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프를 발음하는 법
수반캄 탐마봉사 지음, 이윤실 옮김 / 문학동네 / 2025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나이프를 발음하는 법

아이는 아빠에게 나이프의 k는 묵음이라고 말하지 않는다. 교장실에 불려갔었다고 규칙들과 원래 그런 것들에 대한 얘기를 들었다고 말하지 않는다. 그저 글자 하나일 뿐이라고들 했다. 하지만 바로 그 글자 하나, 맨 앞에 놓인 단 한글자 때문에 아이는 교장실에 불려갔다. 아이는 k가 묵음이 아니라고 우겼다고 말하지 않는다. 묵음일 수 없다고 아이는 우기고 또 우겼따, “맨 앞에 있는 걸요! 첫 글자잖아요! 소리가 있어야죠그리고서 아이는 무언가 중요한 것을 빼앗긴 양 괴성을 질러댔다. 아이는 아빠가 말해준 것 그 첫 음을 단념하지 않았따. 평생 읽고 교육받아온 선생님 중 어느 누구도 그 이유를 설명해주지 못했다.’

 

2. 파리

레드가 아는 유일한 사랑은 하루의 조용한 순간들 속에서 자신에 대해 느끼는 단순하며 복잡하지 않고 외로운 사랑이었다. tv에서 흘러나오는 웃음소리와 이야기 속에 주말마다 들르는 식료품점 통로에 그 자리에 한결같이 견고하게 서 있는 것이었다. 매일 밤 어둠 속 같은 자리에서 고요함 속에서 눈부시게 퍼져나가는 것이었다. 그 모든 게 자신의 것이었다. ‘

 

3. 슬링샷

그는 내게 자고 가라고 했지만 나는 그러고 싶지 않았따. 나는 그가 볼 수 없는 슬픔을 지닌 채 그를 바라보았다. 그렇게 할 수 있는 사람 내 존재르 부정할 수 있는 사람-과 함꼐있고 싶지 않았다. 그에게는 후회하고 어리석게 굴 수 있는 시간이 있었다. 나는 아니었다. 그가 내게서 돌아섰을 때 나는 나조차 이유를 알 수 없는 행동을 했다. 손을 뻗어 인체해부모형안에 있는 조각 하나를 집어 들었다. 위장이었다. 작은 플라스틱 조각 당연히 그건 실제가 아니었지만 그 자리에 있었고 아무것도 아닌 것은 아니었다.‘

 

3. 랜디 트래비스

아빠는 가만히 있기만 해도 사랑을 충분히 보여줄 수 있다고 생각했다. 침묵이 사랑이고 자제심이 사랑이라고 생각했다. 그것을 소리 내어 말하고 완전히 드러내 보이는 것은 창피함을 모르는 것이라고. 사랑에 대해 주절거리는 건 우습다고 생각했다. 랜디 트레비스는 어던 남자이기에 건강 외모 명성 돈을 갖고고 그렇게 주절거리는 걸까?’

 

4. 매니페디

있잖아 미스 에밀리는 나 같은 남자는 절대 안 만날지도 몰라 그래도 난 꿈꾸고 싶어 기분이 좋거든 오랫동안 그런 기분을 느껴보지 못했어. 제길 내게 기회가 없다는 걸 알아 그렇지만 그게 내가 헤쳐나가는 힘이야. 매 시간 매일을 해쳐나가게 해. 나 같은 남자가 어떤 꿈을 가져야 하는지 알려줄 필요 없어, 조금이라도 꿈꿀 수 있다는 게 중요하니까

 

그녀의 얼굴도 보이는 것과 다르게 망가지고 삐뚤어졌다는 걸 알 수 있었다. 그녀는 그 얼굴을 인정하지도 거기서 희망을 보려 하지도 않았다 희망은 그녀에게 끔찍한 것이었다. 바라는 게 무엇이든 그것이 그 자리에 없다는 걸 뜻했으니까

 

5. 세상의 가장자리

엄마는 전쟁에 대해 알았다. 어둠 속에서 총을 맞는 게 어떤 건지 품안에서 죽어가는 사람을 보는 게 어떤 건지 폭탄이 무엇을 파괴할 수 있는지 그건 내가 알지 못하는 것들이었다. 그리고 지금 우리가 사는 곳 그런 일은 전혀 일어나지 않는 나라에서 살면 그런 건 몰라도 상관없었다. 나는 모르는 게 많았다.’

종종 어마의 얼굴이 나온다. 그 시절처럼 여전히 젊다. 나는 엄마의 얼굴을 기억하지 못하는데 꿈속의 그녀는 입술을 움직이며 항상 내게 무슨 말을 전하려고 한다. 꿈은 단 몇초에 불과할지 모르지만 이미 지나가버린 시간을 우리 사이에 다시 풀어놓기에는 그걸로 충분히다. 그런 꿈에서 꺠어나면 마흔다섯 살의 나는 그때의 심경을 생생하게 느끼며 다시 어린아이가 된다. 그녀를 잃었다는 사실에 다시 한 번 비통해진다.’

