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를 이만큼 사랑해
모리야 아키코 그림, 무라카미 준코 글, 신미원 옮김 / 예림당 / 2004년 3월
평점 :
품절


 

다 함께 즐기는 그림책 247

 


사랑이 흐르는 삶일 때에
― 너를 이만큼 사랑해
 무라카미 준코 글,모리야 아키코 그림,신미원 옮김
 예림당 펴냄,2004.3.30./8000원

 


  아이들이 안깁니다. 안아 달라 업어 달라 합니다. 함께 놀자 하고, 그림책 읽어 달라 하며, 글씨 쓰고 그림 그리라 합니다. 배고프니 밥을 달라 합니다. 졸리니 재우라 합니다. 쉬 마려우니 오줌 누이라 하고, 응가 마려우니 밑 닦아 달라 합니다.


  이것저것 바라는 아이들하고 하루 내내 어울립니다. 이 아이들이 앞으로 몇 살까지 이렇게 이것저것 바랄까 하고 헤아립니다. 내가 어릴 적에는 내 어버이한테 얼마나 안기거나 어리광을 부렸을는지, 내 어버이는 내가 몇 살 적까지 함께 어울리거나 놀았을까 하고 돌아봅니다.


  어버이 스스로 삶이 바쁘면 아이들을 낳았어도 함께 어울리지 못합니다. 스스로 삶이 바쁜 어버이는 아이들을 보육원이나 어린이집이나 학교에 맡깁니다. 이 아이들이 앞으로 어떤 꿈을 키우거나 사랑을 누릴 수 있기를 바라는가 하는 모든 가르침과 배움을 시설과 학교한테 맡깁니다.


  슬기롭고 살가운 교사가 있어 아이들 모두 슬기롭고 살가이 가르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슬기롭고 살가운 교사란, 어버이와 같은 사람입니다. 어버이 마음이 되어 아이들과 마주하는 교사는 아이들 누구나 슬기롭고 살가이 마주하며 가르칩니다. 어버이 마음이 되지 못하면, 아이들을 다그치거나 때리거나 꾸짖습니다.


.. 엄마는 말야, 학교 선생님이었어. 매일 버스를 타고 학교에 다녔지. 역겨운 가솔린 냄새 때문에 학교에 닿을 때쯤에는 어질어질했어. 그래도 참 이상하지. 학생들 얼굴을 보면, 몸이 꼿꼿해지는 거야 ..  (7쪽)

 


  적잖은 교사가 학교에서 아직 주먹을 휘두르거나 거친 말을 일삼습니다. 주먹다짐 교사한테 맞서며 똑같이 주먹다짐을 하는 학생이 있습니다. 학생이 처음부터 주먹다짐을 할 생각을 품을 수 없습니다. 자꾸 주먹다짐으로 윽박지르거나 짓누르려는 어른이 있기에, 아이들은 어른한테서 나쁘거나 슬프거나 못난 몸짓을 물려받습니다. 어른들 누구나 아이들 모두 따사롭고 너그러우며 살가이 마주한다면, 아이들은 따사로움과 너그러움과 살가움을 물려받아요.


  신문이나 방송에 온갖 사건과 사고 이야기가 끝없이 나와요. 참말 이 나라 이 사회에는 수많은 사건과 사고가 있구나 싶은데, 우리 어른들이 아이들한테 사건과 사고만 보여주거나 가르치거나 물려주는 셈 아닌가 싶기까지 합니다. 아이들이 착하고 참다우며 아름다이 살아가기를 바란다면, 이제는 사건과 사고는 그치고 어른부터 스스로 착하고 참다우며 아름다운 삶을 누려야지 싶어요. 착한 이야기를 말하고 참다운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아름다운 이야기를 물려주어야지 싶어요.


  아이들은 옳고 그름을 가리지 않고 어른한테서 물려받아요. 거친 말 일삼는 어버이나 어른 곁에서 자라는 아이들은 거친 말을 물려받아요. 아이들이 짓궂은 말을 내뱉는다면, 틀림없이 둘레에서 그 짓궂은 말을 듣고 물려받았기 때문이에요. 아이들이 곱거나 정갈한 말을 쓴다면, 틀림없이 둘레에서 그 곱거나 정갈한 말을 물려받았기 때문입니다.


  가는 말이 곱기에 오는 말이 곱습니다. 어른과 아이 사이가 바로 이 모습입니다. 멧골짝부터 흐르는 물이 시내를 지나 도랑을 지나기까지 깨끗하자면, 멧골짝부터 깨끗해야 합니다. 아이들을 즐겁게 안고, 아이들한테 맛나며 좋은 밥을 먹이며, 아이들이 즐겁고 느긋하게 잠들 수 있는 보금자리를 어른 스스로 일구어야 합니다. 사랑이 흘러 사랑이 자라도록 삶을 지을 노릇입니다. 사랑이 솟아 사랑이 퍼지도록 삶을 일굴 노릇입니다.


