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 가지 증상이 한꺼번에 나타나면

 

 

심장병에라도 걸린 듯이 가슴 두근거리고, 눈이 붉게 충혈이 되면서 깔깔한 느낌이 들며, 눈물이 나면서 눈에 통증을 느끼고, 목에 가시가 걸린 듯 따갑고 답답해서 무엇을 먹어도 입맛이 써서 아무것도 못 먹을 지경에 이른 40대 후반의 환자는 무슨 병원에 가야 할지 알지 못해 내과, 안과, 이비인후과가 한데 모여 있는 종합 클리닉을 찾았습니다. 이런 여러 가지 증상이 한꺼번에 나타나면 사람들은 각 통증 부위에 따라 진료 과목을 달리해서 치료를 받게 됩니다. 그러나 한의학에서는 병증 하나하나를 따로 떼어 생각하지 않습니다. 몸속의 오장육부와 유기적인 관계를 맺고 나타나는 발현 현상으로 봅니다. 위와 같은 증상들은 심장의 화火가 지나치게 많이 쌓일 때 나타나는 것으로 봅니다.

한의학에서는 정신 기능을 담당하는 기관이 뇌가 아니라 심장으로 봅니다. 위의 증상들은 일종의 신경성으로, 불안초조한 상태가 지속되거나 스트레스를 많이 받으면 나타나는 심장 기능의 이상으로 봅니다. 입맛이 쓰다는 것은 혀가 심장과 밀접한 관계가 있기 때문입니다. 입맛이 쓴 것은 심장에 열이 많이 쌓인 증거로 봅니다. 눈이 붉게 충혈이 되면서 까끌까끌하고 눈물이 나며 통증이 생기는 것도 심장에 화가 많아서 나타나는 증상입니다. 이럴 때에는 심장에 쌓인 화부터 다스려야 합니다. 그래야 모든 증상이 정상으로 회복됩니다.

한의학에서는 눈, 귀, 코, 혀, 입술의 다섯 기관을 오장五臟, 즉 간장, 심장, 비장, 폐장, 신장의 건강을 표시해주는 부위로 봅니다. <황제내경>의 ‘영추’편에 오장과 다섯 기관의 상관관계를 이렇게 적고 있습니다.

 

코는 폐에 속한 기관이므로 폐에 병이 생기면 숨이 차고 코를 벌름거리게 된다. 눈은 간에 속한 기관이므로 간에 병이 생기면 눈시울이 퍼렇게 된다. 입술은 비에 속한 기관이므로 비에 병이 생기면 입술이 누렇게 된다. 혀는 심에 속한 기관이므로 심에 병이 생기면 혀가 짧아지며 광대뼈 부위가 벌겋게 된다. 귀는 신에 속한 기관이므로 신에 병이 생기면 광대뼈 부위와 얼굴이 거멓게 되고 귀가 몹시 마른다.

 

한의서에 얼굴과 오장육부의 관계가 그림으로 그려져 있는데, <동의보감>의 ‘관형찰색도觀形察色圖’와 중국 명나라 때의 의원 장개빈張介賓(1563~1640)의 ‘장부색현면부도臟腑色見面部圖’ 등이 그것입니다. 온보학파溫補學派의 대표적인 인물 장개빈은 사람의 생기生氣는 양陽이 주가 되는데, 양은 얻기는 어렵고 잃기는 쉬우며, 한번 잃으면 회복하기 어려우니 온보溫補하는 것이 양생과 치병治病에 필수조건이라고 주장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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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수두臣蘇塗의 삼경三京 오부五部 제도

 

 

