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실리 2km
신정원 감독, 임창정 외 출연 / 아인스엠앤엠(구 태원) / 2004년 11월
평점 :
품절


작년 여름 [시실리 2km] 개봉했을 때, 동생이 자기가 본 최고의 코미디라며 꼬~옥 보라고 했다. 동생의 확실한 추천에 꼭 보려고 했었는데 출장 갔다 왔더니 영화가 끝나 버렸었다. (요즘 상영기간이 넘 짧다.슈퍼스타 감사용도 보려 했었는데, 극장에서 3주를 못 버틴 것 같다.)

결국 어제 보게된 [시실리 2km].
우하하하하. 만족, 만족!
확.실.하.게 웃겼다.
이 영화를 보고 어찌 임창정을 사랑하지 않을 수 있을까.

영화를 보면서 참 참신하다고 생각했는데,
신인감독의 데뷔작이라는 것도 영화의 진부하지 않음에 기여한 것 같다.

씨네 21 신정원 감독 인터뷰를 읽어보니
임창정을 형이라고 부르고 있다. (임창정-73년생)
영화 찍으면서 참 재미있었겠다.

이 영화를 극장에서 보지 않아서 장담할 수는 없지만,
사람 마다 웃는 장면이 다를 것 같다.
<달마야 놀자>나 <두사부일체> 처럼 "여기서 웃어!여기야!"하는 확실한 설정이 많지 않다. 좀 헐렁하기도 하고, 배우들의 표정 하나하나가 디따 웃긴다.
특히 58년 개띠로 나오는 해주, 그의 표정은...예술이다.

이 영화의 아쉬운 점이 있다면
영화의 전반부와 후반부가 자연스럽게 이어지지 않는다는 거다.
전반에서 확실하게 웃겨주다가 귀신(임은경)이 등장하면서 쳐진다.
또 하나는 마을 주민들이 너무 평면적이라는거....
아무리 다이아몬드가 좋고 돈이 좋아도 한명쯤은 양심의 가책을 느낀다거나 최소한 망설일만도 한데, 자신들이 뺑소니 쳐 죽인 소녀가 귀신이 되어 나타났는데도 전혀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않고 오히려 "독한 년"이라고 말한다. 조연들의 인물 설정에도 좀더 신경을 썼다면 좋았을 "껄" 하는 아쉬움.

이 영화의 미덕은 당근 "임창정의 매력"이다.
이 남자 진짜 사랑스럽다.
어눌하고 웃기고 귀엽고...
뭐 실제로 봐도 영화 속의 모습과 많이 다를 것 같지 않다.

날도 추운데 만나서 소주나 한잔 마셨으면 좋겠다.
심각한 얘기 하지 말고 농담 따먹기나 하면서...

예전에 한 로바다야끼에서 남희석과 그의 일행이 앉은 옆 테이블에서 술을 마신 적이 있는데, 슬쩍슬쩍 남희석을 훔쳐 보니 웃기기는 커녕 하도 인상을 쓰고 있어서 놀랐던 적이 있다. 뭐 그날 기분 나쁜 일이 있었을 수도 있지만....임창정은 후까시 스타일은 아니겠지? 데이트 하고 싶은 연예인 이런거 조사하면 한표 찍어야쥐.ㅋㅋ


1위 임창정, 2위 싸이, 3위 김주혁.

난 왜 비나 원빈 같은 꽃미남한테 관심이 없을까? ㅋㅋ
날도 춤고, 한동안 몸사리던 소주가 땡긴다.
한동안 산사춘, 백세주를 찾으며 약한 모습을 보였는데,
올 겨울에는 그냥 소주를 마셔야 겠다.

임창정의 <소주 한잔>이나 오랜만에 함 들어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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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샘 2005-01-10 12: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소주, 좋지요. 근데, 다음날 견디기 힘들어요. ^^ (저도 삼십대 초반까진 잘 견뎠는데...) 임창정도 돋보이지만, 스토리가 상당히 탄탄하면서도 긴장감 넘치는 영화였다고 생각합니다. 제목도 멋지고. 時失里 그것도 2km. 까페 이름하기에 그만인 제목인데...

로드무비 2005-01-10 12: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김제동 1위. 2위가 싸이예요.^^

엊그제 비디오가게에 갔더니 이 테이프 두 개 다 나갔더군요.

