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당의 가면




부르야트족 무당의 무구 중에는 무시무시한 가면도 있었으나 근래에 들어와 이런 가면이 점차 사라지고 있습니다.
시베리아나 북아시아에서도 이런 가면을 쓰는 일이 점차 줄고 있습니다.
퉁구스족의 무당은 말라mala의 영신이 자기에게 와 있음을 나타내 보이려고 즉석에서 가면을 만듭니다.
추크치족의 무당은 어린아이들을 겁주는 데 가면을 쓰고 유카기르족의 무당은 장례식葬禮式 때 사자령死者靈들의 눈을 피하는 데 가면을 씁니다.
에스키모 가운데서 가면을 쓰는 무당은 아메리카 인디언 문화의 영향을 강하게 받은 알래스카의 에스키모 무당들뿐입니다.

아시아에서도 가면을 쓰는 사례는 남아시아에 국한되어 있습니다.
타타르족과 톰스크족의 무당들은 가끔 자작나무 껍질로 만들고 여기에 다람쥐꼬리로 수염과 눈썹을 만들어 붙인 가면을 씁니다.
알타이족과 골디족의 무당들은 사자死者의 영혼靈魂을 유령幽靈의 나라로 인도할 때 영신靈神들의 눈에 띄지 않으려고 얼굴에 우지牛脂를 바릅니다.
이런 풍습은 여러 지역에서 발견됩니다.
곰 희생제犧牲祭 때도 같은 목적으로 얼굴에 우지를 바르기도 합니다.
얼굴에 기름을 바르는 풍습은 특히 미개인들 사이에서 널리 퍼져 있는 풍습입니다.
무당들은 영신들의 눈을 속이기 위해 혹은 영신들로부터 자신들을 지키기 위해 얼굴에 기름을 바르는 것만은 아닙니다.
주목해야 할 점은 영신들의 세계에 들기 위한 주술적인 준비에 따르는 기본적인 기술로서의 기름 바르기라는 사실입니다.
이렇게 보면 가면은 조상들을 상징하는 것임을 알 수 있게 됩니다.
가면을 쓴 사람은 조상의 화신으로 믿어진다는 것입니다.
얼굴에 기름을 바르는 행위는 가장가면을 쓰는, 즉 사자의 영혼으로 화신하는 가장 간단한 행위인 것입니다.
가면 쓰는 행위를 남성들만의 비밀결사와 조상 제사와 관련시키는 곳도 있습니다.
가면, 조상 제사, 통과의례를 치른 비밀결사로 이루어진 복합적複合的인 현상은 여가장제matriarchy 문화에 속합니다.
그러니까 남성만의 비밀결사는 여성우위 문화에 대한 반동이라는 해석입니다.

무당의 의상 자체가 가면이고 이 의상이 가면에서 유래했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가면이 무당의 정신통일에 큰 도움을 준다고 믿는 지역도 있습니다.
무당의 눈이나 얼굴을 가리는 수건이 가면의 역할을 하는 사례도 있으며, 가면과 그 성격이 같은 무구가 쓰이는 사례도 있습니다.
골디족과 소요트족의 무당들은 모피나 수건 같은 것으로 머리를 모두 가립니다.

이런 이유에서 그리고 접신술接神術이나 제의祭儀에서 부여되는 갖가지 가치를 따져볼 때 가면은 무당의 의상과 같은 역할을 하고 이 두 가지 무구의 역할은 상호 전환이 가능하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그 이유는 무속이 아닌 곳에서 사용되는 가면은 신화적 조상, 신화적 동물, 신을 표상하기 때문입니다.
이런 의미에서 의상은 무당을 초자연적超自然的인 존재로 바꿔놓습니다.
이렇게 바뀐 존재가 드러내려고 하는 것이 바로 형해形骸를 통해 되살아난 사자死者의 위광威光이며, 새를 통한 비행능력飛行能力이며, 여장, 여성적 속성을 통한 天上적인 배우자의 지아비라는 지위地位(status)인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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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고巫鼓




무의巫儀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무구巫具가 바로 무고巫鼓입니다.
무고의 상징체계는 복잡하고 그 주술적呪術的 기능은 다양합니다.
무당의 무의에서 무고는 없어서는 안 될 무구입니다.
무고는 무당을 세계의 중심으로 데리고 가기도 하고 무당으로 하여금 정신통일精神統一을 가능하게 하며 무당의 의도에 따라 영적인 세계와 접촉을 가능하게 하기도 합니다.

