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의사

(The Handler)

 

 

 

 

 

레이 브래드버리(Ray Bradbury)

(번역 : 정태원)

 

 

 

 

레이 브래드버리에 관해서는 새삼스럽게 설명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그는 인기 작가다. 그의 아름다운 환상을 기대하는 사람에게는 이 작품은 조금 잔혹하다. 본 작품이 <위어드 테일즈>(47년 1월호)에 씌어졌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이러한 괴기스러운 면도 브래드버리 작품의 기조를 이루고 있다는 것을 알아두는 것도 괜찮을 것이다.[1]

 

 

 

 

 

 

 

 

 

베네딕트는 아담한 자택을 나왔다. 현관에 선 베네딕트의 눈에는 햇살이 따갑도록 부셨으나 가슴에는 사람들에 대한 열등감이 어려 있었다. 영리한 눈을 한 작은 개가 지나갔다. 영리하다는 증거로 베네딕트는 그 개의 시선을 잡을 수가 없었다. 교회 옆의 묘지를 둘러싼 철문 사이로 아이 한 명이 보고 있었다. 그 아이의 찌르는 듯한 호기심에 찬 눈을 보고 베네딕트는 떠름한 얼굴이 되었다.

 

“아저씨는 장의사야?”

 

아이가 물었다. 베네딕트는 자신의 껍질 속으로 몸을 움츠리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저 교회는 아저씨 거야?”

 

아이가 또 물었다.

 

“그래.”

 

베네딕트가 대답했다.

 

“이 장례식 하는 가게도?”

 

“그래.”

 

베네딕트는 약간 당황하고 있었다.

 

“이 묘지도, 묘석도 모두 아저씨 거야?”

 

아이가 물었다.

 

“그래.”

 

베네딕트는 약간 쑥스러움이 섞인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것은 사실이었다. 실제로 그것은 놀라운 일이었다. 사업적인 행운이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으나, 덕분에 베네딕트는 오랫동안 밤낮으로 눈코 뜰 새 없이 바빠야 했다.

 

베네딕트는 사업의 첫 출발점으로 침례파 사람들[2]이 남기고 떠난 교회와 푸르게 이끼가 낀 묘가 몇 구 서 있는 부속묘지를 사들였다. 2단계로 착수한 것은 산뜻한 시체 임시 안치장(물론 고딕풍 건축의)에 자신을 위한 거처를 준비했다. 이것으로 베네딕트는 자신은 언제 죽어도 안심할 수 있게 되었다. 죽은 사람은 이들 건물을 차례차례 출입하면서 최소한의 혼란과 최대한의 조직적 축복을 받으며 묻힐 수 있었다. 베네딕트가 조간에 내는 커다란 신문 광고는 ‘화장은 사절!’이라고 강조하고 있었다. 교회를 나와 땅 속에 매장되기까지는 휘파람을 불 수 있을 정도로 손쉽게 행해지는 것이다. 보존 장치도 더없이 쾌적한 것이었다.

 

아이는 여전히 베네딕트를 바라보고 있었다. 베네딕트는 바람에 꺼진 양초처럼 참을 수 없는 비참한 기분이 들었다. 베네딕트는 깊은 열등의식이 있었다. 그는 살아 움직이고 있는 것을 보면 변명할 여지가 없는 우울한 기분에 빠져버리는 것이었다. 그리고 언제나 다른 사람들의 뜻을 받아들이려고만 했으며 서로 논쟁을 하거나 큰소리를 지르거나 상대의 말을 부정하거나 하는 일이 없었다. 어떤 상대와 길에서 우연히 만나면 베네딕트는 그 콧구멍이나 귀나 머리의 가르마 따위를 수줍음을 담은 눈으로 쳐다볼 뿐 결코 정면으로 상대의 눈을 쳐다보거나 하는 일이 없었다. 그리고 나서 상대의 손을 마치 그것이 귀중한 선물이기라도 한 것처럼 자신의 차가운 양손으로 감싸고 이렇게 말하는 것이다.

 

“누가 뭐라고 하던 당신이 말씀하시는 대로입니다.”

 

그런데도 언제나 상대는 베네딕트가 자신의 말 따위는 한 마디도 듣고 있지 않다는 것을 알아차리는 것이었다. 그리고 지금도 베네딕트는 현관의 계단에 서서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아이에게 미움을 받지는 않을까 하는 걱정에 쓸데없는 말을 지껄이고 있었다.

 

“정말로 착한 아이구나.”

 

베네딕트는 돌계단을 내려가 문을 나섰지만 자그마하고 아담한 시체 안치소 쪽으로는 눈길도 주지 않았다. 그 즐거움은 나중에 만끽할 것이다. 모든 사물은 순서가 중요하다. 임시 안치장에서 베네딕트를 기다리고 있는 시체 위에 천부적 재능을 떨칠 기쁨을 지금 떠올린다는 것은 오히려 손해였다. 정말로 그렇다, 우선 정해진 순서대로 시작하는 게 좋다. 먼저 마음속에 갈등을 일으켜야만 한다.

 

어디로 가야 분노할 거리를 건질 수 있을지 베네딕트는 정확히 알고 있었다. 베네딕트는 반나절 걸려서 이 작은 마을의 여기저기를 방문하며 돌아다니고는 살아 있는 이웃 사람들의 우월감에 압도당해 자기 자신을 열등감 속에 빠뜨리곤 했다. 그리고는 진땀투성이로 만들어 심장도 뇌도 두려움에 떠는 하나의 덩어리가 되어 버리는 것을 일상의 일과로 삼고 있었다.

 

베네딕트는 우선 약방 주인인 로저스 씨를 상대로 무의미한 아침인사를 질질 끌며 나누었다. 그러면서 로저스가 내뱉은 모멸한 표현의 억양 하나하나까지를 모두 가슴에 담아 두었다. 로저스는 장례 사업을 하는 베네딕트에게 언제나 자극하는 듯한 말을 퍼부었다.

 

“하하하.”

 

베네딕트는 지금 자신에게 퍼부어진 농담에 웃어 보이지만 그 마음속은 왈칵 울어버리고 싶은 비참한 기분이었다.

 

“그것 봐. 당신은 냉혈동물이야.”

 

오늘 아침의 로저스는 더욱 더 신랄했다.

 

“냉혈동물이라고요, 하하.”

 

베네딕트는 웃어 보였다. 약방을 나온 베네딕트는 스테이브선트를 우연히 만났다. 스테이브선트는 베네딕트와 잡담을 하고 있는 동안에 누군가와의 약속을 꾸며내려고 적당한 시기를 엿보면서 큰소리를 질렀다.

 

“베네딕트, 경기는 어때? 열심히 장사에 힘쓰고 있겠지?”

 

“예, 그저.”

 

베네딕트는 미소지으며 말했다.

 

“당신 일은 잘 돼가고 있습니까, 스테이브선트 씨?”

 

“아니, 당신 손이 아주 차잖아? 오한이 드는 모양이군? 불감증이 있는 여자에게 방부제라도 채우기 시작한 거 아닌가? 나쁜 일은 아니군. 이봐, 내가 하는 말 들리나?”

 

스테이브선트는 이렇게 말하며 상대의 등을 두드렸다.

 

“예, 들리고말고요! 그럼, 이만.”

 

베네딕트는 엷은 미소를 뗬다. 다음 사람들과도 그런 인사가 계속되었다. 한 사람 한 사람에게 괴로움을 당하는 베네딕트는 온갖 쓰레기가 내버려지는 호수 같았다. 사람들은 맨 처음에는 자갈을 던지지만 베네딕트는 반항의 잔물결조차 일으키지 않는다는 걸 알면 작은 돌에서 벽돌, 둥근 돌 같은 점차 큰 돌을 던지기 시작했다. 베네딕트에게는 바닥이 없고 물보라도 일으키지 않았으며 찌꺼기도 남기지 않았다. 호수에는 반응이 없었다.

 

해가 짐에 따라 베네딕트는 더욱 더 자포자기가 되고 사람들에 대한 노여움을 더해, 건물들을 찾아다니며 사람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마음속으로는 학대받는 즐거움을 가지고 그들을 미워하게 되었다. 그럴수록 더욱 커질 밤의 즐거움을 위하여. 그래서 베네딕트는 그러한 어리석고 건방지고 무례한 사람들에게 몇 번이나 깊은 상처를 입으면서도 머리를 조아리고, 위에 집어넣기 전의 비스킷처럼 그 양손을 꽉 쥐고는 그저 냉소당하지 않기만을 바라는 것이었다.

 

“이거 이거, 사람 장사[3] 아니오?”

 

식료품점 주인 프린저가 말했다.

 

“어떻소, 댁의 콘비프나 뇌 절임의 맛은?”

 

여기에 이르러 베네딕트의 열등의식은 극도에 달했다. 귀가 따가울 정도의 모욕과 무시무시한 자기 학대의 절정에 이른 베네딕트는 미친 듯이 손목시계를 보고 정확한 시간을 확인하고는 홱 발길을 돌려 쏜살같이 거리를 달려 집으로 돌아왔다. 이미 절정에 선 베네딕트의 심경은 완전히 준비가 갖추어져서 마침내 이뤄야 할 일, 자기 자신의 즐거움에 몰두하기 위한 완전한 마음가짐이 되어 있었다. 하루 중 두려운 시간은 끝나고 즐거운 부분이 시작되려 하고 있는 것이다! 베네딕트는 부리나케 계단을 올라가 시체 안치소로 뛰어 들어갔다.

 

 

 

 

 

눈이 내린 경치처럼 새하얀 색으로 칠해진 방이 베네딕트가 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어둠 속에 하얀 작은 언덕이 늘어서 있고 시트 밑에 누워 있는 것의 윤곽이 희끄무레하게 드러나 있었다. 문을 있는 힘껏 밀쳤다. 베네딕트는 빛의 홍수에 싸인 채 입구에 서서 한쪽 손으로 부자연스럽게 손잡이를 잡고 머리를 뒤로 젖히고 다른 한 손은 높이 들고 연극조의 인사를 했다. 인형을 조종하는 사람이 돌아온 것이다. 베네딕트는 오랫동안 무대 중앙에 우뚝 선 채로 있었다. 베네딕트의 머릿속에서는 아마 빗발치는 갈채가 울려 퍼지고 있었을 것이다. 베네딕트는 꼼짝도 하지 않고 그저 다시 머리를 깊이 숙임으로써 너무나도 친절한 관객들에게 감사의 뜻을 나타냈다. 베네딕트는 상의를 벗어 걸고 하얀 새 작업복을 걸치고 재빠른 직업적 손놀림으로 소매 단추를 채우고 손을 씻으면서 천천히 주위의 친구들을 둘러보았다.

 

수확이 많은 일주일이었다. 시트 밑에는 기호에 따라 서로 다른 각양각색의 시체가 모여서 자고 있었다. 베네딕트는 그들 앞에 서자, 자신의 몸이 점차 커지며 높은 곳에서 내려다볼 수 있도록 치솟아가는 것을 느꼈다. 베네딕트는 스스로도 몹시 놀라서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는 아니지만 점점 더 높이 치솟으면서 호기심도 더해진다!’[4]라고 마음속으로 외치고 양손을 높이 뻗었다.

 

베네딕트는 그때까지도 이 방에 맨 처음 발을 들여놓았을 때의 그 경이감을 극복할 수가 없었다. 기쁨과 동시에 망설임을 느끼는 것이다. 여기서 사람들은 베네딕트의 꼭두각시에 불과해서 하고 싶은 행위를 그들에게 할 수가 있었고 게다가 상대는, 당연한 일이지만, 베네딕트의 행위에 은근한 협력을 아끼지 않는 것이었다. 그들은 도망치려고 해도 도망칠 수가 없었다. 그리고 베네딕트는 옛날처럼 자유롭게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처럼 쑥쑥 자라나는 것이었다.

