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ep.22 Biella,Italy Paola's Birtyday Party 예전 부터 "레게 머리"를 꼭 한번 해 보고 싶었다.힙합 가수들을 볼 때 마다, 홍대 앞에 좌판을 벌려 놓고 악세사리를 파는 자메이카 여자를 볼 때 마다 생각했다. 나도 해보고 싶다! 그래서....레게 머리를 했다. 정말! 9월 17일~26일. 10일간의 유럽 출장을 틈타서. 출국 하루 전, 몇시간씩 미장원에 죽치고 앉아 머리를 땋고 귀국해서 바로 다음 날 머리를 풀었다. 그리고는... 아무 일도 없었던 척 근엄한 표정에 정장을 입고 출근했다.레게 머리를 하고 하루,이틀은 디따...뻘쭘했다.사람들이 자꾸 나를 흘깃흘깃 쳐다 보는 것 같고, 누가 웃기라도 하면 날 보고 웃는 것 같고, 거울 속에 비친 내 모습이 어색해서 몇번씩이나 머리를 만졌다.프랑크푸르트로 날아가는 대한항공에서는 하필 내 옆에 앉은 젊은 남자가 중국집 배달원 같은 노~란 금발이었다.금발과 레게머리가 나란히 앉아 있으니 스튜어디스가 동행인지 착각을 하기도 했다. 그러나....유럽에 도착하고 나서 부터는 전혀 어색하지 않았다.어렸을 때부터 한쪽으로 타온 가르마처럼 익숙했다. 아무도 나를 이상하게 쳐다보지 않았다. 그 속에서 어떤 "자유로움"을 느꼈다. 김영하가 말했나? 귀를 뚫고 나서 인생이 달라졌다고. 레게머리를 하니 세상이 좀더 유쾌하고 가벼워 보였다. 까잇~거, 맨날 복잡하게 생각하는 습관을 버려!귀국 바로 다음 날, 머리를 풀면서 며칠 동안 빌린 자유를 반납하는 것 같아 서운했다.미장원에 한두 시간 얌전히 앉아 있으니 12시를 넘긴 초라한 신데렐라처럼 난 다시 평범하고 모범적인(?) 회사원이 되었다. 그 동안 너무 정신 없이 바빠서 내가 레게머리를 했었다는 사실 조차 잊고 있었다. 오늘, 아침부터 비가 내려 출근길이 꽉 막혔던 월요일, 갑자기 계절이 겨울로 바뀐 11월의 첫번째 월요일, 이상하게 우울하고 무기력해서 일찍 퇴근했다. 거울을 보며 염색을 할까, 오랜만에 파마를 해볼까 생각하다가 아! 내가 얼마 전에, 오래 전도 아니고 50일 전에 레게머리를 했었지? 생각했다. 06년 9월, 난 10일간 레게머리를 했었다. 그 때 찍은 사진들은 하나 같이 표정이 참 밝다. 토이는 말했다. "기억해~ 다른 사람 만나도내가 너의 곁에 잠시 살았다는 걸" 10일간의 기억은 내게 말한다. "기억해~ 레게머리를 하고 활짝 웃는 너의 모습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