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투명인간인가요? - 남자들은 모르는 직장 내 성차별의 비밀
조앤 리프먼 지음, 구계원 옮김 / 문학동네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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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숙하다면 익숙할 수 있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유의미한 직장 내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들. 미국의 이야기지만 한국 사회와도 닮은 부분이 많아 고개를 끄덕이며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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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과 서커스
요네자와 호노부 지음, 김선영 옮김 / 엘릭시르 / 201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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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6년 '이 미스터리가 대단하다!' 1위, 2016년 '이 미스터리가 읽고 싶다' 1위, 2015 <주간 분슌> 미스터리 베스트 10 1위, 2016년 본격 미스터리 베스트 10 3위, 2016 서점 대상 노미네이트 등 2년 연속 미스터리 3관왕을 달성한 요네자와 호노부의 신작 <왕과 서커스>. 사실 앞서 읽었던 <야경>이 재미는 있었지만 개인적으로 단편보다는 장편을 좋아하는 터라 뭔가 아쉬움이 남았던 터. 그랬기에 장편소설인 <왕과 서커스>가 더 기대됐다. 그리고 (다행스럽게도) 그 기대는 어긋나지 않았다.

  2001년 네팔에서 실제로 일어났던 왕실 살인 사건을 모티브로 집필된 <왕과 서커스>는 때마침 답사차 네팔에 와 있던 다치아라이가 사건의 진상을 파헤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모습을 그리고 있다. 당연한 얘기지만 일본인 기자가 네팔 왕실 살인 사건에 접근하기란 녹록지 않은 법. 영리한 요네자와 호노부는 이를 살해당한 정보원 사건에 대한 추적이라는 설정으로 풀어나간다.

  '미스터리' 소설이지만 <왕과 서커스>의 초반부는 '본격 미스터리'라고 보기도 '사회파 미스터리'라고 보기도 살짝 애매해서 사실 초반에는 살짝 갸웃하기도 했다. 하지만 중반부를 지나자 숨쉴 새 없이 이야기가 몰아쳤고, 그러면서도 각각의 인물들의 감정도 꽤 꼼꼼하게 그려냈다. 주된 미스터리보다 더 눈에 들어왔던 것은 '기자'로서의 직업윤리에 대한 다치아라이의 고민이었다. 자신이 발디딘 세계와는 전혀 접점이 없는 세계에 대한, 자극적인 이야깃거리에 목말라 하는 대중. 그런 대중의 '알 권리'를 위해서라며 타인의 비극을 파고들고, 넘지 말아야 할 선을 넘으려는 기자. 네팔에 가서야 이 경계선에 서게 된 다이차라이의 고뇌가 정보원 살해를 추적하는 일보다 더 깊이 있게 담겨 있었다. 

  네팔의 역사, 문화, 그리고 사람들의 이야기가 맞물려 이국적인 분위기를 전달해주고, 한 인물이 극한의 상황에 몰렸을 때 어떻게 반응하는가를 지켜보는 재미가 꽤 쏠쏠했던 작품. 간만에 꽤 몰입해서 읽었음에도 불구하고 기대했던 본격 미스터리 소설과는 살짝 거리가 있었던 터라 요네자와 호노부는 이제 '이 미스터리가 대단하다'에 어울리는 작가라기보다는 나오키 상과 더 어울리는 게 아닐까라는 생각도 슬몃 들었다. 읽고 나서 많은 여운이 들었던 작품이지만, 이 정도 작품이면 미스터리 마니아뿐 아니라 대중 소설 독자까지 끌어들이겠다 싶었던 잘 짜여진 오락 소설.

 

* 네팔 정부는 정보를 조금씩 흘리고 있다. 왕궁에서 살인이 벌어졌다는 사실을 이 도시의 모두가 알고 있는데, 공식 발표로는 국왕을 포함한 여덟 명의 왕족이 사망했다는 말뿐이다. 그런 점이 애초에 네팔 정부는 왕궁 사건에 대해 아무 발표도 할 생각이 없을지도 모른다, 앞으로도 제대로 된 설명은 없을지도 모른다는 의혹을 부르고 있다. 이런 불신감이 사람들의 불만을 초래하는 게 아닐까? _182쪽

 