무당 후보자의 입문적 접신몽接神夢에 세계의 중심으로의 주술적인 여행, 우주수宇宙樹와 우주宇宙의 주主에게로의 주술적인 여행 체험이 포함됩니다.
무당의 무고를 만들 북통의 재료가 되는 것은 바로 우주의 주가 이 우주수에 떨어뜨려준 나뭇가지입니다.
이 상징체계의 의미는 이 상징체계象徵體系가 안고 있는 종교 복합으로 충분히 설명될 수 있습니다.
상징체계는 세계수世界樹, 즉 세계의 중심을 관통하는 축軸에 의한 하늘과 땅의 교통을 뜻합니다.
무당은 자기 무고의 북통이 우주수 가지로 만들어졌다는 사실에 의지해서 이 북을 침으로써 자신을 그 나무 옆으로 투사시키는 것입니다.
우주수에 자신을 투사시킨다는 것은 곧 세계의 중심에 자신을 투사시키는 것입니다.
따라서 무당은 이로서 천계天界로 오를 수 있는 것입니다.

무고는 무당이 상징적으로 천계에 오를 때 홈이 패인 나무를 이용하는 것과 같은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자작나무를 오름으로써 혹은 이렇게 만들어진 무고를 울림으로써 무당은 세계수世界樹에 도달하고 비로소 이 세계수를 오를 수 있는 것입니다.
시베리아 무당에게는 그 무당에게만 딸린 나무가 있으며, 그 나무는 우주수를 나타내는 나무입니다.
무당 중에는 거꾸로 선 나무를 섬기는 무당도 있습니다.
거꾸로 선 나무, 즉 뿌리를 허공에 내리는 나무는 세계수를 나타내는 가장 오래된 상징의 하나입니다.
이런 일련의 사례들은 우주수와 무고 그리고 천상계 상승이 밀접한 관계가 있음을 보여줍니다.

무당은 북통을 만드는 데 쓰일 나무를 고를 때도 자기 마음대로 하지 않습니다.
영신들이나 초인간적 의지에 의해 고릅니다.
오스티야크족Ostyak과 사모예드족Samoyed의 무당들은 도끼를 들고 눈을 가린 채 숲속으로 들어가 마음대로 나무 한 그루를 고릅니다.
무당의 동료들은 그 나무를 베어 다음날 무당의 북통을 만듭니다.
시베리아를 사이에 두고 이들과는 반대편에 위치해 있는 알타이족의 경우 영신들이 무당에게 그런 나무가 자라는 숲과 그 나무의 위치를 정확하게 가르쳐줍니다.
그러면 무당은 자기를 보조해주는 사람들을 보내 그 나무를 베어오게 하여 북을 만들도록 합니다.
지역에 따라 무당 자신이 잘린 나무의 토막을 직접 가지고 내려오는 곳도 있습니다.
나무가 선택되면 나무 둥치에 피와 화주火酒(불을 붙이면 탈 수 있을 만큼 독한 증류주)를 칠함으로써 제물을 드리는 종족種族도 있습니다.
이런 풍습을 따르는 종족은 일단 나무에다 제물을 드리고 나무로 북통을 만든 다음 여기에다 주정酒精을 붓게 되면 북에 생명이 부여됩니다.
야쿠트족의 경우 벼락을 맞은 나무가 가장 좋은 나무로 꼽힙니다.
이런 제의적인 풍습과 준비과정은 자연적인 나무가 초인간적인 계시에 의해 다른 존재로 변형됨을 보여줍니다.
이 나무는 이때부터 세계수世界樹가 되는 것입니다.

