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름벼리는 고운 그림순이


  졸음과 씩씩하게 맞서면서 늦도록 놀고 싶은 사름벼리를 보다가 문득 한 가지를 떠올린다. 그래, 그림을 그려서 재우자. 책상을 함께 치운다. 큰 그림종이를 반으로 자른다. 한 장씩 나눈다. 그런 뒤 책상맡에 함께 앉아서 서로 그림을 그린다. 사름벼리는 네 식구를 모두 그린다. 나는 두 아이만 그린 뒤, 두 어버이는 어디엔가 숨긴다. 어디에 숨었을까. 사십 분 남짓 그림을 그렸구나 싶다. 시계를 보니 시간이 참 빨리 흘렀다. 엄청나게 마음을 쏟아서 그림을 그려도 이만큼 흐른다면, 학교에서 그림을 그리라고 주는 오십 분으로는 제대로 그림을 마치기 어렵겠구나 싶다. 그림순이는 그림을 먼저 다 그린 뒤, 아버지가 그림을 마무리짓는 모습을 보고는 곧바로 새근새근 잠든다. 4347.7.18.쇠.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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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pletreeje 2014-07-19 10:07   좋아요 0 | URL
저희집 아이도 어렸을 때, 미술시간 때마다 그림을 늘 완성하지 못하곤 했어요.
너무 생각할 게 많았고 그릴 게 많은데, 미술시간이 끝나버려서요~

반원형 책상위에 놓인, 아버지의 그림종이를 보니 참 좋습니다.
요즘 아이들 가운데 이렇게 아버지와 나란히 앉아 그림을 그리는 아이들이
얼마나 있을까, 해서요~*^^*

숲노래 2014-07-19 10:48   좋아요 0 | URL
그냥 같이 그리면서 놀면 되는 일이라
어려울 것이 없는데,
다들
학교를 다니며 '길든 버릇'이 많아서
가만히 그림놀이를 한다든지
다른 놀이를 못 하는구나 싶기도 해요...

함께 그림을 그리다 보면 한두 시간은
그야말로 훌쩍 지나가더라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