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 세이건, 화학은 숫자놀음이다




1910년을 전후해서 45년 동안 영국의 케임브리지 대학에서 수행된 연구의 결과로, 원자의 정체가 인류사상 처음 밝혀졌습니다. 실제 사용된 방법은 하나의 원자를 향해 다른 원자들을 쏘아 충돌시켰을 때 ‘총알 원자들’이 어떻게 튕겨나가는가를 조사해, 표적 원자의 내부 구조를 미루어 알아내는 것이었습니다. 대개 원자의 외곽부는 전자의 구름으로 둘러싸여 있으며, 전자의 전하를 음전하로 부릅니다. 이 전자가 원자의 화학적 성질을 결정합니다. 원자의 저 깊숙한 내부, 전자구름 속 깊숙한 곳에는 핵이 숨어있습니다. 핵은 양전하를 띠는 양성자들과 전기적으로 중성인 중성자들로 구성됩니다. 원자의 핵은 원자 전체의 경우 10만 분의 1 정도이지만, 원자의 질량이 거의 전적으로 이 조그마한 핵에 모여 있습니다. 전자는 그저 떠돌아다니는 솜털에 비유할 수 있습니다. 말하자면 원자는 속이 텅 빈 엉성하기 이를 데 없는 녀석인 것입니다. 이렇게 따지고 보면 물질이란 것도 실은 속이 텅 빈 쭉정이인 것입니다.

우리 몸을 구성하는 원자들의 총수는 대략 1028개이며, 관측 가능한 우주에 들어있는 양성자, 중성자, 전자와 같은 소립자들의 총수는 대략 1080개가 되어 비교할 만합니다. 우주를 중성자들로 가득 채우려면 10128개가 필요합니다.

물리학자들은 양성자와 중성자 같은 소립자들을 구성하는 더 근본적인 알갱이를 쿼크quark라고 부릅니다. 쿼크에도 여러 종류가 있으므로 핵보다 작은 세상의 모습을 일상의 언어로 기술하기 위해 물리학자들은 쿼크에 냄새와 색깔을 입혔습니다. 쿼크야말로 궁극의 기본 입자인지, 아니면 쿼크도 더 근본적인 입자들로 구성되어 있는지는 아직 모릅니다.

자연에는 화학적 성질이 뚜렷하게 다른 원소가 92종이 있습니다. 우리는 최근까지 지구의 모든 물질이 이 92종 원소의 조합으로 이뤄졌다고 믿었습니다. 가장 간단한 수소가 1번, 가장 복잡한 우라늄이 92번입니다. 그 밖의 원소들은 우리에게 그렇게 익숙한 것들이 아닙니다. 예를 들면 하프늄, 에르븀, 디스프로슘, 프라세오디뮴 따위는 일상에서 맞닥뜨릴 기회가 거의 없는 것들입니다. 우리에게 익숙한 철은 지구에 풍부하지만, 우리 귀에 아주 생소한 이트륨은 지구에 거의 없습니다.

모든 원자가 양성자, 중성자, 전자의 세 가지 소립자들로 구성되었다는 사실이 밝혀진 건 비교적 최근의 일입니다. 중성자가 발견된 것도 1932년입니다. 중성자는 명칭에서 알 수 있듯이 전하를 띠지 않습니다. 양성자와 전자는 똑같은 크기의 양전하와 음전하를 갖습니다. 부호가 다른 전하들 사이에 작용하는 인력이 원자를 원자로 남아있게 하는 요인입니다. 원자는 전체적으로 중성이므로 핵에 있는 양성자의 개수와 전자구름을 이루는 전자의 개수가 정확하게 일치합니다. 한 원자의 화학적 성질은 전자의 개수에 따라 좌우되는데, 원자 번호가 바로 양성자나 전자의 개수이므로 원자 번호에서 그 원자의 화학적 특성을 쉽게 점칠 수 있습니다. 『코스모스 Cosmos』(1980)의 저자 칼 세이건Carl Edward Sagan은 화학을 숫자놀음이라고 말합니다. 전자와 양성자를 하나씩 갖고 있으면 수소, 둘씩이면 헬륨, 셋씩이면 리튬, 넷씩이면 베릴륨, 다섯씩이면 보론, 여섯씩이면 탄소, 일곱씩이면 질소, 여덟씩이면 산소, 이런 식으로 계속되기 때문입니다. 원자 번호 92의 우라늄은 그러니까 양성자와 전자를 각각 아흔두 개씩 갖고 있다는 뜻입니다.

부호가 같은 전하들 사이에는 척력이 작용합니다. 전자는 전자를 밀치고, 양성자는 양성자를 배척합니다. 원자핵에 전하를 띤 입자라고는 양성자뿐인데, 핵이 와해되지 않는 까닭은 무엇일까? 그것은 핵에는 또 다른 종류의 힘, 즉 핵력이 작용하기 때문입니다. 핵력의 정체는 중력도, 전자기력도 아닙니다. 핵력은 아주 가까운 거리에서만 작용하므로 세이건은 갈고리에 비유합니다. 양성자와 중성자가 아주 가까이 있을 때 핵력이라는 이름의 갈고리가 서로 떨어지지 않도록 붙잡아 맵니다. 둘 사이의 거리가 갈고리보다 멀면 갈고리는 제 역할을 하지 못합니다. 중성자는 전하를 갖고 있지 않으므로 척력을 발휘할 수 없지만, 핵력을 발동하여 핵을 전체적으로 붙잡아 묶는 풀의 역할을 합니다.

