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침, 막내동생이 "첫 출장"을 갔다. 홍콩으로.

첫 출장!
정말....."첫 사랑"만큼이나 설레는 일이다.

막내동생은 벌써 한 달 전부터 들떠 있었다.
별의 별 걱정을 다하고,
무슨 옷을 입을지 고민하고,
아빠, 엄마 선물을 뭐할지 의논하고,
홍콩 일기예보를 거의 매일매일 보다시피 했다. 귀여운 것!

아침 비행기라 동생은 5시 조금 넘어 집을 나섰다.
아빠는 동생의 거대한 트렁크와 갖가지 짐들을
공항 리무진 정거장까지 들어다 주시고 들어오셨다.

오늘 아침에 보니
우리 아빠......많이 늙으셨다.
내 "첫 출장"이 오버랩되면서 아침부터 가슴이 짜~안했다.

시드니로 떠난 첫 출장 때,
난 동생 보다 10배는 더 호들갑을 떨었다.
일주일 출장 가면서 커다란 트렁크 2개를 들고 갔다.
동생은 전시회에 필요한 회사 샘플 때문에 짐이 많지만,
그 때 내 트렁크는 다.....옷들로 가득 차 있었다.
(선배들에게 이민 가냐는 놀림을 엄~청 받았었다.ㅋㅋ)

첫 출장에 설레였던 건 나만이 아니었다.
어린애 같은 딸내미가 출장을, 그것도 해외출장을 간다는 사실이
아빠,엄마에겐 신기할 뿐이었다.

그 땐 인천공항이 아니라 김포공항이었는데,
아빠,엄마는 공항까지 나오셔서 손을 흔들며 배웅을 하셨다.
시드니 일주일 출장이 아니라,
시드니 올림픽에 출전하는 태극전사의 부모님 같았다.

아빠,엄마의 표정에는 신기함, 대견함, 흐뭇함 및 걱정, 불안 등
만감이 교차하고 있었다.

진~짜 필요 없다고 하는데도,
회사에서 일당도 나오고, 카드도 있고, 현금도 충분하다고 하는데도,
아빠는 한사코 용돈을 주셨다.
(아.......언제 그렇게 또 용돈을 받아 볼까? 가 버린 날들이여, 다시 오라!)

그랬던 때가 있었다.
첫 출장에 잔뜩 설레여 잠을 설친 막내동생처럼
그랬던 때가 있었다. 내게도.

어느새~
장필순의 노래처럼 어느새~

신입사원은 과장이 되었고,
"서른 즈음에"를 들으며 눈물 흘리던 나는
넉살 좋게 윙크까지 하며 "골든 30대"를 외치게 되었고,
첫 출장에 설레여 잠 못 이루던 나는
비행기 타는 걸 지하철 타듯이 대수롭지 않게 느끼게 되었으며,
공항까지 나오셔서 태극전사 부모님처럼 하염없이 손을 흔들던 울 아빠,엄마는
현관에서 "언제 오냐?"는 한 마디로 그 애틋했던 배웅의 절차를 혁신적으로 개편하셨다.

그리고 어느새~
막내동생의 첫 출장에 잊고 있던 첫 출장의 기억을 떠올린 나는
나의 대학 입학, 첫 출근, 첫 출장에
나 보다 더 설레여 하시던, 더 가슴 벅차 하시던
부모님을 생각하며 반성했다.

그 모든 순간을 함께 해주신,
그 모든 순간에 나 보다 더 기뻐해 주신 부모님께
제대로 고맙다는 말을 한 적이 있는지.

- 막내 동생의 첫 출장 날, 잊고 있던 나의 첫 출장을 기억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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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INY 2006-11-14 16: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의 첫 해외 출장도 그랬어요. 전 신입사원이 아니라 대리가 되서 본사 출장가는 거였고, 신입사원 때부터 뻔질나게 해외를 드나들던 동생보다 해외출장은 늦게 간 거였지만, 부모님은 무척 대견해하셨고 공항까지 태워다주셨더랬죠.
그 시절이 좋았어요~ 에너지와 의욕이 넘쳤던 시절!

blowup 2006-11-14 16: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수선 님의 다이어리를 보고 있으면, 잊지 말아야 할 것들의 리스트가 떠올라요.

이리스 2006-11-14 17: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나도 입사하고 한참 있다가 해외출장 갔는데. 미국 출장이었구 짐은 별로 많지 않았던 것 같아. 올 때 많아졌을 뿐. 각종 자료와 참고서적들이 가득.. --;

kleinsusun 2006-11-15 00: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Briny님, 전 지금도 에너지와 의욕이 넘쳐요. 호홋~^^

namu님, 그렇게 말씀하시니...부끄부끄^^ 오늘 아침 출근길에 첫출장 갔던 날을 떠올리면서 부모님께...참 고맙고도 미안했어요. 새까맣게 잊고 있었답니다.

구두님, 정말? 자료와 참고서적들만? 구두랑 가방들은 없었구? ㅋㅋ

2006-11-15 01:32   URL
비밀 댓글입니다.

잉크냄새 2006-11-15 12: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대리때 첫 해외출장을 중국으로 다녀왔지요. 전 설레임도 두근거림도 없었고 내일 회사안가니까 마음 놓고 술 마셨다가 비행기 안에서 술냄새 폴폴 풍겼다죠.

2006-11-15 13:28   URL
비밀 댓글입니다.

마태우스 2006-11-15 14: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막내동생의 출장을 기화로 부모님의 사랑을 생각하시는 모습, 아주 아름답습니다.

