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르헤스의 상상 동물 이야기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 지음, 남진희 옮김 / 민음사 / 201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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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갑자기 속초에 포켓몬이 출몰하기 시작했다. 속초에서 ‘포켓몬 GO’를 플레이할 수 있다는 소식에 전국 각지의 게임 유저들이 속초로 몰려들었다. ‘포켓몬 GO’ 열풍에 속초시청 둥 지자체가 신바람이 났다. ‘포켓몬 GO’는 위치 정보를 기반으로 현실 세계를 탐험하면서 포켓몬을 잡는 게임이다. 인간의 상상력 덕분에 진짜로 포켓몬 트레이너가 현실에 나타난 것이다. 그러나 포켓몬 트레이너가 등장하기 전에 이미 희귀한 동물을 잡으려는 사람들이 있었다. 그들이 바로 신비 동물학자(cryptozoologist)다. 신비 동물학의 최대 관심사는 네시, 예티, 빅풋 등 3대 괴물이다. 신비 동물학은 자연과학에 초자연적인 요소가 가미되어 있어 사실과 허구가 뒤엉킨 연구 분야다. 신비 동물학은 공식 과학으로 인정받지 못하지만, 그 세력이 만만찮다. 기이한 생명체가 지구상에 존재할 거라고 믿는 사람들이 세상에 적지 않은 것이다.

 

아르헨티나의 소설가 보르헤스는 ‘칼과 쟁기가 팔의 확장이라면, 책은 기억과 상상력의 확장’이라고 했던가.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것들을 기록한 책은 오늘날의 독자들에게까지 기억과 상상력을 전염시켰다. 보르헤스의 《상상동물 이야기》는 인간의 무한한 상상력을 보여주는 아름다운 책이다. 시인 말라르메의 말을 빌리자면, 상상력의 세계는 한 권의 아름다운 책에 이르기 위해 만들어졌다. 보르헤스는 동서양 신화, 전설, 문학 속에 감춰진 상상력을 포착했다. 그는 모든 이념이나 현상을 인간들이 상상력으로 최대한 짜 맞춘 환상이라고 생각했다. 보르헤스에게 세상은 현실과 가상으로 쉽게 나뉘지 않는다. 혼재되어 있을 뿐이다. 동서고금의 신화 속 동물들의 이야기를 펼쳐놓은 《상상동물 이야기》는 현실과 가상이 확연히 구분되지 않는 인간 삶의 불합리한 틈새를 들춰낸다. 독자는 그 틈새에 피어오르는 상상력의 마력에 도취한다. 상상력은 이성으로 딱딱하게 굳어진 독자들의 두뇌를 간질이다.

 

 

 

 

 

《상상동물 이야기》는 1994년에 나왔던 까치 출판사 번역본의 개정판이다. 까치 출판사 번역본은 1967년에 발표된 스페인어판과 1969년 영역판을 참고했다. 스페인어판에는 총 116편의 글이 수록되었고, 영역판에 네 편의 글[주1]이 새로 추가되었다. 모두 합하면 총 120편이다. 이번에 나온 민음사 번역본은 스페인어판만 참고했다. 그런데 역자 후기에 보면 스페인어판은 총 117편으로 구성되었다고 적혀 있다. 아마도 ‘1967년 판 서문’까지 합산한 것으로 보인다. 구판의 어색한 번역체 문장들이 매끄러운 문체로 다듬어졌다.

 

 

 

 

 

 

까치 번역본의 가장 큰 특징은 투박한 느낌이 나는 삽화다. 흑백으로 그려진 방식은 괴물의 그로테스크한 모습이 부각되는 효과를 주었다. 반면에 민음사 번역본의 그림은 단순한 형태로 표현되어 있다. 중국 신화에서 비를 부르는 새로 알려진 상양(商羊)을 묘사한 두 번역본의 그림을 비교해보시라.

 

 

 

 

개정판에 사소한 오류가 보인다. 구판에서는 불사조(피닉스)의 수명이 1,461년이라고 되어 있다. 그런데 개정판에는 1,446년으로 나왔다. [주2] 북유럽 신화에나오는 운명의 여신들은 세 자매다. 맏언니 우르드(Urd, 과거), 둘째 베르단디(Verdandi, 현재), 막내 스쿨드(Skuld, 미래)는 인간의 운명을 결정짓는 일을 담당한다. 그런데 우르드를 ‘우르스’, 베르단디를 ‘베르찬디’라고 잘못 썼다. [주3] 구판의 발음 표기를 고치지 않은 채 그대로 옮겨 썼다.

