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들은 남자 얼굴은 안 보죠?"

며칠 전, 이제 막 신입사원 딱지를 뗀 1~2년차 후배들과 점심을 먹었다.
여자 후배 둘, 남자 후배 하나.

여자 후배 C가 그 날 저녁 소개팅을 한다고 얘기한 걸 시작으로
네 명의 싱글은 소개팅에 대한 경험담과 성공을 위한 조언 등을 화제로 열을 올렸다.

남자 후배 J는
"인도네시아 수도가 자카르타 맞죠?" 하는 확인을 위한 질문처럼
"여자들은 남자 얼굴은 안 보죠?"라는 질문을 당연하다는 듯이 했다.

여자 셋은 대답을 피하며 묵묵하게 숟가락질을 했다.
J는 여자들의 갑작스런 침묵에 약간 당황하며 나를 콕 집어 다시 물었다.
"과장님, 여자들은 남자 얼굴은 안 본다면서요. 맞죠?"

난 묵묵히 숟가락질을 하다가 고개를 들어 J를 바라보며 말했다.
"안 보겠냐?"

도대체....남자들은 왜 그런 생각을 할까?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상대방의 외모를 아예 안 본다는 건 "뻥"이다.
그건..."본능"이다.

물론....나이가 들면서,
결혼을 위한 "배우자"를 찾으면서,
많은 여자들이 남자의 외모 보다는 "조건"에 집착하는 게...사실이다.

실제로....잘 나가는 전문직 남자의 경우 많은 것을 용서 받는다.
성형외과, 피부과, 치과의사(임플란트나 교정 전문의), 한의사의 경우
그들이 대머리, 숏다리, 비만, 또는 이 세 개의 증상을 고루 갖추고 있다 하더라도
최고의 신랑감으로 분류되며,
케이블 TV 리포터 정도는 될 것 같은 쮸쮸빵빵한 여자들과 같이 다닌다.

하지만....그들과 똑 같은 외모를 가진 일란성 쌍둥이가
평범한 회사원인 경우에는?
오호통재(嗚呼痛哉)라!
부모님을 탓하거나 공부 안한 자신을 탓할 수 밖에!

헤드헌터가 고객이 요구하는 스펙에 맞는 대상자를 물색하듯이
자신이 원하는 "조건"을 만족시키면
외모고, 사랑이고, 애틋한 감정이고 뭐고.... 다 필요 없다는 여자들도....있다.
분명 있다. 내 주위에도 물론.

하지만 모든 여자가 다 그런 건 아니다.
J의 "일반화"는 아주...위험한 거다.

세상에...잘 생긴 남자 싫어할 여자가 있을까?
순정만화에서 톡~ 튀어나온 것 같은 남자를 만났을 때
가슴 뛰지 않는 여자가 있을까? 할머니라도?

며칠 전....사주 cafe에 갔었다.
덕담이라도 들으면 기분이 좋아질 것 같아서.
그런데...덕담이 아닌 "충고"를 들었다.

사주 cafe 아저씨가 말했다.
내게 필요한 건 "보호자" 같은 남자라고.
그러니....너무 "이상형"을 찾지 말고,
내 "스타일"을 고집하며 세월을 보내지 말고,
이제 그만 "타협"하라고.
날 좋아하는 능력 있는 남자랑 결혼하라고.
그럼 "사모님" 소리 들으며 잘 살 수 있다고.

아....이런 얘길 사주 cafe에서 돈 내고 들어야 하다니...

"도대체 결혼할 마음이 있긴 있는 거야?"
이런 말을 듣는다. 자주.

결혼은 "현실적 결단"이며, "타협"이라고 한다. 주위에서.
그런데....뭘 "결단"하고 "타협"하라는 걸까?
꽃미남을 기다리는 것도 아니고, 동화 속 왕자님을 찾는 것도 아닌데...

아....어렵다.
고등학교 땐 수학이 제일 어려운지 알았는데,
세상에 이렇게 어려운 게 있을지 몰랐다. 어려워....너무 어려워!

p.s) 사주 cafe에 다녀온 후 심난해진 내게
버블 시스터즈의 <하늘에서 남자들이 비처럼 내려와>는 큰 힘이 되었다.
그래서...내친 김에 컬러링도 바꿨다.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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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6-11-13 01: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흠.. 노래제목인가 보군요. 검색 go~
p.s 그나저나 J씨.. 안타까워요..;;;

수퍼겜보이 2006-11-13 03: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쯧쯧~ J씨는 희망을 갖고 싶었던 걸까요... '이미' 남자도 외모지상주의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분위기가 된 것 같습니다.

