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술가 임승수 : 저술로 세상과 맞짱뜨는글치 공학도

 

임승수는 저술가로서 여러 방면에서 독특한 이력을 가지고 있다. 학부에선 전기공학, 대학원에선 반도체소자를 전공하고, 벤처 회사를 5년 동안 다녔다. 회사에 다닐 때 양심적 직장인이 되겠다며 민주노동당에 입당했다. 2006년엔 진보 정치 활동에 전념하려고 회사를 관두고, 첫 책 <차베스, 미국과 맞짱뜨다>를 냈다. 임승수는 이 책을 두고 출판사 편집자가 거의 모든 문장의 맞춤법과 띄어쓰기를 빨간펜으로 바로잡아 보내왔는데, 마치 북한의 혁명가극 <피바다> 같았어요라고 말하며 웃었다.

 

“<원숭이도 이해하는 자본론><자본>좀 안다고 폼 잡으려고 낸 게 아닙니다. <자본> 이해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목적 달성만 하면 된다는 생각에 문장이나 문체도 고민하지 않았죠. 제가 목적의식적으로 살아서 그런지도 모르겠어요. 내 글엔 욕심이 없어요. 문장력이 달리고 글이 후즐근해도 <자본>만 이해시키면 되지 않나요. 거침없이 두려움없이 막 써요. 문학적 가치 같은 데는 심혈을 하나도 안 기울입니다.”

 

글 쓰는 태도, 지식을 대하는 태도에도 거침이 없다. 임승수는 지식을 하나의 사치재로 생각하는 지식인들이 영 못마땅하다. 그는 이런 지식인들이 누구나 그것을 소유하지 못할 때 가치가 높아지는 사치재를 소유함으로써 스스로 이 올라간다고 착각하는 경향이 있다고 거침없이 말한다


학계에서는 대중서를 쓰는 것에 대해 전혀 실적으로 인정하지 않는 분위기죠. 지식을 배타적으로 소유해 기득권을 유지하던 시대는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고 있습니다. 지식을 사치재로 여기고 그 사치재로 격이 높아진다고 믿는 건, 신과 배타적으로 접선할 수 있고 자신만이 전승지식을 가졌다고 자부한 샤먼의 현대 버전일 뿐입니다.”

 

그는 몇 가지 글쓰기 소신도 갖고 있다. 글은 무조건 이 보라고 쓰는 것이다. 그는 자신이 이해하는 것을 그저 써 내려가기만 해서는 이 이해할 수 없다고 말한다.


 “소통이란 것이 그리 쉬웠다면 세상이 이 모양 이 꼴이 되지는 않았을 겁니다. 하나의 문장을 쓰더라도 철저하게 독자 중심으로 써야 해요. 그리고 용감하게 써야 합니다.”


임승수는 문장론이나 글쓰기 방법론으로 글에 접근하지 않는다. 글은 도구일 뿐이다. 사고와 사상을 풀어내는 도구말이다. 세상을 진보시키고, 노동자와 민중이 주인 되는 세상으로 만드는 과정에서 글은 꼭 필요한 도구다. 하지만 도구의 사용법보다도 사고와 사상그 자체가 더욱더 중요하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확신한다.

 

솔직담백함, 겸양의 유머, 삶의 충실함 그리고 사랑은 저자 임승수를 더 강하게 만드는 요소다. 그는 현재 자신의 삶을 최고품으로 여긴다.  그러면서 로또 1등에 당첨돼 주변 물건들은 죄다 최고급품으로 바꿔도 책 쓰고 강의하는 삶은 바꾸지 않을 것이라 확언한다.  돈에 시간을 팔지 않으면서부터 행복해졌다는 임승수. 그에게 행복한 삶은 바로 책 쓰기.















 

과학철학자 장대익 : 두 가지 렌즈로 세상을 보는 통섭 1세대.


 

허걱, 그러고보니 최재천 책은 읽어보았지만 장대익 책은 읽어본 적이 없다. 이럴수가.

 

리처드 도킨스의 입장을 전적으로 지지하는 것은 아니지만, 장대익이 한국 사회에서 하는 역할은 도킨스가 서구 사회에서 하는 역할과 비슷한 측면이 있다. 그는 종교와의 다툼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한때 그는 포털 사이트에 창조과학을 비판하는 글을 쓴 적이 있다. 교과서에서 진화론의 일부 내용을 삭제하려는 종교인들의 움직임에 일침을 가하는 내용이었다. 장대익은 창조과학의 억지를 조목조목 지적하고, 칼 포퍼, 토머스 쿤 등을 인용해 과학의 정의에 대해 설명했다.

 

한국 과학자들은 대체로 종교를 건드리지 않는다. 건드려봐야 시끄럽고, 어떻게 해도 결판나지 않을 싸움이 이어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장대익은 달랐다


피곤하죠. 하지만 저만이 할 수 있는 싸움이기도 합니다. 지식인으로 살아감녀서 작게나마 기여할 수 있는 부분이라고 할까요.”

 

장대익이 종교의 역할을 완전히 무시하는 것은 아니다. 이 점에서 그는 도킨스와 다르다. “종교는 사실에 대해 이야기할 때 대부분 틀립니다. 하지만 사회의 공동체성이나 도덕성을 함양하는 데는 도움이 됩니다.” 도킨스는 종교를 박멸하자고 하지만, 장대익은 잘 길들이자고 주장한다. “종교가 그 자신의 증식을 위해 인간의 심신을 갈취하는 일이 없도록 우리는 종교를 잘 순화시켜야 합니다.”

 

장대익은 지도교수였던 대니얼 데닛을 자신의 지적 우상으로 꼽는다. “데닛 교수는 베스트셀러 저자이자 최고의 인지철학자이며 용감한 지식인 운동가로, 과학과 철학, 문학, 예술 등 모든 지식을 동원해 화두를 풀고 소통하는 분입니다.”

 


























 

진화심리학자 전중한 : 드라마, 예능을 소재로 진화를 이야기하다.

 

대중의 눈높이에 맞게 글을 잘 쓰는 비결이 무엇이냐고 질문하자, 전중환은 리처드 도킨스, 스티븐 핑커, 에드워드 윌슨 같은 대중적 글쓰기에 능숙한 과학자들의 책을 자주 읽으면서 이들의 글쓰기를 따라 해야겠다고 노력했단다. 그러면서 대학 지도교수인 데이비드 버스에게 들은 조언을 지금도 잊지 않고 있다. 바로 ‘Vigorous writing is concise’ (힘 있는 글쓰기는 간결하다.)라는 말이다.

 

한국 대중에게 진화심리학은 많이 생소하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진화심리학은 쉽게 말해 인간의 마음이 곧 진화의 산물이다. 인간의 마음은 단순히 쾌락을 추구하고 불쾌를 피하게끔 진화한 것도, 헤겔이 말한 절대이성을 역사 속에서 실현하려고 디자인된 것도 아니다. 인간의 마음은 본디 수렵, 채집 환경에서 부패했거나 독이 있는 음식을 어떻게 피할 것인지, 잠자리를 어떻게 구할 것인지 같은 현실적 문제를 해결하게끔 만들어졌을 뿐이다.

 

복잡하고 정교한 마음이 어떠한 목적을 수행하게끔 자연선택이 다듬어졌는지를 이해하면 사회현상이나 제도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 예컨대 남자들은 여자들보다 폭력적인데, 기존의 과학은 흔히 남성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이 분비되어서 그렇다는, ‘어떻게를 설명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반면에 진화심리학은 왜 하필 남성에게 테스토스테론이 더 많이 분비되어 여성보다 더 폭력적인지, 왜 여성에게 테스토스테론이 더 많이 분비되는 현실은 우리에게 주어지지 않았는지 하면서 를 설명한다.

 

그는 현재 권력을 진화심리학 연구 대상에 올리기를 마다하지 않는다. 예컨대 20135월 당시 윤창중 청와대 대변인의 성추행 의혹 파문이 커졌을 때 이남기 홍보수석은 긴급 브리핑을 갖고 국민 여러분과 대통령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했다. 이에 전중환은 <한겨레>칼럼에 이런 말을 했다


성추행이나 성폭행이 발생했을 때 피해자를 먼저 배려하고 피해자의 관점에서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는 원칙은, 남성과 여성의 마음은 다르다는 진화적 인식에 의해서도 뒷받침된다. 왜 청와대 홍보수석이 피해자는 제쳐두고 대통령에게 먼저 사과했는지는 진화의 미스터리다.”














 

문학평론가 정여울 : 삶의 모든 문학적인 순간을 포착하라.

 

세월호 이후, <성난얼굴로 돌아보라>의 기라성 같은 인문학자들 사이에서 나는 정여울의 글이 가장 마음에 와 닿았다. 그때부터 정여울 책은 눈에 띄는 대로 읽는다.

 

무엇보다 정여울은 글 자체가 목적이 되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나는 작가가 되고 싶은데, 왜 이렇게 힘든 것일까라고 생각하는 것 보다는 내가 정말로 쓰고 싶은 내용이 있는가라고 물어보는 것이 훨씬 중요해요.”


 ’글을 쓴다는 것은 어떤 행위의 도구일 뿐 글을 쓴다는 것 자체가 지고지순한 목적은 아니다. ’글을 쓰면서 어떤 삶을 살고 싶은가라는 질문을 게을리하면, 그 순간 글쓰기는 그 자체로 맹목적인 행위가 되어버릴 위험이 크다. 글이 막히는 이유는 쓸 내용이 없는 상태에서 글을 쓰기 때문이다.

 

아이디어가 있었는데, 글 쓰는 과정에서 막힐 때도 있다. 그럴 때 그녀는 글을 오래오래 포기하지 않고 쓰기 위해 스스로를 즐겁게 해주는 노력도 필요하다고 말한다.  


예전에는 이 글만 다 쓰면 영화 보러 가야지하는 식으로 글을 다 쓰고 나면 스스로에게 상을 줬는데, 지금은 포상 먼저 주고 글은 나중에 쓰는 무리수를 두고 있어요. 그러면 신기하게도 막혔던 글쓰기가 풀여요.” 


이처럼 글쓰기와 전혀 상관없이 보이는 다른 일에 몰두하고 나면, 막혔던 생각의 물꼬가 터진단다. 마찬가지로 조금 거리가 있는 분야의 논문을 읽거나, 엉뚱한 분야의 책을 읽으면 아이디어가 떠오르기도 한다고. 








































 

여성학자, 평화학연구자 정희진 : 주류적 시각을 거부하는 소수자를 위한 글쓰기

 

정희진의 글쓰기는 주류적 시각으로부터의 탈피라는 말로 요약할 수 있다. 이를테면 서울, 남성, 중산층, 비장애인, 이성애등의 정체성이 지배하는 한국 주류 사회의 관점을 끊임없이 상대화하는 글쓰기다. 그의 글이 한편으로 낯설면서도 새로운 시각을 열어주는 것은 이 때문이다.

 

정희진은 빤한 말을 하지 않는 것이 좋은 글이라고 생각한다. ‘빤한 말을 하지 않기 위해 그는 소재가 떠오르면 첫 번째로 그 소재에 대한 한국 사회의 일반적인 통념들을 노트에 목록으로 만들어둔다. 예컨대 글의 소재가 복지라면 복지가 늘면 게을러진다’, ‘복지가 늘어나면 성장이 둔화된다같은 말들을 적어놓는다. 그런 다음 통념적인 생각들을 지워버리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떠올린다.

