소 ‘밥퍼’에 기증하고, 분유 광고를 찍고 받은 출연료를 북한 어린이들 분유 값으로 보내고, 국제 어린이 양육 기관인 컴패션을 통해 많은 아동을 후원하는 아름다운 부부. 무엇보다도 인상적이었던 건 서울대 어린이병원에서 치른 첫 아이의 이색적인 돌잔치다. 떠들썩하게 호텔에서 돌잔치를 하는 대신 그 비용으로 두 명의 아이가 심장병 수술을, 한 명의 아이가 인공와우 수술을 받을 수 있도록 도왔다. 어떻게 이런 생각을 다 할 수 있었을까? 꼭 기억해 뒀다가 언젠가 내 아이의 돌잔치에 따라 해야겠다.^^




   남은 피자를 박스 채로 냉장고에 넣으며 생각했다. 아프리카 아이 한 명이 한 달 동안 먹고, 입고, 의료혜택을 받고, 공부할 수 있도록 돕는 월드비전의 한 달 후원금이 2만원, 내가 먹고 머리를 쥐어뜯으며 후회하는 피자 한판은 2만 5천원. 한 달에 한 번, 충동적으로 피자를 시키지 않으면 “굶어죽지 않는다면”이라고 말한 아프리카 아이를 도울 수 있다. 물론 나의 건강과 다이어트에도 도움이 된다. ‘생각했을 때 바로 실천하자!’는 좌우명 하에 난 지라니 어린이 합창단 홈페이지를 방문, 정기 후원 신청을 했다. 한 달에 2만 5천원. 피자 한 판 값으로 한 아이가 굶어죽지 않게 도울 수 있다니 다행이기도 하고 미안하기도 하다. 내게 작은 나눔을 실천할 수 있도록 가르쳐 준 션, 정혜영 부부에게 감사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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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덕화 2009-02-04 14: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랫만이예요. 정말 잘 하셨어요. 옆에 있다면 안아주고 싶네요.
그렇게 후원하다 보면 자꾸 자꾸 보인답니다.
함께 나누고 살아야 할 수많은 이웃들이 우리 옆에 있다는 것을.
내가 도움주고 있다고 생각하는 그들이 결국 보이지 않는 다른 손으로 돌아서 내게 온다는 것을.
_()_

kleinsusun 2009-02-04 15: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혜덕화님, 정말정말 오랜만이예요. 늦었지만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피자 한판으로, 스타벅스 커피 한잔 값으로 할 수 있는 일이 참 많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어요. 아...옆에 있어서 안아 주셨으면 좋겠네요.^^

파란여우 2009-02-04 20: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수선님, 진짜진짜 오랜만에요.
수선님께 귀한 영혼의 양식이 될겁니다.

그건 그렇고 그동안 더, 더, 더 많이 미모로워지셨다면...
(모냐, 할말을 해! 보고 싶었다고요.ㅎㅎㅎ)
근데 글쓰기 방식이 쪼메 바꼈어요.^^

kleinsusun 2009-02-05 08: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파란여우님, 진짜진짜 오랜만이예요.
파란여우 이미지를 보니 마음이 짜~안해요.^^
이렇게 오랜만에 글을 올렸는데 기억해 주셔서 감사해요. 좀 다르게 써봤거든요.
여우님은 센스쟁이!^^

드팀전 2009-02-05 12: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랜만이군요..^^ 시국이 언짢아서 직딩생활하기 힘든데...저와는 다른 종류의 압박도 있으시겠지요...하여간 직딩하기도 여의치 않네요.

알라딘 유니세프하세요.예전에 저는 유니세프 말구 1:1 결연을 했었는데...지난해에 유니세프로 바꾸었어요. 이유는 날아오는 유인물에 기독교 냄새가 너무 많이나서였어요. 돕자는 것이었지 그것을 통해서 아이들에게 복음을 전파하고 싶진 않았거든요.^^ 유니세프 말고도 굿네이버스나 월드비전이나 많아요.다들 먼 나라에서 우리가 직접 도와줄 수 있는 길은 그것 밖에 없어요. 예쁜 기념품 삽들도 있어서 가끔 선물하기도 좋아요.