 

“오오, 위로 위로, 높이 높이 자란다. 이제 곧 머리가 천장에 부딪칠 것 같아.”

 

 

 

 

- 2부에 계속 -

 

 

 

 

 

 

 

 

* cyrus의 주석

 

 

 

 

[1] 원작 출전은 1947년에 발표된 단편집 <Dark Carnival>, 번역문 출전은 《나의 꿈꾸는 여자 : 환상 미스터리 걸작선》(동숭동, 1993). 이 책은 정태원 씨가 번역했고, 총 12편의 환상소설을 모아 놓은 앤솔로지다. 알라딘에 이 책을 검색하면 출판사명이 '민족사'(주로 불교 서적을 펴내는 출판사가 왜?)로 나온다.

 

 

 

 

 

 

 

레이 브래드버리의 소설뿐만 아니라 어거스트 덜레스(August Derleth), 로버트 블록(Robert Bloch), 패트리샤 하이스미스(Patricia Highsmith), 리처드 매드슨(Richard Matheson)의 소설 등이 수록되어 있다. 환상소설 앤솔로지의 제목은 리처드 매드슨의 작품명이다. 이 책은 이듬해에 《식인 달팽이》라는 괴랄한 제목으로 재출간되었는데, ‘식인 달팽이’는 패트리샤 하이스미스의 작품명이다. 브래드버리의 소설을 소개한 짤막한 글은 정태원 씨가 썼다.

 

 

 

※ 어거스트 덜레스와 로버트 블록을 소개한 필자의 잡문

 

* 《공포특급 5》 리뷰

(2016년 4월 25일 작성, http://blog.aladin.co.kr/haesung/8452837)

 

* [누가 러브크래프트를 죽였는가?]

(2017년 5월 29일 작성, http://blog.aladin.co.kr/haesung/9366364)

 

 

 

 

[2] 침례파

자각적인 신앙고백에 기초한 침례를 시행하는 그리스도교 프로테스탄트의 한 교파. 신약성서의 내용에 따라 신앙 고백을 한 사람들에게만 세례를 베풀어야 한다고 믿으며 이 때문에 유아세례를 인정하지 않는다. (참고: 네이버 백과사전 ‘침례교’ 항목)

 

 

[3] 이 문장에서 나오는 ‘장사’는 ‘물건을 파는 일을 하는 사람’을 일컫는 단어가 아니다. 죽은 사람을 땅에 묻는 일(葬事)을 뜻한다.

 

 

[4] 베네딕트는 루이스 캐럴(Lewis Carrol)의 동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의 주인공 소녀가 몸집이 거대해지는 장면을 자신의 모습에 빗대어 표현한다.

 

 

 

 

 

 

 

 

 

 

 

 

앨리스가 거인이 되는 장면에 대한 자세한 설명은 필자의 잡문 [거인 앨리스를 사랑한 난쟁이](2017년 8월 29일 작성)를 참고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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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석

(The Tombstone)

 

 

레이 브래드버리 作

 

 

 

번역: 정태원

출전 : 《공포특급 5 : 세계 편》 (한뜻, 1996) [1]

 

 

 

 

 

 

 

 

 

긴 여행과 작은 콧구멍을 간질이는 먼지와 T자형 포드 속에서 뼈가 드러난 몸을 흔들거리고 있는 오클라호마 출신의 그녀의 남편, 월터(Walter)가 처음에는 역겨울 정도로 자신만만한 태도였다. 그렇게 두 사람은 벽돌을 쌓아 만든 이색적인 마을로 들어가 숙소를 찾았다. 숙소의 주인은 두 사람을 작은 방으로 안내하고 열쇠로 문을 열었다.

 

 

 

 

 

 

그런데 휑뎅그렁한 그 방 가운데 비석이 서 있는 것이다.

 

레오터(Leota)는 깊은 생각에 잠긴 눈빛을 보이다가 곧 놀라 숨을 멈추는 모습이었다. 생각이 악마적인 속도로 빠르게 뇌리를 스쳤다. 레오터는 월터가 손을 쓸 수 없을 정도로 미신에 푹 빠져 있다. 그녀는 숨을 죽이며 뒷걸음쳤고, 월터는 무거운 눈꺼풀이 덮인 회색 눈동자를 빛내며 그녀를 바라보았다.

“싫어, 싫어요. 나는 죽은 사람과 함께 방을 쓰는 건 딱 질색이에요.”

 

레오터는 단호하게 말했다.

 

“레오터!”

 

월터가 소리쳤다.

 

“그게 무슨 소리입니까?” 주인이 물었다. “부인, 설마 그런…‥.”

 

레오터는 속으로 득의양양하게 웃었다. 물론 믿기 어렵겠지만 이것은 오클라호마 사내인 남편에 대한 레오터의 유일한 무기다.

 

“죽은 사람과 함께 함께 자기 싫어요. 이 방에서 비석을 들어내요!”

 

월터는 푹신한 침대를 피곤한 듯이 쳐다보았다. 레오터는 남편의 코를 납작하게 할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신이 났다. 확실히 미신이란 편한 것이다. 주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 비석은 회색 대리석으로는 최고급품입니다. 휘트모어 씨(Mr. Whetmore)의 소유물입니다.”

 

“돌에 새겨진 이름은 하이트(Hite)인데요.”

 

레오터가 냉정하게 말했다.

 

“그래요. 그 사람을 위해 조각한 것이니까요.”

“그러면 그 사람은 죽었습니까?”

 

레오터가 묻자 주인을 고개를 끄덕였다.

 

“자, 보세요!”

 

레오터는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나 이제 더 이상 방을 찾아 헤매 다닐 기운은 없다는 듯이 월터는 신음소리를 냈다.

 

“마치 묘지와 같은 분위기야.”

 

레오터는 그렇게 말하고 월터의 눈에는 단호한 빛을 보았다. 주인이 설명했다.

 

“앞서 묵은 휘트모어 씨는 견습석공이었어요. 처음 맡은 일이 이 비석이었는데 매일 밤 7시부터 10시까지 끌을 휘둘렀죠.”

 

“그래서요?” 레오터가 흘끗 방을 둘러보고 휘트모어의 자취를 찾더니 계속했다.

 

“그 사람은 어디 있죠? 죽어버렸나요?”

 

그녀는 이 분위기를 즐기고 있다.

 

“아니오. 의욕이 없어져 봉투 만드는 공장에 취직해 버렸습니다.”

 

“왜요?”

 

“해고되었거든요.”

 

주인은 대리석에 조각된 문자에 손을 갔다 댔다.

 

“이 이름은 하이트죠. 철자가 틀렸어요. 화이트(White)로 해야 할 것을 말이에요. 가엾은 사람이에요, 휘트모어 씨는. 열등감이 심한 사람이었습니다. 사소한 잘못으로 해고당하고 말았어요.”

 

“나는 어쨌든 좋소.”

 

월터는 발을 질질 끌며 방으로 들어가 레오터에게 등을 돌리고 빛이 바랜 갈색 여행 가방을 열기 시작했다. 주인은 계속 이야기하고 싶은 모양이었다.

 

“휘트모어 씨는 성질이 급한 사람이었어요. 매일 아침 커피메이커로 커피를 끓이는데 커피를 한 스푼이라도 흘리는 것도 휘트모어 씨에게는 굉장한 일입니다. 만약 그랬다가는 전부 던져버리고 며칠씩이나 커피를 안 마시거든요. 생각해 보세요! 뭔가 실수했을 때 그 낙담하는 모습은 정말 딱하답니다. 항상 오른발부터 신던 신발을 왼발부터 먼저 신어버리면 다시는 신발을 신지 않을 것처럼 10시간이건 12시간이건 맨발로 있습니다. 아무리 추운 아침에도 말이죠. 그래서 이름의 철자가 틀린 편지라도 오면 ‘수취인 불명’이라고 봉투에 써서 다시 우체통에 넣어버려요. 휘트모어 씨는 참 대단한 사람이에요!”

 

“그런 핑계로 제 기분이 달라질 것 같아요?”

 

레오터는 차갑게 말했다.

 

“월터, 당신 뭐 해요?”

“옷장에 당신의 실크 드레스를 걸고 있어. 빨간 드레스 말이야.”

 

“그만둬요. 이곳에서 죽고 싶지는 않으니까요.”

 

‘여자란 왜 이리도 멍청할까’라고 속으로 중얼거리며 주인은 한숨을 쉬었다.

 

“다시 한 번 말씀드리죠. 휘트모어 씨는 여기서 내근을 하고 있었습니다. 어느 날 내가 식료품 가게에서 칠면조를 사오는 동안에 그 사람은 트럭을 빌려 비석을 이 방으로 가져왔어요. 내가 돌아왔을 때는 아래층에서 이미 대리석을 조각하기 시작하고 있었어요. 너무나 즐거워하는 것 같아서 나도 불평 한마디 못했습니다. 너무 신이 나서 일하다가 철자를 틀려버리고는 그대로 한마디도 없이 방에서 뛰쳐나가버린 거죠. 방세는 화요일까지 지불되었지만 다시는 이 방에는 들어오기 싫어하는 것 같아 내일 아침 우선 트럭으로 운반하려고 생각하고 있던 참이에요. 그러니 하루쯤 옆에 두어도 괜찮겠죠?”

 

월터는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소, 레오터? 이불 안에까지 죽은 사람이 있는 게 아니야.”

 

말투가 너무나도 강압적이라 레오터는 월터를 발로 차버리고 싶었다. 레오터는 남편의 이야기를 믿지 않았고 표정이 더욱 굳어져버렸다. 그리고 주인에게 손가락질하며 불평했다.

 

“당신은 돈을 벌고 싶은 거예요. 그리고 월터, 당신은 자고 싶은 거죠? 두 사람 모두 ‘나가자’는 말을 못하도록 말이에요!”

 

월터는 질린 얼굴로 주인에게 돈을 지불했다. 그 동안에도 레오터는 계속 떠들어댔다. 주인도 마치 그녀가 투명인간이라도 되는 듯 무시하고 편히 쉬라고 했다.

 

“거짓말쟁이!”

 

레오터는 문을 닫고 나가는 주인을 향해 소리쳤다. 월터는 옷을 벗자마자 침대로 들어갔다.

“서서 비석만 보고 있지 말고 불이나 꺼. 나흘간의 여행으로 너무 지쳤어.”

 

야무지게 팔짱을 긴 레오터의 팔이 평평한 가슴 위에서 흔들리기 시작했다.

 

“세 사람이 함께 자는 건가.”

 

그녀는 돌을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20분 후, 여러 가지 소리와 움직임에 견딜 수 없어 월터는 이불 아래서 독수리 같은 얼굴을 내밀고는 놀란 눈을 크게 뜨고 끔벅거렸다.

 

“레오터, 아직 안 잤어? 아까부터 불 끄고 자라고 했잖아. 뭐 하고 있는 거야.”

 

무엇을 하고 있는지 금방 알 수 있었다. 레오터는 무릎을 꿇고 붉은색, 하얀색, 분홍색의 윤이 나고 싱싱한 제라늄을 꽂은 화병을 돌 옆에, 그리고 또 막 꺾은 장미를 꽂은 깡통을 환상의 묘 앞에 놓고 있었다.[2] 마룻바닥에 있는 큰 가위는 흠뻑 젖어 있었다.