.. 엄마는 널 쓰다듬으며 “착한 아가야∼” 하고 불렀어. 그럴 때마다 네가 꼼틀꼼틀 대답하는 거야 ..  (15쪽)

 


  정치도 사회도 경제도 문화도 교육도 복지도 ‘아이키우기’와 똑같습니다. 스스로 내 보금자리를 사랑스레 돌보듯, 어디에서나 똑같은 매무새로 살아갈 때에, 정치도 사회도 경제도 문화됴 교육도 복지도 아름답게 이루어집니다. 정치는 엉터리로 하면서 집에서 아이들하고 생글생글 웃고 노래하는 어른이 있을까요. 집에서 아이들하고 해맑게 웃고 노래하는 어른인데, 사회나 경제는 엉망으로 굴리는 사람이 있을까요. 교육은 엉터리로 하면서 집일과 집살림 슬기롭게 하는 어른이 있을까요. 집일과 집살림 슬기롭게 하면서 문화나 복지를 마구잡이로 헤집는 어른이 있을까요.


  바보스레 정치하는 누군가 있다면, 이녁은 집에서도 바보스러우리라 느낍니다. 사랑스레 집살림 보듬는 누군가 있으면, 이녁은 집 바깥에서도 사랑스러운 눈길과 손길과 마음길로 모든 일을 건사하리라 느낍니다.


  사랑으로 흐르는 삶일 때에 사랑을 꽃피웁니다. 사랑이 흐르지 않는 삶일 때에 사랑을 짓밟습니다. 사랑 있이 살아가는 정치꾼이라면, 4대강 삽질이나 한미자유무역협정 뻘짓을 하지 않겠지요. 사랑 없이 살아가는 정치꾼이기에, 온갖 거짓과 몹쓸 짓을 일삼겠지요.


  아이들을 생각해요. 아이들 앞에서 아무 짓이나 할 수 있겠습니까. 아이들 앞에서 아무 말이나 뱉을 수 있겠습니까. 아이들 앞에서 쓰레기를 함부로 버리거나 땅에 파묻거나 태울 수 있겠습니까. 아이들 앞에서 이웃을 해코지하거나 주먹다짐을 할 수 있겠습니까. 언제 어디에서나 늘 ‘아이키우기’를 생각하는 넋으로 일을 하고 삶을 누릴 때에 아름다운 이야기가 샘솟으리라 생각합니다.


.. 엄마는 말야, 네 얼굴을 봤을 때 열 달 동안 아팠던 걸 모두 잊어버렸어. 네가 울어도 기뻤어. 응가를 해도 쉬야를 해도 기뻤어. 네가 웃거나 젖을 많이 먹었을 때는 더욱 기뻤지 ..  (27쪽)


  무라카미 준코 님 글과 모리야 아키코 님 그림이 어우러진 그림책 《너를 이만큼 사랑해》(예림당,2004)를 읽습니다. 아기를 품은 어머니는 열 달 동안 즐거운 삶을 누립니다. 아기를 낳고도 오래오래 즐거운 나날을 누립니다. 언제나 웃고 노래합니다. 늘 이야기꽃이요 말꽃입니다.


  아이를 낳아 돌보는 어머니만 “너를 이만큼 사랑해”일 수 없구나 싶습니다. 누구라도 “너를 이만큼 사랑해”와 같을 때에 즐겁고, 어떤 일이나 놀이를 하더라도 “너를 이만큼 사랑해” 하고 속삭일 수 있어야지 싶습니다.


  교사도 공무원도 정치꾼도 지식인도 “너를 이만큼 사랑해” 하고 노래할 수 있기를 빕니다. 흙일꾼도 고기잡이도, 또 도시 공장 일꾼도 “너를 이만큼 사랑해” 하고 노래하면서 하루를 빛내기를 빕니다. 4346.2.21.나무.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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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크pek0501 2013-02-21 14:15   좋아요 0 | URL
"아이들이 착하고 참다우며 아름다이 살아가기를 바란다면, 이제는 사건과 사고는 그치고 어른부터 스스로 착하고 참다우며 아름다운 삶을 누려야지 싶어요. 착한 이야기를 말하고 참다운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아름다운 이야기를 물려주어야지 싶어요."

- 아름다운 생각입니다. 에릭 홉스봄의 말, "사회의 불의에 여전히 비난하고 맞서 싸워야 한다. 세상은 저절로 좋아지지 않기 때문이다."(자서전 '미완의 시대'에서)라는 말이 떠오르네요. 좋은 세상을 만들려면 우리의 의도적인 노력이 필요하단 것이겠죠.^^

숲노래 2013-02-22 05:03   좋아요 0 | URL
'불의에 맞선다'는 일이 무엇인가를 곰곰이 생각해야지 싶어요.
이론이나 말로 하는 일이 아닌,
참말 '불의 뿌리 뽑기'가 무엇인가를 깊이 생각하면서,
내 삶이 즐겁고 아름다울 수 있는 길을 걸어야지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