지난해에 전 예찬이 생일날 예찬이 이름으로 북한어린이 기아돕기를 했어요...그리고 또 눈먼돈이 생겨서 제 이름으로도 한번 정토회를 지원했었지요. 북한에서 배고파 죽어가는 아이를 바라보고 있을 어떤 아빠의 마음같은 것때문이었고 그 아이의 생명이나 예찬이의 생명이 다르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때문이었지요.그 전 해 생일에는 제주도에 나무를 심었구요..잘 자라고 있다고 주인장에 메일을 보내주었답니다.^^

다음에 언제 서울가면 한번 뵈요...

kleinsusun 2009-02-05 10: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드팀전님, 오랜만이예요.^^
직딩으로 존재하는게.... 일을 열심히 하고 잘하고 그런걸 떠나
그 자체만으로 쉽지 않은 일인 것 같아요.
예찬이 생일날 북한 어린이 기아돕기를 하셨군요. 예찬이는 참 행복한 아이네요.^^
저도 2년 전부터 월드비전을 통해 아동 한명을 후원하고 있어요.
그런데...솔직히 통장 자동이체만 해놓고 별 신경도 안써요.
그냥 한달에 돈이 2만원씩 빠져 나가고, 가끔씩 모잠비크에 있는 아이 사진이 우편으로 오고, 연말에 소득공제용 기부금 증명서가 와요.
연말정산을 할 때... 괜히 미안해요.

네... 서울 오실때 연락주세요. 늦었지만 새해 복 많~이 받으시구요.^^
 
뷰티풀 몬스터
김경 지음 / 생각의나무 / 2005년 8월
평점 :
품절


지난 주 일본 출장 때 이 책을 읽었다.
자기 전에 침대에 누워 몇 꼭지씩, 또 서올로 돌아오는 비행기에서.

출장 때는 이런 가벼운 에세이가 딱이다.
소설을 읽으면, 그것도 장편이면, 내용이 궁금해서
자야 하는데도 불구하고 계속 읽게 된다.
잠이 부족하면 오전 미팅에 차질이 생긴다.

또 너무 어려운 책을 들고 가면 부담스럽다.
작년 12월 대만 출장 때, 가라타니 고진의 <근대 문학의 종언>을 들고 갔었는데
업무만도 골치 아픈데 네이션, 스테이트....같은 단어들을 보고 있으니 실 없이 웃음이 났다.
내가 뭘하고 있는거지?

지난 겨울, 출장 가는 비행기에서 고진의 <근대 문학의 종언>을 읽는 내 모습에
반한 남자가 있었다.

거 참...새로운 발견이었다.
책으로도 남자를 꼬실 수 있구나. 음하하

김경의 글들은 참...솔직하다.
파격적이고 자극적이다. 또 재미있고 흥미롭다.

하지만...그의 솔직함에서 진정성이 느껴지기 보다는
솔직함이 "무기"처럼 느껴진다.
예쁜 여자가 미모를 무기로 삼는 것처럼.

<나쁜 여자가 잘 팔린다>는 제목의 글은 이렇게 시작된다.

"나는 흡연, 음주, 동거, 문신 등 나쁜 여자들의 대표적인 전력을 모두 다 가지고 있다. 그것은 살인, 강간, 폭행에 비하면 그리 나쁠 것도 없겠지만 대한민국이라는 보수적인 사회에서 사는 여자에게는 꽤 치명적인 것들이다." (p223)

도발적인 시작이다.
치명적인 것들이다. 하지만 말한다. 그러니까 계속 읽어봐!

김경은 자신이 AA(alcoholic anonymous) 모임에 나가고 있다는 것도 말하고,
자기는 여자들이 미용실에 앉아 멍청하게 보는 패션지에서
주로 연예인에 대한 한심한 기사나 다루는 에디터였다고
자조적(?)인 고백을 하기도 한다.

<김훈은 김훈이고 싸이는 싸이다>를 읽을 때도 느낀 건데...
김경은 자기를 너무도 사랑했다가 혐오했다가 하는
극과 극을 오가는 나르시시즘에 빠진 것 같기도 하다.

그래서 김경의 글이 불편하면서도 연민 같은 게 느껴지기도 한다.
인정하기 싫지만... 나도 그러니까. 쩝

공감 가는 글들이 많았다.