마태우스 2006-11-15 14: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동생분이 아무리 귀엽다 해도 수선님보다 귀여울 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비로그인 2006-11-15 15: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출장보다는 여행이 좋다, 라고 생각하는 저는 매우 숙연해집니다. 후훗.

kleinsusun 2006-11-15 23: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잉크님, 비행기 못타면 어떻할까...는 걱정되지 않으셨어요? ㅋㅋ
역시...소심한 저랑 다르시군요, 용감한 잉크님!^^

마태님, 오....전 마태님의 칭찬을 먹고 살아요. 음하하하.

Jude님, 물론...저도 출장 보다 여행이 훨~씬 좋아요!^^
 

"여자들은 남자 얼굴은 안 보죠?"

며칠 전, 이제 막 신입사원 딱지를 뗀 1~2년차 후배들과 점심을 먹었다.
여자 후배 둘, 남자 후배 하나.

여자 후배 C가 그 날 저녁 소개팅을 한다고 얘기한 걸 시작으로
네 명의 싱글은 소개팅에 대한 경험담과 성공을 위한 조언 등을 화제로 열을 올렸다.

남자 후배 J는
"인도네시아 수도가 자카르타 맞죠?" 하는 확인을 위한 질문처럼
"여자들은 남자 얼굴은 안 보죠?"라는 질문을 당연하다는 듯이 했다.

여자 셋은 대답을 피하며 묵묵하게 숟가락질을 했다.
J는 여자들의 갑작스런 침묵에 약간 당황하며 나를 콕 집어 다시 물었다.
"과장님, 여자들은 남자 얼굴은 안 본다면서요. 맞죠?"

난 묵묵히 숟가락질을 하다가 고개를 들어 J를 바라보며 말했다.
"안 보겠냐?"

도대체....남자들은 왜 그런 생각을 할까?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상대방의 외모를 아예 안 본다는 건 "뻥"이다.
그건..."본능"이다.

물론....나이가 들면서,
결혼을 위한 "배우자"를 찾으면서,
많은 여자들이 남자의 외모 보다는 "조건"에 집착하는 게...사실이다.

실제로....잘 나가는 전문직 남자의 경우 많은 것을 용서 받는다.
성형외과, 피부과, 치과의사(임플란트나 교정 전문의), 한의사의 경우
그들이 대머리, 숏다리, 비만, 또는 이 세 개의 증상을 고루 갖추고 있다 하더라도
최고의 신랑감으로 분류되며,
케이블 TV 리포터 정도는 될 것 같은 쮸쮸빵빵한 여자들과 같이 다닌다.

하지만....그들과 똑 같은 외모를 가진 일란성 쌍둥이가
평범한 회사원인 경우에는?
오호통재(嗚呼痛哉)라!
부모님을 탓하거나 공부 안한 자신을 탓할 수 밖에!

헤드헌터가 고객이 요구하는 스펙에 맞는 대상자를 물색하듯이
자신이 원하는 "조건"을 만족시키면
외모고, 사랑이고, 애틋한 감정이고 뭐고.... 다 필요 없다는 여자들도....있다.
분명 있다. 내 주위에도 물론.

하지만 모든 여자가 다 그런 건 아니다.
J의 "일반화"는 아주...위험한 거다.

세상에...잘 생긴 남자 싫어할 여자가 있을까?
순정만화에서 톡~ 튀어나온 것 같은 남자를 만났을 때
가슴 뛰지 않는 여자가 있을까? 할머니라도?

며칠 전....사주 cafe에 갔었다.
덕담이라도 들으면 기분이 좋아질 것 같아서.
그런데...덕담이 아닌 "충고"를 들었다.

사주 cafe 아저씨가 말했다.
내게 필요한 건 "보호자" 같은 남자라고.
그러니....너무 "이상형"을 찾지 말고,
내 "스타일"을 고집하며 세월을 보내지 말고,
이제 그만 "타협"하라고.
날 좋아하는 능력 있는 남자랑 결혼하라고.
그럼 "사모님" 소리 들으며 잘 살 수 있다고.

아....이런 얘길 사주 cafe에서 돈 내고 들어야 하다니...

"도대체 결혼할 마음이 있긴 있는 거야?"
이런 말을 듣는다. 자주.

결혼은 "현실적 결단"이며, "타협"이라고 한다. 주위에서.
그런데....뭘 "결단"하고 "타협"하라는 걸까?
꽃미남을 기다리는 것도 아니고, 동화 속 왕자님을 찾는 것도 아닌데...

아....어렵다.
고등학교 땐 수학이 제일 어려운지 알았는데,
세상에 이렇게 어려운 게 있을지 몰랐다. 어려워....너무 어려워!

p.s) 사주 cafe에 다녀온 후 심난해진 내게
버블 시스터즈의 <하늘에서 남자들이 비처럼 내려와>는 큰 힘이 되었다.
그래서...내친 김에 컬러링도 바꿨다.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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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6-11-13 01: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흠.. 노래제목인가 보군요. 검색 go~
p.s 그나저나 J씨.. 안타까워요..;;;

수퍼겜보이 2006-11-13 03: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쯧쯧~ J씨는 희망을 갖고 싶었던 걸까요... '이미' 남자도 외모지상주의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분위기가 된 것 같습니다.

kleinsusun 2006-11-13 08: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군님, <하늘에서 남자들이 비처럼 내려와> 오랜만에 정말 마음에 와닿는 노래예요. ㅋㅋ 정군님껜 아마도... 그냥 재미있는 노래일꺼예용.^^

