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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만 번 산 고양이 ㅣ 비룡소의 그림동화 83
사노 요코 글 그림, 김난주 옮김 / 비룡소 / 2002년 10월
평점 :
100만년 동안이나 죽지 않은 고양이가 있었습니다.
100만번이나 죽고서도 100만번이나 다시 살아났던 것입니다.
멋진 호랑이 같은 얼룩고양이었습니다.
100만명이나 되는 사람들이 그 고양이를 사랑하고,
100만명이나 되는 사람들이 그 고양이가 죽었을 때 울었습니다.
고양이는 한 번도 울지 않았습니다.
기부스를 푼지 1주일이 조금 지났다.
머리를 두 손으로 시원하게 감을 수 있다는게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알게 되었다.
응급실로 달리던 10분이 남긴 무서움과 외로움.
기부스를 하고 있던 한 달이라는 시간 동안,
기부스를 한 엄지 손가락을 치켜 올리며 까불고 다녔지만
사실....그 무서움과 외로움이란 놈의 후유증이 상당히 컸다.
난 아이스크림이나 장난감을 사달라고 조르는 어린애들처럼
"사랑이 하고 싶어!"라고 말했다.
뭐 재미있는 일이 없을까 생각하다가 알라딘에서 이벤트도 해보았다."Love Letter".
보고 있으면 활짝 미소짓게 되는,
보고 보고 또 보게 되는,
또 "사랑은 기다리면 오지 않는다"고 충고를 해 주는
따뜻한 편지들을 많이 받았다.
그 편지들 중 하나.
mong님이 <수선님께 드리는 그림동화>라는 제목으로
<100만 번 산 고양이> 얘기를 들려 주셨다.
그 얘기를 읽으면서
어찌나 그 고양이가 나 같던지....
죽었다 살아났다를 100만번이나 되풀이해도
뭐 하나 달라지는게 없는 고양이...
그 고양이에게서 내 모습을 느꼈다.
<100만 번 산 고양이>를 사서 조용히 책장을 넘기며 읽었다.
한장 한장 넘길 때 마다 마음이 아.팠.다.
어떤 암고양이이건 그 고양이의 짝이 되고 싶어했습니다.
커다란 물고기를 선물로 바치는 고양이도 있었습니다.
살이 통통하게 찐 쥐를 갖다 바치는 고양이도 있었습니다.
멋진 호랑이 무뉘의 털을 핥아 주는 고양이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고양이는 그런것에는 아무 관심도 없었습니다.
"난,100만 번이나 죽었었다구.이제 와서 뭐 새삼스럽게 그래.나 원 참!"
고양이는,누구 보다도 자기 자신이 좋았던 것입니다.
이런 고양이의 모습이
자꾸 내 모습과 오버랩되었다.
아무것도 새롭지가 않은,
퉁퉁거리며 거들먹거리는 고양이의 모습.
이런 고양이가 누군가를 사랑하게 되었다.
100만 번이나 죽었다 살아난 자신에게 무관심해 보이는
흰고양이에게 고양이는 거들먹거리며 자랑하기를 그만 두고 이렇게 말한다.
"나는, 100만번이나..."하고 말을 잇다가
"네 옆에 있어도 돼?"라고 흰털 고양이에게 물었습니다.
흰털 고양이는 "그렇게 하렴."하고 가볍게 대답했습니다.
편지 끝에 mong님은 이렇게 썼다.
"네 옆에 있어도 돼?"
"그러렴"
이런 대화가 스스럼 없이 이뤄지는 날이 어서 오길 바랍니다 ^^
mong님의 편지를 읽으며 생각했다.
정말....그런 날이 올까?
뭘하든 잘해 보려는 전투적인 삶의 자세에서 벗어나,
그냥 한 사람 옆에 풍경화의 일부처럼 자연스럽게 존재하는 그런 일이....
나에게도 있을 수 있을까?
100만 번 산 고양이는
흰털 고양이 옆에만 있었고,
흰털 고양이를 자기자신 보다 더 많이 사랑하게 되었고,
둘은 함께 늙어 갔고,
흰털 고양이가 더 이상 움직이지 않게 되었을 때,
100만 번 산 고양이는 처음으로 울.었.다.
100만 번 산 고양이는 100만 번을 울었고,
흰털 고양이 옆에서 죽었다. 그리고 다시는 태어나지 않았다.
동화를 읽으면서 이렇게 마음이 저릿저릿 아프다니....
서른살이 되어도 아무것도 달라지는 것도 없었는데,
29살 때는 그렇게 서른살이 된다는 걸 두려워 했었다.
서른살이 되어도 지구는 그저 말없이 빙빙 도는데,
29살 때는 서른살이 되면 지구에 커다란 변화라도 일어나는지 알았다.
잔뜩 겁을 먹고 김광석의 <서른 즈음에>를 들으며 과속을 하고 다녔었다.
그런데....막상 서른살이 되었을 때 아무것도 달라진게 없어서
서운한 기분까지 들었다.
어쩌면....어쩌면....어~쩌면....
산다는건 내가 생각하고 미리 두려워하는 것처럼
그렇게 대단하지도 어렵지도 않은게 아닐까?
사랑이라는 것도
그저 누군가의 옆에 가만가만,오래오래 있는것 만으로
행복함을 느낄 수 있는 그런게....아닐까?
난 참....전투적이었다.
경마장에서 날뛰는 경주마처럼
자기가 어디로 가는지도 모르면서,왜 달리는지도 모르면서
남보다 빨리 가려고 헉헉 거렸다.
누군가의 옆에 가만가만, 오래오래 있으며
같이 늙어가고 싶다는 생각 따윈....해본 적 없었다.
그런데 이제....
누군가의 옆에 가만가만, 오래오래 있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건...
왜.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