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부학자 -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해부학 책 《그레이 아나토미》의 비밀
빌 헤이스 지음, 양병찬 옮김 / 알마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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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부학자는 인기미드의 제목이기도 한 유명한 해부학교과서인 [그레이 아나토미] 의 저자와 해부도 삽화를 그린 두명의 헨리,
헨리 그레이와 헨리 반다이크 카터가 [그레이 아나토미]를 저술하기 전후의 배경을 서술한 역사서이자 인물평전이자 이 책 [해부학자]의 저자인 빌 헤이스 자신이 직접 해부학 실습에 참여하며 겪었던 여러가지 일들을 기록한 생생한 체험기이다.

주로 헨리 반다이크 카터의 일기를 따라가면서 저자인 헨리 그레이보다 [그레이 아나토미]의 인체해부도 삽화를 그렸던 헨리 반다이크 카터의 일생에 대한 서술이 훨씬 더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
처음에 빌 헤이스는 저자인 헨리 그레이에 대한 글을 더 많이 쓰려고 했던 것 같지만 그의 의도와는 다르게 헨리 그레이에 대한 기록은 많이 남아 있지 않았다.

34살에 사망한 그의 짧은 인생도 한 몫했던 것 같고 순탄하고 전형적인 엘리트코스를 밟으며 살았던 인생이 덜 극적으로 여겨져서 흥미가 덜했던 것으로 보인다.
반면에 헨리 반다이크 카터는 젊은시절부터 일기를 매일 적는등 기록이 많이 남아 있었고 헨리 그레이와 다르게 각고의 노력으로 의대를 수료하고 진로에 대해 많은 고민을 하면서 때로는 스스로의 인생을 적극적으로 개척하며 의사로서의 성공적인 인생을 살게된다.
이런 점들이 그의 삶을 중점적으로 다룬 주요 이유가 된게 아닌 가 싶다.카터는 의대를 우수한 성적으로 수료하고 의사면허까지 통과했지만 평범한 개원의사로서의 삶이 마음에들지 않았다. 화가인 아버지의 재능을 물려받아 인체해부도전문 삽화가를 시작하게 된 후에 존경했던 성조지병원 의대선배였던 헨리 그레이의 제안을 받아들여 [그레이 아나토미]의 삽화작업을 시작하게 된다.

여러가지 바쁜 일중에도 불구하고 총 363점의 삽화를 완성시켰다.
이 중 77점은 다른 해부학 책에서 복제된 삽화라고 한다.두명의 헨리에게는 실용적인 관점에서 새롭게 그려내는 것보다 이미 그려져 있는 수준높은 삽화를 보완해서 싣는 것이 더 낳은 선택이었을 것으로 여겨진다.

카터는 책의 출판 후에 여러가지 진로를 고민 한 끝에 인도주둔 영국군 군의관으로 새롭게 인도로 건너가 2막을 시작한다.항상 새로운 것을 배우기 좋아하고 모험을 좋아했던 그의 성격상 당연한 선택으로 여겨진다.
유명했던 세포이항쟁에도 참가하고 여러가지 모험을 겪은 후에 뭄바이에 소재한 그랜트 의대병원의 외과과장으로 정착하게 된다.
그곳에서 사기결혼에 휘말려서 재산을 전부 잃기도 하고 한센병의 연구에 큰 공적을 남기기도 하면서 존경받는 의사로 살며 57살에 은퇴하여 영국에 돌아와 66살에 결핵으로 사망한다.

이 책에서 다른 한 축을 이루는 것은 저자 빌헤이스의 해부학실습을 자세히 묘사한 부분이다.
저자는 미국에서도 손꼽히는 명문대인 UCSF의 해부학교실에 4번이나 청강생자격으로 실습에 참여할 기회를 누렸다사실 책 전체로 볼때 저자의 해부실습에 대한 에피소드가 훨씬 많고 인상적이다.
저자의 해부실습에 대한 묘사가 참여한 시간이 늘어나면서 점점 긍정적이고 경이롭게 변하는 것도 매우 흥미롭다.
실습에 참여하는 학생들의 열정과 실습실의 생생한 분위기를 마치 현장에 가있는듯한 생동감 있는 필체로 그려낸다.

19세기의 그레이 아나토미가 쓰여질 당시의 영국과 인도를 배경으로 한 장면들과 저자가 점점 더 해부실습에 빠져드는 장면들이 서로 교차편집되며 자칫 지루해질 수 있는 두 주제인 의학과 인물평전의 상투적인 서술에서 벗어나 속도감과 위트, 흥미유발요소가 적절히 어우러져 매우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

한 권의 책을 쓰기 위해 보통사람이라면 엄두도 못낼 해부실습을 4번이나 참여하면서 [그레이 아나토미]의 저자들이 가졌을 법한 경이로운 느낌과 생각들을 공유하며 인체의 신비와 신체내부의 아름다운 묘사로 차가운 해부학을 예술로 끌어올린 저자 빌 헤이스의 노력에 찬사를 보낸다.