* <월간 심층>의 기사는 네팔을 구하지 못한다. 물론 영향력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누군가는 읽겠지. 하지만 제로보다 조금 나은 힘으로 당당하게 구는 것을 성실한 태도라 할 수 있을까?
그렇다, 네팔에 도움이 되니까 말해달라는 접근 방식은 잘못되었다. 내가 라제스와르에게 왕궁 사건의 진상을 듣고, 그것을 일본어 기사로 쓰는 것은 네팔을 위한 일이 아니다.
그래도 잠자코 있을 수는 없었다. 앎은 고귀하다고 믿어왔다. 상관없는 일은 알 필요 없다는 말을 듣고 침묵할 수는 없었다.
"일본어로 쓴 기사가 네팔에 도움이 된다고 말하긴 어려울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어떤 말로 써도 진실은 진실, 기록되어야만 합니다."
앎은 손이 닿는 범위에만 있는 게 아니다. 비록 직접적인 관계는 없을지언정 알고자 하는 정신 자체는 옳을 터다. _222쪽

 

* "진실만큼 어이없이 왜곡되는 것도 없지. 그보다 다면적인 것도 없어. 내가 당신에게 말하고, 당신이 전하는 이야기는 그대로 일본인이 네팔에 품는 인상이 돼. 여기서 내가 국왕이 자살했다고 말하면 당신네 나라 사람들은 그 말을 믿어 의심치 않겠지. 나중에 진실이 유포된다 해도 그걸 읽고 첫인상을 바꿀 사람이 얼마나 될까?" _223쪽

 

* "분명 신념을 가진 자는 아름다워. 믿는 길에 몸을 던지는 이의 삶은 처연하지. 하지만 도둑에게는 도둑의 신념이, 사기꾼에게는 사기꾼의 신념이 있다. 신념을 갖는 것과 그것이 옳고 그름은 별개야." _225쪽

 

* "자기가 처할 일 없는 참극은 더없이 자극적인 오락이야. 예상을 뛰어넘는 일이라면 더할 나위 없지. 끔찍한 영상을 보거나 기사를 읽은 사람들은 말하겠지.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고. 그런 오락인 거야." _228쪽

 

* 기자는 중립을 지켜야 한다고들 한다. 하지만 그것은 불가능하다. 자신이 중립이라고 주장할 때, 기자는 덫에 빠진다. 모든 사건에서 모든 이들의 주장을 제한 없이 다루기란 불가능하고, 그래서도 안 되기 때문이다. 기자는 항상 취사선택을 한다. 누군가의 주장을 글로 씀으로써 다른 누군가의 주장을 무시한다. 그 과정이 지면에 드러나지는 않지만 그 선택으로 기자의 견식이 드러난다. 주관으로 선택하면서 중립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 _45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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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책방만큼 재미있는 공간도 없는데,
집에서 자전거로 약 15분쯤 가면 고양이 책만 전문으로 판다는,
고양이책방 슈뢰딩거가 있다는 얘기에 더위를 떨치고 일어나
자전거를 타고 사부작사부작 다녀왔다.

집에서 정릉천 타고 자전거도로로 가다가
제기동에서부터 용두-신설까지는 공도로 다녔는데
신설동 쪽은 공사도 하고 신호도 엄청 길어서 꽤 답답했던.
뭐 나처럼 자전거 타고 올 사람은 많지 않을 테니.
2호선 신설동역에서 약 5분 거리인데
살짝 숨어 있어서 잘 보고 찾아와야 할 듯.

 

 

내부는 대략 이 정도 규모.
그리 크지 않은 소규모 서점이다.
책으로 빼곡하기보다는 아기자기한 구성이라
서점이라기보다는 고양이 사랑방 같은 느낌도.

 

작은 공간이지만 고양이 책이
굉장히 다양하게 자리하고 있었다.

 

에세이부터 그림책, 소설, 동화, 신문 등 다양한 종류의 책이 있는데,
국내서뿐 아니라 해외서적과 독립출판물까지.
다양한 구성의 책으로 가득했던 슈뢰딩거.

 

 

 

드로잉전시도 진행중.
전시뿐 아니라 엽서나 책갈피도 판매중.
하나에 500원이라는 저렴한 가격이라,
기분 좋게 두 개를 사왔다.
각각의 책갈피가 제각각이라 고르는 재미가 쏠쏠했던.

 

 

고양이책방답게 곳곳에 고양이 소품이 놓여 있었다.
책이 가득 꽂힌 게 아니라 여유 있게 꽂혀 있고,
나름대로 분야별로 나뉘어져 있었다.