 

 

 

[주1] 카번클, 1964년에 제인 리드 부인이 런던에서 알았고 보았고 만났던 것에 대한 경험적 보고, 칠레의 동물들, 과거 숭배자들

 

[주2] '불사조' 편, 까치 132쪽, 민음사 52쪽

 

[주3] '노르넨' 편, 까치 179쪽, 민음사 2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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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8-05 16:1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8-05 16:15   URL
비밀 댓글입니다.
 

 

 

 

 

 

 

 

 

 

 

 

 

 

 

 

 

 

 

 

 

 

 

 

 

 

 

 

 

 

 

 

 

 

모파상의 오를라(La Horla)는 많이 알려지지 않은 단편소설이지만, 모파상이 쓴 최고의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이 소설을 읽게 되면 모파상의 대표작 비곗덩어리목걸이가 아무것도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될 것이다. 오를라는 두 가지 버전으로 된 소설이다. 모파상은 1886년에 발표한 것을 개작하여 이듬해에 공개했다. 등장인물과 사건 전개는 똑같지만, 형식과 결말이 다르다. 두 번째 버전은 일기 형식으로 되어 있다. 1886년에 나온 소설은 오를라 1’(오를라 제1), 개작한 소설은 오를라 2’(오를라 제2)이라고 부른다.

 

오를라의 주인공은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환자다. 그는 원인을 알 수 없는 열병에 걸리고 나서부터 기묘한 형체에 대한 두려움에 시달린다. 이 환자는 불가사의한 존재가 밤낮으로 자신을 따라다닌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사람들은 환자의 주장을 믿지 않는다. 왜냐하면, 환자는 신경 증상과 정신 착란에 시달렸기 때문이다. 심지어 환자는 보이지 않는 존재에 오를라라는 이름을 붙이기도 했다. 그의 주장이 헛소리로 느껴지는 것도 당연지사.

 

환자의 진술에 따르면 오를라는 인간의 눈에 보이지 않는다. 특이하게도 오를라는 물과 우유를 마신다고 한다. 환자는 자기 전에 물과 우유를 탁자 위에 놓았는데, 다음 날 아침에 물과 우유가 없는 빈 병을 확인했다. 환자는 몽유병에 걸리지 않았고, 집의 하인들도 물과 우유에 손대지 않았다. 도대체 누가 한밤중에 물과 우유를 마신 걸까? 환자는 오를라가 마셨을 거로 확신했다. 그는 언젠가 오를라가 자신의 목숨을 앗아갈 수 있다는 생각에 두려워한다. 오를라에 대한 공포가 커질수록 환자는 과대망상 수준에 이른다. 그는 오를라가 인간을 위협하는 무시무시한 존재라고 믿는다.

 

그는 누구일까요? 여러분, 그는 이 지구가 인간 다음으로 기다리고 있는 존재입니다! 우리의 지위를 빼앗기 위해, 우리를 굴복시키기 위해, 우리를 삼키기 위해 오는 존재입니다. 그는 마치 우리가 쇠고기와 멧돼지 고기를 먹듯이 그들은 우리를 삼켜버릴지도 모릅니다. 수세기 전부터 인간들은 그 존재를 예감했고, 그 존재를 두려워했고, 그 존재를 예고했습니다! 보이지 않는 존재에 대한 두려움은 우리 조상들의 머릿속을 끈질기게 따라다녔습니다. (오를라오를라 제1’ 37)

 

오를라는 미지의 존재에 대한 두려움으로 인간의 정신이 파멸해가는 과정을 긴장감 있게 묘사한 수작이다. 특히 오를라 제2은 제1판보다 인물의 정서 변화가 뚜렷하게 드러나 있다. 일기 형식의 제2판은 마치 실제 정신병 환자가 직접 쓴 수기와 같은 느낌이 난다. 실제로 모파상은 오를라를 쓰기 직후에 정신 착란의 징후가 있었다. 그런데 소설의 공포 분위기를 깨는 작품 설정이 있는데, 오를라를 물과 우유만 마시는 투명 흡혈귀로 설정한 점이다. ‘설정 구멍으로 봐야겠지만, 오를라를 쓰고 있을 당시 모파상의 정신 상태가 메롱이었음을 고려하면서 읽어야 한다. 참고로 오를라 1판과 2판 모두 수록된 단편선집이 많지 않다. 절판된 모빠상 괴기소설 광인?(장원출판사)이라는 책에도 오를라두 가지 버전이 수록되어 있다. 1996년에 나온 이 책이 오를라를 처음 소개한 모파상 단편선집일 가능성이 있다.