 

지금 그녀는 알록달록한 리놀륨 장판과 닳아서 귀퉁이가 다 떨어진 방석을 기분 좋게 쓸면서 나지막한 목소리로 기도를 하고 있었다. 곧 등을 펴고 죽은 사람을 모독하지 않도록 주의 깊게 넘고 그곳을 멀리 돌아 방구석까지 갔다.

 

“이제 끝났다.”

 

레오터는 불을 끄고 삐걱거리는 침대에 몸을 누였다. 그러자마자 침대가 삐걱거리는 것에 응답이라도 하듯이 남편이 소리쳤다.

 

“도대체 어쩔 셈이야!”

 

남편의 목소리가 날아들자 주위의 암흑을 응시한 채 여자는 말했다.

 

“전혀 모르는 사람이 위에서 자고 있으면 누구든 편하게 잘 수 없어요. 그래서 주문을 걸어 꽃을 바치는 거예요. 죽은 사람이 밤늦게 일어나 덜거덕거리며 돌아다니지 않도록 말예요.”

 

월터는 레오터가 응시하고 있는 어둠을 바라보았지만 적당한 대답이 머리에 떠오르지 않았다. 월터는 그저 혀를 차고 신음소리를 내며 다시 침대로 들어갔다.

그리고 30분도 채 되지 않아 레오터는 월터의 팔꿈치를 자기쪽으로 끌어당기며 그의 귀에다 대고 겁먹은 소리로 빠르게 속삭였다.

 

“월터! 일어나요. 일어나.”

 

만약 필요하다면 한밤중 내내 남편의 기분 좋은 단잠을 방해할 셈이었다.

 

 

 

 

 

 

 

“왜 그래?”

 

“화이트 씨예요! 화이트 씨의 유령이 이 방에 나타났어요!”

 

“무슨 소리야. 잠이나 자!”

 

“거짓말이 아니에요. 들어보세요.”

 

월터는 귀를 기울였다. 리놀륨에서 아래로 2미터 정도 떨어진 곳에서 분명치 않은 사내의 목소리가 슬프게 울렸다. 확실하게 알아들을 수 있는 목소리는 아니었다. 그저 슬픈 목소리였다. 월터는 일어났다. 남편의 움직임을 알고 레오터는 흥분한 목소리로 속삭였다.

 

“들었죠, 들었죠?”

 

월터는 차디찬 리놀륨 바닥에 발을 내딛었다. 아래층의 소리는 가성으로 변했다. 레오터는 훌쩍거리며 울기 시작했다.

“조용히 해. 안 들리잖아.”

 

화난 듯이 월터가 말했다. 그리고 심장 고동이 들릴 정도의 고요 속에서 귀를 바닥에 붙였다.

 

“꽃을 쓰러뜨리면 안 돼요!”

 

레오터는 소리쳤다.

 

“바보 같은 소리 말아!”

 

월터도 다시 긴장한 듯 듣고 있다가 욕을 퍼부으며 침대에 들어왔다.

 

“아래층에 누가 있어서 그래.”

 

월터가 투덜거렸다.

 

“그래요. 그게 화이트 씨라니까요.”

 

“아니야. 화이트 씨가 아니야. 우리들은 이 집 2층에 있잖아. 아래층에 누가 묵고 있어. 들어봐.”

 

아래층에서는 다시 가성이 들렸다.

 

“저건 부인 목소리야. 남편에게 다른 사람의 부인을 귀찮게 하지 말라고 하잖아. 두 사람 모두 취해 있어.”

 

“거짓말 말아요!”

 

레오터는 억지 부리며 말했다.

 

“침대가 무너질 정도로 떨고 있으면서 허세 부리지 말아요. 유령이에요. 분명해요. 여러 가지 목소리로 말하고 있어요. 예전에 한론 할머니가 예배 중에 자리에서 일어나 검둥이하고 아일랜드 사람과 여자 두 명의 목소리와 청개구리 소리를 합친 목소리로 잘난 듯이 떠들어대던 그 목소리예요.[3] 죽은 화이트 씨가 오늘밤 여기에 온 우리들을 증오하고 있는 게 분명해요. 들어보세요!”

 

그녀의 말을 증명이라도 하듯이 아래층의 소리는 커졌다. 월터는 팔꿈치를 짚고 엎드려 포기한 듯이 머리를 흔들었다. 웃고 싶었지만 너무 피곤해서 웃을 기력조차 없었다. 무언가 떨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관 속에서 일어났어요!”

 

레오터가 째지는 목소리로 외쳤다.

 

“일어났어요! 월터, 지금 여기를 나가지 않으면 내일 아침에는 우리 두 사람 모두 싸늘하게 식어 있을 거예요!”

 

다시 물건이 떨어지고 서로 부딪치는 소리와 말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침묵이 이어졌다. 그리고 두 사람의 머리 위에서 발소리가 울렸다. 레오터가 울음을 터뜨렸다.

 

“무덤에서 나왔어요. 자유롭게 우리들 머리 위를 지나다니며 발을 쿵쿵 구르고 있어요.”

 

그때 남편은 옷을 다 입고 침대 옆에서 부츠를 신고 있었다.

 

“이 건물은 3층까지 있어.” 셔츠 옷자락을 바지 속에 넣으며 월터가 말했다. “위층 사람들이 막 들어온 거야.” 그러나 울고 있는 레오터에게는 다시 이렇게 말해야 했다.

 

“이리와, 올라가서 그 사람들을 만나보자. 그러면 어떤 사람인지 알 수 있을 거야. 그리고 1층으로 내려가서 취한 그 부인을 만나자구. 일어나, 레오터.”

 

누군가가 노크를 했다. 레오터가 비명을 지르면서 이불을 뒤집어쓰고 드러누웠다.

 

“또 관 속으로 들어왔어요! 나오려고 발버둥치고 있어요.”

 

 

 

 

 

월터는 불을 켜고 빗장을 끌렀다. 검은 옷을 입은 사내가 꽤 기분이 좋은지 춤을 추든 방으로 들어왔다. 사내는 초점 없는 푸른 눈동자와 주름살, 그리고 백발이 섞인 머리에 두툼한 안경을 끼고 있었다.

 

“이거 정말 실례합니다.”

 

작은 사내가 말했다.

 

“저는 휘트모어라고 합니다. 나갔다가 지금 돌아왔습니다. 참으로 놀랄 만한 행운을 만났답니다. 내 비석은 아직 여기에 있습니다.”

 

그는 흘끗 돌에 눈을 돌렸다.

 

“아! 있다, 있어! 좋아. 이걸…‥.”

 

그리고 몹시 구겨진 모포 아래에서 엿보고 있던 레오터를 눈치 챘다.

 

“인부들이 손수레와 함께 기다리고 있어요. 괜찮으시다면 지금 곧 여기서 비석을 운반하고 싶습니다. 1분도 안 걸릴 겁니다.”

 

월터는 아주 반기듯 웃었다.

 

“저 물건이 나간다니 잘됐군요. 자, 어서.”

 

휘트모어 씨는 체격 좋은 우람한 두 명의 남자를 방으로 들였다. 그는 기대에 부풀어 숨도 제대로 쉬지 못하는 기색이었다.

 

“너무 놀랐습니다. 오늘 아침까지 나는 자포자기한 패배자였는데 기적이 일어났습니다.”

비석이 작은 손수레에 실렸다.

 

“바로 1시간 전 우연히 하이트라는 사람이 폐렴으로 죽었다고 들었습니다. 하이트 씨입니다. 아시겠습니까? 화이트가 아니라 하이트란 말입니다. 그 사람의 부인을 방문하고 오는 참입니다. 부인도 이미 비석 준비가 되었다니까 기뻐하더군요. 어쨌든 하이트 씨가 죽은 지 1시간도 되지 않았습니다. 아! 나는 정말 행복하답니다!”

 

휘트모어 씨와 월터가 웃으며 악수를 하는 동안 비석은 손수레에 실려 방에서 나갔다. 놀라운 일이 차츰 정리되는 것을 레오터는 의심스런 눈으로 바라보았다.

 

“자, 모두 끝났어.”

 

휘트모어 씨의 모습 뒤로 문을 닫고 월터는 빙긋 웃으며 꽃은 세면대로 깡통은 휴지통에 버렸다. 암흑 속에서 월터는 레오터의 긴장된 침묵을 눈치 채지 못한 듯이 침대에 기어올랐다. 그녀는 오랫동안 한마디도 안하고 고독을 음미하면서 누워 있었다. 월터가 한숨을 쉬고 모포를 고쳐 덮어주는 게 느껴졌다.

 

“자자, 그 변변치 않은 것을 치워버렸어. 아직 10시 반이야. 잠잘 시간은 충분히 있어.”

 

월터는 희희낙락하며 레오터의 즐거움을 빼앗아갔다. 레오터가 입을 열었을 때 침대 밑에서 무언가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월터를 붙들고 의기양양하게 레오터는 외쳤다.

 

“어머, 또 그 소리. 우리 주위예요. 잘 들어보세요!”

 

월터는 주먹을 쥐고 이를 악물었다.

 

“얼마나 더 설명해야 알아듣겠어? 당신, 머리라도 한 대 맞아야 정신 차리겠어!”

 

“잘 들어봐요.”

 

레오터는 속삭이며 말했다. 두 사람은 어둠 속에서 귀를 기울였다. 노크 소리는 아래층에서 들렸다. 문이 열렸다.

 

“아, 당신이군요. 휘트모어 씨.”

 

분명치 않은 희미한 여자 목소리가 멀리서 슬프게 들렸다. 그리고 갑자기 침대 위에서 떨고 있는 레오터와 월터의 귀에 아래층 깊은 어둠 속에서 휘트모어 씨의 대답소리가 들렸다.

 

“안녕하세요. 아까는 실례했습니다. 하이트 부인. 비석을 가져왔습니다.”

 

 

 

[끝]

 

 

 

 

 

 

 

※ 안 봐도 되는 cyrus의 주석

 

 

[1] 도서 리뷰 (http://blog.aladin.co.kr/haesung/8452837)

 

[2] 제라늄과 ‘막 꺾은 장미’는 어디서 나온 걸까? 레오터가 꽃병에 담긴 꽃을 꺼냈을 수도 있다. 하지만 ‘막 꺾은 장미’는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레오터는 장미꽃을 꺾기 위해 밖으로 나갈 것일까? 비석 때문에 벌벌 떨었던 레오터를 생각하면 밤중에 숙소 밖으로 혼자 나가 꽃을 구한다는 것은 이해가 가지 않는다.

 

[3] 이 소설이 나온 시기가 1940년대. ‘검둥이(Nigger)’를 차별하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했던 시절이다. 1840년대에 아일랜드인들은 대기근을 피해 바다를 건너 뉴욕, 보스턴, 필라델피아 등지에 이주했다. 이들은 이민자라는 이유로 핍박과 차별을 견뎌야 했다. 레오터는 할머니의 목소리를 ‘검둥이와 아일랜드인 사람의 목소리가 합친 것’이라고 포현함으로써 흑인과 아일랜드인에 대한 차별적인 감정을 은연중에 드러냈다.

 

 

 

 

 

 

 

 

 

 

 

 

 

* 《공포특급 5 : 세계 편》 (한뜻, 1996)

 

 

 

『비석(The Tombstone)』<위어드 테일즈(Weird Tales)> 1945년 5월호에 발표되었다. <위어드 테일즈>는 1923년에 창간된 미국의 펄프 잡지(pulp magazine)다. 이 잡지는 1954년 1월에 폐간되기까지 과학, 미스터리, 판타지, 공포 등 다양한 장르 소설들을 선보였다. 오늘날 SF, 판타지, 공포 등 각 분야를 대표하는 작가들의 작품이 잡지에 실렸다.

