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헨트에서 생긴 일』 (The Thing at Ghent, 발표 연도 미상)

 

 

 

발자크의 단편 『헨트에서 생긴 일』은 발자크가 쓴 글 중 가장 짧다. 이 글이 공포 단편 선집에 포함된 것이 의아하다. 글의 출처가 불분명하다. 작품 원제는 ‘The Thing at Ghent’, 역자는 원제를 프랑스어가 아닌 영어로 소개했다. 헨트는 벨기에에 있는 공업 도시이며 ‘Ghent’는 영국명이다. 프랑스명은 ‘Gend’다. 그런데 발표연도를 ‘1900년’으로 표기했다. 발자크가 살아있었을 때 발표되지 못한 글이 작가 사후에 발견되어서 1900년에 발표되었던 것일까. 이 작품의 정체가 궁금해서 ‘The Thing at Ghent’로 구글을 검색해봤다. 위키피디아에 ‘The Thing at Ghent’ 관련 정보를 발견했다. 발표 연도는 없고, 그냥 ‘발자크가 쓴 공포소설’이라고만 짧게 소개했다. 책에 나오는 발표 연도는 숫자가 잘못 표기된 것으로 생각하고, 잠정 결론으로 발표 연도를 ‘미상’으로 썼다. 그럴 일은 100% 없겠지만, 공포소설이라고 해서 이 작품을 찾아 읽지 않았으면 한다. 나 같으면 지루하더라도 발자크가 쓴 장편소설을 읽겠다. 내가 요약한 줄거리만 보면 짧은 소설을 다 읽은 셈이다.

 

헨트에 십 년간 미망인으로 지낸 노부인이 산다. 그녀는 불치병으로 거의 빈사 상태에 이른다. 노부인의 재산을 물려받을 수 있는 세 명의 친척이 임종을 기다리는 그녀 곁을 지킨다. 그런데 세 명의 친척은 외롭게 사경을 헤매는 노부인이 가여워서 보살피는 것이 아니다. 그녀의 재산을 물려받기 위해서 어쩔 수 없이 노부인을 찾아온 것이다. 의사는 노부인이 더 이상 살 가망이 없다고 판단한다. 친척들은 노부인의 임종 순간을 기다린다. 그런데 놀라운 장면을 목격한다. 숯덩이가 된 장작 하나가 갑자기 난로 밖으로 나와 마룻바닥에 떨어진다. 다 죽어가던 노부인은 마룻바닥에 떨어진 숯덩이를 보는 순간, 두 눈을 부릅뜨면서 벌떡 일어난다. 그리고 침대에 내려와 마룻바닥에 있는 숯덩이를 집게로 집어 들어 다시 난로 안에 던진다. 친척들과 의사는 노부인을 부축하여 다시 침대로 눕힌다. 노부인은 숯덩이가 떨어진 마룻바닥을 주시한 채 숨을 거둔다. 친척들은 노부인의 기이한 행동이 마룻바닥 밑에 숨긴 무언가를 가리키기 위한 암시라고 생각한다. 숯덩이가 떨어져서 그을린 흔적이 남은 마룻바닥을 파보게 되자, 거기에 여러 구의 사람 유골이 있었다. 유골 무더기 중 하나는 타지에서 죽은 줄만 알았던 백작의 남편이었다.

 