 

6. 당신은 너무 창피해

이 말 한마디만 할게. 꼭 기억해! 진심으로 엄마가 되고 싶어하는 사람은 없어 엄마가 되고 나서 그걸 깨닫지

 

7 저 멀리 있는 것

8. 지렁이 잡기

 

누구도 묵음은 왜 발음하지 않는지 알려주지 않는다.

원래 그런 거라고 말하며 그냥 외우라고 했었다.

그냥 외웠고 그걸 외우고 안다는 걸 자랑스러워했다. 왜 발음을 하지 않으면 안되는지를 알고 싶어하지 않았다. 세상에는 몰라도 되는 일이 있다고 생각했다.

 

조이는 아빠가 가르쳐준 그 발음이 있다고 주장한다. 왜 안되는지 똑똑한 선생님들도 설명을 못하면서 무조건 발음이 되지 않는다고 말하는 걸 받아들일 수 없었다.

아이라서 자신도 잘 몰랐을테지만 그래서는 안된다는 생각을 하지 않았을까

이야기 속의 인물들은 자신이 왜 발음되지 않은 알파벳인지 알지 못하거나 납득하지는 못하지만 알게 되었거나 아무 말도 없이 받아들이거나 그렇다.

늙은 여인은 자신을 사랑한다고 말을 하면서도 사랑하지 않은 남자를 떠나버렸고

공장 노동자 레드는 뾰족한 코를 원하지만 한편으로는 못생긴 자기 얼굴에 안도하기도 한다.

친구와 함께 자라고 배웠지만 달라진 모습에 모습을 숨기기도 하고 기어이 라오어를 주장하는 부모를 다 이해하지 못하지만 그럴 수도 있었겠구나 받아들이는 나이가 된다.

 

짧은 이야기들은 소설같기도 하고 수필같기도 하고 때로는 시처럼도 읽혔다.

내가 미처 보지 못한 사람들이 불쑥 불쑥 튀어나오면서 자기 이야기를 짧게 들려준다.

그들은 주장하지 않았다.

내가 여기 있다고 외치지 않았다.

쭈삣거리며 나와서 나는... 하고 자기 이야기를 하고 다시 슬며시 이야기 속으로 사라진다.

엄마역할을 하고 싶지 않았다는 마음을 뒤늦게 알지만 내뱉지 못하는 상황들

무언가 깊게 심취할 무엇이 필요했던 순간들

내 고향을 잃으면 내가 사라질지 모른다는 두려움

현실을 알게 되고 인정하면 여태 쌓아온 나 자신을 부정하게 될지 모른다는 두려움도 있다.

보이지 않은 시간속에도 찰라의 눈에 띄고 즐거운 시간들도 있고 절대 받아들일 수 없는 할머니의 말이 내 삶의 일부분을 지나가기도 했다.

 

내게도 발음되지 않은 부분이 있을 것이다.

모른 척하거나 모르거나 그럴 뿐이다.

그리고 나도 묵음들에 대해 이유를 요구하지 않고 그저 외워서 익히고 있는중이다.

 

병원을 다녀오며 들었던 팟캐스트에서

자신의 언어를 발견하고 자신의 목소리로 자기를 표현하는 것이 중요한 만큼

그 표현이후도 중요하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누군가 자기의 문제를 드러내고 이야기했을 때 아무도 호응하지 않거나 모른 척 하거나 차마 뭐라고 이야기하기 난감해 침묵을 지킨다면 말을 한다는 행위가 어떤 의미가 있을까

말을 한다는 것은 누군가 듣고 있다라는 것을 전제로 하는 것이다.

누구도 허공속에서 내 목소리가 흩어지는 걸 원하는 사람이 없다.

목적하는 대상이 없더라도 누군가 내 목소리를 듣고 답해주기를 바라며 조심스럽게 목소리를 내는 것이다.

내 이야기를 했고 나는 그 문제에 대해 나름의 이해를 하고 명명을 하고 상황을 정리했지만 그 이야기를 듣고 탓을 하거나 침묵을 한다면 내가 겪고 있는 내 상황이나 그때의 사건이 중요한게 아니라 지금 이순간 그 경험을 한 나 자신이 문제가 되어버린다.

 

묵음이었던 사람들이 있었어

세상에는 보이지 않은 사람들이 있고 (소수자가 있고 그림자 노동이 있고 누군가가 있지) 내가 미처 세상을 다 알지 못했구나

그리고 그 다음은?

 

그 다음은 어렵다.

그 다음 어떻게 해야한다는 몰라서이기도 하고

또 하나 개인적인 이유는

나 자신이 평안하지 않고 불안하고 위기 상황이면 다른 누가 묵음이든 뭐든 중요하지 않다.

그냥 눈을 감아버린다. 한결같지 않은 내 모습이 부끄러워 한결같기 위해 눈을 감기도 한다.