자연 원소는 어디에서 왔을까? 우주 존재하는 물질의 99%가 수소와 헬륨입니다. 그런데 헬륨은 지구에서 발견되기 전에 태양에서 먼저 검출되었습니다. 간단한 핵에서 복잡한 핵을 만들려면 양성자와 중성자를 첨가하면 됩니다. 이때 방해의 요인인 전기적 척력을 어떻게 적절히 상쇄시킬 수 있느냐 하는 것이 문제의 핵심입니다. 역시 그 임무는 핵력의 몫입니다. 핵력의 발동은 핵자들이 매우 가까이 접근해야 가능한데, 극도로 고온인 상황에서는 핵자들의 근거리 접근을 기대할 수 있습니다. 온도가 대략 1000만 도 이상의 상황에서는 핵자들이 전기적 척력이 위력을 발휘할 수 없을 정도로 매우 빠르게 충돌하기 때문입니다. 이 고온의 조건은 별의 중심부에서 쉽게 구현됩니다.

태양의 상층부 대기의 온도는 절대 온도로 6000도 정도입니다. 우리에게 철저하게 숨겨진 태양의 저 깊숙한 내부의 온도는 1570만 도에 이릅니다. 이렇게 뜨거운 조건에서는 핵융합 반응이 일어나고 그 결과로 빛이 만들어집니다.

기체와 티끌로 구성된 성간 구름이 중력 수축하여 별들과 그 별들에 딸린 행성들을 만듭니다. 성간운의 중력 수축이란 자체 중력 때문에 겪게 되는 성간운의 전반적인 낙하 운동입니다. 이 과정에서 기체 분자들이 격렬하게 충돌하므로, 수축이 진행됨에 따라 내부의 온도는 상승하게 마련입니다. 드디어 내부의 온도가 1000만 도에 이르면 수소 원자 네 개가 만나서 헬륨 핵이 하나 만들어지는 핵융합 반응이 전개됩니다. 이때 발생하는 에너지가 감마선의 빛, 즉 감마선 광자로 나타납니다. 감마선 광자는 주위 물질에 흡수되었다가 다시 방출되기를 거듭하면서 태양의 표면을 향해 이동합니다. 흡수가 일어날 때마다 자신의 에너지를 조금씩 잃게 되므로 높은 에너지의 감마선 광자는 점점 낮은 에너지의 광자로 변신해서 드디어 사람의 눈이 볼 수 있는 가시광선 帶域(대역)의 광자가 됩니다. 중심핵에서 출발한 광자가 표면층에 도착하는 데 대략 100만 년이 걸립니다. 핵융합 반응에서 최초로 태어난 광자가 가시광선의 광자로 표면을 빠져나오기 시작하면 우리는 비로소 새로 탄생한 별을 보게 됩니다. 핵융합 반응의 개시와 더불어 그때까지 진행되던 중력 수축이 멈춥니다. 별의 외곽층을 차지하는 질량의 무게를 중심핵 부분의 고온과 고압이 지탱하여, 별 전체가 안정된 상태에 놓이기 때문입니다. 우리 태양은 지금까지 대략 50억 년 동안 이와 같은 평형 상태를 유지해왔습니다. 태양은 표면에서 방출되는 광도를 충당하느라 중심핵에서 매초 4억 톤의 수소를 헬륨으로 변환시킵니다. 별 하나하나가 빛을 낼 수 있는 건 그 별 내부에서 핵융합 반응이 이뤄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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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오나르도의 <동굴의 성모>: 새로운 도상

 

작품을 Daum의 '광우의 문화읽기'에서 감상할 수 있습니다.


1483년 4월 25일에 맺어진 계약서에 의하면 레오나르도는 암브로조와 에반젤리스타 데 프레디스 형제와 계약을 맺고 근래 형성된 ‘성모 마리아의 순결한 잉태 단체’를 위해 산 프란체스코 그랑데 성당 내 예배당에 제단화를 그리기로 했습니다. 파괴되어 현존하지 않는 이 제단화는 세 폭짜리 그림으로 가운데 패널은 레오나르도가, 양쪽 패널은 암브로조가 유화로 그렸으며 에반젤리스타는 금박을 입힌 것으로 추정됩니다. 이 작업은 암브로조가 맡아 레오나르도에게 일부분을 의뢰한 것으로 추측됩니다. 반은 라틴어로, 반은 이탈리아어로 쓰인 계약서에 의하면 레오나르도가 중앙 패널에 그릴 그림은 두 예언자 사이에 성모 마리아가 있는 모습으로 마리아가 입고 있는 가운은 진한 파란색에 금실로 무늬를 짜 넣고 초록색으로 선을 넣은 것입니다. 그리고 마리아 머리 위의 하나님의 의상도 마찬가지로 파란색과 금색이며 아기 예수는 금색 단상 위에 있고 배경은 다양한 색으로 산과 바위를 그려 넣는 것입니다. 계약서에는 이 패널을 필히 ‘순결한 잉태 축일’인 12월 8일 이전까지 그려야 한다고 명시되어 있습니다. 세 폭짜리 작품 전체에 대한 값은 2백 두카트였습니다. 유화가 아직 널리 알려져 있지 않았을 때라서 계약서에는 그림을 10년 동안 보증해야 한다는 단서가 적혀 있습니다. 그리고 전문가들에 의해 작품을 심사하여 좋은 평을 듣게 되면 보너스를 따로 지급하기로 되어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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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오나르도의 <동굴의 성모>, 패널에 유채, 캔버스에 옮김, 199-122cm.

