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으로 쓰는 편지봉투

 


 2007년부터 1인잡지를 만들었습니다. 1994년 12월 29일부터 1인소식지를 만들었습니다. 새 잡지가 나올 때면 이 잡지를 받아보는 분한테 봉투에 책을 넣어 부쳤습니다. 처음에는 받는이 주소와 보내는이 주소까지 모두 손으로 적는데, 봉투를 쓰다 보면 손이 덜덜 떨리더군요. 나중에 보내는이 주소 찍은 봉투를 마련해서 손품을 줄였습니다. 그러나 받는이 주소를 타자로 옮겨 종이에 뽑는 일은 하지 않습니다. 그렇게 셈틀을 꼼지락거리며 뽑아서 가위질을 하나, 곧장 손으로 봉투에 주소를 적으나 품과 겨를은 서로 매한가지라고 느꼈어요.

 

 내가 혼자 만드는 잡지를 받아보는 분이 오백 사람을 넘고 천 사람이 넘는다면 차마 손으로 봉투를 다 쓰지 못할 테지요. 봉투 천 장 넘게 받는이 주소를 적는다 생각하면 손이 남아나겠느냐 싶습니다. 아마 이쯤 된다면 잡지 부치는 일을 도맡을 일꾼을 한 사람 두어 품과 겨를을 나누어야겠지요.

 

 고흥집에서 조그맣게 마련한 잡지를 부치려고 봉투에 주소를 하나하나 적습니다. 봉투에는 우리 집 옛 주소가 찍혔기에 옛 주소를 죽죽 긋고 새 주소를 적습니다. 새 주소는 옆지기가 고맙게 적어 줍니다. 한참 이렇게 하다가 아무래도 옆지기 손까지 너무 힘들게 하는구나 싶어 새 집 주소를 종이로 뽑아 봅니다. 앞으로도 몇 백 장을 이렇게 해야 할 테니까요.

 

 주소 다 적고 풀을 발라 마무리한 편지꾸러미를 가방에 차곡차곡 담습니다. 손글씨 편지봉투를 우표 붙여 보내고 싶어 우체국 일꾼한테 묻습니다. 시골 작은 우체국까지 우표가 내려오지 않아 우표로는 붙이지 못한다고 얘기해 줍니다. 셈틀로 직직 뽑는 딱지만 쓴다고 합니다. 일이 수월하기로는 셈틀 딱지가 수월할 텐데, 나로서는 혼자 소식지 만들어 혼자 봉투 쓰고 혼자 우체국에서 우표를 사서 붙이던 1995년부터 하던 일을 언제부터인가 우표 없이 보내기만 하니, 손으로 쓴 봉투가 참 멋쩍습니다. 나는 손으로 주소 적은 봉투에 우표를 붙여 띄운 편지가 눈물나게 고맙다고 느껴, 나도 봉투에 손으로 주소를 적고는 우표를 붙이고 싶은데, 언제나 우표붙이기에서 척 하고 걸립니다. 다음에 읍내에 갈 때에는, 읍내 조금 큰 우체국에 우표가 있느냐고 여쭐 생각입니다. (4345.1.6.쇠.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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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12-01-06 05:43   좋아요 0 | URL
1인 잡지도 만드신다니, 참 많은 일을 하시네요~~~
아~ 작은우체국에는 우표가 내려가지 않는다는 것도 처음 알았고요~
손으로 쓴 편지를 받는 것도 즐거운 일이죠.^^

숲노래 2012-01-06 07:13   좋아요 0 | URL
1인잡지 만든 지는 참 오래되었어요.
1인소식지를 1994년부터 만들었으니까요 @.@

gimssim 2012-01-06 15:33   좋아요 0 | URL
한 자 한 자, 장인의 숨결이 느껴집니다.
역설의 삶을 사시는 님의 저력에 박수를 보냅니다.

숲노래 2012-01-06 17:27   좋아요 0 | URL
손으로 글을 쓰면 느낌이 참 좋아요.
책이란, 손으로 쓴 글을 담아
사람들한테 사랑을 들려주는 이야기꾸러미라고 느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