"여자란 대개 더 예쁘고 싶어 안달 난 가엾고 사랑스러운 존재들이다. 그래서 옷도 사고 필사적으로 다이어트도 한다." (p260)

원고를 쓰느라 다이어트에 차질을 빚고 있다.
운동도 못하고, 하루 종일 앉아서 뭘 계속 먹는다.
그러면서 스트레스를 받는다.
다이어트와 글쓰기를 병행하기가 힘들다.
일단 다이어트는 잠시 미루고 원고를 마치자!고 생각하면서도
살이 찌지 않을까 불안해서 글을 쓰다 몸을 만져 본다. 몇번씩!

정말....가여운 존재다.
제발 원고를 마칠 때 까지 몸이 살 찌지 않는 항상성을 유지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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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9-09 00:5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7-09-09 01:11   URL
비밀 댓글입니다.

심술 2007-09-09 20: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쓰고 계신 책이 어떤 내용인진 책 나올 때까지 비밀인가요?

kleinsusun 2007-09-10 21: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비밀이예욤^^

심술 2007-09-11 11: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출간을 기다릴게요.

antitheme 2007-09-14 08: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빨리 원고를 끝내시면 모든 게 해결될 것 같습니다.
 
끝났으니까 끝났다고 하지
그렉 버렌트 지음, 이수연 옮김 / 해냄 / 2005년 10월
평점 :
절판


친구 Y는 자기 얘기를 남의 얘기하듯이 말한다. 툭툭.
엄청난 얘기도 대수롭지 않게, 감정을 담지 않고 말한다.

처음엔 Y가 이해되지 않았다.
어떻게 자기 얘기를 저렇게 아무렇지도 않게 하지?
안 힘드나? 센 척 하는건가?

그런데....Y를 몇번 따라해본 후 알게 되었다.
그렇게 하면 당장 죽을것처럼 심각했던 문제가 멀리 보인다는 것을.
남의 일처럼 말하다 보면 엉켜있던 감정이 분리되면서 상황이 객관적으로 보이기 시작한다는 것을.
무엇 보다도 그렇게 말하다 보면 고백의 카타르시스 같은 게 느껴진다는 것을!

알랭 드 보통의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에서 실연을 당한 남자는 자살을 하려 한다. 자신을 떠난 그녀에게 후회와 고통을 안겨주려고!
그러나...자살을 하기 직전, 죽고 나면 그녀의 고통도, 후회하는 모습도 볼 수 없다는 섬광 같은 깨달음을 만난다.

나는 죽음으로 인한 무능력 때문에[적어도 세속적인 틀에서는] 살아 있는 사람이 죽은 사람을 바라보는 모습을 바라볼 기회를 박탈당하게 될 판이었다.(p259)

그렇다. "자기 파괴"는 복수가 아니다.
실연을 당했다고 울고 짜고 식음을 전폐하거나,
딥치즈 피자, 초코 쿠키, 아이스크림을 폭식하거나,
술독에 빠지거나 담배를 물고 살거나 그 두가지를 동시에 하거나,
일손을 잡지 못하고 하루 종일 멍하니 앉아 있거나,
하루 종일 핸펀만 들여다 보며 눈물을 뚝뚝 흘리는 것처럼 멍청한 일은 없다.

왜 자기한테 해가 되는 일을 하는가?
"자기 파괴"는 말 그대로 자기를,
더 정확하게 말하면 자기"만" 파괴할 뿐이다.

<끝났으니까 끝났다고 하지>
정말....유익한 책이다. 실용서의 백미라고나 할까?
(쩍 팔리지만....밑줄까지 치면서 읽었다!)

결국 이 책은 당신의 사랑이 옳지 않았다는 현실을 인정하고,
그 관계가 당신이 원하는 것을 주지 않았다는 사실을 인식하며,
그 엉터리 관계에서 벗어나 앞에 놓인 기회를 잡을 만큼
당신이 자신을 사랑하는가 하는 문제를 다루고 있다.
(p15)

이 책에서 실연을 극복하는 첫번째 방법으로 강조하는 건,
헤어진 후 60일 동안은 절대 헤어진 남친이나 여친을 만나지 말라는 거다. 어떤 일이 있어도, 어떤 핑계가 있어도!

