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소드 : 20세기를 지배한 연기 테크닉 - 20세기를 지배한 연기 테크닉
아이작 버틀러 지음, 윤철희 옮김, 전종혁 감수 / 에포크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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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니 슬랍스키는 경력을 쌓아가는 동안 디드로가 제시한 연기의 위계를 완전히 뒤집었다. 그는 상징적 스타일을 문자 그대로 교과서에서나 배울 수 있는 일련의 클리셰들로 구성된 "판에 박힌 작업"이라고 일축하며, 위대한 감성을 가진 이들이야말로 최고의 배우라고 주장했다. 스타니슬랍스키에게 재능은 배우로서 경험을 받아들이는 능력이었다. 그러나 때로 스타니슬랍스키의 재능은 그를 저버렸다. 그느 폴루스 이래로 모든 이들이 맞닥뜨린 것과 같은 똑같은 문제가 직면했다. 시도 때도 없이 경험을 불러낼 방법은 존재하지 않았다. 영감을 훌륭한 연기를 펼칠 수 있게 하는 비법이지만, 영감처럼 변덕스럽고 형언할 수 없는 것을 어떻게 통제할 것인가?

이 책의 말미에 실은 참고문헌이 명확하게 보여주듯, 이런 훌륭한 책들이 없었다면 <메소드>는 세상에 나오지 못했을 것이다. 다만 그 책들은 메소드 이야기를 하지만 메소드가 주인공은 아니다. 메소드를 주인공으로 삼는다면, 특히 메소드가 살아온 놀랍고 변화무쌍하며 혼란스럽고 논쟁적인 생애를 보기 위해 보다 넓은 문화적 맥락에 메소드를 배치한다면, 어떤 모습이 드러날지 궁금했다. 메소드와 메소드의 시대를 보는 새로운 방법은 무엇일까.

메소드는 단순히 연기론이나 감독이 큐 사인이 떨어지마자 울먹이게 만드는 든든한 방법이 아니다. 변화를 불러오고 혁명을 일으킨 현대적인 예술운동이자, 20세기의 위대한 생각이다. 무조음악, 모더니즘 건축, 추상미술처럼 ‘시스템‘과 메소드는 세상과 나 자신을 바라보는 방식을 바꿔버릴 인간 경험을 상상하는 새로운 방법을 내놓았다. 오늘날 우리는 메소드의 안내를 받아 등장한, 미학적 취향을 지닌 세상에서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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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틀러와 스탈린 - 독소전쟁 4년의 증언들
로런스 리스 지음, 허승철 옮김 / 페이퍼로드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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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똑같은 문제를 기록한 ‘자료‘보다 ‘증언‘이 더 신뢰할 만하다고 주장하고자 이 사례를 제시하는 것이 아니다. 단지 역사가는 모든 자료를 회의적으로 평가해야 한다는 사실을 지적하고 싶었을 뿐이다. 특히 이 시기의 역사를 다루는 문서 증거의 중요성에 의문을 제기하려는 것도 아니다. 오랫동안 감춰졌던 자료가 발견되면, 해당 시기를 둘러싼 기존의 이해가 재구성되는 경우가 많다. 이례로, 스탈린이 제2차 세계대전 초창기에 폴란드군 장교 수천 명의 학살을 재가할 때 서명한 서류 한 장이 있다. 이 자료는 소련 체제가 붕괴한 이후 세상에 등장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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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어슨은 골턴, 그리고 래피얼 웰던이라는 사람과 함께 통계학 학술지 〈바이오메트리카〉를 창간했다. 수학자들이 데이터 표본이 정규분포를 따르는지 혹은 다른 곡선에 더 잘 맞는지 알아보는 데 사용하는 ‘카이제곱 검정’이라는 방법을 고안하기도 했다. 또 ‘표준편차’라는 용어를 처음 만든 장본인이기도 하다.

피셔가 발명하거나 확장한 현대적 통계 도구를 꼽아보면 놀라울 정도다. ‘분산분석ANOVA’에 사용되는 다양한 모델, ‘통계적 유의성’ 개념, 데이터에 가장 잘 부합하는 분포 가설을 판정하기 위한 ‘최대가능도추정법’을 비롯해 수많은 도구가 피셔의 작품이다. 피셔는 선구적인 유전학자이기도 했다.

베이즈주의의 주관성과 ‘내 생각은 무엇인가?’를 묻는 애매모호성은 그런 목표에 해가 되었다고 클레이턴은 말한다. "그들이 추구했던 것은 일종의 과학적 권위였다"면서, "그처럼 급진적인 변화는 저항에 부딪칠 게 뻔했으므로 최대한 논박 불가능한 권위로 뒷받침하고자 했던 것"이라고 그는 내게 말했다.