단재 신채호는 소도의 제단 앞에서 맹세를 올리는 젊은이를 선비(선인)라고 불렀는데, 이들 젊은이는 그 씨족을 보호하고 그 씨족을 위하여 목숨을 바치기를 맹세하는 씨족의 정예였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고구려 태종 때에는 국가 행사에서 수두교도들의 무술, 가무, 사냥 등에서 우수한 자를 선인이라 했으며 신분의 귀천을 가리지 않고 학문과 기술로 그 지위를 얻었다고 합니다. 선배 혹은 선인(先人 혹은 仙人)은 조의를 입고, 수두교도들은 허리에 조백을 두르고 다녔다고 하여 조의 또는 조의선인早衣仙人이라고 합니다. 화랑은 원화源花라는 여성에서 비롯되어 나중에 좋은 가문의 청년 중에 덕행 있는 자를 곱게 치장하여 화랑으로 만든 것에서 보듯이 외모와 몸치장을 중시하여 여성적인 반면 선배는 매우 남성적입니다. 선배의 독특한 외양 때문에 고구려와 전쟁을 치렀던 수나라, 당나라의 병사들은 이들을 승군僧軍으로 착각하기도 했습니다.

조의선인은 선비제도라는 특별한 교육체계에 의해 양성되는 문무겸전의 인재들입니다. 이들은 대체로 유년의 어린 나이에 선발되어 신체발달에 부응하는 매우 정교한 지적, 정서적, 신체적 훈련과 교양을 통하여 보다 완벽한 심신의 능력을 갖게 됩니다. 조의선인은 누구보다도 사물과 현상을 깊이 인식하고, 그것들이 부딪치는 문제의 실상을 정확히 파악하며, 이를 해결할 심리적, 물질적 능력을 갖도록 조련됩니다. 을파고나 명령답부, 을지문덕 등 역사에 이름을 남긴 이들도 모두 조의선인들이었고, 우리 문화전통에서 말하는 선비란 바로 이들이 가지고 있는 덕성과 실천력에 뿌리를 두고 있습니다.

신채호는 수두蘇塗는 신수두臣蘇塗의 대신단大神壇을 본받아 각 지방에 만든 신단神壇으로 마을마다 남아있던 당산堂山의 당집, 신목神木 등은 그 유물들이라고 했습니다. 대제에 모든 사람을 모아 칼로 춤을 추게 하고 혹은 활도 쏘며, 혹은 깨금질도 하고, 혹은 택권(택견)도 하며, 혹은 강의 얼음을 깨고 물 속으로 들어가 물싸움도 하고 혹은 가무歌舞를 연演하여 아름다움과 추함美惡을 보며, 대수렵을 행하여 그 잡은 양의 많고 적음을 보아 그 내기에서 승리한 사람를 선배라 칭하고 선배된 사람에게는 국가에서 녹祿을 주어 그 처자를 먹여 가실家室에 누累가 없게 했습니다.

온달과 평강공주에 보면 온달은 3월3일 낙랑언덕에서의 사냥대회에서 1등을 함으로써 선배로 뽑힙니다. 선배가 된 사람은 각기 편대를 나누어 한 집에서 먹고 자며, 앉으면 고사故事를 외우고 학예를 익히며 나가면 산수를 탐험하거나 성곽을 쌓거나 도로를 닦고 군중을 위하여 강습講習하거나 일신一身을 국가와 사회에 바쳐 모든 어려움을 사양치 않았습니다.

신채호는 <조선상고사>에서 대단군大壇君 왕검王儉이 삼신三神, 오제五帝의 신설神說로서 우주의 조직을 설명하고, 그 신설에 의해 인간 세상 일반의 제도를 정함에 있어 ‘신한’과 ‘말한’, ‘불한’의 세 ‘한’을 세워서 대단군이 ‘신한’(진한辰韓)이 되니, ‘신한’은 곧 대왕大王이고 ‘말한’(마한馬韓)과 ‘불한’(변한卞韓)은 곧 좌우의 양 부왕副王으로서 ‘신한’을 보좌하는 자라고 했습니다. 순서대로 말하면, ‘말한’(마한)이 ‘불한’(변한)을 낳고 ‘불한’이 ‘신한’을 낳았으나, 권력의 순위로 말하면 ‘신한’(진한)이 신의 세계와 인간 세계의 대권을 다 잡고 ‘말한’과 ‘불한’보다 고귀해졌습니다.