 

짧은 이야기들이지만 그 여운은 깊고 진하다.

다만 그 진한 여운이 여운으로 끝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내 주변에는 언제나 누군가 있다.

내가 모를 뿐이다.

나도 당신 곁에 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봄밤의 모든 것
백수린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25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 j는 이제 자신을 알아보아야겠다고 생각을 했다.

나의 삶이 왜 이렇게 고통스럽고 아팠는지 알기 위해 나를 돌아봐야 한다.

조울증이 심한 남편이 나에게 그릇을 집어든지는 순간 경찰에 신고를 했고 그리고 이제는 참을 수 없다는 생각을 하면서 이 상황을 바꾸기 위해 나를 먼저 알아야 한다고 생각을 한다.

어려서 한량같았던 아빠가 너무 미웠고 아빠 때문에 곱게 자란 엄마가 고생하는 것이 너무 안쓰러웠다. 엄마를 위해 내가 갖고 싶은 걸 참을 수 있었고 엄마가 하는 칭찬에 내마음이 가득차올랐다. 부유한 외가에서는 엄마에게 다 두고 돌아오라고 했는데 언제 엄마가 다 포기하고 돌아갈지 두려웠다. 내가 말을 잘 들으면 엄마를 위해 애를 쓰면 엄마가 돌아가지 않을거라도 마음을 다잡았다. 다행히 엄마는 돌아가지 않았지만 어느 순간 앓아눕는 상태가 되었다.

엄마를 돌보는 건 내 몫이었다. 아빠는 있어도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고 동생들은 어렸다.

일과 엄마간호가 하루의 일상이었다. 가끔 친구들과 어울리면서 일부러 늦게 귀가한 적도 있었다. 엄마가 이제 그만 돌아가셨으면 하고 마음을 몰래 먹은 적도 있었다.

다들 착한 딸이라고 하지만 나는 안다. 나는 그렇게 좋은 딸이 아니고 못된 구석이 있고 이기적이었음을 다른 이는 몰라도 나는 안다.

그리고 어느 순간 엄마와 아빠까지 돌아가셨고 세상에는 삼남매만 남았다.

그리고 나는 졸지에 대장이고 가장이 되었다.

다행이라고 해야하나 한꺼번에 돌아가신 부모님덕분에 경제적으로 조금 편안해졌다.

그리고 결혼을 했다.

아빠와 다른 사람, 휜칠하지 않아야 하고 큰소리 뻥뻥치는 위인이 아니어야 했다.

못생기고 기가 죽은 안쓰러운 남자

다들 말렸고 나도 이건 아니지 않나 라는 마음이 들었지만 이미 청첩장을 돌렸고 되돌리기는 늦었다,

예감은 현실이 되었다. 아빠보다 못한 남자는 아빠와 다르지 않았다.

내곁에 딱 달라붙어 피를 빨아먹는 거머리 한 마리였다.

아이가 태어났고 아이 때문에 나는 참고 살아야 했다. 동생들 도움을 받아가며 악착같이 살아야 했는데 남편은 늘 제구실을 하지 않았다.

아이가 스무살이 되면 이혼하리라는 마음은 아이가 스무살이 되고 10년이 다시 지나도 이루어지지 못했다. 혼자 산다는 것, 경제력의 문제 그리고 이혼이라는 딱지가 두려웠다.

지금은 서로 남처럼 살아서 오히려 홀가분해졌다.

신고이후 조금 강하게 나가기 시작하고 그에 대한 기대를 아예 접어버리자 그도 스스로 살아가고 나도 스스로 살고 있다. 타인에 대한 의심과 두려움이 아직 가득하고 위생관념이 전혀 없는 병신같은 사람이지만 익숙해지면 괜찮았다.

나는 나를 알아보려고 했다. 내 모친은 내게 사랑을 듬뿍 주고 가족을 버리지 않았고

나는 모친을 닮아 가족을 버리지않고 아이를 길렀다.

남편이 나에게 거머리였던 것처럼 나도 내 혈육에게 거머리였을 것이다.

그 상황을 마주하자 당황스러웠지만 이미 지났다. 아들에게도 거머리일 수 있지만 그건 끝이 있다고 약속했다.

나는 남편을 바꿀 수 없어 나를 바꾸려고 그래서 나를 알아보려고 한다.

그런데 자꾸 내가 생각하는 내가 정리한 내가 내가 아닐 수 있다는 말을 한다.

21살 부모잃고 강해지고 꼿꼿하고 모든 상황에 대해 통제하고 관리해야하는 견디던 내가 60이 넘은 지금도 남아있다고 한다. 그게 나를 지탱한 힘인데 이제 그 21살의 나를 놓아주라고 한다. 그게 가능할까

내가 남편 때문에 힘들었던 것이 아니라 남편을 통제하고 규정했고 아들을 규정하고 있다는 말을 받아들이기 힘들다.

