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셜록 홈스(Sherlock Holmes) 시리즈 전집 세트를 장만했다. 사실 이거 고르느라 한 달은 고민했다. 왜냐하면, 어떤 홈스 전집에 오 · 탈자가 많고, 번역이 좋지 않다는 평이 있기 때문이다.

 

 

※ [셜록 홈즈 전집 세트, 뭘로 사지?] (작성자: 빅보이7)

http://hi007.tistory.com/1145

 

 

나는 홈스 전집을 읽어본 독자들의 추천을 참고했고, 고심 끝에 고른 전집 세트가 ‘시간과 공간사’ 번역본을 골랐다. (빅보이7님의 의견을 따랐다)

 

혹자는 ‘시간과 공간사’를 줄여서 ‘시공사’로 부르기도 하는데, 우리가 아는 ‘시공사’ 출판사(전두환 대통령의 아들이 운영했던 그 출판사)와 다르다. 출판사 이름만 보고 오해하지 마시길. 출판사 이름을 ‘시공사’라는 말 대신에 ‘공간사’라고 줄여서 부르겠다.

 

‘공간사’ 번역본은 ‘황금가지’ 번역본과 같은 해(2002년)에 출간되었다. 먼저 나온 건 ‘황금가지’ 번역본이다. ‘공간사’ 번역본의 역자는 추리소설 전문 번역가로 활동했던 故 정태원 씨(1954~2011)다. 정태원 씨는 생전에 추리문학뿐만 아니라 SF, 호러 등 장르를 불문하고 다양한 작가의 작품을 번역했다. 그런 그의 업적이 널리 알려지지 못한 게 아쉽다. 내가 생각하기에는 그는 정말 불운한 번역가이다. 그는 오래전부터 홈스 전집과 러브크래프트(H.P. Lovecraft) 전집 번역을 준비해왔지만, 출판사들로부터 거절을 받아 출판 기회를 놓쳤다고 한다. 다행히 그의 손에 재탄생한 홈스 전집은 세상의 빛을 보게 됐지만, 러브크래프트 전집은 영영 묻히고 말았다. 정 씨가 번역한 러브크래프트 전집은 고인의 유작으로 남게 되었는데, 선집이라도 정식 출간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2002년에 나온 1판은 양장본이다. 표지의 바탕색은 녹색과 남색이고, 표지 한가운데에 홈스의 전신상이 그려져 있다. 표지 덮개를 벗기면 빨간색 속살(?)을 드러낸다.

 

 

 

 

 

 

 

 

 

 

1판이 나온 지 몇 년 뒤에 2판이 나온다. 책 표지가 달라졌는데, ‘구판’을 언급할 때 가장 많이 소개되는 표지다. 단조로운 형태의 1판의 표지보다 2판 표지를 선호하는 사람들이 많을 거로 생각된다. 표지 테두리에 가장 유명한 시드니 패짓(Sidney Paget)의 삽화들을 넣었다. 2판 역시 양장본이며 표지 덮개를 벗기면 검은색 속살을 드러낸다.

 

 

 

 

 

 

 

 

 

 

 

정 씨가 세상을 떠난 지 2년이 지난 후에 반양장 형태의 3판이 나왔다. 이 책을 평한 독자들은 3판을 ‘최악의 번역본’으로 비판했다. 구판에 있었던 시드니 패짓의 삽화 일부가 삭제되었고, 심지어 문장 일부가 빠진 것도 있다고 한다.

 

 

 

 

 

 

그래서 필자는 어렵게 헌책방과 알라딘 중고매장을 전전하면서 구판을 손에 넣었다. 처음에 1권부터 5권까지는 1판, 6권과 8권은 2판이다. 7권은 아직 구입하지 않았다. 원래는 1판을 구하려고 했다. 우리의 소원은 통일. 책을 모으는 애서가의 소원은 표지 통일이다. 그런데 커버까지 완벽히 갖춘 1판을 구하는 일이 쉽지 않다. 게다가 얼른 홈스 전집을 장만해서 읽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다. 도저히 참을 수가 없었다. 결국, 2판으로 된 6권과 8권을 샀고, 7권 역시 2판 번역본을 주문할 예정이다. 어차피 언젠가는 2판도 조만간 절판의 운명에 처해질 텐데, 기념으로 1판과 2판이 섞인 전집 세트를 가지고 있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필자는 홈스 전집 번역본에 대해서 여러 가지 궁금증이 생겨났다.

 

 

궁금중 1. 

홈스 전집 세트 중에 가장 많이 팔렸다는 ‘황금가지’ 번역본은 정말 믿고 읽을 만한 번역본인가? 정말로 ‘황금가지’ 번역본이 홈스 전집 번역본 중에 ‘최고’라고 말할 수 있는가?

 

 

궁금증 2.

‘황금가지’ 번역본 이외에 다른 출판사의 번역본들(엘릭시르, 문예춘추사 등)은 번역이 잘 되어 있는가?

 

 

궁금증 3.

어떤 독자들은 ‘바른번역’, ‘베스트트랜스’ 등 일명 ‘집단 번역’에 의해 만들어진 번역본은 ‘비추’라고 말한다. 그들의 주장이 맞으면 ‘집단 번역’의 오역 사례가 있어야 한다. 그런데 무슨 이유에서인지 그들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결정적인 근거 자료가 보이지 않는다. 정말로 ‘바른번역’과 ‘베스트트랜스’는 홈스 전집 번역 수준을 떨어뜨리게 하는 ‘만악의 근원’인가?

 

 

세 가지 궁금증에 대한 해답을 스스로 찾기 위해 필자는 시간과 공간사(구판과 반양장본), 황금가지(2015년 2판)’, 현대문학(주석판), 엘릭시르, 문예춘추사, 동서문화사(동서미스터리북스), 코너스톤(2016년 개정판), 더클래식(구판, ‘베스트트랜스’ 번역), 더클래식(개정판, 송성미 역) 번역본을 다 읽어보기로 했다.

 

이미 작업은 시작했다. 현재 《셜록 홈즈의 모험》까지 읽었고, 《주홍색 연구》, 《네 개의 서명》 번역본 비교 작업을 완료했다. 역시 각각의 번역본마다 원문을 우리말로 옮긴 문장이 제각각 달랐다. 필자는 번역 작업을 해본 적이 없다. 영어 실력은 중학교 수준이다. 일반 독자가 전문 번역가의 번역에 문제를 제기하는 일이 아니꼽게 볼 수도 있다. 이 작업으로 특정 출판사나 번역자를 비난할 생각은 없다. 일반 독자들도 수긍할 수 있는 오역을 발견하여 알리고 싶을 뿐이다. 번역문을 원문과 비교해가면서 최소 세 번 이상 읽어봤고, 모르는 단어가 있으면 영어사전을 참고했다. 애매모호한 번역문이 있는데도 필자의 독해 실력이 따라주지 못해서 판단을 내리지 못한 경우가 있다. 이럴 땐 나 같은 아마추어는 가만히 있는 게 상책이다. 나보다 독해 및 번역 작업 능력이 뛰어난 독자나 전문 번역자가 해줄 거라 믿는다.

 

생각보다 시간을 많이 잡아먹는 작업이었다. 10권 넘는 번역본들 모두 도서관 한 곳에 있었으면 좀 더 빨리 작업 속도를 낼 수 있었다. 주말에 집에 멀리 떨어진 도서관에 찾아가는 것도 고역이다. 교통비가 줄줄이 새어나간다.

 

 

 

 

 

문예춘추사 번역본, 코너스톤 번역본 그리고 더클래식 개정판 번역본은 종이책이 아닌 전자책으로 구입했다. 역시 전자책 세트의 가격이 싸서 좋다. 평소 전자책으로 추리소설을 즐겨 읽는 블랑코님을 알지 못했으면 이런 결정을 하지 못했을 것이다. 종이책과 전자책의 내용은 똑같다. 실제로 코너스톤 개정판 한 권과 종이책과 전자책을 비교하면서 읽어봤는데 내용의 차이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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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ureka01 2017-05-16 22:4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일전에 예스24에서 셜록 전집을 인가..하여간 셜록책 40권을 무료 전자책으로 오프했던 적이 있었어요.그때 모두 다운 받아놨습니다..그런데~~~아직 ...한권도 못읽었어요.아고고.....

cyrus 2017-05-17 10:42   좋아요 2 | URL
유레카님이 다운받은 번역본이 뭔지 궁금합니다. 제가 구입한 홈즈 전집 전자책(코너스톤)은 반값 할인으로 10년까지 읽을 수 있습니다.. ^^;;

지금행복하자 2017-05-17 06:4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시공사 전집있습니다. 하지만 그 옛날 어디즈음을 추억하는 소품으로 전락하고 말았습니다~~~~

cyrus 2017-05-17 10:43   좋아요 1 | URL
저도 어렸을 때 읽은 축약본을 책장 장식품으로 보관하다가 창고에 옮겼습니다. 오랜만에 다시 꺼내봤는데 올드한 느낌의 축약본도 재미있었어요. ^^;;

2017-05-17 11:39   URL
비밀 댓글입니다.

cyrus 2017-05-17 14:19   좋아요 2 | URL
이제 종이책을 보관할 자리도 없는데 전자책에 관심을 많이 가져야겠어요. ^^

syo 2017-05-17 11:4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또 어마무시한 작업에 돌입하셨군요..... 여기, 보잘 것 없지만 제 뤼스풱트 좀 받아주시겠어요?

cyrus 2017-05-17 14:21   좋아요 1 | URL
고맙습니다. 홈즈를 엄청 좋아하지 않았으면 시도할 생각조차 나지 않았을 겁니다. 제 영어 독해 능력이 중딩에 머물러 있어서 부족한 점이 많아요. ^^;;

qualia 2017-05-17 11:47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cyrus 님께서 ‘홈즈 전집 번역본’ 비교 작업을 하셨다고 했는데요. 번역 비교 작업의 결과물이 어떻게 나올지 몹시 기대됩니다. 다음과 같은 cyrus 님의 고백에서 그 열정이 느껴집니다.