성모는 무릎을 꿇고 몸을 앞으로 숙이고 있습니다. 아기 세례 요한을 오른손으로 감싸고 왼손은 따로 움직이는 중이라서 공중에 또 있습니다. 천사는 화면 속에서 유일하게 관람자를 바라보면서 오른손으로 요한을 가리키고 있습니다. 이상하게 생긴 배경의 바위 틈 사이로 바깥세상의 빛이 환하게 비춥니다. 배경의 바위 속 갈라진 틈으로 흐르는 물은 세례를 암시합니다. 성서에는 세례 요한이 예수에게 세례를 베푼 것으로 적혀 있지만, 여기선 역할이 반대가 되어 무릎을 꿇고 기도하는 자세를 취한 요한을 예수가 오른손을 들어 축복하는 몸짓을 취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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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오나르도의 <동굴의 성모>의 부분


이 시기에 그린 <동굴의 성모>는 현존하지 않는 ‘성모 마리아의 순결한 잉태’와 교리적으로 관련이 있어 보입니다. <동굴의 성모>란 제목은 레오나르도가 붙인 것이 아니라 나중에 붙여진 것입니다. 이 작품에는 전통적인 도상의 후광이 그려져 있지 않습니다. 그는 교회가 강요하는 교리에 무관심했으며, 성서를 주제로 그릴 때에도 성서적 해석에는 개의치 않고 자신이 원하는 대로 그렸을 뿐입니다. 그는 후광 같은 장식은 옛날 방식이며 이제는 불필요한 요소라고 보았습니다. 작품에 표현된 의상은 특별한 종류의 천도 아니고 수를 놓은 장식이 없습니다. 바위를 배경으로 중앙에 성모, 오른쪽에는 천사가 있으나 그늘로 인해 날개가 잘 보이지 않고 중앙 아래 아기 예수와 세례 요한의 모습이 보입니다. 마리아와의 한때를 묘사한 이 작품은 교회가 원하는 도상의 그림과는 거리가 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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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오나르도의 <동굴의 성모>의 부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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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오나르도의 <아기 그리스도에 관한 습작>, 28.5-19.8cm.

복음서에 의하면 동방박사들이 ‘유대인의 왕’이 베들레헴에서 탄생했음을 알고 헤롯대왕을 찾아갔을 때 왕은 그들로부터 그 사실을 전해 듣고 베들레헴 지역에서 태어난 신생아 남아를 모두 죽이라고 명령했습니다. 천사 가브리엘은 헤롯이 아기 예수를 죽이려 한다는 사실을 마리아와 요셉 부부에게 알려주었고, 두 사람은 아기 예수를 데리고 이집트로 피난하여 헤롯이 사망할 때까지 그곳에서 지냈다고 합니다. 그러나 성 누가에서 기인한 외경과 14세기 도미니크회 소속 프라 피에트로 카발카가 주장한 바에 의하면 마리아는 피난 중 천사 우리엘의 보호를 받고 있던 성 엘리자베스와 세례 요한을 만납니다. 전설에 의하면 마리아가 바위동굴 앞에 있는데, 놀랍게도 산이 열리고 마리아 가족이 거처할 수 있게 되었다고 합니다. 레오나르도는 이 이야기를 근거로 이 그림을 그린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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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오나르도의 작업장의 <동굴의 성모>, 패널에 유채, 캔버스에 옮김, 189.5-120cm.

<동굴의 성모>는 두 점으로, 앞의 작품은 레오나르도의 작품이며, 이것은 이보다 나중에 그려진 것입니다. 암브로조 데 프레디스Ambrogio de predis(1455?-1517)의 솜씨가 부분적으로 발견되기 때문에 레오나르도가 그와 협력하여 그린 것으로 추정됩니다. 밀라노 출생의 화가, 사본 삽화가인 암브로조 데 프레디스는 스포르차 궁정화가로도 활동했습니다. 그는 제단화 <동굴의 성모>와 일부분(양 날개) 제작을 위한 1483년의 계약서에 이복형 에반젤리스타 데 프레디스와 레오나르도 다 빈치와 함께 이름이 등장함으로써 알려졌습니다. 그는 레오나르도의 영향을 많이 받았으며, 자신의 기법을 15세기 정신과 결합시켰습니다.


15세기 피렌체의 성모 그림이라는 맥락에서 볼 때 <동굴의 성모>는 매우 독특합니다. 성모와 아기 예수가 세례 요한과 함께 있는 장면은 당시 드문 주제였으며 이를 다룬 방법 또한 새롭습니다. 네 사람 모두 자유로운 동작을 하고 있으며, 회화적인 빛의 효과로 어두운 배경을 통해 인물들이 입체적으로 보인다. 뵐플린은 이렇게 적었습니다.

이 그림은 건축적 뼈대를 하고 있다. 이 말은 화가들이 보여준 단순한 좌우대칭과는 전혀 다름을 뜻한다. 자유가 더 많고 동시에 법칙도 더 많다. 개별적인 요소들은 전체의 맥락에서 파악된다. 이것이야말로 16세기의 양식인 것이다. 레오나르도는 일찍이 16세기의 흔적을 선보였다.

바위와 동굴은 전통적으로 피렌체 미술에서 원시적 자연의 상징으로 사용되었으며, 레오나르도에게는 개인적인 기억과도 연관이 있습니다. 그는 어렸을 적 두려워하면서도 캄캄한 동굴 속을 들여다보며 그 안에 무엇이 있을까 하고 호기심을 가진 적이 있습니다. 레오나르도는 성화에 자신의 기억과 느낌을 부여하여 이상적인 어머니의 이미지를 행복에 젖어 광채가 나는 아름다운 모습으로 묘사하면서 오로지 아들의 행복과 안전만을 염려하는 모습으로 표현했습니다.

이 작품은 레오나르도의 대부분 작품들과 마찬가지로 연대가 확실치 않으며, 도상학상으로도 문제를 제기합니다. 왜 천사가 손가락으로 세례 요한을 가리키고 있는지, 왜 관람자에게 이 장면을 부각시켰는지, ‘순결한 잉태’에 바친 예배당 제단에 왜 이런 그림을 걸려고 했는지 등 이해하기 어려운 점이 있습니다.

세례 요한은 피렌체를 보호해주는 수호성인이며 작품의 배경은 <광야에서 기도하는 성 제롬>의 배경과 유사하고 베로키오의 양식이 아직 남아 있으므로 그가 밀라노로 오기 전 피렌체에서 그리기 시작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이는 그가 이 작품을 예배당 제단을 위해서 그리려고 한 것이 아니라 이전부터 그리려고 한 것을 밀라노에 와서야 완성했음을 의미합니다.

