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진 소녀들의 숲
허주은 지음, 유혜인 옮김 / 미디어창비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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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입이 되다말다하기도했지만 뚝심있게 써내려간 이야기의 힘은 있다.
딸을 위하는 아비의 부정이 어떻게 괴물이 되는지
누구에게나 좋은 사람은 없다. 또는 모두에게 악인도 없다. 얼마나 넓게 맥락을 봐야하나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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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이 지는 게 꽃의 잘못이 아니라면 꽃이 피지 않은 것도 꽃의 잘못이 아니지 않을까


너는 언제 꽃이 필까 했는데 꽃이 피지도 못하고 이리 나이를 먹었구나 


그 말이 그리 상처가 되지는 않았다.

여자가 꽃으로 비유된다는 것이 치욕스럽다고 생각하던 나이였다.

나는 꽃이 아니니 피지 않아도 무슨 상관이랴 생각했다.

꽃이 아니어도 나는 날나고 생각했고 그게 너무나 당연한 나이였다.

나는 잘 몰랐다.

그때 나는 감정은 부끄러운 것이었고 이성적인 판단이 중요하다고 생각을 했고

여자는 꽃이 아니라고 생각을 했지만 감정적이고 변덕이 심한 여자가 되지 않겠다고 생각을 했다. 그러니 나는 감정을 누르는 일이 당연하게 생각을 했고 눈물을 흘리지 않았고 울지 않았고 필요하면 화를 내고 소리를 지르는 일도 여자에게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무조건 목청을 높이는 것이 아니라 상대를 제압할 목청을 돋우는 일 그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나는 내가 어떤 사람인지 알아가기도 전에 

내가 어떤 사람이어야 한다는 조건들을 만들고 거기 나를 맞춰가기 시작했다.


내 동생도 종손으로 가족들의 관심을 한몸에 받았따.

아마 부러웠을 것이다.

그러나 나는 아들이라 기대를 받는다는게 얼마나 어렵고 부담되는 자리냐 라는 생각을 했다.

나는 누구도 관심을 갖지 않은 중간 아이이므로 오히려 그 자유로움을 즐기겠다고 생각을 했다.

누궁게도 보이지 않는 아이

번잡하면 쉽게 남의 집에 맡겨도 아무 말도 없이 오히려 잘 어울려 노는 손이 가지 않는 아이

내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어떤 마음이 있고 어떤 걸 간절히 원하는지는 어른들에게 중요한 것은 아니었다. 그러면서도 본인들이 생각한 내가 원할거라는, 내게 필요할 거라고 믿은 것들을 나에게 강요했는데 신기하게도 나는 그런 것들을 아무런 저항없이 받아들였다. 

그럴 수도 있지

부모가 나에게 해를 주지는 않을것이라고 믿었고 그 믿음은 틀리지는 않았다. 나는 운이 좋았다.

우리 부모는 나를 이용하거나 혐호하거나 학대하지 않았다.

다만 내 마음을 알아보려고 하지 않았고 그들이 의례 아이들은 그렇다 라고 믿는 대로 나를 대했을 뿐이었다. 이제 와서 그것이 그들의 잘못이라고 말하고 싶지능 않았다.

어딜 가도 안쓰럽고 소심한 큰딸이나 귀한 장손인 아듨  사이에거 자기것도 잘 챙기고 야무져 보이고 고집도 있는 나는 그냥 두면 알아서 잘 자랄거라고 믿었을 것이다. 

정말 나는 그런대로 잘 자랐고 그런대로 부끄럽지않은 어른이 되었다.

좋은 어른인지 괜찮은 어른인지는 모르겠으나 부끄럽지는 않다. 그리고 이만하면 괜찮은 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무지한 것을 싫어했다. 아니 미워했다.

어떻게 저런 걸 못알아들을 수 있는지 저런 당연한 상식을 모를 수 있는지 

조금만 생각해도 알만한 것에서 걸려 넘어지고 어리버리한 것들에 대해  피곤해 했다.