알타이족의 경우 무당이 무고에 맥주를 뿌리면 무고의 북통은 생명을 부여받아 무당을 통해 자기의 내력來歷을 말합니다.
어떻게 해서 그 숲에 살게 되었고, 어떻게 잘리고, 어떻게 마을까지 운반되어왔다는 등의 내력을 말하게 됩니다.
이 과정이 끝나면 무당은 맥주를 뿌려 북가죽에도 생명을 부여합니다.
그러면 이 북가죽도 자기의 과거過去를 말합니다.
자기는 어떤 동물의 가죽이고 그 동물의 부모는 누구이며 어린 시절은 어떠했다는 식으로 사냥꾼의 화살에 쓰러질 때까지의 과거를 송두리째 고백告白하는 것입니다.
이 북통과 북가죽의 이야기는 무당에게 충성을 다하겠다는 말로 끝납니다.
알타이 부족의 하나인 투발라레스족Tubalares의 경우 무당은 북가죽의 재료가 된 동물의 목소리와 몸짓을 흉내 내기도 합니다.

무당이 생명을 부여하는 동물은 무당 자신의 제2의 자아自我이며 무당이 의지하는 가장 강력한 보조영신補助靈神입니다.
이 보조영신은 무당의 안으로 들어가는 순간 동물의 모습을 한 신화적인 조상祖上으로 변합니다.
이 제의祭儀 때 무당은 규범적規範的인 표본標本이자 그 종족의 기원인 원초적인 동물에 관한 노래를 부릅니다.
신화시대에는 종족의 구성원 모두가 동물로 돌아갈 수 있었습니다.
이 말은 구성원 모두가 조상이 처해 있던 상태로 돌아갈 수 있었다는 의미입니다.

무의巫儀 중에 무당은 아득한 옛날에 모든 구성원에게 가능했던 그런 상황을 재수립합니다.
여기서 무고의 북통과 가죽이 무당으로 하여금 세계의 중심으로의 접신여행을 가능하게 하는 주술적呪術的, 종교적宗敎的 도구가 됩니다.

무고巫鼓는 타원형이 보통입니다.
무고를 만들 때 쓰이는 것은 순록, 엘크, 말의 가죽입니다.
동시베리아의 오스티야크족과 사모예드족의 무고 표면에는 무늬가 없지만, 퉁구스족 무당의 무고에는 새, 뱀 그리고 그 밖의 동물 모양이 그려져 있습니다.
북가죽 중앙에는 이런 동물 모양 대신 여덟 개의 이중선이 그려지는데, 이 선은 바다에서 대지를 떠받치고 있는 여덟 개의 다리를 상징합니다.
야쿠트족의 무고에는 붉은색과 검은색의 여러 가지 그림이 그려져 있는데, 이 그림은 인간과 동물을 나타냅니다.

무고의 뒤에는 나무와 쇠로 된 수직 손잡이가 있습니다.
무당은 손잡이를 왼손으로 잡습니다.
수평으로 늘어진 줄과 나무로 된 쐐기에는 짤랑거리는 금속, 딸랑이, 방울 그리고 영신들과 동물 등을 나타내는 많은 쇠붙이 모양이 매달립니다.
활, 화살, 칼 같은 무기의 모형이 여기에 걸리는 것도 종종 발견됩니다.
이런 주물呪物은 각기 나름대로 상징하는 바가 있어 무당이 접신接神 여행旅行을 준비하거나 실제로 여행에 나설 때 그리고 무당이 그 밖의 신비스러운 체험을 할 때마다 각기 나름의 역할을 수행합니다.