[···] 생각보다 시간을 많이 잡아먹는 작업이었다. 10권 넘는 번역본들 모두 도서관 한 곳에 있었으면 좀 더 빨리 작업 속도를 낼 수 있었다. 주말에 집에 멀리 떨어진 도서관에 찾아가는 것도 고역이다. 교통비가 줄줄이 새어나간다. [···]

저도 인터넷이 활성화돼 있지 않은 시절에 곰팡내 퀴퀴한 도서관 논문실 이곳저곳으로 발품을 팔며 힘겹게 관련 자료를 찾아다녔던 일이 생각납니다. 정말 그때는 (안방에서 거의 모든 게 해결되는 요즘을 생각하면) 어떻게 논문 찾아 3만리를 다녔는지 모르겠습니다. 우리나라 도서관들은 장서량이 매우 부족하고, 논문이나 고서들을 완질로 소장하고 있는 곳이 거의 없잖아요. 헛걸음을 하는 경우가 정말 많았었죠. 아무튼 cyrus 님의 번역 비교 작업 응원하고 기다리겠습니다.

cyrus 2017-05-17 14:28   좋아요 1 | URL
어떤 분은 여러 출판사의 홈즈 전집을 자비로 구입해서 원서와 같이 읽더군요. 정말 대단한 열정입니다. 저는 도서 구입비를 절약하려고 도서관에 자주 드나들게 되었어요.

제가 번역을 해본 적도 없고, 독해 능력이 부족해서 결과물에 어설픈 점이 많을 겁니다. qualia님이나 다른 분들의 의견을 듣고 싶습니다. 제 프로젝트는 순전히 저 혼자를 위한 작업이 아니라 좋은 책을 고르고 읽어야 할 모든 독자들을 위한 작업이니까요. ^^

transient-guest 2017-05-17 14:4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시간과 공간사의 전집을 찾아봐야겠습니다 황금가지만 봤는데 더 좋은 번역이 있다면 구하고 싶네요

cyrus 2017-05-17 14:52   좋아요 1 | URL
개정판 반양장본은 사지 마세요. ‘개악‘이라는 단어가 나올 정도로 구판보다 못하다는 평이 많았어요.

시간과 공간사 번역본이 직역 위주라서 인물 간의 대화를 읽어보면 약간 부자연스러운 느낌이 들어요.

번역본마다 장단점 하나씩 있어서 ‘완벽한‘ 홈즈 번역본은 없습니다. ^^;;

transient-guest 2017-05-17 14:54   좋아요 1 | URL
지금 찾아보고 있습니다 1-2판은 구하기
어렵겠네요 엘릭시르 판 도 맘에 듭니다 ㅎㅎ 아무래도 번역은 어렵죠

cyrus 2017-05-17 14:57   좋아요 1 | URL
엘릭시르 판, 좋습니다. 그 책이 현대문학 출판사에 나온 주석판 내용을 참고했어요. 역자 주석이 잘 정리되어 있어요.

cyrus 2017-05-17 15:46   좋아요 1 | URL
깜빡했습니다. 엘릭시르 번역본에 시드니 패짓의 삽화가 없습니다. ^^;;

겨울호랑이 2017-05-17 15:0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 보기만 해도 어려운 작업을 시작하셨네요. 큰 작업이지만 스스로 선택했기에 즐겁게 하시리라 생각합니다. 작업 후에는 홈즈의 권위자가 되시겠어요..^^: 그후엔 프랑스어로 아르센 뤼팽 도전도 하시나요? 궁금해 집니다. cyrus님 도전 홧팅!!

cyrus 2017-05-17 15:03   좋아요 1 | URL
권위자보다는 ‘셜록키언‘이 되고 싶습니다. 뤼팽 전집 원서 읽기는 힘듭니다.. ㅎㅎㅎ 뤼팽 전집은 즐거운 마음으로 읽고 싶습니다. ^^

adf657 2017-06-16 14: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시간과공간사 3판 정말 최악이죠 기전판 삽화 누락및 편집 , 마지막인사 폰베르크 폰헤를링 대화 일부을 누락했습니다. 그런데도 출판사는 기존판과 똑같이 만들었다고 거짓말 하고 있습니다.
정말 출판사 쳐들어가서 비교해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cyrus 2017-06-16 18:49   좋아요 0 | URL
헌책방과 중고매장을 돌아다니면서 시간과 공간사 구판 세트를 모아서 샀습니다. 구판 세트를 다 읽으면 그 다음 계획이 개정 3판을 읽는 것입니다. 개정 3판이 얼마나 심각한 지 눈으로 직접 확인하고 싶습니다. ^^;;
 

 

 

집에 창고가 된 방 하나가 있다. 거기에 어렸을 때 읽은 책이 보관되어 있다. 오랜만에 창고를 정리할 겸 창고 구석에 숨어있는 옛날 책들을 꺼내봤다. 책들을 창고 밖으로 완전히 끄집어내기까지 8년이라는 세월이 후딱 지나 가버렸다. 이 책들을 마지막으로 읽은 해가 2002년, 15년 전이다.

 

 

 

 

 

 

 

 

 

 

 

 

 

 

 

 

 

 

 

 

 

 

 

 

 

 

 

 

 

 

 

 

 

 

 

 

 

 

 

 

 

 

 

 

 

 

 

 

 

 

 

 

 

 

 

 

 

 

 

 

* 《셜록 홈즈의 모험》 (동서미스터리북스 2, 역자 : 조용만, 조민영)

* 《주홍색 연구》 (동서미스터리북스 15, 역자 : 김병걸)

* 《바스커빌의 개》 (동서미스터리북스 22, 역자 :진용우)

* 《셜록 홈즈의 회상》 (동서미스터리북스 43, 역자 : 조용만, 조민영)

* 《셜록 홈즈의 귀환》 (동서미스터리북스 53, 역자 : 조용만, 조민영)

* 《셜록 홈즈의 마지막 인사》 (동서미스터리북스 117, 역자 : 조용만, 조민영)

* 《셜록 홈즈 사건집》 (동서미스터리북스 131, 역자 : 조용만, 조민영)

 

 

※ 《주홍색 연구》에 ‘네 사람의 서명’ 수록,

《바스커빌의 개》에 ‘공포의 계곡’ 수록

 

 

 

내가 창고에서 찾으려고 했던 ‘옛날 책’이 아서 코난 도일(Arthur Conan Doyle)의 ‘셜록 홈스(Sherlock Holmes)’ 시리즈였다. 초등학생 때 엄청 많이 읽었던 책이 바로 ‘셜록 홈스’ 시리즈다. 셜록 홈스. 너무나도 유명한 이름 앞에서 무슨 말이 필요한가. 책을 안 읽는 사람들도 홈스가 누군지 다 안다. 이제 영화나 드라마에서도 홈스의 활약상을 확인할 수 있다.

 

지금으로부터 2, 30년 전만 해도 홈스는 소설 속 ‘사기캐(만화 또는 게임 등에서 다른 캐릭터보다 아주 강력한 캐릭터를 비유적으로 이르는 ‘사기 캐릭터’의 준말-글쓴이 주)’ 주인공, 또는 ‘세기의 명탐정’으로 알려졌다. 그런 그가 영화에서 훈훈한 비주얼로 사건 현장에 뛰어드는 멋진 명탐정으로 등장할지 누가 알았으랴. 사실 원작의 홈스는 괴팍하기 짝이 없다. 원작의 홈스는 잘생김과 거리가 멀다. 키가 멀대같이 크고 비쩍 마른 체형이다. 늘 혼자 있는 시간이 많다. 사건이 없는 날에는 코카인이나 모르핀 주사를 팔뚝에 찌른다. 알다시피 홈스는 사건 해결에 힘을 쏟기 위해 감정에만 치우치는 상황을 싫어하며, 가끔은 여성의 존재 자체를 무시하는 독선적인 발언을 한다. 그래도 어렸을 땐 사건을 척척 해결해나가는 홈스가 멋있어 보였다. 그의 단점은 내 눈에 확 들어오지 않았다. 오랜 시간이 지난 뒤 완역본을 읽고 나서야 홈스의 어두운 실체를 알게 되었다.

 

 

 

 

 

홈스가 나오는 소설을 좋아해서 수업 시간이 끝나자마자 초등학교 도서실에 가서 홈스 시리즈를 읽었다. 방과 후 학교 운동장에서 친구들과 어울리는 것보다 학교 도서실에 있는 것이 더 마음이 편했다. 이때부터 ‘혼자 놀기’의 재미를 조금씩 알기 시작했다. 초등학교 도서실에 있는 홈스 시리즈는 동서문화사의 ‘지능훈련 뤼뺑이냐 홈즈냐’ 시리즈 일부였다. ‘뤼뺑’은 프랑스의 모리스 르블랑(Maurice Leblanc)이 탄생시킨 ‘괴도 아르센 뤼팽(Arsène Lupin)’이다. 동서문화사는 뤼팽과 홈스 시리즈를 모두 모아 ‘지능훈련 뤼뺑이냐 홈즈냐’라는 이름을 달아 펴낸 적이 있다. 비록 문장이 썩 매끄럽지 않은 중역이라서 읽기 힘들었지만, 그땐 홈스가 무조건 나오는 이야기라면 전부 좋아했다.

