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주말은 몇 개입니까
에쿠니 가오리 지음, 김난주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04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에쿠니 가오리의 결혼 생활을 잔잔한 어조로 써내려간 산문집.

에쿠니 가오리의 남편은 평범한 회사원이다.
매일 아침 똑같은 시간에 허둥지둥 출근하고,
매일 밤 피곤에 지쳐 퇴근해서는 꼼짝도 하기 싫어하고,
집에서는 하루 종일 TV를 틀어 놓는
그런 평범한 남자.

내 옆자리에 앉는 신입사원 B가 물었다.
" 대리님은 어떤 남자가 좋으세요?
대리님 홈피 봤는데요....남자도 책도 많이 읽고 글도 쓰는...그런
남자 좋아하세요?"

뜬금 없는 신입사원의 질문에 좀 당황했었다.

가끔.... 이런 질문을 듣는다.
글쓰는 사람이나 예술하는 사람을 만나는게 어떻겠냐고?

대답은....No.

난 그냥 무던한 남자가 좋다.
규칙적인 일을 하는 평범한 남자.

에쿠니 가오리는 결혼을 하고 나서야 주말을 좋아하게 된다.
혼자 일을 하는 작가라는 특성상,
에쿠니 가오리에게는 주말이라는 개념이 없었다.

매일 일정한 시간에 출근하고 밤 늦게 퇴근하는,
평일에는 개인 시간이 전혀 없는,
즉 평일에는 둘이 같이 있는 시간이 거의 없는 남자랑 결혼을 해서 살면서,
주말을 기다리게 되고 주말을 좋아하게 된다.

결혼을 하고 몇년 동안 한번도 혼자 여행을 간 적이 없었던 에쿠니는
혼자 가는 여행을 계획하고 남편에게 말한다.

"나 ,9월에 여행할 거야."
양복과 넥타이,와이셔츠와 양말을 여기저기 벗어던지던 남편이,
옷을 벗다말고 어안이 벙벙한 표정으로 나를 보며 이렇게 말했다.

"그럼 밥은?"

이번에는 그 말을 들은 내가 어안이 벙벙했다.
밥?
몇초 동안, 둘 다 말이 없었다.그리고 간신히 내가 말했다.

"밥? 첫 마디가 그거야?"

지금 외출을 하는 거라면 몰라도 앞으로 몇 달 후에 여행을 간다는데, 그 말을 듣고 처음 하는 소리가 어디?가 아니고,며칠 동안이나?도 아니고 밥은?이라니.

나는 나의 가장 큰 존재 가치가 밥에 있다는 소리를 들은 것만 같아 슬펐다.
(p45)

이 책에서 가장 와닿았던 부분이 바로 "밥"이다.
아....결혼은 생활이구나.
"부인의 부재 = 밥의 부재"라는 공식이 성립되는 생활의 장. 아하!

황당하지만...한편으로 이해도 된다.
결혼이라는건...상대방의 "기능(?)"과 "역할"에 상호의존하면서 유지되는 걸테니까...

이런 상상을 해본다.

극심한 스트레스와 우울증에 시달리는 회사원 남편이
전업주부인 아내에게 이렇게 말한다.

" 나....회사 그만 두고 공부를 하고 싶어."

이럴 때,
" 그래? 어떤 공부가 하고 싶은데? "

이렇게 묻는 아내가 얼마나 될까?

"그럼 아파트 대출금은 어떻게 갚아?"
이렇게 묻는 여자가 훨씬 많지 않을까?

그래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행 간다는데 첫마디가 "밥은?" 이면 정말 기분 나쁠 것 같다. ㅎㅎ

정말 나는 몰랐으니까.남자란 존재가 얼마나 좋은 것인지도.
연인과 함께 지내는 밤의 달콤한 친밀감이 아니라,
그저 함께 자는 남자의 팔이 얼마나 편안한 것인지.
(p55)

나도...모른다.알 수가 없다.
매일 함께 자는 남자의 팔이 얼마나 편안한 것인지...
남자의 팔이 얼마나 편안한지 알기 위해서...결혼을 해봐야 하나? 음하하...

에쿠니 가오리는 말한다.
티격태격 싸우면서도 척 들러 붙어 자는 것이 결혼생활이라고....

여성지에 연재했던 글들을 모은 산문집인 만큼,
에세이 하나하나가 말랑말랑하고,
결혼생활이라는 것이 참으로 "낭만적"으로 서술되어 있다.

그냥...가볍게,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산문들이다.
이 책, 남자가 읽으면 재미있을 것 같다.
아하! 결혼한 여자는 이런 생각을 하는구나...어렴풋이나마 느낄 수 있을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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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11-27 08:15   URL
비밀 댓글입니다.

moonnight 2005-11-27 10: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재미있게 읽었던 책이에요. 절절한 사랑끝에 결혼에 골인해도 밥해주는 사람과 돈벌어다주는 사람으로 보이게 되는 것이 결혼인가 싶지만 뭐, 그렇게 서로의 생활이 되어주는 것이 행복인 거 같기도 하고. 그래요. 흠. 완전한 이해를 위해선 결혼해봐야 되겠지만요. ^^;;;

모과양 2005-11-27 10: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읽어보고 싶게끔 차분하게 리뷰를 잘 쓰셨네요. 추천했습니다. ^^

플레져 2005-11-27 10: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모진말과 달콤한 말이 동시에 튀어나올 수 있는 상황, 결혼이죠 ^^
그니깐... 팔베개는 아주 편하고 좋습니다! =3

야클 2005-11-27 13: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 팔베게 해주면 생각 보다는 저리고 힘들다던데..ㅋㅋㅋ
2. 비싼 도자기 깬 아이에게 첫마디가 "안 다쳤어?"가 아니라 "아니 이게 얼마짜린데..."하는 엄마가 있듯이, 말이란게 참....

천리향 2005-11-27 16: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결혼 전에는 혼자서 참 잘 놀았는데
결혼 하고 나서 언제부턴가 남편이 없으면
집에 있기도 싫고 혼자 나가기도 싫고 뭘 해도 재미가 없고...그렇게 변하대요.

함께 자는 남자가 제 팔을 참 편안해해요 -.-

마태우스 2005-11-27 20: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성=밥..... 정말 황당하지만, 저 자신도 아마 그렇게 말했을지 모르겠네요. 바르게 살도록 하겠습니다.