수퍼겜보이님, J 외모 나름 귀엽거든요. 나름 스마트하기도 하고...근데...왜 그런 질문을 하는지 모르겠어요.ㅋㅋ 즐건 한주 시작하세요!^^

마늘빵 2006-11-13 08: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흐흐. J씨는 큰 착각을 하고 있군요. 7,80년대에 통할 이야기를. -_-
과거의 이성관이 여잔 남자의 능력, 남잔 여자의 외모였다면,
요새는 남잔 여자의 외모+능력을, 여잔 남자의 능력+외모를 보지 않나요?
저도 착각? -_-

kleinsusun 2006-11-13 08: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프님, 아프님은 주로 뭘 보세요? 궁금하네요^^
요즘엔 워낙 취향이 제각각이라....ㅋㅋ

글샘 2006-11-13 08: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우스가 금빛 소나기가 되어 내렸다던가요? 바람둥이 아닐까요? 비처럼 내려온 남자. ㅋㅋㅋ 너무 충격적인가?

kleinsusun 2006-11-13 08: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반달님, Good morning!^^ 이 노래는요... 한 특정한 남자를 말하는 게 아니라요...맘에 드는 남자들이 하늘에서 마구 쏟아져 내렸으면 좋겠다는...It's raining men! 이랍니다. ㅋㅋ 노래 디따...잼 있어요. 함 들어 보세요^^

드팀전 2006-11-13 09: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난 전문직 뭐도 아닌데...왜 인기가 많았을까? 결국 정답은 외모가 된다는 건가 ??? ^^ 오호...월요일날 아침부터 충전되는 자신감..얍얍.
이번 한 주도 속썩이는 일없고 고함치는 윗사람들 없기를 회사원 모두 기도합시다.

BRINY 2006-11-13 09: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J후배를 앞으로 잘 지도해주세요~
그런데, 결혼할 생각이 없다고 해도 선보라고 하거나 충고를 늘어놓는 사람들은 뭐랍니까. 이젠 그들도 작전을 바꾼 걸까요? 그리고 신부감 후보 1위라는 여교사. 선보러 나가면 다들 꿍꿍이속이 있더이다. 돈 잘 벌어오면서도 일 널널하고 그래서 집안일 시키기 쉽고 애도 잘 키우겠지하는.

kleinsusun 2006-11-13 10: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드팀전님, 멋진 드팀전님의 발랄한 댓글에 저도 월욜 아침부터 기분 Up,Up!^^
오늘부터 수요일까지 상무님, 팀장님 모두 출~장, 야~호! 랄랄라~ ♬

Briny님, 맞아요. 남자들이 여교사들에게 바라는건 돈 벌면서도 방학 있고, 일찍 퇴근해서 가사 및 육아에 문제가 없다는 거! 근데...요즘 교사들 바쁘다면서요. 제 주위에 교사랑 결혼한 남자들이 투덜투덜~-_-

마늘빵 2006-11-13 11: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공감대, 지력, 성격 + 외모 므흣. 흠. 전 그래요. 여러가지 요소들에서 100점이 아닌 60점 이상의 사람을 찾아요. 총점이 높은. -_- (제 여자친구 왈)

kleinsusun 2006-11-13 12: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프님, 외모가 맨....마지막 조건이란 말이예요? 정말???^^

잉크냄새 2006-11-13 12: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It's raining women! 할렐루야~

비로그인 2006-11-13 12: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외모 많이 봅니다. (실은 아무데도 이렇게 대놓고 말하지는 못했어요 후훗)

2006-11-13 12:49   URL
비밀 댓글입니다.

kleinsusun 2006-11-13 12: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잉크님, 이 노래 아시는군요! 방가방가!^^

Jude님, 저도.......봐요. ㅋㅋ

속삭이신님, 저만의 남자는....도대체 어디 있을까요? 있긴 있을까요? -_-

이리스 2006-11-13 12: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난 외모만 봐. =33333
하하하~

kleinsusun 2006-11-13 12: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구두, 정말??????? 아닌 것 같은데...ㅋㅋ

마늘빵 2006-11-13 19: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이로써 외모가 중요하다는 것이 통계로 나오는군요. -_-
수선님, 구두님, 쥬드님.

다락방 2006-11-13 23: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이십대 초반엔 말이죠 첫째도 외모, 둘째도 외모, 셋째도 외모였거든요.
근데 이제 나이가 들어서 좀 바뀌었어요. 첫째는 돈, 둘째도 돈, 셋째는 외모.
이렇게요.

ㅋㅋㅋㅋㅋ
 

빼빼로 데이.
시내는 온통 100년 넘게 썩지도 않을 요란한 포장지에 울긋불긋한 리본을 묶은
빼빼로를 팔고, 사고, 선물한다고 북새통이었겠지.

"빼빼로 데이"의 상업성에 저항(?)하기 위해,
포장지 사용을 줄이자는 환경운동을 지지하기 위해,
난 하루 종일....집에 있었다.
자고 자고....또 잤다.

하루 종일 몸이 욱신거렸다.
이럴 때 일수록 운동을 더해야 하나?
언뜻 그럴 것 같았지만 몸을 움직이기가 힘들었다.

서서히 몸이 단단해 지고 슬슬 근육이 생기는 걸 뿌듯해 하며
욕심을 부려 근육운동 기구들과 바벨,아령의 무게를 늘렸다.

화요일부터 몸이 아팠다.
온몸이 욱신거리는 근육통이 느껴졌지만
기분 좋게 단단해져 가는 팔 근육을 만져 보며,
윤곽이 뚜렷해져 가는 쇄골을 만져 보며,
통증을 기분 좋게 받아들였다. 까잇~거!