저도 보려고요.^^

kleinsusun 2005-01-10 14: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이름 멋있죠? 時失里라는 cafe랑 술집 여기저기 보여요.

근데 영화보다 먼저 이 이름을 쓴 cafe들도 있는거 같아요.

시간이 정지한 것 처럼 느껴지는 아주아주 조용한 곳에서 며칠만 있다오고 싶어요.

kleinsusun 2005-01-10 14: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와....로드무비님도 싸이 좋아하세요?

제가 싸이 좋아한다고 하면 "거 참...취향 특이하네"이런 말 많이 들었는데...넘넘 반가워요. 시실리 2km가 인기라 비디오가 잘 없드라구요.예약하세요.찜찜!

야클 2005-01-10 15: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한텐 관심이 없겠군요.꽃미남이니.... 엥? 후다다닥 =) =) =) =)

kleinsusun 2005-01-10 15: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하하하하.야클님 외모는 진주귀고리 야옹이 같은 귀여운 스타일 아니예요? ㅋㅋ
 
아는 여자 (2disc) - 할인행사
장진 감독, 이나영 외 출연 / 아트서비스 / 200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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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보, 사랑이 뭐라고 생각해? "
" 우리집도 컴퓨터도 사고, 인터넷도 좀 깔고, 신문도 좀 보고 했으면 좋겠네..."
" 그런거 안 봐도 사랑이 뭔지 알쟎아. 사랑이 뭐라고 생각해? "

<아는 여자>를 보고 이 대사를 기억하는 사람은 별로 없을 거다.

왜냐?
주인공들이 한 얘기도 아니고.
잠깐 등장하는 도둑과 도둑 부인이 나누는 얘기다.

주인공 동치승(정재영)에게서 사랑 타령을 들은
도둑은 잠을 자다가 부인에게 묻는다.

" 여보, 사랑이 뭐라고 생각해?"
부인은 심드렁하게 대답한다.

맨날 사랑,사랑, 사랑 타령을 하지만,
사랑이 뭐냐고 물었을 때 쉽게 대답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아는 여자>.
참 엉뚱하고 재미있다.

이 영화는 작품의 전체 concept을
"엉뚱함"으로 맞춘 듯 하다.
영화의 처음부터 끝까지, 시종일관 흐르는 "엉뚱함".

유쾌하다.

영화의 첫장면에서 동치승(정재영)은 여자친구와 손을 잡고 새벽 숲길을 걷는다. 아름다운 화면에 흐르는 동치승의 독백.

" 사랑하는 사람의 손을 잡고 새벽 숲을 걸어 보지 않는 사람은 사랑의 위대함을 모를 것이다."

그 독백이 끝나자 마자,
동치승의 여자 친구는 말한다.

" 우리 그만 만나자."

방금 전 사랑의 위대함을 감동에 차 얘기했던 동치승은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허공을 가로지르는 2단 발차기를 한다.

" 그 얘기 하려고 사람 여기까지 나오라고 했냐? "
" 그래, 헤어지자. 이 옷 달라고 입고 나오라고 했냐? (쟈켓을 벗어 던지며) 이런 옷 입는 사람이 요즘 어디있냐?"
" 그래, 갈테면 가라."

그 장면은....
동치승이 난리치는 그 코미디 같은 장면은 동치승의 상상이었다.

곧 동치승은 말한다.
" 그래.... 네 생각이 그렇다면..... 잘 지내...."

이 장면을 보며 생각했다.
이별할 때,
실제로 많은 남자들이 동치승 같겠지?
웃으면서 행복하라고 말해 주지만,
머릿 속에는 2단 발차기를 하며 욕을 해 주고 싶은 마음,
배신감과 분노로 가득하겠지?

정재영과 이나영의 어늘한 말투,
장진의 엉뚱하고 어눌한 시나리오,
그냥 사랑 한 번 해보면 될 것을
사랑은 커녕 아는 여자 하나 제대로 없으면서
맨날 사랑이 뭔지 묻고 묻고 또 묻고 고민하는 주인공 동치승.

진.짜.... 웃긴다.

이 영화에서 잊을 수 없는 또 다른 장면.