 

 

 

 

 

 

 

 

 

 

 

 

 

 

 

 

 

 

 

 

 

 

 

 

 

 

 

 

 

 

 

 

 

 

 

 

 

 

 

 

 

 

 

 

 

 

 

 

 

 

 

 

 

 

 

 

 

 

* 프랑수아 레이몽, 다니엘 콩페르 《환상문학의 거장들》 (자음과 모음, 2001)

* 《러브크래프트 전집 1~4》 (황금가지, 2009~2012)

* 《하워드 필립스 러브크래프트 : 크툴루의 부름 외 12편》 (현대문학, 2014)

* 《클라크 애슈턴 스미스 걸작선》 (황금가지, 2015)

 

 

 

 

<위어드 테일즈>에 작품을 발표한 작가로는 하워드 필립스 러브크래프트(Howard Phillips Lovecraft), 어거스트 덜레스(August Derleth), 로버트 블록(Robert Bloch), 로버트 E. 하워드(Robert Ervin Howard), 클라크 애슈턴 스미스(Clark Ashton Smith), 레이 브래드버리(Ray Bradbury) 등이 있다.

 

 

 

 

 

브래드버리는 1942년부터 <위어드 테일즈>에 단편소설을 발표했다. <위어드 테일즈>에 처음 실린 브래드버리의 작품은 『양초(The Candle)』다. 이 시기의 브래드버리는 공포소설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어거스트 덜레스는 브래드버리에게 소설집을 발표해보라고 제안했는데, 덜레스는 잡지에 실린 러브크래프트의 작품들을 책으로 만드는 ‘아컴 하우스(Arkham House)’ 발행인이었다. 덜레스의 도움에 힘입어 나온 결과물이 <Dark Carnival>이다. 이 소설집은 브래드버리의 첫 번째 단편집이며 『비석』뿐만 아니라 다음에 소개할 『장의사(The Handler)』 등 <위어드 테일즈>에 실린 작품들이 포함되었다.

 

『비석』은 거대한 비석이 놓인 방에 묵은 부부의 소동을 그린 이야기다. 부부는 방 아래층에 들리는 정체불명의 소리에 흥분하고, 긴장한다. 월터의 아내 레오터는 비석에 새겨진 이름의 인물, ‘화이트’의 유령이 지나가는 소리라고 주장한다. 사실 아래층에 들린 소리는 자신이 제작한 비석을 찾기 위해 분주하게 이동한 휘트모어 씨의 발걸음이었다. 그리고 슬픈 목소리의 정체는 밤중에 남편의 죽음을 지켜본 하이트 씨의 아내였다. 공교롭게도 ‘하이트’로 잘못 새겨진 비석의 주인은 부부 근처에 있었다. 하이트 씨 부부는 월터와 레오터 부부가 있는 방 아래층에 묵고 있었다.

 

 

 

 

 

이야기의 결말이 허무하다. 특히 원작을 TV 드라마로 각색한 <레이 브래드버리 극장(The Ray Bradbury Theater)> 6기 15화는 원작에서 느낄 수 있는 이야기의 긴장감을 영상으로 재현하는 데 실패했다.

 

 

 

 

 

 

 

원작과 드라마 판의 차이점은 드라마 판에 비석의 이름이 ‘화이트’라고 새겨진 것(남편 역을 맡은 배우의 이름은 론 화이트), 백발의 휘트모어를 ‘머리가 벗겨진 인물’로 묘사한 점, 그리고 결말(원작과 '조금' 다르다. 유튜브 영상으로 직접 확인해보시라)이다. <레이 브래드버리 극장>은 1985년부터 1992년까지 총 6개의 시즌(season)으로 방영되었다. 그런데 하필이면 시즌 6 마지막 에피소드가 <비석> 편이다…‥.

 

레오터 역을 맡은 셜리 듀발(Shelley Duvall)스티븐 킹(Stephen King) 원작, 스탠리 큐브릭(Stanley Kubrick) 감독의 영화 <샤이닝(The Shining)>에서 광기 어린 소설가(잭 니컬슨 분)의 아내로 출연했다. 셜리 듀발은 스탠리 큐브릭 때문에 자신이 신경쇠약에 걸렸다고 주장했다. 큐브릭은 영화 한 장면을 위해서 100번 넘게 촬영했으니 그럴 만도 하다. 그녀의 최근 소식이 좀 안타깝다. 예전보다 TV나 영화 섭외가 줄어들었고, 정신병에 시달려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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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nsient-guest 2017-08-31 02: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SF작가로만 알고 있었는데, 이런 환상소설도 쓴 분이네요.ㅎ

cyrus 2017-08-31 12:41   좋아요 1 | URL
레이 브래드버리의 문학 범위의 폭이 넓습니다. 그래서 유명한 SF 작가들과 다른 매력이 있어요. ^^

transient-guest 2017-08-31 14:26   좋아요 1 | URL
주말에 혹시 logos에 갈 기회가 있으면 (아직 재고처리하는 과정입니다 곧 문을 닫겠지요...산타크루즈 유일의 중고서점입니다만 곧 사라지는) 아직 남아있는 재고를 찾아봐야하겠습니다.ㅎ

AgalmA 2017-09-02 17: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번에 레이 브래드버리 신간 2권이 아작에서 나왔잖습니까. 이 페이퍼에 추가하셔야지요^^!

cyrus 2017-09-02 20:48   좋아요 1 | URL
사지 않았고, 읽지 않은 신간도서는 페이퍼에 소개하지 않는 것이 제 글쓰기의 원칙이라서 추가하고 싶지 않습니다. 사서 읽고, 리뷰로 쓰고 싶습니다. ^^

AgalmA 2017-09-02 20: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브래드버리를 이 정도로 소개할 정도면 충분히 자격있으신데 소신에 짝짝짝요~

cyrus 2017-09-02 20:53   좋아요 0 | URL
《화씨 451》, 《일러스트레이티드 맨》도 아직 안 읽어봤어요. 브래드버리에 입덕한 지 얼마 안 됐습니다. ㅎㅎㅎ

AgalmA 2017-09-02 20:57   좋아요 1 | URL
막 입덕할 때가 독서 묘미이기도 하죠^^ 저도 최근에 처음 접하게 된 레스코프에 깜짝 놀라 <왼손잡이>도 꼭 읽을 생각입니다^^

2023-08-08 12:4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08-12 07:5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08-13 11:20   URL
비밀 댓글입니다.
 

 

 

 

“여러분, 모자를 벗으세요. 여기 천재가 등장했습니다!”

 

독일의 음악가 슈만(Schumann)쇼팽(Chopin)을 음악평론에 소개할 때 한 말이다. 이 말은 쇼팽을 언급할 때 널리 회자하고 있다.

 

 

 

 

 

 

 

 

 

 

 

 

 

 

 

 

 

 

훌륭한 책, 특히 손에 넣기 어려운 훌륭한 책을 만나면 경외감이 느껴진다. 그럴 때, 나는 슈만의 말을 빌려 애서가들 앞에 이렇게 외치고 싶다. “여러분, 지금 읽고 있는 책을 덮으세요. 여기 전설의 책이 등장했습니다.”

 

 

 

 

 

《토탈호러 1》(서울창작 · 1993), 《환상특급》(서울창작 · 1994)은 ‘전설의 책’이다. 두 권의 책에 대한 평이 요란한 호들갑으로 느낄 수 있다. 도대체 이 책들의 정체가 뭐기에 ‘전설’이라고 하는 걸까.

 

《토탈호러 1》은 ‘공포’를 주제로 한 단편 선집이다. 이 책은 유치하기 짝이 없는 썰렁한 괴담집과는 확실히 차별화된 부분이 있었다. 괴담을 담은 공포물은 단순히 무서움만을 안겨줄 뿐 문학성이 떨어져 있다. 작가들이 쓴 ‘무서운 이야기’를 한 권의 책에 모았다는 사실이 그 당시에는 신선한 기획이었다. 《토탈호러 1》은 대중성과 문학성을 모두 겨냥한 공포소설 단편 선집이었다. 《토탈호러 1》의 역자는 지금도 활발히 장르문학 번역 활동을 하는 박상준 씨다.

 

 

 

《토탈호러 1》 목차

 

 

 

 

 

 

 

《토탈호러 1》에 열두 편의 단편소설이 수록되어 있는데, ‘빅 네임’이라 할 수 있는 작가의 작품이 포진되어 있다. 고마쓰 사쿄(小松左京)는 일본 SF문학을 대표하는 작가이다.

 

 

 

 

 

 

 

 

 

 

 

 

 

 

 

 

 

그의 대표작은 영화로 만들어져 화제가 된 《일본 침몰》(범우사 · 2006)이다. 《토탈호러 1》의 첫 번째 수록작 『흉폭한 입』은 자신의 신체를 스스로 먹는다는 파격적인 설정으로 전개되는 소설이다. 지금도 《토탈호러 1》을 언급할 때 가장 많이 회자되는 작품이다. 『흉폭한 입』을 직접 읽고 싶어서 《토탈호러 1》을 구하는 사람들이 있을 정도다. (사실 내가 그 사람 중 한 명이다)

 

르네 레베테즈 코르테스(Lene Rebetez-Cortes)『새로운 선사시대』도 『흉폭한 입』 다음으로 충격적인 설정의 작품으로 알려져 있다. 인간이 ‘기괴한 형태의 집단’으로 변신하는 설정이 그로테스크하다. 작품 속 세상에 ‘개인’은 존재하지 않는다. 인간은 불가사의한 힘에 이끌려 줄지어 행렬해야만 하는 괴물의 부분체가 된다.

 

 

 

 

 

 

 

 

 

 

 

 

 

 

 

 

 

 

조지 R. R. 마틴(George R.R. Martin)『샌드킹』은 최고 권위의 SF 문학상인 휴고상(Hugo Award)과 네뷸러상(Nebula Award)을 동시에 받은 작품이다. 조지 R. R. 마틴은 SF, 공포, 환상 등 장르를 불문한 다양한 작품을 쓴 작가지만, 우리나라에선 미국 드라마 <왕좌의 게임> 원작자로 더 많이 알려져 있다. 『샌드킹』은 《조지 R. R. 마틴 걸작선 : 꿈의 노래 2》 (은행나무 · 2017)에 수록되어 있다.

 

 

 

 

 

 

 

 

 

 

 

 

 

 

 

 

 

* 《SF 명예의 전당 1 : 전설의 밤》 (오멜라스, 2010)

아서 C. 클라크의 『90억 가지 신의 이름』 수록

 

* 레이 브래드버리 《일러스트레이티드 맨》 (황금가지, 2010)

『도시』 수록

 

 

 

로버트 블록(Robert Bloch), 아서 C. 클라크(Arthur C. Clarke), 로버트 셰클리(Robert Sheckley), 레이 브래드버리(Ray Bradbury), 커트 보니것(Kurt Vonnegut) 등은 말할 것도 없는 유명한 작가들이다. 로버트 블록은 앨프레드 히치콕(Alfred Hitchcock) 감독의 영화 《사이코(psycho)》의 원작자이며, ‘공포소설의 할아버지’ 러브크래프트(Lovecraft)로부터 문학적 영양분을 얻기도 했다. 『지옥으로 가는 열차』는 1959년 휴고상 수상작이다.