 

세 번째로 자신이 몰랐던 것에 대해 쓴다. 이미 알고 있는 것에 대해 쓰는 글은 낭비라는 것이다.


 “글을 쓰는 과정에서 새롭게 배우거나 내가 변화할 수 있어야 해요. 이미 아는 걸 쓰면 글이 진부해져요. 그래서 저도 한국 사회의 통념이나 기존의 논쟁 구도를 다른 방식으로 재구성하는 데 관심이 많아요.”

 

그는 몰상식한 보수를 혐오하는 꼭 그만큼, 관성적인 사고방식에 빠져 있는 진보도 인정하지 않는다. 예를 들어 어떤 평화주의자가 징병제에 반대하면서 모병제를 대안으로 내세운다면, 정희진은 징병제에도 반대하지만 똑같이 모병제에도 반대한다. 실제로 그는 차라리 징병제가 낫다고 보는 쪽이다. 모병제를 시행할 경우 오히려 하위 계층 젊은이들을 군대에 격리시키는 제도가 될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쓰면서 배워요. 쓰는 과정이 가장 중요하죠. 애초의 생각이나 기존에 아는 것을 버리는 과정이 곧 글쓰기예요. 이때 중요한 건 나 자신에게 새롭고 생소해야 좋은 글이 나온다는 사실이에요. 아는 것을 쓰면 망해요.”

 

글이 막히는 데는 분명히 이유가 있다. 생각의 출발 자체가 잘못된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럴때는 생각하고 또 생각하는 것 말고 다른 방법이 없다. 그런 측면에서 글쓰기는 곧 생각이라는 것이 정희진의 지론이다.

 

정희진은 자기 자신에 대한 의문을 멈추지 않고 끊임없이 의미를 추구하며 대중에 영합하지 않는, 스스로 고통과 혼란 속에 있는 사람들을 좋아한다.. 어빈 얄롬, 앤드류 솔로몬, 올리버 색스, 후지타 쇼조, 도미야마 이치로, 이동진, 초기 조갑제, 장정일, 최승자, 노희경, 나혜석, 김혜리, 정성일, 허문영, 정한석, 프리모 레비, 카렌 암스트롱, 프로이트, 주디스 버틀러, 도나 해러웨이 등이 그가 좋아하는 저자 가운데 일부다.

 

일하지 않고 예술만 즐기고 싶다. 푹신한 소파에 앉아 커피를 마시면서 열 받지 않아도 되는영화와 소설을 읽으며 살고 싶다. 아무것도 남기지 않고 아름다움만 소비하고 싶다.”

 

 대개 독자는 저자 입장에서 읽기 마련이다. 정희진은 그런 독서를 배격한다. 그는 저자의 생각과 대결하기 위해 읽는다. 매순간 독자와 저자와의 긴장감이 느껴진다. 중요한 것은 그가 어떤 책을 읽느냐가 아니라 그가 책을 통해 어떤 생각을 했는가이다















 

철학자 진태원 : 오역 때문에 철학자를 탓하는 현실을 바로잡다.

 

진태원이 공격적 비평을 하는 이유도 제대로 된 번역 텍스트를 읽고 쓰고 싶었기 때문이다. 오역이 많은 번역본을 읽으면 이게 무슨 철학자냐, 말도 안 되는 이야기다같은 반응이 나오게 마련이다. 그가 가장 큰 문제라 여기는 부분이다. 철학자의 문제라기보다 오역 문제인데도 철학자를 탓하는 현실을 바로잡고 싶었다.

 

20년 중 7년 가까운 시간을 발리바르 번역에 매달린 것을 두고 인문학자 고병권도 매우 인상적으로 바라봤다. “한 사람을 번역하는 데 6~7년을 매달리는 진태원 선생의 공부를 보면서 천천히, 묵묵히 갈 길을 걸어가는 게 급진적 근본적으로 혁명을 이루는 거란 생각이 들었어요. 혁명은 빠른 발걸음이 아니라 단호한 발걸음이죠.”

 

책을 쓸 때는 주제부터 분명히 정한다. 사람들이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 정확히 알아야 하고, 그러한 욕구를 어떻게 충족시켜야 할지 방법도 명확히 제시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자신이 이 일을 할 만한 능력이나 시간이 되는지도 따져봐야겠지요.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이 작업이 자신에게 가치 있고 보람되는 일이라는 믿음을 갖는 것입니다. 그냥 돈이나 좀 벌어보자, 이름이나 내보자는 식으로 글을 쓰는 게 아니라, 교양 대중이나 다른 연구자들에게 동움이 되면서 동시에 자기 자신을 새롭게 구성한다는 목표, 또는 새로운 지적 탐구의 장을 열어본다는 태도를 가져야 좀 더 진지하게 전력을 기울일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데리다의 사회정치 철학도 그에게는 좋은 사유의 대상이다


데리다의 사회정치 철학은 혁명 이후’, ‘해방 이후를 지향합니다. 혁명이나 해방 같은 급진적 정치 운동이 더 이상 불가능하다는 게 아니라, 혁명과 해방 이후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가를 데리다는 묻고 있죠. 혁명과 해방을 이루면 전복한 것들을 지켜야 하는데, 그러려면 적들, 즉 혁명과 해방 이전 지배자들이 행했던 폭력과 똑같은 폭력을 가해야 하는 문제가 발생해요. 해방, 혁명이란 것이 이전과 다른 새로운 사회를 가능하게 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혁명 이전과 다를 바 없는 새로운 지배자를 세우는 일을 피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가 데리다 철학이 묻는 질문입니다. 저한테도 굉장히 중요한 화두지요.”

 

인도 출신의 탈식민주의 역사학자들 가운데 서발턴 역사학을 주도한 디페시 차크라바르티나 파르타 차테르지도 훌륭한 작가로 꼽는다.


 “이 사람들은 역사가임에도 철학이나 이론에 조예가 아주 깊죠. 이들은 서양 철학이나 현대 인문학 인물들을 광범위하게 논의하면서도 늘 인도의 구체적 현실을 염두에 두고, 인도 역사에 관한 서사나 사회학적 분석, 또는 인도에 관한 문학작품을 원용하여, 인도 근현대사의 맥락에서 서양 철학이나 이론을 새롭게 평가하고 재구성합니다. 추상적인 이론이나 개념만을 논의하기 쉬운 저 같은 철학도에게는 귀감이 되는 글쓰기 방법이 아닐 수 없습니다.”

 

살면 얼마나 더 살겠어요. 하고 싶은 공부를 하며 사는 게 가장 보람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게 내 삶, 학문의 가장 큰 기준입니다.”

 



























신경정신과 전문의 하지현 : 정신분석에서 대중문화까지 아우르는 매체중독자

 

하지현이 가장 닮고 싶은 논픽션 작가는 김용석 영산대 교수다. 인문학적 성찰을 하되 대중문화와 우리 사회를 소재로 깊이와 넓이를 모두 아우르기 때문이다. 그는 김용석의 글에서 이종격투기적 글쓰기를 배웠다고 했다....복싱 선수라도 때론 발차기를 해야 하고, 레슬링 선수라도 펀치를 날려야 한다. 중요한 것은 어떤 시점에 어떤 테크닉을 쓸지 정확하게 아는 일이다. 물론 선수마다 주종목은 있겠지만, 그것 외에 나머지 종목에서도 일정 수준 이상의 실력을 쌓아야 한다. 하지현은 입식타격 하는 사람과 그라운드 기술을 쓰는 사람이 붙으면 어떻게 될까하고 상상하게 만드는 책들이 재미있고 그런 책을 지향한다.

 

책을 구입하는 기준은 세 가지다. 일명 ‘333원칙으로 30퍼센트는 전공과 관련해 공부가 될 책, 30퍼센트는 책을 쓰는 데 도움이 될 책, 30퍼센트는 개인적 흥미와 즐거움을 위한 책이다. 책을 구매할 때 이 세 가지가 골고루 섞이도록 안배한다. 그래야 질리지 않고 읽을 수 있기 때문이다.

 

책을 처음 쓰는 사람에게는 다음 세 가지를 조언한다. 먼저 15장 분량으로 서문을 써보는 것이다. 책을 왜 쓰려고 하는지 스스로 정리가 된다. 두 번째는 비슷한 책을 참고하면서 22~25개 정도의 세부 목차를 작성하는 것이다. 과연 자신이 한 권의 책을 쓸 만한 거리를 갖고 있는지 정확하게 감을 잡을 수 있다. 마지막으로는 가장 재미있을 챕터를 실제로 써보는 것이다. 자신이 글발이 있는지 없는지, 공저가 필요한 지 등을 파악할 수 있다. 가능하면 제목까지 정해보는 것이 좋다. 제목 자체가 책의 콘셉트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현은 일본의 극작가 이노우에 히사시가 자신의 책상 앞에 붙여둔 메모를 기억해냈다. ‘어려운 것은 쉽게, 쉬운 것은 깊게, 깊은 것은 유쾌하게그가 추구하는 스타일이기도 하다.

 

인간은 저마다 합리적인 선택을 하게 마련이에요. 미래에 대해 미리 10가지 이상을 생각할 필요는 없어요. 최악이 아닌 것만 확인하면 돼요. 최선이 아니면 차선을 찾고 최악을 피하면 돼요. 자기가 하고 싶은 것을 할 때가 가장 재미있는 거예요.”




























칼럼니스트 한윤형 : 청년 세대의 웃픈처지를 항변하다.

 

한윤형을 이해하는 데 단서가 될 만한 일화가 있다. 고등학교 시절 서울대와 <조선일보>가 주최한 논술경시대회에 나가 대상을 받은 그는, 당시 안티조선 운동의 참여자임을 밝히며 <조선일보>의 인터뷰를 거절할 정도로 발칙했다. 2001년 서울대 철학과에 들어간 뒤 안티조선 운동에 본격적으로 참여했고 민주노동당원이 되어 참여정부에 비판적인 글을 올리기 시작했다.

 

그가 집필을 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책은 <안티조선운동사>. 팔릴 책도 아니면서 원고량이 2,200장에 육박했다. 원고지 600장을 썼는데도 진중권이 등장하지 않아 초반부터 지쳤던 기억이 생생하다고 한다. 책을 써야겠다고 마음먹은 것은 대학교 1학년 때였다. 누군가 기록하지 않으면 사장될 수 있겠다는 다급한 마음과, 우리 사회의 굉장히 중요한 순간을 목도하고 있다는 생각이 어우러졌다. 하지만 책을 내겠다는 출판사가 없어 ‘2008년 촛불이 지난 후 세상에 나왔다.

 

제 글이 정서적 글쓰기는 아니라서 끊임없이 다른 사람의 글을 읽고 판단하는 편입니다. 어떤 사회적 이슈가 발생하면 기사든 칼럼이든 닥치는 대로 찾아봅니다. 그 가운데 나를 설득시키고 이해시키는 글이 있으면 똑같은 주제로 글을 쓰지 않아요. 내 마음에 드는 글이 없을 때 글을 씁니다. 스스로 만족할 때까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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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모마일 2016-10-10 09: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와...처음엔 훑어보려 했었는데 끝까지 정독했네요. 익숙한 작가분도 있고 낯선 작가분(감사합니다.)도 계시고...그분들 글쓰기 철학을 재밌게 포스팅해 주셔서 공유하고 싶은 글이네요.

