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미니즘의 검은 오해들 - 가부장제, 젠더, 그리고 공감의 역설
김미덕 지음 / 현실문화 / 201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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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주의 페미니즘(liberal feminism)은 남녀 불평등의 원인을 가부장적 섹슈얼리티에서 찾는다. 가부장적 섹슈얼리티는 남성은 능동적이고 여성은 수동적인 관계 속에서 이루어진다. 저항할 능력이 없어 보이는 나약한 모습이 여성의 성적 매력이며, 지배적으로 보이는 것이 남성의 매력이라는 점. 그것은 섹슈얼리티가 바로 가부장적 권력관계 속에서 구성된 것임을 말해준다. 사랑의 이름으로 낭만화하는 성적 실천이 여성과 남성의 불평등한 권력관계를 자연스러운 것으로 여기게 만드는 기본 토대가 된다. 그래서 자유주의 페미니스트들은 권력의 불평등한 분배가 이루어지는 섹슈얼리티를 분석의 중심에 놓음으로써, 포착되지 않던 불의와 억압의 존재를 가시화(visibility)한다. 

페미니즘은 사회의 모순을 바로잡기 위한 시도에서 출발했다. 초기의 페미니즘 운동은 자유주의 페미니즘이었다. 여성에게 불리한 사회적 제도라든가 남성의 여성에 대한 억압을 반대하고 상호보완적 관계를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으로 시작되었다. 그래서 자유주의 페미니즘은 오랫동안 주류 페미니즘으로 굳건히 자리를 지켰다. 그렇지만 시대가 변하면서 점차 페미니즘 운동이 전개되면서 단순히 여성 지위 향상이란 수준에 머무르지 않게 된다. 과거에도 그렇고, 지금까지 ‘페미니즘’이란 이름은 서구 중심 시각의 자유주의 페미니즘의 의제일 뿐이다. 흑인 · 유색인종 페미니스트들은 자유주의 페미니즘이 인종적 · 계급적 평등에 대한 관심을 소홀히 한다고 비판한다. 그리고 백인 · 중산계층 · 서구 중심적 시각으로 동질화한 페미니즘은 서구 밖으로 발전된 다양한 페미니즘을 받아들이지 못한다.

《페미니스트의 검은 오해들》은 작년 페미니즘 도서 출판 열풍에 맞춰 나왔음에도 독자들의 열렬한 관심을 받지 못했다. 이 책은 오늘날 지역 · 국가 · 인종 · 사회적 경계를 넘은 세계질서의 재편 과정에서 새롭게 제기되는 자유주의 페미니즘의 문제점을 소개한다. 사실 우리나라의 페미니즘은 자유주의 페미니즘을 너무 늦게 수출한 것이다. 얼마나 늦었냐면 자유주의 페미니즘의 한계를 둘러싼 논쟁이 본격적으로 급부상하기 시작한 시기가 1960년대부터였기 때문이다. 1960년대 이후부터 비서구 유색인종 페미니스트들을 중심으로 한 제3세계 페미니즘, 급진적 페미니즘, 사회주의 페미니즘, 에코 페미니즘 등이 등장했다. 우리나라는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 제3세계 페미니즘, 사회주의 페미니즘이 점차 소개되기 시작했지만, 여전히 대중들에게는 생소한 사상이다. 《페미니스트의 검은 오해들》을 쓴 김미덕이 자유주의 페미니즘을 비판하기 위해 사용한 관점의 틀은 제3세계 페미니즘이다. 

김미덕은 자유주의 페미니즘을 그대로 수용한 우리 사회의 페미니즘이 여성의 권익이라는 다소 제한된 측면에 집중되어 있다고 지적한다. 그렇다 보니 자유주의 페미니스트들은 여성이 겪는 피억압을 강조하기 위해 성차별 문제를 폭로하고, 이를 전제로 남성에게 호소한다. 사실 작년에 독자들에게 많은 관심을 받고, 베스트셀러 순위에 오른 페미니즘 도서 대부분은 이러한 전략을 구사한다. 가장 대표적인 책으로는 여성이 일상적으로 겪는 성폭력과 성차별을 만화로 적나라하게 묘사한 《악어 프로젝트》(푸른지식, 2016년)와 여성 혐오의 심각성을 깨닫지 못하는 남자들의 심리를 분석한 《맨 박스(Man Box》(한빛비즈, 2016년)가 있다. 《맨 박스》처럼 페미니즘 관점에서 남성을 비판하고, 남성의 반성을 유도하는 형식으로 쓴 책이 오찬호의 《그 남자는 왜 이상해졌을까?》다. 《악어 프로젝트》같은 경우, 실제로 프랑스에 출간 당시 논란이 많았는데 남성을 여성의 삶을 침해하고, 공격하는 포식자로 묘사했기 때문이다. 《악어 프로젝트》의 저자는 남자를 악어로 묘사함으로써 여성의 관점을 이해할 수 있도록 과감하게 설정했다고 밝혔다. 이 책에서 악어로 묘사된 어떤 남성은 그동안 살면서 인식하지 못했던 여성 혐오와 성차별의 위험성을 이해하는 순간, 악어가죽을 벗는다. 그런 의미에서 저자가 남성을 악어로 묘사한 궁극적인 목표가 성별 간 대립이 아닌 이해와 화합이다.

그런데 김미덕은 주류 페미니스트들이 페미니즘의 중요성을 알리기 위해 오랫동안 사용한 폭로 및 공감 유도 전략에 한계가 있다고 지적한다. 그녀는 대학교에서 남녀 학생들에게 여성학을 가르치면서 겪은 경험과 남녀 학생들이 솔직하게 밝힌 페미니즘에 대한 생각 등을 소개하면서 ‘남성은 가해자이고 여성은 피해자’라는 이분법적 설정에서 비롯된 한계를 보여준다. 이러한 설정으로 남성들에게 페미니즘을 가르치면, 일부 남성들이 페미니즘의 문제의식에 공감하지 못한다. 남성들이 여성 차별의 심각성을 인식하여 페미니즘을 수용한다고 해도 단순한 공감에 그친다면 남성은 성차별과 가부장제에 얽힌 자신의 삶을 성찰하지 못하거나 실제로 일어난 현실적인 문제를 회피한다. 

여성의 입장을 이해하고, 공감대가 형성했다고 해서 우리 사회가 페미니즘을 받아들일 수 있는 통로가 조금씩 열렸다고 환영하기에는 이르다. 눈에 보이는 공감이 전부가 아니다. 페미니즘이 만들어낸 긍정적인 신기루만 바라보면, 인종 · 민족 · 계급 등 다양한 변수들이 얽힌 성 차별 및 성 불평등 문제를 보지 못한다. 김미덕은 페미니즘이 사회 정의 구현과 인권 문제에 한 발짝 더 나아가려면 공감과 역지사지(易地思之)보다는 ‘탈동일시(Disidentification)’ 작업을 제안한다. 탈동일시는 자신의 정체성에 깊은 영향을 주는 사회에 대해서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는 것을 의미한다. 자신과 동일시된 감정이나 생각에서 분리되면 타인의 입장을 이해하는 동시에 자신의 문제점을 인식할 수 있다. 