계약서에는 8개월 반 만에 제단화를 그리기로 되어 있는데, 그가 구상하고 작업하기에는 너무 짧은 기간입니다. 그는 누군가가 그린 구성과 닮게 그리려고 했으며, 주제를 묘사할 때는 완전한 습작을 거친 후에 제작하기 시작했으므로 비교적 짧은 기간에 그리기로 계약을 한 후 미리 구상했던 것을 그리지 않았나 하는 생각도 듭니다. 그는 과격한 정신의 소유자였고 완벽주의자였습니다.

불완전하게 남아 있는 기록에 의하면 그와 교회 측은 20년 이상의 소송으로 시비를 가렸습니다. 작품이 약속한 기간에 제작되지 않은 데다 교회 측이 작품에 만족하지 못해서 생긴 소송이었습니다. 그는 추가로 1백 두카트를 지불할 것을 요구했지만, 25두카트만 받았을 뿐입니다. 교회 측은 예언자들에 에워싸인 성모를 주문했지만, 그는 예언적 표적과 상징적 요소들로 대신했습니다. 레오나르도만 주문을 따르지 않았던 것이 아니라 암브로조 또한 두 천사 음악가를 양쪽 패널에 그리기로 되어 있었지만 한 천사만 그렸고 후광도 금박도 넣지 않았습니다.

레오나르도가 전통을 아주 무시하지는 않았는데, 공간을 약간이나마 고딕풍으로 했고 바위 위에 식물을 묘사한 것은 전통 상징주의를 따른 것입니다. 배경의 담쟁이덩굴은 충성과 지속을 의미하고 화면 앞 종려와 붓꽃은 말씀이 육신이 된 것과 인류에게 평화를 주는 것을 의미합니다. 고대에서부터 슬픔과 죽음의 꽃으로 알려진 아네모네는 그리스도가 십자가에 처형될 것을 예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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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유전자는 벌레, 파리, 박테리아의 유전자와 유사하다




유인원 같은 조상에서 인간으로의 진화는 약 5, 6백만 년 전에 시작된 것으로 보입니다. 유인원의 뇌 용량은 인간의 약 3분의 1이었습니다. 약 250~180만 년 전 호모 에렉투스Homo erectus(직립원인)가 나타났습니다. 호모 에렉투스는 현재 인류의 약 절반 크기는 해도 보다 큰 뇌를 갖고 있었으며, 도구와 간단한 언어를 사용했습니다. 이들은 약 80만 년 전에 아프리카에서 유럽으로 이주한 것으로 보입니다. 15만 년 전에 나타난 네안데르탈인Homo neanderthalensis은 우리와 같은 크기의 뇌를 가졌습니다. 그 후 약 10~15만 년 전 아프리카에 호모 사피엔스Homo sapiens(인류)로 알려진 인간이 나타났습니다.

약 7만 년 전 지금의 인도네시아에서 초대형 화산이 폭발하여 기후 변화가 일어나 호모 사피엔스는 거의 전멸되고 아프리카 대륙에서 겨우 몇 천 명만 살아남았습니다. 이들은 약 4~6만 년 전 아프리카 밖으로 이동했고, 4만 년 전부터 언어와 새로운 도구를 사용하기 시작했습니다. 약 1만~1만 5,000년 전 호모 사피엔스는 시베리아와 알래스카 사이의 얼음다리를 지나 아메리카로 이동했습니다. 호모 에렉투스와 네안데르탈인은 각각 다른 시기에 다른 대륙에서 멸종했다는 증거가 최근에 나왔습니다.

인간의 진화를 요약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5, 6백만 년 전현재의 아프리카 유인원과 인간 공통의 조상이 출현했지만,이 조상에 대해서 아직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400~250만 년 전오스트랄로피테쿠스 아파렌시스Australopithecus afarensis가 출현했는데, 루시Lucy라고도 합니다. 200만 년 전 호모 하빌리스H. habilis, 호모 루돌펜시스H. rudolfensis와 호모 에르가스테르H. ergaster가 출현했는데,앞서 발견된 유인원보다 더 큰 뇌를 가졌습니다. 180만 년 전 호모 에렉투스H. erectus가 출현했고, 뇌 용량은 앞선 유인원의 약 두 배입니다. 15만 년 전 네안데르탈인H. neanderthalensis이 출현했으며,뇌 용량이 호모 에렉투스보다 큽니다. 10만 년 전 호모 사피엔스 사피엔스H. sapiens sapiens, 즉현재의 인간이 출현했습니다.

눈을 가진 동물들은 서로 흉내 내면서 배웠습니다. 밈meme, 즉 다른 것들로부터 배운 아이디어들이 동물들에게 행동 습성이나 음조tune가 되고, 인류에게는 말이 되었을 것입니다. 좀 더 원시적인 종들도 소리 밈verbal mim을 사용했겠지만, 인류는 언어 사용으로 언어 밈language mim이 생겨나 복잡한 정보를 보다 빨리 전달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모든 세포 자루 가운데 인류의 보다 큰 뇌는 말하기, 배우기, 언어 이해, 복잡한 정보의 구성을 가능하게 했습니다.

언어가 인류의 진화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 것으로 보입니다. 언어와 밈이 도구를 사용하게 했습니다. 약 1만 년 전에 인간은 농경에 도구를 사용하기 시작했으며, 가축을 기르고 농작물을 재배했습니다.

유기체들은 변화하는 환경에 적응하면서 생명에 관한 문제에 더욱 정교한 해결책을 찾아나갔습니다. 어떻게 이런 적응이 일어났을까? 생식세포를 발달시키는 평범한 흙 박테리아, 즉 그램-양성 박테리아의 행동에서 그 메커니즘을 볼 수 있습니다.

