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모스 씨앗 책읽기

 


  도양읍 큰길가를 걷다가 시든 코스모스꽃을 본다. 아직까지 코스모스가 꽃봉오리를 거두지 않았나. 얼마 앞서까지 이 자리에서 꽃을 피운 듯하다. 고흥이라는 데가 참 따뜻하구나 하고 새삼스레 생각한다. 한국 어느 곳에서 12월까지 코스모스꽃을 보겠는가. 제주섬이라면 있을 테지만, 뭍에서는 거의 없겠지.


  이제 막 시들면서 씨방이 굵는 코스모스가 있고, 씨앗이 벌어진 코스모스가 있다. 코스모스 씨앗을 언제 마지막으로 눈여겨보았는지 한참 헤아려 본다. 어릴 적에 본 뒤 거의 서른 해만에 제대로 들여다보는구나 싶다. 코스모스꽃 길가에서 나풀거리는 모습이야 으레 보지만, 꽃이 질 무렵 모두 모가지를 베니, 코스모스 씨앗 알뜰히 맺힌 모습까지 찾아보기는 만만하지 않다.


  코스모스 씨앗 달린 가느다란 줄기를 몇 꺾는다. 한손에 쥐고 걷는다. 도양읍 녹동고등학교로 가서 이곳 교사와 학생한테 보여주면서 묻는다. 코스모스 씨앗인 줄 알아맞힌 사람이 아무도 없다. 생각해 보면, 교과서에 코스모스 씨앗 생김새가 나오지 않는다. 교과서를 엮는 이들은 아이들이 코스모스 씨앗을 배우도록 이끌지 않는다. 대학입학시험에 코스모스 씨앗 알아보는 문제는 나오지 않는다. 신문이나 방송에 코스모스 씨앗 사진이나 그림이라도 실리는 일 있을까.


  시골에서 살아가는 아이들이지만, 흔하고 너른 꽃씨 하나를 돌아볼 틈이 없다. 도시에서도 아이들은 참말 흔하고 너른 꽃인 코스모스가 어떻게 꽃이 지고, 씨방은 어떻게 굵어지며, 씨앗은 어떻게 맺어 널리 퍼지는가를 헤아릴 겨를이 없겠지. 4346.12.20.쇠.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꽃과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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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pletreeje 2013-12-20 14:20   좋아요 0 | URL
저도 코스모스꽃,은 보았지만
씨앗은 처음 봅니다~^^
하얀 손위에 까맣게 맺힌 씨앗들이 신기해요!*^^*

숲노래 2013-12-20 14:27   좋아요 0 | URL
이 씨앗은 옷에 잘 안 붙어요.
그냥 톡톡 잘 떨어진답니다~

후애(厚愛) 2013-12-20 15:37   좋아요 0 | URL
코스모스꽃은 참 이쁘고 향기도 참 좋습니다.^^
씨앗은 처음 보는 것 같은데... 정말 신기하네요.

숲노래 2013-12-20 17:01   좋아요 0 | URL
도양읍에서 얻은 씨앗을
낮에 큰아이하고 집 둘레에 뿌렸어요.
이듬해 봄을 기다리면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