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이상학 세계와 형이하학 세계


이 두 세계를 다음과 같이 구별할 수 있다.

세상에는 다양한 종류의 개가 있는데 우리는 종자가 다른 개들만 알 뿐 아니라 각 종자들의 공통점인 개에 대한 개념도 알 수 있다.
개의 개념은 개의 본질이기도 하다.
플라톤에 의하면 개의 개념은 개들이 존재하기 이전부터 존재했다.
형이하학 세계의 수많은 종자의 개들은 형이상학 세계에 있는 완전하면서도 유일한 한 마리의 개와 관련이 있다.
모든 개가 이 개의 모방인 것이다.
개뿐 아니라 책상, 의자, 버스, 택시, 냉장고, TV 등 이런 것들에 대한 완전하면서 유일한 것들이 플라톤의 이데아 세계에는 존재해야 한다.

플라톤의 이론을 따르면 추락한 여객기는 추락할 수밖에 없는데 가장 이상적인 여객기의 모방품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밖씨의 택시가 브레이크 고장으로 중앙선을 넘어 달려오는 버스를 충돌한 것은 플라톤의 논리로 말하면 당연한데 이데아에 있는 완전한 택시에 못미치는 택시였기 때문이다.
플라톤이 말한 이데아 세계는 노아의 방주처럼 세상의 모든 것들의 모범이 되는 것들로 가득 차있다.
거기에는 자전거도 있고, 놀부가 흥부의 뺨을 때린 밥주걱보다 더 훌륭한 밥주걱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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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톤은 지성적 기능을 네 등급으로 분류했다 

안다는 것은 직관에 의한 지에 해당하는데 신비주의자들의 말로 바꿔서 말하면 순수한 지각 혹은 순수한 인식에 해당한다.
신화나 신학을 통해서 소개된 일반적인 개념이나 과학적 상식은 신비주의자들에게 오히려 잘못된 지식으로 간주된다.

상카라가 말한 순수한 지각을 플라톤의 저서 <공화국 Republic>에서 발견할 수 있다.
플라톤이 이 책을 쓴 것은 기원전 375년경이었다.
그는 아테네에 세계 최초의 대학인 아카데미를 건립하고 존재론에 근거한 철학을 가르쳤다.
<공화국>은 아카데미의 교과서와도 같았던 책이다.

우리가 관심을 가져야 할 부분은 <공화국>의 제6장인데 거기에 그의 '지식의 이론 Theory of Knowledge'이 서술되어 있다.
'지식의 이론'은 <공화국> 전체의 요지라고 말할 만하다.

플라톤은 지성적 기능을 네 등급으로 분류했다.
그것들은 환상, 믿음(의견), 이성, 지성이다.
지성적 기능들 중 최고를 플라톤은 지성intelligence이라고 명명했다.
그가 말한 지성은 선Good을 인식하는 능력이었고, 선은 그에게 있어 존재에 대한 참지식을 제공해주는 근원이었다.

플라톤은 우리가 눈으로 볼 수 있는 물리적인 세계를 이데아들ideas이 투영된 환상의 세계로 여기면서 이데아를 완전한 실재의 세계로서 물리적인 세계 그 이상으로 보았다.
말하자면 이데아 세계는 정신적인 세계로서 물리적인 세계를 넘어선 형이상학의 세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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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마가 혜가에게 물었다 

 
힌두교에서 뿌리가 내려진 불교에도 순수한 지각에 관한 에피소드가 있는데 당연한 일이다.

520년경 중국 숭산 소림사에서 혜가는 밤낮으로 달마대사를 섬겼지만 아무런 가르침도 들을 수 없었다.
눈이 내리는 어느날 밤 혜가가 달마의 거처 앞에 꼽짝 않고 서있으니 새벽녘에는 눈이 무릎에까지 쌓였다. 달마가 혜가에게 물었다.

"무엇을 구하느냐?"

"가르침을 베푸시어 중생을 제도해주십시요."

"법을 구하기 위해서는 목숨까지도 바쳐야 비로소 얻을 수 있느니라."

이에 혜가는 칼을 뽑아 자신의 왼팔을 잘라 대사 앞에 놓았다.
그리고 혜가가 말했다.

"제 마음이 편치 못하오니 대사께서 편하게 해주십시요."

"그 마음을 갖고 오너라. 편하게 해주리라."

"마음을 찾을 수가 없습니다."

"내가 이미 네 마음을 편하게 해주었느니라."

달마대사가 중국에 온 지 9년째 되던 해 대사는 인도로 돌아가려고 했다.
달마는 제자들을 모아놓고 말했다.

"때가 되었다. 너희들이 얻은 것을 말해 보아라."

도부가 대답했다.

"문자에 집착하지 않고 문자를 떠나지도 말아야 합니다."

"너는 나의 가죽을 얻었느니라."

총지 비구니가 대답했다.

"아난이 아축불의 국토를 한 번 보고는 다시 보지 못한 것과 같습니다."

"너는 나의 살을 얻었느니라."