『신을 보여주는 21세기 과학』(도서출판 知와 사랑)의 저자 레오킴Leo Kim은 영양분이 고갈되어 모든 생물학적 자원을 생식세포를 만드는 데 써야 할 때 박테리아가 그 에너지의 절반을 살충 단백질을 만드는 데 바쳐진 데에 관심을 집중했습니다. 왜 그랬을까? 박테리아가 죽기 전에 살아남을 수 있는 생식세포를 만드는 데 종의 생존이 달려 있다면, 왜 귀중한 자원을 살충 단백질을 만드는 데 쓴 것일까 하는 것이 생명공학자로서의 그의 관심사였습니다. 살충 단백질은 특정 유전자가 만듭니다. 레오킴은 돌연변이를 통해 만들어진 이런 유전자에서 백 개 이상의 변종을 발견했습니다. 이 상이한 유전자들은 각 계통에 독특한 살충 단백질을 만들 수 있게 했습니다.

레오킴은 다양한 계통들이 다양한 살충제를 생산하는 이유가 그것들이 벌레와 공진화하기 때문으로 추론합니다. 벌레는 박테리아의 생식세포와 함께 살충제도 섭취합니다. 벌레는 그 독소로 인해 죽어서 이제 성장을 시작한 생식세포를 위한 음식물 주머니(죽은 벌레)로 남게 됩니다.

박테리아가 벌레와 공진화하는 건 당연합니다. 벌레들은 새로운 종으로 진화하므로, 박테리아는 돌연변이, 즉 상이한 독소를 만들어내고 그들 중에는 새로운 벌레를 죽일 수도 있는 성향을 통해 생존의 기회를 높이게 됩니다. 따라서 이 박테리아의 전략은 생명체의 성장과 생식을 지탱해주는 환경(풍부한 음식물 주머니)에서 생식세포가 성장할 기회를 증가시키는 것입니다.

이 박테리아는 벌레 외에도 선충류(기생충) 같은 유기체를 죽이는 단백질 돌연변이체를 만듭니다. 미생물은 다른 유기체와 공진화를 모색하면서도 자기 종의 존속을 위해 그 종을 죽일 정도로 기회주의적입니다.

새로운 유기체와 유기체 내의 변종을 만드는 데 수많은 진화의 메커니즘이 사용됩니다. DNA 서열의 변화 또는 DNA의 커다란 부분들이 위치를 바꾸는 과정 혹은 성적 과정[예를 들어 염색체 감수 분열] 등의 돌연변이는 커다란 영역을 교환하게 하고 염색체 전부를 교환하게 합니다. 바이러스는 극한 환경에서도 정상적인 환경에서도 존재하는데 환경에 의해 박테리아는 보다 고등한 유기체의 유전자들과 혼합되게 됩니다.

식물과 동물 심지어 효모균조차 하나 이상의 염색체 카피를 갖고 있습니다. 염색체는 새로운 유기체와 생명에 필요한 모든 유전자를 코드화하는 데 필요한 유전적 정보입니다. 유기체는 유성생식을 통해 각 부모로부터 상이한 염색체 세트를 물려받습니다. 새로운 유기체가 만들어질 때 그것의 DNA는 ‘교차crossing over’라는 과정을 통해 혼합됩니다. 이 과정에서 그 DNA는 한 염색체에서 부서져, 부서진 각 부분이 다른 염색체와 결합합니다.

수없이 많은 결합이 가능하며, 이 결합은 우리 어머니와 아버지의 유전자가 교차할 수 있는 방법으로 일어납니다. 여기에 개별 세포에서 일어날 수 있는 돌연변이는 포함되지 않습니다. 이것이 형제자매들이 때로는 육체적, 유전적으로 완전히 다른 이유입니다. DNA의 커다란 영역을 움직이고 섞는 유성생식은 적응력을 높이고 보다 빨리 진화하게 합니다. 일단 생명 형태가 존재하게 되면 거기에는 급속히 진화할 근거가 있습니다.

음식물을 며칠 동안 방치해두면 거기에 다양한 색의 둥그스름한 작은 덩이가 있는 걸 보게 됩니다. 이 덩이들은 음식물에 있던 하나의 생식세포나 미생물에서 시작된 수백만 미생물의 군체群體입니다. 미생물은 실내온도에서 매 20분마다 두 배로 증가할 수 있습니다. 초기 지구에서도 유사한 생식시간과 충분한 영양분이 있어서 며칠 사이에 수 천 억의 이런 초기 생명체가 생길 수 있었습니다. 이 새로운 생물에서 수천 번의 돌연변이가 발생했을 것입니다.

관련된 아주 많은 생명체들과 그런 신속한 생식으로 돌연변이가 새로운 생명 형태를 빠르게 야기했습니다. 열과 늘어난 복사열로 인한 극한 조건 때문에 초기 지구에서 돌연변이율이 높았을 것입니다. 그런 새로운 생명 형태가 더 많은 생명체를 만들고, 이것들은 또 새로운 생명체로 돌연변이했습니다. 이런 일이 수십억 년 동안 수많은 곳에서 일어났습니다.

돌연변이는 유해하거나 하찮거나 유익합니다. 치명적인 돌연변이가 일어나거나 부정적인 형질이 만들어지면, 그 생명체는 좀처럼 살아남지 못합니다. 드물지만 유익한 돌연변이는 적응력을 높이고 심지어 적절한 살충제를 만드는 박테리아 같은 경쟁력을 가진 새로운 종을 만들기도 합니다.