냉정하게 평가를 하자면, 『헨트에서 생긴 일』이 공포소설이라고 하기에는 부족한 점이 너무 많다. 이야기 구성이 다소 어설프다. 결말에서 독자는 이야기에 드러나지 못하는 상황을 추측할 수 있다. 하나는 유산이 탐난 부인이 남편을 죽인 후, 그가 타지에서 죽었다고 거짓말을 꾸며 자신의 범죄 행각을 숨겼을 수도 있다. 또 하나는 백작의 자연사를 숨기려고 어쩔 수 없이 백작의 시체를 마룻바닥 밑에 보관하는 가능성도 있다. 무엇보다도 결말에서 이상한 점은 나머지 유골의 정체다. 애매한 결말은 부인과 유골과의 관계를 더 궁금하게 만든다. 진부한 설정이지만, 차라리 죽은 남편의 유골과 몰래 숨겨둔 재산 금고가 발견되는 결말이 더 낫다고 생각한다. 그래야 노부인이 죽기 일보 직전에 보여준 기이한 행동을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난로 안에 있던 장작이 마룻바닥에 떨어지는 설정은 생뚱맞지만, 죽은 백작이 자신의 억울한 죽음을 알리기 위한 영적 신호로 해석이 가능하다. 만약에 친척 중 한 사람이 마룻바닥에 떨어진 장작을 집게로 집었다면, 마룻바닥 밑에 있는 남편의 유골이 발각될 수 있었다. 그래서 노부인은 죽은 남편에 대한 비밀을 자신의 무덤 속에 안고 가려고 초인적인 힘을 발휘하여 장작을 난로 안에 던진 것이다. 이야기가 너무 짧아서 아쉽다. 괴기스러운 상황이 긴장감 있게 연출되지 못한 채 결말이 바로 이어진다. 이렇다 보니 독자가 예상하지 못한 결말의 반전 효과를 확 살리지 못했다. 이야기의 분량을 좀 더 늘려서 고딕 소설 특유의 음울한 분위기를 더 조성했더라면 결말이 한층 돋보일 수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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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바 2015-08-28 19: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명을 왜 헨트라고 번역했는지 모르겠네요. 표기상의 차이가 있을지언정 발음은 겐트로 알고 있습니다. 보통 벨기에 여행시 브뤼셀과 브뤼주를 주로 가는데 겐트도 좋답니다. 이 작품은 어설프다는 말이 딱 맞네요. cyrus님의 생각대로 전개하는 편이 나아 보여요.ㅎㅎ

cyrus 2015-08-28 22:10   좋아요 0 | URL
역자가 영문학과를 졸업했어요. 아마도 ‘Ghent’의 ‘G’가 묵음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이건 역자가 착각했군요. 정말 이 발자크의 작품은 허무함 그 자체입니다. ^^
 

 

 

 

 

 

 

 

 

 

 

 

 

 

 

 

 

 

 

 

 

* La Grande Bretèche (1831, <인간 희극> 1부 풍속 연구 사생활 장면’)

** 이야기의 결말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발자크는 무명작가 시절에 짧은 분량의 고딕소설을 많이 썼다. 인간의 상상력을 중요하게 여기는 낭만주의가 확산하면서 일상적인 공간과 괴이한 사건의 결합으로 이루어진 고딕소설이 큰 인기를 끌었다. 발자크는 오라스 드 생토뱅’, ‘비레르글레와 룬 경이라는 가명으로 자신의 고딕소설을 출판했다. 이 때 경험을 작가 본인은 기억하고 싶지 않은 흑역사라고 말하지만, 훗날 더 좋은 작품을 낳게 하는 소중한 자양분이 되었다. 그의 작품 곳곳에 고딕소설의 향기가 느껴진다. 러브크래프트는 자신의 책 공포문학의 매혹(북스피어, 2012)에서 발자크 작품에 드러나는 환상적인 요소를 공포문학에 부합된다고 평가했다. 그런데 무슨 이유에서인지 러브크래프트는 발자크의 작품을 비평하는 내용을 상당히 짧게 썼다. 최소한 발자크의 환상문학을 논하려면 영생의 묘약을 언급해줘야 하는데 러브크래프트는 이 작품을 소개하지 않았다. 그리고 고딕 분위기가 짙은 발자크의 작품으로는 그랑드 브러테슈(La Grande Bretèche)도 있다. 사실 이 작품이 <인간 희극>에 포함되지 않은 발자크 초창기 작품이라고 판단했다. 그러다가 구글에 열심히 검색해본 결과, 그랑드 브러테슈<인간 희극> 1부 풍속 연구 중 사생활 풍경수록 작품이라는 사실을 확인했다.