 

 

 

 

 

 

 

 

 

 

 

 

 

 

 

 

 

 

 

 

 

 

 

    

 

 

 

 

 

 

 

 

러브크래프트는 비평서 공포문학의 매혹에서 모파상의 오를라를 극찬했다. 러브크래프트 역시 미지의 존재에 대한 두려움을 소재로 공포소설을 남겼는데, 그의 대표작 크툴루의 부름은 모파상의 영향을 받고 쓴 작품으로 보인다. 크툴루의 부름에 등장하는 헨리 앤서니 윌콕스라는 남자는 오를라의 주인공 환자의 모습을 닮았다. 윌콕스는 조각을 공부하는 젊은 남자인데 어렸을 때부터 기묘한 꿈에 사로잡혔고, 신경이 예민한 성격이었다. 그 역시 정신 상태가 정상이 아니다. 오를라의 주인공처럼 열병에 걸리면 기이한 환영을 목격한다. 윌콕스는 자신보다 거대한 괴물이 자신 주변을 배회한다고 말했다. 괴물에 관해서 설명하면 혼수상태에 빠졌다. 윌콕스가 무서워하는 괴물은 크툴루다.

    

 

크툴루에 대한 설명이 있는 잡문

 

<Colla[book]ration #7 신들의 세계 : 던세이니 X 러브크래프트>

http://blog.aladin.co.kr/haesung/7369281

 

<러브크래프트 덕심으로 대동단결!>

http://blog.aladin.co.kr/haesung/8539616

    

 

이미 크툴루를 여러 차례 소개한 적이 있어서 자세한 설명을 생략한다. 간단하게 말하면, 크툴루는 문어 머리에 촉수가 여러 개 달린 외계 생명체이자 고대의 신이다. 크툴루의 부름에 크툴루를 추종하고, 그의 부활을 위해 비밀 의식을 진행하는 이교도들이 등장한다.

 

버트런드 러셀은 나는 왜 기독교인이 아닌가라는 책에서 종교의 일차적 기반은 두려움이라고 했다. 당연한 말이지만, 인간은 스스로 감당할 수 없는 미지의 존재에 대하여 가장 두려움을 느낀다. 미지에 대한 두려움은 공포와 신화를 낳았다. 모파상과 러브크래프트는 러셀보다 먼저 공포 본능이 우리 삶에 미치는 막대한 영향력을 알고 있었다. 무엇보다도 놀라운 점은 진리를 파악한 모파상과 러브크래프트, 이 두 사람은 제 정신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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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거서 2016-07-20 19: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단순한 질문입니다. 소개한 작품이 잘 알려지지 않은 작품 중에서 최고인 것이지요? 모파상의 작품 전체에서 최고라면 대표작 비곗덩어리와 목걸이처럼 이미 널리 알려졌을 것이라 생각하는데 혹 그동안 알려지지 않은 다른 이유가 있을까요?

cyrus 2016-07-20 20:15   좋아요 1 | URL
`오를라`라는 소설을 최고라고 높이 평가한 것은 제 주관적인 생각입니다. 제가 첫 문장을 마치 기정사실을 알리듯이 쓰는 바람에 글을 보는 분들에게 혼동을 주는 것 같습니다.

모파상이 쓴 단편소설의 수가 엄청 많습니다. 그래서 대표작들을 포함한 단편선집이 많이 나오는 편입니다. 모파상의 단편 중에는 환상적이면서도 기괴한 분위기를 연출하는 이야기들이 있습니다. 그래서 이런 소설들은 옛날에 어린이들을 위한 `무서운 이야기 모음집` 같은 책에 소개되곤 했습니다. 원전의 일부가 잘리거나 작가 이름이 밝혀지지 않은 채 그저그런 공포 이야기로 소개한 거죠. 지금은 좀 나아졌지만, 그때는 공포문학에 대한 인식이 낮았습니다. 그렇다보니 `오를라`가 러브크래프트가 극찬한 작품임에도 국내에서는 널리 알려지지 못했습니다. 공포소설을 마이너로 취급하는 인식 탓에 단편선집에 수록되는 경우가 적습니다.

