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람교의 샤리아화

 

 


 

 

이 장뿐 아니라 전반적으로 에릭 홉스봄의 개념인 “꾸며낸 전통” 을 종종 언급할 것이다. 이슬람주의가 전통을 꾸며낸 주요 배경으로 샤리아의 “복귀” 를 꼽는다. (이 책을 학술적으로 검토하려는 사람을 비롯하여) 많은 학자들이 샤리아(이슬람법)가 이슬람교의 중심에 항상 있었다는 점을 부정할 것이므로, 이슬람주의자들의 말마따나 샤리아에 근거하여 국가의 법질서를 확립할 요량으로 “전통을 꾸며낸다” 는 주장은 어폐가 있을 것이다. 혹자는 이를 현실과는 어울리지 않는 구태의연한 질서를 강요하려는 것이라고 주장할지도 모르나, 내가 샤리아를 꾸며낸 전통이라고 못 박은 건 분명 틀린 발상이다. (6장에서 자세히 언급하겠지만) 나는 이슬람주의자들이 샤리아를 전통적으로 물려받은 것과는 근본적으로 다르게 이해하고 있는 입장이다. 샤리아가 확립된 이슬람교는 전통 이슬람교가 아니라 꾸며낸 전통이다.
샤리아는 세 가지 뜻이 담긴, 이슬람교에 관한 특정 추론을 반영한다.

첫 번째 의미는 경전과 관계가 깊다. (샤리아는 45장 18절에 한 번 나온다) 예컨대, 코란은 샤리아를 도덕적 품행의 지침으로 규정한다.

두 번째 의미는 8세기경에 태동한, 이슬람의 법 전통으로 발전하게 된 사상으로, 샤리아가 형사법hudud(후두드)과는 동떨어진, 민사법mu'am'alat(무아말라트) 및 제의적 율례ibadat(이바다트)를 위한 법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요제프 샤흐트가 권위를 인정받은 『이슬람법 입문』(1964)에서 주장했듯이, 전통 이슬람교에서는 샤리아와 정치siyasa(시야사) 사이에 분명한 구분선이 있다. 그러나 이를 근대의 정교분리와 혼동해서는 안 되며— 칼리프도 샤리아를 준행해야 한다—샤리아가 정치질서와 일치하지는 않는다는 점도 유념해야 할 것이다. 샤리아는 보편적인 법규범의 형태를 띠지 않으며, 대개 신학자들mutakalimun(무타칼리문)과는 다른 율법사faqihs(파키)의 판결로 이루어져 있다.
샤리아의 세 번째 의미는 이슬람교가 이슬람주의로 정치화되는 과정에서 발전한 것으로, 샤리아를 헌법으로 성문화하여 국법으로 삼아야 한다는 주장이다. 샤리아를 헌법에 수록하여 의회에서 법률의 방향을 잡아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이슬람교의 새로운 사상으로, 그것이 역사적 제도를 회복한다는 주장은 꾸며낸 전통에 불과하다. 그러나 과거의 관행을 들어 영속성을 주장함으로써 특정 가치관과 규범을 가르치려는 노력으로 풀이되어, 쓸데없이 그런 것은 아니었다. 인간의 사상이 아닌, 알라 신의 뜻에
서 율법을 끄집어내야 한다는 것이 이슬람주의 신학의 중심이었으니 말이다. 여기까지가 이슬람교의 샤리아 법제화를 둘러싼 배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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