시이소오 2016-10-10 09:04   좋아요 1 | URL
이로서 `나는 작가가되기로 했다` 스물 네분 포스팅을 마칩니다 ^^

캐모마일 2016-10-10 09: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시 한번 정주행해야겠습니다. 다시금 좋은 포스팅 감사드립니다.^^

시이소오 2016-10-10 09:25   좋아요 0 | URL
캐모마일님 저도 감사드려요 ^^

오거서 2016-10-10 09: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글이 길어서 원망하면서(?) 그러나 감탄하면서 읽었습니다. ^^

시이소오 2016-10-10 09:28   좋아요 0 | URL
오거서님, 죄송합니다 ㅋ
감사드리구요. 행운 가득한 하루 되시길 ^^

yureka01 2016-10-10 09: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일단 스킵해두겠습니다^^.아 책 소개가 많아서 천천히 봐야 할듯^^.

시이소오 2016-10-10 09:43   좋아요 1 | URL
넵, 천천히 ㅎ ㅎ

samadhi(眞我) 2016-10-10 10: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늘 느끼는 거지만 시이소님 요약힘은 대단해요. 혁명은 빠른 게 아니라 단호한 발걸음이라는 말 콕 박힙니다.
이노우에 히사시의 말에도 공감하구요.

시이소오 2016-10-10 10:48   좋아요 0 | URL
요약의 힘이군요. ㅋ 어려운것은 쉽게. 쉬운것은 깊게, 깊은것은 유쾌하게, 저도 본받고 싶네요 ^^

감은빛 2016-10-10 15: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앞서 작가들을 소개한 요약 글 두 개는 찜만 해두고 나중에 읽어야지 했는데,
이번 글엔 제가 존경하는 정희진 선생이 있어서 읽었습니다.
어떻게 아는 것에 대해서는 다 버리고, 모르는 것에 대해서 글을 쓸 수 있을까요?
그렇게 쓰기 때문에 다른 이들의 글과는 확연히 다른 거겠죠?

연속으로 훌륭한 글을 남겨주셔서 고맙습니다!

시이소오 2016-10-10 15:14   좋아요 0 | URL
저야 정리만 한걸요. 정희진 쌤 좋죠 ㅎ `정희진처럼 읽기`는 정리한다는 게 거의 필사를 해버렸네요 ^^

cyrus 2016-10-10 17: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자와 대결하기 위한 독서. 이런 독서 정말 좋습니다. 독자가 져도 잃을 게 없는 재미있는 게임이죠. 그런데 이미지 손상을 두려워하는 작가들은 독자의 도전을 건방지게 보면서 경계합니다. 정당한 비판이 아닌 왜곡하고, 비난하는 독자들의 공격 때문에 작가들이 자연스럽게 방어 자세를 취하는 것 같습니다. 그래도 작가들이 조금은 너그럽게 받아들였으면 좋겠어요. ^^

시이소오 2016-10-10 18:20   좋아요 0 | URL
작가라면 언제든 독자와의 대결에 열려 있어야 겠죠. ^^

푸른희망 2016-10-10 17: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렇게 잘 요약하고 정리해주시면 이 책을 안읽고 읽은 줄 착각하잖아요~~
이 책대신 언급된 저자들의 책을 골라봐야겠습니다 잘 읽었습니다~~

시이소오 2016-10-10 18:21   좋아요 0 | URL
ㅋ 제 생각에도 굳이 책 안 읽고 정리한 것만 읽으셔도 ㅎㅎ
그러면 안 되겠죠? 푸른희망님, 감사합니다. ^^

고양이라디오 2016-10-18 15: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컴퓨터로 긴 글을 읽는게 힘듭니다ㅠ <나는 작가가 되기로 했다>를 읽어봐야겠습니다ㅎ 책을 읽고 다시 읽어보겠습니다. 정리 잘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시이소오 2016-10-18 15:44   좋아요 0 | URL
넵. 오늘 고양이라디오님 댓글 풍년이네요. 감사드려용 ^^
 


이 <허니 & 도라지 배>에 갇힌 벌을 보자니 비트겐슈타인이 떠오른다.  


비트켄슈타인은 <철학적 탐구>에서 언어를 오용하는 철학자들을 파리병에 빠진 파리에 비유했었다. 


어디 철학자 뿐이겠는가? 


달콤함을 찾아 붕붕거리며 날아다니다 음료수 병에 갇힌 벌을 보자니 


마치 내 모습을 본듯하여 섬찟하고 씁쓸하다. 



꿀벌들은 가뜩이나 멸종위기라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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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madhi(眞我) 2016-10-09 15:5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그래서 꿀벌들을 만나면 반갑고 잘 해주고 싶고 기특하다 여깁니다. 독하게 생긴 말벌이 더 흔한 세상이 되었지만. 요즘엔 먹거리에 온통 허니가 붙네요. 점점 한국어를 미쿡말로 바꾸는 이상한 나라입니다. 참 이쁜 순우리말 그냥 꿀 그러면 되는데...
날마다 이런 말글의 오염때문에 씩씩거리고 삽니다.

시이소오 2016-10-09 15:58   좋아요 0 | URL
진아님, 오랜만이네요 ^^

그러게요. 허니보다 꿀이 더 달콤한데요 ^^

samadhi(眞我) 2016-10-09 16:00   좋아요 0 | URL
네 폐인생활에 푹 절어지냈어요. 시이소오님도 잘 지내셨지요?

시이소오 2016-10-09 16:02   좋아요 0 | URL
저야말로 계속 폐인 생활로 푹 절어 있었네요.

이제 아무 일이라도 해야 겠어요. ^^;;


samadhi(眞我) 2016-10-09 16:03   좋아요 0 | URL
저는 책 조차 읽지 않았는 걸요. 그래서 북플에 못 들어왔어요. 며칠에 걸쳐 몇 글자 읽다 말다가...

시이소오 2016-10-09 16:08   좋아요 0 | URL
진아님 페이퍼를 보니, 남편 분 간호 하시느라 책을 못 읽으신듯.

독서보다 더 가치 있는 일을 하신 거네요. ^^




samadhi(眞我) 2016-10-09 16:13   좋아요 0 | URL
간호랄 것이 아닙니다. 밥 챙겨 먹이고 외출할 때 운전해서 같이 다니고(손을 놨다가 6년 만에 운전을 했더니 얼마나 떨리는지...) 그리곤 둘이 하루종일 집안을 굴러다녔어요. 그래서 둘 다 오동통해요 ㅋㅋㅋ

시이소오 2016-10-09 16:41   좋아요 0 | URL
사랑하시는 남편 분과 온전히 보낸 시간이네요.

책이 굳이 떠오르지 않았겠어요 ㅎㅎ

samadhi(眞我) 2016-10-09 16:50   좋아요 0 | URL
그냥 멍하게 아무 생각 없이 지내고 싶었어요. 괜한 핑계죠. 이렇게 책마저 읽지 않은 적은 처음인데요. 모든 것에서 달아나고 싶은 기분이었어요. 누가 쫓아오는 것도 아닌데.

시이소오 2016-10-09 16:53   좋아요 0 | URL
요즘 제 기분이 그러네요.

처자식만 없다면, 달아나고 싶어요. ㅋ

장 아메리가 말한 `자유 죽음` ㅎㅎ
 

경제연구인 선대인 ; 경제와 인문 사회를 교직하다.

 

워낙 유명하신 분이라. 돌이켜보니 그가 번역한 말콤 글래드웰 책은 읽어보았지만 정작 그가 쓴 책은 정독해 본적이 없다. 죄송합니다.^^;; 읽겠습니다. ^^ (최근작 선대인의 빅 픽처를 읽었군요.) 

 

이보다 더 심각한 문제는 이해관계에 따라 오염되는 정보다. 재벌들의 목소리를 어떤 식으로 직간접적으로 대변하고 옹호하는 경제학자들이 주류를 이루고, 경제연구소들도 대기업과 정부 관료들의 입장을 지지하는 방향으로 정보를 왜곡하고 있다는 것이다.

 

선대인경제연구소를 이끌면서 세금과 예산에서 기득권의 이해를 앞세우는 정부의 경제정책에도 비판의 목소리를 아끼지 않는다. 자신의 이름을 따 2012년 문을 연 선대인경제연구소는 정부와 재벌의 눈치를 보지 않는 정직한 정보 생산 기관이자 이런 콘텐츠를 체화한 전문 인력을 키워내는 양성소를 목표로 하고 있다.

 

공감은 선대인 글쓰기의 출발점이기도 하다. “처음 기자가 된 건, 왜 낮은 곳에 있는 사람들의 목소리는 대변되지 않을까. 언론인으로서 제대로 역할을 해서 세상을 바꿔보고 싶다는 생각이었죠.” 주류 언론에 들어가 언론을 바꾸겠다고 각오했지만 뜻대로 되지 않았다. 1999년 삼성 이재용 씨의 편법 상속 문제를 다룬 기사를 사회면 머리기사로 발제해 썼지만 단 한 줄도 실리지 않았다. 삼성과 관련된 기사는 줄기차게 축소 왜곡됐고, 파업을 다룬 기사에서도 사용자측의 목소리만 비중 있게 실렸다.

 

그는 책을 쓸 때 마다 왜 세상 사람들은 내가 보는 걸 보지 못할까’, ‘이렇게 중요한 문제가 있는데 왜 사람들이 놓치고 지나갈까’, ‘제대로 알려야겠다.’라는 욕구들이 상당히 강했다. 이제껏 그런 욕구에서 책을 써왔고, 그것이 대중적 반향을 일으켜 알려진 것이다. 그러면서 만약 하고 싶은 말이 뚜렷하지 않은데, 예컨대 돈을 벌려고 책을 낸다면 그게 무슨 가치가 있을까요?”라고 오히려 반문한다.

 



























문학평론가 신형철 : 비평은 함부로 말하지 않는 연습이다.


여동생 친구가 신형철 여친이란 말을 듣고 어찌나 그 여친이 부럽던지. (그 여친이 정확한 사랑일까.) 절대적이성애자거늘. 내가 만일 여자로 태어났다면 신형철 스토커가 됐을지도. 사랑해요. 형철씨. ^^

 

신형철은 비평의 근본이 섬세함에 있어야 하고, 섬세함이야말로 비평의 운명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점에서 김현은 신형철이 가장 존경하는 선배 비평가다


김현 선생의 비평이 섬세해서 좋다는 빤한 이야기를 하려는 것이 아닙니다. 섬세함은 비평의 여러 가치 중 하나가 아니라 비평의 근본이라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비평이 미세한 진실에 대해 말하는 사회적 실천일 수 있으려면, 섬세함 없이는 불가능하거든요. 그런 의미에서 김현 비평의 힘은 제게 근원적인 것이에요.”

 

비평이 하나의 글로 존립할 수 있으려면 반드시 가져야 할 것 중 하나가 인식의 생산이에요. 비평은 텍스트를 앞에 세워야만 존재할 수 있는 글입니다. 텍스트의 이야기를 잘 듣는 과정에서 비평의 고유한 장점이 발휘될 수 있어요. 그러나 비평이 텍스트로 환원될 수 있는 종류의 것이라면 굳이 비평을 읽을 이유는 없겠지요. 텍스트로 환원될 수 없는 인식을 생산해내지 못한다면 비평은 하나의 글로 존립할 수 없습니다. ”

 

“‘삶에 의미가 있는가’, ‘왜 살아야 하는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는 넓은 의미에서 윤리학적인 테마들입니다. 문학이 제게 소중한 이유는 삶의 의미에 대해 가장 섬세하게 질문할 수 있는 분야이기 때문입니다. ”

 

어떤 사태와 진실을 백퍼센트 담아내는 문장이 있다고 생각해요. 다른 문장으로 표현되면 부정확해지는 그런 문장 말입니다. 정확한 인식에 도달하게 해주는 문장이 정확한 문장입니다. 그런 문장을 쓴다면 당연히 인식의 생산에 성공할 수 있죠. 마찬가지로 정확한 문장을 쓰지 못하면 어떤 인식에도 도달하지 못했다는 뜻입니다. 화려하거나 현학적인 문장은 그 부작용으로 생기는 거라고 봐요.”