마지막으로 이 책의 3부 해부학자의 표지에 인용된 발자크의 글이 아주 재미있다.

"모름지기 해부학을연구하고 최소한 세명의 여성을 해부하지 않은 남자는 결혼할 자격이 없다."

그리고 아래에 심장을 해부한 후의 묘사를 통해 저자의 섬세하고 아름다운 필치를 느꼈으면 한다.

"조용한 세레모니 분위기로 에이미는 내 '장갑 낀 손'에 심장을 건네고, 나는 그것을 본능적으로 내 가슴 쪽으로 잡아당긴다. 순간 내 심장은 두방망이질한다. 해부학 실습실이 이보다 더 붐빈 적은 없었고, 커다란 스테인레스 스틸 싱크까지의 거리가 이보다 더 먼 적은 없었다. 나는 이 세상에서 가장 '깨지기 쉬운' 물건을 운반하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드는데, 그건 사실 멍청한 생각이다. 왜냐하면 그 심장은 어떤 의미에서 이미 파손되었고, 우리의 시신은 심부전heart failure으로 사망했기 때문이다.
심장을 한 손으로 부드럽게 잡고 다른 손으로 문지르며 세척하는 동안, 나는 긴장이 스르르 풀리는 걸 느꼈다.심장의 표면은 질기고 고무처럼 탄력이 있다. 심장에서 나오는 주요 동맥인 대동맥은 절단된 호스같다. 그보다 작은 (순무 뿌리처럼 하얗고 부드러운) 혈관들을 만지는 동안 나는 심금heartstring이라는 단어가 어떻게 생겨났는지 이해하게 된다.
끈 같은 힘줄들이 심장을 제자리에 유지해주는데 그것들을 하프의 현처럼 당기거나 퉁기면 각양각색의 감정을 자아낼 수 있을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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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책으로 - 독서가 뇌에 미치는 영향과 독서를 하면서 뇌에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비교적 과학적으로 설명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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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작가님의 일본인에 대한 솔직한 충고를 인용합니다.
언뜻 보기에는 편협하고 속좁은 궤변에 불과한 말처럼 보이지만 현상황에 비추어 보면 탁월한 통찰입니다.

“일본인에게는 예(禮)를 차리지 말라. 아첨하는 약자로 오해받기 쉽고 그러면 밟아버리려 든다. 일본인에게는 곰배상(잔치상)을 차리지 말라. 그들에게는 곰배상이 없고 마음의 여유도 없고 상대의 성의를 받아들이기보다 자신의 힘을 상차림에서 저울질한다.”

- <일본산고(日本散考)> (박경리 지음)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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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리선생님의 엄정한 일본관에 대해서 배울 것이 많습니다.
특히 마지막 ˝내가 사시가 된다면 일본의 엄청난 사시에 대하여 논할 자격이 없게 된다˝ 는 구절은 마음에 깊이 새기고 싶습니다.

˝나는 1926년 일제시대에 태어났고 1946년 20세 때 일본은 이 땅에서 물러갔다. 그러나 일본어 일본 문학에 길들여진 나는 그 후에도 꽤 긴 세월 지식을 일본서적에서 얻은 것은 사실이다. 왜 이런 말이 필요한가 하면 오늘날 일본인들 60대가 가지는 기본적인 일본 문화에 대한 인식이 있다는 얘기며 내 자신이 공평함을 잃어서는 안 된다는 다짐 때문에 내 스스로 나를 점검해 본 것이다. 오히려 내 시각과 판단과 기준에 정직할 수 없는 흔들림조차 있다.
민족적 감정 때문에 사시(斜視)가 되어서는 결코 안 된다는 염려 때문이다. 그것은 내가 사시(斜視)가 된다면 일본의 그 엄청난 사시(斜視)에 대하여 논할 자격이 없어지기 때문이다. ˝

- <일본산고(日本散考)> (박경리 지음)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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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의 상황을 정확히 예측하신 박경리작가님의 혜안에 존경과 경의를 표합니다.

날조된 역사교과서는 여전히 피해받은 국가에서 논란의 대상이 되어 있고 고래심줄 같은 몰염치는 그것을 시정하지 않은 채 뻗치고 있는 것이다. 가는 시냇물처럼 이어져온 일본의 맑은 줄기, 선병질적이리만큼 맑은 양심의 인사(人士), 학자들이 소리를 내어보지만 날이 갈수록 작아지는 목소리, 반대로 높아져가고 있는 우익의 고함은 우리의 근심이며 공포다. 일본의 장래를 위해서도 비극이다. 아닌 것을 그렇다 하고 분명한 것을 아니라 하는 것처럼 무서운 것은 없다. 그 무서운 것이 차츰 부풀어 거대해질 때 우리가, 인류가, 누구보다 일본인 자신이 환란을 겪게 될 것이다.

- <일본산고(日本散考)> (박경리 지음)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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