신채호는 <조선상고사>에서 ‘삼경三京’을 두어 세 ‘한韓’이 나뉘어 주재했으며, 세 ‘한’의 밑에 ‘돗가, 개가, 소가, 말가, 신가’의 다섯 ‘가’를 두고, 전국을 동, 서, 남, 북, 중 ‘오부五部’로 나누어 다섯 ‘가’가 중앙의 다섯 국무대신이 되는 동시에 오부를 나누어 다스리는 다섯 지방장관이 되고, ‘신가’는 다섯 ‘가’의 우두머리가 되며, 전시에는 오부의 인민으로써 중, 전, 후, 좌, 우의 5개 군軍을 조직하여 ‘신가’가 중군대원수中軍大元師가 되고, 기타 네 ‘가’가 전, 후, 좌, 우의 네 원수元師가 되어 출전했다고 했습니다.

지금까지 유행하는 윷판이 곧 다섯 ‘가’의 출진도出陣圖이다. ‘도刀, 개介, 걸乞, 유兪, 모毛’는 곧 이두자로 쓴 다섯 ‘가’의 칭호이니, ‘도刀’는 ‘돗가’이고, ‘개介’는 ‘개가’이며, ‘유兪’는 옛날 음古音이 ‘소’이므로 ‘소가’이고, ‘모毛’는 ‘말가’이며, ‘걸’은 ‘신가’이니, 걸로서 ‘신가’를 적은 것은 그 의의를 알 수 없으나, 부여시대에 ‘견사犬使’란 관명이 있는데 대개 견사는 ‘신가’의 다른 이름이므로 ‘걸’은 곧 견사의 ‘견犬(개)’을 의역한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 개犬, 소牛, 말馬 등 축류로서 다섯 방위의 신의 이름을 삼고 동시에 이로서 관직명을 삼은 것은, 이때 와서 수렵시대가 이미 지나가고 농목시대農牧時代가 되었다는 증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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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기약補氣藥, 보혈약補血藥, 보음약補陰藥, 보양약補陽藥

 

 

흔히 보약을 건강할 때에 미리 맞아두는 예방주사 같은 것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으며, 더욱 심하게는, 보약이 만능이라도 되는 양 보약만 먹으면 절대로 병이 걸리지 않을 거라고 과신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이런 생각들 모두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보약을 비롯하여 어떤 종류의 약이든 간에, 일단 약을 쓴다는 건 우리 몸에 여러 가지 불편한 증세가 나타났을 때에 한합니다. 건강한 사람은 비싼 보약을 먹기보다는 균형 잡힌 식습관으로 평소의 생활 리듬을 깨지 않는 것이 값지고 좋은 보약입니다.

한의학에서 말하는 치료란 찬 것은 따듯하게 해주고, 열熱한 것은 식혀주며, 놀란 것은 안정시키고, 응어리져서 맺히면 풀어주는 것입니다. 이것이 치료의 가장 기본적인 바탕인 동시에 궁극의 목적입니다. 보약도 이런 관점에서 생각해야 합니다. 기능이 이상 상태로 항진된(실한) 부분은 덜어내고(사하고), 이상 상태로 약한(허한) 부분은 기능을 돋우어주어(보하여) 건강한 몸을 유지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입니다.

<생긴 대로 병이 온다>의 저자 조성태는 개인의 체질과 상태에 따라서 적용되는 보약의 성분이 다르기 때문에 열 사람이면 열 가지 보약, 백 사람이면 백 가지 보약이라 할 수 있다면서 대표적으로 인삼, 녹용, 심전대보탕 등이 있지만 이것들도 각 개인에 따라 달리 처방되어야 한다고 말합니다. 녹용이 좋다고 해서 누구에게나 다 좋은 것이 아니란 말입니다.