내 아이도 엄마는 늘 자식도 이겨먹으려고 드는  사람이었다고 한다.

나는 누구에게도 지고 싶지 않았고 누구에게도 무식하다거나 모른다는 말을 듣고 싶지 않았다.

겉으로는 아무렇지 않은 척 하면서 나는 무척 애쓰고 살았떤 것 같다.

남의 시선따위는 신경쓰지 않는다고 하지만 나는 남들이 무식하다고 할까봐 내가 모르는 것이 하나가 생기면  잘 아는 것을 하나 더 만들려고 애쓰면서 살았다.

그러면서도 늘 불안했다.

내가 아는 것은 모두가 아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내가 아는 걸 모르는 사람이 이상했고 한심했다. 

그리고 상대가  내가 무언가를 모르는 것을 알아차릴까 전전긍긍했다.

그러면서 늘 말했다. 나는 남응ㄴ 생각하지 않아 난 대문자 T야

대문자T는 맞다.

나는 공감하지 않는다. 나는 문제 해결이 중요하다.

나는 상대방 이야기의 육하원칙이 중요하고  상황의 원인과 결과가 궁금하고 그 다음 이야기의 맥락이나 논리가 중요하지 그떄 그 사람의 마음이나 감정들 그 상황에서의 냄새와 바람 공기 따위는 중요하지 않았다. 

당연히 나는 내 마음을 알려고 하지 않았다.

그냥 내가 이성적으로 알고 있는 나에 대한 정보들이 전부였고 이력서에 쓸 수 있는 어떤 내용이 아닌 일기장에나 써야할 문장들은 중요하지 않았다.

그런 나를 나는 강하다고 믿었다.



그런데 나조차 관심없는 내 감정이나 마음을 누가 관심을 가질까

마음을 묻는 질문에는 대답이 어려웠고 타인의 마음을 말하는 이야기는 늘 멍해졌다.


그래도 엄마가 많이 애쓰고 있따는 걸 알아

소위 말하는 '사회화된 F는 되었다는 뜻이다.

감동적이다. 내가 애쓰고 있음을 인정받았구나

하지만 다르게 보면 난 진심으로 공감하거나 타인의 마음을 알려고 하는 사람은 아니었구나 

겨우 겨우 애를 써야 남들처럼 비슷하게 보이는ㄱ나


나는 원래 감정적인 사람이었는데 감정을 죽이다 보니 이렇게 되었을까

아니면 원래 덤덤한 사람이었을까

가면을 오래 쓰다 보면 그게 내 얼굴이 되기도 하는 것처럼 감각을 꾸미게 되면 원래 그런사람인 것처럼 되어버린다. 

내가 누구인지 나도 알아가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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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절은 짧고 기억은 영영
이주혜 지음 / 창비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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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 삶을 써보세요.

쓰면 만나고 만나면 비로소 헤어질 수 있습니다.

 

시간은 흘러가는 것이라고 하지만 한곳에 머물기도 한다.

머문 시간은 갇힌 물처럼 냄새를 풍긴다.

숙성되어갈지 부패되어갈지는 자신만 알지만 때로 스스로도 모를 때가 있다.

그러나 흘러가야할 속성을 가진 것을 그대로 멈추게 한다면 그건 옳은 것이 아닐 것이다.

시간은 흘러가야 우리는 또 새로운 시간을 맞이 할 수 있다.

과거는 지났고 미래는 다가올 것이라 하지만 우리는 미래를 흘려보내고 과거를 다시 만나게 되는 경우도 있다. 시간은 연속적이지 않고 가끔 장난을 친다.

지금 해결되지 않은 문제는 다시 돌고 돌아서 내 앞에 나타날 수 밖에 없다.

