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기약補氣藥, 보혈약補血藥, 보음약補陰藥, 보양약補陽藥
흔히 보약을 건강할 때에 미리 맞아두는 예방주사 같은 것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으며, 더욱 심하게는, 보약이 만능이라도 되는 양 보약만 먹으면 절대로 병이 걸리지 않을 거라고 과신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이런 생각들 모두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보약을 비롯하여 어떤 종류의 약이든 간에, 일단 약을 쓴다는 건 우리 몸에 여러 가지 불편한 증세가 나타났을 때에 한합니다. 건강한 사람은 비싼 보약을 먹기보다는 균형 잡힌 식습관으로 평소의 생활 리듬을 깨지 않는 것이 값지고 좋은 보약입니다.
한의학에서 말하는 치료란 찬 것은 따듯하게 해주고, 열熱한 것은 식혀주며, 놀란 것은 안정시키고, 응어리져서 맺히면 풀어주는 것입니다. 이것이 치료의 가장 기본적인 바탕인 동시에 궁극의 목적입니다. 보약도 이런 관점에서 생각해야 합니다. 기능이 이상 상태로 항진된(실한) 부분은 덜어내고(사하고), 이상 상태로 약한(허한) 부분은 기능을 돋우어주어(보하여) 건강한 몸을 유지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입니다.
<생긴 대로 병이 온다>의 저자 조성태는 개인의 체질과 상태에 따라서 적용되는 보약의 성분이 다르기 때문에 열 사람이면 열 가지 보약, 백 사람이면 백 가지 보약이라 할 수 있다면서 대표적으로 인삼, 녹용, 심전대보탕 등이 있지만 이것들도 각 개인에 따라 달리 처방되어야 한다고 말합니다. 녹용이 좋다고 해서 누구에게나 다 좋은 것이 아니란 말입니다.
보약을 편의상 나누면 원기元氣를 북돋아 주는 약성藥性을 가진 보기약補氣藥, 빈혈貧血을 치료하거나 예방하는 약제인 보혈약補血藥, 몸의 음기陰氣를 보충해주는 보음약補陰藥, 양기陽氣를 보충해주는 보양약補陽藥으로 구별됩니다. 여기서 보기약은 보양약, 그리고 보혈약은 보음약과 같은 개념으로 이해하는 것이 쉽습니다.
보기약과 보양약은 양기陽氣가 부족하여 몸이 불편할 때에 사용되는 보약입니다. 주로 얼굴빛이 창백하거나 눈에 정기가 없고 살이 찐 체질의 사람들 가운데 양기 부족으로 인한 허약 현상이 많이 나타납니다. 수험생이나 뚱뚱한 부인들이 낮에 꾸벅꾸벅 조는 것, 늘 무기력하고 모든 일에 자신감이 없으며 겁이 많고 소심한 것, 체중은 늘어나지만 오히려 기운이 더 없어지는 것, 이런 현상들은 모두 양기가 부족해서 생겨나는 것으로, 보기약이나 보양약을 먹으면 불편한 증상들이 없어지면서 건강해집니다. 대표적인 약이 인삼이 중심이 되는 사군자탕四君子湯을 들 수 있습니다.
사군자탕은 주로 위장의 기능이 허약하여 빈혈의 경향이 있고 원기가 쇠약한 사람에게 처방되고, 식욕부진, 구토, 하리下痢 및 팔다리의 무력증, 치질, 탈항脫肛, 유뇨증遺尿症, 야뇨증夜尿症에도 사용됩니다. 이 처방은 중국의 <화제국방和劑局方>에 첫 기록이 나타난 이래 우리나라의 <동의보감>, <제중신편濟衆新編>, <방약합편方藥合編> 등 모든 의학서적에 수록되어 있습니다.
보혈약과 보음약은 음혈陰血이 부족할 때에 사용되는 보약입니다. 얼굴빛이 검으면서 몸이 마른 체질의 사람에게 주로 처방됩니다. 음혈이 부족하면 몸이 자꾸 마르면서 오후가 될수록 더 피곤해지고 정신을 차리지 못합니다. 그러다가 밤에는 정신이 맑아지면서 잠이 오지 않습니다. 음혈은 밤에 충분히 수면을 취함으로써 조성되는데, 수면이 부족하니 몸이 고단해질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이럴 때에 사용하는 대표적인 약이 숙지황이 중심이 되는 사물탕四物湯을 들 수 있습니다.
한의학에서 사물탕은 비위가 손상을 받아 기운이 내려앉아 신장(혹은 콩팥)과 장부를 온양溫養하고 인체의 생리기능을 추동시키는 원동력이 서로 합쳐져 열이 아래로 몰려서 월경 때 나오는 피가 조금씩 새어 나오고 악취가 나며 자궁이나 질벽의 점막에 염증이나 울혈이 생기는 때 나오는 끈끈한 흰 냉이 있으며 허리와 배꼽아래의 배가 아플 때, 간장肝臟에 붙은 인대靭帶(혹은 경락經絡)이 쇠약해져서 열로 인해 혈이 끓어올라서 하혈下血하는 것을 치료할 때, 혈이 허虛해서 장臟의 진액이 부족하여 뻑뻑해져서 대변이 잘 나오지 않을 때, 혈이 허해서 기침할 때, 그리고 혈병血病을 두루 치료할 때 사용됩니다.
이처럼 보약은 체질과 증상에 따라 달리 사용해야 하고 인삼과 녹용도 마찬가지입니다. 체질과 증상에 따라 사용하지 않으면 부작용을 일으켜 오히려 건강을 해칠 수 있습니다.
조성태는 형상의학의 관점에서 볼 때 인삼은 피부색이 희고 뚱뚱한 체질의 사람에게 매우 효과가 있고, 피부색이 검고 살이 없는 체질이 인삼을 복용하면 오히려 좋지 않은데, 때로는 숨이 차는 천식이 되기도 하고 두통을 일으키며 피부에 붉은 반점이 나타나기도 합니다. 인삼의 경우, 다른 한약재와 혼합해서 사용할 때에는 부작용이 덜하지만 독삼탕이라 해서 인삼 한 가지만을 복용하면 부작용이 심하므로 조심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녹용은 대체로 뼈가 굵게 생긴 체질의 사람에게 효과가 좋습니다. 원래 녹용은 어린이들에게 ‘인신의 근본’을 튼튼하게 하고, 성인에게는 보정補精을 시키고 골수를 튼튼하게 한다고 했습니다. 보정이란 생기를 발하는 맑은 피, 즉 정혈精血을 보하는 것으로 정기精氣, 정력精力, 정신精神, 진액津液은 모두 정혈과 관련이 있으므로 보정은 정기, 정력, 정신, 진액을 보한다는 뜻으로 쓰일 때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