돌팔이 의사의 오진에 거기서 더 넘겨 짚은 동치승의 오버로
동치승은 자신이 시한부라고 믿게된다. 남은 시간은 3개월.

동치승은 한이연(이나영)에게 묻는다.

동치승 : 만약 세달만 살 수 있다면 뭘 할꺼예요?
한이연 : 세달요? ...... 꼭 세달을 더 살아야 해요?
그냥 지금 죽으면 안되구요?
동치승: (독백) 그렇다.
제일 힘든 건 죽음을 기다리는 일이다.

자살을 결심한 동치승은
비장한 각오로 마라톤 대회에 참가한다.
동치승은 비장한 표정으로 달리며 독백한다.

" 오늘 나는 삶을 마감한다."

다음 장면.
한이연(이나영)이 김치냉장고를 보며 좋아하고 있다.

동치승(정재영)의 이어지는 독백.
" 5등 상품은 김치냉장고였다."

우하하하.
난 이런 엉뚱하고 웃음이 터지는 영화가 좋다.

남자 감독이 만든 영화에서
남자 주인공이 사랑 타령을 하는 설정도 좋다.

그런데....
사랑이 뭐지?
집착, 미련,타성,외로울 때 느끼는 허기....
이런 감정들과 구별되는 사랑이란 뭐지?

다행이다.
이런거 사람들이 잘 모르니까,
그렇게 재탕 삼탕하는데도 여전히 사랑이 주제인 영화,소설을 좋아하니까,
영화 감독들도, 배우들도, 소설가들도
굶지 않고 산다.

앞으로 나도...
많이 쓸 수 있다. 쭈~욱.

그런데...
진짜 사랑이 뭐지?

연애를 많이 해봤다고 해서,
사랑을 제대로 해 봤다고 말할 수 있을까?

수선이의 도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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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양연화(花樣年華) - [할인행사]
왕가위 감독, 양조위 외 출연 / 드림믹스 (다음미디어) / 200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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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양연화> 이후로 4년만에 그 유명한 왕가위가 <2046>을 들고 나타났다.

<화양연화>를 열렬히 사랑했던 만큼,
그 처절한 느림의 미학에 흐느꼈던 만큼,
<2046> 개봉을 기다리며
코아 아트홀에서 <화양연화> 특별상영까지 보며,
왕가위의 새로운 작품 <2046>을 영접하는 정성 어린 마음의 자세를 갖추었다.

개봉관에서의 마지막 상영일인 오늘,
드디어 <2046>을 봤다.
그리고 실망했다.

소설 제목이 생각난다.
<나는 결혼했다 섹스했다 그리고 절망했다>

<2046>을 오랫동안 기다렸다.
<2046>을 봤다.
그리고 절망했다.

영화를 보고 나오면서 생각했다.
아마도 이 영화가 내겐 왕가위의 마지막 영화가 되겠구나.

하나 궁금한 게 있다.
영화평론가나 기자들은 거물들의 작품은 살살 건드려야 하나?
거물들의 영화 보고 건방진 평 쓰면 다신 기사 못 쓰나?

한국 최고의 영화잡지,씨네 21 리뷰의 제목.
<왕가위의 화려하고 비장한 ‘오페라’>

이 리뷰를 쓴 기자에게 묻고 싶다.
무명 감독이 만든 영화였다면 제목을 어떻게 쓸래?
아마 이렇게 쓰지 않았을까?
<화양연화를 말아 먹는 후일담>.

영화를 보고 이렇게 짜증이 난건,
<2002 로스트 메모리즈>를 보고 처음이다.
물론 영화는 개인적인 취향이니,
<2046>에 대한 나의 불쾌함은 철저하게 사적이고 개별적인 반응이다.

<2046>을 보고 감동했다는 사람도 많고,
왕가위 스타일의 결정체라고 하는 사람들도 있다.

영화가 끝났을 때,
내 옆에서 영화를 본 여자 두 명이 용감하게도 크게 말했다.
" 짜증나."

아....그 말 내가 먼저 하고 싶었는데...

장이모의 <연인>,
왕가위의 <2046>,
모두 자신의 스타일에 너무도 집착한 안이한 결과의 산물이다.

장이모와 왕가위,
두 거물의 작품을 연달아 보면서
늙는 것에 대한 두려움을 느낀다.