《페미니스트의 검은 오해들》은 젠더 문제만을 접근하는 현재의 페미니즘의 한계를 바라보고, 그 문제 해결을 모색하려고 시도한다. 우리나라 페미니스트들이 이 한계를 바라보지 못하면, 국제적인 흐름에 따라가지 못하는 ‘우물 안 개구리’가 된다. 오늘날의 페미니즘은 혼합성과 다양성을 지니고 있다. 그러므로 다양한 페미니즘들을 필요에 따라 적절히 동원할 필요가 있다. 우리 독자들이 지속적이고 조직적인 연대가 형성될 수 있도록 동참하려면 다양한 페미니즘들을 공부하는 것뿐만 아니라 끊임없는 자기 성찰을 통해 내부에 존재하는 억압의 문제를 인식하고 스스로 변화해야 한다. 


※ 글 제목은 이정서의 소설 《당신들의 감동을 위험하다》를 패러디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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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1-06 00:44   URL
비밀 댓글입니다.

cyrus 2017-01-06 08:29   좋아요 1 | URL
페미니즘을 부정하는 사람들은 페미니즘을 비판하는 것과 페미니즘을 혐오하는 것을 혼동합니다. 페미니즘의 영향력을 떨어뜨리려고 전자의 입장을 후자의 입장으로 둔갑시켜서 왜곡합니다.

기억의집 2017-01-06 00:4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작년에 그렇게 페미니즘이 우리들 틈새속으로 들어왔음에도 불구하고 씁쓸한 게 박근혜가 정권을 쥐고 그녀를 조종한 사람이 최순실이었다는 것입니다. 박-최 게이트 사건 보면 남자들이 저 두 여자들에게 꼼짝 못할 정도로 벌벌 떨었다는 우리 모두는 알고 있잖아요. 남자도 아닌 여자에게 우리 사회가 얼마나 억압당하고 벌벌 떨었는지. 전 박근혜가 국회의원들이나 공직자들 모아 놓고 수 틀리면 째려보고 입 다문 모습이 생생하게 기억해요. 그 모습 보면서 남자들의 심리가 뭘까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 사람들 모두 철저히 가부장제 사회속에서 그렇게 길들여진 남자들인데 왜 박에겐 저랗게 벌벌 떨까? 박이 진정 페미니즘의 구현인가? 하는 우습잖은 생각도 들더라구요.

제가 울 아들 가만히 관찰해보면 본인이 속한 작은 사회(학교)에서 자기 또래애들한테 배우더라구요. 울 아들은 제가 페미니즘을 말해도 페미니즘에 대한 시각이 닫혀 있다는 것을 느낍니다. 또래 친구들의 영향이 큰 거 같아요. 우리 교육이 입시 위주가 아닌 고등학교때부터 끊임없이 어떤 사안 그게 페미니즘이든 아니면 정치적이든지간에 성찰하는 법을 배워야하는데 그런 교육과정을 거치지 않고 상인이 되다보니 가부장제에 대한 뿌리 깊은 이데올로기가 남아 있는 것 같더라구요.

cyrus 2017-01-06 08:56   좋아요 1 | URL
여자들만 구성된 사회조직도 가부장제에 영향을 받을 수 있고, 그로 인해 조직 내에서 위계 질서, 차별이 생깁니다. 과거 페미니즘은 가부장제의 문제점을 근거로 남성을 비판했지만, 이제는 가부장제가 여성에게 미치는 영향도 비판해야 합니다. 박근혜가 공직자들의 비판적 의견을 받아들이지 못한 이유 중 하나가 그녀도 가부장제 문화에 길들였기 때문입니다. 남자도 여자도 가부장제 문화에 길들여지면 권위적인 태도를 드러냅니다. 생각보다 일상 속에 가부장제의 잔재가 많이 남아 있습니다. 이 문제점을 짚어줘야하는 일이 페미니즘의 역할인데 청소년들은 입시 위주의 교육 때문에 페미니즘을 배우지 못합니다.

블랑코 2017-01-06 05: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잘 읽고 많이 배우고 갑니다. 역시 공부를 해야겠어요.

cyrus 2017-01-06 08:59   좋아요 0 | URL
이 책을 읽으면서 제가 그동안 페미니즘을 너무 단순하게 공부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다양한 페미니즘들을 공부하면서 시야를 넓혀야겠습니다.

마립간 2017-01-06 09:1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사실이나 진리에는 인기있는 것이 있고, 인기 없는 것이 있는데, cyrus 님의 글만 읽어도 《페미니스트의 검은 오해들》가 인기 없는 이유가 그냥 느껴지네요.

cyrus 2017-01-06 17:33   좋아요 0 | URL
ㅎㅎㅎ 제 글이 전체적으로 무미건조해서 책이 재미없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사실 이 책에 수록된 글들은 학술지에 실렸던 것입니다. ^^;;

2017-01-06 17:27   URL
비밀 댓글입니다.

마립간 2017-01-12 21:48   좋아요 0 | URL
170106 17:27 투명인간 님

제 댓글에 대한 댓글로 생각하여 말씀드리면 위 책이 《잘못된 길》의 인기 없음과 비슷하다고 생각했다는 뜻입니다.
 

 

 

 

1953년부터 1994년까지 전국 영화관에 가면 무료로 보는 ‘그것’이 있었다. 그것이 바로 ‘대한늬우스’이다. 유신 시절 영화관에 가면 누구나 애국가를 들었다. 본 영화가 시작되기 전, 삼천리금수강산의 영상이 펼쳐지면서 애국가가 울리면 관객들은 암흑 속에서 일어나 차렷 자세로 경의를 표했다. 그리곤 울며 겨자 먹기로 보아야 했던 영상이 ‘대한늬우스’였다.

 

 

 

 

 

 

 

 

 

 

 

 

 

 

 

 

 

 

 

 

영화가 시작하기 전에 우리는

일제히 일어나 애국가를 경청한다

삼천리 화려 강산의

을숙도에서 일정한 군을 이루며

갈대 숲을 이룩하는 흰 세떼들이

자기들끼리 끼룩거리면서

자기들끼리 낄낄대면서

일렬 이렬 삼렬 횡대로 자기들의 세상을

이 세상에서 떼어 메고

이 세상 밖 어디론가 날아간다

(중략)

우리의 대열을 이루며

한세상 떼어 내고

이 세상 밖 어디론가 날아갔으면

하는데 대한 사람 대한으로

길이 보전하세로

각각 자기 자리에 앉는다

주저앉는다

 

(황지우 『새들도 세상을 뜨는구나』, 동명 시집 37쪽)

 

 

황지우는 이 시를 통해 군사문화의 외면적 강압을 비판했다. 시에서 언급된 ‘이 세상’은 많은 문제를 내포한 사회였다. ‘대한늬우스’는 노골적인 국정 홍보물이었다. 정부의 시각으로 제작했기 때문에 중립성이나 객관성 측면에서 문제가 많았다. 정권유지를 위한 홍보물이라는 비판을 받아오다 1994년 12월 31일 2040호를 끝으로 폐지됐다. 강압과 침해의 의미로 남게 된 추억이 2009년에 한 번 부활한 적이 있었다. 문체부가 제작한 ‘대한늬우스-4대강 살리기 편’이였다. 비록 상영기간이 한 달에 불과했지만, 1970년대의 시계로 거꾸로 돌린 문체부의 행보는 유신 시대에 있을 법한 일이다. 영화를 보는 것은 문화를 향유하는 행위다. 개인의 일상에까지 권력에 의한 획일적인 강요가 침투해 있다면 문화는 척박해질 수밖에 없다.

 

"나는 내가 쓴 시를 두 번 다시 보기 싫다. 혐오감이 난다."