그러다 오늘 아침......뻗어 버렸다.

난 항상 뭔가에 미쳐 있다.
얼마나 갈지 모르지만 지금은 웨이트 트레이닝에,
일에, 남자에, 소설에, 주식에, 여행에, 외국어에, 차에, 명상에, 와인에, 음악에....

"웬 운동을 그렇게 무식하게 하니? 제발 좀 살살해라."
아침에 못 일어나서 끙끙거리는,
겨우겨우 침대에서 빠져 나오는 날 보며 걱정스런 표정으로 엄마가 말했다.

어렸을 때부터 뭔가에 미쳐 있는 내 모습을 지겨울 만큼 봐온 울 엄마는
지치지도 않고 또 새로운 뭔가에 빠져 있는 딸내미의 모습에
정나미가 떨어질 만도 한데,
항상, 한결 같이 걱정스런 표정으로 날 바라보며 말씀하신다.
"제발 좀 살살해라."

난 참....집중을 잘한다.

어렸을 때부터 책을 읽을 때나 딴 생각을 할 땐
주위에서 나는 소리를 듣지 못했다.
그래서 툭하면 부모님이나 선생님께 혼났다.
"너 내가 부르는 거 못 들었어? 몇 번을 불렀는데?"

연애를 할 땐,
친구들 모임에도 나가지 않고
연락도 뜸하게 잠수해 버려
배 터질 만큼 욕을 먹곤 했다.
어떻게 시간을 분배해야 할지 몰랐다.
오직 관심이 한 곳에 있기에.

몇 년 전엔 "속도"에 미쳐서
중고 아반떼를 하나 사서 투박한 핸들을 모모 핸들로 바꾸고,
레이싱용 어깨 벨트를 하고 주말마다 미친 듯이 밟았다.

또 몇 년 전엔 "태국"에 미쳐서
어떻게 하면 태국에 살 수 있을까... 고민했다.
잘 팔지도 않는 태국어 회화 테이프를 사서 태국어를 배웠고,
일본계 태국회사랑 면접을 하러 방콕까지 날라 갔다.

에너지가 한 번 폭발하고 나면....한동안 슬럼프를 겪는다. 조울증처럼.

"inventory building"이라는 말이 있다.
재고 축적, 재고가 쌓인다는 말이다.
"LCD TV panel inventory building" 이런 신문기사 제목처럼.
LCD TV 판매가 예상을 밑돌아 panel 재고가 쌓이고 있다....이럴 때 쓰는 표현이다.

판매가 부진해서 재고가 쌓이기도 하지만,
반대로 일정한 재고를 확보하지 못하면 판매를 하지 못한다.

세일 기간에 백화점에 가면 이런 말을 자주 듣는다.
"죄송합니다. 손님, 찾으시는 상품 재고가 없습니다."

왜 뜬금 없이 재고 얘기를 하느냐?
에너지도 재고와 비슷한 것 같아서.

열정적인 사람들은 에너지를 확~당겨 쓴다.
에너지가 소모되면 다시 에너지가 충전될 때 까지,
그러니까 최소 재고가 확보될 때 까지,
기다려야 한다.
한 번씩 축 쳐져서, 빈둥빈둥하며
깜빡거리는 빨간 불이 느긋한 연두색으로 바뀌기를 기다려야 한다.

이렇게 논리적(?)으로, 이성적으로 이해하긴 하지만,
한 번씩 슬럼프에 빠질 때면 정말....두렵다.
조바심이 나고 입이 바짝 탄다.
오늘처럼 편하게 푹~쉬면 되는데,
대부분의 경우 그렇지 못하다.

어차피 늦게 출발 했으면
지하철에서 30초에 한 번씩 시계를 보며 발을 동동 구르건,
한 20분 푹~자면서 가건 늦는 건 똑 같은데,
안타깝게도 난 전자에 속한다.
발을 동동 구르며 초조하게 시계를 본다.

하루 푹~쉬었더니 몸의 욱신거림이 뻐근함과 나른함으로 바뀌고 있다.
이렇게 몇주 남지 않은 06년의 끝에서 몇 번째 토요일을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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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리스 2006-11-12 00: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언니, 혹시 내 도플갱어? 으하하하핫... ㅋ

글샘 2006-11-12 01: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세상에 그런 사람 많이 있습니다. 저도 동동 편입니다. ㅎㅎㅎ
쿨쿨 자려고 할 필요 있겠습니까? 동동 구르는 게 '나'인걸요.

마태우스 2006-11-12 01: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뭔가에 미치는 사람, 정말 멋진 사람 아닌가요? 그게 뭐든지 관계없이요.

LAYLA 2006-11-12 01: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태국은 어떻게 끝났나요? 궁금해요!

바람돌이 2006-11-12 02: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에~~~ 저는 그냥 느긋하게 푹자는 쪽... 그니까 뭔가에 잘 미치지도 못해요. 그냥 이것 저것 건드려보고 적당히 하다 마는 주의죠. 이거 타고난 성격이라 잘 안고쳐져요. 아마 님도 그렇겟죠. 근데 서로의 입장에서 보면 상대편이 부러워보일때가 많죠.저도 아주 열정적으로 뭔가를 하는 사람을 보면 참 부럽거든요. 근데 사람이 사는 방식은 다 장단점이 있는 것 같아요. 어느쪽이나... 하긴 이것도 만사가 느긋한 제 생각이겠죠. ^^

마늘빵 2006-11-12 09: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그런 모습이 매력적인데.

2006-11-12 11:15   URL
비밀 댓글입니다.