늙을수록 저렇게 고집만 세지면 어쩌나....
자신의 스타일만 고집하면 어쩌나....
귀를 틀어 막고, 고개를 돌리지 않고, 스스로의 세계에만 침잠해 있으면 어쩌나....
나중에 할머니가 되어서 잘 안 들리면 보청기라도 끼어야겠다.

<2046>을 보고 과하다 싶을 정도로 불쾌한 감정을 느끼는 건,
숨막힐 것 같은 왕가위의 과도한 스타일 집착증 때문만이 아니다.

영화 속 주인공 차우(양조위)의 사랑에 대한 이중적인 태도에 역겨움을 느낀다.

잊지 못하는 단 한 사람,
기억 속의 단 한 사람,
그 사람을 잊지 못해
캄보디아, 싱가폴, 홍콩을 헤매고 다니며 온갖 방황을 다한다.
<화양연화>에서 답답할 정도로 고지식했던 차우는
아주 위악적이고 섹스를 밝히는 인간으로 변신한다.

다 좋다.
사랑하는 사람 못 잊으면,
이 세상 견딜 수 없을 만큼 무료하고 답답하면 그럴 수도 있다.
인간 하나 망가지는 것 처럼 쉬운 일도 또 없다.

내가 화나는 건,
'오직 하나의 사랑'을 부르짖는 주인공들의 이중적인 태도이다.


이 세상의 모든 살아있는 생명체들은
상처를 받으면 아파한다.
그 누구라도,
어떤 작은 식물 하나라도....

주인공 차우.
그의 아픔을 이해한다.
망가지고자 하는,
사랑을 믿지 않고자 하는,
기억 속에 침잠하고자 하는
다른 대상과 타협할 수 없는 그를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런데....
왜 다른 존재에게 그토록 고통을 주는가?

영화 속 주인공 차우의 사랑에 대한 이중적 잣대는 이 세상 어디에나 널부러져 있다.

자신이 사랑하는 여자에게는 비굴할 만큼 사랑을 구걸하고,
그 여자를 잊지 못해 기억 속에 침잠하고,
자신을 망가뜨리며 시간의 흐름에 묻혀 버리려 하고....

그렇게 힘들고 고통스러우면
다른 사람도 자기 떄문에 그토록 아플 수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하는거 아닐까?

자신이 사랑하는 여자한테는 말 한마디 제대로 못하면서,
섹스의 대상인 여자에게는 철저하게 잔인한 남자.

자신이 사랑하는 여자에게는 이 세상에서 가장 순하고 헌신적인 남자가 되어서 울고불고 난리를 치면서,
외로움을 잊기 위해 만나는 섹스의 대상에게는 철저하게 냉정한 남자. 마음만은 빌려주지 못한다며 큰소리 치는 남자.

정말이지 역겹다.


영화 속 바이링(장쯔이)에게 차우는 철저하게 냉정하다.
그리고 잔인하다.

바이링이 자신을 얼마나 사랑하는지 알면서,
하룻밤만 같이 있어 달라는 바이링에게
이 세상에 빌려 줄 수 없는 게 단 한가지 있는데,
그것이 마음이라며,
혼자서 눈물 흘리는 바이링을 홀로 남겨두고
뒤도 돌아 보지 않고 계단을 내려간다.

차우가 고통스러운 만큼,
바이링도 고통스럽다.
오랜 세월 동안....

이 세상에 단 하나 빌려줄 수 없는 게 마음이고,
그렇게 한 사람에 대한 순정으로 가득 찼으면
바이링이랑 매일 밤 섹스는 왜 그렇게 미친듯이 하는지?

사랑하는 여자와 즐기는 여자가 따로 있는 것에 죄책감을 전혀 느끼지 못하는
차우의 뻔뻔함.
그러면서 "유일한 사랑"을 부르짖는 그 위선적인 태도.
이토록 이기적인 자세가 '순애보'로 미화될 수 있을까?


차우는 영화 속에만 존재하는 남자가 아니다.

남자들이 흔히 하는 착각.