다음 도육이 대답했다.

"사대가 공하고 오온이 있지 아니하므로 한 가지도 얻을 것이 없습니다."

"너는 나의 뼈를 얻었느니라."

마지막으로 혜가는 대사에게 공손히 절을 하고는 말없이 그 자리에 서있었다.
달마가 말했다.

"너는 나의 골수를 얻었으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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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명은 존재한다 
 
철학에서는 인간을 이성적 동물로 규정하고,
사회학에서는 사회적 동물로 규정하지만,
인류학에서는 환경의 동물로 규정한다.
환경이 인간의 모습과 행위 그리고 운명을 만들기 때문이다.
백인, 흑인, 황색인의 피부는 해가 만든 것이다.
추운 지방 사람들이 키가 큰 것도, 더운 지방 사람들이 키가 작은 것도 춥고 더운 환경의 탓이다.
외형적 운명은 태양과의 거리 때문이다.

한 인간의 생애를 영화필름처럼 나고 죽을 때까지를 한 번에 들여다본다면 운명이 존재한다는 걸 알게 될 것이다.
소설의 주인공처럼 각 인간의 삶이 환경에 의해 운명지워졌음을 알게 될 것이다.
어떤 사람이 쌍둥이로 태어났다면 부모 중에 쌍둥이 유전인자를 가진 사람이 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쌍둥이로 태어나게 된다.
부모가 어떤 이유에서이든지 쌍둥이를 버렸다면 쌍둥이가 고아가 되는 건 쌍둥이의 운명이다.

뉴욕에서 미국인 가정에 입양된 쌍둥이를 본 적이 있다.
둘 다 홀트재단을 통해 미국인 가정에 입양되었는데
공교롭게도 하나는 워싱턴으로 다른 하나는 뉴욕으로 보내졌고 둘은 커서 만나며 서로 연락을 취하고 있었다.
워싱턴 가정에 입양된 아이는 양부모가 늙은 데다 간섭을 하지 않고 키웠던 관계로 아이가 놀기 좋아했고, 학교에서도 말썽을 부렸으며, 대학에 진학하지 못했다.
공부가 싫어서 대학에 진학하지 않은 것이다.
형은 교육에 관심이 많은 양부모 덕택에 제대로 공부했고 좋은 대학을 나와 좋은 직장에 다니고 있었다.

고등학교만 다닌 아이는 겉으로 봐도 개구장이 기질을 발견할 수 있는 용모였고 장사를 하고 있었는데 매우 수단이 있었다.
그 아이가 뉴욕으로 이민온 가정의 또래 여자와 교제하고 있었는데
여자 부모가 반대하자 여자가 가출했고 전직 경찰관이었다는 아버지가 장사하는 쌍둥이를 찾아가 딸의 행방을 물었지만 자기는 모르는 일이라고 대답하는 바람에 날 찾아와 자기를 대신해서 그 남자 아이에게 딸을 돌려보내라고 말해달라고 했다.
내가 쌍둥이에 관해 알게 된 것은 이런 이유 때문에서였다.

여기에 얽힌 이야기는 매우 개인적인 것이라서 언급하지 않겠다.
다만 운명에 관해서만 말하려고 한다.

고등학교만 졸업한 아이는 자연히 집을 나와 경제적으로 독립하게 된다.
미국에서는 이때가 18세로서 법적으로도 성인이기 때문에 부모가 간섭하는 것이 허용되지 않고 아이는 마음먹기에 따라 자기가 좋아하는 여자와 동거할 수 있다.
아이는 점포를 세 얻어 장사를 했고 다행이 돈벌이가 좋았다.
취직을 하는 것도 운명의 길 중 하나이겠지만 그는 장사를 선택했는데 이런 선택은 거의 운명에 가깝다는 것이 나의 지론이다.
그 아이의 처지에서 직장을 갖거나 장사를 하는 것이 운명적이라는 점이다.
그를 기다리고 있는 사회의 길은 몇 되지 않다는 점이다.

뉴욕으로 이민온 전직 경찰관의 딸이 그 아이를 만날 수 있는 행동반경에 있게 된 것은 두 사람이 만날 수 있는 운명인 것이다.
불교에서 만남을 인연으로 보는데 운명이란 말로 대신할 수 있다.
사랑을 할 수 있는 연령에 다다른 남녀가 만나게 되었다면 사랑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여자아이는 부모가 선택한 이민에 따라온 것이며 그 아이가 뉴욕에 거주하는 한국인 남자아이를 만나게 된다는 것은 여자아이에게는 운명인 것이다.
자연스러운 일 혹은 순조로운 삶의 방향이란 뜻이다.
두 사람의 환경이 자연스러운 만남으로 이어지게 했는데
나는 이를 운명이라 부른다.