 

 

고양이 관련 일러스트뿐 아니라,
집에서 키우는 냥이의 사진을 가져오면
함께 전시도 해주신다고 한다.

 

 

정말이지 다양한 고양이 책들.
처음에 고양이 서점을 준비하실 때만 해도
공간을 다 채울 수 있을까 고민스러워서
외서도 포함시켰는데,
정작 찾아보니 제목, 목차나 내용에 고양이가 등장하는 책이
1천 권이 넘어서 그나마 추리고 추려서 현재의 서점이 되었다고 한다.

 

 

 

 

 

고양이를 사랑한 작가들의 책도 모여 있고.
고전으로는 <수고양이 무어의 인생관>뿐 아니라,
<뜨거운 양철 지붕 위의 고양이> <애드거 앨런 포 단편선> <고양이 눈> 등이.


 

나쓰메 소세키의 <나는 고양이로소이다>는
한국어판도 3종이 있고, 영문판까지.
같은 책이 많아야 2~3권 들여놓은 서점 규모를 생각할 때
주인장의 취향이 적극 반영된 것 같은 ㅎㅎ

 

 

동물권리에 대한 책들도 모여 있다.
고양이에 대한 내용만 있는 건 아니지만,
동물을 아끼는 분들에겐 동물복지에 대한 문제도
관심사가 아닐까 싶었다.

 

 

여기 <채식주의자>가 있으니까
왠지 튀는 것처럼 보였는데 동네서점이니까
찾은 분이 있지 않을까 마 그런 생각을.
가게 이름을 떠오르게 하는 <슈뢰딩거의 고양이>도 눈에 들어온다.

 

 

그림책도 한쪽에 얌전히.

 

 

확실히 일본 고양이 사진집은
보고 있으면 마구마구 행복해진다.
혀 내민 고양이 사진만 보여 있던 책부터,
고양이 엉덩이가 가득한 책까지.
귀염 포텐 터지던.

 

 

 

계산대 옆쪽에는 판매는 하지 않는,
주인장님이 선물받은 책들이 놓여 있었다.
반응이 좋은 책은 추후 서점에 들여올 예정이고,
입고되면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으로 공지하실 거라고.

 

 

내가 반한 이 책!
당나라 시대상을 고양이로 그렸는데,
중국책이 아니라 일본책 같은 아기자기한 일러스트가
중국어 하나도 모르지만 보고만 있어도 괜히 기분 좋아지던.

너무 예뻐서 여쭤봤더니 앞으로 들여오실 계획이라고,
중국책이라 생각보다 저렴하게 판매할 수 있을 것 같다고 하셨다.
나중에 입고되면 가서 한 권 사야지.

 

 

계산대 근처에는 마지막 뽐뿌를 위한 고양이 굿즈가.
얼마 전 여름 휴가를 다녀오셨는데,
이왕이면 서점에서 판매할 만한 것들도 파는 데 가자 해서
일본 교토에 다녀오셨다는데 더워서 죽는 줄 알았다고 ㅎㅎㅎ
하지만 그렇게 사오신 포스트잇은 수량 예측을 잘못했다고
더 사올 걸 그랬다고 하시더라.
진짜 예뻤는데 사올 걸 그랬나 뒤늦은 후회.

 

 

 

문헌정보학을 전공하셨고
친한 친구도 남동생도 출판사에서 일한다고 하시며
'배운 게 이거라...' 하시는데 앞으로 더 잘됐으면 하는 왠지 모를 동지의식이 ㅎ
잠시 이야기를 나눴을 뿐이지만 고양이 얘기를 나누면 표정부터 밝아지시고,
배경음악마저도 고양이 관련한 음악들이라 정말 좋아서 하시는구나 싶었다.
부모님의 축하 화분에 적힌 말처럼, 바라는 바 모두 이루시길.

TIP
* 주소: 서울시 종로구 숭인동 365
* 영업시간: 15:00~21:00 (월요일 휴무)
*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catbookstore
* 인스타그램: https://www.instagram.com/catbooksto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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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6-08-18 14: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앙 너무나 멋진 리뷰다. 저 이거 공유좀 하겠습니다!! 고양이를 좋아하는 친구들이 주변에 많거든요. 더불어 책까지 말이죠. 후훗.