 

 

 

 

 

 

 

 

 

 

 

 

 

 

 

 

* 옥타비아 버틀러 《블러드차일드》 (비채, 2016)

 

 

 

커트 보니것과 옥타비아 버틀러(Octavia Butler)는 최근 국내에 주목받고 있는 미국 작가이다. 요즘 알라딘 서재에 커트 보니것의 소설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 독자들이 부쩍 늘어났다. 『해리슨 버거론』은 모든 사람이 평등한 미래 사회를 어둡게 그린 소설이다. ‘평등’에 단호히 반대하는 자유시장주의자들이 인용할 만한 글이다. 옥타비아 버틀러의 『블러드차일드』도 휴고상과 네뷸러상을 동시에 받은 작품이다. 이 소설은 외계인과 인간의 관계를 둘러싼 문제를 진지하게 다루고 있다.

 

 

 

 

 

《토탈호러 1》을 소개할 때 ‘책 표지’ 이야기를 안 할 수가 없다. 표지는 양반이다. 책을 펼치면 소름 끼치는 그림들이 나온다. 이 책이 처음 나왔을 때 사람들은 그로테스크한 그림이 ‘약 빨아서 제정신이 아닌 사람이 그린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 오해가 있을까 봐 책은 친절하게 ‘약 빤 그림’을 그린 사람의 정체를 알려줬다. 그림을 그린 사람은 H. R. 기거(Hans Ruedi Giger).

 

 

 

 

 

 

 

 

 

 

 

 

 

 

 

 

 

* 《기거》 (아트앤북스, 2003)

* 《H. R. 기거》 (마로니에북스, 2010)

 

 

 

 

그는 ‘에일리언의 아버지’라 불리며 영화 <에일리언(Alien)> 디자인을 창조한 스위스 출신의 화가이다. 기거의 존재를 몰랐던 사람들은 그의 기괴한 그림을 ‘공포소설 선집에 어울리는 쌈마이한 그림’으로 취급했을 것이다. 지금은 기거의 그림을 실컷 볼 수 있는 화보집 두 권이 있다. 기거가 무슨 생각을 하면서 이런 그림을 그렸는지 알고 싶으면 화보집을 보면 된다. 단, ‘19세 미만 관람 불가’ 등급을 받아도 할 말 없는 에로틱하고, 잔혹한 그림이 있다. ‘안구 테러’를 할 수 있으니 주의할 것.

 

이 정도 소개만 봐도 여러분들은 《토탈호러 1》이 ‘전설의 책’이라는 내 평가에 수긍할 것이다. 《토탈호러 1》의 성공(?)에 힘입어 1996년에 《토탈호러 2》도 나왔다. 그런데 2권이 구하기 힘들고, 중고가가 비싼 편이다.

 

 

 

 

 

 

 

 

 

 

 

 

 

 

 

 

 

 

 

 

 

 

 

 

 

 

 

 

 

 

 

 

 

 

 

 

* 《SF 명예의 전당 1 : 전설의 밤》 (오멜라스, 2010)

톰 고드윈의 『차가운 방정식』 수록

 

* 《레이 브래드버리 : 태양의 황금 사과 외 31편》 (현대문학, 2015)

『금빛 연, 은빛 바람』, 『태양의 금빛 사과들』 수록

 

* 《아서 클라크 단편 전집 1953-1960》 (황금가지, 2009)

『동방의 별』 수록

 

* 《마지막으로 할 만한 멋진 일》 (아작, 2016)

『마지막으로 멋지게 할 만한 일』 수록

 

 

 

 

《환상특급》은 《토탈호러 1》에 비하면 무게감이 조금 떨어져 보인다. 《환상특급》에 수록된 작품들도 《토탈호러 1》에 못지않게 문학성이 뛰어나다. ‘장르문학 단편 선집’의 주요 단골 작가이자 SF 문학의 ‘빅 네임’인 아서 C. 클라크, 레이 브래드버리, 제임스 팁트리 주니어(James Tiptree Jr.) 등의 작품이 있다. 이 책이 ‘무게감이 떨어진 책’이라고 말하는 이유가 빅 네임들의 작품이 최근에 다시 번역되었기 때문이다. 나머지 작품들은 잘 알려지지 않은 ‘숨어 있는 걸작’이다.

 

 

 

 

 

 

배리 롱이어(Barry B. Longyear)『적과 나』는 휴고상, 네뷸러상 2관왕 수상작이며 볼프강 페터젠(Wolfgang Petersen) 감독이 만든 영화 <Enemy Mine>의 원작이다. 팻 머피(Pat Murphy)『사랑에 빠진 레이첼』 은 1987년 네뷸러상 수상작이다. 아서 C. 클라크의 『동방의 별』도 1956년 휴고상 수상작이며 제입스 팁트리 주니어의 『마지막으로 할 만한 멋진 일』은 1986년 휴고상 후보작이다.

 

 

 

 

 

 

 

 

《환상특급》의 표지도 난해하기로 유명하다. 기거의 그림을 사용한 《토탈호러 1》보다 낫다. 《환상특급》 디자인을 만든 사람은 영국 출신의 화가 패트릭 우드로페(patrick woodroffe). 그는 동화에 나올법한 상상의 세계를 묘사한 환상적인 그림들을 그렸다. 그밖에 영국의 헤비메탈 밴드 주다스 프리스트(Judas Priest)의 정규 2집 앨범 표지 디자인을 제작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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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17-08-26 14: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헉, 일본 갖다 온 거니?
다시 보니 반갑네.^^

cyrus 2017-08-26 14:34   좋아요 0 | URL
네. 어제 귀국했어요. ^^

stella.K 2017-08-26 14:39   좋아요 0 | URL
여독이 아직 풀리기 전일텐데
이런 글을 쓰다니...
그동안 글 쓰고 싶어 어찌 참았누?ㅎㅎ

cyrus 2017-08-26 14:43   좋아요 0 | URL
일본으로 가기 전에 글 앞부분을 미리 작성했어요. 뒷부분은 오늘 썼어요. ^^;;

겨울호랑이 2017-08-26 15: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한동안 cyrus님께서 활동이 뜸하셨던 이유가 있었군요. 여름의 마지막 즈음. 드디어 공포물을 소개하셨네요^^:

cyrus 2017-08-27 20:21   좋아요 1 | URL
운이 좋았습니다. 구하기 어려운 책 두 권이 싸게 팔고 있길래 바로 주문했어요. ^^;;

서니데이 2017-08-26 17: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일본 잘 다녀오셨나요.
시원하고 좋은 주말 보내세요.^^

cyrus 2017-08-27 20:22   좋아요 1 | URL
제대로 먹고 놀았습니다. 휴가 한 주 금방 지나가버렸네요. ^^;;

카스피 2017-08-26 20:2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일본 다녀오셨나봐용,넘 부럽습니당 ㅜ.ㅜ
하지만 저도 cyrus님한테 자랑할것이 있는데 90년대 서울 창작에서 나온 위 단편집들(총 6권인지 7권인지 좀 가물가물하네요.모두 박스속에 쳐박혀 있어서 말이죠)을 몽땅 가지고 있답니다.ㅎㅎ 그중에는 비싸게 구한것도 상당수 이지만요^^;;;

cyrus 2017-08-27 20:24   좋아요 0 | URL
이미 전설의 책들을 구입한 분들의 블로그 글을 봤어요. 글을 볼 때마다 부러웠습니다. 돈, 적립금 열심히 모아야겠습니다.. ^^;;

AgalmA 2017-08-26 22: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일본에서 또 어떤 레어템을 수집하신 건지 궁금ㅎ/

cyrus 2017-08-27 20:26   좋아요 0 | URL
다음에 또 일본에 가게 되면 서점이 많은 곳으로 유명한 긴자 거리에 가고 싶어요. 이번에 일본 여행이 처음이라서 그냥 주전부리, 술만 샀습니다. ㅎㅎㅎ

2017-08-27 09:01   URL
비밀 댓글입니다.

cyrus 2017-08-27 20:29   좋아요 0 | URL
대단한 일 아니에요. 카스피님처럼 희귀 책을 소장하신 분들이 많아요. 그분들이 책에 대한 기록을 남겼습니다. 저는 그분들이 했던 걸 똑같이 따라했을 뿐입니다. ^^

transient-guest 2017-08-27 13:3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멋진 레어템을 얻으셨네요.ㅎ 책을 읽고 사들이는 과정에서 얻어지는 쾌감이죠..ㅎ

cyrus 2017-08-27 20:30   좋아요 0 | URL
사진으로만 봤던 책을 실제로 가지게 되니까 마음이 뿌듯했습니다. ^^

zombie 2017-08-30 21: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호러 애서가로서 놓칠수없는 책이죠. 3만원 가격대가 훌쩍 넘기도해서 SF소설은 재테크가 가능하다는 말이 이책으로 만들어지기도 했었습니다. 토털호러는 2권도 있는데 할란 엘리슨의 단편으로 유명하죠. 그래도 1권보다는 못한편입니다. 좋은책을 구하셨다니 기쁘네요.

cyrus 2017-09-04 09:10   좋아요 0 | URL
미안합니다. 좀비님. 댓글을 이제야 확인했습니다.

《토탈호러 2》의 수록작을 확인해봤는데, 역시 전작보다 못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2권이 제일 구하기 힘들다고 들었습니다.
 

 

 

 

 

 

 

 

 

 

 

 

 

 

 

 

 

 

 

더클래식출판사에서 나온 홈즈 전집은 두 종이 있다. 하나는 번역가 단체 베스트트랜스가 옮긴 구판(반양장본, 양장본)이다. 다행히 구판은 절판되었다.  

 

 

 

 

 

 

 

 

 

 

 

 

 

 

또 하나는 송성미 씨가 번역한 개정판(양장본, 미니북)이다. 장르 불문하고 번역물을 다작한 번역 팀은 베스트트랜스바른번역이다. 이 글에서는 베스트트랜스에 대해 중점적으로 설명하겠다. 인터넷서점 Yes24국내 작가항목에 보면 베스트트랜스를 소개한 내용을 확인할 수 있다.

    

 

세계 여러 곳에 숨겨진 작품을 발굴 · 기획하고 번역하는 사람들의 모임이다. 번역뿐만 아니라 창작 집필을 하며 우리 콘텐츠를 국외에 알리는 일에 열정을 쏟고 있다. 베스트트랜스는 기존의 번역가가 번역한 작품을 편집자가 편집하는 방식을 탈피한 새로운 번역 시스템을 도입하였다. 번역가와 편집자가 한 팀을 이뤄 잘 읽히는 작품으로 다듬기 위한 번역과 책임편집이 동시에 이뤄지는 방식이다. 번역 단계에서는 직역직해가 아닌 원문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우리말의 장점을 살려 좀 더 매끄럽고 유려한 문장으로 손보기 위해 심혈을 기울인다. 그다음 편집 단계에서는 교정 교열자 두세 명이 한 팀을 이뤄 양질의 작품으로 가다듬기 위한 문장 손질 작업이 이어진다. 크로스 체크는 기본으로 하고, 체크를 마친 작품이라고 해도 출간 직전에 가제본을 만들어 베스트트랜스 서평단 독자와 저명한 교수, 기자, 작가 등의 감수·검열을 거친다.

 

(http://www.yes24.com/24/AuthorFile/Author/145948)

    

 

이 소개 글만 보면 베스트트랜스가 번역 활동을 열심히 하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과정이 아니라 결과가 중요한 법. 지금까지 베스트트랜스가 펴낸 번역물 전부가 다 그렇지 않겠지만, 어떤 책은 단체명이 무색할 정도로 수많은 오역으로 점철되어 있다. 그중 한 권이 바로 코난 도일의 배스커빌 가의 개. 이 번역본에 발견된 오역과 원문 누락은 지그동안 풍문으로만 들리던 집단 번역의 심각한 문제를 여실히 보여준다. 구판 수준이 얼마나 심각한지 보여주기 위해 원문, 개정판 문장을 비교해봤다.