 

황 시인은 자신의 처녀 시집 《새들도 세상을 뜨는구나》의 출간을 부끄러워했다. 그는 이 시집의 ‘자서(自序)’ 첫머리에 시를 두 번 다시 보고 싶지 않다고 썼다. 사실 그의 시집을 읽으면 인간적으로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억압과 부패, 그리고 비(非) 윤리가 가득했던 시절을 간접적으로 느낄 수 있다. ‘새들조차 세상을 뜨고 싶을’ 정도로 숨 막혔던 그때 그 시절의 아픔을 느껴본 시인과 독자들은 이 시집을 다시 들춰보기가 껄끄러울 것이다. 그런데 유신 시대가 종언을 고한 지금은 그때보다 더 미개해지고, 더 야만적이다. 지금의 세상이 황 시인의 시보다 더 혐오감이 난다.

 

행정자치부가 올해부터 새로운 국민의례 방식을 제정했다고 한다. 공식 행사에서 순국선열, 호국영령을 위한 묵념을 하도록 권고했다. 세월호 사고 희생자들은 국가가 지정한 묵념 대상자에서 제외됐다. 그뿐만 아니라 5.18 민주 항쟁 희생자, 제주 4.3 희생자들도 묵념 대상자가 되지 못했다. (참고 기사 : [정부, 국민의례 때 ‘세월호, 5·18 묵념 금지’ 못 박아] 한겨레, 2017년 1월 5일 자) 국가가 국론 분열을 막는다는 명분으로 묵념과 추도를 통제하는 상황. 우리가 탄핵 결과 그리고 최순실, 정유라에 주목하고 있을 동안에 정부는 조용히 역사의 시곗바늘을 유신 시대로 돌리고 있다.

 

나는 유신 시대와 유사한 상황으로 되돌리려는 정부의 행보에 거부한다. 국민의 취향과 마음조차 통제하고, 하다 하다 이제 희생자를 애도할 자유마저 빼앗으려고 한다. 시계가 거꾸로 돌아도 한참 돌았다. 인간의 고통 앞에 중립이 없다는 교황의 말처럼 인간에 대한 애도를 표하는 행위에도 중립이 없다. 자유라는 단어의 의미가 민망해지는 요즘, 《새들도 세상을 뜨는구나》는 여전히 유효하다. 시집을 두 번 다시 보기 싫더라도 84쪽은 절대로 잊어선 안 된다. 거기에 묵념할 자유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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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온탕아 2017-01-05 14: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전히 유효한 시 맞네요. ^^

cyrus 2017-01-05 18:09   좋아요 0 | URL
오늘 한겨레 기사를 보고, 오랜만에 황지우 시집을 들춰봤습니다. ^^

yureka01 2017-01-05 14: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릴 때 영화 한 편 보는데도 애국가가 흘러 나왔던 기억납니다.
독재적일수록 애국심은 강요되고.
민주적일수록 애국심이 우러나죠.

cyrus 2017-01-05 18:12   좋아요 0 | URL
제가 극장을 처음으로 갔던 해가 2001년입니다. 대한 늬우스가 나오던 극장 내부의 풍경이 어떤지 실감이 나지 않습니다. 그렇지만 암울했던 역사를 보게 되니까 그때 그 분위기를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유신시대를 그리워하는 사람들은 대한늬우스를 좋은 추억으로 생각할 겁니다.

나와같다면 2017-01-05 14: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정권은 세월호 희생자. 5.18민주 항쟁 희생자. 제주 4.3 희생자들에 대해 추도할 염치가 없습니다

5.18 광주민중항쟁 30주년 기념식에서 ‘임을 위한 행진곡‘ 대신 방아타령을 불렀던 MB정권의 천박함을 기억합니다

cyrus 2017-01-05 18:15   좋아요 0 | URL
정부는 순국선열들을 진심으로 애도하지 않았습니다. 그들이 국민들에게 애도할 자유를 제한할 자격이 없습니다.

캐모마일 2017-01-05 14: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지막 말씀이 요근래 읽은 글 중에 제일 인상에 남네요.

cyrus 2017-01-05 18:17   좋아요 0 | URL
황지우 시집의 84쪽에 보면 묵념을 할 수 있습니다. 시 제목이 ‘묵념, 5분 27초‘입니다. 광주 항쟁 희생자들을 추모한 무언시입니다.

북프리쿠키 2017-01-05 16: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농사짓는 땅이 지력을 다했으면 갈아엎어야 되는데 잡초만 뽑아대니 아무리 좋은 종자를 심어봐야 무슨 소용이 있을까 싶네요.
이제부터 시작인데 이 위기감도 곧 사그라들겠죠~
이나라 현대사는
˝유야무야˝ 이 한마디가 모든 걸 말해주는 것 같습니다.



cyrus 2017-01-05 18:18   좋아요 1 | URL
조봉암이 대선 후보에 나섰을 때 선거 구호가 ‘갈아 엎자‘였습니다. 우리나라에 조봉암만큼은 아니더라도 국민들 속 시원하게 해주는 대선 후보가 나왔으면 좋겠어요. ^^

보슬비 2017-01-05 21:0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마지막 묵념에서 뭉클했어요.. 국가는 대한국민 국민에게 큰 트라우마를 주었어요. 더 큰 트라우마를 남기지 않기 위해서라도 ‘어둠은 빛을 이길수 없다‘는것을 제대로 보여주면 좋겠습니다..

cyrus 2017-01-05 21:13   좋아요 0 | URL
암울한 상황을 직시하고, 여기에 저항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이번에 촛불 집회를 통해서 알 수 있었습니다. 이분들과 함께 하면 트라우마가 조금씩 치유될거로 믿습니다!
 

 

 

송인서적 부도가 올해 출판 산업에 엄청난 후폭풍을 일으킬지 장담할 수 없다. 그래도 걱정되는 건 사실이다. 1998년, IMF 외환 위기로 인해 나라 전체가 부도 위기에 몰렸을 때도 출판 산업이 크게 휘청거렸다. 서적도매업체들이 줄줄이 쓰러지자 출판사들이 큰 경제적 손실을 보았다. 결국 베스트셀러를 내놓으면서 승승장구하던 출판사들이 경제적 대위기의 여파를 이기지 못해 하나둘씩 사라졌다. 그때나 지금과 상황이 유사하다. 98년 당시에 IMF라는 이름이 우리 삶에 너무나도 크고 버거웠던 이름이었기 때문에 서적도매업계의 부도 소식이 대중의 관심을 끌지 못했다. 2017년 지금은 어떤가. 최순실이라는 이름도 제대로 청산되지 못한 상황에 정유라, 심지어 그녀가 입었다던 패딩까지 대중의 관심거리가 되는 바람에 송인서적 부도 소식이 크게 알려지지 않았다.

