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당의 가면
부르야트족 무당의 무구 중에는 무시무시한 가면도 있었으나 근래에 들어와 이런 가면이 점차 사라지고 있습니다.
시베리아나 북아시아에서도 이런 가면을 쓰는 일이 점차 줄고 있습니다.
퉁구스족의 무당은 말라mala의 영신이 자기에게 와 있음을 나타내 보이려고 즉석에서 가면을 만듭니다.
추크치족의 무당은 어린아이들을 겁주는 데 가면을 쓰고 유카기르족의 무당은 장례식葬禮式 때 사자령死者靈들의 눈을 피하는 데 가면을 씁니다.
에스키모 가운데서 가면을 쓰는 무당은 아메리카 인디언 문화의 영향을 강하게 받은 알래스카의 에스키모 무당들뿐입니다.
아시아에서도 가면을 쓰는 사례는 남아시아에 국한되어 있습니다.
타타르족과 톰스크족의 무당들은 가끔 자작나무 껍질로 만들고 여기에 다람쥐꼬리로 수염과 눈썹을 만들어 붙인 가면을 씁니다.
알타이족과 골디족의 무당들은 사자死者의 영혼靈魂을 유령幽靈의 나라로 인도할 때 영신靈神들의 눈에 띄지 않으려고 얼굴에 우지牛脂를 바릅니다.
이런 풍습은 여러 지역에서 발견됩니다.
곰 희생제犧牲祭 때도 같은 목적으로 얼굴에 우지를 바르기도 합니다.
얼굴에 기름을 바르는 풍습은 특히 미개인들 사이에서 널리 퍼져 있는 풍습입니다.
무당들은 영신들의 눈을 속이기 위해 혹은 영신들로부터 자신들을 지키기 위해 얼굴에 기름을 바르는 것만은 아닙니다.
주목해야 할 점은 영신들의 세계에 들기 위한 주술적인 준비에 따르는 기본적인 기술로서의 기름 바르기라는 사실입니다.
이렇게 보면 가면은 조상들을 상징하는 것임을 알 수 있게 됩니다.
가면을 쓴 사람은 조상의 화신으로 믿어진다는 것입니다.
얼굴에 기름을 바르는 행위는 가장가면을 쓰는, 즉 사자의 영혼으로 화신하는 가장 간단한 행위인 것입니다.
가면 쓰는 행위를 남성들만의 비밀결사와 조상 제사와 관련시키는 곳도 있습니다.
가면, 조상 제사, 통과의례를 치른 비밀결사로 이루어진 복합적複合的인 현상은 여가장제matriarchy 문화에 속합니다.
그러니까 남성만의 비밀결사는 여성우위 문화에 대한 반동이라는 해석입니다.
무당의 의상 자체가 가면이고 이 의상이 가면에서 유래했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가면이 무당의 정신통일에 큰 도움을 준다고 믿는 지역도 있습니다.
무당의 눈이나 얼굴을 가리는 수건이 가면의 역할을 하는 사례도 있으며, 가면과 그 성격이 같은 무구가 쓰이는 사례도 있습니다.
골디족과 소요트족의 무당들은 모피나 수건 같은 것으로 머리를 모두 가립니다.
이런 이유에서 그리고 접신술接神術이나 제의祭儀에서 부여되는 갖가지 가치를 따져볼 때 가면은 무당의 의상과 같은 역할을 하고 이 두 가지 무구의 역할은 상호 전환이 가능하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그 이유는 무속이 아닌 곳에서 사용되는 가면은 신화적 조상, 신화적 동물, 신을 표상하기 때문입니다.
이런 의미에서 의상은 무당을 초자연적超自然的인 존재로 바꿔놓습니다.
이렇게 바뀐 존재가 드러내려고 하는 것이 바로 형해形骸를 통해 되살아난 사자死者의 위광威光이며, 새를 통한 비행능력飛行能力이며, 여장, 여성적 속성을 통한 天上적인 배우자의 지아비라는 지위地位(status)인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