보약을 편의상 나누면 원기元氣를 북돋아 주는 약성藥性을 가진 보기약補氣藥, 빈혈貧血을 치료하거나 예방하는 약제인 보혈약補血藥, 몸의 음기陰氣를 보충해주는 보음약補陰藥, 양기陽氣를 보충해주는 보양약補陽藥으로 구별됩니다. 여기서 보기약은 보양약, 그리고 보혈약은 보음약과 같은 개념으로 이해하는 것이 쉽습니다.

보기약과 보양약은 양기陽氣가 부족하여 몸이 불편할 때에 사용되는 보약입니다. 주로 얼굴빛이 창백하거나 눈에 정기가 없고 살이 찐 체질의 사람들 가운데 양기 부족으로 인한 허약 현상이 많이 나타납니다. 수험생이나 뚱뚱한 부인들이 낮에 꾸벅꾸벅 조는 것, 늘 무기력하고 모든 일에 자신감이 없으며 겁이 많고 소심한 것, 체중은 늘어나지만 오히려 기운이 더 없어지는 것, 이런 현상들은 모두 양기가 부족해서 생겨나는 것으로, 보기약이나 보양약을 먹으면 불편한 증상들이 없어지면서 건강해집니다. 대표적인 약이 인삼이 중심이 되는 사군자탕四君子湯을 들 수 있습니다.

사군자탕은 주로 위장의 기능이 허약하여 빈혈의 경향이 있고 원기가 쇠약한 사람에게 처방되고, 식욕부진, 구토, 하리下痢 및 팔다리의 무력증, 치질, 탈항脫肛, 유뇨증遺尿症, 야뇨증夜尿症에도 사용됩니다. 이 처방은 중국의 <화제국방和劑局方>에 첫 기록이 나타난 이래 우리나라의 <동의보감>, <제중신편濟衆新編>, <방약합편方藥合編> 등 모든 의학서적에 수록되어 있습니다.

보혈약과 보음약은 음혈陰血이 부족할 때에 사용되는 보약입니다. 얼굴빛이 검으면서 몸이 마른 체질의 사람에게 주로 처방됩니다. 음혈이 부족하면 몸이 자꾸 마르면서 오후가 될수록 더 피곤해지고 정신을 차리지 못합니다. 그러다가 밤에는 정신이 맑아지면서 잠이 오지 않습니다. 음혈은 밤에 충분히 수면을 취함으로써 조성되는데, 수면이 부족하니 몸이 고단해질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이럴 때에 사용하는 대표적인 약이 숙지황이 중심이 되는 사물탕四物湯을 들 수 있습니다.

한의학에서 사물탕은 비위가 손상을 받아 기운이 내려앉아 신장(혹은 콩팥)과 장부를 온양溫養하고 인체의 생리기능을 추동시키는 원동력이 서로 합쳐져 열이 아래로 몰려서 월경 때 나오는 피가 조금씩 새어 나오고 악취가 나며 자궁이나 질벽의 점막에 염증이나 울혈이 생기는 때 나오는 끈끈한 흰 냉이 있으며 허리와 배꼽아래의 배가 아플 때, 간장肝臟에 붙은 인대靭帶(혹은 경락經絡)이 쇠약해져서 열로 인해 혈이 끓어올라서 하혈下血하는 것을 치료할 때, 혈이 허虛해서 장臟의 진액이 부족하여 뻑뻑해져서 대변이 잘 나오지 않을 때, 혈이 허해서 기침할 때, 그리고 혈병血病을 두루 치료할 때 사용됩니다.

이처럼 보약은 체질과 증상에 따라 달리 사용해야 하고 인삼과 녹용도 마찬가지입니다. 체질과 증상에 따라 사용하지 않으면 부작용을 일으켜 오히려 건강을 해칠 수 있습니다.