 

도서실의 학생 사서로 활동한 덕분에 오래된 ‘홈스 시리즈’ 일부를 소유할 수 있었다. 학교 졸업하기 전에 마지막으로 학교 도서관의 모든 책을 재정리하는 일을 했다. 새로 들어온 책에 십진분류법 스티커를 붙이고, 낡고 오래된 책들은 폐품으로 처리하기 위해 따로 분류하는 일이었다. 그런데 버려야 할 책이 아주 많았다. ‘뤼뺑이냐 홈즈냐’ 시리즈의 보존 상태가 썩 좋지 않아서 어떤 책은 너덜너덜해져 다 떨어져 나갈 지경이었다. 도서실 담당 선생님은 ‘폐품’으로 분류된 책 중에 읽고 싶은 것이 있으면 가져가도 된다고 특별히 허락해주셨다. 나는 운 좋게 평소 즐겨 읽던 홈스와 뤼팽 시리즈를 챙겨왔다. 그런데 그때 당시에 홈스를 좋아하는 학생이 여러 명 더 있었다. 결국 ‘홈스 편’ 모두 획득하는 데 실패하고 말았다. ‘지능훈련 뤼뺑이냐 홈즈냐’ 시리즈는 여러 명 학생의 손에 의해 뿔뿔이 흩어졌다. 나는 집에 있는 홈스 시리즈(이 책은 나중에 따로 소개하겠다)에 없는 작품이 수록된 책만 골랐다. 지금까지 가지고 있는 ‘지능훈련 뤼뺑이냐 홈즈냐’ 시리즈의 ‘홈스 편’은 6권에 불과하다. 그때도 홈스에 대한 인기가 워낙 높아서 ‘뤼팽 편’에 관심을 가지는 친구들이 없었다. 아무리 뤼팽이 약한 사람의 물건을 훔치지 않고, 절대로 살인을 저지르지 않는 나름 정의로운 도둑이라고 해도 아이들 입장에서는 악의 무리를 소탕하는 탐정 역할에 더 끌리기 마련이다. 전부는 아니지만, 폐품처리장에 소각될 뻔한 ‘뤼팽 편’도 챙겼다. 어머니는 ‘쓰레기’나 다름없는 책들을 가지고 왔다면서 등짝 스매싱을 여러 차례 날리면서 화를 냈다. 그래도 지금 생각하면 옛날 책들을 잘 챙겨왔다고 생각한다. 이제는 그 책들을 구하기 힘들다.

 

 

 

 

 

 

 

 

 

 

표지 그림을 퍼즐 조각 형태로 그린 시도는 신선하다. 모든 책의 앞표지에 항상 ‘조각 두 개가 빠진 자리’가 있다. 그 자리에 ‘물음표’ 표시가 있다. 나는 ‘뤼뺑이냐 홈즈냐’ 시리즈를 읽을 때마다 이 ‘물음표’가 어디 있는지 유심히 살펴보곤 했다. 이 순간 벌써 짜릿해진다. 이야기에 몰입할 준비가 되어 있음을 보여주는 심적 반응이다.

 

 

 

 

 

 

 

홈스 시리즈의 4대 장편이 《진홍색 연구(A Study in Scarlet)》, 《네 개의 서명(The Sign of the Four)》, 《배스커빌 가의 개(The Hound of the Baskervilles)》, 《공포의 계곡(The Valley of Fear)》이다.

 

 

 

 

 

 

《진홍색 연구》는 홈스와 왓슨(Watson)이 처음 만나 사건을 해결하는 이야기다. 당연히 홈스 시리즈의 첫 작품이다. 동서문화사는 처음 이 작품의 제목을 ‘빨강글자 수수께끼’로 정했다. 요즘 나오는 홈스 시리즈 번역본은 원제를 그대로 따르는 편이다. 동서문화사도 홈스 시리즈를 ‘동서미스터리북스’로 재출간했을 때 원제와 거의 비슷한 제목을 새로 붙였다. 옛날 80년대 홈스 시리즈 번역본 중에는 ‘원제 파괴’에 가까운 이름이 많았다. 옛날 번역본의 제목과 요즘 번역본의 제목을 비교해보는 것도 쏠쏠한 재미다.

 

 

 

 

 

 

 

 

 

 

삽화 상태가 썩 좋지 않다. 안 그래도 오래된 책인데 세월을 점점 먹을수록 종이뿐만 아니라 삽화 상태도 나빠진다. 선과 형태가 뚜렷하게 남은 온전한 상태의 삽화가 많지 않다. 게다가 이 삽화를 제작한 사람이 누군지 알 수 없다. 원서의 다른 삽화를 그대로 가져온 걸까, 아니면 우리나라 사람이 직접 만든 것일까? 삽화 속 인물의 형태가 제각각 다르다. 한 사람이 다 그린 것 같지 않다. 여러 사람이 따로 삽화를 그렸을 거로 보인다. 다행히 동서미스터리문고 번역본의 삽화는 원작에 실린 삽화다.

 

 

 

 

 

 

 

 

 

 

 

 

 

 

 

 

 

 

이 번역본에는 홈스 시리즈 이외에 코난 도일이 쓴 다른 단편소설이 수록되어 있다. ‘홈스 빠돌이’였던 나는 홈스가 나오지 않는 작품은 읽지 않았다. 그때는 그 작품이 코난 도일이 쓴 건 줄 몰랐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홈즈가 나오지 않는 소설에 대한 역자의 설명이 단 한 줄도 없었기 때문이었다. 《네 개의 서명》에 수록된 『사라진 열차』의 원제는 ‘The Story of the Lost Special’이다. 도일이 홈스 시리즈 집필을 중단한 뒤에 발표한 소설이다. 다행히 이 소설은 지금도 읽을 수 있다.《아서 코난 도일, 미스터리 걸작선》(국일미디어, 2003)과 《셜록 홈스의 라이벌들》(비채, 2011)에 수록되어 있다.

 

 

 

 

 

 

 

 

 

 

 

 

 

 

 

 

 

 

《춤추는 인형》 마지막에 있는 이야기 역시 홈스가 나오지 않는 작품이다. 제목이 『새서서 골짜기 유령』(The Mystery of the Sasassa Valley)이다. 도일이 1879년에 발표한 소설이다. 도일은 의사 일을 하면서 쉬는 시간에 틈틈이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 그때 나온 첫 결과물이 바로 『새서서 골짜기 유령』이다. 도일이 정식으로 발표한 첫 작품이다. 도일의 초기 작품으로 알려진 『북극성호의 선장』과 『J. 하버쿡 젭슨의 진술』은 각각 1883년, 1884년에 발표되었다.

 

이 책의 마무리는 추리 퀴즈였다. 시리즈 제목에 생뚱맞게 ‘지능 훈련’이 붙여진 이유가 바로 이것 때문이다. 어린 나는 추리소설을 열심히 읽으면 추리력이 부쩍 늘어날 거로 믿었다. 정말 초딩스러운 발상이다.

 

 

 

 

 

 

 

 

 

 

 

 

 

 

 

 

 

 

 

‘지능훈련 시리즈’의 ‘홈스 편’은 소설가 조용만 씨(1909~1995)와 이화여대 영문과에 졸업한 사실만 알려진 조민영 씨가 공동으로 번역했다. ‘뤼팽 편’은 1979년부터 1990년까지 추리작가협회 회장을 지낸 이가형 씨(1921~2001)가 번역했다. 동서미스터리북스에 포함된 홈스와 뤼팽 시리즈의 역자도 똑같이 이 세 사람이다. 동서문화사는 변함없이 ‘중역’을 고집하고, 이미 고인이 된 역자의 이름만 올리는 경우가 있다. 심지어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 ‘유령 역자’ 이름을 내세우기도 한다. 이런 출판사의 행태에 문제가 있다.

 

 

 

 

 

 

 

 

나는 ‘조민영 씨’가 누군지 궁금하다. ‘지능훈련 시리즈’에서 조민영 씨는 ‘서울에서 태어나고, 경기여고를 거쳐 이화여대 영문과를 졸업’했다고만 간략하게 소개되어 있다. 조용만 씨의 출생연도(1909년)를 밝힌 것과 대조적으로 조민영 씨의 출생연도는 언급되지 않았다. 조민영 씨의 소개가 왜 이리 빈약해 보일까? 동서미스터리문고로 나온 홈스 시리즈 역시 이전 번역본의 역자 소개 내용과 거의 비슷하다. 조민영 씨의 ‘옮긴 책’이 ‘코난 도일 셜록 홈즈 시리즈’가 유일한데, 아마도 내가 가지고 있는 ‘지능훈련 시리즈’로 보인다. 이것만 봐도 조민영 씨가 실존 인물인지 의심이 든다. 도대체 그녀는 누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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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5-15 20:20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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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5-15 21:10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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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5-15 21:32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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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5-16 10:00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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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슬비 2017-05-16 00:2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홈즈보다 뤼팽을 더 좋아했어요. 아마도 뤼팽이 더 낭만적으로 느껴서인것같은데, 베니 덕분에 홈즈가 쪼금 좋아지려해요.^^

옛날책들을보니 신기하고 재미있는데, 다시 한번 더 cyrus님의 책사랑이 느껴집니다.

cyrus 2017-05-16 10:02   좋아요 1 | URL
홈즈 정주행 독서가 마무리되면, 뤼팽 시리즈에 도전해보려고 합니다. ^^

보슬비 2017-05-17 00:06   좋아요 1 | URL
아마도 저는 로맨스가 있어서 좋아했던것 같아요. 홈즈는 남성적이라면 뤼팽은 여성적인것 같아요.^^ 홈즈를 좋아하신다면 뤼팽은 가볍다고 생각하실지도...^^

양손잡이 2017-05-16 20:2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책읽기의 즐거움을 뤼팽에서 느꼈습니다! ㅎㅎ 저도 홈즈보단 뤼팽~!

cyrus 2017-05-16 21:15   좋아요 0 | URL
얼른 뤼팽 전집을 읽고 싶군요. ^^
 

 

 

 

나와 함께 가자꾸나.

