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화당은 총기 소유권 같은 핵심적인 정책에 호소하고, 이민과 미국의 인구 구성 변화(2045년에 이르면 백인이 과반수에 미달할 것으로 예상된다)에 대한 불안에 편승하면서, 농촌 백인들의 표를 점점 더 많이 확보할 수 있었다. 마찬가지로 민주당은 본질적으로 정반대로 움직이면서 ─ 총기 접근성을 제한하고, 미국 도시의 풍경을 뒤바꾸는 다양성을 끌어안음으로써 폭력을 줄이려고 하면서 ─ 점점 도시 정당이 되었다. 오늘날 농촌과 도시의 분열이야말로 민족을 지향하는 시민과 글로벌을 지향하는 시민 사이의 분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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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사람이 세계를 이해하는 기준이 이러하다면 (당시의 나는 그랬던 것 같다) 굶기는 합리적인 일이 되고 음식 통제는 그 배고픔과 충족될 수 없음의 간극을 표현하는 동시에 거부하는 방법이 된다. 당신의 필요들이 당신을 압도하는가? 당신 자신이나 다른 사람들이 그 필요를 충족해주리라는 믿음을 가질 수 없는가? 심지어 자신이 필요로 하는 것이 무엇인지도 모르겠는가? 그렇다면 아무것도 필요로 하지 말라. - P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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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우 극단주의자 그룹이 꾸민 납치 시도가 내전이 임박했다는 징후라고 말한다면, 독자는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여길지 모른다. 하지만 현대의 내전은 바로 이런 자경단원들에서 시작된다. 무장한 전투원들이 사람들에게 직접 폭력을 행사하면서 시작되는 것이다. 민병대는 오늘날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는 충돌을 규정하는 특징이다.

미국인이라면 모두 그렇겠지만, 나 역시 1월 6일 벌어진 사태에 충격을 받았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무척 익숙한 광경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2020년 선거에서 패배한 뒤 뻗대는 모습을 보니 마두로나 그바그보 같은 다른 대통령들이 떠올랐다. 2015년 베네수엘라 선거를 몇 달 앞두고 마두로는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대통령 자리를 포기하지 않겠다고 선언했고, 그바그보는 2010년 코트디부아르 선거가 끝난 뒤 표를 도둑질당했다고 주장하면서 권력 이양을 거부했다. 베네수엘라는 권위주의로 치달았고, 코트디부아르는 내전으로 빠져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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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기 속의 질소를 땅속에 넣자 인류의 굶주림은 거짓말처럼 해소되었지만, 지금은 그 질소가 다시 새로운 문제의 원인이 되고 있다. 과다한 비료 사용은 기후변화와 온실가스의 주요 원인이다. 작물이 흡수하고 남은 질소비료는 토양에 남는다. 토양에 남은 질소비료는 토양에서 아산화질소(N2O)라는 강력한 온실가스를 생성한다. 아산화질소는 이산화탄소보다 250배 이상 강력한 온실 효과를 발생시킨다.

녹색혁명의 주요 지도자 중 한 명이었던 노먼 볼로그 박사는 멕시코 전통 밀에 왜성(矮性) 유전자를 도입하는 방식으로 밀의 크기는 작게 하고 수확량은 높이는 데 집중했다. 왜성이란 생물의 크기가 그 종의 평균보다 훨씬 작게 자라는 특성을 말하며, 왜성 유전자란 여기에 관여하는 유전자다. 왜성은 곡물과 같은 작물을 더욱 생산적으로 만드는 기본 전략이며 농학과 원예학에서 큰 장점이 된다. 하지만 작물을 왜성으로 만드는 방법은 결코 녹록지 않다. 노먼 볼로그의 업적은 쉽게 말해서 ‘난쟁이 밀’을 만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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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적 자유주의가 신자유주의에 영향을 주었음을 강조하는 것(그리고 전자의 해방적 요소들이 후자에도 다시 떠오르게 되는 과정을 보여주고자 하는 것)은 이 책이 신자유주의를 다룬 다른 책들과 구별되는 첫 번째 지점이다. 두 번째 지점은, 신자유주의가 엘리트 중심의 정치 모델이라는 우리의 이해를 넘어 대중 및 좌파 세력이 신자유주의의 호소력을 어떻게 확산시켰는지도 고려한다는 점이다. 그리고 세 번째 지점이 있다. 이 책은 신자유주의가 정치운동에서 시작하여 정치 질서로 나아가게 된 상황이 만들어지는 데에 국제정치가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본다. - P23

로널드 레이건은 자신의 정치적 십자군에 가담하는 것이야말로 경제를 규제의 족쇄에서 풀어내는 자유의 운동이라고 많은 미국인이 확신하도록 만들었다. 그는 자유야말로 모든 미국인의 생득권이라는 틀을 제시한 뒤, 사람들이 미국독립혁명을 위해 싸웠던 이유로 바로 그러한 자유의 추구였으며 미국이라는 국가가 탄생한 것도 바로 이를 위한 것이었다고 추종자들에게 말했다. 레이건은 고전적 자유주의의 해방적 언어를 20세기 말의 청중에게 먹히도록 부활시켰으며, 이렇게 자유주의를 부활시킨 것은 그가 미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정치인이 된 원인이기도 했다. - P21

내가 ‘자유주의‘ 앞에 ‘신(neo)‘이라는 접두사를 붙이면서 구별하고자 하는 대상은 고전적 자유주의가 아니라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의 손에서 변모하여 생겨난 현대 자유주의다. 이 현대 자유주의는 시장 메커니즘에서 루스벨트의 전임 대통령인 허버트 후버와 같은 고전적 자유주의자들이 용납할 수 있는 한도보다 휠씬 더 많은 정부개입을 요구하는 일종의 사회민주주의다. 그래서 후버 대통령을 지지했던 정치가들은 이를 반대하다가 결국 자신들을 보수주의자라고 부르게 된다. 하지만 그 집단의 지식인들 중 많은 이가 보수주의라는 말의 주된 의미는 질서, 위계, 개인이 제도에 종속돼 있다는 것 등이기 때문에 오히려 자신들이 그토록 찬미하는 혁신, 발명, 전복 등의 자유주의적인 정신과 반대되는 것임을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이들은 어떻게 해서든 이 자유주의자라는 이름을 다시 빼앗아 와야 한다고 여겼다. 그러한 목적에서 나타난 말이 ‘신자유주의‘라는 용어였던 셈이다. - P19

공산주의의 몰락이 가져온 또 한 가지 결과로서, 앞의 것만큼 자명하게 보이지는 않지만 그 중요성만큼은 동일한 것이 있다. 그전까지는 미국에서 (그리고 유럽이나 다른 곳에서도) 하나의 지상명령으로 여겨졌던 자본주의 엘리트와 노동계급 사이의 계급 타협을 제거해버린 것이다.(중략) 공산주의의 전전이라는 유령 때문에 미국은 역사상 전례가 없는 군사적 억제 정책을 취하지 않을 수 없었다. 또한 미국을 포함한 선진 산업국의 자본주의 엘리트들은 계급적 적대자들과 타협하지 않을 수 없었을 뿐 아니라, 그 타협의 방식은 공산주의의 위협이 없었다면 결코 불가능할 만한 것이었다. - P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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