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주간지 <매경 이코노미> 서평에서 이 책을 알게 됐다.
공병호가 쓴 서평이었는데, "매년 새로운 주제를 발굴해 3개월간 집중적으로 공부했다"는 피터 드러커의 공부법이 눈에 띄었다.
보통 회사원들은 책을 안 읽어도 잭 웰치나 피터 드러커 책은 한권씩 읽는데, 난 이번에 피터 드러커의 책을 처음 읽었다. 피터 드러커의 "공부법"이 궁금해서...
저술 활동과 강의 등 일 외에 나는 매년 새로운 주제를 발굴하여 3개월간 집중적으로 공부하고 있다.2004년에는 명나라 시대의 중국 미술에 몰두했다.일본에 관해서는 수묵화를 소장할 정도로 잘 알면서도 일본에 큰 영향을 끼친 중국을 잘 알지 못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나는 공부하면서 많은 것을 발견할 수 있었다.
그 외에는 3년마다 계획을 세우고 있다.예를 들면 '셰익스피어 전집을 천천히 주의깊게 다시 읽는 것' 같은 일이다.이는 몇 년 전에 끝마친 일인데,나는 셰익스피어 다음으로 발자크의 대표작인 <인간희극>시리즈에 몰두했다."(p13~14)
2004년에 피터 드러커는 "95살"이었다. 명나라 시대의 중국 미술을 공부하는, 세익스피어 전집을 읽고 발자크 희극을 읽는 95살 할아버지. 멋있지 않은가?
택배로 배달된 이 책을 처음 펼쳐 봤을 때,하나 이상한 점이 있었다.
옮긴이 남상진 일본 산노대학 경영정보학부 및 JAIST 정보과학연구과를 졸업.
왜 역자가 일본에서 공부한 사람이지? 혹시 일본어를 번역한건가?
고개를 갸우뚱하며 책을 넘겨 보니, 그제서야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이 책은 니혼게이자이 신문에 연재되었던 27회분의 피터 드러커 기고문을 엮은 책이다. 즉, 일본어로 번역되어 연재되었던 27회분의 기고문이 책으로 엮어져 나왔고, 한국에서는 다시 이 책이 한국어로 번역된거다.
일본 신문에 연재되었다는 것은 일본 독자들을 대상으로 쓴 글이라는 말이다. 그래서...일본 사람들이 읽으면 좋아할만한 얘기들이 참 많다. 피터 드러커 자신이 일본과 얼마나 인연이 깊으며, 일본 친구들과 좋은 관계를 지속해 왔는지 누누이 강조한다.
당연할 수 밖에.... 글도 상품이다. 상품은 "소비자"의 기호에 맞추어 생산된다.
서양인과 일본인을 섞어서 파티를 열었다고 하자.무엇을 하고 있는가를 질문하면 서양사람은 '회계사'라고 대답하고,일본인은 '도요타자동차'라고 대답한다.자기 직업이 아니라 자기가 속한 조직을 이야기하는 것은 조직의 구성원이 가족의식을 지니고 있다는 증거이다.여기에 일본 최대의 강함이 있다."(p178)
공항의 입국심사카드에 "Job"을 쓰는 칸이 있다. 서양인들은 "sales manager", "purchasing manager" 이런 식으로 자기가 하는 일을 쓴다. 한국, 일본 사람들은? 회사 이름을 쓴다. 나도 누가 직업을 물어보면 "무슨 회사에서 일해요." 라고 대답한다.
그런데 이게 "가족의식" 때문일까?
일본은 국가 전체가 하나의 거대한 회사다. 일본 주식회사. 일본 주식회사의 엄청난 조직력이 오늘날 일본을 만들었다. 여기에 일본 최대의 강함이 있을 수도 있겠다. 하지만...여기에 일본 최대의 약점이 있을 수도 있겠다. 개인이 존재하지 않는 나라.
이 책은 가볍게 읽힌다.또 읽는 재미가 쏠쏠하다. 하지만 피터 드러커를 제대로 알기에는 부족한 책이다. <피터 드러커 자서전>을 다시 읽어야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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