아닐 수도 있지만 그럴 수도 있다는 생각이 힘들다.

내가 안다고 생각한 나는 정말 내가 맞을까

나는 누구인가

내가 보는 나와 타인이 보는 나 어떤 것이 나인지 혼란스럽다.

 

 

‘# 내가 나를 가장 잘 알지 누가 나를 잘 알겠어요?’

다들 나를 가장 잘 아는 사람은 나라고 생각한다.

그런 말을 들을 때 마다 하고 싶은 말은

거 짓 말!’

내가 나를 아는 건 당연하다. 나는 나이므로 그 누구보다 잘 안다.

내가 좋아하는 걸 알고 내가 싫어하고 두려워하는 걸 안다. 내가 잘하는 것을 알고 내가 못하는 것도 안다. 나의 현재 상황을 잘 알고 내 비밀은 나만 안다.

그러나 어느 순간

예상할 수 없는 상황에 부딪치거나 내 생각과 다르게 관계가 흘러가서 상처를 받거나 불안해질 때 내가 몰랐던 미쳐 생각하지 못한 내 모습이 불쑥 올라온다.

낯선 나를 내가 바라본다.

나는 성숙하다고 믿었는데 아직 어리고 유치하고 감정적인 내가 올라온다.

나는 누구인가.

 

어떻게 그런 일이 일어날 수 있었을까? 하지만 분명한 놀라움이 그녀의 늙고 지친 몸 기푹한 곳에서 서서히 번져나갔다. 수없이 많은 것을 잃어온 그녀에게 그런 일이 또 일어났다니 사람들은 기어코 사랑에 빠졌다. 상살한 이후의 고통을 조금도 알지못하는 것처럼 그리고 그렇게 되고 마는데 나이를 먹는 일 따위는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아주 환한 날들)

 

이제는 나를 잘 안다는 j에게도 통제할 수 없는 일이 생길 것이다.

나를 솔직하게 표현하고 받아들이고 이제는 정리되었다는 그 마음에 균열이 일어나고 그 틈으로 일렁이는 빛이는 물결이든 지나갈 것이다.

그건 내가 잘못살아서도 아니고 성숙하지 못해서도 아니다.

삶이라는 것이 감정이라는 것이 사랑이라는 것이 그런 것이다.

얇고 약한 곳을 비집고 기어이 밀고 들어와서 한 자리를 차지해버리는 경험은 나이를 가리지 않을 것이다. 내가 단단해졌다고 마음을 놓고 헤이해 지는 순간을 놓치지 않을 것이다.

다행히 <아주 환한 날들>의 주인공은 마음이 사랑이었다. 따뜻한 흔적을 남기는 존재 그로 인해 내가 몽글해지고 약한 구석을 들여다 볼 수 있는 시간들 그렇게 왔다.

j에게도 그 순간들이 버틸 수 있기를 놀랍기는 하지만 몽글몽글한 순간이기를 바란다.

내가 알고 정리된 내가 조금 흔들리고 헝클어지더라도 괜찮다고 말해주고 싶었다.

 

지난 시간은 되돌릴 수 없다. 서로를 할퀴었던 상처도 사라지지 않는다. 개의 다리가 보여주듯 상처가 없었던 지난 시간은 결코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두 사람이 그 개의 활기를 보고 환해졌던 것은 되돌아 가지 않아도 괜찮을 수 있는 사랑의 힘을 봤기 때문이다.

회복이란 이전의 상태로 도라가려는 과거지향이 아니라 상처를 안고 새로운 상태로 나아가려는 현재 진행이다. “ (흰눈과 개)

 

우리는 오직 우리가 느낄 수 있는대로 느낄 뿐이다. 아무리 노력하더라도, 그렇다.

(중략)

꼬리에 꼬리를 무는 이런 생각들은 한 번도 자신만의 욕망을 가져본 적 없던 언니가 그때 어떤 시기를 통과하고 있었다는 걸 나로 하여금 마침내 깨닫게 했다. 그건 얼마나 달콤한 일이었을까 얼마나 고통스런 일이었을까 이미 오래전 지나왔으나 그런 시기가 틀림없이 내게도 있었다. 그리고 그건 언제 누구에게 찾아오든 존중받아 마땅했다.“ ( 빛이 다가올 때)

 

모든 걸 다 알고 있다고 믿었는데 어느 순간 내 속에서 무언가 탁 하고 터지는 순간들

이야기들은 모두 그런 한 순간을 그리고 있다(고 나는 읽었다.)

다 정리되었고 내가 나를 잘 안다고 하지만 그렇지 않았던 순간들

아직은 여린 속살이 남아 있고 아직도 상처를 받고 아직도 아프다는 말을 해야하는 순간이 있고 어쩌면 그때 그것이 사랑이었구나 내가 그때 아무것도 몰랐다는 걸 깨닫는 순간이기도 하다.

그 순간을 지난다고 내가 확 달라지지는 않는다.