그와 어떤 접촉도 하지 않는다면,
그가 계속 권력을 휘두르며 당신의 마음속에 머물러 있지는 못할 것이다....(중략)
60일은 당신에게 완전한 회복에 꼭 필요한 정서적 거리를 만들어준다.
(p189~190)

앞으로 이별을 하고 힘들어하는 후배들에게
술을 사주는 대신 이 책을 사줘야 겠다.

이별을 한 사람들에게 "술"은 정말 쥐약이다.
마음을 다스렸다가도 센티해져서 전화를 하고 마니까!
그리고 다음날 아침 발신목록을 보고 머리를 쥐어 뜯으니까!

어떤 상황에서건 자신을 사랑하기.
잘 먹고, 잘 자고, 잘 입기.
Respect Yoursel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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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의 결정적 순간 - 그 순간이 없었으면 지금의 나는 없다
안철수.박경철 외 지음 / 이미지박스 / 2007년 3월
평점 :
품절


작년 5월, 신임과장 연수를 받을 때,
제일기획 A차장을 알게 되었다.

잘 나가는 카피라이터인 A차장은
<머리를 감기 전에 생각부터 감아라>는 실무서의 저자이기도 하다.

A차장과 나는 "회사원의 글 쓰기, 책 쓰기"에 대해서
신나게 얘기를 나눴다.
연수원에서 말 통하는 사람을 만난 예상치 못한 즐거움이란!

회사원이 책을 낸다는 건
한 권의 책의 저자가 되는 물리적 변화 뿐 아니라
인생의 "터닝 포인트"가 되는 엄청난 사건이다.
A차장도 책을 내고 나서 여기저기서 강의 청탁이 들어 온다고 했다.

<내 인생의 결정적 순간>은 제목처럼 23명의 다양한 저자들이
자기 인생의 "터닝 포인트"에 대해서 쓴 책이다.

icaru님의 리뷰를 통해 이 책의 존재를 알게 된 나는
다른 사람들의 인생의 터닝 포인트는 뭘까....궁금한 마음에
이 책을 주문했다.

박경철, 김용택, 최윤희, 박원순, 안철수, 양귀자, 임진모, 최석기 등
선정기준을 알 수 없는 다양한 사람들이 쓴 글들.

이 책에 실린 23편의 글들은 크게 2가지로 나눌 수 있다.

하나, 처음부터 끝까지 나 잘났어!를 외치는 글.
- 심하게 드라마틱한 재구성이 거슬림.
차라리 홍보 찌라시를 뿌리지....
아님 드라마 작가로 전업을 하거나. 쩝

둘, 진정성이 느껴지는 글.
- 솔직한 글은 힘이 세다! 항상 느끼는 거지만....
김용택, 양귀자, 최석기, 김순권, 오윤홍의 글을 읽으며
다시 한번 느꼈다.

"하지만 부산상고 입학시험에서 나는 보기 좋게 낙방했다. 부산상고는 경상남도에 있는 상고 가운데 제일 커트라인이 높은 학교였다. 그러니까 가난한 집 수재들이 많이 몰리는 바람에 내가 시험에서 떨어진 것이었다.

그 당시에 나는 낙심을 했지만 훗날을 생각해보면 떨어지길 잘한 것이었다. 만일 내가 그때 부산상고에 합격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부산상고 출신들이 제일 많이 취직을 하는 은행에 입사했을 것이고, 은행원으로 일을 하며 살았을 것이다.

그 모습은 나로서는 상상하기 힘들다. 아마 먹고살기 위해서라도 얼마쯤은 출근을 했겠지만 오래 다니지 못하고 중간에 그만뒀을 가능성이 많다. 그렇다면 내 삶은 그만큼 뒤처지게 되지 않았을까 싶다.
- p170, 김순권의 <악마의 풀과 옥수수 추장 이야기> 中

세계적인 옥수수 박사 김순권은 계속 되는 "불합격"으로
옥수수를 연구하게 되었다.