거친아이 2005-11-27 22: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리뷰 잘 읽었습니다^_^

드팀전 2005-11-28 09: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건 비밀인데....결혼...좋아요.ㅆㅆ
근데 불만도 있어요.전 음악을 몰입해서 들을 수 있는 시간이 거의 없어졌다는 게 불만입니다.CD는 꾸준하게 늘고 있는데 자주 들을 수가 없어요.ㅠㅠ 좀 집중해서 10여분 듣고 있으면 마눌님이 그럽니다. "자기야...저기 빨래 걷어다줘 " ..."우씨..알았어"....또 조금 들을라 그러면 "자기야...음식쓰레기 버려야되는데" ..."으으으..알았어".... 다시 손 닦고 와서 또 10여분쯤 듣고 있으면 "자기야..우리 산책가자?" .."나 산책가기 싫은데..나 음악듣고 싶은데.." "난 자기 일하러 가면 ..매일 혼자노는데 주말에 함께 노는게 그렇게 억울하냐? ..산책이 얼마나 좋은데 빨리가자"... "끙..궁시렁궁시렁..진짜 가기 싫은데..궁시렁궁시렁" 터벅 터벅.....
이게 지난 주말이야깁니다.결국 주말에 교향곡 한 악장도 귀 기울여 듣기 힘들다니깐요.ㅠㅠ 예전에 어떤 음악선생이 모짜르트의 레퀴엠을 방해받지 않고 듣고 싶어서 고속도로로 부산-대전을 왔다 갔다는 이야기를 하던데..나두 그래야하나..ㅠㅠ

코마개 2005-11-28 12: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팔베개 하고 잠을 어지 편히 자오. 심장 박동이 다 느껴지는데.
남자가 좋다니..헉.
어제 신랑이 "자기는 인생이 괴롭고 지겨워?" 그러더군요 "어" 했더니
"그럼 내가 그 고통을 조금이라도 덜어주고 있어?" 라고 묻는데 답변을 한참만에 했어요. 순화시켜 말하느라.
"어, 아주 간혹 고통을 덜어 줄 때도 있지만 대부분은 자기로 인해 고통스러워"
"음. 자기의 말뜻을 잘 알겠어." 침묵~
참 결혼이라는게 난해합니다.

2005-11-28 17:32   URL
비밀 댓글입니다.

kleinsusun 2005-11-29 00: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moonnight님, 맞아요, 완전히 이해하기 위해선 그....그러니깐...결혼을 해봐야 해요.수업료가 참 비싸네요.음하하하.

모과양님, 안녕하세요! 첫인사인 것 같아요. 앞으로 자주자주 만나용!^^

플레져님, 부러워요.팔.베.개. 지금쯤 팔베개 베고 스르르 잠들고 계신가요? 우와~부러버라.^^

kleinsusun 2005-11-29 00: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야클님, 저리다던데....하지 마시고, 직접 한번 체험해 보시고 체험담을 얘기해 주세요! ㅎㅎ 내년이면 들을 수 있나요? ^^
야클님은 아내가 "나 여행갈꺼야." 그러면 뭐라고 할껀가요? ㅎㅎㅎㅎㅎ

지노님, 여기 자랑 페이퍼 아닌데.....ㅎㅎㅎㅎㅎ
음....함께 자는 남자의 팔의 편안함, 또는 제 팔의 편안함(가능할까요? 몸부림이 심해서...ㅎㅎ)을 저도 느껴보고 시퍼요.근데...언제쯤? ㅠㅠ

마태님, "바르게 살도록 하겠습니다." 읽고 한참 웃었어요.
마태님의 유머는 항상 빛 나요. 반짝 반짝...오늘처럼 비오는 날도...ㅎㅎ


kleinsusun 2005-11-29 00: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거친 아이님, 감사합니당.

드팀전님, 드팀전님이 좋다면...정말 좋은거군요. 도대체 얼마나 좋은 것이길래....ㅎㅎ (근데 왜...비밀이라면서 "서재주인에게만" 안해요? 음하하)
음악을 들으시려면 마눌님에게 혼자 여행 갈 자유를 한번 선물하시죠. 쿨~하게! ^^

강쥐님, 헉....남편이 충격 받지 않았을까요?
강쥐님의 페이퍼에서 문득문득 행복함이 느껴지던데....
음....인생선배(결혼 먼저 한 분들은 다 선배죠.^^)로서 많은 지도편달을 부탁드립니당.^^

천리향 2005-11-29 12: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흐미, 자랑할라꼬 한 말은 아인디요.
걍 제 팔이 냄팬꺼보담 두껍해서 쿠션이 좋다는 말을 하......
아침에 눈 떠면 항상 거꾸로 누워있는 것은 왜 그럴까요?

kleinsusun 2005-11-29 12: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헉....지노님, 저도 그래요. 예측 불허....ㅎㅎ
점심 맛있게 드셨어요? 전....오늘도 넘 많이 먹었어요.ㅠㅠ

야클 2005-11-29 13: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내가 "나 여행갈꺼야." 하면.....

1. 곰탕은 끓여놨어?
2. 나도 따라가면.....화낼거지?
3. 어? 정말? 야~~ 방학(?)이다!
4. 여행? 어디로 가는데? 혼자 갈려구?
5. 농담이지?
6. 9월에 간다구? 10월이면 나도 같이 갈 수 있는데....(6-1.나도 10월엔 혼자갈거야 6-2. 10월에 같이 가면 안될까? 등등..)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도 "이 안에 답없다" 그때 닥쳐봐야 알 수 있을듯.^^

2005-11-29 16:21   URL
비밀 댓글입니다.

kleinsusun 2005-11-30 07: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호홋, 야클님.....이런 사태(?)에 대해 상상해 보신 적이 있으신가요?
답안이 5지 선다를 넘어가는군요. 와....대단합니다.
근데...정답이 끝에 있네요. 닥쳐 봐야 알 수 있다.ㅎㅎ

드팀전 2005-12-02 09: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zzz....여행 혼자 보내고 싶어요....근데 혼자 안가요 절대.좀 가라고 그러면...마눌님 왈 "같이가야지" "너 나 보내 놓고 나쁜짓할라 그러지?" 이런 분위기...케겡겡...
예전에 연애할때는 혼자도 여행 잘 다니고 그러더니....저야 그때도 뭐라안했고 지금도 뭐라 하진 않을 듯 합니다.돈 모아서 보내줘도 이젠 혼자 안갈려 할 듯.....ㅜㅜ
와이프여행가면 ...와...내 세상이다.열나 집도 어지르고 열나 컴퓨터도 하고 ...열나 음악도 듣고...혼자 바에 가서 술도 먹고....ㅜㅜ 그러나 오늘도 땡하면 집나와서 땡하면 들어가야 하는...나는 멋쟁이 남편 ㅜㅜ ㅎㅎㅎ (울다가 웃으면...그게 인생이지 뭐...)

kleinsusun 2005-12-02 12: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드팀전님, 멋있당.
드팀전님 처럼 cool한 남자랑 결혼해야 할텐데....음하하하하. 휘리릭~

DJ뽀스 2006-06-02 12: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에서 가장 인상적인 구절이 그거였죠!
'밥은?"
ㅋㅋ
 
인생 9단
양순자 지음 / 명진출판사 / 2005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2주 전, 토요일.
12시 조금 넘어서 반가운 전화가 왔다.
마드리드에 있는 사랑하는 L언니.
내가 이 세상에서 가장 좋아하는 친구이자,
또 나를 제일 잘 알고 이해하는 몇 안되는 사람 중 한명이다.