나는 여전히 내가 가장 잘 알고 있는 나일 뿐이다.

그러나 내가 아는 부분이 조금 늘어난 나이다.

그렇게 나는 확장되고 변화하고 달라진다.

앞으로 나아간다 싶다가도 다시 백스텝을 밟고 지리멸렬해지기도 하겠지만 그 역시 나다.

타인의 삶을 부러워하고 보여지는 부분에 신경을 쓰겠지만 결국 나는 나로 돌아온다.

보여지는 타인의 삶은 완벽하고 아름답고 행복하다.

나는

나는 나의 티도 잘 알고 얼룩도 알고 남은 절대 모를 비굴하고 비열한 모습도 안다.

나는 완벽하지 않고 아름답지 않아서 기가 죽지만 결국 사는 건 그렇다.

완벽한 건 타인을 바라볼 때 내 마음일 뿐

누구나 약간의 얼룩이 있고 불순물이 끼어서 만들어져 가는 존재들이다

그래서 찬란하고 쓸모가 있고 강하게 비티는지도 모르겠다.

 

조금은 비슷해보이고 반복적으로 보이는 이야기들이 이어진다.

중간중간 굳이 이 이야기를 읽어야 할까라는 마음이 끼어들기는 했지만 다 읽기를 잘했다는 마음이 마무리 짓는다.

 

다시 돌아와 j가 조금 헐렁해지기를 바란다.

내가 모든 것을 알고 모든 것을 통제하고 모르거나 위험한 것들을 차단하지 않고 살아도 괜찮다고 하루에 열두번 변하는 남편을 남처럼 바라보고 불쌍해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알려주고 싶지만 나 역시 타인이니 스스로 편안해지기를 바랄 수 밖에

타인은 알지만 나는 모르는 나를 알아가는 과정

그리고 타인의 시선도 조금씩 교정해주는 과정

다들 그렇게 살고 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바닷가의 루시 - 루시 바턴 시리즈 루시 바턴 시리즈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 지음, 정연희 옮김 / 문학동네 / 2024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올리브도 루시도 한 사람의 삶을 길게 바라보면서 그 사람에 대한 생각이 여러갈래로 변하면서 겱구은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가난하고 냉정한 분위기의 가정

자녀에게 다가가는 여유가 없었던 부모

무심한 형제들

대학에서 겪는 낯설음과 외로움

새롭게 알괴 되는 사회 문화 행동양식들

첫남편 윌리엄이 가져다 준 새로운 경험들

보통의 사랑 경험을 하게 해주었고 평범한 삶이 주는 안정감을 알게 해준 사람

남편의 외도로 이혼하지만 영원히, 여전히 나의 유일한 집이라는 마음이 남아 있었던 것

두 사람의 오묘한 관계가 어쩌면 이후 윌리엄의 아내들이나 루시의 남편에게 조금은 외로움과 소외감을 주지 않았을까 생각해 본다.

윌리엄은 모르겠지만 루시는 헤어진 남편에 대해서도 은연중에 내가 가진 소유권을 놓지 않는다. 이미 남이지만 남들이 모르는 나만 알고 있는 윌리엄이라는 존재에 대해 안도하는 마음이 유일한 나의 집 그것이 윌리엄이라고 생각한다. 그 마음이 얼마나 이기적인지 모른 채

내성적이고 자기확인이 없으며 결핍이 많은 루시

두 권이 책을 읽으면서 참 많이도 답답했다. (내 이름은 루시바턴, 오 윌리엄)

저렇게 타인에게 맞추며 살고 자기 감정을 속으로 삭이고 꽁해지기도 하는 루시

미움받을 용기가 없고 아무런 자신이 없는 초라한 자신을 드러내지 않고 감추려는 사람으로 보였다. 동시에 자기연민이 너무 많아서 세상에 가장 가여운 사람을 자신이라고 은연중에 정해놓고서 어쩌면 그가 관계하는 모든 이들은 자신을 학대하는 사람이거나 자신을 구원하는 사람 두가지 부류로 구분하지 않았을까 부모와 형제가 전자라면 윌리엄은 후자였다.

윌리엄에 대한 애정이나 이혼 후의 관계를 보면 나의 그림자를 모두 아는 유일한 사람에 대한 관심과 애착을 원했고 놓지 못하는 미련이 아닐까 싶었다.

나를 구원해야 하는 사람이니 놓을 수 없었을 것이다. 동시에 나 역시 윌리엄을 챙기고 구원해야 한다는 어쩌면 서로 의존하는 관계일거라고 그래서 비록 이혼을 하고 헤어졌지만 정서적으로 가장 맨 앞에 있는 사람은 여전히 윌리엄이었다.

작가가 되고 사랑하는 현재의 남편이 있고 안정적인 삶을 꾸려가는 딸들과도 관계가 좋음에도 루시는 늘 전전긍긍하는 것 같다.

이번 편의 루시도 다르지 않다.