인간이 많은 도구와 정보, 건축자재를 가짐으로써 컴퓨터, 건물, 선박, 비행기 등 모든 산물을 만들 수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초기 미생물에서 진화된 다량의 유전자들이 모든 생명체를 초래했습니다. 유전자가 생명체 정보, 세포 내의 도구, 구성 물질들을 생산했습니다. 박테리아 속에 있는 수천 개의 유전자들은 다양한 방법으로 약간 변형되어 사용될 수 있었고, 이것이 엄청난 양의 미생물을 초래했습니다. 인간과 동물에게서 발견된 2만 개의 유전자들은 벌레, 파리, 박테리아의 유전자와 매우 유사합니다. 이것이 유전자에서 어떻게 정보, 도구, 구성 물질이 생산되어 자연의 모든 생명체를 만드는 데 다양하게 이용되었는지를 설명해줍니다. 그러나 많은 세부사항들, 즉 유사한 유전자들이 어떻게 다른 생명체에서 정렬되고 독특하게 사용되었는지 등은 알려지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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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오나르도가 쓴 밀라노 최고 권력자에게 쓴 편지

작품을 Daum의 '광우의 문화읽기'에서 감상할 수 있습니다.

 

레오나르도는 밀라노에 갈 때 밀라노 최고 권력자에게 쓴 편지를 소지하고 갔습니다. 이 긴 편지는 문장력과 철자에 자신 없었던 그가 친구에게 부탁해서 쓴 것으로 11개 혹은 12개의 항목으로 되어 있습니다.

탁월하신 군주님, 소위 무기 발명가라고 자처하는 사람들의 행적들을 충분히 검토한 결과 그들이 발명한 무기들은 보통 사용되는 것들과 다름없음을 알게 되었으므로 저는 어느 누구에 대한 편견을 갖지 않는 가운데 아래와 같은 간략하게 설명한 항목들을 실행하기 위해 군주님께 저의 비밀을 밝히고 싶습니다.


1. 제가 고안한 다리는 가볍지만 매우 강하며 적의 손아귀에서 벗어날 때 혹은 적을 추격할 때 운반이 아주 수월합니다. 제게는 그 밖의 고안품들도 있는데, 튼튼하며 공격뿐 아니라 화력에도 방어가 되며 설치와 철수가 용이한 것들입니다. 저는 또 적의 무기들을 태워버리고 부숴버리는 방법을 알고 있습니다.


2. 저는 포위되었을 경우 해자moat(도시나 성곽 둘레의 외호)의 물을 말리는 방법과 무수한 다리, 길 포장, 사다리 올리기, 그리고 이런 유형의 기계들을 만드는 방법을 알고 있습니다.



3. 품목. 제방이 높고 장소나 지역이 험준해 폭격으로 파괴하는 것이 불가능할 경우 라도 파괴시키는 방법을 저는 알고 있습니다.


4. 제게는 매우 실용적이고 쉽게 운반할 수 있으며 돌들을 비처럼 쏟아지게 만드는 박격포 모델이 있습니다. 이 박격포에서 나오는 연기는 적들에게 상처를 입히고 교란시키며 공포에 휩싸이게 만듭니다.


5. 저는 전투가 바다에서 벌어질 경우 공격과 방어에 매우 유용한 기구들을 갖고 있습니다. 이 배들은 매우 강한 대포, 발연, 화약조차 물리칠 수 있습니다.


6. 품목. 저는 소리를 내지 않고 통로와 비밀 지하터널을 파며, 해자나 강 아래라도 통로와 터널을 파서 목적지에 도달하는 방법을 알고 있습니다.


7. 품목. 저는 덮개가 있는 수송 수단을 만들 수 있는데, 이것은 안전하고 약점이 없으며 적의 포대를 관통하여 가장 강력한 군대를 섬멸할 수 있습니다. 보병대는 장애에 봉착하지 않고 손상을 받지 않는 가운데 이 수송 수단을 따라갈 수 있게 됩니다.


8. 품목. 필요하다면 저는 현재 사용되고 있는 것들과는 다른, 보기 좋고 실용적인 디자인으로 커다란 사석포, 박격포, 불덩이를 투사하는 기계를 만들 수도 있습니다.



9. 사석포에 문제가 생길 경우 저는 투석기, 대형 투석기, 트라보키trabocchi 외에도 보통 사용하지 않는 놀라운 효과를 내는 기구들을 만들 수 있습니다. 즉 어떤 상황에도 대처할 수 있는 공격·방어용의 다양한 기구를 만들 수 있습니다.


10. 평화로운 시기에는 누구라도 건축에 있어, 공용이나 개인용 건물 디자인에 있어, 또는 한 장소에서 다른 장소로 물을 이동하는 방법을 알 수 있게 할 수 있습니다.


11. 품목. 저는 대리석, 청동, 테라코타를 사용해 조각을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어떤 인물이라도 원하는 대로 그릴 수 있습니다.


12. 게다가 저는 스포르차의 빛나는 가문과 군주님의 어버이에 대한 자랑스러운 기억을 청동의 말로 불후의 영광과 영원한 영예를 나타낼 수 있습니다.


이상과 같은 품목들을 제작하는 것은 그 누구도 불가능하며 비현실적이겠지만 저는 군주님의 정원이나 군주님이 만족하실 만한 곳이라면 제작할 수 있음을 겸허한 자세로 보여드릴 수 있습니다.


220

레오나르도의 <요새의 안뜰에 일렬로 배치된 모르타르를 쏘는 장치>, 32.6-47.6cm.


레오나르도가 이 편지를 밀라노 최고 권력자에게 보냈는지는 확실치 않습니다. 그러나 과학에 관심이 많은 그가 과학을 근거로 해서 새로운 무기와 공격과 방어를 겸하는 기구들을 무수히 만들 수 있다는 자신감에 넘쳐 있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그는 군사용 기구를 설계하는 데 많은 시간을 보냈습니다. 노트북을 보면 이런 용도에 적합한 손에 들고 사용할 수 있는 간단한 기구, 탄도, 화염투석기 등은 물론 가공할 파괴력의 기계와 요새화 등 이와 관련된 수없이 많은 드로잉을 볼 수 있습니다. 공작에게 보내는 편지에 언급한 품목들을 그는 모두 디자인할 수 있었습니다. 피렌체는 로마, 나폴리, 그 외의 나라들에 대한 방어태세를 갖추어야 했으므로 요새와 무기에 대해 관심이 많았기 때문에 레오나르도는 마치 군부의 공학가처럼 이런 연구에 열중했습니다. 다양한 악기를 제작하듯 그는 조립하고 기계화하며 체계화하는 데 뛰어난 재능이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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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오나르도의 <병거>, 1485년경, 21-29.2cm.