조성태는 형상의학의 관점에서 볼 때 인삼은 피부색이 희고 뚱뚱한 체질의 사람에게 매우 효과가 있고, 피부색이 검고 살이 없는 체질이 인삼을 복용하면 오히려 좋지 않은데, 때로는 숨이 차는 천식이 되기도 하고 두통을 일으키며 피부에 붉은 반점이 나타나기도 합니다. 인삼의 경우, 다른 한약재와 혼합해서 사용할 때에는 부작용이 덜하지만 독삼탕이라 해서 인삼 한 가지만을 복용하면 부작용이 심하므로 조심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녹용은 대체로 뼈가 굵게 생긴 체질의 사람에게 효과가 좋습니다. 원래 녹용은 어린이들에게 ‘인신의 근본’을 튼튼하게 하고, 성인에게는 보정補精을 시키고 골수를 튼튼하게 한다고 했습니다. 보정이란 생기를 발하는 맑은 피, 즉 정혈精血을 보하는 것으로 정기精氣, 정력精力, 정신精神, 진액津液은 모두 정혈과 관련이 있으므로 보정은 정기, 정력, 정신, 진액을 보한다는 뜻으로 쓰일 때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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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람교의 샤리아화

 

 


 

 

이 장뿐 아니라 전반적으로 에릭 홉스봄의 개념인 “꾸며낸 전통” 을 종종 언급할 것이다. 이슬람주의가 전통을 꾸며낸 주요 배경으로 샤리아의 “복귀” 를 꼽는다. (이 책을 학술적으로 검토하려는 사람을 비롯하여) 많은 학자들이 샤리아(이슬람법)가 이슬람교의 중심에 항상 있었다는 점을 부정할 것이므로, 이슬람주의자들의 말마따나 샤리아에 근거하여 국가의 법질서를 확립할 요량으로 “전통을 꾸며낸다” 는 주장은 어폐가 있을 것이다. 혹자는 이를 현실과는 어울리지 않는 구태의연한 질서를 강요하려는 것이라고 주장할지도 모르나, 내가 샤리아를 꾸며낸 전통이라고 못 박은 건 분명 틀린 발상이다. (6장에서 자세히 언급하겠지만) 나는 이슬람주의자들이 샤리아를 전통적으로 물려받은 것과는 근본적으로 다르게 이해하고 있는 입장이다. 샤리아가 확립된 이슬람교는 전통 이슬람교가 아니라 꾸며낸 전통이다.
샤리아는 세 가지 뜻이 담긴, 이슬람교에 관한 특정 추론을 반영한다.

첫 번째 의미는 경전과 관계가 깊다. (샤리아는 45장 18절에 한 번 나온다) 예컨대, 코란은 샤리아를 도덕적 품행의 지침으로 규정한다.

두 번째 의미는 8세기경에 태동한, 이슬람의 법 전통으로 발전하게 된 사상으로, 샤리아가 형사법hudud(후두드)과는 동떨어진, 민사법mu'am'alat(무아말라트) 및 제의적 율례ibadat(이바다트)를 위한 법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요제프 샤흐트가 권위를 인정받은 『이슬람법 입문』(1964)에서 주장했듯이, 전통 이슬람교에서는 샤리아와 정치siyasa(시야사) 사이에 분명한 구분선이 있다. 그러나 이를 근대의 정교분리와 혼동해서는 안 되며— 칼리프도 샤리아를 준행해야 한다—샤리아가 정치질서와 일치하지는 않는다는 점도 유념해야 할 것이다. 샤리아는 보편적인 법규범의 형태를 띠지 않으며, 대개 신학자들mutakalimun(무타칼리문)과는 다른 율법사faqihs(파키)의 판결로 이루어져 있다.
샤리아의 세 번째 의미는 이슬람교가 이슬람주의로 정치화되는 과정에서 발전한 것으로, 샤리아를 헌법으로 성문화하여 국법으로 삼아야 한다는 주장이다. 샤리아를 헌법에 수록하여 의회에서 법률의 방향을 잡아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이슬람교의 새로운 사상으로, 그것이 역사적 제도를 회복한다는 주장은 꾸며낸 전통에 불과하다. 그러나 과거의 관행을 들어 영속성을 주장함으로써 특정 가치관과 규범을 가르치려는 노력으로 풀이되어, 쓸데없이 그런 것은 아니었다. 인간의 사상이 아닌, 알라 신의 뜻에
서 율법을 끄집어내야 한다는 것이 이슬람주의 신학의 중심이었으니 말이다. 여기까지가 이슬람교의 샤리아 법제화를 둘러싼 배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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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 교수님이 알려주는 공부법>(지와 사랑)