펜데믹에 대한 이해도 없고 (이 부분은 나중에 이해가 된다. 나 역시 코로나 초기에 이 상황이 이렇게 길어질지 몰랐고 걱정하고 조심하는 사람에 대해 예민하다고 느낀 시간이 길었다. 긴 시간을 겪어내고 경험하면서 비로소 심각성을 알게 되었으니 말이다)

이번 이야기에서는 루시 공주님은 윌리엄 뫙자에게 기대어 메인주로 이사하고 펜데믹 기간을 살아간다.

아무것도 모른다는 헤맑은 표정이 자꾸 연상되었다.

뉴욕을 떠나고 딸들을 못만나고 일상이 달라진다는 것에 대한 불안이 크고 불편함이 있지만 그저 윌리엄이 이러는 건 이유가 있다는 수동적인 태도로 일관한다.

 

그러나 지난 독서와 이번 독서사이 시간이 많이 있어서일까

그럼에도 이번 루시는 많이 공감이 되었다.

루시의 변화가 아닌 읽는 나의 변화일 수도 있다.

소심한 루시, 자기 직업에 자신이 없는 루시

가난하고 무지했던 그래서 자기 경험을 쓴 작품에 자신이 없고 부끄러웠던 루시

사람들의 태도가 때로 두렵고 슬펐던 루시

사실 돌아보면 별일 아니라는 걸 알게 되지만 일상의 보통의 경험들은 상처가 될 EO가 많았다. 나만 모른다는 마음 누구에게도 사실을 말하지 못하는 두려움 동시에 그런 나 자신에 대한 자책들

나를 싷어할거야, 귀찮아 할거야 라고 지레 판단해버리는 소심함과 두려움

어제까지 괜찮았던 가까운 이들의 행동이 오늘 갑자기 싫어지는 마음

어느날 문늑 느끼는 아 나의 이런 행동 이런 습관을 저 사람은 싫어하겠구나 라고 느껴지는 마음

자녀가 연락을 하지 않아 엄마로서 이제 자격이 없다 엄마로서 존재가 없구나 느꼈다가 전화 한통에 스르르 마음이 풀어지는 순간들

오랜만의 만남에 어색해지는 것

누군가가 좋아졌다가 다시 미워지는 감정들 내가 상처받기 두려워서 좋은 사람이야 라고 느끼려는 애쓰는 마음들

루시의 분투는 그만의 것이 아니었다.

나 역시 그렇다.

루시의 좋은 엄마와 현실의 엄마는 비슷한 말을 한다.

루시 너 자신을 믿어

누구나 자기가 중요하다고 느낄 필요가 있어

내가 중요하지 않기 때문에 너무 하찮음을 잘 알아서 하루하루가 힘들 뿐이다.

들키지 않으려고 세상에 맞추려고 애쓰는 동안 나는 점점 작아지고 이러다 사라질것같다는 두려움이 든다.

 

이전 루시는 나는 루시바턴이라고 선언했듯이 이번에도 스스로에게 다짐하고 이야기 하다.

나는 모른다 그러나 조금은 안다

나는 이렇게 생각을 했다. 타인은 다를 수도 있다,’

나는 이만큼 안다.

나는 행복했다. 정말 그랬다

이런 표현처럼 루시는 자신이 아는 것 자신이 느끼는 것들에 대해 솔직해지기 시작한다.

내가 알아차리는 조각들 그리고 내가 느끼는 조각들을 모아서 그렇게 만들어진 나를 인정한다.

몰랐고 알았고 그렇게 생각했고 행복했던 나 자신을 인정하고 받아들인다.

 

루시는 다시 윌리엄과 합쳤고 그 사실을 자녀들에게 알린다.

여러 우여곡절이 있지만 너의 엄마 아빠였고 좋은 친구였고 유일한 내 집이었던 그와 함꼐 하기로 했다고

이때 큰 딸 크러시의 말은 나에게도 깊게 뼈를 때렸다.

엄마가 아ᄈᆞ와 다시 합치기로 했다는 말을 했을 때 내 기분이 얼마나 뒤죽박죽이었는지 엄마는 모르죠, 엄마는 그말을 전혀 아무것도 아닌것처럼 했어요. 그냥 헤맑게요. 엄마는 이해가 안되겠죠

엄마의 그 말을 그 모든 시간이 흐른 뒤에 오 그런데 아빠하고 다시 합쳤어. 두분이 겪은 엿같은 그 모든 일이 우리에게도 영향을 미쳤다는 말ㅇ르 해야겠는데 개같은 그 모든일이 갑자기 큰일이 아니게 된 것처럼 그렇게 말했다구요.‘

이 말이 내게로 와서 박힌건 비슷한 말을 나도 딸에게 들었기 때문이다.

우리문제가 우리문제만은 아니었다는 것 어른의 갈등은 자녀에게도 영향을 미치고 그들이 제 3자가 아닌 당사자일수도 있음을 부모는 잊는다.