무고에 그려지는 화상畵像에서 지배적인 것은 접신接神 여행旅行의 상징주의입니다.
무당은 접신 여행을 통해 한 소우주 권역圈域과 다른 권역을 넘나들기도 하고 세계의 중심에 이르기도 합니다.
무의가 시작될 때 무당이 무고를 두드리는 것은 영신들을 불러 이들을 무고 안에 가두기 위함인데, 바로 이 타고打鼓는 접신 여행의 준비 단계에 해당합니다.
야쿠트족과 부르야트족이 무고를 ‘무당의 말馬’로 부르는 것은 이 때문입니다.
알타이족의 무고에는 말의 모습이 그려져 있습니다.
알타이족은 무당이 무고를 두드리는 것을 무당이 자기 말을 타고 하늘로 오르는 것으로 믿습니다.
부르여트족 무당은 말을 상징하는 말의 가죽으로 무고를 만듭니다.
소요트족은 무고를 말이라 생각하고 실제로 카무-아트Khamu-at라고 부르는데, 무마巫馬란 뜻입니다.

몽고족 중에는 무고를 ‘검은 수사슴’으로 부르는 종족도 있습니다.
새끼 사슴의 가죽을 북가죽으로 사용하는 카라가스족과 소요트족은 이렇게 해서 만들어진 무고를 ‘무당의 새끼 사슴’으로 부릅니다.
야쿠트족의 전설에 따르면 무당은 이 무고를 타고 일곱 하늘을 두루 다닙니다.
카라가스족과 소요트족 무당은 “나는 야생 새끼 사슴과 함께 여행한다”고 노래합니다.
알타이족은 무고를 치는 북채를 채찍이라고 부릅니다.

레베드 타타르족과 일부 알타이족은 무고 대신 활을 사용합니다.
무당이 쓰는 활은 주술적인 악기로서의 활로 축귀용 무기로서의 활이 아닙니다.
이 활에는 화살이 없습니다.
무고를 두드리는 대신 현악기의 일종인 코부츠kobuz를 연주함으로써 망아상태忘我狀態에 듭니다.
시베리아 무당과 마찬가지로 이들은 코부츠의 가락에 맞춰 춤을 춤으로써 망아상태에 빠집니다.
이 춤은 무당으로 하여금 천상계로의 접신여행을 가능하게 합니다.
주술적인 음악은 무고와 무복의 상징조의와 무당 고유의 춤과 함께 무당의 접신 여행의 출발과 그 성공을 보장하는 많은 방법 중 하나인 것입니다.

북아시아 무고의 기원과 전파과정은 복잡합니다.
북아시아의 무고가 남아시아에 전파된 것으로 보입니다.
라마교에서 사용하는 북이 시베리아의 무고뿐 아니라 추크치족과 에스키모의 무고 형태에 영향을 끼친 것은 분명합니다.
이런 사실은 중앙아시아와 시베리아 샤머니즘의 역사를 밝히는 데 중요한 자료가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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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례 의상과 주술에 이용되는 북




세계 전역의 요술사妖術師, 주의呪醫, 사제司祭들이 사용하는 의상과 북 그리고 그 박의 제구들을 일목요연一目瞭然하게 비교하는 것은 어려우나 시베리아 무당의 무복巫服에 나타난 것과 같은 상징성이 도처에서 발견되는 것은 사실입니다.
가면, 동물의 모피, 특히 새의 깃털 같은 제구는 세계 도차에서 발견됩니다.
이런 제구에는 주장呪杖(무당의 지팡이), 방울, 여러 종류의 북도 있습니다.

티베트의 신탁 사제 의상에 독수리의 깃, 넓은 비단 리본이 달린 모자, 그리고 방패와 창이 있는 것은 주목할 만합니다.
두순족(보르네오) 요술사는 병자를 치료할 때 신성한 장식물이나 깃털 같은 것을 몸에 붙이고, 멘타웨이족(수마트라) 무당은 깃털과 방울이 달린 무복을 입으며, 아프리카의 요술사와 신유사神癒師(신의 힘으로 병을 낫게 하는 사람)는 뼈와 이빨 같은 것이 고스란히 달린 들짐승의 가죽을 걸칩니다.
열대 남아메리카에서는 무복이 비교적 드물기는 하나 이 지역의 무당들은 무복 대신 몇 개의 장식을 몸에 부착합니다.
예를 들면 손잡이가 있는 표주박에다 박씨나 돌을 넣은 딸랑이 혹은 마라카maraca(쿠바 기원의 리듬 악기)가 그것입니다.
이 무구巫具는 매우 신성한 것으로 간주됩니다.
브라질의 투피남바족Tupinamba은 영신들에게 음식을 바칠 때면 반드시 이 딸랑이를 들고 바칩니다.
야루로족Yaruro 무당은 무당이 망아상태 중에 만나는 고도로 양식화 된 신들을 부를 때마다 이 딸랑이를 울립니다.

