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 책읽기

 


  시골에서 열 해쯤 살아야 시골사람이 된다고들 말합니다. 사진을 한다 할 때에 열 해쯤 해야 비로소 눈이 트인다고들 말합니다. 인천에서 살 적에 인천물을 열 해쯤 먹어야 바야흐로 인천사람이라 할 만하다고들 말합니다.


  그러나, 이런 말을 하는 사람들 스스로 열 해가 지난 누군가를 바라보며 당신 시골사람이요, 당신 사진하는 사람이요, 당신 인천사람이요, 하고 받아들이는 듯하지는 않습니다. 울타리 하나를 세워 사람들을 몰아세우고, 이 울타리를 넘으면 다른 울타리를 세워 다시 몰아붙이며, 이 울타리를 또 넘으면 새삼스러운 울타리를 거듭 마련해 자꾸 닦달합니다.


  나는 내 나름대로 생각합니다. 시골에서 하루를 살아도 시골사람입니다. 사진기를 갓 장만했어도 사진으로 바라보는 눈을 새로 틉니다. 인천에서 한나절을 보냈어도 인천사람이라 할 만합니다.


  스무 해를 살아야 시골사람이 되지 않습니다. 마흔 해를 뿌리내려야 토박이가 되지 않습니다. 예순 해 한길을 걸어야 사진빛을 뽐내지 않습니다. 시골을 아끼고 사랑하는 사람은 하루를 살아도 시골을 아끼고 사랑합니다. 사진을 좋아하거나 사랑할 사람은 꼭 한 번 사진기를 손에 쥐어도 좋은 빛과 사랑스러운 그림을 빚습니다. 스스로 가장 즐겁게 누릴 삶을 헤아린다면, 어디이든 이녁한테 고향이 되고 보금자리가 됩니다.


  시골집에서 지내며 늘 나무를 바라봅니다. 어디를 둘러보아도 온통 나무입니다. 도시로 마실을 나오며 나무만 바라봅니다. 어디를 둘러보아도 높고낮은 건물과 아스팔트와 자동차로 득시글거린다 하지만, 내 눈에는 나무만 한껏 들어옵니다. 나무가 숨쉬는 소리를 듣습니다. 나무가 노래하거나 우는 소리를 듣습니다. 나무가 부르는 소리를 듣습니다. 나무가 웃는 소리를 듣습니다. 나무가 잠을 자는 소리를 듣습니다. 나무가 꿈을 꾸는 소리를 듣습니다.


  도시에서 살아가는 나무는 참으로 가녀립니다. 늘 아프고 늘 콜록거립니다. 도시에서 뿌리내린 나무는 참으로 앙상합니다. 잎이 시들시들하고 힘알이가 없구나 싶습니다. 그러나, 모두 나무입니다. 모두들 봄맞이 푸른 잎사귀 달려고 힘쓰는 나무입니다.


  도시에서 마주하는 사람들은 도시에서 자라야 하는 나무처럼 힘알이가 없으며, 갖은 때와 먼지를 잔뜩 머금었다고 느낍니다. 도시에서 스치는 사람들은 도시에서 뿌리내려야 하는 나무처럼 가냘프고 아프며 힘들구나 싶습니다.


  모두들 사랑스레 살아갈 수 있기를 빕니다. 저마다 아름다이 뿌리내리며 어깨동무하기를 바랍니다. 서로서로 예쁘게 어깨동무하면서 고운 나날을 빛내는 꿈을 꿉니다. 내 시골집 나무를 그립니다. 내가 나들이를 온 도시에서 가만가만 바라보는 나무를 떠올립니다. 이 나무들과 함께 내가 살아가고, 내 목숨과 함께 나무들이 숨을 쉽니다. (4345.5.5.흙.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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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바람 2012-05-05 10:05   좋아요 0 | URL
어릴때부터 보아온 커다란 나무 혹은 추억이 깃든 나무는 나이가 들어서도 마음에 안식이 될 것같아요. 존재감만으로도 힘이되는 게 나무네요. 전 딱이 생각나는게 없지만 집에 있었던 작은 포도나무 하나가 생각나네요

숲노래 2012-05-05 11:28   좋아요 0 | URL
좋은 나무 한 그루가
오래오래 내 마음속에서
사랑스러운 이야기를
이어가리라 믿어요~

순오기 2012-05-05 12:37   좋아요 0 | URL
오랜만에 들러 주욱 훑어봤습니다~~~~ 요즘 서재 마실도 못했거든요.
네식구가 파주로 마실 하셨네요~~ ^^

숲노래 2012-05-06 07:41   좋아요 0 | URL
네, 처가 식구 있는 일산 거쳐
오늘 시골집 고흥으로 돌아간답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