우리가 아는 세상 전부에 싫증이 난 사람들이여.

여기에 수많은 새로운 세계가 있을지니.

 

- 로드 던세이니 《경이의 서》 프롤로그 -

 

 

 

켈트(Celts)족은 오늘날의 스코틀랜드(Scotland)와 아일랜드(Ireland), 웨일스(Wales) 지역에 거주하던 민족을 일컫는다. 켈트족은 시적 상상력이 뛰어난 민족으로 풍부한 신화와 전설을 갖고 있다. 켈트족의 민족성은 오늘날 높은 예술적 성취로 이어지고 있다.

 

켈트 문학의 특징이라면 전체적인 구성력보다는 섬세한 묘사가 뛰어나다. 특히 초자연적인 것을 몽환적으로 표현하는 것을 꼽을 수 있다. 고색창연하고 신비스런 분위기가 물씬 풍긴다. 예이츠(W.B. Yeats)는 아일랜드문예부흥 운동의 목적으로 각종 켈트 민담과 전설 수집에 열중했다. 그뿐만 아니라 켈트 신화의 영향을 받은 근대 환상 문학 작품들도 발굴했는데, 예이츠는 로드 던세이니(Lord Dunsany)의 작품들을 모아 재편집했다. 예이츠는 로드 던세이니를 ‘아일랜드가 낳은 몽상의 거장’으로 추켜세웠다.

 

로드 던세이니의 ‘로드(Lord)’는 이름이 아니다. ‘로드’는 영국에서 귀족을 지칭하는 ‘경(卿)’을 의미한다. 그래서 우리말로 하면 ‘던세이니 경’이다. 본명은 상당히 길고 부르기 어려운데, 줄이면 에드워드 플런킷(Edward Plunkett)이다. 던세이니 경은 사냥과 체스(chess)를 즐기면서 부유한 삶을 살았다. 그의 삶을 표현하면서 ‘풍요 속의 몽상’이라는 말보다 적절한 말은 없어 보인다. 던세이니 경은 마음의 허기를 채우기 위해 몽상에 잠기게 되고, 쉽게 사라져가는 것들을 놓치지 않으려고 글을 썼다. 그에게 몽상은 자신의 삶을 지탱해주는 꿈이다. 그리고 글은 그 꿈을 표현하는 작업이다. 던세이니 경은 “나는 내가 본 것은 절대 쓰지 않는다. 내가 꿈꾼 것만을 쓴다”라고 말했다.

 

 

 

 

 

 

 

 

 

 

 

 

 

 

 

 

 

 

 

 

 

 

 

 

 

 

 

 

 

 

 

 

 

 

 

 

* 로드 던세이니 《페가나의 신들》 (페가나북스, 2012)

* 로드 던세이니 《시간과 신들》 (페가나북스, 2012)

* 로드 던세이니 《얀 강가의 한가한 나날》 (바다출판사, 2011)

 

 

던세이니 경의 작품들은 후대 환상 문학 작가들에게 큰 영향을 주었는데, 가장 대표적인 작가가 바로 하워드 필립스 러브크래프트(Howard Phillips Lovecraft)다.

 

 

 

 

 

 

 

 

 

 

 

 

 

 

 

* 러브크래프트 《공포문학의 매혹》 (북스피어, 2012)

 

 

 

러브크래프트는 던세이니 경을 ‘환상적 아름다움의 기이한 세계에 헌신한 새로운 신화의 발명자’로 평가한다. 《페가나의 신들》과 《시간과 신들》이 ‘환상적 아름다움의 기이한 세계’를 배경으로 한 던세이니 경의 독특한 작품이다. 페가나(Pegana)는 켈트 신화 및 동양 신화를 근간으로 만들어진 신들의 세계이다. 신화는 인간의 희망과 두려움을 비춰주는 환상의 거울이다. 페가나 신화는 시간의 종말이라는 거대한 미래 앞에 주저앉아 두려움에 떠는 평범하고 나약한 신들의 이야기다. 신들이 느끼는 심리 상태는 인류를 고통스럽게 하는 마음의 정체, 즉 미래에 대한 두려움이다.

 

모든 존재는 언젠가는 시간에 의해 사라지거나 쇠락의 길을 걷는다. 인간은 ‘시간의 영지’ 안에 있는 백성이다. 신들도 예외가 아니다.

 

 

백발이 땅에 닿을 정도로 길었고 입은 옷은 낡아서 번들거렸다. 머지않아 집집마다 노인들이 밖으로 나와 지팡이를 짚고 절뚝거렸다. 이렇게 늙은 사람들을 본 적이 없는 왕은 그들은 누구이며 이 마을의 이름은 무엇인지를 물었다. 그들 중 한 사람이 대답했다.

 

“이곳은 <시간의 영지> 안에 있는 <노년의 도시>라고 하오.”

 

이에 왕이 물었다. “시간은 어디에 있나?”

 

노인 중 한 사람이 높은 언덕 위에 우뚝 선 거대한 성을 가리키며 말했다.

 

“시간은 저곳에서 머물고 있고, 우리는 그의 백성이라오.”

 

(《시간과 신들》 2권, 64쪽)

 

 

 

 

나는 물가에 서 있는 사람을 불러서, 아스타한 사람들은 무슨 일을 하며 그들의 생산품은 무엇이고 누구와 교역하는지를 물었다. 그는 말했다.

 

“우리는 시간에 족쇄와 쇠고랑을 채웠는데, 그렇지 않았다면 시간이 신들을 살해했을 것이오.”

 

이 도시에서는 어떤 신들을 숭배하느냐고 하자 그가 대답했다.

 

“시간이 아직 살해하지 않은 모든 신들을 숭배하지요.”

 

(《얀 강가의 한가한 나날》 84~85쪽)

 

 

던세이니 경의 작품들은 대개 깊은 애수가 서려 있는 듯한 느낌을 주며 때론 그 느낌이 너무 애절해 처량하기까지 하다. 그가 창조한 세계는 탐미적 허무주의의 세계이다. 귀족의 우아한 정신과 신비스러운 몽상이 절묘하게 조화를 이룬다.

 

20세기 초 독일인들은 이성보다는 게르만족의 신화에 의존하고자 했는데, 이를 학자들은 ‘근대에 대한 두려움’이라 부른다. 인간은 미래에 대하여 한없이 유아적이고 파편적인 인식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나약한 존재이다. 알 수 없고 이길 수 없는 미래에 대한 두려움을 잊기 위해 영원불멸의 신화를 읽게 되고, 그 신화 속에 등장하는 초인적인 영웅을 고대한다. 그런데 던세이니 경이 꿈꾼 환상의 세계는 희망의 빛 한 줄기조차 허락하지 않는 곳이다. 독자는 그곳에서 운명의 냉혹함과 인간의 나약함을 확인한다.

 

 

 

 

 

 

 

1인 전자책 출판사 페가나 북스(Pegana eBooks)는 던세이니 경의 작품들을 꾸준히 소개하고 있다. 출판사명은 던세이니의 작품에서 따온 것이다. 나는 페가나북스가 펴낸 던세이니 경의 책들을 모두 구입, 소장하고 있다. 최근에 출간된 《경이로운 이야기》를 포함하면 총 10권이다. 놀라운 사실은 근간 예정작인 던세이니의 작품들이 더 있다는 점이다!

 

 

 

 

페가나북스를 만든 엄진 님이 던세이니 경의 작품들을 번역했다. 엄진 님은 《페가나의 신들》 2권 작가 해설에서 작품 번역의 고충과 전자책 출판사 운영의 어려움을 살짝 내비치기도 했다. 흔히 전자책은 ‘읽을 만한 내용이 전혀 없는 속 빈 강정’으로 생각하기 쉽다. 그렇지만 이런 저급한 전자책들이 넘치는 전자책 시장에 페가나북스 같은 가치 있는 장르 작가의 작품들을 소개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출판사가 있다. 어쩌다가 종이책에 싫증이 난다면, 새로운 작가의 작품들이 있는 페가나북스로 시선을 향하면 된다.