저 여자는 원래 노는 여자니까 나랑 좀 논다고 해서 별 다른 생각 안 하겠지...
그 여자는 그냥 같이 즐겼던 여자일 뿐이야...등등

애완동물에게도 감정이 있다.
주인이 자신을 버리면 밥도 먹지 않는다.
심지어 식물에게도 감정이 있다.
애정을 받지 못하면 금방 시들어 버린다.
하물며 사람에게....

숭고한 사랑의 대상과
즐거움을 위한 섹스의 대상을 구분해 놓고
섹스의 대상에게 감정을 버리라고 요구하는 남자.


자신의 고통은 너무 아파서 술 마시고 노름하고 난리를 치면서,
자신을 사랑하는 섹스의 대상에게는
마음을 줄 수 없다고 큰 소리 치는 남자.

이런 이중적인 자세가,
당당하기까지 한 그 이중적인 자세가
참을 수 없게 역겹다.

그래서 나는....
<2046>을 보고 한없이 실망했다.

왕가위도 사랑에 관한 이중적 잣대를 가진 남자 아닐까?

수선이의 도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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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드무비 2004-11-05 10: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고 시원해라!^^

릴케 현상 2004-11-11 15: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영화는 안 봤지만 수선님의 얘기에 동감이 가는 바가 많네요.

바다를찾아서 2006-06-27 21: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화양연화 너무 좋아하는데 .. ^^
 
4월 이야기 (CD + DVD) - [초특가판], Movie & Classic, Antonio Vivaldi - The Four Seasons / Concerto Grosso D minor
이와이 슈운지 감독, 마츠 다카코 외 출연 / (주)다우리 엔터테인먼트 / 200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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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에 DVD로 이와이 슌지의 <4월 이야기>(四月物語 / April Story, 1998)를 봤다.

그 유명한 이와이 슌지가 감독도 하고, 시나리오도 쓰고, 제작도 했다.

이와이 슌지.
<러브 레터>로 한국을 강타했던,
일본어라고는 "아리가또"랑 "스미마셍" 밖에 몰랐던 수많은 사람들에게 " 오 겡끼 데스까?" 이 한 마디를 더 알게한 이와이 슌지.

내가 본 이와지 슌지의 두번째 영화다.
왜 이 옛날 영화를 봤냐구?

요즘 내가 일본어에 미쳐있기 때문이다.
정말 미치도록 재미있다.
이렇게 재미있는걸 왜 진작 배우지 않았을까?

그래서 영화를 하나 봐도,
노래를 하나 들어도,
일본 영화, 영화 노래를 고르게 된다.

일본어가 너무 재미있어서....

<4월 이야기>를 보면서 이런 생각을 했다.
요즘에도 주인공 같은 여자애들이 있을까?
특히 일본에....?

<4월 이야기>의 줄거리는 정말 단순하다.

고등학교 때 선배를 짝사랑했던 수줍은 여자애가
그 선배가 보고 싶어서 훗카이도에서 도꾜까지 대학을 간다.
그리고 그 선배가 아르바이트하는 학교 옆 서점에 매일매일 간다.
매일매일 책을 사러 간 끝에.....
드디어 그 선배는 여자애를 알아본다.
"혹시....OO 고등학교?"
여자애는 너무도 기다려온 대답을 한다.
"네...."

그리고 둘이 사귀냐구?
앞으로 사귈것이라는 암시가 전해진다.
하지만 단지 암시일뿐...

마지막 장면에서 여자애가 선배가 빌려준 우산을 쓰고,
쏟아지는 빗속에서 미소지으며 혼잣말을 할 뿐이다.
"이건 기적이야. 사랑의 기적!"

여기서 끝.... The End.

이 영화 재미있게 봤다.
일본 대학이 나와서 재미있었다.
아....일본 캠퍼스는 저렇구나....학교식당 메뉴가 저렇구나...
동아리 선배들이 하는 짓은 한국하고 똑같구나...
한국에서는 제주도에서 서울 온 애 안 놀리는데,
일본에서는 훗카이도에서 도꾜 온 애 억수로 놀리는구나....등등.

그런데....
요즘에도 이런 순정 만화같은 사랑을 하는 여자애가 있을까 싶었다. 그것도 일본에서.... 그래서 좀 서글펐다.

