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철학과 미학의 차이
미학은 심미적aesthetic 경험과 경험 대상에 대한 심리학적, 사회학적, 문화적, 정치적, 생물학적 지적 탐구를 말한다.
예술작품이 미적 가치의 구현이며 필연적으로 미적 감상의 대상으로 전제하는 한 미학의 대상은 예술작품을 필연적으로 포함하지만,
예술작품과 전혀 무관한 자연현상과 인공품 모두 미적 경험의 대상이 될 수 있으므로 모든 경험 대상이 미학의 대상이 될 수 있다.
예술작품은 이런 대상 중 한 종류에 불과하다.
그러므로 미학은 예술철학에 비해서 포괄적 학제적 개념이다.
예술철학은 예술과 철학 모두에 관한 탐구로서 철학이 무엇인가 하는 개념을 정해야만 탐구가 시작된다.
철학은 다른 학문들 역사학, 문학, 예술학, 과학, 물리학, 화학, 심리학, 법학, 의학, 사회학, 경영학, 정치학 등과 같이 지적 탐구의 한 분야이지만,
역사학이 역사적 사건을, 문학이 문학작품을, 예술학이 예술작품을, 물리학이 물리적 현상을, 화학이 화학적 현상을, 심리학이 심리적 현상을 인식의 대상으로 삼는 데 반해,
철학의 탐구 대상은 분명하지 않다.
철학에 대한 전통적인 인식은 탐구 대상이 모든 학문의 근본이 된다는 것이다.
이런 인식은 근대 철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르네 데카르트로부터 비롯되었다.
데카르트는 철학을 절대적으로 확실한 존재를 밝히고, 인식 주체로서 선험적 자아, 유일신, 물질적 세계 등의 존재와 그것들의 각기 다른 본질을 밝히는 인식적 탐구활동이라고 믿었다.
이런 맥락에서 철학은 진, 선, 미, 정의, 영혼, 인간, 삶, 자연, 우주, 신, 존재 등을 탐구 대상으로 삼는 것으로 알려져왔지만,
특별한 대상을 갖고 있는 것은 아니다.
철학도 다른 학문의 대상인 역사적 사건, 물리적 존재, 화학적 존재, 심리적 존재, 법적 제도, 정치적 사건 등을 관찰의 대상으로 삼으며,
철학의 탐구 대상으로 알려져온 영혼, 인간, 삶, 자연, 우주 신 등을 다른 학문 심리학, 신학, 생물학, 동물학, 지질학, 우주학, 신학이 탐구 대상으로 삼는다.
철학 외의 학문들은 각기 인식 대상의 차이에 근거하는 개념인 데 반해 철학은 어떤 대상에 접근하는 논리적 시각에 대한 개념이다.
그러므로 다양한 학문의 대상은 철학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그래서 예술철학, 과학철학, 종교철학, 법철학, 도덕철학, 자연철학, 심리철학, 언어철학, 교육철학, 경제철학, 사화철학 등 다양한 철학의 개념들이 성립하는 것이다.
다른 학문은 대상에 대한 경험적 시각을 말하지만, 철학은 그러한 시각에 대한 인식을 문제로 삼는다.
철학의 결과물도 다른 학문과 마찬가지로 일종의 담론 혹은 텍스트 쓰기이다.
다만 다른 점은 다른 학문은 대상에 대한 일차적 텍스트 쓰기인 데 반해 철학은 일차적 텍스트 쓰기에 대한 이차적, 즉 메타 텍스트 쓰기이다.
철학이 언어학과 문학평론과 마찬가지로 언어 텍스트를 인식 대상으로 삼는 메타 텍스트, 메타 언어이지만, 언어학자와 문학평론가들이 대상을 설명하는 데 관심을 기울이는 데 반해 철학자는 이미 존재하는 텍스트와 텍스트를 둘러싼 담론에 사용된 언어적 의미의 투명성과 논리적 일관성에 관심을 기울이면서 담론에 담겨 있는 신념의 진위를 더욱 더 극명하게 밝히려고 한다.
다른 학문이 불분명한 낱말을 사용하면서 그 뜻이 자명한 것처럼 전제할 때 혹은 명제들 의미의 불투명성이 드러날 때 철학적 사유가 시작되고 철학적 인식이 결과물로 등장하게 된다.
이런 점에서 철학의 존재 의의는 분석철학자들의 주장대로 '개념적 해명'에 있다.
철학적 사유의 본질은 반성적인 데 있다.
진리를 언어의 그물 밖에서 발견할 수 없는 한 '개념적 해명'은 불가피하고 이런 의미에서 철학은 진리에 봉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