 

 

 

 

 

※ 로드 던세이니 작품 목록

(굵은 표시로 된 작품명은 페가나북스 혹은 타 출판사가 번역한 것들)

 

 

 

* The Gods of Pegāna (1905)

 

《페가나의 신들 1》

서문 (Preface)

소개문 (The Gods of Pegāna / Introduction)

고수 스카르에 대하여 (Of Skarl the Drummer)

세계의 창조에 대하여 (Of the Making of the Worlds)

신들의 게임에 대하여 (Of the Game of the Gods)

신들의 영창 (The Chaunt of the Gods)

키브의 어록 (The Sayings of Kib)

시쉬에 관하여 (Concerning Sish)

슬리드의 어록 (The Sayings of Slid)

뭉의 공적 (The Deeds of Mung)

사제들의 영창 (The Chaunt of the Priests)

림팡-퉁의 어록 (The Sayings of Limpang-Tung)

요하네스-라하이에 대하여 (Of Yoharneth-Lahai)

전진의 신 룬, 그리고 수많은 가택신에 대하여 (Of Roon, the God of Going)

강의 신 반란 (The Revolt of the Home Gods)

도로잔드에 대하여 (Of Dorozhand)

황무지의 눈 (The Eye in the Waste)

 

 

《페가나의 신들 2》

신도 짐승도 아닌 것에 대하여 (Of the Thing That Is Neither God Nor Beast)

예언자 요나스 (Yonath the Prophet)

예언자 유그 (Yug the Prophet)

예언자 알히레스-호렙 (Alhireth-Hotep the Prophet)

예언자 카복 (Kabok the Prophet)

해안에서 윤-일라라를 덮친 재난에 대하여, 그리고 일몰의 탑 건설에 대하여

(Of the Calamity That Befel Yūn-Ilāra by the Sea, and of the Building of the Tower of the Ending of Days)

신들이 시디스를 멸망시킨 방법에 대하여 (Of How the Gods Whelmed Sidith)

임바운이 아라덱에서 하나를 제외한 모든 신을 모시는 대예언자가 된 이유에 대하여

(Of How Imbaun Became High Prophet in Aradec of All the Gods Save One)

임바운과 조드락의 만남에 대하여 (Of How Imbaun Met Zodrak)

페가나 (Pegāna)

임바운의 어록 (The Sayings of Imbaun)

임바운이 왕에게 죽음에 대해 말한 일에 대하여

(Of How Imbaun Spake of Death to the King)

우드에 대하여 (Of Ood)

강 (The River)

운명의 새와 종말 (The Bird of Doom and the End)

 

 

* Time and the Gods (1906)

 

《시간과 신들 1》

서문 (Preface)

시간과 신들 (Time and the Gods)

바다의 도래 (The Coming of the Sea)

새벽의 전설 (A Legend of the Dawn)

인간의 복수 (The Vengeance of Men)

신들이 잠들었을 때 (When the Gods Slept)

존재하지 않았던 왕 (The King That Was Not)

카이의 동굴 (The Cave of Kai)

탐색의 비애 (The Sorrow of Search)

 

《시간과 신들 2》

야니스의 주민 (The Men of Yarnith)

신들의 명예를 위하여 (For the Honour of the Gods)

밤과 아침 (Night and Morning)

고리대금 (Usury)

믈리딘 (Mlideen)

신들의 비밀 (The Secret of the Gods)

남풍 (The South Wind)

시간의 나라에서 (In the Land of Time)

사르디낙의 너그러움 (The Relenting of Sardinac)

신들의 장난 (The Jest of the Gods)

예언자의 꿈 (The Dreams of the Prophet)

왕의 여행 (The Journey of the King, 미번역)

 

 

* The Sword of Welleran and Other Stories (1908)

《웰러란의 검》

 

 

 

 

 

 

 

 

 

 

 

 

 

웰러란의 검 (The Sword of Welleran)

바불쿤드의 몰락 (The Fall of Babbulkund)

요정 종족 (The Kith of the Elf-Folk)

The Highwaymen (노상강도, 《러브크래트프 전집 6》 수록)

In the Twilight

The Ghosts

The Whirlpool

The Hurricane

사크노스 외에는 무너뜨릴 수 없는 성채

(The Fortress Unvanquishable, Save for Sacnoth)

도시의 지배자 (The Lord of Cities)

The Doom of La Traviata

메마른 땅에서 (On the Dry Land)

 

 

 

* A Dreamer's Tales (1910)

《몽상가의 이야기》

 

 

 

 

 

 

 

 

 

 

 

 

 

Preface

바다를 지켜보는 자, 폴타니즈 (Poltarnees, Beholder of Ocean)

블라그다로스 (Blagdaross)

안델스프럿츠의 광기 (The Madness of Andelsprutz)

Where the Tides Ebb and Flow (밀물과 썰물이 드나드는 곳, 《얀 강가의 한가한 나날》 수록)

Bethmoora

Idle Days on the Yann (얀 강가의 한가한 나날, 《얀 강가의 한가한 나날》 수록)

검과 우상 (The Sword and the Idol)

무익한 도시 (The Idle City)

The Hashish Man

Poor Old Bill

거지들 (The Beggars)

Carcassonne (카르카손, 《얀 강가의 한가한 나날》 수록)

In Zaccarath

The Field (들판, 《얀 강가의 한가한 나날》 수록)

The Day of the Poll

The Unhappy Body

 

 

* The Book of Wonder (1912)

《경이의 서》

 

 

 

 

 

 

 

 

 

 

 

 

 

프롤로그 (Preface)

켄타우로스의 신부 (The Bride of the Man-Horse)

보석 도둑 상고브린드의 슬픈 이야기

(The Distressing Tale of Thangobrind the Jeweller, and of the Doom that Befell Him)

스핑크스의 집 (The House of the Sphinx)

The Probable Adventure of the Three Literary Men

The Injudicious Prayers of Pombo the Idolator

The Loot of Bombasharna

Miss Cubbidge and the Dragon of Romance

여왕의 눈물을 찾는 모험 (The Quest of the Queens Tears)

기블린의 보물창고 (The Hoard of the Gibbelins)

How Nuth Would Have Practised His Art upon the Gnoles

How One Came, as Was Foretold, to the City of Never

토머스 섑 씨의 대관식 (The Coronation of Mr. Thomas Shap)

Chu-Bu and Sheemish (추부와 셰미 시, 《톨킨의 환상 서가》 수록)

The Wonderful Window

에필로그 (Epilogue)

 

 

 

* Fifty-One Tales (1915)

《판의 죽음》

 

 

 

 

 

 

 

 

 

 

 

 

 

밀회 약속 (The Assignation)

카론 (Charon)

판의 죽음 (The Death of Pan)

The Sphinx at Gizeh

The Hen

바람과 안개 (Wind and Fog)

The Raft Builders

인부 (The Workman)

The Guest

죽음과 오디세우스 (Death and Odysseus)

Death and the Orange

꽃의 기도 (The Prayer of the Flowers)

죽음과 상인 (Time and the Tradesman)

The Little City

풀이 없는 들판 (The Unpasturable Fields)

The Worm and the Angel

노래 없는 나라 (The Songless Country)

The Latest Thing

정치가와 매춘부 (The Demagogue and the Demi-Monde)

The Giant Poppy

Roses

금귀고리를 한 남자 (The Man with the Golden Ear-rings)

카르나-부트라 왕의 꿈 (The Dream of King Karna-Vootra)

The Storm

A Mistaken Identity

토끼와 거북이 이야기의 진상 (The True History of the Hare and the Tortoise)

Alone the Immortals

A Moral Little Tale

돌아오는 노래 (The Return of Song)

Spring in Town

How the Enemy Came to Thlūnrāna

지는 게임 (A Losing Game)

Taking Up Piccadilly

종말 이후에 (After the Fire)

The City

죽음의 양식 (The Food of Death)

외로운 신상 (The Lonely Idol)

The Sphinx in Thebes (Massachusetts)

응보 (The Reward)

The Trouble in Leafy Green Street

Furrow-Maker

Lobster Salad

The Return of the Exiles

자연과 시간 (Nature and Time)

검은지빠귀의 노래 (The Song of the Blackbird)

The Messengers

키 큰 세 아들 (The Three Tall Sons)

탄로 (Compromise)

우리에게 닥칠 일 (What We Have Come To)

판의 무덤 (The Tomb of Pan)

The Poet Speaks With Earth (English version only)

The Mist (American version only)

 

 

 

 

* Tales of Wonder (1916)

《경이로운 이야기》

 

 

 

 

 

 

 

 

 

 

 

 

 

서문 (Preface)

런던 이야기 (A Tale of London)

맬링턴 무어에 있는 도시 (The City on Mallington Moor)

Why the Milkman Shudders When He Perceives the Dawn

The Bad Old Woman in Black

까다로운 새 (The Bird of the Difficult Eye)

The Long Porter’s Tale

The Loot of Loma

The Secret of the Sea

How Ali Came to the Black Country

The Bureau d’Echange de Maux (불행 교환 상회, 《얀 강가의 한가한 나날》 수록)

A Story of Land and Sea

적도 이야기 (A Tale of the Equator)

A Narrow Escape

The Watch-Tower

How Plash-Goo Came to the Land of None’s Desire

The Three Sailors Gambit

망명자 클럽 (The Exiles’ Club)

The Three Infernal Jokes

 

 

 

 

* A Night at an Inn (1917, 희곡)

어느 여인숙의 하룻밤 (《얀 강가의 한가한 나날》수록)

 

 

 

* The Two Bottles of Relish (1932)

 

 

 

 

 

 

 

 

 

 

 

 

두 병의 양념 (《두움도프 미스터리, 두 병의 양념, 브룩밴드 주택의 비극》 수록)

두 병의 소스 (동숭동, 《한밤의 지하철》수록)

두 병의 소스 (동서문화사, 《어두운 거울 속에》수록)

 

 

 

* The Ghost of the Valley (1954)

 

 

 

 

 

 

 

 

 

 

 

 

계곡의 유령 (《세계 호러 걸작 베스트》 수록)

 

 

 

* The Ghosts of the Heaviside Layer (1955)

 

 

 

 

 

 

 

 

 

 

 

 

전리층의 유령 (《로봇과 침대의 무게》 수록)

 

 

 

 

※ 근간

 

* Tales of Three Hemispheres (1919)

《세 반구 이야기》 (가제)

 

 

* The King of Elfland's Daughter (1924)

《엘프랜드의 공주》 (가제)