 

 

  

 

 He now took the stick from my hands and examined it for a few minutes with his naked eyes. Then with an expression of interest he laid down his cigarette, and carrying the cane to the window, he looked over it again with a convex lens.

“Interesting, though elementary,” said he as he returned to his favourite corner of the settee. “There are certainly one or two indications upon the stick. It gives us the basis for several deductions.”

    

 

* 더클래식 (구판, 10)

홈즈는 지팡이 가까이로 다가갔다. 그러고는 잠시 후, 흥미로운 것을 발견한 듯 피우던 담배를 내려놓고 창가로 가더니 확대경으로 꼼꼼히 한 곳을 살폈다.

역시 단서가 두어 군데 보이는군. 몇 가지 추리가 가능해.”

홈즈는 늘 즐겨 앉은 구석자리 긴 의자에 앉더니 손바닥을 비볐다.

 

    

* 더클래식 (개정판, 10)

그는 내 손에서 지팡이를 받아 들고 몇 분 동안 이리저리 살펴보았다. 그리고 흥미를 느끼는 듯 창가로 가더니 담배를 내려놓고 확대경을 통해 그것을 다시 들여다보았다.

별 것은 아니지만, 재미있군.”

홈즈는 늘 즐겨 앉는 구석자리 긴 의자에 앉더니 손바닥을 비볐다.

역시 단서가 두어 군데 보이는군. 몇 가지 추리가 가능해.”

    

 

 

베스트트랜스는 원문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매끄럽고 유려한 문장으로 다듬는작업을 지향한다. 그래서 베스트트랜스가 손질한 번역문은 원문과 다르고, 사소한 원문의 문장 한두 개가 빠지는 경우가 있다. 구판에는 1번 문장이 없다.

 

홈즈는 기분이 좋을 때 손바닥을 비비는 버릇이 있다. 베스트트랜스는 2번 문장에 홈즈의 버릇을 묘사하는 내용을 첨가했다. 직역하면 홈즈는 의자가 있는 쪽으로 향했다라고 쓸 수 있다.

 

 

 

      

 

“Mortimer, James, M.R.C.S., 1882, Grimpen, Dartmoor, Devon.

House-surgeon, from 1882 to 1884, at Charing Cross Hospital.

Winner of the Jackson prize for Comparative Pathology,

with essay entitled ‘Is Disease a Reversion?’ Corresponding

member of the Swedish Pathological Society. Author of

‘Some Freaks of Atavism’ (Lancet 1882). ‘Do We Progress?’

(Journal of Psychology, March, 1883). Medical Officer

for the parishes of Grimpen, Thorsley, and High Barrow.”

    

 

* 더클래식 (구판, 13)

제임스 모티머

1882년 영국 외과 의사회 회원이 됨. 현재 데번 주 다트무어 그림펜 거주. 1882년부터 1884년까지 채링 크로스 병원 가정 외과 레지던트로 재직. 논문 <질병도 유전되는가?>로 비교병리학 부문 잭슨 상 수상. 스웨덴 병리학회 통신 회원. <유전에 의한 돌연변이>(란셋, 1882) 집필, <우리는 진화하는가?>(심리학 저널, 18833) 등의 논문 발표.

    

 

* 더클래식 (개정판, 13)

제임스 모티머

1882년 영국 외과 의사회 회원. 현재 데번 주 다트무어 그림펜 구에 거주하고 있음. 1882년부터 1884년까지 차링 크로스 병원 가정 외과 레지던트로 근무. 논문 <질병도 유전되는가?>로 비교병리학 부문 잭슨상 수상. 스웨덴 병리학회 통신 회원. <유전에 의한 돌연변이>(란셋, 1882) 집필, <우리는 진화하는가?>(심리학저널, 18833) 등의 논문 발표. 그림펜, 소슬리, 그리고 하이배로 교구의 의무관.

 

 

 

홈즈의 인명사전에 적힌 제임스 모티머(사건 의뢰인)의 경력이다. 구판에 마지막 문장 한 줄이 빠졌다.

    

 

 

      

 

This from Hugo Baskerville to his sons Rodger and John,

with instructions that they say nothing thereof to their sister Elizabeth.

 

* 더클래식 (구판, 개정판 26)

- 휴고 배스커빌의 후손 로저와 에게,

누이 엘리자베스에게는 비밀로 해라.

    

 

교정 교열자 세 명이 있었는데도 아무도 (John)’의 오식을 못 봤단 말인가.

 

 

 

 

 

 

Holmes stopped him at the head of the stair.

“Only one more question, Dr. Mortimer. You say that before Sir Charles Baskerville’s death several people saw this apparition upon the moor?

“Three people did.”

“Did any see it after?”

“I have not heard of any.”

“Thank you. Good-morning.”

    

 

* 더클래식 (구판, 41)

모티머 씨, 잠깐만요!” 홈즈는 계단을 내려가는 닥터 모티머를 불러 세웠다.

찰스 배스커빌 경이 죽은 뒤 그 개를 봤다는 사람이 더 있었나요?”

아뇨, 없었습니다.”

알았습니다. 어서 가 보세요.”

    

 

* 더클래식 (개정판, 42)

홈즈는 층계참에서 그를 불러 세웠다.

모티머 씨, 한 가지만 더 묻겠습니다. 찰스 배스커빌 경이 사망하기 전에 황무지에서 유령을 본 사람들이 있다고 했지요?

세 사람이요.”

찰스 배스커빌 경이 죽은 뒤에도 그것을 본 사람이 있었나요?”

아뇨, 없었습니다.”

알았습니다. 안녕히 가세요.”

 

 

의역을 위해서 1번 문장을 뺐던 것일까? 가독성을 위해서 원문의 문장 한두 개 가볍게 무시하는 번역 작업에 회의적이다. 1번 문장은 정말 초보적인 것이다. 우리말로 옮겨서 읽는 데 아무 문제 없다. 베스트트랜스는 지나치게 많이 의역을 시도한다.

 

 

 

     

 

“Sir Henry, has anything else of interest happened to you since you have been in London?”

“Why, no, Mr. Holmes. I think not.”

“You have not observed anyone follow or watch you?”

“I seem to have walked right into the thick of a dime novel,” said our visitor. “Why in thunder should anyone follow or watch me?”

    

 

* 더클래식 (구판, 57)

그런데 헨리 경, 런던에 온 뒤로 다른 일은 없었나요?”

, 특별한 일은 없었던 것 같은데요.”

혹시 누가 미행하거나 감시하는 것 같은 느낌은 없었나요.”

도대체 누가 왜, 무슨 이유로 날 미행하거나 감시한다는 겁니까?”

    

 

* 더클래식 (개정판, 58~59)

그런데 헨리 경, 런던에 온 뒤로 다른 일은 없었나요?”

, 홈즈 선생. 특별한 일은 없었던 것 같은데요.”

혹시 누가 미행하거나 감시하는 사람은 없었나요.”

내가 갑자기 무슨 탐정 소설의 등장인물이 되기라도 한 것 같군요.” 손님이 말했다. “도대체 누가 왜, 무슨 이유로 날 미행하거나 감시한다는 겁니까?”

 

   

‘dime novel’삼류 소설’, ‘싸구려 소설을 의미한다. 다른 역자들은 이 단어를 탐정 소설’, ‘모험 소설로 옮겼다.

 

 

 

   

 

“I tell you, Watson, this time we have got a foeman who is worthy of our steel. I’ve been checkmated in London. I can only wish you better luck in Devonshire. But I’m not easy in my mind about it.”

    

 

* 더클래식 (구판, 83)

왓슨, 제대로 상대를 만난 것 같네. 아쉽게도 런던에서의 게임은 내가 참패했지만 데번셔에선 절대지지 않겠어. , 그런데 마음이 안 좋군.”

    

 

* 더클래식 (개정판, 86~87)

왓슨, 상대를 제대로 만난 것 같네. 나는 런던에서 놈에게 보기 좋게 당한 거야. 자네가 데번에 가게 되면 좀 더 운이 좋기를 바라네. 하지만 나는 아직 걱정이 되는군.”

 

 

 

홈즈는 범인이 준비한 계략에 걸려 큰 소득을 얻지 못한다. 설상가상으로 홈즈가 아직 해결되지 않은 사건 하나를 맡고 있어서 당장 런던을 떠날 수 없다. 그래서 왓슨이 홈즈 대신에 데번셔로 향하게 된다. 홈즈는 사건 현장에 혼자 보내는 친구를 걱정하는 마음에 행운을 빌어주는 말을 한다. 홈즈는 데번셔에 갈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런던에서는 내가 범인에게 졌지만, 데번셔에서 (범인을 만날 땐) 절대 지지 않겠어라는 번역문은 원문을 무시한 오역이다.

 

 

 

 

 

Baskerville shuddered as he looked up the long, dark drive to where the house glimmered like a ghost at the farther end.

“Was it here?” he asked in a low voice.

“No, no, the yew alley is on the other side.”

The young heir glanced round with a gloomy face.

“It’s no wonder my uncle felt as if trouble were coming on him in such a place as this,” said he. “It’s enough to scare any man. I’ll have a row of electric lamps up here inside of six months, and you won’t know it again, with a thousand candle-power Swan and Edison right here in front of the hall door.”

    

 

* 더클래식 (구판, 92~93)

우리는 부르르 몸을 떨며 다시금 진저리를 쳤다. 금방이라도 뭔가가 나타날 것만 같았다.

여깁니까?” 헨리 배스커빌 경이 긴장한 목소리로 물었다.

그 길은 정원 옆으로 나 있습니다.”

닥터 모티머의 말에 헨리 배스커빌 경이 침통한 표정으로 말했다.

직접 보니 삼촌이 겁에 떨었던 이유를 알겠군요. 누구라도 겁먹기 십상이지. 모티머 씨, 아무래도 정문에서 현관까지 램프를 세워야겠어요. 환하게 불을 밝히면 훨씬 나을 겁니다.”

    

 

* 더클래식 (개정판, 97~98)

배스커빌은 길고 어두운 진입로를 바라보며 부르르 몸을 떨며 다시금 진저리를 쳤다. 진입로 끝에 서 있는 저택이 유령처럼 희미한 빛을 발했다.

이 자리입니까?” 배스커빌이 나지막하게 물었다.

아니요. 주목 산책로는 저쪽에 있습니다.”

헨리 배스커빌 경이 침통한 표정으로 주위를 둘러보았다.

누구라도 이곳에 오면 기분이 이상해지겠네요. 아무래도 정문에서 현관까지 전기 가로등을 세워야겠어요. 현관 문 바로 앞에는 촛불 천 개의 밝기를 가진 전등을 달 거예요. 그러면 이곳 분위기는 훨씬 나아질 겁니다.”

 

 

shudder : (공포추위 등으로) 몸을 떨다, 전율하다

 

 

 

 

 

 

 

And yet it was not quite the last. I found myself weary and yet wakeful, tossing restlessly from side to side, seeking for the sleep which would not come. Far away a chiming clock struck out the quarters of the hours, but otherwise a deathly silence lay upon the old house. And then suddenly, in the very dead of the night, there came a sound to my ears, clear, resonant, and unmistakable. It was the sob of a woman, the muffled, strangling gasp of one who is torn by an uncontrollable sorrow. I sat up in bed and listened intently. The noise could not have been far away and was certainly in the house. For half an hour I waited with every nerve on the alert, but there came no other sound save the chiming clock and the rustle of the ivy on the wall.