시부야에서 활개를 치고 다니는 고딩 여자애들이 눈에 아른거리면서.... 왜 한겨울에 맨다리에 망사 스타킹을 신고 똥꾸 치마에 부츠를 신는지.... 시부야 109에서 에스컬레이터를 탄 수많은 고딩들.
거의 모두가 엇비슷한 복장을 하고 있다. 겨울이라고 오리털 파카라도 입으면 큰일 날 것 같다.
(출장 갔을 때 시부야가 도대체 어떤 곳인지 궁금해서 시부야 109에 갔다가,정장입고 에스컬레이터를 탔다. 참....민망했다.)

일본 고딩들은 이 영화를 재미있게 봤을까?
보면서 피식 웃지는 않았을까?
훗카이도에서 도꾜까지 따라가서 말 한마디 먼저 못꺼내는 주인공의 심정을 이해할 수 있었을까?

이와이 슌지를 잘 모르지만, 아니 <러브레터> 만든 감독이라는 것 밖에 아는거 없지만,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와이 슌지는 혼잡한 세상에 너무 지친게 아닐까?

그래서 몇년 전 죽은 남자 친구를 못 잊어
깊은 산 속의 눈밭에서 "오 겡끼 데스까?"를 외치고,
말 한마디 못해본 선배를 만나러 도꾜까지 가서 사랑의 기적을 만나는 순정만화형 영화를 만드는게 아닐까?

<러브레터> 보고는 많이 울었었는데,
<4월 이야기>는 사실 좀 실망했다.

구성도 너무 단순하고,
스토리나 배경, 배우의 이미지 그 모든 것에서 "순수함"을 느낄 것을 관객들에게 강요하는 것 같다.

감독에게 물어 보고 싶은 말이 있다.
요즘에도....이런 애들 진짜 있나요? 혼또?

수선이의 도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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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설 2008-04-28 10: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러브레터 보고 나까야마 미호짱의 고 깜직한 커트머리에 반해서 비됴가게 가서 '러브레터'류의 일본영화 더 없냐며 채근하곤 했었는데..ㅋㅋㅋ 러브레터는 처음엔 신선했으나 몇번보니 시들시들~~ 무엇보다 여주인공의 수동적이면서 내숭시런 자세가
환장하게 답답해 부러요.^^

4월이야기는 막상 그렇게 뭔가를 암시하기'만' 하고 허무하게 끝나 셥셥했지만
여운이 있더군요.^^ 그 뒤의 이야기를 내 마음대로 마구 상상할수 있는 자유도 주고요.

그리고 비포선라잇선셋 묶음처럼 다음이야기를 영화로 만들어도 되고요.
슌지감독아니라도 다른 누군가가....

4월....에 나오는 주인공 츠자같은 여성은 아마 이와이 슌지 감독의 로망이 아닐까요?
그 나이때 늠자들이 청춘을 보낼때 선망하던 타입이 아닐런지...
저는 마흔줄에 합류해서 그런지 무언가를 시작하는
그 봄과 그 청춘이 좋고 부러웠습니다.

아아, 내게도 한번더 청춘이 와준다면....꺼이꺼이..

청춘의 풋풋함을 상징하는 듯한 봄들판의 신록이며, 장대비, 벛꽃등도
아짐의 가심에 불을 질러...ㅋㅋ

그리고 무엇보다 일본어에 관심이 있다보니 주인공들의 대사가 너무 맛있었습니다.
마츠다까꼬와 선배의 목소리에서 풍겨지던 풋풋한 어감, 소리의 색조등이 띵호아~~

'셈빠이, 이마모 반도 얏떼마스까?'를 시작으로 주인공은 작업에 들어가지요.ㅋㅋ







모모모구구 2010-10-21 14: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와이 슌지의 다른 영화들을 살펴보면 어두운 영화도 더러 있습니다. 제가 가장 좋아하는 <피크닉>이나 그의 초기작 <프라이드 드래곤 피쉬>, 그리고 '돈'을 소재로 한 영화 ,<스왈로우테일 버터플라이>, 왕따를 소재로 한 <릴리슈슈의 모든 것>이 그렇죠.
많은 사람들이 그의 대표작을 <러브레터>로 뽑지만, 몇몇 사람들은 <릴리슈슈의 모든 것> 혹은 <스왈로우테일 버터플라이>를 뽑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와이 슌지 세계에 좀 더 빠져 묘한 느낌을 경험해보셨으면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