 

 

* Beyond the Fields We Know (1972)

《우리가 아는 땅 너머》 (가제)

 

작가가 생전에 발표한 단편소설들을 재편집한 책이다. 페가나북스가 전자책에 수록되지 않은 작품들만 따로 모아 출간할 것으로 예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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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ualia 2017-04-22 12:0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1인 전자책 출판사 페가나 북스(Pegana eBooks)를 꾸려나가는 엄진 님, 대단하신 분 같은데요. 우리한테 거의 알려지지 않은, 옛날 영문으로 된 로드 던세이니의 환상문학 혹은 몽상문학 작품을 꾸준히 번역 소개한다는 것은 대단한 열정이 아니라면 할 수 없을 텐데 말이죠. 무엇인가 한 가지에 몰입하고 온 열정을 쏟아붓는 것 자체가 굉장한 능력인 것 같습니다.

cyrus 2017-04-22 15:53   좋아요 0 | URL
페가나북스가 외국, 일본 장르문학 작품들을 주로 번역했습니다. 그래서 이곳에서 소개한 작품들은 종이책에서 볼 수 없는 것들이에요. 엄진 님은 어느 출판사 대표와 다르게 겸손한 분입니다. 그분 혼자서 원문을 읽고 번역하게 되니까 당연히 번역의 오류가 나올 수 있고, 엄진 님 본인도 그 점을 인지하고 있습니다. 읽다 보면 조금 어색한 문장이 나오긴 합니다만 읽는 데 아무 지장 없었습니다.

syo 2017-04-22 12:0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cyrus님의 작업을 보고 있으면 가끔, 숭고하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cyrus 2017-04-22 15:55   좋아요 0 | URL
과찬입니다. 제 글은 책 속에 있는 내용들을 추려서 정리한 겁니다. 책에 의존해서 글을 쓰는 경우가 많아서 제 생각을 드러내는 내용의 비중이 적습니다. 그리고 확실한 점은 이런 글들을 재미가 없어요.. ㅎㅎㅎ

syo 2017-04-22 15:58   좋아요 0 | URL
약간 동경하고 있습니다. 저는 도달할 수 없는 방향과 경지라 도달하지 않기로 마음먹었거든요.....ㅎ

cyrus 2017-04-22 16:06   좋아요 1 | URL
알라딘에 글을 쓰면서 도달하지 못해서 포기한 것 하나 있어요. 제 리뷰에 소개된 책들이 리뷰를 보는 독자들도 읽어줬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어요. 다락방님, 양철나무꾼님, 마태우스님 같은 분들처럼 글을 쓰고 싶었어요. 그래서 나름 독자들에게 공감을 줄 수 있는, 그런 글을 쓰려고 할 수 있을 만큼 시도해봤어요. 그런데 자꾸 여기에 집착하게 되니까 글 쓰는 재미가 떨어졌어요. 글에 자꾸 힘이 들어가게 되더라고요. 그래서 포기하고, 지금은 평소에 읽은 책이 어떤 건지 알리기 위해서 글을 쓰고 있어요. 제 글은 일기와 비슷하다고 보면 됩니다. ‘나는 오늘 이런 책을 읽었다‘라고 해도 될 말을 어떻게든 잘 보이려고 온갖 상투적인 수사를 동원하면서 쓰고 있습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7-04-22 13:0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쇼 님 말씀에 동의... 이거 알라딘에서 월급 줘야 합니다..

cyrus 2017-04-22 15:59   좋아요 0 | URL
거의 매일 일기 쓰듯이 꾸준히 리뷰를 쓰는 분들이 있습니다. 이런 분들이 리뷰를 보면 성심성의 쓰고 있다는 걸 느껴져요. 파워리뷰어님, 깐도리님, 키치님, 피오나님, 봄덕님.. 이런 분들이 알라디너님들에게 많이 알려져야 합니다.

페크pek0501 2017-04-22 19:4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대단히 성실성이 느껴지는 이 페이퍼에 좋아요를 안 누를 수가 없죠.

“시간은 저곳에서 머물고 있고, 우리는 그의 백성이라오.”
ㅡ 캬악... 멋진 문장을 머릿속에 담아 갑니다. 님 덕분에...

cyrus 2017-04-23 17:14   좋아요 1 | URL
우리는 시간의 노예입니다.. ㅎㅎㅎ
집에서 편히 쉬니 일요일 하루 절반이 금방 지나가버렸네요... ^^;;
 

 

 

 

“The pen is mightier than the sword.” 펜은 칼보다 강하다. 19세기 영국의 소설가 에드워드 불워 리턴(Edward Bulwer Lytton)의 희곡에 나오는 말이다. 글의 힘이 그 어떤 무기보다도 강하다는 것을 표현한 것이고, 이 말은 오늘날에도 명언으로 전해지고 있다.

 

 

 

 

 

 

 

 

 

 

 

 

 

 

 

 

 

리턴의 대표작은 《폼페이 최후의 날》(황금가지, 2003)이다. 서기 79년 8월 24일 베수비오 화산 폭발로 사라진 로마의 대도시 폼페이(Pompeii)의 비극을 생생하게 그린 역사소설이다. 이 작품에 흑마술과 점성술에 능통한 이집트의 대제사장 아르바케스(Arbaces)라는 인물이 등장한다. 그는 소설의 주인공 글라우코스(Glaucus)를 방해하는 악인이다. 글라우코스는 폼페이 최고의 미녀로 알려진 이오네(Ione)를 만나 사랑에 빠진다. 이오네를 짝사랑하는 아르바케스는 글라우코스와 이오네와의 관계를 끊기 위해 율리아(Julia, 그녀는 글라우코스를 사랑했기 때문에 이오네에게 질투심을 느낀다)와 함께 사악한 음모를 꾸민다.

 

 

 

 

 

 

 

 

 

 

 

 

 

 

 

 

 

 

 

 

 

 

 

 

 

 

 

 

 

 

 

* 에드워드 불워 리턴 《마법사 자노니》 (창천사, 2006)

* 하워드 필립스 러브크래프트 《공포 문학의 매혹》 (북스피어, 2012)

* 덩컨 히스 《낭만주의》 (김영사, 2002)

 

 

 

리턴은 불가사의한 마술의 힘을 사용하는 존재가 등장하거나 이를 소재로 한 고딕 소설(Gothic fiction) 몇 편 남겼다. 그는 실제로 마법과 밀교, 신비주의 등에 심취한 오컬티스트(Occultist)였다. 리턴의 오컬티즘(Occultism)이 유감없이 발휘한 작품이 《마법사 자노니》(창천사, 2006)다. 하워드 필립스 러브크래프트(Howard Phillips Lovecraft)는 이 작품의 이야기 전개가 설득력이 부족하지만, 로맨스 소설로서의 훌륭한 능력을 보여준다고 평했다. 러브크래프트의 평을 좀 더 상세하게 풀어보면, 《마법사 자노니》는 고딕 로맨스(Gothic Romance)로 볼 수 있다. 고딕 문학의 특징은 로맨스와 공포 요소가 이야기의 중심을 이룬다. 여기에 파생된 고딕 로맨스는 19세기 신비주의에 대한 낭만이 싹트면서 피어난 장르다. 이때 작가와 예술가 들은 압도하는 초현실적 힘을 재현하며 인간의 유한성을 일깨우고, 무한한 환상의 세계를 그리고자 했다.

 

 

 

 

 

 

 

 

 

 

 

 

 

 

 

 

 

 

* 《세계 괴기소설 걸작선 1》 (자유문학사, 2004)

* 《세계 서스펜스 추리여행 1》 (현인, 2014)

* 에드워드 불워 리턴 《셋집》 (현인, 2014)

 

 

 

1859년에 리턴이 발표한 단편소설 『The Haunted and the Haunters』는 초자연적인 힘에 대한 작가의 확고한 믿음이 노골적으로 반영된 작품이다. 이 작품은 『유령 저택』이라는 이름으로 《세계 괴기소설 걸작선 1》 (자유문학사, 2004)에 처음 소개됐다. 십년 후 《세계 서스펜스 추리여행 1》 (현인, 2014)『셋집』이라는 이름으로 수록되었다.

 

소설의 주인공 영국 신사는 신비학에 박식한 편이지만, 유령의 존재와 초자연적인 힘의 실체를 회의적으로 바라본다. 그는 소문의 진위를 확인하기 위해 문제의 저택에 하룻밤 지내게 되고, 그곳에서 불가사의한 현상들을 체험한다.

 

《세계 괴기소설 걸작선 1》의 『유령 저택』은 역자를 잘못 만난 텍스트이다. 『유령 저택』을 옮긴 역자는 책의 말미에 고딕 문학의 역사를 간략히 소개하면서 각각 수록 작품에 대한 해설을 썼다. 하지만 역자는 책의 번역을 위해 리턴의 오컬티즘을 겉핥는 정도로 이해했다. 소설의 주인공이 중세의 연금술사 겸 의사인 파라켈수스(Paracelsus)의 책 구절을 인용하는 장면이 있다. 그런데 『유령 저택』의 역자는 파라켈수스를 언급하지 않고, 그의 책 구절을 주인공이 자신의 의견을 설명하기 위해 제시되는 사례로 임의로 번역했다. 『유령 저택』의 역자가 기본적인 오컬트 지식을 조금이라도 알았다면, 원문에 있어야 할 ‘파라켈수스’가 번역하는 과정 중에 사라지지 않았을 것이다.