 

98년에 총체적 위기를 맞은 출판 산업을 살리기 위해 김대중 정부는 5백억 원을 긴급 지원했다. 5백억 원 중에 문화관광부(현 문체부) 이름으로 마련된 문예진흥기금은 2백억 원이었다. 나머지 3백억 원은 재경부(현 기획재정부)와 관계은행 간 협의를 통해서 마련되었다. (관련 기사 : [정부지원 5백억 원 어떻게 운용될까] 연합뉴스, 1998년 3월 17일)

 

송인서적 부도 소식을 접한 문체부의 공식 입장이 어이없고, 황당하다. 문체부 측은 공적자금 투입에 대해 부정적 입장을 드러냈다. 98년에 김대중 정부가 출판 산업을 지원하기 위해 투입한 공적 자금은 국가적 차원의 긴급 지원이라고 말하면서 정부가 따로 자금 지원을 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 (관련 기사 : [송인서적 부도에 “공적자금 투입하자” 목소리…정부 “전례없다” 난색] 동아일보, 2017년 1월 4일)

 

98년 공적 자금 지원 사례가 있었는데도 현 정부는 자금 지원을 한 적 없다고 뻔뻔하게 주장한다. 도대체 이게 무슨 논리인가. 문체부와 기획재정부는 ‘정부’라는 이름으로 소속된 통치 기구다. 문체부 스스로 자신들이 정부 소속의 관료가 아니라고 말했다. 사실 그들도 알고 있을 것이다. 문체부가 정유라와 그녀의 애마 뒤치다꺼리하고, 자기들 마음에 안 드는 문화계 인사들을 미워하는 반 관료기관이라는 것을. 문체부의 변명은 심각한 문제에 한 발 내빼려는 태도다. 안 그래도 최순실 게이트에 연루된 문체부가 비난의 도마 위에 오른 마당에 벌써 레임덕(lame-duck) 조짐을 보인다.

 

어떤 이들은 출판계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사람들이 책을 읽는 환경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런 주장을 십 년 전에도 출판계 위기 운운했을 때 들은 것 같다. 이러한 대안은 현실성과 동떨어진 원론적 수준에 불과하다. 사람들이 ‘책을 살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이제 도서정가제의 효용성에 대해 의구심이 든다. 도서정가제 이후로 출판업계와 독자들이 감당해야 하는 불편함을 지켜보기만하고, 말로만 대책을 세우겠다고 반복하는 정부의 소극적인 태도가 실망스럽다.

 

98년 정부의 출판계 공적 자금 지원이 결정되었을 때 서울출판인포럼 총무는 별도로 공공도서관 도서 구입예산 1억 원을 마련해주기를 원했다. 만약에 문체부가 출판계 공적 자금을 투입하게 되면, 공공도서관 도서 구입예산 지원에 대한 목소리가 나올 수 있다. 그런데 공공도서관에 투입되는 예산이 지나치게 많이 편성되는 것에 부정적이다. 오히려 출판 산업 부흥에 역효과가 날 수 있다. 도서정가제 이후로 종이책 구매층 독자들이 줄어들었는데, 이들은 신간도서를 사는 대신에 도서관에 빌려 본다. 나는 이미 종이책 구매층에서 완전히 이탈되었다. 부끄럽게도 도서정가제가 정식 시행된 지 2년 동안 신간도서 구매 횟수가 중고매장에서 도서 구매 횟수보다 적다. 솔직히 말하자면 중고매장에서 책을 구매한 횟수가 압도적으로 많다. 이렇게 책을 소비하는 독자가 생각보다 많아지면, 이건 정말 심각한 상황이다. 책을 읽는 사람은 있어도 책을 사는 사람이 없는 것이다. 작년부터 공공도서관 1곳에서 책을 10권 대출할 수 있게 됐다. 그뿐만 아니라 거주 지역에 있는 모든 공공도서관을 통합 대출회원카드 한 장으로 이용할 수 있어서 20권의 책을 대출할 수 있다. 매월 마지막 수요일은 ‘문화가 있는 날’이다. 이 날 도서관은 책 20권을 빌릴 수 있는 ‘두 배로 데이’를 정했다. 책을 많이 빌릴 수 있다는 건 애서가에게는 크나큰 축복이다. 그런데 이 달콤한 정책에 너무 맛 들여서 도서관만 찾게 되면, 서점을 방문한 일이 언제인지 기억하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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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어떤 방법
    from 공음미문 2017-01-06 01:55 
    저는 평균 매달 십만원 정도 책을 구입합니다. 개인이 책을 사는 것이 출판시장에 가장 도움이 되겠지만 물리적(공간)으로도 현실적(비용)으로도 부담이 크죠.cyrus 님 글과 많은 알라디너 댓글을 보며, 공공도서관의 책 구입 문제점에 공감했습니다. 베스트셀러의 다량 구입, 작은 출판사의 책 구입 부족현상 등. 그렇다면 우리가 작지만 흐름을 바꿀 수도 있지 않을까.다른 도서관은 모르겠는데 제가 사는 지역 도서관에서는 한달에 1인 3권으로 희망도서 신청을 받
 
 
yureka01 2017-01-04 15: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작년 통계를 보니 평균적으로 한달에 약 10만원 정도 도서구입비에 지출했더군요...아무래도 올해는 작년보다 도서 구입 비용이 줄어들거 같습니다...사진 책이 거의 출간 안되고 있으니...사고 싶어도 사진 관련 책이 안나옵니다..하기야 책 나와도 팔리지 않으니 누가 출간할 생각이나 하겠습니까요..

cyrus 2017-01-04 15:47   좋아요 1 | URL
직접 계산해보지 않았지만, 중고매장에 책을 구매할 때 썼던 비용이 신간도서를 구매한 비용보다 많습니다. 제 입장에서는 중고매장에 절판본을 사는 게 좋지만, 출판업계 전체를 생각하면 좋은 게 아니죠.

레삭매냐 2017-01-04 16:0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방금 읽은 송인서적 부도 건에 관한 이택광 교수님의 글을
읽어 보니 공공도서관을 비롯해서 작은 도서관 등에 책을
공급하는 것도 출판사를 살리는 방법이라고 하더군요.

그리고 보니 어느 출판사 사장님과의 자리에서 전국에 있는
도서관에서 2,000부만 받아 준다고 한다면 어떤 책을 찍고
싶다는 말씀을 들은 기억이 납니다.

물론 그런 공공소비도 좋지만, 개인이 사는 것만 못하겠죠.
앞으로는 다품종 책보다 팔릴 만한 책들만 만나게 되는게
아닐지 모르겠습니다.

저도 중고서점을 애용하지만, 출판생태계를 위해서라도
새책을 사야 하는게 아닌가 싶네요.

cyrus 2017-01-05 11:39   좋아요 0 | URL
저는 도서관 이용률을 높이려면 작은도서관이 많이 확충되어 오랫동안 유지될 수 있는 방향으로 정책이 만들어졌으면 좋겠어요. 제가 사는 대구만 해도 작은도서관 수가 부쩍 늘어났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이렇게 세워놓고 유지 및 관리비 그리고 구입예산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소홀하게 운영할까봐 염려스럽습니다.

북깨비 2017-01-04 16:5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처음으로 월 평균 책 구매 금액 15만원 찍었어요. 그 중에 중고매장에서 구입한게 한 30프로쯤 되는 것 같아요. 그러면 월 평균 10만원은 적어도 새 책을 사는데 소비한 것인데 결코 적은 돈이 아니라 생각해요. 개개인이 이 정도를 써도 출판사는 계속 망하는군요. 출판업계를 생각하면 새책이 팔려야 하고, 친환경 하려면 ebook이나 헌책이 더 잘 팔려야 할 것 같고..

cyrus 2017-01-05 11:43   좋아요 0 | URL
맞습니다. 한 달에 쓰는 도서 구입비 10만 원이면 적지 않은 돈이죠. 출판사들은 북깨비님처럼 지속적으로 책을 사는 독자들의 존재를 잊으면 안 됩니다.

