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저귀 빨래와 책읽기


 종이기저귀를 안 쓰고 천기저귀를 쓰는 사람은 아이가 오줌이나 똥을 눌 적마다 벗겨서 갈아야 합니다. 갓난아기한테 천기저귀를 쓰자면 밤새 잠을 잘 수 없습니다. 갓난아기는 밤에는 삼십 분이나 한 시간마다 오줌이나 똥이나 똥오줌을 누기 때문입니다.

 삼십 분쯤 눈을 붙였다가는 벌떡 일어납니다. 젖은 기저귀를 벗깁니다. 새 기저귀를 채웁니다. 젖은 기저귀를 들고 씻는방으로 갑니다. 바닥에 잘 펼쳐서 물을 솔솔 부으며 한손으로 살살 비벼 똥 기운을 슥슥 뺍니다. 애벌빨래를 해서 목초물에 담그는데, 새벽이나 아침에 빨래를 한 차례 하며 하루를 엽니다. 아니, 밤새 기저귀갈이를 하니까 따로 하루를 마감하거나 연다고는 말하기 힘들다 할 만합니다.

 오늘날 나오는 종이기저귀에는 오줌을 여러 차례 누어도 된다 합니다. 똥을 누었어도 아기 엉덩이가 짓무르지 않는다고 합니다. 참 대단한 종이기저귀요 놀라운 물질문명누리라 하겠습니다. 그러나, 여느 때에도 늘 손빨래를 하는 어버이로서 궁금합니다. 아이는 오줌을 여러 차례 눈 종이기저귀를 댄 채 잠들어도 밑이 개운하거나 흐뭇할는지요. 내가 아이라 한다면 종이기저귀를 대는 일을 좋아할 수 있을는지요. 사랑하는 아기한테 종이기저귀를 대고 물티슈라는 녀석으로 밑을 닦아야 아기를 사랑하는 셈이라 하거나 아기 몸에 좋다 할 수 있는지요.

 나는 지식을 다루는 책을 예부터 퍽 안 좋아합니다. 나는 삶을 다루거나 살림을 다루는 책을 예부터 무척 좋아합니다. 바깥일을 하든 집안일을 하든, 일을 어떻게 하는가 살피는 책을 좋아합니다. 일을 하는 보람과 힘겨움과 기쁨과 슬픔을 다루는 책을 몹시 좋아합니다. 일터살림을 꾸리거나 집살림을 꾸리거나, 내 사랑하는 사람들하고 어우러지는 곳(일터와 삶터)에서 사람들을 사랑하는 매무새로 일구는 살림을 보여주는 책을 아주 좋아합니다.

 돈이 있고 겨를이 없으니까 종이기저귀를 쓰겠지요. 돈이 없고 겨를이 있대서 천기저귀를 쓴다 하겠지요. 그렇지만, 돈이 있고 겨를이 없으면서도 종이기저귀를 쓸 때라야 어버이라 할 만하다고 생각합니다. 돈이 없고 겨를이 있지 않을 때에도 아이를 사랑하는 넋을 고이 보듬을 때에야 비로소 어버이라는 이름이 어울린다고 느낍니다.

 참으로 어쩔 수 없기 때문에 종이기저귀를 써야 하지 않다면, 아기를 어떻게 왜 어느 만큼 사랑하는 어버이 노릇인가를 돌아보아야 한다고 여겨요. 나는 내 아기를 아끼고 좋아하니까요. 나는 내 책을 아끼고 좋아하니까요. 나는 내 삶을 아끼고 좋아하니까요. (4344.5.26.나무.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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