제 답변이 오거서님의 궁금증 해소에 도움 되었는지 모르겠습니다. 정말 좋은 질문을 하셨습니다. ^^

프레이야 2016-07-20 20: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은 정보 고맙습니다

cyrus 2016-07-20 20:17   좋아요 0 | URL
좋게 봐주셔서 고맙습니다. ^^
 

 

 

여름에 맞춰 공포영화를 개봉하고, 대형 서점들도 여름이면 공포나 미스터리 사건을 소재한 책을 모아 특별 코너를 만든다. 게임 역시 마찬가지라서 이맘때면 공포 게임에 관련된 소식들이 다른 때보다 많이 나온다. 우리는 보통 게임을 할 때 공포를 느끼는 게임을 가리켜 ‘공포 게임’ 혹은 ‘호러 게임’이라 부르며 마치 정형화된 장르처럼 말한다. 그런데 실제 공포 게임을 살펴보면 그렇게 생각하기엔 뭔가 애매하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공포 게임은 장르처럼 불리지만 기존 장르와는 다른 영역에 걸쳐 있기 때문이다.

 

 

 

 

 

 

 

 

 

 

 

 

공포 게임에 관해 이야기를 하다 보면 ‘러브크래프트’라는 이름을 자주 듣게 된다. 러브래크래프트는 크툴루(Cthulhu) 신화라는 세계관에 근거한 다수의 공포 소설들을 쓴 미국의 소설가다. 상대적으로 박했던 생전의 평가에 비해 크툴루 신화에 대한 후대의 평가는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크툴루 신화에 깊은 인상을 받은 후대 작가들은 러브크래프트가 죽은 후에도 그의 설정들을 그대로 빌려와 크툴루 신화를 새롭게 창작했다. 여기에 동참한 작가로는 어거스트 윌리엄 덜레스, 로버트 블록(앨프레드 히치콕 감독의 영화 ‘사이코’의 원작자), 클라크 애슈턴 스미스 등이 있다. 특히 덜레스는 크툴루 신화를 체계적으로 정리한 일등 공신이다. 그는 러브크래트프의 작품을 출판하기 위해 ‘아컴하우스’라는 출판사를 설립했다. 덜레스의 노력이 결실을 맺어 크툴루 신화는 수많은 서브컬처 마니아에게 영향을 끼쳤다. 공포 장르의 콘텐츠뿐 아니라 SF 판타지와 같은 미국 문화와 다수의 일본 장르문학, 라이트노벨까지 러브크래프트의 영향을 찾아볼 수 있다. 러브크래프트의 영향을 받은 유명한 작가와 영화 제작자로는 존 카펜터, 스티븐 킹, 클라이브 바커 등이 있다. 공포/SF 게임으로는 <어둠 속에 나 홀로>, <악마성 드라큘라>, <퀘이크>, <아케인> 등이 러브크래프트 문학의 영향을 받은 대표적 게임으로 꼽힌다.

 

게임 이야기를 하나 더 하자면, 올해 TRPG <크툴루의 부름> 한국어판이 나올 예정이다. 게임을 안 하는 사람에게는 낯설고 흥미롭지 않은 이야기다. 그러나 게임에 관심 없지만, 러브크래프트 소설을 읽어본 사람에게는 귀가 솔깃한 정보이다.

 

 

 

 

 

 

‘TRPG’는 ‘Table-talk Role Playing Game’의 약자다. ‘RPG', 즉 ’롤플레잉 게임‘은 많이 들어봤을 것이다. 롤플레잉 게임은 게임 플레이어가 직접 게임 속 주인공 혹은 캐릭터가 되어 게임 내에 주어진 역할이나 규칙을 따르는 방식이다. 사실 RPG의 원조가 TRPG다. 컴퓨터가 없던 시절 여러 사람이 탁자에 모여 각자 맡은 캐릭터를 연기하는 게임이 등장했는데, 그 게임 방식이 바로 TRPG다. 현재는 컴퓨터 롤플레이 게임을 RPG라고 부른다. TRPG를 즐기는 데 필요한 준비물을 간단하다. 주사위, 보드 판, 룰북(게임을 진행하는 데 도움이 되는 규정을 모아놓은 책)을 챙긴 뒤에 사람 여러 명을 끌어들이면 된다.

