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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 건축물의 대가들은 의심할 바 없는 탁월한 재능에도 불구하고, 오늘날 우리가 쉽게 알아볼 수 있듯이, 세대를 이어가며 근본적으로 잘못된 생각에 얼마나 집요하게 매달렸는지 놀라울 정도인데, 말하자면 요새의 대포들로 성벽 앞에 놓인 전체 집결 지역의 방어를 가능하게 하는 둔중한 내벽과 앞으로 멀찌감치 튀어나온 외벽과의 이상적인 배치를 완성함으로써 도대체 이 세상에서 무엇을 지킬 수 있기라도 한 것처럼 한 도시를 안전하게 지킬 수 있으리라는 생각 말입니다,라고 아우스터리츠는 말했다.

내가 당시 안트베르펜의 녹투라마 동물원에서 무슨 동물을 보았는지는 더 이상 자세히 생각나지 않는다.(중략) 확실하게 기억에 남아있는 것은 북미산 너구리로, 나는 그 녀석이 작은 물가에 앉아서 진지한 표정으로 시종 똑같은 사과 조각을 씻는 모습을 오랫동안 관찰했는데, 분명히 녀석은 아무 특별한 이유도 없는 이런 행위를 통해 자신의 행동과는 무관하게 빠져든 이 잘못된 세상에서 빠져 나오려는 것 같았다.

안트베르펜 정거장에서 이 시계가 차지하는 중심부에 의해 모든 여행객들의 움직임이 감시당하고, 거꾸로 여행자들은 모두 시계를 올려다보며 그것에 자신의 행동 방식을 맞추도록 강요받지요. 실제로 열차 시간이 표준화될 때까지 겐트나 안트베르펜의 시계는 릴이나 리에주에 있는 시계들과 다르게 갔고, 19세기 중엽에 이루어진 표준화 이후에야 비로소 시간은 논란의 여지 없이 세상을 지배하게 되었지요, 라고 아우스터리츠는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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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곤과 결합된 문제행동을 학문적으로 설명한 사람은 미국의 인류학자인 오스카 루이스이다. 그는 1950년대 멕시코 빈민지역의 한 가족을 문화기술지 방법으로 연구해 <산체스네 아이들>이라는 책을 출간했다. 이 책은 문화기술지로서 훌륭하다는 평가와 함께, 빈곤 대물림 문제를 경제나 사회 문제가 아닌, 집단구조 내에 뿌리내린 하위문화로 설명했다는 점에서 큰 반향을 일으켰다.

그가 주장한 하위문화의 특징은 운명주의, 무력감, 의존심, 열등감 등이었다. 이 연구를 필두로 미국에서는 ‘빈곤문화론‘이 1980년대까지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했고 지금도 여전히 빈곤층의 품행을 설명할 때 강한 각인 효과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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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구에서 관료제는 정치적 거버넌스의 전반적인 틀이 갖춰진 후에 탄생했으며, 정책 문제를 해결하고 각각의 영역에 최적화된 프로그램을 실행하려는 목적이 뚜렷한 테크노크라시 성격의 도구였다. 즉, 관료제는 전쟁, 세금 징수, 의료 운영, 산림 관리와 같은 업무별 기능을 수행하기 위해 생겨났지 전반적인 거버넌스 기능을 수행하기 위한 목적이 아니었다.(중략)

반면 왕조 시대 중국의 관료제는 사회가 막 태동하여 힘겹게 헤쳐나가야 하는 연약한 시기에 생겨났다. 과거 제도의 확장은 사회에 대한 국가의 지배를 확립했다. 이 지배는 행정적이고 관념적인 지배였다. - P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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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미국이 한국군의 파병을 요청했을 때 한국 정부의 결정은 한미동맹에 대한 고려와 주한미군 감축 또는 베트남으로의 이동을 막기 위한 것이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한국 정부는 또 다른 목표를 달성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미국이 더 많은 한국군을 시급하게 원하고 있는 만큼 미국으로부터 더 많은 보상을 받는 것이 가능하다는 점이었다.

1966년 초 브라운 각서는 그 대표적인 예였다. 브라운 각서는 한국 전투부대 파병의 대가로 미국이 한국에 대한 군사 원조뿐만 아니라 경제 원조를 하겠다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 그러나 미국 쪽에서는 브라운 각서를 한국 정부에 대한 마지막 보상으로 생각했던 반면, 한국은 더 많은 보상을 받을 수 있는 신호로 생각했다.

한국 정부가 요구한 것은 단지 돈만은 아니었다. 한미 상호방위조약에서 한반도 유사시 미군의 자동 개입 조항을 넣어줄 것, 주한미군의 주둔군 지위 협정을 맺어줄 것, 그리고 주한미군 감축을 중지해줄 것 등을 요청했다. 이는 1953년 정전협정 후 한국 정부가 지속적으로 미국에 요구했던 숙원 사업이었다.