잠자냥 2017-01-04 17:0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도 도서정가제 시행 이후 중고서점에서 책 사는 일이 잦아졌습니다. 알라딘은 계속 이용하긴 하는데, 교보문고 오프라인 매장이나 동네 책방 찾는 일도 줄었고요. 온라인 서점만 살찌우는 도서정가제 근본적인 개혁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암튼 이 뉴스 전 충격이었는데 ㅠㅠ 모든 게 최순실블랙홀에 빠진 느낌입니다.

cyrus 2017-01-05 11:45   좋아요 0 | URL
정말 심각한 문제가 동네서점의 쇠퇴입니다. 아무리 온라인 서점, 교보문고에 책을 많이 사도 출판시장이 살아나는데 큰 효과를 주지 못해요. 개선해야 할 문제가 너무 많습니다. 결국 출판업도 최순실 블랙홀을 피하지 못하는군요.. ㅠㅠ

박람강기 2017-01-04 17:2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도 한번 읽고 말 책은 도서관에서 빌려 읽고 재독,삼독이상 할 책들만 골라서 되도록이면 중고로 구입하려고 합니다.
전에는 그저 새책의 물성이 좋아서 새책으로 구입하려고 했는데 이제는 책 자체에 대한 열정이 식었나 봅니다. 다른 지출을 줄이고 새책위주로 구입하려고 더 노력해야 겠습니다.

cyrus 2017-01-05 11:46   좋아요 0 | URL
요즘 출판시장에 관련된 안 좋은 소식을 접해서 그런지 책을 사려는 열정이 조금씩 줄어들고 있어요. 그래서 도서관 책을 많이 보게 됐어요. 저 역시 올해에 새 책을 많이 사야겠습니다.

캐모마일 2017-01-04 17:4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정말 도서정가제는 누구를 위한 법인지 모르겠네요.
결국 독자가 책을 찾지 않으면 책시장이 무너질 텐데요...

그리고 책유통시장에 문외해서 이번 사태로 송인서적을 처음 들었는데,
전국 2위의 도매유통기업이 이렇게 부도가 나서 쓰러지게 된 것도 문제고,
국가는 도서시장에 관심도 없는 점이 가장 문제라고 생각됩니다..ㅜ.ㅜ

cyrus 2017-01-05 11:49   좋아요 1 | URL
저는 올해 대선에 나설 후보가 도서정가제에 대해서 한 마디 언급해주길 바라고 있습니다. 나라의 지도자라면 문화적 손실이 우려되는 이 문제를 외면해서 안 된다고 생각해요.

재는재로 2017-01-04 21:5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도해가갈수록책구매가부담스럽네요 사는책은사지만 예전같으면살책도 이제는망설이게되는데요 더이상책이선물로부담되지않는가격으로 선물할수있는 제품이아니게되었네요

cyrus 2017-01-05 11:50   좋아요 0 | URL
저도 그렇습니다. 쥐꼬리만한 월급을 받더라도 책을 많이 사면 나름 풍족하게 사는 것처럼 느껴질 줄 알았어요. 그런데 현실이 그렇지 않더군요. ^^;;

:Dora 2017-01-04 22:4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책값이ㅜ싸다는데 책 사는 이가 없는 건 뭔가 문제있단 뜻...인데 출판계나 서점은 또 어렵다고 난리고

cyrus 2017-01-05 11:51   좋아요 0 | URL
진퇴양난입니다. 그동안 정부가 이 문제를 오랫동안 방치했습니다. 더 이상 회복 불가능할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ㅠㅠ

자강 2017-01-04 23:0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책값때문에 중고를 사긴했지만 이제 중고책은 안사려고합니다. 중고책을 사고팜은 출판사나 저자에게 아무런 이익을 주지 않는다는 말을 듣고요

cyrus 2017-01-05 11:53   좋아요 1 | URL
자강님 말씀이 맞습니다. 저도 그 사실을 알고 있었음에도 중고매장을 애용했습니다. 다른 분들의 의견을 접하면서 올해는 중고매장에서 책 사는 횟수를 줄이려고 합니다.

돌아온탕아 2017-01-05 01: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라가 엉망이네요 여러가지로. 걱정입니다. 나중에 책 읽고 싶어도 살 수 있는 책이 얼마 없으면 어떻게 하지요.

cyrus 2017-01-05 11:55   좋아요 0 | URL
2017년이 된 지 고작 5일 지났을 뿐인데, 벌써부터 암울한 소식들이 많이 들려옵니다. ^^;;

AgalmA 2017-01-05 17:51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알라딘굿즈 같이 기념품이다 사은품이다 해서 온라인서점들이 구매를 촉진시키려 하지만 그것도 한두 해죠. 늘 신간 이벤트 상품을 끼워 넣어야 하잖아요.책만큼 쌓여가는 컵, 노트 이젠 그리 달갑지 않아요^^; 매번 5만원 이상의 금액 채워 사기도 힘들고, 따박따박 매달 책값 투자할만큼 여유있는 사람 많이 없을 겁니다. 책 좋아하는 사람들의 열성과 관심이 큰 부분 차지한다고 봐요.
최근 알라딘이 직배송 중고도서 포함해서 5만원 이상 구매에도 알라딘 굿즈 받도록 바꾼 거 보고 신간 판매 가지고는 어려운가 싶더군요.
수요가 줄어드니 출판시장은 엉망이죠. 이젠 5~6년도 안 되어서 절판되기 일쑤고 책 살짝 바꿔서 개정판 내서 사람 혼동주고ㅎ;;
송인서적 부도도 도서정가제 영향 없다고 볼 수 없습니다. 공적자금이 마땅히 투입되어야죠. 먹거리도 허리띠 졸라매는데 하물며 책이야....도서정가제에 대한 실효 보고를 국회가 해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 통계가 과연 믿을 만 한가도 의심스럽지만.

cyrus 2017-01-05 11:59   좋아요 0 | URL
도서정가제 시행 전에 반값할인 제도, 알사탕(적립금) 제도가 있었을 땐, 책 사는 일이 부담스럽지 않았어요. 반값할인 제도를 부정적으로 보는 출판인들이 있었지만, 책을 사는 것을 좋아하는 우리 독자들 입장에서는 정말 좋은 혜택이었어요. 이게 사라지니까 알라딘 굿즈가 독자들을 유혹했습니다. 저는 알라딘 굿즈가 남발하는 현 상황이 긍정적으로 보지 않습니다. ^^;;

해피북 2017-01-05 09:4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답답했던 마음이었는데 올려주신 글 읽고 속시원했어요ㅎ 부도소식 접하고네이버 책 사이트에 들어가 혹시 소식 올라왔나 검색해도 없고요 네이버 메인 뉴스에도 없어서 놀랐습니다. 아무리 책이 소외되는 분야라고해도 그렇지 단 한줄 보도되지 않은 이 현실이 참 슬프더라고요. 검색을 해야지만 기사가 보이고요. 이럴때 지도자의 빛이 발하는 법인데 위가 시끄러우니 나라가 어려운것도 사람들이 힘든것도 보이지 않는가봅니다. ㅜㅜ 말만 바꾸기 좋아하는 윗사람들 덕에 2017년도 우울한 해가 될까 걱정이네요

cyrus 2017-01-05 12:03   좋아요 0 | URL
정치인들이 도서정가제나 출판업계의 현실에 대해서 많은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습니다. 자기들 홍보용 책을 펴낼 때만 출판사들을 찾습니다. 현재 출판사들이 어려운 상황을 제대로 아는 정치인들이 많이 없을 겁니다.