이매지 2016-08-18 14:44   좋아요 0 | URL
저도 원래 다른 데 썼던 글인데 책 좋아하는 분들도 재미있어 하실 것 같아서 간만에 서재 해동을 ㅎㅎㅎ
많이많이 가셔서 서점 오래 남아 있었으면 좋겠어요^^

stella.K 2016-08-18 14: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독일 어디에 있는 서점인 줄 알았더니
이런 서점이 우리나라에도 있군요.
예전에 우리 동네서점하면 아무책이나 천장까지 쌓아놓고
주인 아저씨가 사다리 놓고 꺼내주고 뭐 그런 것만 생각했는데
이렇게 특징있는 동네서점이 많아져서 좋긴한데
잘 될까 걱정도 되고...
암튼 잘 봤습니다.
그나저나 오랜만이어요. 잘 지내죠?^^

이매지 2016-08-18 14:45   좋아요 0 | URL
요새는 한국에도 개성 있는 동네 서점들이 하나둘 생기더라구요.
오래 버텨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겸사겸사 서재에도 올려봐요 ㅎㅎ
저는 뭐 계속 책 만들고 책 읽고 놀고 먹으면서 잘 지내고 있습니다. ㅎㅎ
잘 지내시죠? ^^

하이드 2016-08-18 14: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시집 전문서점도 있고, 미스테리 전문서점도 있는데, 고양이 서점도 있으면 좋겠다 했는데, 있군요! 요즘 눈에 띄는 고양이책들이 참 많아요.

이매지 2016-08-18 14:46   좋아요 0 | URL
말씀처럼 요새는 한 분야만 파는 서점이 꽤 많이 생긴 것 같아요.
고양이 책이 이렇게나 많았나 싶을 정도로 꽤 알찬 구색의 서점이더라구요!
홍대 쪽에 있었으면 애묘인들의 사랑을 더 많이 받았을 것 같은데 위치가 외져서 ㅠㅠ
모쪼록 오래오래 좋아하시는 일 하셨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무해한모리군 2016-08-19 14: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너무 신기한 곳이네요. 꼭 가보고 싶어요.
 
우리가 사랑에 대해 착각하는 것들 테드북스 TED Books 3
해나 프라이 지음, 구계원 옮김 / 문학동네 / 201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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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드 강연을 책으로 만날 수 있는 테드북스. 얇은 두께에 비해서 내용은 꽤 알차서 론칭 때부터 한 권씩 챙겨 읽고 있다. 독특한 건축물의 사진을 보는 재미가 쏠쏠한 <미래의 건축>이나 피해자의 입장이 아닌 가해자 가족의 관점에서 테러리스트에 대해 생각해보게 한 <테러리스트의 아들>도 물론 흥미로웠지만, 테드북스 세번째 이야기인 <우리가 사랑에 대해 착각하는 것들>은 제목부터 구미가 당겼다. '사람'이 아닌 '사랑'에 대해 착각하는 것들이라니, 대체 '수학'으로 어떻게 '사랑'에 대해 이야기한다는 거지?

삼십대 이후, 미혼 친구들과 모이는 자리에서는 이 책의 띠지 문안과 같은 멘트, 그러니까 "괜찮은 남자는 다 어디로 간 걸까?"라는 말이 빠지지 않았다. 뭐 거기에 곁들여서 '내가 만난 찌질남' 사연도 끊이지 않았지만 말이다. 아무튼 '이번 생에 연애는 글렀나봐 …' 하며 자포자기하고 있는, 사랑이라는 난제 앞에 무너지고 있는 수많은 미혼들을 위한 '궁극의 사랑 방정식'을 만나고자 책을 폈다.


 

내 나이 이제 삼십대에 접어들고 보니, 실제로 연애 시장에 남아 있는 아름답고 지적인 싱글 여성의 수와 잘생기고 괜찮은 싱글 남성의 수 사이에는 상당한 불균형이 있는 듯하다.이 점을 깨달은 것은 나뿐만이 아니며, “괜찮은 남자들은 다 어디로 간 걸까?”라는 한탄은 이제 뉴욕뿐만 아니라 런던이나 상하이에서도 심심치 않게 들려온다. 그러나 이러한 불균형은 도저히 수학적으로 말이 되지 않는다. 양쪽의 숫자가 같아야 하지 않을까? _107쪽

 


