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엔드리스 하우스>의 조명연출
<엔드리스 하우스>의 도면을 보면 거주공간에 대한 키슬러의 철학을 알 수 있다.
우선 주택의 출입구는 위쪽과 아래쪽에 각각 마련되어 있으며, 위쪽 입구는 완만한 경사를 이루고 있다.
안쪽에는 다음과 같은 공간이 있다.
1. 공동생활 공간
2. 식당과 부엌
3. 어린이 놀이방 및 공방
4. 개인 휴식공간 및 침실
가족이 그룹으로 생활할 수 있는 활동공간이 가장 넓다.
식당과 부엌은 연속되어 있으면서도 공간적으로는 분리되어 있다.
일을 하기 위한 공간인 부엌과 공방이 같은 방향으로 연속되어 있다.
한편 소리의 문제를 고려한 결과 공방과 어린이를 위한 놀이방의 반대편에 방음 처리된 서재가 위치한다.
그 사이에 3개의 개인용 공간이 있는데, 이것은 단지 침실로 이용되는 것이 아니라 개인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놀이방 역할을 하는 공간으로 설계되었다.
주택은 가족 간의 의사소통의 장이며, 생산적 공방으로서의 역할을 하는 장이고, 지식을 축적하는 지적 활동의 장이며, 각자 개인으로서 살아갈 수 있는 휴식의 장이어야 한다.
이 같은 목적을 충족시키면서 가족 전체의 생활과 개인생활의 ‘연속성’을 고려한 결과 <엔드리스 하우스>가 탄생된 것이다.
키슬러가 주장하는 ‘연속성’이란 건축물의 구조적인 측면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다.
천장, 벽, 바닥에 의해 구분된 공간의 연속성은 물론, 그곳에서 영위되는 생활의 연속성도 포함한다.
만약 <엔드리스 하우스>가 실현된다면 그곳에서 생활하는 사람들은 그들이 의식하든 의식하지 않든 ‘연속성’을 정신적으로 체험하게 될 것임에 틀림없다.
키슬러는 예민한 상상력을 통해 ‘연속성’을 마치 실제로 체험한 듯이 지각하면서 <엔드리스 하우스>를 설계했던 것이다.
맨하탄에 마천루의 역사가 실증되기 시작한 시기를 살면서 그는 <엔드리스 하우스>를 인간이 만든 우주라고 믿었다.
기계시대의 주택들은 막혀진 방들로 구성되어 있다.
상자 하나가 다른 하나의 옆에, 또 다른 상자가 그 밑과 위에.
결국 그것들은 마천루와 같은 것이 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한편 <엔드리스 하우스> 모형이 발표되자 당시 『인테리어』지의 편집장이던 아서 드렉슬러는 키슬러에게 <엔드리스 하우스>의 조명계획에 관한 원고를 의뢰했다.
「‘엔드리스 하우스’와 심리적 조명」이라고 이름 붙여진 글에서 키슬러는 조명에 관한 독창적인 아이디어를 제시하고 있다.
<엔드리스 하우스>는 실용적인 요구 이상의 것이 고려된 조명 시스템이 구비된 건축이다.
태고의 인류가 나뭇가지를 태워 자신들이 살던 동굴의 그늘진 구석을 밝힌 것은 어둠 속에 무엇이 있는가를 알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오늘날에는 조명기술이 발달하여 자연의 빛과 인공의 빛을 자유자재로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
이에 따라 이제 사물을 명확하게 보여준다는 실용적인 목적 이상의 것이 요구된다.
조명은 단지 실내공간을 밝게 해준다는 역할을 넘어서서 우리에게 자극적인 색채나 밝은 빛의 반짝거림을 제공해주기도 하고, 의식을 집중시켜주기 위해 명확하게 한정된 공간을 제공하기도 한다.
이것은 학습과 독서 등을 위해서도 필요하며, 천국에서와 같은 휴식을 위해 우리를 잠들게 할 수도 있다.
그런데 기술적인 측면에서 보면 일반적으로 주택에 적용되는 조명은 대개 일반조명과 스포트라이트에 한정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리고 모든 문제는 a. 설비, b. 조작, c. 관리 측면을 고려해서 구분되고 있다.
<엔드리스 하우스>는 일반적인 주택보다 조명을 경제적으로 사용하고 있다.
왜냐하면 일반적인 주택처럼 한정된 실내 공간에 가능한 한 많은 방을 만들고자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빛은 완만한 곡면 위에서 중단되는 일없이 넘쳐흐르고 상호 반사되면서 빛 자체가 증식되어 간다.
각체구조에 기반을 두고 연속적으로 흐르는 듯한 외형을 지닌 <엔드리스 하우스>의 형태는 단지 조각적 아이디어에서 유추된 것이 아니다.
달걀 형태를 모방한 것도 아니다.
이 타원형은 같은 지붕 아래에서 살아가는 2∼3세대가 집단으로 생활하기 위해 필요한 ‘사회적 다이나미즘’을 고려한 결과 탄생한 것이다.
집단생활을 고려한다면 리빙룸과 같은 공간은 보통보다 2배에서 3배에 이르는 높이와 넓이가 필요하며, 침실과 같은 개인적인 공간은 8피트 평방미터 정도면 충분하다.
완만한 곡면을 지닌 각체 주택에서는 조명을 구석구석에 동일하게 비출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예를 들어 수직 및 수평, 그리고 대각선 등 다양한 방향으로 집중조명을 비추는 것이 가능하다.
흰색 니트로 된 카페트-눈에 자극을 주는 것보다는 부분적으로 빛을 흡수하는 것이 좋다-위에 천장에 달린 스포트라이트로부터 비추어진 빛이 반사되어 보다 넓은 영역으로 확산되어간다.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