BRINY 2006-11-12 11: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기분좋게 단단해지는 팔근육~~!
저도 얼마전 앉아서 팔운동이라도 하시죠, 팔뚝살이 늘어져요라는 말을 듣고 1kg짜리 아령을 구입했는데, 이게 참...
저도 예전엔 집중을 참 잘했는데, 점점 집중하기도 힘들고, 또 한번 집중하면 그걸 유지하는 기간이 짧아지는 거 같아요. 정말 나이가 들었나봐요ㅠ.ㅠ

kleinsusun 2006-11-12 11: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구두야, 너도....그러니? 요즘엔 뭐에 미쳐있어? ^^

반달님, 반달님도 지하철 안에서 발을 동동 구르는 스타일이시군요,웬지 위안이..^^
전 한숨 푹~자는 느긋한 사람들이 부러워요. ㅋㅋ

마태님, 마태님도 미쳐 있잖아요. 테니스에, 술에, 집필활동에, 알라딘에. 미녀에...아닌가요? ㅋㅋ 항상 에너지 넘치는 멋진 마태님!^^

blowup 2006-11-12 12: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조바심은 내면서도 끝까지 못 가는 사람도 있다구요.(여기요.)
원래 배터리는 완전히 방전시키고 충전시키는 게 좋다잖아요.
어정쩡하게 충전시키면, 제대로 충전이 안 된다네요.
비슷하겠죠.
쇄골이 드러나는, 기분 좋은 욱신욱신.

moonnight 2006-11-12 12: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수선님의 그런 에너지가 부럽답니다. ^^ 요즘은 뭘해도 심드렁. 의욕을 느끼지 못하는 거 같아서요. -_-; 운동은 중간중간 하루씩 쉬어주는 게 근육만드는 데 도움된다고 하던데요. 너무 무리하지 마셔요. 주말에 푹 쉬시고 의욕충만한 한 주 여시길 바래요. ^^

2006-11-12 13:11   URL
비밀 댓글입니다.

kleinsusun 2006-11-12 13: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LAYLA님, 태국 그 회사는.... 연봉 협상을 하다가 제가...꼬리를 내렸어요.ㅠㅠ
그 회사는 연봉을 "Baht"로 주겠다고 했는데, 그게 외국인인 제 입장에서는 굉장히 불안한거였거든요. 자세한 얘기는....기회가 있으면 LAYLA님께 살짝꿍 얘기할께요.^^

바람돌이님, 느긋한 님이....부러부러!^^
전 맨날 뭐가 그렇게 급한지 몰라요. 맨날 헉헉! 많은 지도편달을 부탁드려요!^^

아프님, 감사합니다.^^

kleinsusun 2006-11-12 13: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속삭여주신님, 마음을 톡톡 두드리는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BRINY님, 1kg 아령은 약간 가벼운데....ㅋㅋ
팔 운동을 한번에 10분씩, 하루에 2~3번만 해줘도 팔에 훨씬 탄력이 생길 것 같아요.
전 요즘에 웨이트 트레이닝에 미쳐서...싫어하는 우유랑...단백질 보충제까지 먹고 있어요.ㅋㅋ 언제까지 할지는....몰라요. 또 어디로 토낄지!^^


kleinsusun 2006-11-12 13: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namu님, 맞아요! 핸폰 밧데리는 완전히 방전된 다음에 충전하는 게 좋다면서요?
아...커다란 격려가 되는걸요!^^ 이번 겨울 열심히 운동해서 설레이는 마음으로 여름을 기다리고 싶어요.헤헤~ 행복한 일요일 오후 보내세요!^^

달밤님, 아닌 것 같은데...~ 뭘해도 심드렁하면 일하기도 바쁜데, 부산 영화제, 일본 여행, 야간 강의....다 어떻게 하시겠어요? 달밤님이야 말로 제가 보기엔 "생산적인" 에너자이전데...^^ 진~한 커피를 한잔 마시고 싶네요. 아...달밤님이랑 같이 마시면 좋겠당!^^

비로그인 2006-11-13 10: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아 보이세요. 한가지에 미쳐있는 순간,그 순간이라도 중력이 느껴지지 않는 건 얼마나 좋은가요.

kleinsusun 2006-11-13 10: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Jude님, Good morning!^^ Jude님 이미지 사진을 볼 때 마다 커피가 땡겨요.ㅋㅋ
네...요즘은 weight training에 미쳐 있어요. 언제까지 갈지는 모르지만요. Jude님은 요새 어떤 일에 빠져 있나요?^^
 

※ Sep.22 Biella,Italy Paola's Birtyday Party

예전 부터 "레게 머리"를 꼭 한번 해 보고 싶었다.
힙합 가수들을 볼 때 마다,
홍대 앞에 좌판을 벌려 놓고 악세사리를 파는 자메이카 여자를 볼 때 마다 생각했다.

나도 해보고 싶다!

그래서....레게 머리를 했다. 정말!
9월 17일~26일. 10일간의 유럽 출장을 틈타서.

출국 하루 전, 몇시간씩 미장원에 죽치고 앉아 머리를 땋고
귀국해서 바로 다음 날 머리를 풀었다.
그리고는... 아무 일도 없었던 척 근엄한 표정에 정장을 입고 출근했다.

레게 머리를 하고 하루,이틀은 디따...뻘쭘했다.

사람들이 자꾸 나를 흘깃흘깃 쳐다 보는 것 같고,
누가 웃기라도 하면 날 보고 웃는 것 같고,
거울 속에 비친 내 모습이 어색해서 몇번씩이나 머리를 만졌다.