감은빛 2017-01-05 16:23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저는 그래서 도서관 사서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좋은 책을 구비하고, 찾기 쉬운 곳에 배치하고,
도서관 이용자들에게 취향에 맞는 책을 권하는 등의 일이 중요하죠.
하지만 현실은 베스트셀러만 여러권 구매하고,
의미있는 좋은 책들은 정작 존재도 모르는 사서들이 많습니다.
아직도 대부분의 도서관에 책을 제공하는 도매상에서
책목록을 넣고 얼마나 가격을 다운해 줄 것인지 협의합니다.
그러면 도매상은 출판사에 몇몇 책을 도서관 구매 목록에 넣을테니,
공급률을 조금만 낮춰달라고 요청하죠.

최근 몇 년 사이 회원 신청도서를 도서관에서 구비하는 비율이 높아졌다고 들었습니다.
반가운 소식이지만, 이것도 유명한 책, 베스트셀러 위주로 가는 경향이 많아서
전적으로 좋아할 수 만은 없는 소식입니다.

어쨌거나 말씀하신대로 공적자금 투입이 이뤄지면 좋겠습니다.
아니면 정말 올해 큰 일이 터질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cyrus 2017-01-06 16:42   좋아요 0 | URL
맞습니다. 제가 작년에 대구 공공도서관 몇 군데를 이용하면서 느낀 게 인지도가 낮은 중소출판사의 책들이 많지 않았습니다. 독자들이 그 책들을 희망도서로 신청하지 않으면 도서관에서 독자들을 만날 기회도 없습니다. 정말 불행한 일입니다.

고양이라디오 2017-01-06 14:4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도 도서정가제 이후로 도서구입비, 신간구입비가 모두 줄었습니다. 도서관과 중고책을 더 많이 이용하게 되었습니다. 도서정가제에 대한 소심함 저의 복수이자 합리적 선택이었습니다. 하지만 그 선택이 다시 부메랑이 되어 출판시장 위축으로 돌아오네요.

TV, 영화, 특히 스마트폰, 웹툰과 책이 경쟁하다보니 어쩌면 필연적인 결과가 아닌가도 싶습니다. 사람들이 책을 많이 읽는 사회가 되었으면 하고 정부에서 정책적으로도 장려했으면 좋겠습니다. 현 정부는 대중들이 책을 읽고 똑똑해지는 것은 전혀 원하지 않겠지만요. 새로운 정부, 민중을 위한 정부가 들어섰으면 좋겠습니다.

cyrus 2017-01-06 16:42   좋아요 1 | URL
TV, 스마트폰, 인터넷의 영향으로 사람들이 책을 멀리하는 반응은 어느 정도 예상은 했습니다만, 이게 심해져서 출판 산업이 심각하게 될 줄은 생각하지도 못했습니다. 이번 심각한 현상에 대해 독자들도 반성해야 합니다.
 
홍성욱의 STS, 과학을 경청하다
홍성욱 지음 / 동아시아 / 201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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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세의 우주관은 고대 그리스의 천문학자 프톨레마이오스가 주장한 천동설이었다. 갈릴레오가 관찰과 실험을 계속한 끝에 지구가 태양을 돌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되고 지동설을 주장한다. 지동설은 중세적 세계관과 정면으로 배치됐기 때문에 교회는 갈릴레오를 종교재판에 부친다. 법정에 선 갈릴레오는 법의 위협 앞에서 어쩔 수 없이 자신의 지동설이 틀렸다고 인정한다. 그러나 지구가 태양을 돌고 있다는 사실은 갈릴레오에게 객관적인 진리였다. 데카르트는 과학적 지식을 진리의 반열에 올려놓고 싶었다. ‘나는 생각한다, 그러므로 나는 존재한다.’ 이 명제는 더 이상 의심할 수 없는 절대 불변의 진리다. 인간이 스스로 진리에 도달할 수 있는 이유는 이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데카르트의 생각은 과학적 낙관론을 위한 철학적 배경이 되었다. 인간은 과학지식을 통해 자연에 존재하는 법칙을 발견할 수 있다는 믿음이 확산되었다.

 

하지만 과거에는 진리라고 믿었던 과학지식이 새로운 연구를 통해 오류임이 판명되고, 자연에 존재하는 모든 법칙을 과학을 통해 밝히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인식이 생겼다. ‘과학기술과 사회학(STS)’의 관점에서는 과학지식은 엄밀한 과학적 연구 절차와는 다르게 기술과 사회가 서로 맞물려서 형성된다고 본다. 즉, 과학지식은 인간과 비인간(nonhuman : 기술, 실험도구 등)이 상호 작용으로 형성된 결과물이다. ‘과학기술과 사회학’ 또는 ‘과학기술학’은 과학자와 기술자 모두 자신의 연구가 갖는 의미와 방향을 알기 위해 유용한 학문이다. 홍성욱 서울대 생명과학부 교수는 인간의 얼굴을 위한 과학을 하기 위해선 역동적인 과학 발전 과정을 살펴볼 수 있는 과학기술학이 절실히 필요하다고 말한다. 홍 교수는 자연과학과 인문학 간에 공유할 수 있는 열린 지식의 길을 찾는다는 의도로 자신의 책 제목을 ‘과학을 경청하다’라고 정했을 것이다. 그 열린 지식의 길을 찾으려는 방법이 과학기술학에 있다.

 

과학기술학을 이해하는 데에 가장 중요한 개념이 ‘테크노사이언스(Technoscience)’다. 과학기술학과 행위자-연결망 이론(Actor-Network Theory, ANT) 확산에 중요한 역할을 한 브뤼노 라투르의 저서 《젊은 과학의 전선 : 테크노사이언스와 행위자-연결망의 구축》(원제 : Science in Action)에 등장하는 용어인 테크노사이언스는 단순히 ‘과학과 기술’을 의미하지 않는다. 과학과 기술이 하나의 네트워크에서 연결되어 광범위하게 확산하는 현상을 의미한다. 홍 교수의 책 1장은 과학기술학에 생소한 독자들이 《젊은 과학의 전선》을 읽기 전에 머리로 준비 운동할 수 있는 내용이다. 브뤼노 라투르의 문장은 난해하기로 악명 높다. 홍 교수의 책을 읽으면 테크노사이언스의 의미를 아주 쉽게 이해할 수 있다.

 

행위자-연결망 이론에서의 ‘네트워크(Network)’는 다양한 이해관계를 가진 집단(과학자들도 포함)과 인간이 아닌 것들(기술)이 서로 과학지식의 생산과 수용, 확장하는 과정의 궤적이다. 그러므로 기술도 세계를 이해하는 하나의 방식이다. 인간과 비인간의 관계가 엮어내는 사회는 역동적이라서 어떻게 변화하는지 예상할 수 없다. 과학기술학을 공부하면 과학과 기술이 낳은 것들의 사회문화적 의미를 고찰하여 다양한 관점을 제시할 수 있다. 그래서 홍 교수는 인간과 사물의 관계를 파악하는 네크워크식 사고가 성찰적 사고라고 말한다. 우리나라는 아직도 계몽주의의 문화 속에서 살고 있다. 과학이야말로 진리라고 믿으며 이를 선진국을 향하는 애국주의로 이용하는 과학 지상주의가 강고하게 형성되어 왔다. 따라서 과학기술학은 과학을 보편적 진리 또는 민족주의의 도구로 보는 관점에 벗어나는 성찰적 자세를 요구한다.