워싱턴에 있는 양부모를 방문하는 일도 적을 정도로 장사하랴 젊은 나이에 돈을 쓰고 다니랴 남자는 바쁜 생활을 했다.
남자는 곧 여자에게 싫증을 냈다. 돈벌이가 잘 되다보니 남자는 저축보다는 돈쓰는 일에 재미를 붙였다.
열여덟이나 열아홉 살 나이의 청년이 돈을 많이 벌어 그만큼 쓰고 싶은 충동도 자연스러운 것이다.
돈을 많이 쓰게 되면 한 장소나 한 사람에 연연하지 않게 된다.
행동의 반경이 커지고 여러 곳에 가게 되고 여러 사람을 만나게 된다.
남자는 술집 여자를 사랑하게 되었다.

하필이면 술집 여자를 사랑하게 되었느냐고 그 남자에게 물을 수는 없다.
아마 자신과 처지가 비슷해서 동정심이 발동했는지 모른다.
여하튼 너무 사랑에 몰돌한 나머지 장사에는 소흘하게 되었고 씀씀이는 줄지 않아 결국 빚을 많이 졌고 어느날 술집 여자와 달아났다. 하와이로 달아났다.

쌍둥이 형은 금융가에서 근무하며 정장차림에 사람들을 대할 때 공손했다.
그는 동생을 많이 걱정했지만 같은 나이에 동생을 자기 마음대로 다룰 수는 없었다.
그저 동생을 걱정할 뿐 그가 할 수 있는 일이 없어 보였다.
그에게 열린 운명은 어떤 길을 선택해도 잘나가는 삶의 길이었다.

운명에도 선택은 있다.
하지만 어느 걸 선택해도 대체적인 운명의 폭 안에서의 선택일 뿐이란 것이 나의 지론이다.
나는 좀더 나은 선택을 해야 한다고 말하겠지만 이에 앞서 가능하다면 우리 스스로 우리의 환경을 개선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하고 싶다.
환경을 달리 하게 되면 운명의 진로 자체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환경 자체를 바꾸는 변화는 오로지 용기로서만 가능한 일이다.
용기 있는 사람의 운명은 그래서 한결 나아보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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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혼 혹은 아트만의 본질은 불변하는 브라만 자체라는 것은 인도사람들의 오랜 믿음이다.
그들은 사람이 신비주의 지식을 통해 스스로 영원한 브라만임을 보거나 알 수 있다고 믿었다.
브라만과 아트만은 동등하다는 가르침이 <우파니샤드>의 '스베타케투와 우달라카의 이야기 The Story of Svetaketu and Uddalaka'에 나타나 있다.

스베타케투는 브라만 계급에 속하는 우달라카의 아들이다.
그는 아버지에 의해 힌두 신학을 배우도록 멀리에 보내졌다.
스베타케투는 12년 동안 수학한 후 집으로 돌아왔다.
아버지는 아들이 얼마나 배웠는지 알아보려고 질문한 후 아들이 충분히 공부하지 못한 것을 알자 아들을 직접 가르쳤다.
아버지의 가르침의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았다.
"스베타케투야, 여기 있는 소금을 물에 넣고 내일 아침 내게로 오너라."

아들은 아버지의 분부대로 한 후 그에게로 나아갔다.
아버지가 말했다.
"어제 네가 소금을 물에 넣은 걸 기억하느냐? 그 소금을 이리로 가져올 수 있겠느냐?"

아들은 물에서 소금을 찾아보았지만 찾을 수가 없었다.
소금이 물에 완전히 용해되었기 때문이다.

"윗부분의 물을 마셔보아라. 맛이 어떠냐?"
"소금맛입니다."
"중간의 물을 마셔라. 맛이 어떠냐?"
"소금맛입니다."
"바닥의 물도 마셔라. 맛이 어떠냐?"
"소금맛입니다."
"물을 버리고 날 따라오너라."

아버지는 한적한 곳에서 아들에게 말했다.
"사랑하는 아들아, 네가 영원한 유일한 존재를 이곳에서는 볼 수 없으나 여기에 있다는 건 사실이란다.
이 훌륭한 본질은 우주 전체의 영혼이란다.
이는 실재하며 영혼은 네 자신 스베타케투란다!"

상카라는 사물은 그저 각양각색으로 나타난 마야maya 현상으로 존재하며,
유일하고Ekam eva, 외부적으로나 내면적으로 비이원론적advitiyam이고,
어떠한 변경vikara이나 변천에 거부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사물이 유일한 모습 그대로를 유지하는 가운데서 존재하게 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다음과 같은 논리를 전개했다.
"변화란 그저 말뿐이다. 이는 단지 명칭에 지나지 않는다."

사물은 변경되지도 변화되지도 않으므로 사물에는 시작도 생성도 있을 수 없다는 것이 상카라의 논지였다.
유일하고 영원한 사물이 그에게는 아트만 혹은 정신이었으며, 이는 순수한 인식이고 순수한 지각, 즉 신비주의 지식이었다.
정신, 인식, 지식은 아는 사람knower, 안 것known, 알고 있는 것knowing 그 이상에 속한다고 그는 주장했다.
다시 말하면 아트만이나 정신은 영원하기 때문에 공간과 시간 그 이상으로 존재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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