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4괘 중에서 열한 번째가 태泰입니다. 본문은 다음과 같습니다.
태泰 소왕小往 대래大來 길吉 형亨
발모여拔茅茹 이기휘以其彙 정征 길吉
포황용빙하包荒用憑河 불하유붕망不遐遺朋亡 득상우중행得尙于中行
무평불파无平不陂 무왕불복无往不復 간정艱貞 무구无咎 물휼勿恤 기부其孚 우식유복于食有福
편편翩翩 불부不富 이기린以其隣 불계이부不戒以孚
제을귀매帝乙歸妹 이지以祉 원길元吉
성복우황城復于隍 물용사勿用師 자읍고명自邑告命 정貞 린吝
첫 번째 효사爻辭는 태泰 소왕小往 대래大來 길吉 형亨입니다. 태泰는 태평함이며 개인적인 안녕과 영달, 국가적인 평화와 번영 모두 포함됩니다. 태泰가 이뤄지기 위해서는 작은 것小이 가고往 큰 것大이 와야來 합니다. 작은 것을 투자해 큰 것을 얻어야 한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점을 치는 사람들은 작은 것들로 게으름, 허세, 욕심, 실기失期의 어리석음 등을 꼽고, 큰 것들로는 노력, 의리와 신망, 인생에 대한 통찰, 권력 등을 꼽아서 작은 것들을 버리거나 투자해 큰 것들을 얻거나 달성하는 길함吉을 원형리정元亨利貞의 네 시기 중 두 번째 시기인 형亨의 시기에 그러하다고 말합니다. 이는 젊고 생동감이 있을 때부터 열심히 준비하고 노력해야 얻을 수 있다는 말로 해석할 수도 있습니다. 형亨의 젊음과 생동감으로 상징되는 내적 요소와 소왕小往 대래大來의 외적 요소가 결합될 때에 비로소 진정한 태泰가 이룩되는 것입니다.
두 번째 효사爻辭는 발모여拔茅茹 이기휘以其彙 정征 길吉입니다. 진정한 태泰를 달성함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요소들 중 하나가 사전에 준비하고 대비하는 태도입니다. 발모여拔茅茹는 지금 당장은 쓸모없는 말먹이茹(먹을 여) 띠풀茅(띠 모)을 열심히 뽑아拔(뺄 발) 둔다는 뜻이고, 이기휘以其彙는 이를 잘 모아서 엮어彙(무리 휘)둔다는 뜻이며, 정征은 이를 전쟁과 같은 비상시에 사용한다는 뜻입니다. 이렇게 해야 길하고吉, 이처럼 평상시에 준비하고 대비하는 태도가 선행되어야 태泰를 달성할 수 있다는 가르침입니다. 모茅는 추운 북쪽지방에서 나는 키 크고 억센 풀로, 주로 자리를 만드는 데 사용됩니다. 먹이가 풍부할 때에는 쓰지 않지만, 가뭄이 들어 먹이가 없을 때에는 모茅를 말먹이로 사용하기도 했으며, 전쟁이나 비상시에는 실제로 이를 건초로 만들어 사용했습니다.
세 번째 효사爻辭는 포황용빙하包荒用憑河 불하유붕망不遐遺朋亡 득상우중행得尙于中行입니다. 태泰를 달성하고자 하는 사람이 취할 할 두 번째 태도는 의리와 신망을 잃지 않는 것입니다. 포包(쌀 포)는 혼자서 노를 젓는 바가지 모양의 작은 배를 말합니다. 작은 배를 타고 거친 물을 건너는 것이 포황용빙하包荒用憑河(거칠 황)입니다. 위험을 무릅쓴 용기와 모험은 태泰를 달성하는 데 있어 중요한 요소가 됩니다. 그러나 이보다 더 중요한 건, 성공을 거둔 후에도 옛 친구들을 진정한 우정을 갖고 대하는 신의와 겸손함입니다. 이를 불하유붕망不遐遺朋亡이라 합니다. 친구朋를 멀리하거나遐遺(멀 하, 남을 유) 잊지亡 않는다不는 뜻입니다. 그렇게 하면 장차 좋은 일이 생깁니다. 우중행于中行은 ‘앞으로 나가는 중에, 일을 해나가는 중에, 대의를 일으키는 중에’라는 뜻이며, 득상得尙은 가상하고 존경받을 만한 결과를 얻게 된다는 뜻입니다.
