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엄마 배속에 설 때


 저녁나절 세 식구 일찍 잠자리에 든다. 여덟 시가 채 안 되었으나 잠자리에 든다. 서울과 인천으로 볼일 보러 다녀온 애 아빠는 애 아빠대로 허리와 다리가 쑤신다. 시골집에서 아이랑 복닥이던 애 엄마는 애 엄마대로 온몸이 쑤신다. 아이는 아이대로 혼자 놀다 힘들었을 테니 일찌감치 잠들었다.

 막 자리에 누워 잠들 무렵 전화기가 울린다. 일산 옆지기네 어머님이 전화를 거셨다. 둘째를 밴 딸아이를 걱정하신다. 이야기결에 한 마디가 마음에 녹아든다. 당신이 젊을 적 아이를 밸 무렵, ‘배속에 아이가 설 때’ 몸이 참 힘들고 무거웠다는 생각이 비로소 든다고 말씀한다. 그때에는 왜 몸이 힘들거나 무거웠는지 모르셨단다.

 할머니가 곁에 있으면 애 엄마나 애 아빠는 얼마나 많으며 깊고 너른 삶을 받아들이거나 바라보며 배울 수 있을까. 할머니하고 함께 살아가지 못하거나 같이 안 사는 사람들이 딱하다. 그렇지만 막상 할머니랑 함께 살아가면서 할머니한테서 고운 삶을 웃음과 눈물로 맞아들이거나 껴안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아이키우기랑 살림하기만 배우거나 익히지 않는다. 아이키우기랑 살림하기란 곁다리이다. 할머니한테서 삶을 배우고 삶을 나누며 삶을 함께하니 즐겁다. 할머니 한 분 걸어온 길은 고스란히 ‘사람책’이다. 애 엄마 외할머님이 배속에서 자라는 둘째 아이를 생각하며 비손해 주신단다. (4343.11.11.나무.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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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인 2010-11-12 08:30   좋아요 0 | URL
아, 작은아이가 생겼다는 걸 제가 이제 처음 아는 걸까요? 요새 제 속의 시끌거림으로 님의 글을 찬찬히 못 읽었던 듯. 정말 어설프게 축하 드립니다. ^^

숲노래 2010-11-12 22:55   좋아요 0 | URL
고맙습니다. 아이는 무럭무럭 잘 자라 이듬해 오월 무렵에 곱게 태어나리라 생각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