 

과학이 특정 이익집단(과학자, 정치인)의 권위를 지탱해주고 보호하는 학문으로 변질하여선 안 된다. 특정 이익집단은 과학지식의 보편합리성을 의심하지 않고, 이를 이용해 암묵적이고 보편적인 지배와 권력을 행사한다. 우리는 천안함과 세월호 침몰 사고 원인을 둘러싼 논란을 지켜보면서 자신들의 입장을 고수하기 위해 과학을 오용한 특정 이익집단의 일방적 태도를 확인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사고의 원인에 침묵하기도 했다. 권력이 과학을 강제로 손잡으면 이런 비이성적인 상황이 일어난다. 과학이 권력의 영향력에서 벗어나려면 과학기술학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절실히 필요하다. 그래야 과학지식과 관련한 특정 문제에 심도 있게 접근할 수 있고, 사실을 가리는 편견과 왜곡의 베일을 벗기기 위한 논쟁이 가능하다. 지금 우리 사회의 과학은 권력의 얼굴을 한 과학이다. 과학과 기술이 균형 있게 발전하는 과정을 이해하고, 그것이 ‘인간적’인지 성찰할 때 비로소 과학은 인간의 얼굴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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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비종 2017-01-03 19:4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천동설과 지동설에 대한 이론을 접할 때마다 식용버섯이나 독버섯을 연상하곤 합니다. 지구중심설이냐 태양중심설이냐를 논하듯이 식용이냐 독이냐 구분되는 기준은 인간에게 그러하냐 이기에 결국 ‘중심‘의 문제겠죠. 자연계에서 중심이길 원하며 주변을 바라보는 이기적인 관점이라 생각합니다.

과학지식이 기술과 사회와 맞물려서 형성된다는 이론에 상당 부분 공감합니다. 잘못된 기본 지식이 바탕이 되었지만, 연금술로 인해 실험기구들이 비약적으로 발달되었고, 이것들은 또 다른 과학의 법칙을 발견하는 데 기여했으니까요.

자연과학과 인문학, 인간과 사물, 과학과 기술에 대한 네트워크식 사고가 필요하다는 말에 고개를 끄덕입니다. 어느 한 쪽으로 치우침없이 균형적으로 인드라망을 형성하듯 성찰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에도요.
오만한 몇몇 인간들에게 오용되어서도 안되고, 인간에게만 치우쳐서도 안되고,
스스로 그러한 ‘자연‘에서 많이 배워야한다고 생각합니다.

과학의 진정한 의미를 한 번 더 돌아보게 하는 글이네요.^^

cyrus 2017-01-04 14:41   좋아요 1 | URL
과학기술학이라는 이름 자체만 들어보면 뭔가 복잡하고 어렵게 느껴질 겁니다. 그런데 이 학문을 공부하기 시작하면 그런 생각이 틀렸음을 알 수 있습니다. 과학기술학, STS 관련 서적이 많이 나와야 합니다. 과학 지식의 기초를 알려주는 대중 과학 서적이 많이 나온다고 해서 과학의 대중화를 성공했다고 낙관할 수 없습니다. 그건 과학 지식을 장식화할 뿐, 그것을 제대로 검증하고, 따져보는 기회가 줄어듭니다. 그래서 이런 일이 장기화되면 어떤 사회적 현상을 과학적으로 검증하려는 사회적 분위기를 만들기가 어려워집니다.

푸른희망 2017-01-03 21:3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제가 과학문맹이라 올해는 과학분야를 읽으려고 합니다.
글이 모두 이해되진 않지만 ㅜㅜ
책은 몹시 끌리네요 . 아래 리뷰 쓰신 책보단 이책이 조금은 더 읽기 쉽지 않을까싶은데 잘 읽을 수 있을까요?

cyrus 2017-01-04 14:42   좋아요 0 | URL
홍성욱 교수의 책을 먼저 읽는 것이 좋습니다. 브뤼노 라투르의 문장이 대체로 길어서, 한 번 읽고 이해하기 힘들어요. 반면 홍 교수의 책은 누구나 아는 과학 사례를 들어서 과학기술학을 설명하기 때문에 어렵지 않습니다. ^^

고양이라디오 2017-01-06 14:3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우리는 과학의 시대에 살고 있지만 과학을 올바르게 이해하고 있는 사람은 찾기 힘든 것 같습니다. 과학이 좀 더 대중과 가까워지고 대중들이 과학을 오해하지 않고 받아들였으면 좋겠습니다. 과학은 진리가 아닌 진리를 찾는 방법임을 사람들이 이해하는데 과학사회학이 일조했으면 좋겠습니다.

홍성욱씨의 책은 한 권 읽어봤는데, 이 책도 한 번 읽어보고 싶네요. 감사합니다^^

cyrus 2017-01-06 16:45   좋아요 1 | URL
대중이 과학 전문가의 말을 믿지 못하고, 신뢰를 하지 못한다는 건 결국 기초 과학을 제대로 공부하지 못한 태도도 원인 중 하나입니다. 정말 어떤 현상이나 의견, 지식이 진실인지 규명하려면 루머나 왜곡 입장을 믿지 말고, 그걸 가려낼 수 있는 공부가 필요합니다.

요즘 과학도서에 꽂힌 고양이라디오님이라면 홍성욱 교수의 책이 마음에 드실 겁니다. ^^

고양이라디오 2017-01-06 18:11   좋아요 1 | URL
cyrus님도 요새 과학사회학책에 꽂히신거 같던데요ㅎ

좋은책소개 감사합니다^^
 
젊은 과학의 전선 - 테크노사이언스와 행위자 - 연결망의 구축 아카넷 한국연구재단총서 학술명저번역 589
브뤼노 라투르 지음, 황희숙 옮김 / 아카넷 /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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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사물의 본질과 인과관계를 알고자 하는 강렬한 지적 욕구를 지니고 있다. 그래서 끊임없이 현상과 변화에 대해서 ‘왜’라고 묻는다. 궁금한 질문에 대해 과학적으로 대답하기 위해서 연구하고 분석한다. 흥미로운 점은 완전한 사실을 추구하려는 지적 충동과는 정반대로 현실사회에서는 개인과 집단의 이익을 대변하는 주장이 더 난무한다는 것이다. 물론 때로는 개인의 선호에 기초하여 가치판단을 하고 자기주장을 펼 수는 있다. 하지만 합리적으로 인식하고, 객관적으로 평가해야 하는 과학적 합리성에 비춰볼 때 과학에 대한 이해수준이 객관적 사실과 크게 동떨어지는 경우를 많이 본다.

 

언론이 과학을 성찰적 측면이 아닌 다분히 감성적 측면에서 다루는 사례가 잦음을 드러내는 단적인 것이 '황우석 신드롬'이다. 국내 언론은 <사이언스>지에 황 교수의 연구결과가 발표됐다는 사실 하나로 아낌없는 찬사를 쏟아부었다. 황 교수의 연구결과를 ‘국내 과학계가 달성한 쾌거’로 대대적으로 보도했고, 배아복제 연구의 윤리적 문제에 대한 비판적인 발언에 주목하지 않았다. 황우석 신드롬의 어두운 이면이 드러나게 된 줄기세포를 둘러싼 진위 논란은 과학계와 언론 간 엇박자로 인해 생긴 사례이다. 이 논란의 핵심은 정확한 취재를 통한 보도가 아닌 사건에 대한 추측과 단면으로 이루어진 기사 때문에 발생한 불미스런 사태다.