이 지구상에 있는 70억 명의 사람 중에서, 아니 한국에 사는 5천만 명의 사람 중에서 내 짝은 어디 있는 걸까. 저자는 '배커스의 공식'을 통해 우리가 연애 상대를 찾을 확률에 대해서부터 이야기한다. 배커스라는 수학자가 사용한 공식에 따르면 그가 데이트하고 싶어할 여성은(여성의 의견은 일단 배제하고) 전 세계에 단 26명(!!!)이라고 한다. 아니 전 세계에 70억 명이나 사람이 있는데 그중에서 단 26명이라니 정말 너무하지 않은가. 해나 프라이 또한 배커스의 기준이 너무 엄격하다고 하면서 좀 더 너그러운 태도로 이 공식을 적용하자고, 데이트 상대를 고를 때 온갖 종류의 필수 조건과 절대 불가 조건을 내세우면서 확률을 줄이지 말자고 하며 계속해서 논지를 전개해간다.

 

 

나는 수학자로서 인간 행동의 패턴을 파악하고 이해하는 과정에서, 수학을 통해 거의 모든 것을 새로운 방식으로 바라볼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심지어 사랑처럼 수수께끼에 둘러싸인 대상까지도. _7쪽

 


짧다면 짧다고 할 수 있는 이 책에서 해나 프라이는 사랑의 영역 또한 다른 생활의 영역과 마찬가지로 '패턴'이 지배함을 보여주지만, 사랑에 대한 구체적인 팁을 제시해주기도 하는 등 은근 실용적이었다. 아무래도 '데이터' 측면에서 연구자에게 유용할 온라인 데이트 사이트에 대한 예시가 자주 등장하지만 우리나라에서도 최근 다양한 소개팅앱이 인기인 만큼 유용하게 써먹을 팁도 많을 듯하다. 몇 가지 예를 들자면, 최대한 외모가 비슷하지만 아주 살짝 덜 매력적인 친구와 함께 있으면 자신이 더 매력적인 사람으로 비칠 것이라고, 어떤 경우든 누군가가 다가오길 기다리는 것보다 먼저 다가가는 편이 낫다고, 외모의 단점(그러니까 불룩하게 튀어나온 배나 대머리처럼)을 가리려고 하기보다는 설령 누군가는 싫어하더라도 드러냄으로 자신을 차별화해야 한다고 제안하는 식이다. 어찌 보면 당연히 보이는 말이지만 이런 얘기를 수학적 근거를 들어 보여주니 괜히 더 믿음이 간달까.

 

 

다행히도 인생의 수많은 다른 일들처럼, 평생 성관계를 맺은 상대의 수에서 온라인 데이트 사이트에서 데이트 상대를 선택하는 방식에 이르기까지 사랑에서도 무수히 많은 패턴이 발견된다. 이러한 패턴은 사랑의 속성처럼 제멋대로 휘어지거나 방향을 바꾸는가 하면 뒤틀리거나 진화하기도 하는데, 이 모든 패턴을 특유의 방법론으로 설명할 수 있는 것이 바로 수학이다. _9쪽

 


어떤 상대를 만날 것인지부터 어떤 상대와 결혼을 결심할 것인지, 그리고 성공적으로 결혼식을 치르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하는지, 그리고 부부간의 관계가 삐걱일 때 어떻게 해야 할지 등등 사랑의 전반에 대한 이야기를 수학을 통해 때로는 진지하게, 때로는 유머러스하게 다루면서 수학도 재미있을 수 있다는 걸 보여주는 매력적인 책. 제 짝을 찾아 헤매고 있는 분들에게도 권하고 싶지만 빅데이터나 응용수학에 관심 있는 분들도 흥미로워할 만한 이야기가 담겨 있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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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번 여행을 갈 때마다 직업병처럼 들르는 서점.

보통은 지나는 길에 서점이 있으면 들르곤 하는데,

이번 오사카 여행 때는 딱히 보고 싶었던 것이 없었던 관계로,

우메다에 가는 김에 마루젠&준쿠도 서점 우메다점을 일정에 넣었다.

마루젠&준쿠도 서점은 우리나라의 교보문고와 같은 대형서점인데,

그중에 우메다점은 안도 다다오가 설계한 건물로 유명해 겸사겸사 찾았다.

 

 

12월 초였는데도 크리스마스 특별 매대도 준비되어 있었다.