베이즈주의와 빈도주의의 관점 차이를 더없이 깔끔하게 요약한 말이라고 생각한다. 베이즈주의는 확률을 주관적인 것으로 간주한다. 즉, 확률은 세상에 대한 우리의 무지를 표현한 것이라고 본다. 빈도주의는 확률을 객관적인 것으로 간주한다. 즉, 엄청나게 여러 번 시행했을 때 어떤 결과가 얼마나 자주 나오느냐를 표현한 것이라고 본다.

지금 논하고 있는 예제를 온라인 계산기에 집어넣고 표본의 특성에 대해 몇 가지 가정을 하고 나니, p값이 약 0.16으로 나왔다. 그 뜻은 한마디로 이렇다. 만약 발 큰 사람이라고 해서 IQ가 높을 가능성이 더 크지 않다면, 그리고 모집단에서 발 큰 사람 50명을 무작위로 뽑았다면, 대략 여섯 번에 한 번꼴로 모집단 평균에 비해 높은 쪽으로든 낮은 쪽으로든 지금 이상의 차이가 나타나리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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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크와 팩트 - 왜 합리적 인류는 때때로 멍청해지는가
데이비드 로버트 그라임스 지음, 김보은 옮김 / 디플롯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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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모는 물론 일어나지만 대규모 음모를 오랫동안 비밀로 유지하는 일은 불가능에 가깝다. 1517년으로 거슬러 올라가면 니콜로 마키아벨리Niccolò Machiavelli는 음모론자에게 이렇게 조언했다. "수많은 (음모가) 초기에 발각되어 진압당했으며, 누군가가 군중 속에서 오랜 시간 비밀을 지켰다면 이것은 기적이다." 두 세기 지나 글을 쓴 벤저민 프랭클린Benjamin Franklin은 더 간단명료하게 말했다. "셋이 비밀을 지켰다면, 그중 둘은 죽은 사람일 것이다."

선언지 긍정의 오류는 논쟁 중에 자주 일어난다. ‘네가 틀렸거나 내가 틀렸다. → 너는 틀렸다. → 그러니 나는 옳다.’ 물론 현실은 두 전제가 모두 거짓일 수 있으므로 이것은 허세에 가깝다. 이 형식적 오류는 정치에서 널리 사용되는데, 상대방을 질책하면 화자의 주장에 신빙성이 생긴다고 오해하기 때문이다. 실제로는 화자의 진실성을 입증할 책임은 항상 화자에게 있으며, 실제건 상상이건 간에 상대방의 모순을 드러내는 것만으로는 저절로 화자의 신뢰도를 입증할 수 없다.

해롭지 않은 젊은 여성을 생생한 폭력으로 위협하는 행위가 정당하고, 자신들이 도덕적으로 우위에 있다고 여기며 그를 몰락시키는 데 열중할 만큼 크게 비틀린 상태였다. ‘그는 윤리 의식이 부족하다. → 나는 그를 공격했다. → 따라서 나는 도덕적으로 옳다.’

특히나 충격적인 사례로는 일반 대중 소비자에게 직접 의약품을 광고하는 괴이한 현상으로, 매스마케팅(특정 대상 없이 시장 전체에 광고하는 전략.―옮긴이) 전략이다. 윤리적인 이유로 이 관행은 대부분 국가에서 금지되었다. 미국과 뉴질랜드 단 두 국가만이 예외로, 항우울제부터 발기부전치료제까지 온갖 의약품을 패션 브랜드나 아침 식사용 시리얼과 함께 텔레비전과 지면에서 광고한다.

암은 기본적으로 노화가 원인인 질병이며 암의 가장 큰 위험 요인은 단 하나, ‘나이’다. 선조들을 괴롭힌 불결한 위생과 절망적인 역병, 전염병이라는 장황한 위험을 대부분 회피한 인간은 이제 장수한다. 암 발생률의 명백한 상승은 역설적이게도 사회 보건 건강이 향상된 결과다. 그러나 암 발생률만 홀로 상승했다는 사실은 현실 상황과 대립하는 논리적 비약을 유도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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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사람이 세계를 이해하는 기준이 이러하다면 (당시의 나는 그랬던 것 같다) 굶기는 합리적인 일이 되고 음식 통제는 그 배고픔과 충족될 수 없음의 간극을 표현하는 동시에 거부하는 방법이 된다. 당신의 필요들이 당신을 압도하는가? 당신 자신이나 다른 사람들이 그 필요를 충족해주리라는 믿음을 가질 수 없는가? 심지어 자신이 필요로 하는 것이 무엇인지도 모르겠는가? 그렇다면 아무것도 필요로 하지 말라. - P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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