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대와 통영을 다녀왔습니다
망중한이라고 출판일이라는 게 열심히 하자면 밤새해도 시간이 모자라서 아예 일을 접고 훌쩍 떠나면 여행이 됩니다.
이번에는 콘도를 두 곳 예약하여 미리 시간표를 작성했습니다.
통영에서 철인3정경기가 금요일과 토요일에 예정되어 있어 근처 콘도를 정할 수 없어 통영에는 일요일 오후에 가기로 하고 해운대에서 이틀을 묵기로 했습니다.
해운대와 통영 두 곳 모두 다녀온 적이 있어 낯선 곳에 대한 여행이라는 설렘은 없었습니다.
여행의 목적은 한 마디로 바다보기였습니다.
금요일 아침 KTX로 부산에 직행 너무도 간편해진 여행입니다.
역에서 내려 곧장 자갈치시장으로 가서 전어와 농어를 회로 즐겼습니다.
추석을 앞둔 때라서 시장에는 크고 싱싱한 물고기와 과일 외에도 각종 제사 준비음식들로 풍성했습니다.
시장이 늘 이랬으면 싶은 생각이 났습니다.
사람들이 지갑을 열고 상인들의 얼굴에 미소가 띠는 풍경입니다.
불경기라 하지만 추석만큼은 온 가족이 모이는 흥겨운 명절입니다.
해운대의 센텀과 I. Park 지역에서 지냈는데, 외국의 고급 휴양지에 비해 손색이 없을 정도입니다.
한화콘도에서 묵었는데, 해운대를 중심으로 지난 4, 5년 사이 부산이 눈부시게 발전하고 있다는 느낌입니다.
유리로 지어진 고층 I. Park이 특히 환상적인 느낌을 줍니다.
부산 시민들에게는 부자들이 사는 곳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 지역을 배를 타고 바다에서 바라볼 때 더욱 환상적인 느낌이 듭니다.
외곽으로 나아가거나 구시가, 즉 부산역 근처의 동네들과 비교하면 이 지역에 대한 환상은 극명한 빈부의 차이로 놀라울 따름입니다.
언덕에는 여전히 많은 빈가들이 늘어섰는데, 한쪽에는 하늘을 지르는 고층 아파트들.
저곳의 삶은 뭐고 이곳의 삶은 뭘까?
저곳의 만원은 한 가족의 저녁식사 준비인데 이곳의 만원은 두 사람의 커피값입니다.
자갈치 시장에서 만원을 주면 조기가 쇼핑백에 가득합니다.
그러나 이곳에서는 두 사람의 커피값에 불과합니다.



콘도에 도착하고 얼마 후 지인의 안내로 기장을 지나 동해 쪽으로 갔습니다.
부산에서 조금만 가면 동해입니다.
부산에서도 일출을 감상할 수 있습니다.
외부사람들에게는 알려지지 않아 부산 시민들이 즐겨 찾는 곳에서 숯불에 구운 아나고를 맛있게 먹었습니다.
기름을 빼고 구운 후 고추장으로 양념하여 다시 굽는 아나고는 감칠나고 맛이 부드럽습니다.
배를 불리면서 먹는 즐거움이 여행에서 큰 비중을 차지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튿날, 유람선을 타고 오륙도를 돌며 처음으로 여섯 개의 섬을 확실하게 보고 알았습니다.
부산에 가면 주로 이기대 방향에서 오륙도를 가까이 보아왔는데, 그곳에서는 일렬로 섬이 두 개만 보입니다.
바로 눈앞의 섬도 실상은 두 개이고, 그 뒤로 보이는 섬은 실상 네 개입니다.
옆에서 봐야 여섯 개를 모두 볼 수 있는데 배를 타고 바다에서 봐야합니다.
하얀 등대가 있는 섬이 제1도이고 그것으로부터 육지를 향해 일렬로 늘어선 것들이 제2도, 제3도 등입니다.
제6도는 말이 섬이지 암초와도 같습니다.