수선 : 언니, 근데 지금 몇시야?
L 언니 : 새벽 4시야...잠이 안와.
계속 뒤척이다가 아예 자는거 포기하고 책 읽고 있었어.
수선 : 우째...피곤하겠당. 근데 무슨 책 읽어?
L 언니 : 인생 9단.
수선 : 뭐? 인생 9단? 음하하. 그런 책도 있어? 누가 쓴건데?
L 언니 : 양순자. 할머니가 쓴 에세인데, 읽을만해.
배울만한 점이 많아.너도 한번 읽어봐.

이렇게 해서....
나는 <인생 9단>이라는 약간은 우스꽝스러운 제목의 책을 알게 되었고,
온라인 서점에서 저자 설명도 기사도 읽지 않고 덜컥 주문을 했다.

사실...책에 대한 기대는 없었다.
그저 사랑하는 L언니와 공감대 하나, 이야기 거리 하나 더 만든다는 생각에 기쁜 마음으로 책을 주문했다.

언제나처럼 사무실에 택배가 도착하고,
살짝꿍 설레이는 마음으로 상자를 뜯고,
책의 첫장을 폈을 때,
난 좀...당황했다.

책이....반말로 써있었다.
" 곰곰히 생각해 보라구."
" 이 할머니한테 얘기 한번 들어 볼테야?"
" 잘 듣고 그대로 해봐."
뭐 이런 식으로....

이 책의 concept은 할머니가 들려주는 인생 이야기,
인생 9단이 들려주는 인생을 지혜롭게 살아가기 위한 "인생 공식".

저자는 스스로를 "할머니"라 칭한다.
" 얼마나 좋아? 이 할머니가 미리 겪어 보고 말해주쟎아....."

내 머릿속에 "할머니"라는 개념은 적어도 여든은 된,
영화 <집으로>의 그런 연로한 할머니까지는 아니더라도,
누구나 포근하게 "할머니!" 라 부를 수 있는 그런 이미지였다.

스스로 "할머니"라 자칭하는 저자 양순자 할머니.
잠시 저자 소개를 보자.

1940년생. 서울구치소 교화위원으로 29년 동안 사형수 상담을 담당했다. 법무부 교정대상(박애상), 국무총리 인권옹호상, 법무부 장관상 등 수상한 바 있으며, 2005년 현재는 안양교도소 정신교육 강사, 양순자심리상담소 소장으로 있다.

40년생이 꼭 할머니로 불려야 하나?
그것도 스스로를 "할머니"라 불러야 하나?

책의 내용을 떠나
계속 되풀이 되는 " 이 할머니가 하는 말 잘 들어봐." 가
무진장 불편하고 거북했다.

내가 생각하기에...
40년생은 절대 할머니가 아니다.

새로운 사랑에 빠져 설레일 수도 있고,
자신의 일에서 그 빛을 발휘하며,
여자로도 여전히 매력적인 그런 나이다.

훌륭한 연기자로도 모자라 재테크 강사로 이름을 떨치는
전원주 - 1939년생

그녀의 연기를 보고 도대체 몇번을 울었던가?
여전히...너무도...아름다운,
또 <꽃으로도 때리지 말라>의 저자
김혜자 - 1941년생

에너지가 넘치는, 그러면서도 절제된 연기를 하는
<엄마는 오십에 바다를 발견했다>의 주인공, 최고의 연극배우
박정자 - 1942년생

여전히 아름다운, 늘 새로운 여행을 꿈꾸는,
여행 다큐멘터리에 열광하는, 너무도 사랑스러운
우리 엄마 - 1947년생

나이가 들수록 중후한 매력이 넘치는 신사복 모델들 처럼,
여자도 나이가 들수록 매력적일 수 있다는걸 증명한,
너무도 아름답고 세련된,
우리 이모 - 1948년생.

누가 전원주나 김혜자, 박정자를 "할머니"라고 부를까?
몇년 후, 우리 엄마나 이모가 스스로를 "할머니"라고 부르면서
"훈화 말씀"을 하시려 할까?

어제 미장원에서 머리를 하면서 이 책을 다 읽었다.
( 워낙 행간 간격이 크고, 거기에 삽화도 아닌 소도구 사진컷 까지 대량 들어가 있어서
금~방 읽는다.)

어시스트 언니가(어려 보이는데, 아들이 고등학생이라고 함)
책에 관심을 보이기에, 다 읽은 책을 그 언니께 드렸다.

"이거 정말 저 가져요?"
뜻밖에도....그 언니는 너무도 좋아라하며
책을 안고 다니며 디자이너들과 다른 스텝들한테
" 저 책 선물 받았어요!" 하며 자랑을 했다.

그 순간 난...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다시 안볼 책이라 드린건데....양심에 찔렸다.
언젠가 내 책이 나온다면 꼭 한권 선물해야 겠다고 생각했다.

내가 너무 삐딱한걸까?
인생 지혜롭게 살라고 인생 9단 할머니가
구구절절 좋은 말씀을 해주시는데,
감동을 하기는 커녕 불편하고 거북해 하다니....

인생 9단 할머니는 말씀하신다.
"식모나 머슴 될 자신 없으면 결혼하지 마"
"당신을 귀하게 여기는 것부터 시작해"
"팔자 바꾸고 싶다고? 생각부터 바꿔" 등등....