 

이 책에 나오는 파워라이터 중에 나는 신형철을 제일 좋아하나 보다. 그의 책 세 권을 다 읽었으니. 세 권 다 투 썸 업’ & 별 다섯 개















 

문화학자 엄기호 : 당신은 누구의 에서 글을 쓰는가

 

그의 관점에 이론(異論)이 있기는 하지만 글쓰기에 대한 그의 태도는 본받고 싶다.

 

엄기호는 위안을 주지도, 선동하지도 않았다. 그가 생각할 때 위안과 선동은 모두 어른의 목소리였다. 엄기호는 다르게 접근했다. 기성세대의 눈엔 찌질하고 무기력하고 탈정치적이고 이기적이고 싸기지 없는 오늘날 청춘의 육성을 그는 그저 담담히 전했다. 채근하거나 위로하지 않았다. 그런데 이상했다. 젊은이들의 속내를 모른 체했던 나를 반성하게 된다. 우리를 두러싼 세상을 돌아보게 된다.

 

외부의 시선으로 비난하는 이에게 내부 사정을 들려주며 공감 얻기. 이것이 엄기호가 가진 삶의 태도이자 서술의 방식이다.

 

엄기호는 우리에게 용기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폐허를 직시할 용기. 눈앞에 폐허가 펼쳐져 있다는 것을 인정하고 나서야 그것을 극복할 수 있다. 폐허를 바라보지도 않고 말하는 희망은 거짓이다.

 

그는 한국의 교육이 이미 망했다고 진단한다. 그러나 망한 학교 안에서도 교사와 학생은 살아간다. 엄기호는 살아 있는 한무언가 할 수 있다고 믿는다


우리 모두 망했다는 것을 안다는 사실이 중요합니다. 나는 이미 망했어요. 그때 당신도 망했다는 사실을 확인하면 기쁘죠. 걔도 곧 망한다는 사실이 밝혀지면 금상첨화입니다. 그러나 여기서 멈추면 안 됩니다. ,너 우리가 모두 망하면 그때부터 공동의 운명으로 엮일 수 있습니다. 이것을 발견하는 것이 중요해요.”

 

한 명이 말하면 개인적인 일이고, 두 명이 말하면 의심해볼 만한 가치가 있는 일이다. 세 명이 이야기하면? 그것은 사회적 현상이다.





























 

입자물리학자 이강영 : 누군가는 써야 하는 글에 도전하라.

 

 

“(지식인이라면) 자기 논리에 빠지지 않도록 조심하고 제 3자의 눈으로 보는 기회를 만드는 게 중요합니다. 자기 스스로 그럴 수 있다면 가장 좋겠지만, 늘 가능한 것은 아니므로 신뢰할 만한 사람을 가까이에 두는 게 좋습니다. ‘이런 건 누구나 다 아늘 걸 거야하는 생각과 이런 건 아무도 모를 테니까하는 생각 둘 다 버려야 합니다.”

 

앞으로 현대물리학의 중요한 개념과 의미를 진정으로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는 책을 쓰고 싶다는 이강영. 대중을 위한 읽을거리와 교과서의 중간 어디쯤에 있는 책이되, 읽고 나면 작은 주제나마 현대물리학을 진정으로 이해할 수 있는 책이었으면 한단다. 이를테면 칼텍의 물리학자 킵S 손이 쓴 <블랙홀과 시간굴절>같은 책 말이다.















 

시인 이병률 : 사람 마음을 훔치는 끌림이란

 

시가 갖는 문법의 허용치는 높다. 반면 산문에는 이런저런 제약이 많이 따른다. 그래서 시인이 사용하는 문장은 그것이 비문이라 할지라도 시적 허용이 가능하다. 이병률 또한 그런 작업에 젖어 있다 보니 산문에선 정확한 문장을 써야 한다는 세상의 규범에 거부감이 있다. 독특한 문장을 가지고 있는 사람에게는 비문과 오문의 경계를 교묘히 넘나드는 재주가 있는데, 그 역시 문장으로 자유롭고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세상에 없는 문장에 대한 욕심, 세상 그 누구도 쓰지 않은 문장에 대한 동경이 저한테도 있어요.”




























 

경제평론가 이원재 : 사회적 경제의 시작, 소셜 픽션

 

 

그의 공식 직함은 희망제작소 소장이지만 이원재는 경제평론가로 불리기를 원한다. 여기에는 진보적인 경제학자이자 1980년대 최고의 경제평론가였던 고 정운영 교수의 영향이 크다. (...)이원재는 대학 시절 정운영의 강의를 듣기 위해 다른 대학까지 찾아간 적이 있을 정도로 그의 팬이다.

 

문학 텍스트에 맞먹는 미적 광채를 신문 칼럼에 부여한 드문 저널리스트(고종석)”라는 평가를 받을 정도로 정운영은 딱딱한 경제 문제를 문학적으로 표현하는 데 탁월하다."

 

한편 <블링크><아웃라이어>의 저자 말콤 글래드웰은 친절함이라는 측면에서 이원재가 정운영 교수와 함께 롤모델로 삼는 경영사상가다. 글래드웰은 깊이에서는 정운영 교수에 뒤지지만 대중에게 친절하게 다가가는 능력이 뛰어나다. ...경제 평론가로서 이원재의 목표는 정운영의 깊이에 글래드웰의 전달력을 갖춘 글을 쓰는 것이다.

 

소셜픽션은 20134월 그라민 은행 창립자이자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무함마드 유누스가 주창한 개념으로, 19세기 과학소설에 등장한 아이디어들이 모두 현실이 된 것처럼 사회도 우리가 상상한 대로 만들어나갈 수 있다는 것이다.

 

예컨대 오늘날 복지국가의 모범으로 잘 알려진 스웨덴을 떠올려보자. 스웨덴은 20세기 초반까지만 해도 가난한 농업 국가로, 당시 공업화와 파업, 대량해고 등 갖가지 사회문제들이 빈번하게 일어났다. 이에 훗날 스웨덴 재무 장관이 되는 사민당의 에른스트 비그포르스는 1919년에 출산 수당, 평등한 교육, 누진적 상속세와 소득세 등을 핵심으로 하는 예테보리 강령을 작성한다. 당시 스웨덴에서 이 강령이 현실화될 것이라고 믿은 이들은 거의 없었지만, 비그포르스의 이 강령을 통해 상상했던 사회의 모습을 수십 년 뒤 스웨덴은 결국 만들어냈다. ‘현실을 핑계 대지 않고 더 나은 사회에 대한 상상을 실행해 옮긴 사회야말로 미래를 향해 전진할 수 있다는 점을 여실히 보여주는 사례다.

 

이에 대한 고민의 결과물이 바로 <소셜픽션 지금 세계는 무엇을 상상하고 있는가>란 책으로 묶여 나왔다. 이 책의 대표 집필자로 참여한 이원재는 거대 담론들이 실패로 귀착되는 이유가 사람들의 참여를 이끌어내는 데 실패했기 때문이라고 내다보았다. “사회 변화는 미래와 과거가 밀고 당기는 가운데 일어나기 마련이에요. 이상적인 미래의 이미지가 앞에서 끌어당기고, 현실화된 과거가 뒤에서 밀어주어야 사회는 앞으로 나아갈 수 있습니다. 사회적 상상이 사라지면 인류 진보의 시계는 멈추게 됩니다. 거대한 벽 앞에서 좌절해 쓰러졌을 때 다시 일어서는 가장 좋은 방법은 벽 너머의 세계를 상상하는 거예요.”














 

미술사학자 이주은 : 우연한 만남에서 글감을 떠올리는 그림 에세이스트

 

이주은 글의 근간을 이루는 건 이미지다. 이미지는 이주은의 삶 자체다. 이미지를 보고 또 보고, 그 이미지를 두고 생각을 거듭한다. 그는 계랑화하기 힘들 정도로 이미지를 봐왔다. 국내외 미술관을 찾을 때마다 발바닥이 부르틀 정도로 샅샅이 보고 다닌다.

 

그는 미술관이나 도록에서 한순간 정지된 그림 장면을 보면서, 그 전에 어떤 일이 벌어졌을까를 생각한다. 추리소설을 좋아하는 그답게 사건을 해결하듯 그림의 디테일에서 단서 하나하나를 찾아낸다. ‘저 신발이 왜 저기 떨어져 있을까를 생각하며 단서를 읽어낸다. 세심하게 보면서 연상 작업을 하는 것이다. 학생들에게 그림의 전체부터 보지 말고 구체적인 것부터 떠올리라고 말한다. 발상에서 연상을 강조한다. 이런 연상의 방식이야말로 스토리텔링의 기본이라는 것이다.

 

미술평론가답게 자신의 다이어리를 일종의 데페이즈망(Depaysement, 논리적이지 않은 사물이나 언어의 배치)이라고 일컫는다. 그다지 체계적으로 보이지 않는 다이어리 메모, 즉 데페이즈망은 글감의 원천이다. 마구 뒤섞인 메모 내용들이 나중에 안 어울리는 듯 어울리는 화학작용을 불러일으킨다.

 

자기만의 글쓰기 방식을 만들어가기 위해서는 꾸준히 많이 읽고 써야 한다고 조언한다.


 “많이 읽고, 그것들이 내 안에서 넘쳐흐를 만큼 가득할 때 비로소 글이 술술 써지는 것 같아요. 무엇보다 많은 지식을 전달하려는 욕심을, 조금이라도 잘 전달하겠다는 욕심으로 전환시켜야 해요.”

 

이주은이 좋아하는 작가는 홍은택씨다. 심오한 지식과 소소한 정보를 잘 결합시키는 점, 생각의 과정이 그대로 드러나는 점, 저널리스트가 쓴 문장처럼 명쾌한 점, 자기만의 생생한 현장 체험을 바탕으로 하는 점 때문이다. .....비슷한 이유로 알랭 드 보통도 좋아한다. 또 섬세하고 잔잔하게 주변 사람들을 바라보는 마스다 미리의 시각도 편안해서 좋아한다. 마스다 미리의 시선으로 일상을 살아보고 싶은 충동도 간혹 느낀다고.



























 

서평가 이현우. 표류하는 책의 바다에서 나침반이 되다.

 

그러고보니 난 신형철 보다 이현우의 책을 더 읽었다. 이현우를 더 사랑하는 걸까.

, 아리송해.

 

이현우는 스스로를 문학 극대주의자라고 말한다. 역사, 철학, 문학 모두가 큰 의미에서는 문학이라고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작가라면 전체에 대한 통찰이 필요하고 사회에 대한 책임감도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문학이 삶에 대한 총체적 인식이라면, 플롯이나 수사 같은 문학적 장치들을 다루는 정도에 그쳐선 안돼요. 내 경우엔 현상학, 해석학, 정신분석학, 수용이론 등 문학이론을 공부하면서 관심사가 자연스레 철학으로 확장된 사례죠.”