레오나르도가 디자인한 군대용 북을 보면 톱니바퀴에 다섯 개의 막대기를 달아 바퀴가 움직일 때 자동적으로 리듬 있는 소리가 나게 되어 있습니다. 이와 동일한 방법으로 그는 총 사격발사장치를 고안했는데, 바퀴에 달린 오르간 파이프 세트처럼 보입니다. 이것은 열한 개의 포신이 장착되어 기관총처럼 연발로 발사할 수 있으며 일련의 원통들이 부착되어 있어 원하는 곳으로 쉽게 이동이 가능했습니다. 또 그는 사다리로 성벽을 오르는 적을 방어하기 위해 한 번에 사다리 세 개 혹은 네 개를 밀쳐내는 기구도 디자인했습니다. 그는 예닐곱 개의 포신을 한 원통에 장착시키기도 했는데, 이 역시 기관총의 전신입니다.

레오나르도가 밀라노에 갔을 무렵, 이탈리아는 과거 어느 때보다도 전운이 감돌고 있었습니다. 터키족이 아풀리아를 점령했고, 로마는 베네치아와 동맹을 맺었으며, 베네치아는 페라라를 주시하고 있었습니다. 베네치아는 계속해서 용병들을 고용하여 아르젠타 근처에서 전투를 벌이면서 에스테의 후작을 괴롭혔으며 롬바르디아에 군대를 보냈습니다. 밀라노는 두 공화국 총독들 사이에서 외교적 중재를 벌이다가 이제 무장을 해야 했습니다. 따라서 레오나르도는 공화국이 필요로 하는 것은 예술가보다는 군사전문 공학가라고 생각한 것입니다. 이런 군사적 상황을 맞아 그가 새로운 방향, 즉 군사용 무기와 기구 디자인 전문가로 출세하려고 했음을 알 수 있습니다.

군수산업은 오랫동안 밀라노의 주력 산업이었으므로 그가 밀라노에서 자신의 입지를 구축하려고 한 것은 당연해 보입니다. 밀라노의 거리에는 수십 개의 무기판매점들이 있어 검을 제작하거나 장식했고, 창을 제작했으며, 도끼창, 투구, 방패 등을 제작했고 이것들은 국외로도 수출되었습니다. 하지만 이런 것들은 전통 무기들로 이탈리아는 북쪽의 이웃나라들과 터키에 비하면 무기 산업이 제대로 발전하지 못한 상태였습니다. 레오나르도가 디자인한 것들이 생산되었더라면 무기 산업은 한층 활기를 띠었을 것이며, 그는 이 분야에서 독보적인 존재가 되었을 것입니다.


225

레오나르도의 <대포공장>, 24.7-18.3cm.


221

레오나르도의 <무기에 대한 연구>, 20.9-30.8cm.


224

레오나르도의 <탄도에 관한 연구>, 20-28cm.


콰트로첸토(15세기)의 피렌체는 거의 달라지지 않은 상태였지만, 밀라노는 여러 차례에 걸쳐 변화를 겪었으므로 레오나르도가 체류했을 때의 밀라노를 상상하기란 어렵습니다. 밀라노는 야만인 켈트족에 의해 발견된 이후 카르타고 사람들이 이 도시를 침범했고, 로마가 점령한 적이 있으며, 고트족이 강탈했고, 6세기에 이탈리아를 정복한 게르만족 롬바르드가 이어서 강탈하면서 주변 지역에 롬바르디아라는 명칭이 붙여졌습니다. 롬바르디아의 주도인 밀라노는 로마와 알프스 북쪽 나라들 사이에서 경제적 교량 역할을 했습니다. 비스콘티 가문이 권력을 장악하고 130년 동안 통치하면서 도시는 확장되고 발전하여 레오나르도 생전에는 이탈리아의 가장 큰 도시들 가운데 하나로 성장했으며, 유럽에서도 막강한 도시 중 하나가 되었습니다.

레오나르도는 밀라노에서 콰트로첸토 양식의 현대식 건물들을 보았을 텐데 그것들은 피렌체 건축가들이 디자인한 것들로 필라레테Filarete(1400년경-1469년경)의 오스페달레 마지오레, 미켈로조의 메디치 은행 등입니다. 필라레테는 조각가, 건축가이면서 예술에 관한 글을 썼습니다. 본명은 안토니오 아베를리노Antonio Averlino인데 그리스어로 ‘미덕을 사랑하는 사람 lover of virtue’이란 뜻의 필라레테란 별명으로 불리었습니다. 그는 기베르티로부터 수학한 것 같으며, 주요 작품인 로마의 성 베드로 대성당의 청동문(1433-45)은 피렌체에 있는 기베르티의 세례당 문과 유사하여 그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추정됩니다. 유물을 훔친 혐의로 로마에서 쫓겨난 그는 피렌체와 베네치아에서 활동했으며, 1450년 밀라노에 안주했습니다. 밀라노에서 그는 주로 건축가로 활약했고, 1457년에 오스페달레 마지오레를 건립하기 시작했으나 완공된 건 18세기에 와서였습니다. 이 건축물은 르네상스 양식을 롬바르디아에 소개했다는 의미를 지니고 있습니다. 1461-64년에 쓴 『건축에 관한 논문』에는 새로운 도시에 대한 설계도 포함되엇으며, 자신의 후원자 프란체스코 스포르차의 이름을 따서 새 도시명을 스포르친다Sforzinda로 불렀습니다.