프랑크푸르트로 날아가는 대한항공에서는
하필 내 옆에 앉은 젊은 남자가 중국집 배달원 같은 노~란 금발이었다.
금발과 레게머리가 나란히 앉아 있으니 스튜어디스가 동행인지 착각을 하기도 했다.

그러나....유럽에 도착하고 나서 부터는 전혀 어색하지 않았다.
어렸을 때부터 한쪽으로 타온 가르마처럼 익숙했다.
아무도 나를 이상하게 쳐다보지 않았다.
그 속에서 어떤 "자유로움"을 느꼈다.

김영하가 말했나?
귀를 뚫고 나서 인생이 달라졌다고.

레게머리를 하니 세상이 좀더 유쾌하고 가벼워 보였다.
까잇~거, 맨날 복잡하게 생각하는 습관을 버려!

귀국 바로 다음 날,
머리를 풀면서 며칠 동안 빌린 자유를 반납하는 것 같아 서운했다.

미장원에 한두 시간 얌전히 앉아 있으니
12시를 넘긴 초라한 신데렐라처럼
난 다시 평범하고 모범적인(?) 회사원이 되었다.

그 동안 너무 정신 없이 바빠서
내가 레게머리를 했었다는 사실 조차 잊고 있었다.

오늘, 아침부터 비가 내려 출근길이 꽉 막혔던 월요일,
갑자기 계절이 겨울로 바뀐 11월의 첫번째 월요일,
이상하게 우울하고 무기력해서 일찍 퇴근했다.

거울을 보며 염색을 할까, 오랜만에 파마를 해볼까 생각하다가
아! 내가 얼마 전에, 오래 전도 아니고 50일 전에 레게머리를 했었지? 생각했다.

06년 9월, 난 10일간 레게머리를 했었다.
그 때 찍은 사진들은 하나 같이 표정이 참 밝다.

토이는 말했다.
"기억해~ 다른 사람 만나도
내가 너의 곁에 잠시 살았다는 걸"

10일간의 기억은 내게 말한다.
"기억해~ 레게머리를 하고 활짝 웃는 너의 모습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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끼사스 2006-11-07 01: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호! 아주 잘 어울리는 걸요. 시간이 지나도 바래지 않을 추억이 되겠군요. ^^

2006-11-07 01:34   URL
비밀 댓글입니다.

이매지 2006-11-07 03: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한 번 해보고 싶은데 차마 못하겠더라구요.
그냥 귀나 더 뚫을까봐요. 쿨럭.
그나저나 환한 미소가 너무 아름다우셔요 >ㅁ<

가시장미 2006-11-07 04: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으흐 안녕하세요? :) 사실, 저도 시도한 적이 있었어요. 전 일주일만에 풀렀었답니다. ㅋㅋ 영 불편해서 잠을 못자겠더라구요. 근데 미인이세요! 반해버렸어요 *_* 오흐

조선인 2006-11-07 06: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우, 10일간의 레게머리라니 부럽부럽.

BRINY 2006-11-07 06: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출장 중에 일탈을 시도하셨네요~ 멋지세요~

코마개 2006-11-07 09: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쁘다.. 근데 저거 말고 순전히 자기 머리로 땋는거 있잖아요. 그거하면, 머리는 어떻게 감나 정말 궁금해요. 하고 싶은데 머리감는게 젤 고민이네.

이리스 2006-11-07 09: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으오아아.. 언니 넘 이뽀!! 추천 추천~

드팀전 2006-11-07 09: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멋있군요.출장을 제대로 즐기셨겠어요.저런 변화를 시도하는 일도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은 아니지요.전 머리를 회색으로 염색해보고 싶었어요.피부는 좀 진하게 태우고... 회사돌이가 그런 짓은 힘들거고 또한 얼굴이 좀 갸름해줘야 그게 어울리는데 아닌것 같더라구요.저 사진은 이의정 처럼 나왔네요.

moonnight 2006-11-07 11: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떤 헤어스타일도 완벽하게 소화해내시는 수선님!^^ 레게머리 참 잘 어울리는데요. 하기도 힘들고, 풀기도 많이 아까왔겠어요. 그래도, 그 10일간은 참 행복했죠? ^^

잉크냄새 2006-11-07 12: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어린시절 보았던 보물섬의 그레이 라는 사람의 머리색깔인 회색으로 염색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가끔 들어요. 저도 드팀전님처럼 회사돌이로서 감히 행하지는 못하지만, 세월이 흘러 머리가 희끗희끗해지는 시기가 오면 회색으로 해버리고 세치라고 우겨볼까도 생각중입니다. 아니면 A-특공대의 한니발(흰머리지만) 이라고 우기던지요.

다락방 2006-11-07 13: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와~ 너무 예쁘시잖아요!!!!!

2006-11-07 16:32   URL
비밀 댓글입니다.

kleinsusun 2006-11-08 00: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끼사스님, 잘 어울려요? 감사합니당^^ 벌써 그 시간이 그리워져요.

속삭이신님, 폭탄 파마 함 해보세요! 맘에 안들면 풀면 되잖아요. 까잇~거! 일은 저질러야 해요.ㅋㅋ 홧팅!

