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빛 가득한 집으로

 


  경기도 의정부에서 네 시에 고속버스를 탄다. 정안휴게소를 찍고, 순천을 찍은 다음, 비로소 고흥 읍내에 닿아, 택시를 마지막으로 타고는 우리 시골마을에 닿는다. 택시삯 14500원을 치른다. 이제 찻삯은 다 낸다. 택시 일꾼한테 잘 들어가시라 인사하고는 기지개를 켠다. 하늘을 올려다본다. 밤 열 시 반 즈음 된 하늘은 새까맣다. 별빛이 가득하다. 어제는 서울에서 오늘은 의정부에서 온통 이 건물 저 건물에 가려져 손바닥만큼조차 바라보기 힘들던 하늘을 우리 시골마을에 닿고서야 시원스레 올려다본다.


  낮에는 구름을 보고 밤에는 별을 보아야 참말 삶터라 할 만하다고 생각한다. 낮에는 해를 누리고 밤에는 달을 즐겨야 참으로 삶자리라 할 만하리라 생각한다. 식구들은 모두 잠들었다. 새근새근 자는 식구들 깨지 않도록 조용히 옷을 벗는다. 몸을 씻는다. 도시에서 묻은 먼지를 하나하나 털어낸다. 읍내 가게에서 산 몇 가지 주전부리를 먹는다. 큰아이가 쉬 마렵다며 깬다. 큰아이 쉬를 누이고 오줌그릇을 비운다. 큰아이는 다시 잠자리에 든다. 조용하고 호젓한 밤이다. 별들이 속삭이고 밤바람은 포근하게 온 마을을 감싼다. (4345.10.20.흙.ㅎㄲㅅㄱ)

 

(최종규 .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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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바람 2012-10-21 13:04   좋아요 0 | URL
호젖한 밤을 즐길 수 있는 집
부럽네요

숲노래 2012-10-22 07:37   좋아요 0 | URL
하늘바람 님도 이러한 집을
곧 누리리라 믿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