네 번째 효사爻辭는 무평불파无平不陂 무왕불복无往不復 간정艱貞 무구无咎 물휼勿恤 기부其孚 우식유복于食有福입니다. 태泰를 달성하고자 하는 사람이 지녀야 할 인생관, 세계관을 논한 구절입니다. 무평불파无平不陂는 비탈지지陂(비탈 파) 않은不 평지平는 없다无는 말이므로 인생이 순조롭기만 하지는 않다는 의미입니다. 멀리 보이는 지평선이 마냥 평화롭고 평편하게 보이더라도 가까이 가서 보면 비탈과 언덕으로 되어 있는 이치를 말한 것입니다. 무왕불복无往不復은 돌아오지復 않는不 떠남往은 없다无는 말이므로 인생이란 돌고 도는 것이란 의미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고난艱이 오래貞 계속되더라도 허물이 없다면无咎 걱정하지恤 말아야勿 합니다. 그런其 믿음孚이 있다면, 먹고 사는 문제于食를 비롯하여 경제 활동과 행복 추구의 과정에 복福이 있을有 것입니다.
다섯 번째 효사爻辭는 편편翩翩 불부不富 이기린以其隣 불계이부不戒以孚입니다. 편편翩翩(나부낄 편)은 새들이 훨훨 높이 나는 모양을 나타낸 것이고, 불부不富는 그처럼 대단히 부유하지는 못하다는 말입니다. 가난하면 태평할 수 없으므로 그런 시절을 태泰의 시절이라 할 수 없지만, 하늘 높이 나는 새들의 모양처럼 대단한 부富만이 태泰의 조건은 아닙니다. 불계이부不戒以孚는 믿음으로 서로 경계하고 두려워하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부를 축적하지 않더라도 이웃과 더불어以其隣(이웃 린) 믿음으로 서로 경계하지 않고 평화롭게 사는 것도 태泰의 한 형태입니다.
여섯 번째 효사爻辭는 제을귀매帝乙歸妹 이지以祉 원길元吉입니다. 이룩된 태泰를 지키고 더 키워 나가기 위해서는 좋은 이웃들과의 화합도 중요하지만, 이것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좋은 이웃들이 있다고 해서 도적의 침입을 막을 수는 없는 노릇이며, 외국과의 전쟁을 피할 수도 없습니다. 점을 치는 사람들은 태泰의 성립과 유지 문제를 권력, 혹은 정치와 연관시킵니다. 외국과의 선린善隣이 중요한 문제라고 말합니다. 이런 관계의 형성을 위한 고대 사회의 주요 수단들 중 하나가 혈족관계를 맺는 것입니다. 제을귀매帝乙歸妹의 제을帝乙은 황제 자신은 아니지만 황제帝에 버금가는乙, 혹은 그 다음가는 권력자를 말합니다. 귀매歸妹는 그런 사람에게 누이妹를 시집보낸다歸는 말입니다. 권력에 대한 지향이자 안전장치를 마련하는 셈입니다. 절대 권력자와 혈족관계를 맺는 건 조상이 돌봐주고 하늘이 도와주어야 가능한 일이라서 이지以祉(하늘이 내리는 복)라 했습니다. 이런 큰 태泰를 성취하는 건 이미 정해진 일이라서 근원적으로元 길합니다吉.
일곱 번째 효사爻辭는 성복우황城復于隍 물용사勿用師 자읍고명自邑告命 정貞 린吝입니다. 성복우황城復于隍은 성城이 해자于隍(해자 황, 성 밖으로 둘러 판 마른 못)에 쓰러졌다復는 말입니다. 누군가의 침범으로 성이 무너지는 상황을 설명한 것입니다. 해자隍는 적의 침입을 막기 위해 성 바깥에 파놓은 마른 도랑입니다. 물용사勿用師는 상황이 이처럼 급박한데도 전혀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아 군사師를 부릴用 수 없다勿는 뜻입니다. 평상시에 띠풀을 준비하지 않은 것입니다. 자읍고명自邑告命은 자신의 고향自邑을 찾아가 엎드려 도움을 청한다告命는 말입니다. 평소 고향 사람들과 잘 지냈거나, 고향의 권력자와 친분을 맺고 있었다면 틀림없이 도움을 받을 테지만, 여기의 이 사람은 그런 대비를 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끝내貞 어려움吝을 겪을 수밖에 없다고『주역』은 말합니다.
태평泰平한 삶은 누구나 바라는 바입니다. 진정한 태泰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우선 본인의 심신이 건강하고 힘차야 합니다. 다음은 작은 것을 투자하여 큰 것으로 만들 수 있어야 합니다. 이는 외적인 일로 노력과 관계가 있습니다. 이 내적인 것과 외적인 것이 조화를 이룰 때에 비로소 태泰를 달성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