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은 사실 끝도 없이 허무한 것이다. 노화와 외로움, 어찌할 수 없는 고독, 그리고 언젠가 누구나 맞이할 무덤 속의 죽음 같은 것이 누군가 등에 몰래 붙여놓은 포스트잇처럼 나를 따라다닌다. 그러나 그 본질을 굳이 보고 싶지 않아 애써 외면한다. 그러고 사는 게 이른바 삶이다.그러나 만약 그 텁텁함과 적막함을 가끔이라도 마주 볼 수 있다면. 그리하여 삶의 위대함이란 미래와 계획 같은 것에 있지 않고 지금 살고 있는 이 순간의 반짝임에 있다는 것을 문득문득 알아차린다면. 그렇다면 습관처럼 흘리고 다니던 소중한 무언가를 찾을 수 있을지도. 낯선 여행지에서 그동안 나를 둘러싸고 있던 모든 관습과 관계를 내려놓고 보면 놀랄 정도로 스스로가 별 볼일 없고 외톨이처럼 느껴지다가도 그제야 비로소 눈앞의 공기와 소리, 분위기에 빠져들며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는 것처럼. 아마도 우리는 삶에 대한 사랑을 그렇게 회복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알베르 카뮈의 초기작을 모아 놓은 책이다. 읽으면서 가끔 속에서 신물이 올라오는 기분이 들 정도로 뭐랄까, 신랄한 책이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속이 뻥 뚫리는 기분이다. 이 책은 그런 책이다. 오랜만에 무척 소중한 책을 만났다.(묵호의 어느 서점에서 이 책을 가져다준 아내에게 고맙다)
영화 각본집은 처음 읽어본다. 서점에서 우연히 집어 들었다. 이거 뭐랄까... 영화를 깊이 읽어볼 수 있는 장점이 있네. 정말 좋아하는 영화가 있다면 각본집을 구해서 읽어보는 것도 작품을 진하게 즐기는 괜찮은 방법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그렇게 아버지가 된다˝는 보고 있다가 최루탄을 맞은 것처럼 펑펑 울었던 영화였다. 내 안의 어떤 상처를 건드렸던 것일까. 아무튼 무척 슬펐고, 전파상 아저씨가 너무 웃기고 유쾌해서 닮고 싶다고 생각했던 기억이 나기도 한다. 각본을 읽으니 다시 코끝이 찡해지는 게 아무래도, 영화를 조만간에 다시 한번 봐야겠다.---˝케이타. 미안해, 아빠가. 케이타가 보고 싶어져서... 약속을 못 지키고 만나러 와버렸어.˝---˝스파이더맨이 거미라는 거 알고 있었어?˝
슬픈 것이다. 어긋난 청춘이라는 것은. 지나고 나서 후회하는 뒤늦은 깨달음이라는 것은.스스로에게 취해 상대를 보지 않는 자기중심적인 사랑은 얼마나 지독한 것인가.---˝하지만 내가 무얼 할 수 있겠어?˝그녀가 대뜸 말했다.˝넌 지금 환영과 사랑에 빠져있는데.˝
나는 이 책이 이렇게 웃긴 건지 몰랐다. 극의 끄트머리에서 아내들이 남편들을 놀려먹는 장면을 컥컥 웃으며 읽었다.샤일록으로 살 것인가. 안토니오로 살 것인가. 아니면 포샤처럼?마지막 작품 해설도 읽을 만했다. 나는 해설을 안 읽으려 드는 편인데 펭귄북스가 달아놓은 이 작품의 해설은 무척 좋았다. 특히 ˝베니스의 상인˝에는 그 시대의 인종차별과 가부장주의, 반유대주의가 짙게 배어있다는 걸 잘 알 수 있었다. ‘게토‘가 베네치아에서 처음 생겼다는 사실은 이제서야 처음 알았다.--이 책의 한 줄:˝걱정이 지나치면 결국 얻은 걸 잃게 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