 

 

 

 

 

<크툴루의 부름>은 러브크래프트의 단편소설 제목으로도 알려졌다. 크툴루가 처음 등장하는 작품이기도 하다. 크툴루 신화에 따르면 크툴루는 우주에서 날아와 지구를 지배했던 고대의 신이다. 생김새는 흉측한 괴물과 비슷하다. 대부분 거대한 문어 머리에 여러 개의 촉수가 꿈틀거리는 형태로 그려진다. 크툴루 신화 속 고유명사는 인간이 발음할 수 없는 외계 언어다. 크툴루는 인간이 발음하기 쉽게 설정한 표기에 불과하다. 그래서 크툴루를 ‘쿠툴후’, ‘크풀루프’, ‘크투루후’ 등으로 번역되기도 한다.

 

<크툴루의 부름 TRPG>는 크툴루 신화를 소재로 한 호러 TRPG다. 게임 진행 방식도 소설 줄거리와 똑같다. 크툴루를 만나거나 그의 울음소리를 들은 자는 공포에 휩싸여 미쳐버리거나 죽게 된다. 게임 플레이어는 크툴루의 존재를 추적하면서 점점 미쳐나가는 과정을 즐긴다. 1981년에 처음 나온 이후로 현재까지 6판까지 나온 TRPG계의 스테디셀러다.

 

<크툴루의 부름 TRPG> 최신판 제작을 담당하는 회사는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TRPG 출판사 초여명이다. (알라딘 검색창에 ‘초여명’을 입력하면, 꽤 많은 TRPG 롤북이 나온다) 올해 4월 말에 한국어판 출판을 위한 소셜 크라우드 펀딩을 시작했는데, 시작한 지 30분 만에 목표금액을 달성했다. 그리고 한 달도 안 돼서 모금액 1억 원을 돌파했다. 이 기록은 역대 국내 게임 소셜 크라우드 펀딩 사례 중에선 최고 금액이다.

 

 

 

 

<크툴루의 부름 TRPG> 소셜 크라우드 펀딩 금액 신기록 달성 관련 기사에 달린 댓글이다. 공감 수를 많이 받은 댓글 두 개를 보시라. 이 댓글을 보는 사람이 러브크래프트 마니아라면 웃음이 절로 나올 것이다.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고? 날씨가 무더운 여름밤에 특별한 독서를 원한다면 러브크래프트 소설에 ‘입덕’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힌트는 알려줬다. 황금가지 출판사의 《러브크래프트 전집》을 읽어 보면 댓글 내용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이해할 수 있다.

 

 

 

 

 

 

 

 

 

 

 

 

 

 

 

 

 

※ 세 번째 댓글의 ‘기어와라 냐루코’는 일본에서 발표된 라이트 노벨 이름이다. 정확한 이름은 <기어와라! 냐루코 양>이다. 라이트 노벨 작가 아이소라 만타는 음침한 크툴루 신화를 명랑한(?) 소녀들이 등장하는 라이트 노벨로 패러디했다. 주인공 냐루코는 크툴루 신화의 사신으로 알려진 니알라토텝을 소녀화한 캐릭터다. 기존의 크툴루 신화를 좋아했던 마니아들은 고대 신들이 미소년, 미소녀로 탈바꿈한 설정에 큰 충격에 빠졌다고 한다. 12권 전권 정식 발매되었다.

 

 

 

 

 

 

 

 

 

 

 

 

 

 

 

 

 

 

 

※ 러브크래프트의 소설을 읽어도 크툴루 신화에 등장하는 신들을 구분하기가 어렵다. 크툴루 신화나 관련 용어를 체계적으로 정리한 책들을 참고하면 된다. 책을 읽어도 허전함을 느낀다면 러브크래트트 전집 번역에 참여한 적이 있는 류지선 씨의 블로그(gaya.egloos.com)를 참고해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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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umus 2016-06-04 22: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크툴루 신화 정말 기괴하죠ㅎ꼬리꼬리한 치즈 먹는 느낌이랄까요? 이상한데 자꾸 손이 가는

cyrus 2016-06-05 20:06   좋아요 0 | URL
포스투무스님의 표현이 재미있어요. 러브크래프트 소설의 애매모호한 설정 때문에 처음부터 다시 읽은 적이 많았습니다. ^^
 

 

 

 

 

 

 

 

 

 

 

 

 

 

 

 

 

 

 

 

 

 

 

 

 

 

 

 

 

 

 

 

 