밀라노에는 현대식 건물이 많지 않았고 대부분의 궁전이나 교회는 로마네스크 혹은 고딕 양식이었습니다. 스탕달이 밀라노의 거리가 유럽에서 가장 대화하기 좋은 장소라고 지적한 것처럼 레오나르도가 밀라노에서 17년 혹은 18년 동안 지낸 걸 보면, 그 역시 도시가 마음에 들었기 때문일 것입니다. 밀라노에 온 레오나르도에 관해 바사리는 적었습니다. “왕자는 레오나르도의 놀라운 이야기를 듣고 그 재능에 매우 탄복하여 레오나르도에게 훗날 황제에게 보낼 제단화 <그리스도의 탄생>을 그려줄 것을 간절히 청했다.” 하지만 바사리가 언급한 <그리스도의 탄생>은 현존하지 않으며, 레오나르도가 밀라노에 도착하고 곧 궁정의 신임을 얻게 된 것은 아니었습니다. 그가 청동 기마상 제작을 위임받기까지는 많은 시간이 소요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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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하수 은하 안에 1000억 개의 행성계가 우리의 탐사를 기다리고 있다



외계에 얼마나 많은 행성계가 존재하는지 아직 확실치 않습니다. 하지만 상당히 많을 거라는 추측에는 변함이 없습니다. 우리 주변에는 태양계뿐이라고 단순하게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만, 목성, 토성, 천왕성도 그 주위에 위성들을 거느리며 태양계와 비슷한 구조를 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한다면, 실은 하나가 아니라 네 개의 행성계가 우리 주변에 있는 셈입니다. 목성형 행성들이 거느린 위성들의 상대적 크기며 그것들 사이의 상대 간격 등을 보면, 목성, 토성, 천왕성도 각각 하나의 축소판 태양계를 이룬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질량이 뚜렷하게 서로 다른 별들로 구성된 쌍성계들의 다양한 자료를 통계적으로 분석해보면, 우리의 태양같이 단독으로 존재하는 별들 주위에서 행성계가 형성될 가능성이 훨씬 높다는 결론에 이르게 됩니다.

우리가 다른 별 주위에 있는 행성들을 직접 본 적은 없습니다. 스스로 빛을 내지 못하는 작은 점에 불과한 그런 행성들은 중심별이 내는 강한 빛의 광채 속에 그대로 파묻혀버리기 때문입니다. 그렇지만 현대 관측 기술은 별빛에 숨어있는 동반 행성이 그 중심별에 미치는 중력의 영향을 검출할 수 있는 수준에 이르렀습니다. 고유 운동proper motion이 비교적 큰 별이 아주 멀리 떨어져 있는 별들을 배경으로 하여 천구 면에서 이동하는 경로를 수십여 년 동안 지속적으로 관측하면 그 별 주위에 행성이 돌고 있는지 판단할 수 있습니다. 이런 원리를 이용해 연구할 수 있었던 최초의 별이 바너드의 별이었습니다. 바너드의 별은 태양에서 가장 가까운 단독성입니다. 실제로 삼중성인 켄타우루스자리 알파별의 경우, 그것들 사이에 일어나는 중력의 복잡한 상호 작용 때문에 그 주위에 상대적으로 작은 질량의 행성들을 찾는 데 적잖은 어려움이 따르게 마련이었습니다.

별 주위에서 행성을 찾아낼 수 있는 방법이 여러 가지 개발되고 있는데, 그중 하나가 인위적으로 蝕(식)을 일으키는 것입니다. 우주 망원경 앞에 차폐 원반을 설치하여 중심별에서 오는 빛을 살짝 가리면 행성 표면에서 반사되는 중심별의 빛을 알아볼 수 있습니다. 달의 어두운 면의 경계를 이용하면 차폐 원반의 효과를 거둘 수 있습니다. 우리는 곧 태양 근처에 있는 수백 개의 별들 중에서 과연 어느 별들이 묵직한 행성들을 거느리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을 것입니다.

최근에는 적외선 관측을 통해 가까운 별들 주변에서 원반 모양의 가스와 티끌의 구름을 찾아내기도 했습니다. 이런 원반형 구름은 행성이 만들어지기 직전의 상태를 나타내는 것으로 보입니다. 또 한편 이론적 측면에서 행성계의 형성은 은하수 은하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현상이라는 의견이 제기되었습니다. 연구 결과에 의하면 우리 은하에 상당히 다양한 종류의 행성계들이 존재할 것으로 판단됩니다. 『코스모스 Cosmos』(1980)의 저자 칼 세이건Carl Edward Sagan은 은하수 은하 안에 1000억 개에 이르는 행성계가 우리의 탐사를 기다리고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합니다.

개중에는 정말로 아름다운 행성도 있겠지만 어떤 행성계에는 태양이 여러 개 있을 수도 있습니다. 또 어떤 행성 주위에는 달이 여러 개 있거나, 한쪽 지평선에서 반대쪽 지평선 사이로 고리가 멋지게 걸려 있을지도 모릅니다. 어떤 달은 행성 아주 가까이에 있어서 그 행성 하늘의 거의 절반 이상을 뒤덮을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또 어떤 행성에서는 저 멀리에 가스 성운이 아주 넓게 펼쳐있는 장관을 즐길 수도 있을 것입니다.

별들의 일생에 비하면 사람의 일생은 하루살이에 불과합니다. 단 하루의 무상한 삶을 영위하는 하루살이들의 눈에는, 우리 인간들이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서 그저 지겹게 시간이 가기만을 기다리는 한심한 존재로 보일 것입니다. 한편 별들의 눈에 비친 인간의 삶은 어떤 것일까? 아주 이상할 정도로 차갑고 지극히 단단한 규산염과 철로 만들어진 작은 공 모양의 땅덩어리에서 10억 분의 1도 채 안 되는 짧은 시간 동안만 반짝하고 사라지는 매우 하찮은 존재로 여겨질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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