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례 의상과 주술에 이용되는 북




세계 전역의 요술사妖術師, 주의呪醫, 사제司祭들이 사용하는 의상과 북 그리고 그 박의 제구들을 일목요연一目瞭然하게 비교하는 것은 어려우나 시베리아 무당의 무복巫服에 나타난 것과 같은 상징성이 도처에서 발견되는 것은 사실입니다.
가면, 동물의 모피, 특히 새의 깃털 같은 제구는 세계 도차에서 발견됩니다.
이런 제구에는 주장呪杖(무당의 지팡이), 방울, 여러 종류의 북도 있습니다.

티베트의 신탁 사제 의상에 독수리의 깃, 넓은 비단 리본이 달린 모자, 그리고 방패와 창이 있는 것은 주목할 만합니다.
두순족(보르네오) 요술사는 병자를 치료할 때 신성한 장식물이나 깃털 같은 것을 몸에 붙이고, 멘타웨이족(수마트라) 무당은 깃털과 방울이 달린 무복을 입으며, 아프리카의 요술사와 신유사神癒師(신의 힘으로 병을 낫게 하는 사람)는 뼈와 이빨 같은 것이 고스란히 달린 들짐승의 가죽을 걸칩니다.
열대 남아메리카에서는 무복이 비교적 드물기는 하나 이 지역의 무당들은 무복 대신 몇 개의 장식을 몸에 부착합니다.
예를 들면 손잡이가 있는 표주박에다 박씨나 돌을 넣은 딸랑이 혹은 마라카maraca(쿠바 기원의 리듬 악기)가 그것입니다.
이 무구巫具는 매우 신성한 것으로 간주됩니다.
브라질의 투피남바족Tupinamba은 영신들에게 음식을 바칠 때면 반드시 이 딸랑이를 들고 바칩니다.
야루로족Yaruro 무당은 무당이 망아상태 중에 만나는 고도로 양식화 된 신들을 부를 때마다 이 딸랑이를 울립니다.

북아메리카의 무당에게도 상당히 상징적인 의례용 의상이 있습니다.
이런 의상에는 독수리나 다른 새들의 깃, 일종의 딸랑이나 무고, 수정이나 돌 같은 주물이 든 조그만 주머니 같은 것이 달려 있습니다.
무당으로부터 깃털이 뽑힌 독수리는 영물로 여겨집니다.
그래서 깃털이 뽑힌 뒤에도 이들의 손에서 놓여나는 것이 보통입니다.
주물이 든 주머니는 무당 곁을 떠나는 법이 없습니다.
무당은 잘 때도 이 주머니를 베개 밑에 넣거나 침대 속에 감춥니다.
북아메리카의 인디언 틀링기트족Tlingit과 하이다족Haida 무당은 의례용 의상이라고 불릴 만한 겉옷, 어깨에 걸치는 담요, 모자 등이 제대로 갖추어진 무복을 입는데, 무당은 보호영신들의 계시에 따라 이 무복을 손수 짓습니다.
아파치족Apache 무당의 무복에는 독수리의 깃뿐만 아니라 마름모 꼴의 결정, 주술적인 고삐 그리고 의례용 모자가 딸려 있는데, 고삐는 무당을 불사신으로 만들고 미래에 일어날 사건을 예견豫見하게 해줍니다.
산포일족Sanpoil과 네스펠렘족Nespelem의 경우 의례용 의상에 내리는 주력은 팔에 돌려 감는 붉은 천에 모이고 있습니다.
독수리의 깃은 북아메리카의 모든 종족들 사이에서 보편적인 의례용 장식으로 사용됩니다.
북아메리카 무당들은 독수리의 깃을 지팡이에 꽂기도 합니다.
캘리포니아주의 마이두족Maidu은 성무의례聖務儀禮 때마다 이와 같은 깃을 꽂은 지팡이를 다른 무당들의 무덤 위에 세웁니다.
이 지팡이는 죽은 무당들의 영혼靈魂이 날아간 방향方向을 가리킵니다.

다른 지역과 마찬가지로 북아메리카의 무당들은 무고나 딸랑이를 사용합니다.
무고가 없는 세일론, 남아시아, 중국 등지에서는 징이나 뿔고둥 나팔을 사용합니다.
종류야 어떻든 영신의 세계와 통하는 길을 여는 무구가 있어야 함은 어느 지역에서나 마찬가지입니다.
여기서 영신이란 말은 매우 넓은 의미로 사용됩니다.
즉 신, 악령뿐만 아니라 조상의 혼령, 사자의 영혼, 신화적인 동물도 여기에 포함됩니다.
이 초감각적 세계와의 접촉은 필연적으로 예비적인 정신집중을 의미하는데, 무당이나 주술사呪術師는 바로 이 의례용 의상을 입음으로써 이런 정신집중精神執中을 촉진시키고 의례 음악으로 접신의 순간을 앞당기게 되는 것입니다.

신성한 의상이 지닌 상징성은 종교사학에서 잘 알려진 하나의 법칙, 즉 ‘인간은 나타내 보이는 대로 된다’는 법칙에 귀착됩니다.
가면假面을 쓴 사람은 그 가면으로 표상되는 신화적 조상이 되는 것입니다.
의상 혹은 몸에 직접 그려지는 갖가지 기호와 상징을 통해서도 동일한 효과를 얻을 수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예를 들면 머리에 새의 깃을 꽂음으로써 혹은 몸에 고도로 양식화된 깃털 그림을 그림으로써 주술적인 비행능력을 얻게 되는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무고 등 주술적 음악에 사용되는 악기가 무의 때만 사용되는 것은 아닙니다.
많은 무당들이 제 흥에 겨워 무고를 치거나 무가를 부르는 일도 있습니다.
그러나 이런 행위가 의미하는 바는 무의 때나 마찬가지입니다.
즉 무당은 무의 때가 아니더라도 무고를 두드리고 무가를 부름으로써 천상계天上界로 오르거나 지하계地下界로 내려가 사자死者들을 만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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