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두환의 마지막 33년 - 그는 왜 무릎 꿇지 않았는가
정아은 지음 / 사이드웨이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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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겨울 이태원의 '정수캠퍼스'에서 수업을 듣고 있을때 그의 죽음의 소식을 들었다.
평소에 나는 "전두환이 죽으면 떡 돌릴거야"라고 말하곤 했었다.
그런데 그 날, 그의 죽음의 소식을 듣는데 맥이 탁 풀리고 허탈했다. 떡을 돌릴 만큼 신이 나지 않았다.
하필 그의 죽음을 듣는 장소도 얄굳다.

모든 이들의 이 때 심정은 비슷 했으리라.
"이렇게 죽게 내버려 두면 안되는데."라는

작가는 전두환이 대통령에서 내려온 1987년 이후 죽는 날까지 33년을 되짚어 본다.
그는 왜 한번도 무릎 꿇지 않았는가를 전두환의 인간적 특성과 정치적 측면 등 다면적으로 살펴본다.

정치적으로 우리 사회는 전두환 자체를 징치하는데 오롯이 집중하지 않았다.
그가 사회적으로 이름이 솟아 오르게 되는 시점은 항상 정치적 필요에 의해서 였다.

처음은 87년 퇴임후 전두환의 친구 노태우가 대통령이 되고, 백담사로 숨어들어 가는 장면이다.

쿠데타의 공범인 노태우는 선거를 통해 대통령이 되었지만 꼬리표처럼 따라 붙는 전두환과 쿠데타를 떼버리기 힘들었고 "나는 전두환과 달리 정당성을 획득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전두환의 백담사행을 기획했다.
전두환은청문회에 준비한 글을 읽고 잠시 산골에 들어가서 조용히 있으면 친구 노태우가 약속한대로 마무리 해 줄거라 생각했지만 그 약속은 처참히 무너졌고 전두환은 억울하기 짝이 없었을 것이다.

두번째 장면은 김영삼이 5.18특별법을 밀어 붙이고 전두환과 노태우를 법정에 세웠을때이다.
87년 야권 단일화를 하지 못해 노태우에게 정권을 내주고, 3당 합당을 통해 대통령이 된 김영삼은 본인에게 쏟아지는 정통성 시비와 비난을 뚫고 나갈 무언가가 필요했다.
그 '무언가'로 전두환과 노태우를 역사청산의 대상으로 삼아 법정에 세운다.
1심에서 전두환과 노태우는 사형을 선고 받고 항소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 받았다.
억울했을거다.
자기가 만든 나라를 친구에게 넘겨주고 그 친구와 손 잡아 대통령이 된 자가 칼을 들이대다니.

세번째는 그의 사면이다.
전두환이 죽이려 했던 김대중이 대통령이 되었다. 그러나 그도 스스로의 힘으로는 되지 못했고 김종필과의 연합으로 대통령의 자리에 올랐다. 그리고 87년 노태우에게 정권을 내준 야권 분열의 책임도 지고 있는 김대중이었다.
김대중은 그러한 약점으로 정권의 절반 지분을 가진 측에 손 내미는 제스처로 전두환과 노태우를 사면하게 된다.

네번째 장면은 박정희의 딸 박근혜가 대통령이 되어 전두환의 재산 환수에 나선 장면이다.
아버지 박정희가 죽은 후 집무실에 있던 돈 6억을 쥐고 나온 박근혜(사실 더 있을 것이라 추정되나 공식적으로 확인된 것이 6억). 전두환은 박근혜가 정치적 세력을 갖지 못하도록 그간 하던 활동 기반을 모두 없애버리고 숨어 살게 만들었다. 여차 저차한 원한으로 박근혜는 집권 후 전두환의 재산환수에 나섰고 전두환 집의 개까지 끌려가는 모습을 연출했다.

이 모든 장면들이 모두 집권자의 정치적 필요에 의해 광장으로 끌려나온 전두환의 모습이었고 그에 따라 전두환은 언제나 억을했을 것이다. "왜 나만 갖고 그래?" 라는 말이 대변한다.

우리는 왜 전두환을 처단하지 못했을까?
저자는 전두환이라는 악이 등장했을 때 그를 단죄하기 위해 누구도 사익을 희생하며 나서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위에서 보는 바와 같이 집권자는 자기 이익에 의해 전두환을 이용했고 검사는 '성공한 쿠데타' 운운하며 기소하지 않았다가 김영삼의 의지에 의해 몇 개월 후 기소를 했다.
누구도 지켜야 하는 '선(線)'을 지키기 위해 나서지 않았고 사익을 희생하지 않았다.
12.12의 그 밤, 그 날의 주역들이 지켜야 할 '선(線)'을 지키고 제자리에서 자기 일을 했다면 쿠데타가 성공했을까 묻고 있다.