처세술 책은 기본적으로 모두 같다....고 생각한다.
그러니...이 책을 읽으면서
<모리와 함께한 화요일>에서와 같은 잔잔한 감동을 받을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비록 삐딱한 나는 불편했지만,
기쁘게 책을 선물 받은 그 언니가 행복하게 읽어주셨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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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드무비 2005-11-26 18: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리 엄마를 사드리나 어쩌나 나왔을 때 잠시 고민했던 책인데.
자신을 할머니라 칭하면서 말끝마다 한 수 가르쳐 주려는
책이라고요?
좀 거시기하네.ㅎㅎ
그리고 40년생이 할머니가 아니라고 딱 부러지게 말하는 수선님,
덕분에 저도 할머니가 되려면 엄청난 세월을 벌었군요.ㅎㅎㅎ

2005-11-26 18:37   URL
비밀 댓글입니다.

야클 2005-11-26 20: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럼 36년생인 우리 어무이도 아직 할머니가 아닌가베??? ^^
그나저나 수선낭자, 책 언제 나와요? 진행은 하고 있는건가요?

바람돌이 2005-11-26 21: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 친정 어머니가 40년생인데 우리집 아이들은 할머니라는데....^^
근데 진짜 수선님 책은 작업하고 있는건가요. 기대돼요. ^^

kleinsusun 2005-11-26 22: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로드무비님, 엄마께 선물하기는....좀 아닌 책 같아요.
로드무비님 어머님은 인생 10단이 아니실까요?^^
참고로, 이 책은 인생 9단 할머니가 젊은 사람들에게 들려주는 얘기랍니당.

야클님, 그럼요.할머니가 아니죠!!! 누가 만약 할머니라고 부르면 제게 일러 주세요.ㅎㅎ 참....책은.....내년으로 연기했어요.ㅠㅠ

바람돌이님, 아...바람돌이님 어머님이 인생 9단 할머니와 동갑이시군요.
바람돌이님 아이들은 할머니라고 부를 수 밖에 없죠.ㅎㅎ
근데...책은요....내년으로 넘어갔어요.ㅠㅠ

글샘 2005-11-27 00: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저 책 한번 딱 펴보고 도서관에서 쳐다도 안보고 있습니다만...
음... 내년에 살 책이 한 권 생겼군요. ㅎㅎㅎ 집필중이신가요?
저도 태어나서 첨이자 마지막으로 책을 남긴 적이 있었죠.(이러면 속을 듯... 제 이름 석자가 떡하니 박힌... 석사학위 논문이라고..ㅠ.ㅠ)
리뷰를 읽어 보니 안읽긴 잘 한 거 같네요.
우리도 슬슬 할머니, 할아버지가 되어가고 있지 않나요? 절대적 시간으로...

kleinsusun 2005-11-27 01: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글샘님, 헉...."우리도" 란 우리 모두, 알라디너 모두를 말씀하시는거죠? ㅎㅎ
저 아직...아줌마도 안 되었는데 벌써 할머니가 되어가고 있으면 우째요??? 흑흑.

moonnight 2005-11-27 10: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럼요. 40년생은 저얼대 할머니가 아니죠. 이십년생이신 환자분께서 치료받으러 오시는데 분명 할아버님인 그 분도 얼마나 멋쟁이에 젊게 사시는데요 ^^ 처세술에 관한 책은 왠지 읽기가 싫어요. -_-; 호호. 저도 수선님 책 기다리고 있답니다. 열심히 써주세요!! ^^

kleinsusun 2005-11-28 07: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moonnight님, 좋은 아침입니당. 어제 푸~욱 잤더니 과음 후 쓰린 속을 잡고 맞이했던 지난주 월욜 대비 컨디션 최상입니당.ㅎㅎ
그죠? 40년생은 할머니가 아니죠? 계속 "이 할머니가..." 하는데 상당히 거북하더라구요. ^^
오늘 하루도 즐겁게 보내세용!
 

아.... 마실 땐 좋았는데....

어이 없게도,
미련 하게도,
엄청 나게도,
일요일 밤에 과음을 하고 체력적으로 힘든 월요일을 보내고 있다.

아......이 얼마나 완벽한 회사원의 자기 관리인가?

얼굴이 부~하다.
대낮에 달이 뜬것처럼 동그랗다.

해장을 위해 친한 선배랑 둘이서 순대국을 먹었다.
옆 테이블에서 반주로 소주를 마시는 아저씨들을 보니
보기만 해도 속이 좋지 않았다.
그 초록색 이슬을 보기만 해도.... 헉....

같이 마신 후배랑 전화를 했다.
"우리 왜 그렇게 많이 마셨지?"
"누나가 주도했쟎아요. 잔까지 돌리고... 누나가 먼저 달렸다니깐...."

헉..... 신입사원 때 제일 싫었던 게 잔 돌리는 선배들이었는데...

그래도....
어젠 재미있었다.
재미있어서.....후회는 없다.ㅎㅎ

어제 꼭 크리스마스 같았다.
같이 마신 6명 모두 약간씩 들떠 있었다.
6명 모두 출근을 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곧 월요일 아침이 온다는 걸 모르는 척 마셨다.

처음엔 맥주나 한잔 하려고
우아하게 모여 앉아 드라이 아이스가 뭉게뭉게 피어나는 흑맥주를 마셨다.
분위기가 무르익자 자리를 옮기기로 하고, 한국의 전통 소시지 곱창을 먹으러 갔다.
곱창집에서 빨간색 앞치마를 사이 좋게 두르고
이슬을 들이켰다. 쭈~욱

그것도 모자라.....
감자탕을 먹으러 갔다. 헉....
그 엄청난 열량을 생각하니....
그 엄청난 열량은 지금쯤 무엇이 되어 있을까?

덕분에....
오늘 극기의 정신자세로 일어나
아침으로 콜라를 마셨다. 벌컥벌컥.

어제의 전사들 모두 이번 한주 즐겁게 보내길...
그들의 시작은 힘들었으나
그들은 주말은 즐거우리라.....

즐거운 한주의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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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클 2005-11-21 14: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니 일요일 밤에 술 많이 먹는 간 큰 회사원이 있단 말입니까? ^^

kleinsusun 2005-11-21 13: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게 말이예요. ㅎㅎ
야클님은 모범적인 일요일밤 보내셨죠?