 

모든 문제의 해결을 ‘결과’로 남은 과학으로 환원하는 과학 만능주의는 위험하다. 과학에 대한 믿음이 맹신으로 변질하면, 사실이 불분명한 특정 과학자에 대한 맹목적 신앙이 된다. 이 과정에서 과학지식은 보편성과 객관성이라는 베일에 싸여 인식론적 특권을 누린다. 대중은 과학지식이 왜곡되어 있는지를 검증하지 않은 채 ‘열광’에 가까운 호의적인 반응을 보인다. 그 결과 지식에 대한 정확한 인식이 결여되고, 여론의 객관성 확보도 미흡해진다. 과학지식의 신비화를 탈피하고, 과학지식 자체를 사회학적 분석의 대상으로 포함해야 한다고 보는 학문이 바로 ‘과학기술학’이다. 브뤼노 라투르의《젊은 과학의 전선》은 생동감 넘치는 과학기술학의 세계와 ANT를 소개한 책이다.

 

과학기술학(Science, Technology and Society, STS)은 과학과 기술을 사회학적으로 이해하기 위한 시도로 출발했다. 오늘날엔 사회학은 물론이고 문화연구, 정치학, 경제학 등에까지 적용 범위를 넓히면서 새로운 학문으로 부상하고 있다. 프랑스의 브뤼노 라투르와 미셸 칼롱, 영국의 존 로가 주장한 행위자-연결망 이론(Actor-Network Theory, ANT)은 과학기술학의 핵심적인 원리가 되었다. 이 이론은 과학과 기술의 상호의존성(Technosceience)을 더 크고 강한 연결망 구축의 산물로 본다. 과학기술 지식의 형성과 전파 그리고 뒤따르는 발전 과정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관련 과학자나 전문적 이해집단과 같은 사람이나 사람의 집단만이 아니라 인간이 아닌 생명체나 사물도 행위자로 분석에 포함한다. 그리고 인간 행위자 못지않게 어떤 지식 발전에 영향을 준다.

 

오늘날 세계는 과학기술뿐만 아니라 정치와 경제, 문화, 교육 등 모든 것이 인간들의 관계만으로 이루어지는 게 아니라 항상 사물들을 매개로 형성된다. 실제 세계를 구성하는 이질적이고 복잡한 연결망들이 어떻게 형성되고 변화하는가를 추적하고 분석해야 한다. 그런데 인간은 자신이 잘 모르는 것, 생각하기가 까다롭고 복잡한 것을 회피하는 인지적 보수성이 있다. 결국, 과정이 생략된 결과만 알려고 하는 이익 편향성이 생긴다. 브뤼노 라투르는 복잡한 작업이 생략되어 오직 결과만 중요하게 여기는 인식을 ‘블랙박스(Black box)’라는 개념으로 비유한다. 블랙박스를 선호하는 과학자와 이익집단은 세밀한 검증 절차를 간과하는 ‘기성 과학(ready made science)’을 지향하는 ‘내부자들’이다. 반면 블랙박스의 실체를 규명하려는 ‘외부자들’은 과학지식을 의심하고 검토한다. 그들이 생각하는 과학은 ‘만들어지고 있는 과학’(science in the making)이다. 《젊은 과학의 전선》의 원제는 ‘Science in Action’이다. 과학지식에 대한 사회적 교섭의 중요성을 함축한 제목이다. 과학지식을 둘러싼 이해관계를 파악함으로써 미처 발견하지 못한 오류를 발견할 수 있다.

 

브뤼노 라투르는 대중이 사이비 과학으로부터 이성을 방어하는 데 너무 분주한 바람에 ‘만들어지고 있는 과학’에 흥미를 느끼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그렇지만 ‘만들어지고 있는 과학’, ‘현장 과학(Science in Action)’을 지향하는 과학기술학도 사이비 과학에 맞설 수 있는 적절한 학문적 도구가 될 수 있다. 현장 과학을 이해하려면 먼저 만들어진 것의 과학, 즉 기성 과학의 담론을 포기해야 한다. 즉, 과학지식을 무조건 받아들이기보다는 그 지식에 의해서 도출된 결론이 확실한지 의심하고, 재검토한다. 지식의 객관성을 맹신하지 마라. 객관성으로 그럴싸하게 포장된 과학의 지배적인 해석에 압도당해선 안 된다. 과학자와 언론의 기획적인 속임을 눈치채지 못하면, 왜곡된 정보가 전파된다. 이는 과학 발전의 걸림돌이 된다. 진실 된 과학은 없다. 의심이 없는 곳에서 과학은 발전하지 않는다. 과학은 끊임없는 회의와 반증을 통해 실체를 드러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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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ummii 2017-01-02 21:3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과학도 일종의 종교같아요.. 신은 죽었다고 믿는 현대인들이 진리라고 믿고 따르는..

cyrus 2017-01-03 15:54   좋아요 0 | URL
맞습니다. 과학을 암기식 교육으로 배우면, 그때 배운 지식을 보편적 진리로 믿게 되고, 교과서에 없는 새로운 과학 지식을 받아들이기 어려워합니다.

yureka01 2017-01-02 22:4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사람들은 간혹 진실과 사실을 혼동하거든요.....
사실이 꼭 진실하지 않을때도 있고..
진실이 사실이 아닐 때도 있듯이....

cyrus 2017-01-03 15:56   좋아요 1 | URL
진실과 사실을 혼동하는 건지 스스로 깨닫는 것과 그 두 가지 개념을 확실하게 구분하는 일이 어렵습니다. 그렇다고 이 일이 복잡하다고 해서 그냥 넘어가면 안 됩니다. 진실하지 않은 것 때문에 피해를 입습니다.

AgalmA 2017-01-03 04:0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인지적 보수성˝과 함께 민족주의라는 이념적 보수성도 역할이 크죠.
구소련과 미국의 우주 개발 사업도 나라 간의 경쟁이었던 거 유명하잖아요.
민족적 대의명분 앞세워 전쟁의 수단으로 과학을 더욱 발전시키게 된 것도 포함.
황우석 사건도 ˝드디어 우리나라가!˝ 하는 민족주의 대단했죠. 이건 여전해서 아직도 여기저기서 황우석 밀어주고 있잖습니까.
인간의 생각과 정서의 보수성은 정말 뿌리깊어요.
한국은 특히 과학의 이익이 되는 결과성에 치중하는데(그래서 기초과학부터 연구 분야까지 매우 부진), 입시와 경쟁 위주의 교육과 인식 부족 문제도 크다고 생각합니다.

cyrus 2017-01-03 16:00   좋아요 0 | URL
Agalma님의 생각이 우리 사회의 과학을 비판하는 과학기술학에서의 관점과 비슷합니다. 황우석 사건 이후로 과학기술학이 본격적으로 알려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결과에 치중하는 과학을 무조건 환호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제대로 검증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겨울호랑이 2017-01-03 07:0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자본주의 사회에서 과학은 더이상 객관적인 연구방법이 아니라, 정치적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다는 생각이 드네요...

cyrus 2017-01-03 16:02   좋아요 1 | URL
정말 좋은 지적입니다. 천안함과 세월호 침몰 사고 원인을 둘러싸고 한창 공방전이 벌어졌을 때 정부는 일방적으로 자신들의 입장을 고수했고, 일부 전문가들은 원인 규명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였고, 침묵했습니다.

여울 2017-01-03 17: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브뤼노 라투르를 읽으셔서 반가운 김에 흔적남겨요. 한해 즐거운 독서되시길요^^

cyrus 2017-01-04 14:43   좋아요 0 | URL
고맙습니다. 여울님,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건강하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