저자는 다시 이 나라에 쿠데타가 일어나기 어렵겠지만 혹시나 일어난다면 어쩌면 성공할 지도 모르겠다라고 하고 있다. 지켜야 할 '선(線)'이 안정적으로 형성돼 있지 않고 구성원들이 선을 지키는 일에 헌신하는 동시에 다른 이를 북돋는 퐁토가 없기 때문이라고 예측했다.
정아은 작가는 2024년 불의의 사고로 세상을 떴다고 한다. 윤석열의 내란을 보지 못한 것이다.

2024년 12월 3일 이 나라에 저자가 일어나기 힘들다고 생각한 쿠데타가 일어났다.
그리고 넘지 말아야 할 선을 넘는 자들을 막기 위해 시민들이 온몸으로 '물리적으로' 막았고
국회의원들은 '제자리에서' 해야 할 일을 했고
서로를 독려하며 탄핵을 하고 파면의 목전에 와 있다.
'선'을 넘을 자들에 대항해 '선'을 지키며 이기고 있는 중이다.
저자가 보았더라면 좋았을 모습일텐데

한번씩 읽어 보시길 권한다.
빠르게 잘 읽히면서 저자의 큰 수고가 느껴지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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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생이 안락사를 택했습니다 - 가장 먼저 법적으로 안락사를 허용한 나라 네덜란드에서 전하는 완성된 삶에 관하여
마르셀 랑어데이크 지음, 유동익 옮김 / 꾸리에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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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흔히들 회생 불가능한 병에 걸려 고통을 받게 된다면 안락사를 선택하겠다는 말들을 쉽게 하곤 한다.

죽음을 실제적으로 느끼지 못해서 쉽게 말할 수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이 책의 저자는 동생의 안락사 과정을 지켜보며 그 기록을 남겼다.


주인공인 마르크는 경제적으로도 어렵지 않고, 결혼하여 아들 둘을 둔 '정상적'인 사람이었다. 내성적이고 자기 자신을 남에게 보이지 않는 성격이며, 남 몰래 술을 마시는.

그렇게 남 몰래 술을 마시며 밖으로 보이는 나를 지켜오다 점점 걷잡을 수 없는 상황으로 치달아 알콜 중독이라는 결과까지 이르게 되었다. 입원과 퇴원을 반복하고 이혼하고, 가족들도 모두 포기를 선언하고 떠나버리자 중독자들끼리 모여 살며 상황은 최악으로 치달았다.


그러다 어느날, 상의할 것이 있다며 부모, 형제를 모아 안락사를 결정했음을 선언하게 된다.

이미 1년도 전에 과정을 시작했고, 심의를 거쳐 최종 의사의 승인이 남은 단계.


주인공이 신체적 질병이 아닌 정신적 문제로 안락사를 선택하게 되어 더욱 논쟁적인 문제가 된 듯 하다. 정신적 문제가 과연 극복 불가능하고 안락사가 가능한 것인가 하는. 네덜란드의 경우 2017,2018년도에 6천여건의 안락사가 진행되었으며, 전체 사망자의 4%가 안락사로 생을 마감하고, 그 중 1%가 정신적 문제로 선택한다고 한다.


보통 가족이 투병을 하면 남은 가족들은 그의 구명을 위해 백방으로 뛰어다니고, 죽음을 늦추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안락사의 경우 가족들은 설득 외에는 할 수 있는 일이 아무것도 없다. 그저 하루 하루 죽음이 다가오는 것을 지켜볼 수 밖에.

그 가족들의 절망감이 난 더욱 가슴 저렸다. 

안락사는 당사자에게는 안락할 지 몰라도 남은 가족은 전혀 안락하지 않은 듯 하다.

목을 매는 가족을 열중쉬어 하고 바라보는 것과 같은.


주인공은 본인의 관을 고르고, 장례 절차를 설명 듣고, 원하는 음악도 골라 두는 등 본인의 장례식을 준비한다. 죽음을 앞 둔 몇달간의 모습이 다른 어느 때 보다 건강해보여 과연 회생불가능의 질병이 맞는가 회의가 드는 지경이다. 죽음을 앞두고 가장 건강하다는 모순이라니.


그리고 결정의 그 날, 그는 약물 주사로 생을 마감한다.

마지막에 주인공이 주사 직전 화장실을 가고 싶다고 하는데 의사는 그럴 필요가 없다고 한다.