일요일 아침, 버스로 통영으로 이동했습니다.
금호콘도에 여장을 풀고 근처 유람선 터미널로 가서 장사도를 향했습니다.
마침 오후 4시 마지막 유람선에 오를 수 있었습니다.
장사도는 무인도로 야생화를 심어 가꾼 섬입니다.
섬을 둘러보면서 괜히 시간만 낭비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배로 45분 거리에 있는 장사도를 자연 그대로 보존했더라도 좋았을 것을 콘크리트 건물들을 여기저기 세워 꿀빵, 빙수, 멍게비빔밥 등을 팔거나 얼음과자 등을 파는 걸 보고 온 것을 후회했습니다.
더구나 그곳에 콘크리트 건물을 세우고 공예관을 만든 것을 보고는 공무원의 문화에 대한 무지와 자연 훼손에 화가 났습니다.
무인도는 손을 대지 않고 그냥 보존만 하면 훌륭한 것을 손을 대서 사람들의 주머니를 털려는 건 자연을 망치는 일입니다.
장사도에 간 것을 후회하고 돌아왔을 때는 날이 저물어 더는 갈 곳이 없어 회를 뜨고 찌개거리를 사서 숙소로 왔습니다.
회를 너무 많이 사서 이튿날까지 먹었습니다.

오른쪽 건물이 내가 묵은 통영의 금호 콘도입니다.
다음날엔 여객선을 타고 한산도로 갔습니다.
그곳은 개발이 되지 않아 시골풍경을 그대로 볼 수 있어 좋았습니다.
한산도에는 택시가 없고 작은 버스가 해변을 따라 언덕을 오르내리며 이 포구에서 저 포구로 주민들을 실어 나릅니다.
운전기사는 아낙들의 물이 흐르는 짐을 내려주며 통영에서 사온 물건을 보고는 “더 이상 이런 거 사오지 마소” 하고 일부러 한 마디 합니다.
중간에 내리니 식당이라고 있지만, 대부분의 물자를 통영에서 가져오는 섬이라 점심식사를 거른 채 다음 버스를 기다렸습니다.
버스는 1시간마다 있는 곳이라서 엿가락처럼 늘어진 시간을 정류장에서 앉아 기다리는 모처럼의 시골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이런 여행을 원했던 것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한산도를 찾는 건 제승당에 가기 위해서입니다.
이순신 장군의 왜구침략을 물리친 승리를 기념하는 제승당에는 이순신의 사당도 있습니다.
이순신 장군이 수루 위에 앉아 시를 지었다는 곳에 앉아서 내려다보니 한산도 앞바다가 한눈에 들어왔습니다.
앞바다의 물살은 눈에 보아도 빨라 왜구들이 이 지역의 특성을 모르고 혼쭐이 낫겠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습니다.
특히 왜구들을 섬 안으로 끌어들인 후 퇴로를 막으면 그야말로 갇힌 신세가 되는 것입니다.
이순신 장군의 탁월한 지략으로 비교도 되지 못할 열세의 군사력을 가지고 그 많은 왜놈들을 물귀신으로 만든 건 역사에 두고두고 기릴 만한 사건입니다.
세계에는 전쟁을 승리로 이끈 이름난 제독들이 있고 그들 중에는 일본 제독도 있지만, 훌륭한 전함을 가지고 상대방 전함을 물리친 승전은 그리 칭찬할 만하지 못합니다.
도저히 비교가 되지 않는 군사력으로 상대방을 무찌르고 실의에 빠진 민족에게 승전보를 안겨준 승리야말로 크게 칭찬할 만한 일입니다.
수루에서 깊은 밤에 조국을 위해 걱정할 때 어디선가 들려오는 일성호가 자신의 애간장을 끓게 한다는 이순신의 시조는 그분의 성품을 잘 말해줍니다.
그곳에서 해물전에 막걸리를 마셨습니다.
해물 우동도 한 그릇.



왼쪽 높은 탑이 이순신 장군 기념탑입니다. 높이 18미터로 박정희 대통령이 세운 것입니다.



수루입니다.

수루에 달린 이순신 장군의 시조입니다.

수루에서 내려다본 장면입니다.

수루 위에서 바라다본 한산도 앞바다입니다.



통영은 작은 포구입니다.
그러나 뒤로 가면 바다를 매립하여 신시가가 건립되고 있습니다.
높은 아파트들도 여러 채 있고, 언덕으로 이뤄진 구시가에 비하면 평지라서 여느 작은 도시와도 같습니다.
몇 달 전 통영에 왔을 때는 구시가에만 있다 갔지만 이번엔 두루 보게 되었습니다.
사진
9월 25일, 아침 숙소에서 사우나를 하고 서호시장으로 가서 통영의 별미 시락국으로 아침식사를 대신했습니다.
바다장어 대가리를 넣고 끓인 물에 시레기를 넣고 된장을 풀어 끓인 국입니다.
시원하게 먹을 수 있는 국밥입니다.
버스로 4시간 10분 걸려 오후 2시 10분 남부터미널에 도착하니 태양이 유난히 따갑습니다.
바다로 가면 날아갈 것 같은데 서울로 돌아오면 왜 다리가 무거워지는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