북아메리카의 무당에게도 상당히 상징적인 의례용 의상이 있습니다.
이런 의상에는 독수리나 다른 새들의 깃, 일종의 딸랑이나 무고, 수정이나 돌 같은 주물이 든 조그만 주머니 같은 것이 달려 있습니다.
무당으로부터 깃털이 뽑힌 독수리는 영물로 여겨집니다.
그래서 깃털이 뽑힌 뒤에도 이들의 손에서 놓여나는 것이 보통입니다.
주물이 든 주머니는 무당 곁을 떠나는 법이 없습니다.
무당은 잘 때도 이 주머니를 베개 밑에 넣거나 침대 속에 감춥니다.
북아메리카의 인디언 틀링기트족Tlingit과 하이다족Haida 무당은 의례용 의상이라고 불릴 만한 겉옷, 어깨에 걸치는 담요, 모자 등이 제대로 갖추어진 무복을 입는데, 무당은 보호영신들의 계시에 따라 이 무복을 손수 짓습니다.
아파치족Apache 무당의 무복에는 독수리의 깃뿐만 아니라 마름모 꼴의 결정, 주술적인 고삐 그리고 의례용 모자가 딸려 있는데, 고삐는 무당을 불사신으로 만들고 미래에 일어날 사건을 예견豫見하게 해줍니다.
산포일족Sanpoil과 네스펠렘족Nespelem의 경우 의례용 의상에 내리는 주력은 팔에 돌려 감는 붉은 천에 모이고 있습니다.
독수리의 깃은 북아메리카의 모든 종족들 사이에서 보편적인 의례용 장식으로 사용됩니다.
북아메리카 무당들은 독수리의 깃을 지팡이에 꽂기도 합니다.
캘리포니아주의 마이두족Maidu은 성무의례聖務儀禮 때마다 이와 같은 깃을 꽂은 지팡이를 다른 무당들의 무덤 위에 세웁니다.
이 지팡이는 죽은 무당들의 영혼靈魂이 날아간 방향方向을 가리킵니다.

다른 지역과 마찬가지로 북아메리카의 무당들은 무고나 딸랑이를 사용합니다.
무고가 없는 세일론, 남아시아, 중국 등지에서는 징이나 뿔고둥 나팔을 사용합니다.
종류야 어떻든 영신의 세계와 통하는 길을 여는 무구가 있어야 함은 어느 지역에서나 마찬가지입니다.
여기서 영신이란 말은 매우 넓은 의미로 사용됩니다.
즉 신, 악령뿐만 아니라 조상의 혼령, 사자의 영혼, 신화적인 동물도 여기에 포함됩니다.
이 초감각적 세계와의 접촉은 필연적으로 예비적인 정신집중을 의미하는데, 무당이나 주술사呪術師는 바로 이 의례용 의상을 입음으로써 이런 정신집중精神執中을 촉진시키고 의례 음악으로 접신의 순간을 앞당기게 되는 것입니다.