야클 2005-11-21 13: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흠흠... 뭐 저야 모범적으로 보냈죠....
그런데 꿈인듯 생시인듯 선녀들과 술을 마신것 같기도 하고. 꿈에 내가 산타가 되었던 것 같기도 하고. ^^

코마개 2005-11-21 14: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 쓰린 배를 움켜 쥐고 "내가 다시 술마시면 인간이 아니다."를 되뇌이다가, 오후 3시 넘어서면 서서히 몸이 깨어나면서....6시쯤 되면 누군가 "우리 한잔 할까?"하면 "그럴까?"하는게 순리입니다.
그렇게 안주빨을 세우고 아침에 콜라까지. 아마 똥배로 몰려갔을 겁니다.
전 어제 빕스에 가서 점심을 먹었는데, 옆에 테이블에서 먹던 가족때문에 그 구경하느라 정작 잘 못먹었어요. 아줌마가 메인 메뉴도 없이 셋다 샐러드만 시켜서는 5분에 한번씩 음식을 가져오며 매우 전투적으로 입으로 쓸어넣는 차력쑈를 보여주는 바람에....

kleinsusun 2005-11-21 14: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야클님이 꿈에서라도 선녀를 만났다니 얼마나 기쁜지 몰라요.호홋

강쥐님, 강쥐님은 항상 넘 정곡을 찔러....ㅎㅎ 가끔씩 좀 비켜가기도 하쥐....음하하하. 빕스 샐러드 바에 별로 먹을께 없던데.... 옆에 가족들은 확실하게 식사를 했군요.ㅎㅎ 강쥐님은 많이 안드셨어요?

플레져 2005-11-21 14: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모인 김에 마셔야 되요, 수선님 ㅎㅎㅎ
잘 하셨다고, 부럽다는 소감 전해요 ^^

2005-11-21 14:10   URL
비밀 댓글입니다.

kleinsusun 2005-11-21 14: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플레져님, 그죠? 식구들한테는 혼나고 플레져님한테는 칭찬 받고...ㅎㅎ
플레져님하고도 한잔 했으면 하는 작은 소망이 있어요.^^

2005-11-21 14:26   URL
비밀 댓글입니다.

moonnight 2005-11-21 14: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흐흐. 일요일 밤. 참지 못하고 한 잔 하셨군요. ^^; 전 이제 왠만하면 일요일은 금주입니다. 나이가 드니 -_- 숙취해소에 걸리는 시간이 너무 길어져서용. ;; 우리 씩씩한 수선님. 지금은 회복기로 접어드셨음 좋겠네요. 월요일 마무리 잘 하시길 ^^

2005-11-21 14:35   URL
비밀 댓글입니다.

kleinsusun 2005-11-21 14: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moonnight님, 저도 왠만하면 일요일엔 안 마시는데 어제 그렇게 되었네요.
그래도 오늘은 운 좋게 울 상무님, 팀장님 다 출장이라 호출이 없네요.
평화로운 월요일....아싸~

천리향 2005-11-21 15: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흐미 부러운 거...
저는 1주일 전부터 시원하면서도 거품이 부드러워서
꿀떡꿀떡 마시면 입가에 거품이 하얗게 묻는 맥주가
미치도록 마시고 싶고 있는 중이여요. 근데 마시면 안되요ㅠ.ㅠ
히히 사실 토욜날 술 퍼마시고 일욜날 날도 좋은데 놀러도 몬 가고
숙취에 시달리면서 침대에서 떼굴거리는 거보담
일욜날 밖에 나가서 실컷 놀고 밤새 술꺼정 마시고
월욜날 직장에서 숙취해소하는 것이 여러모로 불량직장인에게는 권할 만한......

흠흠 과장님과 전무님이 부르실 때가 됐는데...-.-

kleinsusun 2005-11-21 15: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하하하.지노님은 넘 예리하셔.....ㅎㅎ
아플 때 휴가는 절대 안쓴당. 휴가는 즐거움을 위해!!! 저도 이렇게 생각하지요.ㅎㅎ

mannerist 2005-11-21 16: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흐흐. 주말음주가무후 칼출근후 업무땡땡이야말로 낭만회사원의 자세 아니겠슴까. 저도 kleinsusun님같은 회사원이 될 테야요~ 이힛~ ^_^o-

kleinsusun 2005-11-21 16: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칼출근이라니.....30분이나 일찍 왔어!
집에서 6시 30분에 나왔는데 해도 안 떴더라구. 내가...체력이 쫌 좋아.음하하하.

파란여우 2005-11-21 17: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수선님/다 그렇게 사는게 세상 아닌감유? 흐흐흐
-화려한 과거지사에 휘청거리는 파란여우-

kleinsusun 2005-11-21 17: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파란여우님, 아직도 힘들어용.에쿠...퇴근시간이 다가오네요. ㅎㅎㅎㅎㅎㅎㅎ

울보 2005-11-21 17: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런데 아침에 콜라를 드세요,,
속이 괜찮나요,,
오늘은 일찍퇴근하시고 집에서 푹쉬세요,,

kleinsusun 2005-11-21 18: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울보님, 아침에 넘 갈증이 나서 콜라를 벌컥벌컥...
과음하면 디따 갈증나쟎아요 ㅎㅎ
네, 전 일찍 퇴근합니다. 울보님도 맛있는 저녁 드세용!

이리스 2005-11-21 23: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_^

kleinsusun 2005-11-22 08: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낡은구두님, 왜 웃으셔용?ㅎㅎ
아...힘든 월요일 잘 넘겼네요. 행복한 화요일 보내세요!^^

끼사스 2005-11-22 09: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크리스마스 같았던 일요일 밤>이라… 하루키 단편 같은 분위기네요. ^^ 좋은 화요일 되세요. - 해장라면 때리면서

kleinsusun 2005-11-22 13: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훈성님, 오늘은 해장라면 필요 없는데.... 어제 푹 자고 컨디션 최상입니당.ㅎㅎ
오늘 또 달릴라고....음하하. 행복한 화요일 보내세요!

로드무비 2005-11-23 09: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누구랑 마셨는지 다 알지롱.^^

kleinsusun 2005-11-23 12: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담엔 로드무비님도 꼬~옥..... 같이 망가져 보~아용.^^

마태우스 2005-11-23 12: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제 하루 쉬었더니 오늘은 다시 컨디션 최상입니다^^ 하여간 부끄럽습니다

kleinsusun 2005-11-23 12: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헉....제가 더 부끄러워요. 그렇게 오버를 하다니....왜 그랬을까나...몰~라.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오늘 아침 출근길.
아침형 인간이랑 거리가 먼 나는 겨우 눈을 떠 샤워를 하고
머리도 말리지 않고 "튀어" 나왔다.
출근 시간에는 왠 10분 차이가 그리 큰지...