우리 문제고 아이들은 몰라도 되고 상처입지 않기위해 다 결정되면 조심스럽게 알려주면 되는 것, 또는 두 사람의 갈등이 풀렸다면 잘 지내는 것만 보여주면 된다는 단순한 마음이 너무 단순했다는 것들

 

루시도 나도 내 문제를 바라보고 내 연민에 집중하고 그 와중에 자녀들에게 신경썼다고 믿었으나 우리는 모두 타인의 고통은 모른다.

어려서 모르고 당사자가 아니어서 모르고 힘들어 보이지 않으니 모른다고 믿고 싶었다.

타인의 고통까지 공감하게 되면, 더구나 그 타인이 자녀라면 나는 더 견딜 수 없고 내가 나를 용허사기 어렵고 미워지고 하찮아져서 내가 나를 놓아버릴까봐 그렇게 변명하면서 아닐거라고 믿으려 했다.

불화를 보았고 갈등을 짐작했고 두려웠는데 어느 순간 아무것도 아니야 라고 한다면 내가 무엇을 두려워했고 불안했는지 스스로를 믿을 수가 없게 된다.

그리고 또다시 비슷하게 반복되는 일들

나 역시 나도 조금 알고 나는 그러다는 것만 알 뿐이다.

 

나는 윌리엄을 알면 알수록 이기적이고 자기중심적이라고 생각한다.

루시를 달래고 사랑하는 방식이 동등한 상대를 대하는 방식이 아니라 내가 돌봐야 하는 여리고 약한 사람이라는 종속관계처럼 보여서 이다.

루시에게 필요한 안전한 부모의 모습

내가 돌보고 내가 책임을 져야 하므로 가끔의 통제가 필요하고 일방적인 지시가 필요한 관계

그래서 루시와 윌리엄은 잘 맞는 파트너일지도 모르겠다.

 

나 역시 루시를 이해한다. 이해가 된다.

나도 이미 익숙한 것에 머물러 있는 사람이다.그다지 나쁘지 않으니까 라고 스스로 변명을 할 것이고 내 부모 내 성장으로 온 결핍들을 생각해보겠지만 그 기저에는 그것은 절대 차인이 채울수 없는 것 결국은 빈공간으로 바람불고 외로운 공간으로 남겨두어야 한다는 생각을 한다. 그러나 동시에 그 공간을 누군가 채워주기를 기다리고 있다.

누군가 채우려고 들면 다시 발톱을 세우고 경계를 할지 모르겠지만 외롭게 기다리고 기대하는 마음은 여전히 가지고 있을 것이다.

 

루시가 미웠다가 이해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가 다시 비슷한 모습들을 발견한다.

미워던 이유도 내가 스스로에게 미덥지 못한 부부들을 발견했기 때문일 수도 있다.

삶은 다음을 알 수 없다. 그건 불안이지만 동시에 선물이다.

알지 못하는 것은 빈 상자 빈 종이다.

그것을 채우는 것은 살아가는 내 몫이다.

루시의 이야기를 읽으면 배운 것이 있다면

서성거리는 모습

짜증이나 화를 바라보는 모습

혼자 끊임없이 생각하고 느끼지만 말은 삼키는 모습

모른 사람에 대한 판단을 보류하는 모습 그 모습은 나도 배우고 싶다.

쉽게 삶속으로 빠져들지 못하고 바라보고 서성이며 시간을 채우겠지만 그것 역시 살아가는 방식이 아닐까 생각한다.

 

루시가 조금 편해지면 좋겠다.

올리버가 편안해지지만 그 성정이 더 무뎌지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처럼

만난 적없는 누군가의 이야기를 읽으며

그가 걱정되기도 하고 염려되고 미워지기도 하는 마음들이 결국은 사랑이었을까 생각한다.

내가 루시를 은근 좋아했구나.

 

 

 


댓글(0)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에이미와 이저벨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 지음, 정연희 옮김 / 문학동네 / 2016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엄마와 딸이 있다.

아버지, 남자의 존재는 없다.

처음부터 세상에 달랑 둘만 떨어진 것처럼

30대 중반의 엄마는 딸이 염려스럽다. 딸이 자기처럼 될까봐 두렵고 자신의 진실을 알면 자신을 경멸하고 떠날까 두렵다. 아이를 잘 키우는 것이 유일한 희망이고 현실이라 나와 어울리지 않는다고 믿는 세계에서 고군분투한다. 내가 어울려야 하는 세계에는 차마 발을 들이기 두렵다.

십대 중반이 된 딸은 엄마처럼 살고 싶지 않다. 늘 피곤한 모습으로 돌아와 무심하지만 예민하게 나를 감시하고 있는 엄마가 싫다. 엄마가 그리워서 보고싶어 집에 돌아오지만 정작 마주치는 그 사람은 내가 그리워하던 엄마가 아니다. 엄마의 눈을 피하고 말하지 않은 긋들이 늘어가고 엄마가 모르는 내 모습이 있고 거짓말들이 있다.