kleinsusun 2006-11-13 08: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군님, <하늘에서 남자들이 비처럼 내려와> 오랜만에 정말 마음에 와닿는 노래예요. ㅋㅋ 정군님껜 아마도... 그냥 재미있는 노래일꺼예용.^^

수퍼겜보이님, J 외모 나름 귀엽거든요. 나름 스마트하기도 하고...근데...왜 그런 질문을 하는지 모르겠어요.ㅋㅋ 즐건 한주 시작하세요!^^

마늘빵 2006-11-13 08: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흐흐. J씨는 큰 착각을 하고 있군요. 7,80년대에 통할 이야기를. -_-
과거의 이성관이 여잔 남자의 능력, 남잔 여자의 외모였다면,
요새는 남잔 여자의 외모+능력을, 여잔 남자의 능력+외모를 보지 않나요?
저도 착각? -_-

kleinsusun 2006-11-13 08: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프님, 아프님은 주로 뭘 보세요? 궁금하네요^^
요즘엔 워낙 취향이 제각각이라....ㅋㅋ

글샘 2006-11-13 08: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우스가 금빛 소나기가 되어 내렸다던가요? 바람둥이 아닐까요? 비처럼 내려온 남자. ㅋㅋㅋ 너무 충격적인가?

kleinsusun 2006-11-13 08: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반달님, Good morning!^^ 이 노래는요... 한 특정한 남자를 말하는 게 아니라요...맘에 드는 남자들이 하늘에서 마구 쏟아져 내렸으면 좋겠다는...It's raining men! 이랍니다. ㅋㅋ 노래 디따...잼 있어요. 함 들어 보세요^^

드팀전 2006-11-13 09: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난 전문직 뭐도 아닌데...왜 인기가 많았을까? 결국 정답은 외모가 된다는 건가 ??? ^^ 오호...월요일날 아침부터 충전되는 자신감..얍얍.
이번 한 주도 속썩이는 일없고 고함치는 윗사람들 없기를 회사원 모두 기도합시다.

BRINY 2006-11-13 09: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J후배를 앞으로 잘 지도해주세요~
그런데, 결혼할 생각이 없다고 해도 선보라고 하거나 충고를 늘어놓는 사람들은 뭐랍니까. 이젠 그들도 작전을 바꾼 걸까요? 그리고 신부감 후보 1위라는 여교사. 선보러 나가면 다들 꿍꿍이속이 있더이다. 돈 잘 벌어오면서도 일 널널하고 그래서 집안일 시키기 쉽고 애도 잘 키우겠지하는.

kleinsusun 2006-11-13 10: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드팀전님, 멋진 드팀전님의 발랄한 댓글에 저도 월욜 아침부터 기분 Up,Up!^^
오늘부터 수요일까지 상무님, 팀장님 모두 출~장, 야~호! 랄랄라~ ♬

Briny님, 맞아요. 남자들이 여교사들에게 바라는건 돈 벌면서도 방학 있고, 일찍 퇴근해서 가사 및 육아에 문제가 없다는 거! 근데...요즘 교사들 바쁘다면서요. 제 주위에 교사랑 결혼한 남자들이 투덜투덜~-_-

마늘빵 2006-11-13 11: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공감대, 지력, 성격 + 외모 므흣. 흠. 전 그래요. 여러가지 요소들에서 100점이 아닌 60점 이상의 사람을 찾아요. 총점이 높은. -_- (제 여자친구 왈)

kleinsusun 2006-11-13 12: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프님, 외모가 맨....마지막 조건이란 말이예요? 정말???^^

잉크냄새 2006-11-13 12: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It's raining women! 할렐루야~

비로그인 2006-11-13 12: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외모 많이 봅니다. (실은 아무데도 이렇게 대놓고 말하지는 못했어요 후훗)

2006-11-13 12:49   URL
비밀 댓글입니다.

kleinsusun 2006-11-13 12: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잉크님, 이 노래 아시는군요! 방가방가!^^

Jude님, 저도.......봐요. ㅋㅋ

속삭이신님, 저만의 남자는....도대체 어디 있을까요? 있긴 있을까요? -_-

이리스 2006-11-13 12: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난 외모만 봐. =33333
하하하~

kleinsusun 2006-11-13 12: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구두, 정말??????? 아닌 것 같은데...ㅋㅋ

마늘빵 2006-11-13 19: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이로써 외모가 중요하다는 것이 통계로 나오는군요. -_-
수선님, 구두님, 쥬드님.

다락방 2006-11-13 23: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이십대 초반엔 말이죠 첫째도 외모, 둘째도 외모, 셋째도 외모였거든요.
근데 이제 나이가 들어서 좀 바뀌었어요. 첫째는 돈, 둘째도 돈, 셋째는 외모.
이렇게요.

ㅋ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