문제를 끝까지 만나지 않은 건 아주 극소수의 행운이거나 내가 문제를 문제라고 인식못할만큼 그 문제에서 도망치고 있는 중일 것이다.

 

저자는 일기쓰기 교실에서 자신의 시간들과 마주한다.

80년대 초등학교를 다녔던 한 소녀의 이야기를 통해 그 시대상을 보여주고 그 아이가 어떻게 성장해 나가는지를 꼼꼼하게 기록해나간다.

시옷으로 불리우는 그 아이는 어쩌면 지났지만 내가 몰랐거나 내가 애써 모른 척 했던 시간들일 수 있다. 서서히 몰락해가는 가족들, 무심한 어른들은 시옷이 여자아이인지 남자아이인지조차 관심이 없다. 그냥 보이는대로 자기가 편한대로 판단하고는 자신의 잘못은 생각하지 않고 왜 오해하게 만드냐고 상대에게 혐오를 드러내거나 폭력을 휘두른다.

환절기 같은 시대에 어른들은 제 고민에 빠져 아이들을 생각할 여력이 없다. 그러나 아이는 늘 조금씩 자라고 있고 조금씩 알아가고 있었다. 누군가 붙잡고 조곤조곤 알려주지 않아도 아이들은 귀동냥으로 분위기로 그리고 본능적인 감각으로 어떤 변화가 오고 있음을 조금씩 삶의 한 귀퉁이가 허물어가고 있음을 그 몰락을 어른들이 애를 써서 버티고 있지만 쉽지 않음을 안다. 시옷은 귀하게 태어난 아이지만 마음이 바빠진 어른들은 누구도 시옷의 마음을 알아주지 않는다. 아이는 모를 것이고 몰라도 되는 존재이므로

그러나 시옷은 어른들과 함께 또는 어른들과 다른 리듬과 방향으로 조금씩 알아가고 성장해간다.

애니의 도움으로 여자처럼 화장을 하고 합창단에 기어이 갔지만 돌아오는 건 혐오와 모멸이었고 엄마가 싫어하는 제비다방 청년과 함께 하는 시간이 유일한 안식이고 행복이지만 그마저 엄마에게 들켜 오래가지 못했다.

(나는 제비다방 청년을 많이 오해하고 거리를 두었는데 그는 참 좋은 어른이었다. 무심하게 아이들을 도와주고 책을 읽어주고 시옷이 무엇을 원하고 있는지를 본능으로 안다. 어쩌면 그 청년도 시옷의 시간을 버텨오고 건너오지 않았을까)

아빠가 돌아왔지만 작은 집으로 이사를 했고 동생이 태어났다.

시옷이 태어나는 동생을 부러워 하는 부분

내가 가지지 못한 것을 가지고 태어날 테고 그래서 남자인지 여자인지 아무도 관심이 없어서 자기 멋대로 판단하지도 않을 것이고 만약 고운 소년이 되어 노래를 부른다면 엄마와 할머니는 빚을 내서라도 단복을 맞춰주었을 것이고..... 동생에 대한 시옷의 마음이 와락 와 닿는다.

그리고 이사한 집에서 만난 눈이 아름다운 윤수

이사를 하지 않았더라면 둘은 접점이 없었을텐데

작은 집에서 어른들의 관심에서 비껴난 아이들은 용케도 서로를 알아보고 서로에게 위로가 되고 친구가 되었다.

이야기가 막바지를 향해가는데 등장한 윤수가 괜히 마음에 걸렸다.

지금 나와서 그냥 배경처럼 사라질 인물일까

두아이가 서로의 외로움을 알아보고 친구가 되고 곁이 되어주는 시간들은 한없이 따뜻했지만 어느 순간 어른이 된 시옷에게는 윤수와 애니는 등장하지 않았다. 애니는 그래도 유년시절 ㅇ일한 친구였고 자기 방식으로 시옷을 도와준 철없고 아슬아슬한 면이 있으면서도 미워할 수 없는 존재였는데 윤수는 어떤 의미가 될까

애니보다는 좀 더 시옷과 가깝고 은밀하고 서로가 가장 든든한 순간을 경험했다.