신성한 의상이 지닌 상징성은 종교사학에서 잘 알려진 하나의 법칙, 즉 ‘인간은 나타내 보이는 대로 된다’는 법칙에 귀착됩니다.
가면假面을 쓴 사람은 그 가면으로 표상되는 신화적 조상이 되는 것입니다.
의상 혹은 몸에 직접 그려지는 갖가지 기호와 상징을 통해서도 동일한 효과를 얻을 수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예를 들면 머리에 새의 깃을 꽂음으로써 혹은 몸에 고도로 양식화된 깃털 그림을 그림으로써 주술적인 비행능력을 얻게 되는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무고 등 주술적 음악에 사용되는 악기가 무의 때만 사용되는 것은 아닙니다.
많은 무당들이 제 흥에 겨워 무고를 치거나 무가를 부르는 일도 있습니다.
그러나 이런 행위가 의미하는 바는 무의 때나 마찬가지입니다.
즉 무당은 무의 때가 아니더라도 무고를 두드리고 무가를 부름으로써 천상계天上界로 오르거나 지하계地下界로 내려가 사자死者들을 만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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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당의 기능




중앙아시아와 북아시아인의 종교생활에서 무당이 맡는 역할은 중요하지만, 한계가 있는 것은 분명합니다.
무당은 공희자供犧者(공양으로 바치는 희생자)가 아니다. 특정한 날에 물의 신, 숲의 신, 가족의 신들에게 바쳐지는 공희제를 관리, 감독하는 것은 무당의 일이 아닙니다.
알타이족의 무당은 불임이나 난산 같은 이상사태가 발생하지 않는 한 탄생의례, 결혼식, 장례식 같은 의례와는 어떤 관계도 갖지 않습니다.
북쪽 지역으로 올라가면 무당이 장례식에 초빙되는 일이 있기는 합니다.
이때 무당이 초빙招聘되는 것은 무당으로 하여금 이미 숨을 거둔 사자死者의 혼령魂靈이 다시 지상으로 되돌아오는 것을 막게 하기 위함입니다.
이런 지역의 무당은 결혼식장에 불려 나와 악령惡靈들로부터 신랑과 신부를 지켜주기도 합니다.
이런 경우에도 무당이 수행하는 역할은 주술적인 방호防護 역할에 한정됩니다.

아시아와 북아메리카, 심지어는 인도네시아 등 다른 지역에서까지 무당은 환자를 진찰하고 육체에서 도망친 영혼을 찾아 나서며 마침내 그 영혼을 잡아 그 몸으로 되돌아오게 함으로써 환자에게 새로운 생명을 부여합니다.
사자의 영혼을 저승세계인 지하계로 안내하는 것도 항상 무당입니다.
그 이유는 무당이 훌륭한 영혼의 안내자이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무당이 치료사일 수도 있고 영혼의 안내자일 수도 있는 것은 무당이 접신술接神術을 체득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즉 무당은 자기의 영혼이, 육신을 떠나 아주 먼 곳을 방황하게 할 수도 있으며, 지하계로 내려가게 할 수도 있고, 하늘로 오르게 할 수도 있는 것입니다.
자신의 접신 체험을 통해 무당은 이 땅이 아닌 다른 세계로 가는 길을 알고 있습니다.
무당이 천상계와 지하계를 드나들 수 있는 것은 일찍이 두 세계에 있어본 적이 있기 때문입니다.
이 금단의 지역에서 길을 잃을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성무의례聖務儀禮를 통해 성별된 몸인데다 수호영신守護靈神들의 보호까지 받기 때문에 무당은 위험에 도전하고 이 신비스러운 땅에 발을 들여놓을 수 있는 유일한 인간일 수 있는 것입니다.

북쪽으로 올라갈수록 무당의 종교적 역할은 남쪽에 견주어 그 비중이 커지고 훨씬 복잡해집니다.
극북 아시아의 경우 사냥감이 드물어지면서 사람들이 무당의 개입을 요청하는 일이 잦습니다.
에스키모, 북아메리카의 몇몇 종족 사이에서 이런 일이 발견됩니다.
그러나 이 사냥제는 무속적이라고 보기 어렵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무당이 어떤 역할을 수행한다면 이는 무당에게 접신능력이 있기 때문입니다.
무당은 일기의 변화를 예측하기도 하고 사물을 투시하기도 하며 멀리 있는 곳을 보기도 하는 것은 물론 동물들과 주술적, 종교적 성격에 속하는 밀접한 관계를 유지하기도 합니다.