페가나북스 무크지 창간호를 보다가 ‘플레이버와이어(Flavorwire)’라는 외국 웹사이트를 알게 되었다. 플레이버와이어는 미국에서 만들어진 대중문화 사이트다. 이 사이트에 책, 영화, 대중가요 등 다양한 문화를 주제로 다룬 기사들을 볼 수 있는데, 기사 내용이 리스트 형식이다. 예를 들면, ‘세상에서 가장 재미있는 책 50권’, ‘세상에서 가장 슬픈 내용의 영화 30편’ 같은 방식으로 되어 있다. 플레이버와이어에 재미있는 내용의 기사가 많은데, 내가 가장 흥미롭게 본 것이 <Flavorwire 50 of the Scariest Short Stories of All Time>이다. 우리말로 옮기면 ‘플레이버와이어가 선정한 가장 무서운 단편소설 50선’이다. 이 글은 2014년에 작성되었다. 사실 이 기사 내용을 알리고 싶어서 지난주에 단편 공포소설을 소개하기 시작했다. 그 첫 번째 작품이 윌리엄 W. 제이콥스의 <원숭이 손>이다. 이 작품은 ‘가장 무서운 단편소설 50선’에 포함되었다. ‘가장 무서운 단편소설 50선’ 중에 번역된 작품을 엄선하여 매주 한 편씩 소개하고 싶다. 이번 주에 소개할 두 번째 작품 역시 ‘가장 무서운 단편소설 50선’에 선정된 것이다.

 

 


No. 2 사키 – 열린 격자문 (The Open Window)

 

 

 

 

 

 

 

 

 

 

 

작품 전문 출처는 《스레드니 바쉬타》(43~48쪽, 페가나북스)

 

 


분량이 아주 짧은 작품이다. 이 작품 원문이 대한교과서 <고등 영어 I> 교과서에 실려 있다고 한다. 페가나북스 대표가 사키 단편집 제작을 준비하다가 이 사실을 발견했다. 이 작품은 흔히 ‘열린 유리창’이라는 제목으로 알려졌다. 사키의 단편소설을 번역한 페가나북스 대표(다시 한 번 말하지만, 페가나북스는 1인 전자책 출판사다. 출판사 대표가 작품을 혼자 번역한다)는 ‘열린 격자문’으로 번역했다. 원문에는 ‘French window’로 적혀 있다. 실제로 프랑스식 창문은 여닫이 형식으로 되어 있다. 사소한 단어까지 세밀하게 번역한 페가나북스 대표의 노력이 돋보인다.

 

줄거리를 간략하게 요약하면 이렇다. 조카가 프램턴에게 격자문을 내다보는 이모와 관련된 으스스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저녁만 되면 이모는 3년 전에 행방불명된 남편과 두 아들이 돌아올 거라 믿는다. 조카는 열린 창문을 뚫어지게 바라보면서 죽은 이들을 기다리는 이모의 모습을 볼 때마다 섬뜩한 기분이 느껴진다고 말한다. 신경이 예민한 프램턴은 소녀가 들려주는 무서운 사연을 쉽게 믿어버린다. 이모는 프램턴에게 조금 있으면 가족들이 사냥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올 거라고 말한다. 프램턴은 조카가 얘기한 대로 곧 펼쳐질 무시무시한 상황에 불안해한다. 때마침 열린 창문 밖에서 인기척이 느껴졌다. 행방불명되었다던 세 사람이 이모의 집 쪽으로 걸어오고 있었다. 죽은 이들의 영혼이라고 생각한 프램턴은 무서움에 벌벌 떨면서 황급히 집 밖으로 나가 도망친다. 집으로 돌아온 세 사람은 도망가는 프램턴이 누구냐고 묻는다. 이모는 유령을 만난 것처럼 겁에 질려 도망가는 프램턴을 이상한 사람으로 취급한다. 그러자 조카는 프램턴이 과거에 잊지 못할 충격적인 경험을 겪고 난 후 트라우마에 시달렸다고 말한다.
 