그러나 어느 순간 보이지 않더니 먹먹한 마음을 남긴다.

수호말처럼 입체적인 새끼였떤 윤수

소심한 소년이었다가 껄렁한 동네 형이었다가 든든한 아들이었다가 속을 알수 없는 중년이 되더니 어느 순간 이웃에서 사라진다.

그리고 가깝고도 먼 동생 윤수가 등장한다.

어느 남매가 그렇지 않을까

내동생은 내가 책임진다고 열기에 끓었다가 나에게 없는 것을 달고 나온 너를 미워하고 증오했다가 서로 데면데면해지고 멀어졌다가 궁금해지지만 그 궁금증이 해소되면 또다시 잊고 살다가 멋쩍은 농담을 던지다가 조금은 어색해지고 멋쩍어지는 사이

윤수도 나름 기록하고 알아가고 버려야할 시간들을 살아왔을 것이다.

 

시옷이 일기쓰기 교실에서 쏟아낸 자신의 이야기들 비로소 만나고 비로소 놓아주게 되었을까

 

엄마를 좋아하지만 엄마에게 이해받지 못했고 말하지 못한 것들이 있었는데

여전히 딸 해준과도 사이가 어렵다.

꽃이 진다고 꽃의 잘못이 아니기에 꽃이 다시 피기를 기다리겠다는 마음으로 기다린 석구와도 어긋나 지금은 가족이 각각 흩어져서 혼자 살고 있는 시옷

지금 이순간 힘듦과 불안을 지금이 아닌 그때의 시간을 돌아보면서 다시 맞춰본다.

지금 내가 이해가 되지 않고 용서가 되지 않으면 과거의 나를 돌아봐야 한다.

내가 나를 이해하는 것

내가 나를 알아주고 용서하고 받아들이는 것

그 시간에서 내가 놓쳤던 것, 내가 받지 못했던 것들을 그 시간을 다시 기록하고 만나면서 메워나가야 한다. 이제 와서 누구를 무엇을 탓하랴

받아들이는 것 그것도 연습이 필요한 일이더라

 

시옷이 혜준과 다시 화해하고 석구와 좋은 관계를 유지할지는 모르겠다.

여전히 삐거덕거리는 부분들도 있을 것이다.

그래도 나에게 조금 너그러워졌다면 관계에도 기름칠이 되지 않을까??

어디에나 있는 시옷들이 있다.

스스로를 용서하거나 인정하기 쉽지않은 단호하고 엄격한 시옷들이 있다.

그 엄격함이 자신에게 상처를 입히는 줄도 모르고 절대 누구에게도 기대지 않겠다 폐끼치지 않겠따는 마음으로 단단해지는 그 마음을 방패삼은 시옷들이 있다.

지금 내 곁에도 있고 당신 곁에도 있다.

조금 놓아주어도 된다고 말하고 싶다면 주제넘은 짓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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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절은 짧고 기억은 영영
이주혜 지음 / 창비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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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사람의 이야기를 나는 어떻게 받아야하나. 나를 드러내고 나를 만나고 나를 보내는 이야기 나를 알면 비로소 불안과 친구먹을 수 있다 납작하지않은 입체적인 나는 괜찮은 사람 기억을 꺼내서 일기를 쓰야할것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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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비밀
최진영 지음 / 난다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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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작가란 건 알았지만 좋은 친구를 만난 느낌. 어머 너도 그랬구나 나도 그랬어. 지금 그 말이 딱 그때 내마음이었는데 누군가 알아주는 사람이 있고 그 마음을 경험한 사람이 있다니 정말 좋구나.. 그렇게 서로 말들이 이어질테고 순간순간 어색한 적막도 있겠지만 이렇게 우리는 다정해지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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