부산상고 불합격 → 울산농고 진학
농협 입사시험 불합격 → 농촌진흥청 입사(작물시험장 농업연구사)
서울대 대학원 불합격 → 고려대 대학원 진학

어쨌든 나는 농촌진흥청에서 일을 하기 시작했다.
그 당시에는 쌀을 연구하는 게 가장 중요한 직책이었다. 하지만 나는 그 자리를 얻지 못했다. 서울대 대학원 출신이 아니라 고려대 출신이었기 때문이었다.
나에게 맡겨진 것은 옥수수 연구였다. 말하자면 학벌에 밀려서 그 당시에 중요하게 생각하는 쌀 연구를 하지 못하고 옥수수 연구를 하는 자리를 맡은 것이었다.
(p174)

학벌에 밀려서 한직을 맡은 회사원의 전화위복!
한직을 맡은 서러움과 형평성 없는 고과로 고통 받는 회사원들에게
귀감이 되는 사례가 아닐 수 없다.
인생은 새옹지마! Tomorrow never knows!

시간이 한참 흐른 후에 생각하면
당시에 너무도 고통스러웠던 일들이
오히려 잘된 일이라고 생각되기도 한다.

그러니까.....지금은 힘들어도
20년 후, 2년 후, 아니 2달만 지나도
지금의 힘든 상황 또는 아픔이 오히려 다행!이라고 생각될 수 있는 거다.

그러니까....쩜 힘든 일이 있다 해도
넘 오버해서 힘들어하지 말자.

Tomorrow never kno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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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5-13 01:33   URL
비밀 댓글입니다.

스파피필름 2007-05-13 02: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넘 오버해서 힘들어하지 않으려구요.. 명심!! ^___^

마늘빵 2007-05-13 08: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오버해서 힘들어하지 않겠심다. 이래저래 저도 '不'의 순간들이 떠오르는군요.

BRINY 2007-05-13 09: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네.네. 추천.

kleinsusun 2007-05-13 09: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속삭이신 님, 찌리리~~~뽕..공감해 주셔서 기뻐요.^^

스파피필름님, 네...우리 오버해서 힘들어하지 말자구요. 인생은 새옹지마! 즐겁게~ 홧팅!^^
아프님, 저도 不의 순간들이 많아요. 지금 생각해 보면 오히려 다행인 不들도 많아요.^^

Briny님, 인생 까잇거 뭐 있나요? ㅋㅋ 즐겁게, 즐겁게, 노래를 부르며, 홧팅!^^

2007-05-15 14:00   URL
비밀 댓글입니다.

심술 2007-05-16 00: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녕하세요? 수선님 서재 즐겨찾기 해 놓고 와서 읽고만 가다 글 첨 남겨봅니다. 한 가지 궁금한 게 있는데요 왜 뻔히 들킬 거 아시면서 A차장님이라고 쓰셨어요?

kleinsusun 2007-05-16 07: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심술님,안녕하세요!^^ 생각해 보니 그렇네요... 회사 이름, 책 제목도 썼으면서 "A차장"이라고 썼네요. 하하 머쓱! 글 쓸때 이니셜로 쓰는게 습관이라 그런가봐요...

심술 2007-05-16 18: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렇죠. 무심코 몸에 밴 습관이 참 바꾸기도 어렵고 무서워요.
 
5가지 사랑의 언어
게리 채프먼 지음, 장동숙 옮김 / 생명의말씀사 / 2008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책의 표지에는 이렇게 써 있다.
"당신은 아내, 남편과 같은 언어를 사용하고 있습니까?"

이 책을 1월 핀란드 출장 때,
Helsinki에서 Frankfurt로 날아가는 비행기에서 읽었는데
같이 출장 갔던 Y과장이 이렇게 말했다.

"성과장, 준비는 참 많이 하네요.
중요한 건.....실전인 거 아시죠?"

그렇다. 이론과 실제는 다르다.
아무리 이런 책을 많이 읽어도,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를 100번 읽어도
실제에서 활용(?)하지 못하면 아무 소용 없다.

이 책은 나의 주치의 S선생님이 선물해 주신 책이다.
나의 "연애"에 도움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이 책의 주제를 한 문장으로 말하면?
사랑은 노력과 훈련을 필요로 한다.

이 책의 3장 "사랑에 빠진다?" 에서는
Scott Peck의 [The Road Less Travelled](아직도 가야 할 길)를 상당 부분 인용하고 있다.
"사랑에 빠지는 감정"은 "사랑"이 아니라고. 왜냐?

