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제13회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
임솔아 외 지음 / 문학동네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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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솔아, <초파리 돌보기> ★★☆

  삶에서 단 하나의 이유를 찾을 수는 없다는 것. 근본적인 원인도 확실치 않다는 것. 수많은 이유들이 모여 하나의 삶을 이룬다는 것. 삶의 맨얼굴과 서사 사이에서 갈등하는 소설가의 고뇌가 담겨있지만 이를 풀어내는 이야기에 작가 본인의 목소리와 그림자가 너무 짙다.

 

김멜라, <저녁놀> ★★★

  기발한 화자 설정의 전략이 시니컬한 블랙 유머의 밑바탕을 마련해주고, 두 여성의 불안하면서도 깊은 사랑 이야기와 딜도의 목소리가 이루는 낙차가 인상적이다. 딜도의 자뻑과 두 여성의 따스함을 모두 포착해내는 작가의 솜씨는 돋보이나 커플의 사랑을 아름답게 그려낼 때 (분명 내가 화자라고 말하는) 딜도는 화자의 자리에서 이탈하고 그 자리에 작가가 들어서서 말해준다.

 

김병운, <기다릴 때 우리가 하는 말들> ★★★☆

  자기고백적 퀴어 서사가 특유의 진솔함과 라이트한 톤으로 독자들을 붙잡아왔지만, 그 다음으로 새로이 나아가야 할 길은 여기가 아닐까. 성찰할 수 있게 해주는 소설을 오랜만에 만나 반갑고, '퀴어'라는 말만으로 무지개의 모든 색깔을 지칭할 수 없음을 새삼 다시 생각하게 해준다. 명명하기의 문제와 부유하는 정체성에 대한 생각도.

 

김지연, <공원에서> ★★★

  언제나 홀로 있으면 당할지 모른다는 두려움, 비명 말고는 자신의 감정을 표현할 언어가 없다는 것에 대한 분노, 폭력을 당한 피해자임에도 강요받는 윤리적 지위에 대한 묘사는 작품에 넘실거리는 생생한 감정 덕분에 요동친다. 어느 한쪽의 감정으로 기울지 않고 생에 대한 의지로 끝맺는 부분이나 '개 같다'는 언어의 전복으로 매듭짓는 것도 인상적. 다만 차별의 구조를 내재한 언어의 탐구는 작가의 목소리가 강하게 들어가 인물의 목소리와 동화되지 못한다.

 

김혜진, <미애> ★★★☆

  좋은 사람이 되고픈 인정욕망과 자신의 '없음'을 입증하며 도움을 받고픈 이의 생존욕망의 거래가 보여주는 현대 사회의 계급적 인간관계도. 사소한 일에서 보여지는 양측의 생생한 욕망의 민낯은 풍속도 같아 씁쓸하고, 언뜻 관계회복의 희망을 암시하는 듯한 결말도 자본주의적 욕망에 잡아먹히는 것처럼 보인다. 희망의 모습을 찾는 작가의 말과 달리 암담해 보이는 미래.

 

서수진, <골드러시> ★★★

  그들만의 아메리칸 드림이 허상으로 사라졌듯이 진작에 산화해버린 관계를 어떻게든 붙잡아 보려던 몸부림. 타지에서 뿌리를 내리려던 시도와 황금광의 역사가 겹쳐지고, 그들의 끝나버린 사랑의 역사도 함께 겹쳐진다. 끝나버린 관계에 대한 쓸쓸함으로 여운을 오래 남기지만 황금광이나 노을의 은유는 전형적이라는 인상을 남긴다.

 

서이제, <두개골의 안과 밖> ★★★

  단조롭고 도식적일 수 있는 윤리적 주제를 형식적 실험으로 돌파하고자 했던 소설로 읽힌다. 이미 박민규나 황정은과 같은 작가들에게서 익히 보아왔던 형식적 실험임에도 돋보이는 건 근래에 이러한 실험을 시도하는 작가를 보지 못했기 때문. 동물들의 목소리와 고통을 어떻게든 인간의 언어를 통해 그들이 느끼는 그대로 담고자하는 노력과 작가의 고뇌가 고스란히 드러나 있지만 그것이 성공했는지에 대해서는 의구심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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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anca 2022-05-15 10: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개인적으로 작년 것이 훨씬 좋았어요. 이번 수상작들은 완독에 실패했어요. 세세한 분석 잘 읽고 갑니다.