존슨 행정부의 대답은 자동 개입 조항은 불가, 주둔군 지위 협정은 필리핀 수준으로 가능, 주한미군 감축 시 한국 정부에 산전 협의 가능이었다. 한국 정부로서는 더 이상의 양보를 받아낼 수 없는 것을 인지하고, 미국의 대한 원조를 더 보상받는 것으로 방향을 틀었다. 한국 정부가 꺼낸 카드는 베트남에 대한 한국의 수출 물량을 늘려주는 것이었다.

1967년 브라운 대사의 후임자로 온 포터 대사의 임무는 전투부대의 3차 추가 파병을 위한 한국 정부와의 협상이었다. 1967년 9월 4일 박정희 대통령은 포터 대사와 만난 자리에서 추가 파병의 여부는 북한의 도발을 막기 위한 군사 장비가 얼마나 제공될 수 있는가에 달려 있다고 언급했다.

이 시점에서 포터 대사는 한국군의 적극적인 (대북) 공세가 결국 북한과의 더 많은 충돌을 만들어내고 이를 통해 미국으로부터 더 많은 원조를 받아내기 위한 한국 정부의 전술이라고 판단했다. 그래서 그는 베트남에 있는 한국군은 한국 정부가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지 얻을 수 있도록 하는 ‘알라딘의 램프‘라고 말했던 것이다.

미국은 이 전쟁의 본질을 한국전쟁과 같은 남북 간의 전쟁으로 파악하고 있었다. 베트남전쟁의 본질은 남베트남 정부에 반대하는 남베트남 사람들의 저항이었다. 이들이 없었다면 호찌민의 지원은 아무런 효과도 보지 못했을 것이다. 베트남전쟁 과정뿐만 아니라 통일 이후에도 남베트남의 베트콩과 북베트남 공산당 사이에 의견 차이와 갈등이 있었던 것은 이 때문이었다.

폭격을 통한 압력이 평화 협상에서 유리하게 작동할 것이라는 오판은 닉슨 행정부 초기부터 파리평화협정이 끝나는 1973년 초까지 4년 동안 지루하게 계속됐다. 닉슨의 베트남뿐만 아니라 캄보디아와 라오스에 대한 공세 강화는 비밀리에 수행됐고, 군사 활동은 의회에도 제대로 보고되지 않았다.

백악관에서는 비밀이 누설되는 것을 막기 위해 ‘비밀 누설을 막는 사람들의 모임(White House Plumbers)‘이 조직됐지만, 세상에 비밀은 없었다. 닉슨의 두 얼굴이 폭로되기 시작했다. 비밀리에 진행됐던 폭격이 1969년 5월 9일 뉴욕타임스 기자에 의해 폭로됐다.

‘종전‘이 아니라 ‘확전‘이 알려지면서 미국 역사상 최대 규모의 학생시위가 벌어졌다. 1968년 5월 중순까지 사립대학의 89%, 공립대학의 76%에서 반전 시위가 있었으며, 448개 대학에서 수업거부가 있었다. 오하이오주의 켄트주립대학교에서는 경찰 발포로 인해 학생 5명이 사망했다. 닉슨은 그들을 ‘부랑자(bum)‘로 치부했다. 닉슨은 딸 줄리의 스미스대학 졸업식, 사위 데이비드의 에머스트대학 졸업식에 참석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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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구분하는 작업은 말로 하긴 쉽지만, 실제로는 다소 복잡합니다. 그 이유는 두 가지 거래에 시간이 개입하기 때문입니다. 첫째, ‘팔고 사기(매매)‘에서 지금 바꾸지 말고 ‘미래 시점에 바꾸기‘로 지금 약속하는 거래가 있기 때문입니다. 둘째 ‘빌리고 빌려주기(대차)‘는 원래 시간이 개입된 거래이지만, 선물거래와 같이 추가로 다른 시간이 개입하기도 합니다. 다시 설명하겠지만, 오늘은 아무리 복잡한 거래도 ‘팔고 사기‘와 ‘빌리고 빌려주기‘로 분해할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하는 것으로 충분합니다. - P34

인간이 시공간의 제약을 받으므로 인간 욕망의 공통분모인 ‘돈‘도 시공간의 제약을 받는다고 생각합니다. 시간은 금리를 만들고 공간은 환율을 만듭니다. 금리는 시간의 차이에 따른 불일치를 해소하기 위하여 태어났고 환율은 지리적 공간의 차이에 따른 불일치를 해결하기 위해 생겨났습니다.
단순한 ‘팔고 사기‘에는 시간이 개입되지 않는 것이 원칙입니다. 예를 들어 지금 외환을 매매하면 그뿐이므로 현재의 환율에는 시간 개념이 없었습니다. 그러나 ‘빌리고 빌려주기‘에는 시간이 개입됩니다. 빌려준 것을 나중에 받아야 하니까여. (중략) 이렇게 시간이 개입되는 곳에 반드시 금리가 있습니다. (중략) ‘시간 개념이 있는 금리‘와 ‘시간 개념이 없는 환율‘이 곧 우리가 연결해야 할 과제입니다. - P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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