    

 

 

* 더클래식 (구판, 98)

몹시 피곤했지만 잠은 오지 않았다. 이리저리 뒤척이며 잠 못 이루고 있자니 어디선가 서럽게 우는 여자의 울음소리가 들렸다. 나는 벌떡 일어나 귀를 기울였다. 소리는 곧 잦아들었다. 그 뒤로 신경을 바짝 곤두세우고 귀를 기울였지만, 삼십 분이 넘도록 담쟁이덩굴의 바스락대는 소리만 들릴 뿐이었다.

 

 

 

* 더클래식 (개정판, 103)

그러나 그것은 아직 마지막이 아니었다. 몹시 피곤했지만 잠은 오지 않았다. 눈이 말똥말똥해서 잠이 오지 않았다. 잠을 청해 보려고 이리저리 뒤척였다. 멀리서 시계가 십오 분마다 종을 쳤지만 그것만 빼면 죽음 같은 적막이 오래된 저택을 지배했다. 그런데 그 밤중에 어디선가 귓가에 선명하게 소리가 들려왔다. 그것은 여자의 울음소리 같았다. 나는 벌떡 일어나 그 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울음소리는 먼 곳에서 나는 것 같지 않았다. 그것은 분면 집 안에서 나는 소리였다. 그러나 그 소리는 잠깐 들렸을 뿐이다. 나는 삼십 분 정도 온몸의 신경을 바짝 곤두세우고 귀를 기울였지만, 담쟁이덩굴의 바스락대는 소리만 들릴 뿐이었다.

 

    

* 현대문학 (주석판, 119~120)

하지만 그것으로 끝이 아니었다. 나는 지쳤는데도 잠이 오지 않아서 이리저리 뒤척거렸다. 잠을 청했지만 쉽사리 올 것 같지 않았다. 멀리서 괘종시계가 15분마다 종을 치는 것 말고는 이 오래된 집은 쥐 죽은 듯 조용했다. 그리고 그때 갑자기, 적막을 뚫고 내 귀에 들려오는 소리가 있었다. 분명하고 낭랑해서 절대 잘못 들을 수는 없었다. 한 여자가 흐느끼고 있었다. 소리를 죽이고 있지만 억제할 수 없는 슬픔에 마음이 찢어지는 사람에게서 나오는 그런 이상한 흐느낌이었다. 나는 침대에 일어나 앉아서 귀를 기울였다. 멀리서 나는 소리는 아니었다. 분명 이 집 안에서 나는 소리였다. 30분가량을 나는 온몸 세포 하나하나를 곤두세우고 기다렸지만 더 이상의 소리는 없었다. 시계가 다시 종을 치고 담벼락의 담쟁이가 사각거릴 뿐이었다.

 

 

 

베스트트랜스는 이 긴 문장을 의역하면서 시계종이 울리는 장면을 삭제했다. 그렇다 보니 마지막 문장은 원문과 다른 문장이 되어버렸다. 2번 문장을 해석하면 왓슨은 시계 종소리(chiming clock)와 담쟁이덩굴이 바스락거리는 소리(the rustle of the ivy on the wall)를 동시에 들었다고 되어 있다(현대문학 주석판 참조).

 

rustle : 바스락거리다

    

 

 

 

 

“Did he ever strike you as being crazythis brother of hers?”

“I can’t say that he ever did.”

“I dare say not. I always thought him sane enough until today, but you can take it from me that either he or I ought to be in a straitjacket. What’s the matter with me, anyhow? You’ve lived near me for some weeks, Watson. Tell me straight, now! Is there anything that would prevent me from making a good husband to a woman that I loved?”

    

 

* 더클래식 (구판, 135~136)

스태플턴이 닥터 왓슨에게도 그렇게 미친 듯이 달려든 적이 있나요?”

아니요. 한 번도 없습니다.”

그러니까요. 내가 뭐 대단히 잘못했나요? 닥터 왓슨은 지난 몇 주 동안 나와 함께 지냈으니 솔직히 말씀해 보세요. 내가 좋은 남편감이 못될 이유가 있습니까?”

 

* 더클래식 (개정판, 148)

그 오빠라는 사람 말입니다. 박사는 그 사람이 제정신이 아니라고 생각한 적 있습니까?”

아니요. 그런 적은 없습니다.”

나도 마찬가지입니다. 오늘까지는 그자가 항상 정상이라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그 사람과 나, 둘 중의 하나는 반드시 정신병원에 가야 해요. 도대체 나에게 문제가 무엇이라는 건지? 왓슨 박사. 박사님은 몇 주 동안 나와 함께 지냈으니 솔직히 말씀해 보세요. 내가 사랑하는 여자에게 좋은 남편감이 못 될 이유가 있습니까?”

 

 

straitjacket : (정신병 환자나 난폭한 죄수 등에 입히는) 구속복

 

 

 

 

 

 

* 더클래식 (구판, 181~182)

프랭클랜드 씨가 망원경을 살펴보더니 기뻐서 소리쳤다.

서두르게, 왓슨 선생! 언덕 너머로 사라지기 전에 봐야 해!”

망원경으로 정말 한 아이가 짐 꾸러미를 들고 언덕을 넘어가는 게 보였다. 그때 푸른 하늘을 배경으로 허름한 차림의 남자가 나타나서는 아이가 들고 온 짐을 받아들었다. 다음 순간 그들은 황무지를 가로질러 돌 오두막이 있는 언덕으로 사라졌다. , 이번만큼은 행운의 여신이 저버리지 않았다. 그동안의 노력이 결실을 보는 순간이었다.

내가 서둘러 돌 오두막이 있는 언덕에 도착했을 때는 벌써 해가 지고 있었다. 멀리 지평선이 붉게 물들며 벨리버와 빅슨 바위산이 황홀한 자태를 드러내고 있었다.

    

 

* 더클래식 (개정판, 201~203)

프랭클랜드 영감은 망원경에 눈을 붙이고서 만족스러움이 느껴지는 탄성을 질렀다.

어서, 박사, 어서. 그 아이가 언덕을 지나가기 전에 말이오.”

분명하게도 그 작은 아이는 어깨에 작은 짐 꾸러미를 지고, 언덕을 천천히 힘겹게 오르고 있었다. 그 아이가 산마루에 올랐을 때 나는 차가운 푸른 하늘 아래로 투박하고 남루한 아이의 옷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 아이는 쫓기는 것을 두려워하는 듯한 모습으로 은밀하게, 슬며시 주변을 살폈다. 그러고서 그 아이는 언덕 너머로 사라졌다.

보시오. 내 말이 맞지 않소?”

확실히 그렇군요. 저 아이는 비밀스러운 심부름을 하고 있는 것 같군요.”

그 심부름이 무엇인지는 경찰조차도 알 수 있을 것이오. 그러나 어느 누구도 나를 통해 이 이야기를 듣지 못할 거요. 그러니 박사도 이를 비밀에 부쳐 주시오. 한 마디도 해서는 안 되오! 알겠소?”

영감님이 원하시는 대로 하겠습니다.”

그들은 나를 수치스럽게 대했소, 수치스럽게. 프랭클랜드 대 레지나 소송 사건의 진실이 알려진다면 나라 전체가 분개할 것이오. 그러나 내가 경찰을 돕는 일은 결코 없을 거요. 펀워시의 악당들이 내 허수아비가 아니라 나를 말뚝에 묶고서 화형을 해도 경찰 놈들은 그저 가만히 있었을 것이오. 벌써 집에 가시려고 하나? 이 위대한 일을 기념하여 나와 함께 포도주나 한 잔 하고 가시오.”

하지만 나는 그의 권유를 거절하고서, 그가 거처까지 동행해주겠다고 제안하는 것까지 극구 사양하였다. 나는 그의 시선이 따르는 곳까지만 길을 따라 걷다가 황무지로 발길을 돌려 그 아이가 사라진 바위 가득한 언덕을 향해 갔다. 모든 것이 나의 편에 있는 듯했고, 나는 행운의 여신이 나에게 던져 준 기회를 인내심을 갖고 꼭 잡겠다고 다짐했다.

내가 바위산 언덕에 도착하였을 때, 벌써 해가 지고 있었다. 발밑, 긴 산비탈의 한쪽은 온통 황금빛과 녹색이었고, 다른 한쪽은 회색빛 어둠이 깔려 있었다. 벨리버와 빅센 바위산의 황홀한 모습이 두드러지게 나타난 먼 곳의 지평선 위로 낮게 실안개가 가득했다.

 

 

구판에 굵은 표시를 한 내용이 없다. 프랭클랜드와 왓슨이 나눈 대화 일부가 사라진 셈이다.  

 

 

 

 

 

 

“No, Watson, I fear that I could not undertake to recognize your footprint amid all the footprints of the world. If you seriously desire to deceive me you must change your tobacconist; for when I see the stub of a cigarette marked Bradley, Oxford Street, I know that my friend Watson is in the neighbourhood.”

    

 

* 더클래식 (구판, 188)

아니. 내가 신도 아니고 어떻게 발자취만으로 자넬 알아보겠나? 혹여 다음에 내가 눈치채지 못하게 숨고 싶거들랑 담배부터 끊어야 할 걸세. 이 담배꽁초가 길가에 떨어져 있더군, 그걸 보고 난 내 친구가 온 걸 알았지.”

    

 

* 더클래식 (개정판, 209)

왓슨, 그렇지 않네. 나는 신이 아니야. 어떻게 발자국만을 보고서 자네인 줄 알겠는가. 혹여 다음에 내가 눈치채지 못하게 숨고 싶거든 담배부터 다른 것으로 바꿔야 할 걸세. <옥스퍼드 가, 브래들리>라는 글씨가 적힌 이 담배꽁초를 보고서야 나의 친구 왓슨이 온 걸 알았지.”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change your tobacconist(담배 가게를 바꾸다)’금연으로 번역했을까? 아무리 농담이라고 해도 왓슨보다 더한 골초로 악명 높은 홈즈가 친구에게 금연하라고 말하는 모습은 터무니없다.

 

 

 

 

 

 “Who is the gentleman with the telescope?”

“That is Rear-Admiral Baskerville, who served under Rodney in the West Indies. The man with the blue coat and the roll of paper is Sir William Baskerville, who was Chairman of Committees of the House of Commons under Pitt.

    

 

* 더클래식 (구판, 207)

망원경을 든 저분은 누굽니까

, 서인도제도 로드니 제독 밑에서 일한 배스커빌 해군 소장입니다. 파란 코트에 두루마리를 든 분은 윌리엄 배스커빌, 그 옆은 하원 의장을 지낸 윌리엄 피트입니다.”

 

* 더클래식 (개정판, 235)

망원경을 든 저 신사는 누구입니까?”

, 서인도 제도의 해군 로드니 제독 밑에서 일한 배스커빌 해군 소장입니다. 파란 코트에 종이 두루마리를 든 분은 윌리엄 배스커빌, 피트 총리 시절에 하원 의장을 지냈지요.”

 

 

홈즈가 배스커빌 가 선조들의 단독 초상화를 쭉 바라보면서 질문하고 있는 장면이다. 홈즈가 가리킨 윌리엄 배스커빌은 윌리엄 피트 총리 시절에 하원 의장으로 활동했다. 그런데 베스트트랜스는 윌리엄 배스커빌과 피트 총리가 함께 있는 2인 초상화인 것처럼 번역했다. 이건 당연히 오역이다.

 

 

 

 

 

 

 

“We have him, Watson, we have him, and I dare swear that before tomorrow night he will be fluttering in our net as helpless as one of his own butterflies. A pin, a cork, and a card, and we add him to the Baker Street collection!”

 

 

* 열린책들 (209~210)

왓슨. 잡은 거나 다름없어. 장담하지. 내일 밤이 되기 전 그자는 우리 그물에 걸려 자신이 잡은 나비처럼 버둥거리게 될 걸세. 핀을 꽂고 코르크에 박아 이름표까치 부착한 다음 바스커빌가의 채집 목록에 추가해 주자고.”