점복술占卜術과 투시술透視術은 무당이 지닌 신비스러운 기술의 일부분입니다.
무당은 이 기술을 이용해 툰드라나 눈 속에서 길을 잃은 사람이나 동물을 찾아내기도 하고 사람들이 잃어버린 물건을 찾아주기도 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이런 사소한 일은 무당의 직분이라기보다는 무녀나 무당과는 계층이 다른 요술사들의 직분에 속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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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술적 치료, 영혼의 안내자로서의 무당




중앙아시아와 북아시아 무당의 주요 기능은 주술적 치료입니다.
이 지역 사람들은 질병疾病의 원인으로 여러 가지를 믿었으나, 가장 널리 퍼져 있는 것은 ‘영혼靈魂의 유괴誘拐’였습니다.
그들은 영혼이 길을 잃거나 도둑맞았을 때 그 영혼의 임자가 질병에 걸린다고 믿었습니다.
그러므로 질병을 치료하기 위해서 먼저 그 영혼을 찾아내고 이를 붙잡아 병자의 몸속에 되돌려놓아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아시아 일부 지역의 사람들은 사람의 몸속에 주물呪物이 들어가거나 그 사람의 영혼이 악령惡靈에 들릴 때 그 사람에게 질병이 생긴다고 믿습니다.
따라서 이 병을 고치려면 그 주물을 뽑아내거나 악령을 쫓아내야 합니다.
병의 원인이 두 가지일 때도 있습니다.
이럴 경우 무당은 이 영혼을 찾아내는 일과 악령을 쫓는 이중의 치료법을 써야 합니다.

영혼의 수가 워낙 많아서 이런 작업은 매우 복잡합니다.
많은 미개 민족, 특히 인도네시아인이 그렇듯이 북아시아인도 한 사람에게 세 개 혹은 일곱 개의 영혼이 있다고 믿습니다.
이들의 믿음에 따르면 사람이 죽을 경우 영혼들 가운데 하나는 무덤에 남고 다른 하나는 저승으로 가며 나머지 하나는 천상으로 올라갑니다.
추크치족에게서 확인된 이런 사고방식은 사후에 세 영혼이 처하는 운명에 관한 많은 사고방식 중 하나에 지나지 않습니다.
많은 민족은 여러 개의 영혼 가운데 최소한 하나는 죽는 순간에 사라지거나 악령의 먹이가 된다는 식의 믿음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런 믿음을 가진 사람들에 따르면 죽는 순간에 악령에게 먹혀야 하는 영혼 혹은 사자의 나라로 내려가야 하는 영혼이 생전에 이리저리 날아다니면서 병을 일으킵니다.

이런 종류의 질병을 치료할 수 있는 사람은 무당뿐입니다.
오직 무당만이 이런 영혼을 볼 수 있으며 이런 영혼을 쫓는 방법을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무당만이 환자의 영혼이 몸을 떠났음을 알아보고 접신상태에서 이를 붙잡아 환자의 몸속으로 되돌려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런 치료과정에서 희생제물을 바쳐야 할 경우도 있습니다.
희생제물이 필요한지의 여부와 어떤 형식의 희생제가 필요한지를 결정할 수 있는 사람도 무당뿐입니다.
환자의 육체적 건강을 되돌려놓기 위해서는 정신의 불균형을 정상으로 되돌려놓지 않으면 안 됩니다.
그 까닭은 질병이라는 것은 통상 성聖의 영역에 속하기도 하는 저승의 권능을 무시하거나 소흘히 여기는 데서 생기기 때문입니다.
무당은 성무의례 전후의 경험을 통해 인간의 영혼이 연출하는 드라마, 그 불안정성, 그 취약성은 물론 영혼을 위협하는 힘, 영혼이 유괴되는 곳에 대해서까지 자세히 알고 있습니다.
무당에 의한 치료에서 접신술接神術이 동원된다면 그것은 질병이 영혼의 부패 혹은 영혼의 소외로 간주되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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