아무 2022-05-15 12:48   좋아요 0 | URL
전 개인적으로 작년보다는 올해가 더 좋았습니다~ 작년에도 수상한 작가들의 작품을 한번 더 읽어볼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던...😊 잘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1F/B1 일층, 지하 일층
김중혁 지음 / 문학동네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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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가 살고 있고 살고픈 도시와 그 속의 인간들에 대한 소설들. 끝없이 갈라지는 골목길처럼 숨어있던 도시와 사람들을 포착하는 글솜씨는 김중혁스럽다. 다양한 장르적 서술과 갑작스런 끝맺음, 유머를 읽는 재미도 쏠쏠하나, <크랴샤>를 읽고난 뒤 젖어드는 쓸쓸함과 따스함에 비할 바가 못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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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 깜언 창비청소년문학 64
김중미 지음 / 창비 / 201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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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결혼, 다문화사회, 농촌의 쇠락, 장애와 혐오 문제 등 수많은 화제를 다루면서도 힘을 잃지 않는 건 유정의 진솔하면서 당당한 성격과 화법 덕분. 7년이 지난 지금도 진행형인 현실의 장벽에 한숨이 나오고 마음은 무겁지만, 투닥거리며 서로를 아끼는 네 친구를 보면 마음이 따뜻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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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긴밤 - 제21회 문학동네어린이문학상 대상 수상작 보름달문고 83
루리 지음 / 문학동네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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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김을 받아본 이만이 타자를 보듬어줄 수 있다는 것. 코끼리와 노든의 태도가 겹쳐지는 건 이것을 말하고 말하고 싶어서가 아닐까. 나와 타자와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타자를 보듬고 연대할 때 서로 완성된 존재가 될 수 있다는 걸 사랑과 우정의 연대기로 아름답게 풀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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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想 여섯. (2022년 4월 16일)


  크게 다르지 않은 하루였다. 여느 주말처럼 늦잠을 자고, 독서모임에 가기 전 책을 한 번 더 훑고, 이런저런 자료들을 검색해보고, 모임에 참석하고 돌아온 하루. 거리두기가 곧 풀린다는 이야기 때문인지 모임에 가는 길에는 사람들이 꽤 많았다. 집에 돌아와서는 저녁을 먹고 오랫동안 읽고 있던 《3월 1일의 밤》 읽기를 마쳤다.















  처음 책을 펼친 것이 3월 2일이었으니 한 달 반 가까이 걸려 읽은 셈이다. 지난 일想에서 언급할 때는 1부를 거의 다 읽은 시점이었고, 3.1운동을 대표하는 상징과 언어의 세계사적 맥락을 짚어보는 전개가 흥미로웠더랬다. 2부에서는 3.1운동 직전의 암흑기인 1910년대의 모습(일제의 강경책과 회유책, 사회진화론의 유행, 제1차세계대전, 신해혁명)을 다루었고, 3부에서는 3.1운동의 시위문화와 그 안에 있었지만 주목받지 못했던 사람들(노동자, 여성)의 이야기가 주를 이룬다. 4부는 3.1운동 이후의 문화사(저자의 전공 때문인지 문학사에 미친 영향이 대부분이다)를 다루고 있다. 의도한 것은 아니었으나 이 책을 4월 16일에 완독한 것은 우연이었을까?
















  아마 이전에도 종종 인용하여 적기는 했겠으나, 검색해보면 내가 최초로 《눈먼 자들의 국가》를 읽고 글을 남긴 것은 2016년이었다. 오랜 시간이 지난 지금, 사회가 얼마나 달라졌는지를 생각하면 더 나쁜 쪽으로 가는 것 같기도 하다는 생각이 드는 것은 기분 탓일까. 속시원하게 밝혀지는 것은 없고, 여전히 바깥에는 고의로 현수막을 훼손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날 이후 있었던 일련의 사건들이 우리에게 다시금 "정치적 존재"로서의 의식을 자각하도록 해주었다는 것에서 변화의 씨앗을 찾을 수 있을까. 전진과 후퇴가 난장을 이루는 시기를 살고 있지만, 우리를 광장으로 모이게 해주었던 그 힘을 겪어보기 전과 후의 우리는 다를 것이라 생각하며 마무리하고자 한다. 1919년 3월 1일을 온몸으로 겪었던 청년들과 유년 시절 결집의 힘을 보았던 이들이 이후 역사에 뛰어들며 세상을 바꾸었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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