죽음 직전 가장 원초적 본능을 원하는데, 가게 해줬다면 마음을 돌렸을까?


모르겠다.

죽기를 원하는 사람은 어떻게든 죽기 때문에 도와주는게 맞다는 저자의 말도 맞고, 안락사의 결정이 손쉬운 선택은 아니라는 것도 맞다. 죽기를 원하는 사람이 1년이 넘는 기간을 심사를 받고 도움을 받는건 쉬운건 아니니까. 뛰어내리거나 목을 매는게 더 쉽겠지.

그래도 모르겠다. 

당사자에게 안락한 죽음이 맞는지

남은 자에게도 안락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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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소하지만 중요한 남극 바닷속 무척추동물 - 킹조지섬 편 남극생물학자의 연구노트 2
김상희.김사흥 지음 / 지오북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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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미로운 제목에 끌려 구입을 해볼까 하다가 도서관에 있길래 대여했다.

결론은...안 사길 참~~~잘 했다. 칭찬해~~

책은 두 파트로 나뉘어 있는데
1부는 극지 연구원의 남극 연구 이야기+무척추동물 이야기
2부는 잠수사 이며 연구원인 연구자의 물속 생물 이야기

일단은
이 책을 누구를 타깃으로 할 것인지 기조를 잡지 못한듯 하다.
아동용이라기에는 심각히 학술 용어가 난무하고
성인용이라기에는 유치한 부분이 매우 많다
- 조금 유치하지만 성인용이라 하고...

두번째로는 하고 싶은 말이 무엇인지 주제의 문제이다.
극지 연구가 이렇게 어려워요~~를 말하고 싶은건지
극지에 사는 생물의 소개와 환경과의 유기성을 말하고 싶은건지.
물론 후자겠지만 전자를 너무 장황하게 늘어놓고 있다

세번째는
첫번째와 두번째 문제를 대강 그렇다~~상정하고
극지 생물의 이름이 한국어로 없다손 치더라도 일반인이 알기 쉽게 비슷한 생물을 들어 설명한다든가 하는 성의가 있어야 하는데 라틴어 학명만을 줄줄이 늘어 놓고 있다.
- 학식을 뽑내고 싶으면 논문으로....

흥미로운 얘기도 몇가지 있기는 했는데
그 중 요즘의 트렌드를 생각해서 하나 소개하면

'크릴오일' 많이 먹는것 같은데
크릴의 엄청난 이동속도와 양으로 인해 해수를 저어 해수의 온도 유지와 해수순환을 일으킨다는 사실과
그런 크릴이 미세플라스틱을 엄청 섭취하게 되므로, 몸 안에서 더 잘게 분해되어 더 작은 미세 플라스틱을 확산하게 만든다는 이야기.

그럼 크릴오일을 먹으면 미세플라스틱 원샷???

마지막 딴지 하나.
크릴새우를 미세플라스틱을 확산하는 '해양환경 파괴자'라고 적어 놨던데 고민이 부족한 명명이 아닌가 한다.

사족
아주 예전에 중국 문학 번역서를 보다가 번역이 너무 주옥 같아서 한국말인데 이해를 못하겠더라.
그래서 리뷰에 번역이 주옥같다는 내용으로 글을 남겼더니
번역자께서 "내가 얼마나 힘들게 번역하는데~~~어떻게 나에게~~~~"라는 내용의 항의를 한 적이 있다.
그 때 "그렇게 노력하는데 이렇게 밖에 번역을 못하시면 자질이 없으신 겁니다."라고 댓글을 달아주고 싶었으나, 그 당시의 나는 지금보다 순했기에 읽씹으로....
머 그렇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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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 다이빙 여행 가이드
박승안 지음 / 맑은샘(김양수) / 201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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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가 직접 가서 보고 온 최신의 정보라고 하는데, 내용을 보면 대충 인터넷 정보를 짜집기 해 넣은 정보들도 있다. 현지에 확인하면 잘못된 정보라는 답변이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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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든 돌아 돌아  

원하던 일을 조금 이루었다 할까. 

그간 직장을 꾸역꾸역 다녔고 

꾸역꾸역 다니던 직장을 정리해 주었고 

그리고 스쿠버 강사가 되었다. 

요즘은 주말에는 풀장 교육을 하고 

가끔 해외에 다이빙 투어를 진행하고 

한달에 한두번 국내 바다로 교육생 실습을 나가고.. 

37살은 정말 여러 모로 파란만장한 해가 되었다. 

아직 두달여 남았는데, 이제 그만 파란 만장 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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