 

비평과 구분되는 서평만의 독자적 영역은 무엇일까. 비평은 독자들이 같은 책을 다시 읽도록 하는 것이다. 한편 서평은 책을 읽을지 말지 판단할 수 있는 자료를 제공하는 것이다. 비평이 어떤 책을 이미 읽은 독자들을 대상으로 한다면, 서평은 아직 읽지 않은 독자를 대상으로 삼는다. 그에 따르면 한 세대 전과 달리 지금은 비평보다 서평의 역할이 커졌다는데, 책을 읽는 독자들이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이현우의 일상은 읽고 쓰는 일의 반복이다. 어찌보면 책 속에 구속된 삶이라고 볼 수도 있다. 그러나 그에게 독서는 자유의 다른 말이자, 인간이 확보해야 할 최소한의 권리.


“‘책이 인생의 전부가 아니야라는 깨달음을 얻기 위해서라도 우리는 책을 읽어야 한다는 게 나의 믿음이다. 우리가 너나없이 자유로운 인간이고 싶어 한다면, ‘책을 읽을 자유는 자유의 최소한이다. ‘최소한의 도덕’(아도르노)이란 표현을 빌려 최소한의 자유라고 말해도 좋겠다. ‘닫힌 사고빈곤한 생각만큼 우리를 옥죄는 감옥도 없을 테니까."

 

2015년 말, 로쟈 이현우 알라딘 기록을 보았다. 구매한 책값이 1억을 넘어섰다.

허걱. 신형철은 이현우를 보고 저이는 사람이 아니라 (독서)기계가 아닌가라고 말한 적이 있다

이현우를 본받아 나도 독서기계이고 싶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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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꾸는섬 2016-10-09 10: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시이소오님~^^ 최고!!!
신형철님도 최고 로쟈 이현우님도 최고 이병률님도 최고에요.
못 읽어본 책이 어마어마하네요. 시이소오님의 책 이야기는 정말 흥미로워요.^^

시이소오 2016-10-09 10:41   좋아요 1 | URL
언제나 그렇듯 저는 그냥 정리만 한거랍니다. 흥미롭다면 `나는 작가가 되기로 했다. ` 이 책 자체가
흥미로우실듯 ^^

꿈꾸는섬 2016-10-09 10:52   좋아요 0 | URL
나는 작가가 되기로 했다. 찿아볼게요.
좋은 하루 되세요.^^

시이소오 2016-10-09 10:55   좋아요 1 | URL
꿈꾸는 섬님도 가을을 만끽하는 여유로운 주말 보내세요 ^^

릴케 현상 2016-10-09 11: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신형철 선생 결혼했으니 과거는 놓아주십시오^^

시이소오 2016-10-09 11:01   좋아요 1 | URL
결혼한분이 그분이에요. 동생친구 ㅎㅎ

아타락시아 2016-10-09 21: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구매한 책값이 1억이라니.. 상상이 안가네요. 작가를 먼저 이야기하고, 그 작가들의 책을 소개해 주시는 거 잘 보고 있어요. ^^

시이소오 2016-10-09 21:45   좋아요 0 | URL
여기 소개한 작가들은 ` 나는 작가가 되기로 했다` 내용을 정리한거 랍니다.

전투 마법사님..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

물고기자리 2016-10-09 22: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시이소오 님도 이미 기계인 듯;;^^

저는 이 기계를 애독하겠습니다 ㅎ

(몇몇 분은 자주 언급하셔서 저도 친근하게 느껴집니다 ㅎ)

시이소오 2016-10-09 22:38   좋아요 0 | URL
저는 고장난 기계인듯. 물고기자리님이 애독하신다니 영광입니다. 저야말로 님의 글을 애정하는데요 ^^

물고기자리 2016-10-09 23:02   좋아요 0 | URL
저한테는 성능 좋은 기계십니다! ㅎ

저야말로 영광이죠^^

시나리오 쓰신다는 글을 본 것 같은데 어떤 글을 쓰셨던 분인지 궁금합니다. (아마도 멋진 작품을 쓰셨겠죠 ㅎ)

앞으로도 좋은 작품 구상하시길 응원할게요!

시이소오 2016-10-09 23:06   좋아요 0 | URL
영화화 된 시나리오가 없어요 ^^; 굶어 죽을것같아 다른 일을 찾아야겠어요. 응원은 감사드려용 ^^

물고기자리 2016-10-09 23:14   좋아요 0 | URL
저는 시이소오 님의 작품을 보고 싶고, 읽고 싶은데,

가장이니까 하고 싶은 일만 할 순 없겠죠..

다른 일도, 원하는 일도 잘 되셨으면 좋겠고, 잘 하실 거라 믿습니다!

시이소오 2016-10-09 23:17   좋아요 0 | URL
걱려 감사합니다. ^^ 할줄아는게 없어 난감하네요 ^^;

cyrus 2016-10-10 17: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시이소오님은 현재 알라디너들이 인정한 독서 기계입니다. ^^

시이소오 2016-10-10 22:27   좋아요 0 | URL
ㅋ ㅋ 격려 감사해요 ^^

김민준 2016-10-10 17: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매번 시이소님괸 cyrus님의 글을 보고 많은걸 느끼고 배웁니다ㅎ 두분다 훌륭한 독서기계가 아닐까요ㅎ

시이소오 2016-10-10 22:29   좋아요 0 | URL
민준님도요. 사실 알라디너님들 다들 독서기계죠 ㅎㅎ

cyrus 2016-10-11 21:51   좋아요 0 | URL
To. 김민준님 / 시이소오님 말씀처럼 여기에 책에 대한 생각을 남기는 분들 모두 독서를 아주 좋아하는 생각 기계입니다. ^^
 

누구나 자신의 무지를 알게 되는 날이 온다.”

 

누가 했던 말이었더라. 가슴을 후벼 파는 구절이었지만 이 말은 반쪽 진리에 불과하다. 독서는 끊임없이 나의 무지를 까발긴다. (매일 만나는 나의 무지!) 24인의 파워 라이터 중 내게는 금시초문의 작가가 8명이나 있었다. 이름을 안다하더라도 책을 읽어보지 않은 작가는 9. 내 목으로 곧장 죽비가 내려친다.

 

철학자 강신주 : 삶이든 글이든 자기 감정에 당당하라

 

어렵다는 철학을 이렇게 쉽게 설명해 낼 수 있다니! 그러면서도 그는 인문학 장사꾼들은 감히 엄두낼 수도 없는 경지에 닿아있다. 한국지성사의 쾌거.

 

철학자 강신주에게 시인 김수영은 특별한 존재다. 인문학의 본질이 민주주의라는 것, 자신만이 쓸 수 있는 글을 써야 한다는 깨달음을 준 이가 바로 김수영이다. 김수영이 당대 문인들에게 내뱉은 지금 문단은 언어의 고통 이전의 고통이 부족하다는 일갈은 자신에게도 그대로 적용된다. 그리하여 언어 이전의 삶의 심화를 얼마나 충실히 수행했는지를 돌아보게 만든다.

 

그는 김수영의 산문을 통해 시뿐만 아니라 산문도 온몸으로 밀어 붙여야 완성되는 것임을 배웠다. 아울러 상처와 치부를 감추지 않는 정직한 글이 가장 큰 감동을 준다는 사실을 배웠다.

 

글쓰기에서 지향점을 제시해준 외국 작가로는 발터 베냐민을 꼽았다


베냐민의 산문을 통해 사물, 인간 혹은 사건에 대해 어떻게 거리를 두며 글을 써야 하는지를 배웠어요. 너무 가까워도 안 되고 너무 멀어도 안 돼요. 너무 가까우면 신변잡기식 글이 되고, 너무 멀면 리얼리티가 떨어지거든요.”

 

그가 열정적으로 쏟아낸 많은 말들 가운데 가장 크게 공감이 갔던 부분은 인문학의 목적이 민주주의의 완성에 있다는 것이었다. 현재 인문학은 취업을 위한 스펙 쌓기나 기업가들의 경영 마인드 개선을 위한 도구로 전락해버렸다. 인문학의 목적은 자본에 인간의 얼굴을 덧씌우기 위한 것이 아니다. 강신주의 말대로 인간을 자유롭게 하고 각자가 자신의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만드는 데 있어야 한다.
















 












사회학자 고병권 : 제도권 밖에서 현장을 이야기하다

 

수잔 손택을 떠올릴 정도로 고병권의 글쓰기는 현장을 바탕으로 한다.

 

사유를 밀고 나가는 고병권의 글쓰기 방식은 니체를 다룬 책 <언더그라운드 니체>에서 찾을 수 있다. 그라운드는 토대’, ‘근거라는 뜻인데, 고병권은 근거들의 근거 없음의 영역이 있다고 말한다. 예를 들어 금권정치든 귀족 정치든 각각의 근거나 원리가 있는데, 민주주의는 그런 근거의 근거 없음을 드러낼 때 시작된다는 것이다.

 

고병권은 리영희 선생을 한 예로 들었다. 리 선생은 독재정권의 근거 아래로 뚫고 내려가 근거 없음을 폭로한 이다. 그는 언더그라운드 개념을 정치체에 적용하면 민주주의를 사유할 수 있다고 했다. 고병권에게 이런 아이디어를 준 게 니체의 <서광>이다.

 

가난은 찢어진 팔꿈치가 아니라 그걸 신경 쓰게 되는 상황이에요. 단지 재화가 없는 상태가 아니라 그것에 대해 갖게 되는 복잡한 감정인 거죠. 저는 빈곤이라는 말과 가난이라는 말을 나누려고 해요. 원래 빈곤이 결핍과 관계된다면 가난은 고생과 관계된 말이죠. 결핍이나 궁핍에서는 빨리 벗어나야 해요. 하지만 고생이나 고통에서는 그저 도망치려 해선 안 됩니다. 거기에는 우리를 일깨우고 성숙케 하는 뭔가가 있으니까요. 그래서 가난학을 공부하고 싶기도 하고요.”

 














법학교수 김두식 : 내부자로서의 양심적 고백

 

그는 책을 써서 세상을 바꾸겠다는 생각보다도, 책 한 권 한 권이 고민을 해결하기 위해 공부한 결과물이라는 데 의미를 둔다. 그가 출판사의 기획에 의한 책 쓰기를 좋아하지 않는 이유도 자신의 문제의식에서 나오지 않은 것이기 때문이다.

 

(.....) <헌법의 풍경>4만 부가 넘게 팔리며 대중적인 성공을 거두자 수많은 출판사에서 청소년을 위한 법률교양서와 같은 책을 제안해왔지만 거절했던 것도 같은 이유다.


그는 고통쓰럽게 쓰되, 쉽게 읽혀야 한다를 원칙으로 글을 쓴다. 이는 소설가이자 언론인인 최일남 선생의 인터뷰 기사를 읽으면서 체득한 원칙이다. 최일남 선생은 독자로 하여금 인터뷰이가 어떤 사람인지 훤히 알 수 있게 만드는 능력이 탁월했다.

 

그는 스스로 바보가 아닐까 의심이 들 만큼 이해되지 않는 책들을 많이 봐왔는데, 나이 마흔을 넘기면서 그런 마음을 고쳐먹었다. ‘읽어도 무슨 뜻인지 모르는 책은 잘못된 책이 아닐까라고 말이다. 자기 위로만은 아니다. 그는 진짜 대가들을 만나면 어떤 분야든지 한 시간만 같이 얘기를 나눠도 그 분야에 대해 눈뜰 수 있게 해준다고 말했다. 그렇지 않은 사람들이 정작 어려운 이야기를 계속하고 유명한 사람의 이름을 인용한다는 것이다. 자기 일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 전문가일수록 읽기 쉬운 책을 쓰는 법이다.