통근버스를 놓치고 버스 정류장에 서 있는데,
집 없는 개 한 마리가 그 이른 시간에 버스 정류장을 서성이며 먹을 껄 찾는다.
잘 모르긴 해도 품종이 좋은 개 같다.
한 때는 애견센터에서 미용도 하고 귀여움도 받았을 듯....
어쩌다 저렇게 버려졌을까....아침부터 마음이 좋지 않다.

순딩이 같은 개가 쿵쿵 거리며 열심히 먹을 껄 찾지만
길에는 잔뜩 떨어진 은행나무 잎들과 쓰레기 밖에 아무 것도 없다.

개는 먹을 껄 찾다가 지쳤는지, 포기했는지 순하디 순한 자세로 살그머니 앉는다.
아...그 체념의 눈빛이란.....
한 번 쓰다듬고 싶다는 생각을 했지만
그 개는 툭 치기에도 너무 지저분했다.

혹시 가방 속에 먹다 남은 과자라도 없나 뒤져 보았다.
군것질 거리 자주 들고 다니는데, 하필 아무 것도 없었다. 껌 하나 밖에...
버스 정류장에는 "K 마트"라는 편의점 비스무리하게 생긴 작은 가게가 하나 있는데 문을 닫았다.
닫혀 있는 문 안을 들여다 보니,
호빵 기계 안에 하얀 호빵이 몇 개 들어 있다.
(주인은 전원 끄지 않은 채로 퇴근하고, 전날 재고를 그 다음날에 파나 보다.쩝)

그 호빵 기계가 밖에 나와 있다면,
그 가게가 문을 열었다면 호빵을 사 줬을 텐데...
그 순하디 순한 개에게 호빵을 사주고 싶었다.
하하호호 호빵, 하하호호 호빵.

그 개가 차라리 일명 "잡종" 누런 개라면 마음에 덜 걸렸을 지도 모른다.
한 때는 사랑을 많이 받았던,
그저 주인이 쓰다듬어 줄 때 주인에게 착 안겨 행복해 하던,
그런 순하디 순한, 생활력이 떨어지는 개를 보니 마음이 좋지 않다.

독일어에 "Alles in Ordnung"이란 말이 있다.
직역하자면 "모든 것이 질서 안에 있다.", "모든 것이 제자리에 있다." 이쯤 되겠다.
모든 것이 순조롭게 되고 있다, 계획대로 되고 있다 ..이런 말이다.
독일 애들, 이 말 참 좋아하고 많이 쓴다. Alles in Ordnung!!!

근데....참....어디로 튈지 모르는, 변수로 가득 찬 세상에 살면서
말끝 마다 "Alles in Ordnung!"을 힘껏 외치는 독일 애들을 보면 이상할 때가 있다.

새벽 버스 정류장을 킁킁 거리는 그 개도 한 때는
세상이 "Alles in Ordnung"이라고 느꼈을 텐데...

처세술 책들을 보면
가장 중요하다고 하는 게 "긍정의 힘"이다.
삶을 향한 긍정적인 자세.... 정말 중요하다. 그럼...

하지만, 자신의 일은 무조건 잘 될 것이라는,
또는 무조건 착착 잘 되어야 한다는,
자신의 작은 세상은 그저 안전하다는,
모든 것이 제 자리에 있다는 그런 믿음은
이 변수로 가득한 세상에서 너무 무모한 게 아닐까?

출근 길에 만난 그 순한디 순한 개는 지금쯤 뭘 좀 먹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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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드무비 2005-11-15 19: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 순하디순한 개 입에 호빵이 하나 들어갔으면 참 좋았겠는데...
수선님의 마음이 따땃합니다.^^

이리스 2005-11-15 19: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출근길에 다리가 부러졌는지 심하게 낑낑거리며 다리 쪽을 불편하게 움직이며 앉은 눈처럼 하얀 마르티스를 보았더랬죠. 유기견협회에 연락해서 그 쪽에서 데려갔습니다. 그 가여운 강아지. 버려진다는 건 이래저래 참으로 쓸쓸하고 또 두려운 일입니다. 언젠가 나와 헤어진 남자친구를 우연히 다시 만났을 때.. 버림 받은 강아지같았다는 말을 듣고 한참을 자책하며 울었던 기억이...

날개 2005-11-15 19: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손가락은 좀 어떠신지......^^

야클 2005-11-15 20: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런 저런. 나도 배 고파서 슬픈 표정 짓고 있는 길거리 개들 보면 새우깡 사주고 가는데요... 지금쯤 배 좀 채웠길 바래봅니다.
그리고....
분발하십시오.
크리스마스는 지금도 성큼성큼 다가오고 있습니다. ^^V

바람돌이 2005-11-15 22: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때 길거리에서 차에 치여 다리를 다치고는 낑낑대는걸 발견하고 주워다가 우리집에서 한달쯤 키웠던 멍멍이 삼돌이가 생각나는군요. 주인을 찾는다고 방을 붙이고 다녔는데 전화오는거라고는 보신탕을 노리는 것 같은 이상한 아저씨들뿐이고... 결국 집에 있는 시간이 없던 우리는 삼돌이를 한달만에 시어머니 아는 분 집으로 입양 보냈습니다. 그 녀석 병원비로 한 20만원 깨졌던 것 같은데..(개는 보험이란게 없더라구요. ) 한달이라도 꽤 정이 들었었는데.... 삼돌이는 지금쯤 잘 살까요? ^^

2005-11-15 22:41   URL
비밀 댓글입니다.

천리향 2005-11-16 10: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목만 딱 보고 '저는 갈치조림을 먹었습니다' 할 뻔 했어요.

어릴 때 팔뚝만한 잡종 강쥐 또순이를 델꼬 와서 송아지만큼 키워놨더니
내가 학교 간 사이에 오마니가 보신탕 집에 팔아 먹은 기억이 나네요.
그 다음에는 토끼를 주워와서 키웠는데 귓병 나서 죽고
새끼 고양이를 키웠는데 비 맞고 열병 나서 죽고
병아리 얻어와서 영계로 키웠더니 어느 복날 밥상 삼계탕으로 환생~

아아 따끈한 호빵 먹고 시포라 왈왈

kleinsusun 2005-11-16 12: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로드무비님, 네...정말 호빵을 사주고 싶었어요. 그 개는 지금쯤 어데 있을까요? 날이 추운데....

낡은구두님, 바쁜 출근길이었는데도 유기견협회에 연락하셨군요.
저 같으면....아마...불쌍하다고 생각하면서 종종 걸음쳐서 회사 갔을꺼 같아요.
낡은구두님 글을 읽으니 부끄럽네요. 낡은구두님은 참 섬세한 사람 같아요.