 

 

 

 

 

 

 

 

 

 

 

 

 

 

* 다키하라 나루미 《소환사》 (들녘, 2000)

* 하니 레이 《도해 근대마술》 (AK커뮤니케이션즈, 2012)

 

 

리턴의 오컬티즘에 영향을 준 사람이 엘리퍼스 레비(Eiphas Elvi)이다. 그는 근대마술의 기초를 확립한 신비주의자다. 레비는 각종 고대 마술을 수집하면서 타로, 카발라, 그리고 파라켈수스에 관심을 가진다. 레비는 형태가 없으며 눈에도 보이지 않는 ‘천체의 빛’, 즉 ‘성기광(星氣光, Astral Light)’을 지니고 있으면 물건을 움직이게 할 수 있고, 인간의 영혼을 소환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The Haunted and the Haunters』에서 묘사된 초자연적인 현상들은 레비의 ‘천체의 빛’과 연관 지어 볼 수 있다.

 

《세계 서스펜스 추리여행 1》에 수록된 『셋집』은 『유령 저택』의 번역 수준과 비교하면 가독성이 좋다. 그런데 『셋집』은 결말로 이어지는 중요한 내용을 번역하지 않았다. 즉 결말이 포함된 소설의 1/3이 통째로 누락되었다. 『셋집』의 결말은 진짜 결말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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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4-18 17:42   URL
비밀 댓글입니다.

cyrus 2017-04-18 17:49   좋아요 1 | URL
돈의 유혹을 이겨내지 못한 작가는 책이라고 말하기에 민망한 불쏘시개를 만듭니다.. ^^;;

겨울호랑이 2017-04-18 19: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오컬트와 신비주의 관련해서 cyrus님의 리뷰만큼 깊이 있는 리뷰도 드문 것 같습니다^^:

cyrus 2017-04-19 12:02   좋아요 1 | URL
제 글이 깊이 있는 수준이라고 할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 책을 읽으면서 확인된 내용들을 연결해서 정리할 뿐입니다. 공포 문학도 장르 문학에 속하는데, 알라딘에는 공포 문학을 상세하게 소개한 글이 많지 않아요. 그리고 추리 문학과 SF, 판타지 문학에 비하면 많이 읽는 장르가 아니에요. 그래서 예전부터 공포 문학에 관한 글을 쓰기 시작했어요. 돌아가신 물만두님이 추리문학이 좋아서 열심히 소개하신 것처럼 저도 공포 문학의 매력을 알리고 싶습니다. ^^

transient-guest 2017-04-19 01: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진지한 탐구는 모르지만, 오컬트나 신비주의도, 도판도 그렇고 즐기기 위한 이야기감으로 손색이 없어요.ㅎ

cyrus 2017-04-19 12:03   좋아요 0 | URL
저는 회의주의자인데도 오컬트를 즐기려고 합니다. 오컬트를 알게 되면 생각보다 흥미로운 이야깃거리를 많이 발견하게 돼요. ^^

zombie 2017-06-16 06: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세계괴기소설 걸작선1권은 직접 보유중이신가요? 1권을 현재 구입하고싶은데 절판이라 간절히 찾고있습니다만....

cyrus 2017-06-16 18:50   좋아요 0 | URL
아니요. 도서관에서 빌려 읽었어요. 저도 괴기소설 걸작선 전 3권을 구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
 

 

 

 

 

 

 

 

 

 

 

 

 

 

 

 

 

 

 

 

 

하워드 필립스 러브크래프트는 후대 공포문학에 많은 영향을 준 작가이다. 47년이라는 길지 않은 생애를 살다 갔으며 은둔적인 생활을 하면서 정신이상자로 매도되기도 했다. 러브크래프트는 어렸을 때 조숙했다. 그의 독서 벽은 독특한 암흑 신화, 즉 크툴루 신화(Cthulhu Mythos)의 초석을 세우는 든든한 기반이 되었다. 러브크래프트 사후에 오거스트 덜레스가 완성한 크툴루 신화는 하나의 세계관으로 격상되었다.

 

크툴루 신화의 성공에 힘입어 러브크래프트는 ‘공포문학의 아버지’로 인정받았지만, 최고의 찬사를 너무 많이 받은 탓에 그에 관한 불편한 진실이 묻히는 경우가 있다. 러브크래트프의 소설과 크툴루 신화에 열광하는 사람이라면 러브크래프트가 문제 많은 사람이라는 것을 꼭 알아야 한다.

 

러브크래프트는 극단적인 외국인 혐오증(xenophobia)이 있는 인종차별주의자다. 그가 인종차별주의자라는 사실을 알고 있지 않아도 그의 작품들을 꼼꼼하게 읽어보면 인종차별주의적인 면모를 확인할 수 있다.

 

 

 

* 그 집에 있는 그림

(The Picture in the House, 《러브크래프트 전집 1》 38쪽)

 

“생각할수록 그림들이 정말 희한해. 앞쪽에 있는 이 그림을 좀 보게. 이렇게 큰 이파리를 늘어뜨린 나무를 본 적 있나? 그리고 이 사람들, 흑인일 리가 없어. 내 생각에는 아프리카에 살긴 해도 아메리카 인디언과 비슷한 부족일 것 같네. 이쪽에 원숭이처럼 생긴 사람도 있잖아. 반은 원숭이고 반은 사람인지 모르겠지만, 이런 사람들이 있다는 얘기는 한 번도 듣지 못했어.”

 

원문 : "Queer haow picters kin set a body thinkin'. Take this un here near the front. Hey yew ever seed trees like that, with big leaves a-floppin' over an' daown? And them men—them can't be niggers—they dew beat all. Kinder like Injuns, I guess, even ef they be in Afriky. Some o' these here critters looks like monkeys, or half monkeys an' half men, but I never heerd o' nothing like this un."

 

 

19세기 유럽인들은 다른 대륙에 사는 토착 원주민들 또는 이방인들에 대한 편견을 ‘과학’이라는 경지에 올려놓는 억지를 부렸다. “강한 자가 모든 것을 차지한다”는 약육강식 이론은 동물의 세계뿐 아니라 인간의 역사까지 설명하는 자연 불변의 법칙이며 숙명으로 자리를 잡았다. 그래서 나름의 방식으로 살고 있던 원주민들을 ‘야만스러운 짐승’으로 여겼고, 그들을 처참하게 학살하고, 노예로 만들고, 그들의 땅을 빼앗았다. 유럽인들은 강한 힘을 가진 자신들이 약한 인종을 지배하는 것이 불변의 자연법칙이며 숙명이라고 전 세계 사람들을 세뇌해왔다. 이처럼 어두운 시대의 그늘 속에 살았던 러브크래프트도 예외가 아니었다. 늘 서재에서만 틀어박혀 지낸 러브크래프트에게 아프리카 대륙은 미지의 세계인 동시에 더 나아가 인간을 위협하는 야만인들이 사는 무시무시한 세계였을 것이다. '아메리카 인디언'으로 옮긴 원어는 ‘Injuns’이다. 이 영단어는 상당히 안 좋은 의미가 있다. 아메리카 원주민을 비하할 때 쓰는 속어다.

 

 

 

* 벽 속의 쥐 (The Rats in the Walls, 《러브크래프트 전집 1》 113쪽)

 

 

역자 정진영 씨는 원문의 ‘Nigger Man’‘고양이 깜씨’로 번역했다. 그리고 이 단어에 대한 주석을 달았고, ‘러브크래프트를 인종차별주의자로 보는 단적인 예’로 설명했다. 과거에 흑인 차별이 심했을 때, 백인들은 흑인을 비하하는 단어인 ‘Nigger’를 많이 썼다. 오늘날 이 단어를 사용하는 것은 인종차별을 의미하는 것이다. 특히 공개적인 자리에서 이 단어를 사용했다간 평생 감당하기 힘들 정도로 비난받는다.

 

 

 

 

 

 

 

 

 

 

 

 

 

 

 

 

 

 

 

황금가지 번역본보다 먼저 러브크래프트 작품들을 소개한 동서 미스터리 북스의 《공포의 보수》에 『벽 속의 쥐』가 수록되어 있는데, 《공포의 보수》의 역자는 주인공 델라포어의 고양이 이름을 ‘네로’라고 썼다. 《공포의 보수》 113쪽에 보면 확인할 수 있다. 동서문화서 번역본은 일본어로 번역된 것을 중역한 것이다. 1970년대에 박혜령이 부른 동요로 널리 알려진 ‘검은 고양이 네로’와 연관성이 있다. ‘검은 고양이 네로’는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 엄청나게 큰 인기를 끌었는데, 일본은 우리나라보다 일찍 이 노래를 번안해서 불렀다. 러브크래프트의 작품을 번역한 일본인이 흑인을 비하하는 의미가 담긴 검은 고양이 이름 때문에 일부러 ‘네로’라고 썼을 것이다. 그리고 일본어 번역본을 참고한 《공포의 보수》의 역자는 ‘네로’가 워낙 우리나라에도 친숙한 이름이기 때문에 그대로 옮긴 것으로 추정한다. 그런데 《공포의 보수》 114쪽에는 고양이 이름을 ‘깜돌이’라고 썼다. 136쪽에는 다시 ‘네로’로 썼다. 역자 한 사람이 쓴 문장이 맞는지 의문이 들 정도다. 이래서 동서문화사 번역본이 러브크래프트 마니아들로부터 외면받은 이유가 있다.