작품 전문을 읽어보면 알겠지만, <열린 격자문>의 결말은 허무하다. 조카가 들려준 무서운 이야기는 전부 ‘뻥’이다. 이 작품이 왜 ‘가장 무서운 단편소설’로 선정되었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 독자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열린 격자문>은 공포소설, 괴담, 무시무시한 음모론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를 보여주는 중요한 작품이다. 공포소설은 일상적으로 만나는 대상과 공간을 이용, 인간의 내면에 잠재된 공포의식과 공격적 본능을 끌어낸다. <열린 격자문>의 조카는 일상생활 중 한 번쯤 공포를 느꼈음 직한 상황을 적절히 활용하여 프램턴의 불안의식과 공포를 극대화하는 데 성공한다. 지극히 일상적인 순간이 무시무시한 악몽으로 둔갑시킨 데에 이 소설이 갖는 특별한 매력이 있다. 괴담과 음모론이 발생하는 이유도 그렇다. 불안한 사회일수록 허구의 이야기들은 인간의 음습한 심리를 파고들기 쉽고, 괴담과 음모론이 마음 놓고 춤을 출 수 있다. 괴담들이 사람들의 불안 심리를 쉽게 파고든다. 근거 없이 눈덩이처럼 부풀려진 괴담의 위력에 지배당한 대중은 진위를 가리지 못할 정도로 이성을 잃는다. 프램턴이 사실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부리나케 도망가는 것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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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ureka01 2016-05-29 14: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ㄱ 동네에 늪지대는 악어가 사나...그런 늪지대가 있는 음습한 곳은 땅값도 낮겠네요...ㅎㅎㅎ별상상 다 합니다.ㅎㅎㅎ

cyrus 2016-05-29 18:19   좋아요 0 | URL
상상력의 힘이 무섭습니다. 어느 정도냐면 한 사람의 일상생활을 방해하기까지 합니다. 90년에 ‘빨간 마스크’ 괴담이 유행했을 때 골목길에 혼자 못 가는 아이가 많았어요. ^^
 

 

 

 

이번 주부터 시작해서 매주 한 편씩 외국 공포문학 작품을 소개해볼까 한다. 우선 단편소설 위주로 작품을 찾아볼 생각이다. 기록한 글의 양이 어느 정도 축적되면, 장편소설 쪽에도 눈을 돌려보겠다.

 

 

 

 

No. 1 윌리엄 위마크 제이콥스 - 원숭이 손 (The Monkey’s Paw)

 

 

 

 

영국 출신 작가 윌리엄 위마크 제이콥스는 화려한 부를 누리는 삶에 욕심이 없었던 사람이었다. 동료 작가 아놀드 베넷은 제이콥스가 여섯 편의 단편소설을 집필하면서 얻는 수입을 거절하는 모습에 깜짝 놀랐다고 밝혔다. 작가로 활동하기 전 제이콥스는 우체국의 저축은행 업무를 담당하는 서기였다. 그는 꽤 이른 나이인 열여섯 살 때부터 우체국에 출근하기 시작했다. 성인이 되기 전부터 안정적인 일자리를 얻었으니 슬슬 우체국 일이 따분해지기 마련이다. 그럴 때마다 제이콥스는 남아도는 시간에 틈틈이 글을 썼을 것이다. 1899년에 우체국 서기를 그만두었는데, 글만 쓰면서 먹고 살 수 있을 정도로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었다.

 

 

 

 

 

 

 

 

 

 

 

 

 

 

 

 

 

제이콥스는 자신이 쓴 단편소설 한 편이 지금까지도 널리 회자할 줄은 꿈에 몰랐을 것이다. 더 놀라운 사실은 그가 쓴 단편소설이 1980년 미국 워싱턴포스트가 선정한 영문학 걸작 50대 작품 목록에 포함되었다는 점이다. 소설 제목이 예사롭지 않다. <원숭이 손>이다. <원숭이 손>1902년에 나온 단편소설집 The Lady of the Barge에 수록된 작품이다.

 

이 소설의 주요 소재는 원숭이 손이 아닌 세 가지 소원이다. <원숭이 손>은 사랑스럽고 닭살 돋는 노랫말로 알려진 이승환의 세 가지 소원과 전혀 다른 분위기를 연출한다. 원숭이 손은 미라 상태가 된 동물 사체의 일부다. 그런데 원숭이 손은 특별한 힘을 지녔다. 세 가지 소원을 빌면 실제로 이루어진다. 화이트 씨는 자신의 집을 방문한 손님으로부터 원숭이 손 미신을 듣게 되었다. 손님은 원숭이 손을 탐내는 화이트 씨를 향해 무슨 일이 벌어져도 후회하지 말라고 경고했다. 화이트 씨는 첫 번째 소원으로 집값을 충당할 수 있는 생활비 200파운드를 달라고 했다. 그런데 전혀 예상치 못한 끔찍한 사건이 발생하면서 200파운드가 화이트 씨의 수중으로 들어왔다. 화이트 씨의 외아들이 직장에서 일하던 도중, 기계에 끼여 사망하고 말았다. 아들 회사로부터 받은 위로금 액수가 200파운드였다.

