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꾸로 읽는 책
만화책을 들여다보는 누나 곁에서 그림책을 뒤적이며 노는 동생. 작은아이가 그림책을 뒤적일 때에 어떤 그림이 나오는가 하고 이야기를 한다. 만화책을 들여다보는 아이는 아버지가 들려주는 이야기를 듣고는 그림책을 바라본다. 그러고는 아버지가 이야기한 대로 똑같이 동생한테 무엇무엇 하는 그림이라고 이야기한다. 동생은 그림책을 거꾸로 펼쳐서 들여다본다. 그러니까, 동생으로서는 거꾸로 읽는 책인 셈인데, 바로 옆에 앉은 누나한테는 뜻밖에 똑바로 읽는 책이 된다. 어찌 보면, 동생이 누나 보라며 그림책을 펼쳐서 넘기는 모습이 된다. 만화책을 다 넘긴 큰아이는 그림책을 펼친다. 아버지가 이야기한 ‘새끼 코끼리가 어미 코끼리한테 업어 달라고 하네. 그런데 코끼리는 새끼도 무거워서 어미가 못 업어 주네.’가 나오는 대목을 들여다본다. 큰아이하고 그림책 함께 읽은 지 꽤 오래되었다고 느낀다. 이제 새벽을 지나 아침이 밝으며 새 하루가 열리면, 큰아이가 일어날 적에 잘 잤느냐고 물은 다음 아버지 무릎에 앉으라 하면서, 어제 함께 들여다본 그림책을 새삼스레 펼치고는 그림마다 어떤 모습인가 하고 조곤조곤 살을 붙여 이야기를 들려주어야겠다고 생각한다. (4345.8.1.물.ㅎㄲㅅ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