여느해 보다 무더운 여름 엄마 이저벨은 딸 에이미의 충격적인 모습을 알게 되고 세상이 무너지는 기분이 된다.

그러나 그게 계기였을까

스스로를 가두고 지키려고 애쓴 비밀을 새 친구들에게 그리고 에이미에게 털어버리고 다시 새로운 시간을 맞는다.

아버지의 부재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과 동경

누군가에게 인정받고 시고 사랑받기를 원하는 갈망이 도덕적 죄책감을 이기는 순간 이저벨은 아버지의 친구를 사랑하고 에이미를 가졌다. 원하던 교사가 되지 못했고 유일한 보호자였던 엄마가 돌아가시고 새로운 도시로 가서 아무도 나를 모르는 곳에서 딸을 키운다.

그때의 이저벨 나이가 된 에이미는 이저벨이 그랬던 것처럼 외롭고 불안하고 관심이 고프다.

이저벨은 에이미를 누구보다 사랑하지만 그 사랑을 어떻게 줘야 하는지 몰랐다.

불안해서 새장에 가두어야 할 것 같았고 다른 이들에게 손가락질받지 않게 안전하게 잘 키우고 싶었을 뿐인데 그런 이저벌에 사랑이 에이미에게는 불편하고 외롭고 두려웠다. 그 채워지지 않은 마음 드러내보일 수도 없어서 자신을 긴 머리 뒤에 숨기고 지냈다. 그리고 자신을 알아보았다고 믿는 교사에게 마음을 열고 먼저 다가가지만 결국 그 모든 건 더운 여름날의 꿈이었다.

사랑이 서로에게 닿지 못했다.

두껍고 진한 선으로 연결된 이저벨과 에이미는 서로 미워하고 부담스러워하고 또 그 마음이 무겁고 두렵고 죄스러워 어쩔 줄 모른다.

모두가 최선을 다해 살아가지만 그 선택과 삶이 늘 좋은 결과를 가져오지 않는다.

왜 그랬을까 그때 그러지 않았더라면 좋았을까?

이런 후회들이 밀려오지만 지금 이순간의 선택과 행동도 또 최선인지 아닌지 자신이 없다.

결국 그때는 옳았고 최선이었을 것이다.

지금 아님을 알게 되었지만 다시 바꾸고 수정할 뿐이다. 삶은 최선으로만 이어질 수 없다.

순간순간 최선이 되돌아보면 후회와 원망 아쉬움이 된다. 그러나 멈출 수도 없고 고치거나 바꿀 수 없다.

그냥 앞으로 나아갈 뿐이다.

코끼리를 먹는 방법이 한번에 한입씩인 것처럼

사는 일도 하루하루 쌓여나갈 뿐이고 어제와는 조금 다르게 다시 또 다르게 시도해 볼 뿐이다.

늘 나의 비밀은 이야기하는 순간 아무 것도 아닌 것이 된다. 모두가 알게 되면 잊히는 것만 남을 뿐이다.

두려움과 불안은 내가 키우고 있는 것이다.

때로 모두에게 드러난 비밀이 나를 공격하기도 하겠지만 누군가의 선의를 받아들이기도 하고 배신감을 느끼기도 하면서 살아가야 한다.

그래도 세상은 살아볼만하고 일단은 살아가다보면 실수나 실패도 있지만 경험치도 생기게 될 것이다.

이저벨과 에이미의 어긋난 불안과 갈망들도 아프지만 좋았다.

가장 가까운 이가 의도치않게 주는 상처가 가장 아프다.

내 방식으로 타인을 바라보는 것

나와 아이를, 나와 부모를 분리하지 못하고 나처럼 여기는 마음

아이를 나와 같다고 생각하고 마음대로 할 수 있다고 믿는 마음과 부몬느 무조건 나를 이해할 수 없다고 단정지어버리고 자기 세상에 들이지 않는 것

그건 결국 나를 가장 아프게 하는 일이다.

이저벨의 용기있는 고백과 새롭게 에이미를 바라보는 마음들 그는 꽤 괜찮은 사람이었다.

그리고 도티와 베브의 돌봄과 연대도 멋졌다.

누군가에게 아낌없이 선의를 베푸는 일도 좋았고 그 베품을 사심없이 받아들이고 감사하는 일도 멋진 일이다.

서로 어울려 산다는 건 그런 것이 아니겠는가

세상은 그래도 살만하고 좋은 사람이 조금은 더 많다는 것

그리고 내가 좋은 사람이 된다면 또 좋은 사람으 조금 더 늘어난다는 단순한 셈법들

그것이 삶에서 가장 중요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봄밤의 모든 것
백수린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25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멀리서 보면 아무일도 아닌것처럼 보이는 순간의 균열들.. 미세하게 자신을 발견하는 순간, 타인이 이해되기시작하는 순간들이 있다.완벽하지않고 상처와불순한 생각들과감정이 필요하다는걸 알게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