날개님, 기부스 풀고 밀린 술을 마시고 있답니당.랄랄라~

kleinsusun 2005-11-16 12: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야클님, 야클님의 현재 score는? 저는.....호홋^^.

바람돌이님, 님은 정말 복 받으실 꺼예요. 불쌍하다는 생각으로 지나치는 많은 사람들 중, 바람돌이님은 개를 데려다 키우시고 입양까지 시켜 주셨네요. 아...부끄럽사옵니다. 삼돌이는 지금쯤 신나게 놀며 자~알 살고 있을꺼예요.

속삭이신님, 살짝꿍 말씀드릴께요. 부끄부끄^^

지노님, 아....어렸을 때 슬픈 사연들이 많았네요.
그 때 마음 많이 아프셨죠?
오늘 오후는 따뜻한 호빵 하나 드시면서(팥이 더 맛있죠? 전 야채는 별로...ㅎㅎ)
여유있는 시간 보내시길...

2005-11-16 20:26   URL
비밀 댓글입니다.
 
100만 번 산 고양이 비룡소의 그림동화 83
사노 요코 글 그림, 김난주 옮김 / 비룡소 / 200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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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만년 동안이나 죽지 않은 고양이가 있었습니다.
100만번이나 죽고서도 100만번이나 다시 살아났던 것입니다.
멋진 호랑이 같은 얼룩고양이었습니다.
100만명이나 되는 사람들이 그 고양이를 사랑하고,
100만명이나 되는 사람들이 그 고양이가 죽었을 때 울었습니다.
고양이는 한 번도 울지 않았습니다.


기부스를 푼지 1주일이 조금 지났다.
머리를 두 손으로 시원하게 감을 수 있다는게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알게 되었다.

응급실로 달리던 10분이 남긴 무서움과 외로움.
기부스를 하고 있던 한 달이라는 시간 동안,
기부스를 한 엄지 손가락을 치켜 올리며 까불고 다녔지만
사실....그 무서움과 외로움이란 놈의 후유증이 상당히 컸다.

난 아이스크림이나 장난감을 사달라고 조르는 어린애들처럼
"사랑이 하고 싶어!"라고 말했다.
뭐 재미있는 일이 없을까 생각하다가 알라딘에서 이벤트도 해보았다."Love Letter".

보고 있으면 활짝 미소짓게 되는,
보고 보고 또 보게 되는,
또 "사랑은 기다리면 오지 않는다"고 충고를 해 주는
따뜻한 편지들을 많이 받았다.

그 편지들 중 하나.
mong님이 <수선님께 드리는 그림동화>라는 제목으로
<100만 번 산 고양이> 얘기를 들려 주셨다.

그 얘기를 읽으면서
어찌나 그 고양이가 나 같던지....
죽었다 살아났다를 100만번이나 되풀이해도
뭐 하나 달라지는게 없는 고양이...
그 고양이에게서 내 모습을 느꼈다.

<100만 번 산 고양이>를 사서 조용히 책장을 넘기며 읽었다.
한장 한장 넘길 때 마다 마음이 아.팠.다.

어떤 암고양이이건 그 고양이의 짝이 되고 싶어했습니다.
커다란 물고기를 선물로 바치는 고양이도 있었습니다.
살이 통통하게 찐 쥐를 갖다 바치는 고양이도 있었습니다.
멋진 호랑이 무뉘의 털을 핥아 주는 고양이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고양이는 그런것에는 아무 관심도 없었습니다.

"난,100만 번이나 죽었었다구.이제 와서 뭐 새삼스럽게 그래.나 원 참!"

고양이는,누구 보다도 자기 자신이 좋았던 것입니다.


이런 고양이의 모습이
자꾸 내 모습과 오버랩되었다.
아무것도 새롭지가 않은,
퉁퉁거리며 거들먹거리는 고양이의 모습.

이런 고양이가 누군가를 사랑하게 되었다.
100만 번이나 죽었다 살아난 자신에게 무관심해 보이는
흰고양이에게 고양이는 거들먹거리며 자랑하기를 그만 두고 이렇게 말한다.

"나는, 100만번이나..."하고 말을 잇다가
"네 옆에 있어도 돼?"라고 흰털 고양이에게 물었습니다.
흰털 고양이는 "그렇게 하렴."하고 가볍게 대답했습니다.


편지 끝에 mong님은 이렇게 썼다.

"네 옆에 있어도 돼?"
"그러렴"
이런 대화가 스스럼 없이 이뤄지는 날이 어서 오길 바랍니다 ^^

mong님의 편지를 읽으며 생각했다.
정말....그런 날이 올까?
뭘하든 잘해 보려는 전투적인 삶의 자세에서 벗어나,
그냥 한 사람 옆에 풍경화의 일부처럼 자연스럽게 존재하는 그런 일이....
나에게도 있을 수 있을까?

100만 번 산 고양이는
흰털 고양이 옆에만 있었고,
흰털 고양이를 자기자신 보다 더 많이 사랑하게 되었고,
둘은 함께 늙어 갔고,
흰털 고양이가 더 이상 움직이지 않게 되었을 때,
100만 번 산 고양이는 처음으로 울.었.다.
100만 번 산 고양이는 100만 번을 울었고,
흰털 고양이 옆에서 죽었다. 그리고 다시는 태어나지 않았다.

동화를 읽으면서 이렇게 마음이 저릿저릿 아프다니....

서른살이 되어도 아무것도 달라지는 것도 없었는데,
29살 때는 그렇게 서른살이 된다는 걸 두려워 했었다.
서른살이 되어도 지구는 그저 말없이 빙빙 도는데,
29살 때는 서른살이 되면 지구에 커다란 변화라도 일어나는지 알았다.
잔뜩 겁을 먹고 김광석의 <서른 즈음에>를 들으며 과속을 하고 다녔었다.

그런데....막상 서른살이 되었을 때 아무것도 달라진게 없어서
서운한 기분까지 들었다.

어쩌면....어쩌면....어~쩌면....
산다는건 내가 생각하고 미리 두려워하는 것처럼
그렇게 대단하지도 어렵지도 않은게 아닐까?

사랑이라는 것도
그저 누군가의 옆에 가만가만,오래오래 있는것 만으로
행복함을 느낄 수 있는 그런게....아닐까?

난 참....전투적이었다.
경마장에서 날뛰는 경주마처럼
자기가 어디로 가는지도 모르면서,왜 달리는지도 모르면서
남보다 빨리 가려고 헉헉 거렸다.