 

 

 

* 크툴루의 부름 (The Call of Cthulhu,《러브크래프트 전집 1》 148~149쪽)

 

 

웹 교수는 48년 전에 고대 비문 발견에는 실패했지만 그린란드와 아이슬란드를 탐사한 일이 있다고 했다. 그때 그린란드 서부 해안의 고원 지대에서 쇠락한 에스키모 부족을 만났다. 그들의 종교는 악마를 숭배하는 기묘한 형태의 이교로서 무엇보다 극도로 잔인한 특성을 가지고 있어 웹 교수는 간담이 서늘해지고 말았다. 다른 에스키모 부족들은 그 종교에 대해 거의 몰랐고 설렁 거의 아는 이가 있다고 해도 몸서리를 치며 입에 올리기 꺼려했다.

 

 

 

* 북극성 (Polaris, 《러브크래프트 전집 3》 15쪽)

 

 

이누토스는 땅딸막한 황색의 흉악한 악마로서 5년 전에 미지의 서쪽에서 나타나, 우리 왕국의 국경지대를 유린했고 결국 도시들을 포위했다. (중략) 그 땅딸막한 종족들은 전투력이 막강했다. 키가 크고 눈이 회색인 우리 로마인들이 명예를 존중하여 무자비한 정복을 자제해 온 반면, 그들은 전혀 그렇지 않았다.

 

 

러브크래프트가 묘사한 이방 민족이나 혼혈 민족은 원주민을 침략하고 약탈하는 흉악한 존재 또는 악마숭배론자들이다. 이누토스(Inutos)는 에스키모(Eskimo)로 잘 알려진 이누이트(Innuit)를 모델로 한 가상 종족이다. 에스키모는 ‘날고기를 먹는 사람’을 의미하고, 이누이트는 ‘인간’을 의미하는 단어이다. 전자는 캐나다 원주민들이 붙인 이름인데, 북극 원주민을 비하하는 의미가 있다. 러브크래프트는 이누이트를 악마를 숭배하고, ‘인간’의 모습과 거리가 먼 무자비한 종족으로 묘사했다. 특히 『북극성』에서 ‘키가 크고 눈이 회색’인 로마인과 ‘땅딸막한 종족’인 이누토스를 비교하는 묘사에서 백인우월주의적 성향을 엿볼 수 있다.

 

 

 

 

* 고 아서 저민과 그 가족에 관한 사실

(Facts Concerning the Late Arthur Jermyn and His Family, 《러브크래프트 전집 4》 157쪽)

 

 

웨이드 경은 가문에 전해지는 불안증 면에서도 유별났다 .아프리카로 다시 여행을 떠났을 때, 기니 출신의 볼썽사나운 흑인 여자(원문: loathsome black woman from Guinea) 외에는 누구도 자신의 어린 아들 곁에 얼씬하지 못하게 했다.

 

 

작년에 브렉시트 찬성론자이자 친 트럼프 인사로 알려진 나이절 패러지 영국독립당(영국의 극우 정당) 전 대표는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을 ‘역겨운 생물체(loathsome creature)’라고 심한 발언을 한 적이 있다. ‘loathsome’은 ‘혐오스러운’이라는 의미를 뜻하기도 한다.

 

 

 

* 레드 훅의 공포 (The Horror at Red Hook, 《러브크래프트 전집 4》 372쪽)

 

체구가 땅딸막하고 전매특허처럼 눈이 째진 이들 무리는 야릇한 미제 옷을 걸쳐 입고 기괴한 분위기를 자아내며, 시청 인근의 부랑자와 뜨내기 폭력배들 사이에서 무수히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 레드 훅의 공포 (《러브크래프트 전집 4》 378쪽)

 

경찰이 현장을 급습하는 동안, 눈이 째진 동양인들(원문: squinting Orientals)이 문마다 몰려들어 소극적으로 저항했을 뿐이다.

 

 

* 레드 훅의 공포 (《러브크래프트 전집 4》 391쪽)

 

아시아의 원숭이들이 공포의 전율에 맞춰 춤을 추고(원문: Apes danced in Asia to those horrors), 무너져가는 벽돌집마다 숨어든 수상한 자들 사이에 암적인 요소들이 둥지를 틀고 퍼져 나가고 있다.

 

 

러브크래프트의 전 작품과 그가 남긴 수많은 분량의 편지를 연구한 인도계 미국인 비평가 S.T. 조시(S. T. Joshi)는 『레드 훅의 공포』를 ‘끔찍하고 나쁜(horrendously bad)’ 작품으로 평가했다. 『레드 훅의 공포』는 러브크래프트의 외국인 혐오증이 노골적으로 드러난 작품이다.

 

러브크래프트가 크툴루 신화의 성공으로 불멸의 명예를 얻었어도 인종차별주의와 외국인 혐오에 대한 비판은 피할 수 없다. 이게 얼마나 심각하냐면, 그의 문학을 선호하는 작가들도 러브크래프트의 인종차별 문제를 그냥 지나치지 않는다. 스티븐 킹은 러브크래프트의 인종차별적인 면모를 비판했고, 《사이코》의 작가이자 러브크래프트와 편지로 교류했던 로버트 블록은 러브크래프트의 흑인 차별이 서구사회를 지배했던 구시대적 인식이었기 때문에 별 문제가 없다고 옹호했다.

 

러브크래프트는 어렸을 때부터 극단적인 인종차별주의자가 될 수밖에 없는 환경에서 성장했다. 일단 그가 외출을 멀리하고, 책을 너무 많이 읽은 것이 문제였다. 책 속에 있는 세상이 어린 러브크래프트가 세계를 이해하는 유일한 통로였다. 그는 인종에 대한 서구의 편견을 비판 없이 그대로 흡수했고, 죽을 때까지 인종에 대한 편견이 얼마나 잘못된 건지 깨닫지 못했다. 그의 은둔 생활은 타인과의 친밀한 관계를 제대로 형성하지 못하게 만든 원인이었고, 성장하는 과정에서 자신의 외모와 언어가 다른 민족을 두려워하는 감정으로 형성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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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1-10 16:57   URL
비밀 댓글입니다.

cyrus 2017-01-10 17:09   좋아요 2 | URL
제가 러브크래프트 작품을 읽기 시작한 때가 2011년이었습니다. 오랫동안 글을 여러 번 읽었는데도 인종차별적인 표현을 발견하지 못했습니다. 최근에 러브크래프트 관련 자료를 검색하다가 알게 됐습니다. 이미 외국에서는 러브크래프트 문학을 비판하는 논의가 이루어졌습니다. 국내에 러브크래프트 작품이 알려지게 된 시기가 다른 나라에 비해 늦은 편입니다. 그래서 러브크래프트 작품에 관한 비판 논의가 많이 알려져 있지 않습니다. 아쉬운 소리를 더 하자면 우리나라에 러브크래프트 평전조차 나오지 않았습니다. 암울한 출판시장 현실과 장르문학의 인지도를 생각하면 나오기 힘들어 보입니다.

지금행복하자 2017-01-10 17:1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작품은 작품이고 비판받아야 할 점은 분명히 비판 받아야죠~

cyrus 2017-01-10 17:15   좋아요 0 | URL
맞습니다. 박사모가 평소에 생각하고 다니는 것처럼 책을 읽으면 항상 좋은 것, 자기가 믿고 있는 것만 보려고 합니다.

책한엄마 2017-01-10 22: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에 말씀하신 차별적 요소가 있던 책이 바로 이 러브크래프트군요-

이렇게 사람은 외부 영향을 많이 받는 존재라는 생각이 들어요.
러브크래프트가 현 시대에 살고 요즘 책을 읽으며 집 안에 있었더라면 그 시대와 다룬 사상을 가지고 있었을 거라고 확신합니다.

cyrus 2017-01-10 22:17   좋아요 1 | URL
러브크래프트가 사람 만나는 것을 싫어해서 지인들과 편지로 주고 받으면서 지냈어요. 그래서 생전에 그를 한 번도 만나지 않고, 편지를 주고 받아서 친하게 지낸 작가도 있어요.

러브크래프트가 이 시대에 살아서 작가가 되지 못했으면 키보드워리어가 되었을 것이고, 작가였다면 우익 계열 쪽으로 활동했을 겁니다. ^^;;

캐모마일 2017-01-11 01: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수많은 공포증후군과 결함이 있엇던 작가로 알고 있긴 했었는데, 덕분에 인종차별 요소 알고 가네요. 전집은 갖고 있지만 유명한 편만 흥미위주로 읽어서 파악을 못했나 봅니다.

cyrus 2017-01-11 10:39   좋아요 0 | URL
저도 처음에 러브크래프트 전집을 읽었을 때 인지도 높은 작품 위주로만 봤습니다. 전집 4권은 단편이 많은데, 작품의 퀄리티가 1~3권보다 떨어집니다. 그래서 4권을 제대로 보지 못했어요.

캐모마일 2017-01-11 01:4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장점뿐 아니라 결함과 오점까지 알고 종합적인 판단을 하는 게 작가를 알아가는 과정 같습니다. 공포와 편견, 결함 속에서 크툴루 신화의 토대가 완성됐나 봅니다.

2017-01-11 10:40   URL
비밀 댓글입니다.

잠자냥 2017-01-11 13: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항상 쓰신 글에서 많은 것 배웁니다!

cyrus 2017-01-11 18:12   좋아요 0 | URL
부족한 글을 좋게 봐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

transient-guest 2017-01-20 14: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갑자기 러브크래프트가 싫어집니다 그런데 은근 많죠 그런 서구작가들 그 시대엔 특히

cyrus 2017-01-20 15:30   좋아요 0 | URL
저도 이 사실을 알게 됐을 때 실망했습니다. 많이 부끄러웠어요. 지금까지 이 사실을 모르고, 알라딘 서재에서 러브크래프트 좋아한다고 자주 언급했으니까요...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