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름벼리는 고운 그림순이
졸음과 씩씩하게 맞서면서 늦도록 놀고 싶은 사름벼리를 보다가 문득 한 가지를 떠올린다. 그래, 그림을 그려서 재우자. 책상을 함께 치운다. 큰 그림종이를 반으로 자른다. 한 장씩 나눈다. 그런 뒤 책상맡에 함께 앉아서 서로 그림을 그린다. 사름벼리는 네 식구를 모두 그린다. 나는 두 아이만 그린 뒤, 두 어버이는 어디엔가 숨긴다. 어디에 숨었을까. 사십 분 남짓 그림을 그렸구나 싶다. 시계를 보니 시간이 참 빨리 흘렀다. 엄청나게 마음을 쏟아서 그림을 그려도 이만큼 흐른다면, 학교에서 그림을 그리라고 주는 오십 분으로는 제대로 그림을 마치기 어렵겠구나 싶다. 그림순이는 그림을 먼저 다 그린 뒤, 아버지가 그림을 마무리짓는 모습을 보고는 곧바로 새근새근 잠든다. 4347.7.18.쇠.ㅎㄲㅅㄱ
(최종규 . 20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