 

 

 

 

관련성을 유지하라

 

철학 논술에 포함된 모든 문장은 주어진 주제와 관련이 있어야 한다. 주제와 무관한 구절을 삭제하라. 아무리 정확하고 예리하고 멋진 구절도 주제와 무관하면 삭제하는 편이 좋다. 예를 들면, “데이비드 흄은 1711년 스코틀랜드에서 태어났다”라는 문장으로 흄의 인과론theory of causation에 관한 논술을 시작한다고 가정해보자. 그의 인과율을 출생연도나 출생지와 연결해 주장을 펼치려는 의도가 있는 경우가 아니라면, 이 문장은 부적절한 선택이다. 주제와 무관한 정보를 나열하지 마라. 논술의 첫 번째 단락에서 엉뚱한 정보를 나열한 뒤 두 번째 단락에서 비로소 주제를 언급하는 학생들이 의외로 많다. 특정 철학자를 설명한 책이나 백과사전에는 그 철학자의 일대기가 요약되어 있다. 사실 과제물용 에세이를 준비하는 학생들이 눈독을 들일 법한 자료들이다. 하지만 대다수 논술 과제의 취지는, 특정 철학자의 삶과 업적을 요약하는 것이 아니라 구체적인 질문에 대한 답을 탐구하는 것이다. 주제와 무관한 정보를 논술에 포함시키면 답의 효과가 희석되고 만다. 아무리 흥미로운 사실을 나열해도 그것이 주제와 무관하면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없다.


활력이 넘치는 글쓰기는 간결하다. 그림에 쓸데없는 선이 없어야 하고 기계에 불필요한 부품이 없어야 하듯 문장에도 쓸모없는 단어가 없어야 하고, 단락에 불필요한 문장이 없어야 한다. 이것은 모든 문장을 짧게 줄이고, 모든 세부적 표현을 피하고, 모든 주제를 개략적으로만 다뤄야 한다는 뜻이 아니라 모든 단어가 살아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 윌리엄 스트렁크 주니어와 E. B. 화이트,
『스타일의 원리』

 

논술의 도입부에서 핵심용어의 사전적 정의를 늘어놓지 마라. 예를 들면, “옥스퍼드 영어사전에서는 ‘회의론’을 ~로 정의한다”라는 문장으로 시작하는 논술은 좋은 점수를 받기 힘들다. 일반사전에는 철학용어의 정의에 도움이 될 만한 정보가 거의 없다. 오히려 철학적 용법과 일반적인 용법의 차이 때문에 오해를 유발하거나 요점에서 벗어날 때가 많다. 논술을 시작하면서 사전적 정의를 늘어놓는 것은 안일한 접근법이다. 굳이 필요하다면 철학용어의 정의는 한 권 이상의 철학사전을 참고하는 편이 낫다.

 

✖✖✖ 불필요한 표현
‘~라는 사실’ 같은 표현은 흔히 ‘~때문에’나 ‘~에도 불구하고’ 같은 표현이나 그 밖의 간략한 표현으로 바꾸는 것이 좋다. 예를 들면, “로크가 신생아의 의식은 백지상태 같다고 믿었다는 사실이 그의 모든 사상에 영향을 미쳤다”와 같은 문장은 “신생아의 의식이 백지상태 같다는 로크의 믿음은 그의 모든 사상에 영향을 미쳤다”로 바꿀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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