 

아들을 잃은 슬픔에 정신적 충격으로 울부짖는 화이트 씨의 아내가 남편에게 두 번째 소원을 빌어서 아들을 되살리자고 말했다. 원숭이 손의 섬뜩한 분위기에 혼란스러웠던 화이트 씨는 아내의 소원에 잠시 망설였지만, 결국 그렇게 두 번째 소원을 빌기로 했다. 그러자 현관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났다. 아내는 아들이 돌아왔다는 생각에 기쁨의 흥분을 주체하지 못했다. 그리고 문을 열어 아들을 반갑게 맞아들일 준비를 했다. 그 순간, 화이트 씨는 이 상황이 잘못되었음을 느꼈다. 과연 죽었던 아들이 살아서 돌아온 것일까? 화이트 씨는 두 번째 소원이 이루어지는 상황을 믿지 못했다. 그는 분명히 끔찍하게 손상된 아들의 시체를 목격했기 때문이다. 소설 마지막에 화이트 씨는 세 번째 소원을 빈다. 그 마지막 소원의 내용이 무엇인지 궁금하다면 직접 소설을 읽어보시라.

 

 

 

 

 

 

 

 

 

 

 

 

 

 

 

 

 

 

 

 

<원숭이 손>의 원제(The Monkey’s Paw)에 있는 ‘Paw’는 동물의 발톱이 달린 발 또는 사람의 손을 뜻하기도 한다. 가장 많이 알려진 제목이 원숭이 손이다. <원숭이 손> 플롯은 영화로 만들어지고 했으며, 스티븐 킹의 단편소설 <신들의 워드프로세스><원숭이 발>을 모티프로 한 것이다.

 

<원숭이 손>은 미신이 평범한 가족의 일상을 서서히 파괴하는 과정을 보여주고 있다. 흔히 미신을 허무맹랑한 이야기로 치부해버리지만, 가끔 확신적 믿음을 버리지 못하기도 한다. 미신은 미래를 점치고 규명하는 형태로서 마술과 같이 무조건적인 직관과 행동으로 대처하는 것이 특징이다. 따라서 미신은 막연한 기대와 허상을 좇는 데서 비롯된다.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과 모호성, 위기나 위험 증대로 인한 심리적, 정신적 압박이 클수록 미신을 믿고 의지하게 된다. 미신이 미신을 낳는 상황은 주술을 탄생시킨다. 미신으로 불안과 두려움에 떠는 사람이 많을수록 주술사가 번성한다. 삶의 불안과 운명을 알고자 하는 갈망이 사라지지 않는 한 미신은 절대로 사라지지 않는다.

 

 

 

<윌리엄 W. 제이콥스의 작품이 있는 번역본>

 

 

* 원숭이 손 (The Monkey’s Paw, 1902)

 

 

 

 

 

 

 

 

 

 

 

 

 

 

 

 

 

 

 

공포특급 5 : 세계편정태원 엮음 / 한뜻 (1996, 품절)

 

 

낡은 극장에서 생긴 일 : 세계환상문학 걸작선알베르토 망겔 엮음 / 문학세계사 (1997, 절판)

 

환상과 공포의 세계명작괴담문화사랑 (1998, 절판)

 

세계 호러 걸작선정진영 역 / 책세상 (2004)

※ 제목을 <원숭이 발>로 옮겼다. 작품 발표 연도를 '1920년'으로 잘못 소개했다. (327쪽)

 

세계 괴기소설 걸작선 1자유문학사 (2004, 품절)

 

 

 

* 세 자매 (The Three Sister, 1914)

 

 

 

 

 

 

 

 

 

 

 

 

 

 

 

 

세계 호러 단편 100정진영 역 / 책세상 (2005)

 

 

 

* 훼방 (The Interruption, 1926)

 

 

 

 

 

 

 

 

 

 

 

 

 

 

 

단편 걸작 환상 문학판도라북스 (e-Book,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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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레프 2016-05-17 22:1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으아악! 세번째 소원이 무엇인지요???

cyrus 2016-05-18 16:27   좋아요 1 | URL
결말을 스포일러 하면 안 될 것 같아서 언급하지 않습니다. 양해바랍니다. 네이버 검색창에 ‘원숭이 손’, ‘제이콥스 원숭이의 손’이라고 입력하면, 줄거리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