 

* 더클래식 (구판, 209)

그는 완전히 그물에 걸려들었어. 내일 밤, 그는 자기가 꾸민 덫에 발목이 붙들리겠군. 포충망에 걸린 나비처럼 퍼덕여봐야 빠져나갈 구멍이 없다는 걸 알게 되겠지. 그를 꼼짝 못하게 만들 핀과 이름표만 있으면 그를 영원히 배스커빌 가문의 표본실에 가둘 수 있겠는걸.”

 

* 더클래식 (개정판, 237)

왓슨, 그자는 우리 그물 안에 들어왔네. 그자는 자신이 휘두르는 포충망에 걸린 나비처럼 우리가 꾸민 덫에 발목이 붙들리겠군. 우리에게 핀과 액자, 이름표만 있으면 그자를 영원히 베이커 가의 수집품 목록에 넣을 수 있겠는걸.”

 

 

 

 

 

 

 

 

 

 

 

 

 

 

 

 

열린책들 출판사의 번역본에도 원문의 ‘Baker Street collection’을 오역한 표현이 있다.

 

 

 

 

 

I placed my hand upon the glowing muzzle, and as I held them up my own fingers smouldered and gleamed in the darkness.

“Phosphorus,” I said.

“A cunning preparation of it,” said Holmes, sniffing at the dead animal.

    

 

* 더클래식 (구판, 230)

나는 그것의 몸을 손가락으로 만져 보았다. 그러자 내 손도 어둠 속에 푸른 빛을 내며 발광하는 게 아닌가.

인이로군.” 내가 말했다.

머리를 좀 썼군.” 홈즈는 헨리 경을 일으켜 세우며 말했다.

 

* 더클래식 (개정판, 259~260)

나는 번쩍거리는 그 주둥이를 손으로 만져 보았다. 그러자 내 손도 어둠 속에 푸른빛을 내며 발광하는 게 아닌가.

인이로군.” 내가 말했다.

머리를 좀 썼군.” 홈즈는 죽은 짐승의 냄새를 맡으며 말했다.

 

 

sniffing : 킁킁거리며 냄새를 맡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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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미안 2017-08-03 14:3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요즘 그리수안 조르바-더 클래식을 읽고 있는데 진지하게 고민했습니다. 번역가들은 무슨 의도를 갖고 이렇게 번역했을까? 그래서 삼분의 이 쯤 읽다가 다름 출판사 번역을 구해 읽을까 고심중애 있습니다. 그 와중에 이 글은 제게 상당한 도움이 되었습니다.

cyrus 2017-08-03 19:52   좋아요 0 | URL
저작권이 지난 외국 작품들은 번역 ᆞ출판하기 쉽습니다. 이렇다 보니 독자들이 많이 찾는 스테디셀러를 우후죽순 펴내는 출판사들이 많아졌습니다. 그리고 많이 팔려고 책값을 낮춰서 책정해요. 이런 책들 중에 번역의 질이 떨어진 것이 있어요. 독자들은 그것도 모르고 구입합니다. 출판사는 엉터리 번역본을 내놓은 사실을 알리지 않습니다. 시간이 지나면 개정판을 내놓습니다. 이러한 출판사의 행보는 구판을 산 독자들을 바보로 만듭니다.

2017-08-03 14:36   URL
비밀 댓글입니다.

cyrus 2017-08-03 19:59   좋아요 0 | URL
인지도 높은 전문 번역가와 아마추어 번역가를 비교해보면 경제적 수입뿐만 아니라 능력의 격차까지 심각할 정도로 벌어져 있습니다.

2017-08-03 14:5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8-03 20:00   URL
비밀 댓글입니다.

나와같다면 2017-08-03 18:0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번역된 책을 읽다보면, 원서가 궁금해질 때가 있어요.
아주 아름다운 문장을 만났을때,
불편하고 어색한 문장을 만났을때..

cyrus 2017-08-03 20:01   좋아요 1 | URL
요즘 저는 후자의 상황을 참을 수 없어서 때안 봐도 되는 원서를 보고 있습니다. 정말 힘들어 죽겠습니다.. ㅎㅎㅎ

qualia 2017-08-03 20:5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초등학교 때 읽었던 몇 안 되는 책들 가운데 하나가 『바스커빌(배스커빌) 가의 개』였습니다. 한 어린이 잡지의 별책부록으로 딸려 나온 축약본이었죠. 그때 이 소설을 읽으면서 으스스한 공포감과 어떤 트라우마 때문에 읽다 말다 중간중간 독서를 중단했던 기억이 납니다. 어떤 트라우마란, 제가 초등학교 들어가기 전 훨씬 더 어렸을 때, 집에서 키우던 아주 큰 검정개가 있었는데요. 그 검정개가 쥐약을 먹고 큰집 마루 밑으로 기어들어가(쫓겨들어가) 죽었던 일이 있었죠. 그 ‘우리집 검정개’의 죽음에 대한 경험이 일찍부터 일종의 트라우마로 기억됐던 것이죠. 그런 트라우마 때문에 (늑대를 연상시키는) 큰 개 삽화가 그려진 『바스커빌 가의 개』를 읽을 때면 어릴 적 집에서 키우던 검정개가 겹쳐 떠올라 그 으스스한 공포감이 더했던 것 같습니다. 아무튼 이런저런 연유 때문에 cyrus 님의 『배스커빌 가의 개 』 번역 비교·비판 작업은 제 관심과 흥미를 더욱 더 많이 끕니다. 시간적 여유가 나면 저도 원전을 구해 좀 더 자세히 꼼꼼하게 읽고 의견을 드리고 싶은데, 워낙에 쫓기고 있는 일들이 많아 본격 참여는 (만약 하게 된다면) 다음으로 미뤄야 할 듯합니다. 왠지 cyrus 님께 감사드려야 할 것 같은 기분이 자꾸 들어요. 어쨌든 『바스커빌 가의 개』는 어린 시절 제 추억의 책이니까요. 그 추억에 다시 한번 젖어들게 만들어주셨으니까요. 만약 제가 『바스커빌 가의 개』 번역판과 원전을 비교·대조하며 번역 비판 작업을 하게 된다면, 그건 정말 예측할 수 없는 삶의 의외성 혹은 수수께끼라고 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전혀 상상하지 못했던 낯선 계기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어어져 해독할 수 없는 놀라움, 신비로운 사건들과 마주치게 합니다.

cyrus 2017-08-04 12:31   좋아요 1 | URL
저는 어렸을 때 어미 잃은 새끼 참새를 키운 적이 있어요. 그런데 실수로 새끼 참새를 발로 밟고 말았습니다. 그 일 이후로 동물을 집에서 돌보는 일을 꺼리게 됐습니다. 작년에 어머니가 인공 부화기로 알을 까는데 성공해서 병아리 다섯 마리를 집에서 키웠습니다. 병아리를 좋아하지만, 병아리가 저를 따라올 때마다 불안했어요. 잘못 하면 병아리를 밟는 참사가 일어날 수 있거든요. 그래서 병아리가 가까이 있으면 정말 천천히 걷습니다. 발을 완전히 떼지 않고, 질질 끌듯이 걸어갑니다. ㅎㅎㅎ

언제든지 의견을 받고 있습니다. 개인 작업이고, 제가 전문적으로 번역 일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분명히 제 글에도 부족한 점이 있을 겁니다. ‘삶의 의외성’이라는 표현이 정말 마음에 듭니다. 원문과 다른 번역본을 같이 번갈아 보는 일이 힘들어도 막상 하다보면 평소에 읽었을 때 보지 못했던 것을 발견합니다. qualia님의 댓글을 보니까 힘이 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

transient-guest 2017-08-04 01:3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솔직히 ˝원문을 훼손하지 않는 한도내에서의 유려한˝ 의역은 미리 오역을 대비한 핑계 같습니다. 직역을 기준으로 해서 한국어에 맞는 표현으로 번역하는 것이 올바른 방법 같고, 의역을 표방하면서 자기 멋대로 문장을 짜집기하거나 바꾸고 누락하는건 개번역이라고 생각합니다. 여러 모로 싫어하는 출판사가 저 더클래식입니다..

cyrus 2017-08-04 12:32   좋아요 2 | URL
제가 말하고 싶은 것을 아주 정확하게 말씀하셨습니다. ^^

카스피 2017-08-04 12:2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와우 직접 영어원문과 번역을 대조하신 cyrus님이 참 대단하단 생각이 들면 이정도면 원문을 훼손하지 않는 한도내에서의 유려하게 번역했다는 번역팀의 말이 참 낯간지러운 이야기란 생각이 팍 드는군요^^;;;

transient-guest 2017-08-04 12:33   좋아요 1 | URL
뭐 그냥 개소리죠...

cyrus 2017-08-04 12:37   좋아요 1 | URL
문예춘추사, 엘릭시르 출판사의 홈즈 전집은 의역을 시도한 번역본입니다. 간혹 원문의 의미와 살짝 다른 번역문이 보이긴 합니다만, 읽는 데 전혀 문제가 없었습니다. transient-guest 님의 말씀대로 베스트트랜스의 ‘의역’은 오역 지적을 피하기 위한 핑계처럼 느껴집니다.
 
배스커빌 가의 개 (반양장) 더클래식 셜록 홈즈 시리즈 3
아서 코난 도일 지음, 베스트트랜스 옮김 / 더클래식 / 2012년 5월
평점 :
품절


 

 

 

 

직역을 선호하는 편이라서 과감한 의역을 좋아하지 않는다. 베스트트랜스는 원문의 의미를 바꿔가면서 문장을 다듬거나 문장 한두 개를 빼버리는 의역을 시도한다. 이러한 의역도 장점이 있는데, 가독성이 높다. 하지만 원문과 가독성,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으려댜가  원문의 정확성이 떨어지고, 엉터리 문장이 나온다.

 

베스트트랜스의 의역은 원문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를 넘어서고 말았다. 특히 왓슨과 프랭클랜드가 나눈 대화 일부(181~182)가 빠진 부분집단 번역의 문제점을 여실히 드러내고 있는 부분이다.

 

알라딘 중고서점에서 더클래식 출판사에 나온 홈즈 전집을 발견하면 번역자가 누군지 꼭 확인해야 한다. 구판은 베스트트랜스번역이고, 개정판은 송성미 씨다. 개정판이 구판보다 훨씬 낫다.

 

 

 

구판에서 발견한 번역의 문제점을 정리한 글

http://blog.aladin.co.kr/haesung/95046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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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17-08-03 15: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헉, 정말...?
책 표지는 나름 마음에 들어 본다면 이 책이 어떨까
생각했는데 아니네.
번역을 왜 그렇게 했을까? ㅉ
그렇지 않아도 품절이네.
번역에 문제있으면 차라리 품절이 낫지.

cyrus 2017-08-03 19:44   좋아요 0 | URL
더클래식 출판사에 나오는 책들의 가격이 싸요. 가격이 싼 책을 믿으면 안 됩니다. 이런 엉터리 책이 있거든요.

카스피 2017-08-04 12:2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ㅎㅎ 제가 오래전에 집단번역의 문제점에 관해서 글을 쓴 기억이 나는데 그떄도 더 클래식의 셜록홈즈를 지적한 것 같습니다^^;;;;

cyrus 2017-08-04 12:39   좋아요 0 | URL
카스피님의 글이 없었으면 이 글을 쓸 시도를 하지 않았을 겁니다. 설마설마했는데 직접 확인해보니까 정말 어이가 없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