이매지님, 함 해보세요! 첫날만 뻘쭘해요.ㅋㅋ 칭찬 감사합니당.^^

kleinsusun 2006-11-08 00: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시장미님, 레게머리를 해보신 적이 있으시군요? 방가방가!^^ 우린 동지군요! ㅋㅋ
근데...일주일만에 풀면 넘 아깝지 않으셨어요? 전 10일만에 푸는데 넘 아깝더라구요. 물론...머리를 박박 긁으며 감을 수 있는 건 좋았지만요.^^

조선인님, 님도 함 시도해보세요! 적어도 며칠간은 디따 유쾌해져요.^^

BRINY님, 가만 생각해보니 전...일탈을 거의...규칙적으로 시도하는 것 같아요. 그래서...이젠 시도가 아니라 습관인 것 같은....ㅋㅋ

kleinsusun 2006-11-08 00: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강쥐님, 넘 오랜만!!!^^
저도 머리를 감는 게 가장 문제였어요. 가발을 붙이기도 했지만, 제 머리도 다 땋은거거든요. 그래서 머리를 박박 긁어서 시원하게 감을 수가 없어요.
그럼 어떻게 감냐? 스폰지에 샴푸를 뭍혀 머리에 툭툭 친 다음에 그대로 샤워기로 헹궈줘요. 박박 감아야만 하는 성격이라면.... 레게하면 힘드실꺼예요.ㅋㅋ

구두야, 고마워!^^

드팀전님, 회색 머리 함 시도해 보세요! 요즘은 보수적인 회사들에도 귀 뚫은 남자 신입사원들이 꽤 많더라구요.^^ 참! 저요....이의정 닮았다는 말 학생 때부터 진~짜 자주 들어요.ㅋㅋ

kleinsusun 2006-11-08 00: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달밤님, 전...단발은 진~짜 안 어울려요.ㅋㅋ 레게머리를 했던 10일이 벌써 그리워요. 달밤님도 함 해보세요! Worth to try!^^

잉크님, 음하하하, A특공대의 한니발.... ,A특공대가 언제 했던 시리즈죠? 나이 속이려면 모르는 척 해야 하는거죠? ㅋㅋ 휴가 때 회식 염색 함 해보세요!^^

다락방님, 감사합니다!^^

속삭이신님, 실컷 웃다가 눈물을 글썽였던 기억이...^^

비로그인 2006-11-08 09: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진짜 잘 어울리시고 예쁘시네요...~^^
보는 사람이 기분이 좋아지는 미소예요~

kleinsusun 2006-11-08 12: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체셔고양이님, 감사합니다.
님의 칭찬 덕분에 오늘 하루 종일 웃을 수 있을 것 같아요.^^

2006-11-08 15:3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6-11-08 15:52   URL
비밀 댓글입니다.

실비 2006-11-08 23: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잘 어울리시고 이쁘세요!!!!

마태우스 2006-11-09 01: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갠적으론 수선님의 평소 머리를 더 좋아합니다만, 어느 머리를 해도 님의 귀여움은 빛이 나는군요^^

kleinsusun 2006-11-09 08: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실비님, 감사합니다.^^

마태님, 폭탄 파마해도 이렇게 말해주실꺼죠? ㅋㅋ

이게다예요 2006-11-10 23: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호, 귀여우셔라. 웃는 모습도 상큼하시네요. ^^ 저도 머리는 좀 작은 편인데 레게머리하면 제법 잘 어울리려나?ㅋ

kleinsusun 2006-11-11 10: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게 다예요님, 네...함 해보세요! Worth to try!^^ 참고로...전 머리가 무척 크답니다.음하하하.

2006-11-12 12:50   URL
비밀 댓글입니다.
 

"남자 친구 있니?"

며칠 전, 오랜만에 친구 B와 메신저로 서로의 근황을 물었다.
B는 "아침 먹었어?" 같이 가볍게 질문을 던졌다. 탁구공을 넘기듯이 툭.

나 또한 가볍게, 빠르게 키보드를 두들기며 대답했다.

S : 없어, 없으니까 편하고 좋네. 신경 쓰이는 일도 없고.ㅋㅋ
B : 어....그런건 너랑 안 어울리는데....
S : 엉? 무슨 말이야?
B : 너 귀여움 받는 거 좋아하잖아. 칭찬 받는 거 좋아하고.
너 그런 말 하는 거 안 어울려.
S : ...........

그 순간...난 B의 말에 화들짝 놀라 뭐라 대답할지 버벅거렸다.
"그걸 어떻게 알아?" 썼다가... 지웠버렸다.
(참고로 B는 남자고 서로 가끔, 잊을만하면 연락하고 지낸다.)

혼자만 비밀이라고 믿고 있는,
남들은 이미 다 알고 있는 비밀 아닌 비밀을 들킨 것 같은 기분이었다.

"강한 척, 센 척" 잘 해왔다고 생각했는데
내 연기는 참....서툰가 보다.
차렷 자세로 국어책을 읽는 사건 25시 형사 아저씨처럼.

벌써 몇년 전,
"미스 코리아"를 지상파로 중계할 때였으니까 5~6년 전,
쇼파에 누워 심드렁하게 TV를 보다 경기를 일으킨 적이 있다.

본선에 올라온 15명을 김동건 아나운서가 인터뷰할 때였다.
머리가 텅 비어 보이는,
<넌 내게 반했어>의 "노브레인"이 생각나는,
게다 최지우 스타일의 혀 짧은 소리까지 내는
백치미로 승부하는 후보에게 김동건 아나운서가 물었다.

"배우자로 생각하는 이상형은 어떤 남자죠?"
그녀는 입고리를 치켜 올려 미스 코리아 전용 미소를 과시하며 대답했다. 또박또박.

"저를 강아지처럼 귀여워해 주는 남자요."

난 너무 놀라 쇼파에서 떨어질 뻔 했다.
뜻밖의 기습을 당한 것 같았다.