 

정치학자 김원 : ‘독한 글로 시대의 통념을 깨다

 

<박정희 시대의 유령들>, <여공1970 그녀들의 반 역사>는 김원을 무서운 신예로 떠오르게 했다. 1960~1970년대 현대사를 관통하며 주목받지 못한 사람과 사건을 담아낸 일련의 작업들은 그의 말대로 보통 사람들의 삶을 복원해내고 싶은 열망에서 움텄다.

 

자료 수집 과정에서 만나는 이들의 인간적 고뇌, 숨소리까지 깃들어 있는 한 권 한 권의 책들은 방대한 사료와 저자의 깨달음까지 더해져 세상에 나온다. 모든 글이 나름의 의미가 있겠지만, 그는 좋은 글이란 무엇보다 독자가 저자의 고민을 읽어낼 수 있을 때 비로소 자격을 얻는다고 생각한다. 좀 힘들고 마음이 무거워지더라도 작가의 글 쏙에 담긴 고민을 독자가 엿보고 공감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뜻이다.














 

군사평론가 김종대 : 기록하지 않으면 망각되는 군대 문제

 

김종대는 지금까지 <노무현, 시대의 문턱을 넘다><시크릿파일 서해전쟁> 두 권의 단독저서를 비롯해 <김종대 정욱식의 진짜 안보>, <저항하는 평화>, <봉인된 천안함의 진실>등 여러 권의 공저를 냈다.

 

<시크릿 파일 서해전쟁>을 쓸 때는 2년 동안 육해공 고위 장교 31명을 만나 총 250여 회의 인터뷰를 진행했다. 이때 중요한 것은 오래 들어주는 자세다.

 

김종대는 스스로 글쓰기에 소질이 있다고 생각한 적이 없다. 초창기에 쓴 글들을 보면 얼굴이 화끈거릴 정도란다. 그러나 글쓰기는 노력으로 얼마든지 좋아질 수 있다고 믿는다


말과 술과 글은 많이 할수록 늘어나죠. 다작으로 유명한 강준만 교수를 보세요. 활자 중독증이에요. 글을 쓰려면 글에 중독돼야 합니다. 저는 뭔가를 쓰지 않으면 시간을 낭비한 기분이 들어요. 그래서 그때그때 떠오른 생각들은 페이스북에라도 꼭 씁니다.”

 














셰프, 음식칼럼니스트 박찬일 : 재료가 좋으면 과정이 즐겁다

 

박찬일은 자신의 글이 음식 사회사 혹은 음식 문화에 대한 잡담이라며, 평소 얼마나 읽고 공부하느냐가 글쓰기의 질을 좌우한다고 말했다. 한 음식이 음식 사회사나 문화사에서 어떤 의미를 갖는지 밝히기 위해서는 일단 자료 취재를 꼼꼼히 해야 한다.

 

이런 공력이 그대로 드러난 책이 <백년 식당>이다. 그는 이 책에서 설렁탕과 육개장, 냉면 추어탕 등 우리 음식의 연원에 대한 독창적인 시각을 보여주었다.

 

하나의 음식이 생기고 모습을 바꿔가는 데는 당대의 경제적 조건이나 유행 등 인간 세상의 모든 것들이 영향을 미친다. 그런 점에서 박찬일은 요리는 이미 인문의 영역으로 들어갔다고 말한다. <잡식동물의 딜레마>를 쓴 마이클 폴란이나 <대구>의 작가 마크 쿨란스키처럼 요리나 음식 재료를 가지고 경제, 사회, 문화적 요인을 분석하는 작가도 유명하다.














 

역사 저술가 박천홍 : 근대 사료를 포착해 현재에 다리를 놓다

 

박천홍은 2003년 철도를 통해 한국 근대사의 문명을 다룬 <매혹의 질주, 근대의 횡단>을 내놓으며 단박에 주목을 받았다. 그 밖에 <여행하며 읽는 우리 고전>시리즈와 <인간 이순신 평전>을 냈고, 지금은 근대 지식의 형성사를 담아낼 책을 한 권 집필 중이다.

 

글쓰기란 자신이 무엇을 알고 싶은지 정확히 인식하는 것에서 시작해야 한다. 자료는 그다음에 찾으면 된다. 한번 시작한 사다리 타기처럼 하나의 자료가 또 다른 자료를 찾게 만들고 길을 안내해줄 것이다. 질문을 제대로 던져야 제대로 된 답을 얻듯, 자기만의 문제의식을 갖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문제의식만 확고하면 그에 필요한 자료가 발견되기 마련이고, 홀리듯 이야기가 써집니다. 역사는 무궁무진한 가능성이 있는 영역이에요. 전문 역사학자가 발견하지 못하는 것을 새로이 발견할 수 있거든요.” 

 














디자인연구자 박해천 ; 논픽션의 새로운 기법, ‘비평적 픽션

 

박해천은 카이스트 학부와 석사과정에서 산업디자인을 공부하고 영국 미들섹스대학에서 공간문화연구 석사과정을 마쳤다. 앞서 그는 2011년에 아파트 문제를 다룬 <콘크리트 유토피아>라는 책을 출간한 바 있다.

 

박해천은 20159월쯤 <콘크리트 유토피아><아파트 게임>을 잇는 3부작의 마지막 책을 펴낼 예정이다. ....그는 앞선 두 책과 새로 나올 책을 묶어 콘크리트 유토피아 3부작이라고 이름 붙였다. “디자인과 관련해 모디니티를 상징하는 독특한 재료들이 있어요. 플라스틱, 유리, 콘크리트 같은 것들이죠. 그 가운데서도 한국 중산층의 성장과 다자인 문화의 형성에서는 콘트리트가 핵심적인 키워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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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꾸는섬 2016-10-09 10: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정말 흥미로운 책이네요.^^

시이소오 2016-10-09 11:00   좋아요 1 | URL
ㅋ 바로 찾으셨네요. 분량이 너무 많아서 8명 씩 쪼갰습니다. 정희진, 정여울 등은 3부에.. ㅎㅎ

yureka01 2016-10-09 11: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의 지평이 넓어요^^.

시이소오 2016-10-09 11:09   좋아요 1 | URL
세상은 넓고 책은 많아서
`독서만권 행만리로`
해야겠 습니다^^

나뭇잎처럼 2016-10-09 13: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민주주의 완성`에 별표 세 개. 밑줄 쫙. 빨간 동그라미 빡. 입니다요. ㅎㅎ

시이소오 2016-10-09 14:07   좋아요 0 | URL
`민주주의가 완성된 세계`의 모습이 어떨지요?

궁금하고 기대되네요 ^^
 

도서정가제 시행전 마지막 날, 인터넷 서점 사이트 전부 다운되는 바람에 미처 구입하지 못했던 책이다.

 

안용태의 <영화읽어주는 인문학>보다 먼저 정여울은 철학과 영화의 만남을 주선했었다. 안용태가 철학위주로 영화를 보고자 했다면 정여울은 좀 더 영화중심적이다.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꼼꼼하게 영화의 내러티브를 쫓아간다. 그래서일까. 책을 읽다 세 번이나 울컥했다.

 





롤랑 바르트와 <색계>, 푼크툼, 세계와 나는 상처의 틈새로만 만난다.

 

정여울은 punctum풍크툼으로 번역했으나, punctum의 의미를 고려하자면 푼크툼으로 쓰는 게 더 적절해보인다. 철학자, 사상가들의 어떤 개념들은 인상파 화가의 그림만큼이나 매혹적일 때가 있다. 내게는 바르트의 푼크툼이 그러하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을 때는 그저 평화롭다 못해 권태로웠던 세상이 돌이킬 수 없는 영혼의 상처를 입었을 때야 비로소 그 투명한 속살을 보여준다. 절대로 나을 것 같지 않은 상처, 그렇게 지독한 상처의 틈새로만 간신히 보이는 세계의 투명한 아름다움. 그것을 롤랑 바르트는 푼크툼이라고 불렀다. 명쾌하게 분석될 것만 같은 세계가 어느 순간 전혀 해독할 수 없는 상형문자로 바뀌어 버릴 때, 그 순간이야말로 우리가 푼크툼과 만나는 순간이다."

 

푼크툼은 라틴어로 뾰족한 물체로 인해 받은 상처, 흔적을 가리키는 말이라고 한다. 사진의 푼크툼은 평온했던 이의 의식을 찌르는, 나에게 상처를 입히고 자극을 주는 우연하고 돌발적인 이미지라고 할 수 있다. 푼크툼의 특징은 물론 예리한 아픔이지만, 푼크툼의 더욱 중요한 특징은 그 상처가 이해할 수 없고 분석할 수 없다는 것, 그리하여 예비하거나 대처할 수도 없고, 정리해서 요약할 수도 없다는 데 있다.

 

그는 사진의 이미지를 크게 두 가지로 분류했다. 스투디움과 푼크툼, 스투디움이 누구나 동의할 수 있는 일반화된 상징이라면, 푼크툼은 좀처럼 해독할 수 없는 불가사의한 아픔을 낳는 상징이다. 스투디움이 소통 가능한 획일적인 상징이라면 푼크툼은 소통 불가능한, 그리하여 더욱 소중한 비밀을 간직한 상징이다.”

 

나는 사랑을 푼크툼과 연결하려 한 적은 없었다. 왜 그랬을까. 정여울의 혜안이다. 스투디움의 사랑의 방식이 있다면 푼크툼의 사랑의 방식이 있다. 푼크툼으로서의 사랑을 말할 때 <,>만큼 적절한 영화도 없어 보인다.



 

내가 이름 붙일 수 있는 것은 진정으로 나를 아프게 하지 못한다.”

 

- 롤랑 바르트, <카메라 루시다>

 

조지프 캠벨과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를 찾으러 가는 길 끝에서 를 발견한다.

 

 

크리스토퍼 보글러의 <신화, 영웅 그리고 시나리오 쓰기>이후 캠벨의 영웅의 여정내러티브는 어느새 전형적이고 상투적인 작법이 되어버렸지만 원형과도 같은 이야기 방식이기에 오늘날에도 그 영향력은 여전히 유효하다.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역시 전형적인 캠벨의 영웅의 여정의 길을 따른다.

 

여러분의 작업을 하기 위해서는 모든 비판을 미루어두어야 한다. (....) 비판을 미루어두는 것은 이른바 너는 할지니라는 용을 죽이는 것이다. 그놈을 죽여버려라. 우선 글을 쓰도록 하라. 비평가는 잊고 그저 쓰기만 하라. 비판적 요소를 끌어안고 문장을 다듬는 것은 그 다음에도 충분히 할 수 있으니까. ”누가 과연 이런 걸 보려고 하겠어?“하는 생각 때문에 괴로울 수도 있다. 그러면 여러분의 주장에 대해 공감할 만한 사람을 떠올린 다음, 그 사람을 위해 글을 쓰라. (...) 가령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는 한 소녀를 위해 쓴 것이었다. ”

 

- 조지프 캠벨, 박중서 역 <신화와 인생>, 갈라파고스, 386

 

방랑하는 시간은 긍정적인 시간이다. 새로운 것도 생각하지 말고, 성취도 생각하지 말고, 하여간 그와 비슷한 것은 절대 생각하지 마라. 그냥 이런 생각만 하라. “내가 어디에 가야 기분이 좋을까? 내가 뭘 해야 행복할까? (.....)룰렛 공은 결코 , 여기 내려앉는 것보다는 차라리 저기 내려앉아야 사람들이 나를 더 좋아할 거야하고 생각하진 않는다. (....) ‘남들이 날 어떻게 생각할까?’하는 생각을 치워버려야 희열이 온다.