누군가의 옆에 가만가만, 오래오래 있으며
같이 늙어가고 싶다는 생각 따윈....해본 적 없었다.

그런데 이제....
누군가의 옆에 가만가만, 오래오래 있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건...
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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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딧불,, 2005-11-13 16: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거야 생물학적으로 감정적으로 조금 외로운거지요.뭐.
근데 결혼 해보니 외로운 것은 늘 같더이다. (너무 한 댓글 같아요. 미안해요)

울보 2005-11-13 16: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너무 멋진 표현이네요,,
저도 그랬는데 ,,,
아무것도 변한것이 없는 20대30대초 그런데 저도 그때 누군가의 옆에 잇고 싶다는생각을 해서 결혼이란것을 햇는지요,,그런데 반딧불님 말씀처럼 결혼을 해도 외로울때 많아요,,

mong 2005-11-13 16: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맞아요.....동화라고 하기엔 좀 많이 슬프고
또 아프고 그런 책이죠...
흰털 고양이가 어서 나타나길~ ^^
(특별히 행운의 추천으로 날립니다~)

2005-11-13 18:4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5-11-13 17:3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5-11-13 20:16   URL
비밀 댓글입니다.

드팀전 2005-11-14 10: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긍게....너무 오래살면 안된다니깐.탱실하게 한번 꽉 살아줘요.ㅋㅋ
거..뭐...저두 한때 세상사람들의 시각이 마치 저의 것인양 믿고 어떤 짓들을 이루기 위해 전투를 했었지요.나름대로 성공도했었지요.계속하고 있었으면 더 잘나가고 있었을 수도 있지요.근데 그럼 잃어야 하는 것들 그리고 지금 제가 얻은 것들을 경험해보지 못했을 것 같아요.어깨,목,눈에 힘을 빼고 부드럽고 온화한 기운을 채우시면 건강하고 오래삽니다....업계 유일의 이런 기사본적 있는데...그거이 몇달동안의 프라이드는 되어도 평생가는 내면의 프라이드가 되기엔 좀 얇죠.부드러운 곡선의 힘으로 님의 외로움을 넘어서시길....

코마개 2005-11-14 10: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으흐흐...제가 20대 초반이던 시절, 저희 과의 특성상 30대 신입생이 무지 많았거든요, 어느날 "서른이 되면 정말 끔찍하겠다. 어떻게 사냐.."그런 얘기들을 하고 있는데 옆에서 조용히 듣던 30대 초반의 동기오빠가 하는말 "야, 서른은 인간도 아니냐? 이것들이!" ㅋㅋ
이제 30대 중반을 넘기실때, 양희은의 내나이 마흔에는을 추천합니다.

moonnight 2005-11-14 10: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냥 평범하게 산다는 것이 참 쉽지 않다. 는 생각이 자꾸만.. ;; 그렇지만, 또 산다는 게 뭐 별 거 없다는 생각도 들구요. @_@;; 좌우지간 추천입니다. ^^

혜덕화 2005-11-14 11: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의 외로움은 이 세상의 누구도 풀어줄 수 없어요. 내면을 깊이 응시해서 내 마음의 응달을 햇살로 녹일 수 밖에.....둘이 되면 외롭지 않을 것 같지만, 남이 나의 외로움을 덜어주길 바라면 더 외로워질 수 밖에 없어요. 양적으론 더 많아진 것 같은데 외로움의 무게는 조금도 덜어진 것 같지 않으니. 기대감때문에 더 외롭죠.
처음 인사드리죠? 좋은 글 늘 읽기만 하다가 이렇게 말 건냅니다. 흰털 고양이가 나타나든 말든, 가만가만 늙어가는 것은 누구나 마찬가지랍니다. _()_

천리향 2005-11-14 12: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녕하세요?
처음 뵙겠지만 수선님 홈피는 꽤 오랜 애독자랍니다.
그냥 말 한 번 걸어보고 싶어서요. 헤헤
근데 저도 막 외로워하다가 이게 사랑인가 싶어 결혼 했는데
결혼해도 외로운 건 매한가지인 거 같아요.
암튼 기부수 푸신 거 축하드려요.

kleinsusun 2005-11-14 13: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반딧불님, 네...결혼한다고 해서 외로움이 반이 될 것이다....이런 낭만적(?)인 생각은 안한답니다. 단지....누군가 좀 천천히,오래오래,편하게 만나보고 싶다...이런 생각을 해봤어요.^^

울보님, 아....울보님도 그런 때가 있었네요.ㅎㅎ 외로움 질량 보존의 법칙 이런게 있나봐요. 누구나 외로운걸 보면....^^

mong님, 좋은 책 소개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100만 번 산 고양이에게 강한 identity를 느꼈다는.... 이 책 벌써 선물도 했답니다.ㅎㅎ

속삭이신님, 님의 고운 바람에 감사드려요. 아마도...그럴 것 같아요.^^


kleinsusun 2005-11-14 13: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속산이신님, 감사합니당. 수정했어용.ㅎㅎ

속산이신님, 대환영입니당!!!! 기대만빵!

드팀전님, 기사를 보셨군요. 뭐 기사야...미화 또는 과장되는거구요.
드팀전님 말에 110% 공감, 힘 빼고 부드럽고 온화한 기운을 채워야죠.
요즘 제가 바라는게...그런거예요.^^


kleinsusun 2005-11-14 13: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강쥐님, 서른 중반 넘기려면 아직 한참 남았답니다. 양희은의 <내 나이 마흔에는>은 좀 이른...추천이네요. 살짝꿍 얄미운 강쥐님!!!! ㅎㅎ

moonnight님, 님도 그런 생각 해보셨군요. 근데...평범하게 산다는건 어떤걸까요?
그것도 아릿까릿할 때가 있어요.ㅎㅎ

혜덕화님, 안녕하세요!
주인공님 서재에서 님의 글을 자주 만났답니다.
이렇게 인사 남겨주셔서 감사합니당. 제 마음의 응달을 도닥도닥 잘 녹여 볼께요. 따.뜻.하.게...

지노님, 제 홈피 애독자라 말씀하시니...부끄러우면서도 넘 기뻐용. ㅎㅎ
결혼해도 외롭다는거....인생 선배님들께 확실히 배우는군요.
체험할 날도 있겠죠? ㅎㅎ

장난스런kiss 2007-08-12 05: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으아...읽으면서 맘이 뭉클.ㅠㅠ 꼭 사서 함 읽어봐야겠어요.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