첫째, 사랑에 빠지는 것은 의지에 따른 행동이나 의식이 있는 선택이 아니다.
둘째, 사랑에 빠지는 것은 노력 없이 얻어지기 때문이다.
셋째, "사랑에 빠진" 사람은 상대방의 개인적인 성장을 촉진시키는 데 진심으로 관심이 없다.

120% 공감!
사랑에 빠지는 것은 "의식 있는 선택"이 아니다.
외로울 때, 결핍이 있을 때, 사람들은 쉽게 사랑에 빠진다.

그러나....이런 상태는 지속적인 것이 아니기 때문에
(이 책에 의하면 사랑에 빠지는 감정은 평균 2년 정도 지속된다고 한다)
스멀스멀 환멸이 다가오고 많은 커플들이 헤어지거나, 결혼을 한 경우에는 이혼을 한다.

그렇지만 사로잡힌 감정은 영원히 지속되지 않는다. 결혼
생활이라는 교과서를 들여다보면, 사로잡힌 감정은 단지
서론에 불과하다. 그 책의 본론은 이성과 결단에 의한 사랑이다.
이 사랑이 바로 현인들이 우리에게 말한 사랑이다. 그것은 의지적인
사랑이다. (p52)

이러한 이유로....저자는 사랑을 지키기 위해 "5가지 사랑의 언어"를 배우라고 한다.
저자가 말하는 5가지 사랑의 언어는?

1. 인정하는 말
2. 함께 하는 시간
3. 선물
4. 봉사
5. 육체적인 접촉

사람마다 사랑 받고 싶은 방식이 다르다.
문제는 자신이 사랑 받고 싶은 방식으로
상대방에게 자신의 애정을 표현한다는 데 있다.

배우자의 사랑의 그릇이 늘 가득 차 있기를 원한다면, 당신은 반드시
그의 제 1의 사랑의 언어를 발견해야 한다. 그러기 전에 우선
당신 자신의 사랑의 언어를 확실히 알아야 한다.(p171)

내게 있어서 제 1의 언어는 뭘까?
인정하는 말, 또....사랑을 표현하는 유치 찬란한 말들.
(난 "말이 전부가 아니다."는 무심한 남자들의 말은
자신의 게으름 또는 무관심에 대한 변명이라고 생각한다!)

상대방이 원하는 방식으로 애정을 표현하라! 고
저자는 열변을 토한다.
사실...너무나 당연한 얘기다.
문제는 사람들이 자기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행동한다는 것!

이 책을 읽으며 가네시로 카즈키의 <꽃>이 생각났다.
※ 소설집 <연애소설>에 실려 있는 단편

고전적 드라마의 플롯.
가난한 남자와 부잣집 딸이 결혼을 했다. 집안의 반대를 무릎 쓰고.
친구차를 빌려 타고 떠난 가난한 신혼여행에서 남자는 여자에게 묻는다.
결혼생활에서 바라는 게 뭐냐고.
곧잘 넘어지는 여자는 말했다.
걸을 때 항상 손을 잡아 달라고.

사랑하는 여자의 너무도 소박한 대답에 남자는 말했다.
고작 그거야?

결혼 후, 남자는 여자를 행복하게 하기 위해 최선을 다해 일했다.
쉬지도 않고, 밤잠을 자지도 않고.
아내에게 피아노도 선물하고, 비싼 보석, 옷, 으리으리한 집도 사 줬다.
아내가 외로워하는 줄도 모르고
남자는 아내에게 더 많은 선물을 하기 위해 미친 듯이 일했다.
그러다가.....그들의 아이가 죽었다.

화장한 아이의 유골을 들고 백사장을 걸을 때,
아내는 넘어졌다.
그 때서야 남자는 깨달았다.
아내의 손을 잡아 주지 않았음을.

<꽃>의 남녀를 <5가지 사랑의 언어> 방식으로 표현하자면?
여자에게 있어서 사랑의 언어는 함께 하는 시간.
남자가 표현한 사랑의 언어는 선물.
사랑의 언어의 불일치로 인해 헤어지고만 커플.

유명한 스캇펙 박사가 말하지 않아도,
이 책의 저자가 열변을 토하지 않아도 누구나 알고 있다.
사랑은 노력과 훈련을 필요로 한다는 것을.(실천을 안 해서 그렇지!)

사랑도 학습을 필요로 한다.
사랑하는 사람을 공부하고 탐구하고 그리고....이해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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