 

- 조지프 캠벨, 박중서 역, <신화와 인생>, 갈라파고스, 99~100

 


수잔 손택과 <굿 윌 헌팅>, 편집되는 고통, 유통되는 슬픔을 넘어

 

이 글을 읽고 다시 < 굿 윌 헌팅>을 보고 싶어졌다. 인용된 윌과 숀의 대화 장면에서 눈물이 핑 돌다니!

 

숀 아버지가 알코올중독이셨다. 늘 고주망태였지. 완전히 술에 찌들어서, 두들겨 팰 사람을 찾곤 했지. 난 엄마와 동생이 맞지 않게 하려고 먼저 덤볐지. 반지를 끼고 계신 날이면 더 볼 만 했어.

윌 그 남자는 .......늘 탁자에 렌치와 각목과 혁대를 늘어놓고는, 절더러 선택하라고 했죠.

숀 나 같으면......혁대로 하겠다.

윌 전 렌치를 택하곤 했어요.

숀 왜?

윌 갈 데까지 가보자는 심정이었죠.

숀 네 양부였니?

윌 네...... 제 평가 결과는 어때요? 애정결핍 같은 건가요?

숀 이 기록들.....모두 다 헛소리야. 네 잘못이 아냐.

윌 알아요.

숀 내 눈을 똑바로 쳐다봐. 네 잘못이 아니야.

윌 알아요.

(숀은 윌의 내장기관까지 다 뚫어버릴 듯한 깊은 눈빛으로 윌을 바라보며 다시금 힘주어 말한다) 네 잘못이 아냐.

윌 안다고요!

(숀은 점점 윌을 벽 쪽으로 몰아 세운다) 아냐, 넌 몰라. 네 잘못이 아니다.

(윌은 숀의 집요한 반복에 분노와 공포를 동시에 느낀다) 안다니까요!

(다시금 소름끼치도록 차분한 목소리로, 같은 문장이지만 매번 다른 울림으로 윌에게 다가가간다) 네 잘못이 아냐.

(감정이 폭발하며) 알았으니까 성질나게 하지 말라고요!

숀 네 잘못이 아니야.

(이제는 절규하는 윌) 제발, 성질나게 하지 말란 말이에요. 선생님만이라도!

(숀은 여전히 놀라우리만큼 차분한 목소리로, 같지만 다른 이야기를 한다. 네가 죄책감에서 빠져나오지 않으면 평생 행복해질 수 없다는 것을, 숀은 이 짧은 문장으로 대신하는 듯하다) 네 잘못이 아니었어. 네 잘못이 아냐.

(윌은 그제야 숀의 메시지를 알아듣고, 처음으로 울어버린다. 그리고 숀에게 안겨 마음껏 운다) 젠장, 정말 죄송해요.

(윌을 힘껏 품에 안으며) 다 잊어버려.

 


수잔 손택의 실천 역시 영화 <굿 윌 헌팅>만큼 감동적이다. 우리처럼 타인의 고통을 연민으로 바라보며 안도하는 대신 그녀는 고통받는 사람들 곁으로 날아가 그들과 함께 했다. 그녀는 포탄이 떨어지는 전쟁터에서 연극 <고도를 기다리며>를 연출했다.

 

문화, 특히 진지한 문화는 인간의 존엄성에 대한 표현이라 할 수 있다. 사라예보 사람들이 잃어버렸다고 생각하는 것은 바로 이것이다. 그들은 자신이 (....)존엄성을 잃어버렸다고 생각한다. (...) 예를 들면, 화장실이 오물통이 되지 않도록 변기에 물이 나오게 하는 데 거의 하루 종일 매달리면서 굴욕감을 느끼는 것이다. 생명의 위협을 무릅쓰고 공공장소로 가서 줄을 서 떠온 물을 이런 식으로 쓰는 것이다. 이런 굴욕감은 공포보다 훨씬 클 수도 있다.

 

연극을 무대에 올린다는 것은 사라예보의 연극 관계자들에게는 큰 의미를 가진다. 왜냐하면 그것은 전쟁이 일어나기 전에도 해왔던 일들을 계속한다는, 즉 자신들이 정상으로 되돌아간다는 의미였기 때문이다. 고작 물 긷는 사람이나 인도주의적 원조를 받는 수동적인 사람이 아닌 것이다. 실제로 사라예보에서는 자신의 일을 계속하는 사람을 가장 운 좋은 사람이라고 여긴다. (.....) 그런 상황 속에서도 나와 배우들은 월급을 받지 않았다. 다른 연극인들도 기꺼이 우리 리허설에 참석하곤 했는데, 이것은 단순히 우리의 작품을 보고 싶어서가 아니라 매일 극장에 간다는 사실이 좋아서였다. 연극을 공연한다는 것은 하찮은 일이 아니라 오히려 정상성을 표현하는 즐거운 일인 셈이다.”

 

- 수잔 손택, 김유경 역, <강조해야 할 것> 시울, 412~413

 

문학은 우리 아닌 다른 사람들이나 우리의 문제 아닌 다른 문제들을 위해서 눈물을 흘릴 줄 아는 능력을 길러주고, 발휘하도록 해줄 수 있습니다. 우리 아닌 다른 사람이나 우리의 문제 아닌 다른 문제에 감응할 능력이 없다면, 도대체 인간이란 어떤 존재이겠습니까? 아주 잠깐만이라도 우리 자신을 잊을 능력이 없다면, 도대체 인간이란 어떤 존재이겠습니까?

 

- 수잔 손택, 이재원 역, <타인의 고통> 이후, 208

 

질 들뢰즈와 <시간을 달리는 소녀>, 시계로 잴 수 없는 시간의 무한탈주.

 

 

크로노스와 카이로스의 시간이 있다. 들뢰즈는 크로노스와 아이온의 시간을 말한다. 직선적 시간의 중력으로 인간을 빨아들리려는 모든 권력, 그것이 바로 크로노스의 시간이다. 한편 영원히 이 순간에 빠져들고 싶은 희열의 시간, 그것은 아이온의 시간이다.

 

심리학적으로 중요한 감흥을 불러일으키고 중대한 의미를 갖는 시간, 이런 시간들을 현상학적 시간, 또는 아이온의 시간이라고 한다. (...) 노동이나 이동, 소비 생활등의 모든 영역에서 절대적 속도를 갖는 것, 속도의 중력에서 벗어난 외부를 창조하는 것, 강요된 속도나 시간에 벗어난 자율적인 속도와 리듬을 갖는 것. 이것이야말로 낡은 시간적 형식을 변형시키는 일이며, 자율주의적인 방식으로 새로운 형식의 시간, 새로운 리듬의 시간을 창안하는 것이 될 것이다.

 

- 이진경, <근대적 시간공간의 탄생>, 푸른 숲, 76~77

 

잃어버린 시간, 다시 말해 시간의 흐름, 존재했던 것들의 소멸, 존재들의 변화에 대해 사유하도록 강요하는 기호들이 있다. 그것은 우리와 친숙했던 사람들을 다시 보게 되는 뜻밖의 계시이다. 왜냐하면 더 이상 윌에게 익숙하지 않게 되어버린 그 사람들의 얼굴은 시간의 기호들과 시간의 영향을 순수한 상태로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시간은 사람들의 얼굴 특성을 변질시키고 다른 특성들을 늘리거나 또 무르게 하고 부숴버린다. 시간은 그 자체로는 비가시적이기 때문에, 우리 앞에 나타나기 위해 육체들을 찾아다닌다. 그러다가 육체들을 만나기만 하면 어디서든 그들을 붙잡아 그 위에 자신의 환등기를 비춘다.

 

- 질 들뢰즈, 서동욱, 이충민 역, <프루스트와 기호들>, 민음사, 43.

 

타임리프 능력을 갖게 된 시간을 달리는 소녀마코토. ‘나의 시간을 찾으려는 노력이 결국엔 타인의 시간을 빼앗는 일이라니! 치아키의 고백을 무마시키려 아무리 타임 리프를 해도 마음의 시간은 좀처럼 바뀌질 않는다. 어느덧 치아키는 이제 미래로 돌아가야만 한다. 마지막 대사 장면에서 두 번째로 또 울컥.

 

치아키 (마코토가 건네준 타임 리프 장치를 보며) 이걸 네가 어디서 찾았어? 아니, ! 이게 뭔지는 알아?

마코토 알아

치아키 누가 가르쳐줬는데?

마코토 네가

치아키 난 그런 소리 한 적도 없고, 할리도 없어.

마코토 네가 모두 다 얘기해줬어. 네가 살던 시대도, 이게 뭔지도.

치아키 너 어디서 온 거야?

마코토 미래에서.

치아키 너도 타임 리프를 할 줄 알아?

마코토 이젠, 못해.

치아키 이 얘기를 하려고 일부러 과거로 돌아온 거야?

마코토 응

치아키 바보같이 내가 왜 얘기했을까?

마코토 그 그림은 미래에 가서 봐. 이젠 없어지거나 타버리지 않을 테니까. 네가 온 미래까지 무사히 남아 있게끔, 내가 어떻게든 해볼게.

치아키 그래, 부탁해..... 돌아갔어야 했는데. 어느새 여름이 됐어. 너희랑 함께 있는 게 너무 즐겁다 보니.

치아키. 마코토 ! 늘 해주고 싶은 말이 있었는데. 너 말이야......(이제 고백을 들을 준비가 된 마코토의 잔뜩 설렌 표정을 물끄러미 바라보며, 심드렁하게) 함부로 뛰다가 다치지는 마라. 넌 주의력이 부족하잖아. 먼저 생각을 하고 행동을 해

마코토 (치아키의 고백을 기다리던 설렘이 사라져버리자, 잔뜩 실망한 얼굴로) 뭐야? 그게 마지막 인사야?

치아키 바보, 널 걱정해서 하는 말이야!

마코토 그래! 걱정해줘 고맙다! 알았으니까 얼른 가.

(치아키의 등을 밀어내며 억지로 치아키를 보내버리는 마코토. 그러나 자신도 모르게 흐르는 눈물을, 솟구치는 흐느낌을 막을 수 없다. 엄마 잃은 아이처럼 눈물 콧물 범벅이 되어 엉엉우는 마코토를 향해, 치아키가 다시 돌아온다. 너무 놀라 눈물을 뚝 그친 마코토를 살짝 안고, 미친 듯이 뛰고 있을 마코토의 심장을 향해, 치아키는 드디어 고백한다. 예전에 마코토가 삭제해 버린그 고백보다 훨씬 멋진 대사로.)

치아키 마코토......미래에서 기다릴게.

마코토 (치아키가 머리를 쓰다듬어주자, 일순간에 모든 아픔이 치유된 듯, 언제 울었냐는 듯이, 이제야 마코토다운 밝고 명랑한 표정으로)! 금방 갈게! 뛰어갈게!


니체와 <쇼생크 탈출>, 초인의 오디세이, 지상에서 영원으로


, “이란 말이 얼마나 가증스럽게 그들의 입에서 흘러나오는가! 그들이 나는 정의롭다고 말하고 있는 것을 듣노라면, 그것은 언제나 나는 앙갚음을 했다고 말하는 것처럼 들린다.


