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심妄心을 끊으면 해탈解脫
마음과 관련해서 사용되는 말 가운데 마음자리, 마음결, 마음씀, 마음씨가 있다. 심지心地, 심원心源이라 할 수 있는 마음자리는 아직 밖으로 드러난 것이 아니라서 고요하고 담담湛然한 것이다. 마음자리가 외물에 감응되면 마음결이 된다. 마음이 움직이는 것이다. 그 움직임이 밖으로 드러나면 마음씀이 된다. 마음씀의 모양을 마음씨라고 한다.
불교에서는 마음자리→마음결→마음씀→마음씨의 구조를 거꾸로 돌리는 마음자리←마음결←마음씀←마음씨의 구조에 주목한다. 담담하고 고요한 상태로 되돌아가는 것에 주목한다. 마음결과 마음씀에서 생겨나는 망심妄心을 끊어버리고 마음자리로 되돌아가면 이른바 해탈解脫에 이르는 것이다. 수심론修心論이란 마음결과 마음씀에서 생겨나는 망심을 끊고 본래 마음자리를 찾아나서는 방법이다.
불교의 심론心論은 마음의 본체에 대한 설명과 그 본체를 가리는 심식心識과 연기가 일어나 까닭을 밝히고 그것을 일소하여 본체에 이르는 방법으로 돈오頓悟와 점수漸修를 타이르는 이론이다. <승사유범천소문경勝思惟梵天所問經>에 “마음의 본성은 청정하여 더러움에 물드는 일이 없다. 마치 하늘에 연기와 먼지나 구름 그리고 안개 따위가 뒤덮인 것 같아 맑고 깨끗하지 못하다 하더라도 하늘의 본성이 더럽혀지는 일이 없는 것과 같다”고 하였다.
심식과 연기는 마음결이나 마음씨(씀)를 의미한다. 심론은 식識을 완전히 버리고 마음의 본성, 곧 일심의 근원으로 되돌아가려는 고행을 말한다. 원효는 당나라로 유학을 가던 중 해골의 물을 마신 것이 기연이 되어 크게 깨달았다. 그는 “마음이 없으면 감분龕墳(불상을 모신 감실과 시신을 묻은 무덤)도 다를 것이 없음을 알았다. 그러기에 삼계三界가 오직 마음이요 만법萬法이 오직 식이다. 마음 밖에 법이 없거니 어찌 다른 데서 구할 필요가 있겠는가”라고 하였다.
원효는 <무량수경소無量壽經疏>에서 “심성心性이란 융통하여 걸림이 없어서融通無礙(융통무애) 크기가 허공 같고, 담담하기가 큰 바다와 같다. 그 본체는 평등하고 그 성질은 윤활해서 상相에 관계없이 만상을 다 포섭할 수 있고, 연緣을 따라도 거슬림이 없다”고 하였다. 원효 사상은 일심을 확인하고 일심으로 되돌아가려는 수행이 핵을 이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