인정하기 싫지만,
믿고 싶지 않지만,
그녀와 나의 이상형은..... 같았다.
쩍 팔려서 누구한테 얘기한 적 없었을 뿐.

날 귀여워해 주는 남자,
쓸데 없이 생각만 많은 날 리드해줄 수 있는 남자,
뭐 먹고 싶냐고 물어보는 대신 뭐 먹자고 말하는 남자,
어디 가고 싶냐고 물어보는 대신 엑셀을 밟고 있는 남자,
"To be or not to be"를 외치며 처절하게 고민하는 햄릿 보다는
그냥 일단은 들이대고 보는, 무모할 정도로 용감한 돈키호테 같은 남자가 좋다.

그런 남자에게 연애감정이 느껴진다.
커다란 쇼파처럼 느껴지는 남자, 기대고 싶은 남자.

어제 커피를 마시며 나의 지기, 나의 멘토 P언니에게
이런 얘기를 했다가 한 마디 들었다.

"니가 20살이냐?
도대체 결혼할 마음이 있기는 한거니?"

참....30대가 이런 고민을 한다는 게
쩍 팔리기도 하고, 듣는 사람이 어이 없어 하기도 하지만
난 정말.....고민이 된다. 머리 터지게.

연애 감정이 느껴지지 않는 남자,
오랜 시간 동안 단 한 순간도 남자로 느껴본 적 없는 남자랑
연애를 할 수 있을까? 노력하면?
유행가 가사처럼 어느 순간 오랜 친구가 남자로 보일까?

노력하면 웬만한 일은 다 된다.
잘 못하는 건 남들 보다 몇배 더 하면 된다.
그런데....연애 감정도 노력하면 생기는 걸까?

아....너무 어렵다. It's too difficult for 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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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태우스 2006-11-05 12: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수선님은 제가 아는 분 중 젤 귀여우신데요 뭐. 꼭 애인이어야만 님을 귀여워 죽겠단 표정으로 바라볼 수 있는 건 아니지 않을까요

kleinsusun 2006-11-05 12: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태님, 아..........감사합니다.^^

2006-11-05 12:29   URL
비밀 댓글입니다.

kleinsusun 2006-11-05 12: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속삭이신님, 아....부끄부끄...^^

2006-11-05 12:40   URL
비밀 댓글입니다.

kleinsusun 2006-11-05 12: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와.....속삭이신님, 인기 짱이신데요!^^ 부러부러!

2006-11-05 12:5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6-11-05 12:59   URL
비밀 댓글입니다.

kleinsusun 2006-11-05 13: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님의 속삭임이 제게 정말 큰 힘이 되요. 감사합니다.^^

2006-11-05 13:17   URL
비밀 댓글입니다.

마태우스 2006-11-05 13: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맛 저만 빼고 다 속삭였어....!! 수선님의 팬들은 다 소심쟁이!

hnine 2006-11-05 14: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를 귀여워해주는 남자를 만날 확률보다 그 반대의 확률이 훨씬 높더라고 말하면 실망하실까요? 처음엔 설사 남자는 귀여워해주는쪽, 여자는 귀염을 받는 쪽으로 시작했다 하더라도, 결국은 여자가 남자를 더 보살피는 쪽으로 가더라는게 제 결론인데...물론 다 그런건 아니지만요. 여자하기 나름인가...하는 생각도 문득 해봅니다.

moonnight 2006-11-05 14: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수선님을 아는 남자라면 누가 님을 귀여워하지 않을 수 있겠어요? ^^ 여자인 제가 봐도 느무 깜찍하고 귀여우신데요. >.<

2006-11-05 15:09   URL
비밀 댓글입니다.

비로그인 2006-11-05 16: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러분. 제가 수선님을 좀 많이 좋아하거든요. 그러니까 자꾸 댓글 달지 마세요-.-*

2006-11-05 16:51   URL
비밀 댓글입니다.

물만두 2006-11-05 17: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군님 밀어드리겠습니다.^^

마태우스 2006-11-05 18: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군님, 저와 한번 만나야겠군요. 몸 만들어서 나오십시오^^

마늘빵 2006-11-05 23: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_- 엇. 정군님 마태님 '현피'하시는거에요? 아 재밌겠다. 저도 관객으로 좀 불러주세요.

kleinsusun 2006-11-06 00: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태님, 카리스마 넘치는 님이 넘 멋져요!^^

hnine님, 네....결혼한 친구들을 보면 늠름하던 남친이 돌봐야 할 남편으로 바껴 버린 경우들이 있더군요. 그렇더라도....전 일단은~ 쇼파 같은 남자가 끌려요.ㅋㅋ

달밤님, 지금 생각하면....그 미스코리아 후보...참 멋져요.화끈해! ㅋㅋ
왜 저는....솔직하지 못할까요? 달밤님은 어떤 남자가 좋아요?^^

kleinsusun 2006-11-06 01: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속삭이신님, 네....우리 자주 talk,talk해요!^^

정군님, 와....정말? ㅋㅋ

속삭이신님, 오늘....어땠어요? 노력하면...될 것 같아요?^^

물만두님, 댓글 달지 않는데 동참하신다는 말은 아니시죠? ㅋㅋ

마태님, 전 송년회 준비를 위해 몸 만들고 있어요.7차 가셔야죠! ㅋㅋ

아프님, "현피"라는 말을 몰라서 네이버 찾아봤어요. 와...새로운 단어를 배웠네요. 감사합니당.^^


잉크냄새 2006-11-06 14: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뭇 남정네들의 댓글이 좌라락~~~

kleinsusun 2006-11-06 20: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랄랄라~ ♬♬ 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