- 니체, 정동호 역,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책세상, 153

 

검사나 국가에서 을 말할 때, 나는 왜 으로 들리는걸까.

 

좀더 유사하고 좀더 평범한 인간들은 언제나 유리한 입장에 있었으며 지금도 그렇지만, 좀더 선택된 자, 좀더 예민한 자, 좀더 희귀한 자, 좀더 이해하기 어려운 자들은 고립되기 쉬우며, 따로따로 떨어져 있어 재난을 당하기도 쉽고 거의 번식하지도 못한다.


 

-니체, 김정현 역, <도덕의 계보>, 책세상, 291

 

앤디는 평범하지 않았다. 앤디는 간수 하들리와의 협상을 통해 죄수들에게 맥주를 돌린다. 그리고 맥주 마시는 동료들을 바라보며 흐뭇하게 웃는다. 이 책에서 세 번째로 울컥한 순간이었다. 감옥을 무대로 하는 소설과 영화는 주제에 상관없이 세계 자체의 은유를 내포하기 마련이다. 모든 곳이 감옥이니까! 앤디는 결코 시스템에 길들여지지 않는다. 앤디야말로 이렇게 말할 자격이 있다. 그리고 우리 모두 시스템에 굴복하기보다 저항하며 이렇게 말해야 한다.

 

나를 죽이지 못하는 것은, 나를 강하게 만들뿐이다.”





 

 

피에르 부르디외와 <순수의 시대> 아비투스, 일상이 창조하는 미시적 권력의 지형도


 

아비투스, 이 말은 아리스토텔레스의 ‘hexis’(토마스 아퀴나스에 의해 ‘habitus’로 번역됨) 개념에서 발전한 것으로, 원래는 교육 같은 것에 의해 영향받을 수 있는 심리적 성향을 가리키는 것이었으나, 부르디외는 사회구조(즉 장)와 개인의 행위(즉 실천) 사이의 인식론적 단절을 극복하는 매개적 매커니즘으로서 개념화한다. 즉 아비투스는 일정 방식의 행동과 인지, 감지와 판단의 성향체계로서 개인의 역사 속에서 개인들에 의해서 내면화(구조화)되고 육화되며 또한 일상적 실천들을 구조화하는 양면적 매커니즘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말로 굳이 번역하자면 실천감각정도로 할 수 있으나 습관이나 습성과는 구별된다. 부르디에에 따르면, ‘습관은 반복적이며, 기계적이고 자동적이며, (생산적이기보다는) 재생산적인 데 반해서, 아비투스는 고도로 생성적이어서 스스로 변동을 겪으면서 조건화의 객관적 논리를 생산하는 경향이 있다. 아비투스는 역사에 의해 생산되는 창안의 원칙이면서도 역사로부터 (상대적으로) 벗어난다.

 

- 피에르 부르디에, 구별짓기 () 13

 

역자 최종철씨는 아비투스를 굳이 번역하자면 실천감각이라 했으나, 번역하지 않는 편이 낫지 않을까. 아비투스의 개념이 탁월한 점은 그것이 실천감각이기 때문이라기보다는 그것이 개인의 내면에 구조화되고 육화되어 있음을 통찰해냈기 때문이다. 즉 아비투스가 의식적으로 작동될 때 보다는 무의식적으로 작동될 때 섬찟하다.

 

최근에 귀가 고장나 이비인후과에 갔었다. 대기실에 미모의 아줌마가 눈에 띄었다. 아줌마옆으로 남편으로 보이는 남자가 앉아 있었다. 자연스런 한국말 때문에 몰랐지만 자세히 보니 동남아인이었다. ‘뭐가 부족해 동남아 남자랑 결혼을 해라는 생각하고 있는 나를 보며 소스라치게 놀랐다. 입으로는 평등을 말하면서 나는 국가에 따른 보이지 않는 계급을 상정하고 있었던 것이다. 한국 남자들, 정신 바짝 차리지 않으면 가부장제의 아비투스에서 결코 벗어날 수 없다. 아비투스는 생각과 상관없이 이미 우리의 몸에 새겨져(육화)있기 때문이다.



 

카를 융과 <뷰티풀 마인드>, 내 안의 메피스토펠레스와 사랑에 빠지다.

 

그 후 나는 진지한 아이가 되었다. (...) 라틴어 문법책을 가지고 와서 집중하여 열심히 공부하기 시작했다. 10분 뒤에 나는 기절 발작을 일으켰다. 나는 의자에서 떨어질 뻔했으나 몇 분이 지나자 상태가 다시 좋아져 공부를 계속했다. “빌어먹을, 졸도 따위는 하지 않을거야. ” (......)그렇게 10분이 지나서 두 번째 발작이 일어났다. 이것도 첫 번째 발작과 마찬가지로 지나갔다. “, 이제 정말로 너는 공부해야만 해!” 나는 꾹 참아냈다. 한 시간 후에 세 번째 발작이 일어났다. 그래도 나는 포기하지 않고 발작을 이겨냈다고 느낄 때까지 한 시간을 더 공부했다.


(...)몇 주 후 나는 다시 학교로 돌아갔다. 학교에서도 더 이상 발작은 일어나지 않았다. (.....)그 수치스러운 사건 전체를 조정해 온 것은 바로 나 자신이라는 사실을 분명히 알게 되었다. (.....)다른 누구 탓도 아니다. 나 자신이 가증스러운 탈영병이었다!

 

- 칼 구스타프 융, 조성기 역, <기억 꿈 사상>, 김영사, 66~67

 

아들러와 마찬가지로 융 역시 트라우마를 인정치 않는다. 트라우마는 현재의 상태를 합리화하려는 마음의 질병이다. 고통은 이겨낼 수 있다. 비현실적인 긍정주의와 마찬가지로 비관주의 역시 우리의 삶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뷰티플 마인드>의 주인공 존 내시가 정신분열증 환자로 자신을 정의내렸더라면 과연 그는 훗날 노벨상을 수상할 수 있었을까.




 

가스통 바슐라르와 원령공주, 창조적 몽상은 너와 나의 다름에서 시작된다.


단순한 인상주의와 몽상에 기반을 둔 주관성을 어떻게 구분하느냐 (.....)이 문제에 대한 바슐라르의 대답은 자신에게 충실하기이다. 인상주의는 사물의 겉만을 받아들인다. 그러나 바슐라르는 몽상을 통하여 사물의 내면을 들여다보기를 원한다. 인상주의는 자신에게 최초로 전달되는 정보를 중요시한다. 그것은 다음 정보를 기다리지 않고 판단을 내린다. 그러나 바슐라르는 최초의 인상을 받아들이지 않는다. 그는 오히려 최초의 인상이 사라지기를 기다린다. 혜안의 눈을 가진 몽상이 시작되는 것은 이 최초의 인상이 걷힌 다음이다. 인식의 오류를 경계하기 때문이다. 이 혜안은 사물의 깊이를 보고자 하는 눈이다. 몽상가의 혜안은 최초의 경험이 지나간 후라야만 제대로 볼 수가 있다. 문학적 몽상의 활동은 텍스트를 충실하게 다시 읽을 때에만 비로소 시작되기 때문이다. 진정한 문학은 두 번째 독서에 있다고 바슐라르는 말하고 있다.

 

-홍명희, <상상력과 가스통 바슐라르>, 살림, 63

 

몽상가에게 지독한 혜택을 주는 몽상 속의 상상세계는 자기 아니마를 위해 이루어진다. 아니마는 언제나 단순하고 조용하고 계속적인 삶의 피난처이다. 그래서 융은 나는 아니마를 단순히 삶의 원형이라고 규정했다고 말할 수 있었던 것이다. (..)지식을 찾지 아니하고 삶, 단순한 삶을 꿈꾸는 사람은 여성성으로 기운다. 아니마 주위로 집중하면서, 몽상은 몽상가가 휴식을 발견하는 것을 도와준다. 가장 좋은 우리의 몽상은, 남자건 여자건, 우리 저마다의 속에 있는 우리의 여성성에서 나온다. 그것은 부정할 수 없게 여성성의 흔적을 갖고 있다. 우리 속에 여성적 존재가 없다면, 어떻게 우리가 쉴 수 있을까?”

 

- 바슐라르, 김현 역, <몽상의 시학>, 홍성사, 108

 

그래서일까. 미야자키 하야오의 주인공들이 대개 소녀인 것은. 바슐라르의 몽상속에 가장 아니마적인 세계는 하야오의 애니매이션이 아닐까.

 

원령공주 아무리 숲이 살아나도, 이젠 더 이상 시시신의 숲이 아니야.....시시신은 죽었어.

아시타카 시시신은 죽지 않아.......시시신은 생명 그 자체거든. 그는 삶과 죽음을 모두 갖고 있지

           내겐 삶을 돌려주셨어.

원령공주 난 널 좋아하지만, 인간은 용서 못해.

아시타카 그래도 좋아. 너는 숲에서, 나는 타타라 마을에서.

           우리 그렇게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자. 더 좋은 마을을 세우자.

 


 

나의 수줍은 램프를 격려하려고

광대한 밤이 그 모든 별들을 켠다.

 

- 타고르, <반딧불>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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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곰생각하는발 2016-10-05 11: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네요. 이 정성어린 페이퍼. 굿입니다..

시이소오 2016-10-05 11:39   좋아요 0 | URL
ㅋ 제 정성을 알아봐 주시다니, 감사합니다 ^^

푸른희망 2016-10-05 16:0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페이퍼 너무 좋아요 어떻게 표현할 수가 없네요~

시이소오 2016-10-05 16:16   좋아요 1 | URL
책이 좋은거죠. 아무튼 좋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

나와같다면 2016-10-06 12:1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너무 멋진 글입니다.. 생각이 흐름이 이렇게 진행될 수도 있군요!!

아.. 그리고 저 얼마전에 `굿 윌 헌팅` 재개봉 보구 왔어요..

시이소오 2016-10-05 20:03   좋아요 1 | URL
책이 좋은거죠. 저는 정리만. ㅎㅎ굿윌 헌팅이야말로 멋진 영화죠 ^^

나와같다면 2016-10-05 20:0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굿 윌 헌팅..

전에 내게 했던 말을 생각해봤어
내 그림에 대해서 했던 말
그 생각에 한참 잠을 못 이루었지
그러다 갑자기 뭔가 깨닫고는 그대로 깊고 편한 잠을 잤어
너에 관해 완전히 잊은채 말이야
그게 뭐였는지 아니?

나와같다면 2016-10-05 20:0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너도 완벽하지 않아
인간은 불완전한 서로의 세계로 서로를 끌어들이니까
˝너도, 그녀도 완벽하지 않아˝
˝중요한 건 과연 서로에게 얼마나 완벽한가야˝

시이소오 2016-10-05 20:08   좋아요 1 | URL
대사를 외우시는건가요?
나와같다면 님이야말로 멋지십니다 ^^

jeje 2016-10-05 23:0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몇주전부터 굿윌헌팅 을 다시보고싶어서 올레티비에서 검색해봤는데 없더라구요. 그래서 잠시 잊고 있었는데,
시이소오님 페이퍼보고 다시 볼방법을 찾고 있습니다. 하하.

시이소오 2016-10-06 00:55   좋아요 1 | URL
제제님. 저도 찾아서 다시 보고싶네요 ^^

2016-10-06 10:4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10-06 12:2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10-06 12:43   URL
비밀 댓글입니다.

시이소오 2016-10-06 13:58   좋아요 0 | URL
응원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