이렇게 모아놓고 보니 크리스마스 책들은

산타 때문인지 대체로 색감이 비슷비슷한 듯.

 

 

지하까지 하면 총 8층으로 규모가 굉장했던 마루젠&준쿠도 서점.

마루젠 서점과 준쿠도 서점.

두 개의 서점이 합쳐진 것으로

간사이 지역에서 가장 큰 규모의 서점이라고 한다.

그냥 7층에서부터 슬렁슬렁 보면서 내려와야지 했는데,

봐도봐도 너무 많아서 2시간 가까이 책 구경만 했다.

 

대형서점인데 이렇게 아기자기한 매대가 많아서 재미있었다.

초등학교 때 이것저것 만들던 기억을 떠올리게 하던 매대.

 

젤 오른쪽에 우리나라에서도 큰 인기였던

<모모>가 보여서 한 컷.

 

곧 국내에서도 개봉하는 <피노키오>.

일본에서는 11월에 개봉해 큰 인기를 끈 걸로 알고 있는데,

이를 반영하듯 <어린왕자> 관련서를 모아놓은 매대도 있었다.  

 

영어를 좀더 심플하게, 라는 띠지 문구가 눈에 들어와서

들춰봤는데 정말 띠지 문안처럼 심플한 구성.

 

예를 들자면 이런 식.

 

 

개인적으로 탐나는 외서 매대.

챈들러 소설 속의 장소를 담은 책도 갖고 싶었다.

저거 들고 LA를 누비면... 너무 덕후스럽나 싶지만. ㅎㅎ

 

셜록은 여기서도 인기인가봅니다.

 

전자회로, 반도체 뭐 이런 책이 있는

나름 전문서적 서가인데

표지가 인상적이라 찍어봤다.

나름 차별성은 있다 싶었던 ㅎㅎ

 

한정가격 100엔이 눈에 들어와서 보니
화장실 센류 대상 제11회라는 거 수상작(?)들을 판매하는 듯했다.

이거 뭐지 싶어서 찾아보니
일본의 욕실전문회사인 TOTO에서

비대 2천만 대 돌파를 기념해 만든 센류 대회라고 한다.
가정이나 직장, 학교 화장실에서 일어난
실패담이나 재미난 이야기를 담은 센류를 모집해
상위 수상작을 화장지에 인쇄해

화장실의 날인 11월 10일에 출판한다고.

얼마 전 출간된 <조선왕조실톡>에서 실톡 화장지 사은품으로 준 것도 슬쩍 생각났다.

 

한국 관련 서적 쪽에서 보인

박유하 교수님의 <제국의 위안부>.

 

향토사 책도 꽤 많이 출간되어 있었다.

이 서가 모두가 오사카 향토사에 대한 것.

오사카뿐 아니라 다른 지방 향토사에 대한 서가도 있었다.

 

사진집에 수록된 사진이나 포스터 등을

이렇게 에스컬레이터 옆쪽 공간에 홍보해놓았다.

살짝 산만해 보인 감도 있었지만

오며가며 한 번은 눈에 들어왔으니 나름의 홍보효과는 있는 듯.

 

 

매드맥스에 스타워즈에 007까지 있으니

정신 못 차리고 한 컷.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가 이렇게 변했다 ㅎㅎ

이런 식으로 귀여운 위작들이 담겨 있던 작품집.

 

 

반 고흐 컬러링북도 판매중.

컬러링북이 가끔 보이긴 했는데

한국만큼 컬러링북이 히트하지는 않는 듯했다.

 

한국에도 <스타워즈> 덕후들이 많지만,

역시 전문 서적(?)은 일본 쪽에서 더 쉽게 볼 수 있었다.

언리미티드에디션에 사람들이 엄청 몰리긴 했었지만,

팬북류이나 아트북 시장은 작디 작은 듯.

하기사 애초에 파이가 다르긴 하지만. 

 

 

오다기리 조 주연의 영화 <후지타>가 개봉해 만들어진 것 같았던
일본인 화가 후지타에 대한 매대.
20세기 초 파리에서 성공을 거둔 화가로,
2차 대전 때 일본 정부에서 요청을 받아 선전용 전쟁 기록화를 그린 전범이다.

전범 논란이 커지자 프랑스로 망명해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이름을 따서 레오나르도 후지타로 개명했다고 하는데,
뭐 이런저런 이유에서 영화는 아마 국내 개봉이 힘들지 않을까 싶다.

 

 

슬렁슬렁 보려고 해도

눈을 사로잡는 책이 워낙 많아서

정신을 못 차리고 계속 구경했다.

 

 

이렇게 중간중간 의자가 있어서

퇴근 후 온 듯한 사람들이 책 읽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전체적으로 도서관처럼 조용해서

카메라 셔터 소리도 살짝 민망할 정도였다.

  

 

기모노를 다룬 책 중에서

위쪽 맨 왼쪽에 있는 책이

표지만 봐도 왠지 기분이 좋아서 찍어왔다.

여러 가지 산만한 것보다 단정한 느낌이라 좋았던 표지.

 

 

도쿠가와 이에나리의 요리법을 다룬

역사소설이 눈에 들어왔다.

시리즈인 듯한데 찾아보니 아마존 재팬에는 악평만 있네.

 

 

서점 직원들이 만든 듯한 POP.

너무 제각각이라 산만하긴 했지만,

그래도 어딘가 귀엽기도 ㅎㅎ

 

 

 

<아이보우(파트너)>의 12, 13시즌을 담은 책.

책 표지에는 나리미야 히로키가 그려져 있지만,

14시즌부터는 소리마치 타카시가 나오니

다음 책에는 그림이 바뀌어 있겠지.

파트너가 바뀔 동안 쭉 자리를 지키는 미즈타니 유타카 대단하다...

 

 

음식 에세이는 언제나 애정합니다.

 

 

니노미야 카즈나리와 기타노 다케시가 출연하는 <붉은 송사리>의 원작.   

12월 28일에 방영하는 특집드라마인데,
니노는 요새 계속 특집 드라마만 찍어서 팬 입장에서는 좀 아쉽지만,
이번엔 라쿠고가에 도전한다고 하니 궁금하다.
개인적으로는 1월에 방영하는 <도련님>이 더 궁금하긴 하지만.

 

 

서점을 방문한 작가들의 사인이겠거니.

아무래도 큰 서점이다보니 가득가득하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책들도.

 

 

1층에 자리한 지금 당장 읽고 싶은 YA 150선.

각각의 주제에 따라 청소년도서 150권이 놓여 있었는데,

각각의 추천코멘트가 붙어 있어서

많이 신경 쓴 매대구나 싶었다.

 

 

 

1층까지 와서 새삼 놀란 것은,

이렇게 규모가 큰 서점인데 계산대는 1층에만 있었다.

각각의 층에 안내 데스크는 있었지만,

게산은 모두 여기서 하는 시스템인 듯.

뭐 일본답게 질서 정연하게 계산하는 모습.

각각의 계산대 옆에 낮은 의자 같은 게 있어서

가방을 올려둘 수 있게 배치해놓은 게 인상적이었다.

 

 

요새 교보문고 등 국내 대형서점이

책보다는 문구나 디자인용품 등에 치중한다면,

마루젠&준쿠도 서점 우메다점은 중간중간 변주가 있긴 했지만,

서점 본연의 기능에 충실하게 책에 집중하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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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5-12-24 17: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와- 엄청 성실한 서점방문기네요. 사진과 글에서 성실성실이 뚝뚝 묻어나요.
언급하신것처럼 게산대에 저렇게 의자를 하나씩 놓아둔 거 진짜 센스있어요! 센스쟁이들..

이매지 2015-12-24 17:28   좋아요 0 | URL
사진 찍어온 게 아까워서 열심히 썼습니다. ㅋㅋㅋㅋ
성실성실하게 서재도 좀 꾸준히 해야 할 텐데.... (먼 산)

비연 2015-12-25 12: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정말 좋아요. 서점이 아기자기한 게 좋네요.
매지님 오랜만에 서재에서 뵈는 듯. 내년에는 자주 뵈요!

이매지 2015-12-28 11:17   좋아요 0 | URL
으하하하하.. 오랜만에 나타나서 이런 글이나 쓰고 민망하네요. ㅎㅎㅎ
내년에는 자주 나타날 수 있게 노력하겠습니당 ㅠㅠㅠ

BRINY 2015-12-25 21: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여기 지하1층밖에 가본 적이 없네요ㅎㅎ

이매지 2015-12-28 11:18   좋아요 0 | URL
저는 지하 1층만 못 가봤는데! ㅎㅎㅎ
진짜 책이 엄청나게 많더라구요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