 

고딕소설은 항상 음산한 분위기를 연출하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는 점이다. 오래된 유적에 관심이 많은 의사가 방돔이라는 마을에 버려진 채 남아있는 브러테슈 저택을 발견한다. 의사는 이 저택의 비밀이 궁금하다. 의사는 마을 주민으로부터 저택이 방치된 사연을 알게 된다. 과거에 이 저택에 백작 부부가 살았다. 남편이 출장으로 타지에 머무르고 있을 때, 백작부인은 스페인 출신의 남자와 정분을 맺는다. 그러나 두 사람의 은밀한 사랑은 오래가지 못한다. 남편이 생각보다 일찍 저택에 돌아오게 되자, 위급한 부인은 스페인 남자를 옷장에 숨긴다. 남편은 부인의 태도를 의심한다. 그는 이미 부인이 자신 몰래 바람피웠다는 사실을 눈치채고 있었다. 남편은 부인에게 옷장을 열어보라고 한다. 부인은 옷장에 아무것도 없다면서 십자가 앞에 맹세하기에 이른다. 다행히 스페인 남자는 남편에게 발각되지 않았다. 그러나 부인은 자신의 거짓된 행동 때문에 끔찍한 상황이 초래하게 될 줄 전혀 예상하지 못한다. 남편은 외출하면서 하인에게 옷장 주변에 벽을 쌓아 막아놓으라고 지시한다. 남편이 없는 사이에 부인은 옷장에 갇힌 스페인 남자를 구출하려고 곡괭이질을 하다가 그만 남편에게 들킨다. 남편은 구멍으로 스페인 남자의 눈빛을 보게 된다. 그러면서 옷장에 아무것도 없다고 맹세한 부인의 말을 강조하면서, 부인이 보는 앞에서 벽에 난 구멍을 메운다. 이제 부인은 옷장에 갇힌 남자를 도와줄 수 없다. 아무것도 먹지 못해서 굶어 죽어가는 스페인 남자의 신음을 들어야만 했다. 부인은 세상을 떠나면서 유언을 남긴다. 브러테슈 저택에 새 주인을 받아들이지 말고, 사람 손길이 닿치 않도록 내버려둘 것.

 

이 소설은 부정된 사랑이 초래한 끔찍한 비극을 보여준다. 불륜을 저지른 부인을 복수하는 남편의 광기 어린 행동도 주목할 만하다. 발자크 작품 특유의 환상적인 요소는 없지만, 이야기의 극적인 결과는 독자에게 공포를 불러일으키는 효과를 발휘한다. 그래서 그랑드 브러테슈는 공포문학 선집에 수록되는 몇 안 되는 발자크 작품 중 하나다.

 

 

 

 

발자크의 작품이 수록된 책

 

세계 공포 문학 걸작선 : 고전편(황금가지, 2003) - 그랑드 브러테슈

등대지기(작은키나무, 2006) - 라 그랑드 브르테슈

고전공포걸작선(바른번역, 2011 / eBook) - 브러테슈 저택에서 생긴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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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크pek0501 2015-08-27 00: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옷장에 갇힌 스페인 남자가 가엾군요. 사랑의 대가가 혹독하네요.
예나 지금이나 다급한 상황에선 옷장이 요긴하고.
그런데 그 장면이 재밌게 느껴집니다.

cyrus 2015-08-27 15:59   좋아요 0 | URL
바람피우려는 사람이라면 이 소설을 참고해야 할 겁니다. 옷장에 숨는 방법도 안심할 수 없어요. ㅎㅎㅎ
 

 

 

 

 

 

 

 

 

 

 

 

 

 

 

 

 

 

 

브램 스토커의 단편소설 《스쿼》(The Squaw)는 유명하지 않지만, 이 작품을 처음 보는 독자에게 강렬한 인상을 준다. 이 이야기에 가장 잔인한 고문도구가 등장하기 때문이다. 신혼부부는 독일 뉘른베르크 지방을 여행하다가 혼자 여행하는 미국인 허치슨을 만나게 된다. 이 세 사람은 ‘뉘른베르크의 처녀’라는 이름이 붙여진 고문도구를 직접 보고 싶어 했다. 고문도구가 보관된 탑으로 향하는 도중에 미국인은 장난으로 새끼 고양이를 잔인하게 죽인다. 자신의 새끼가 죽은 사실을 안 어미 고양이는 허치슨을 표독스러운 눈빛으로 노려봤다. 허치슨은 자신의 행동을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드디어 고문도구를 눈앞에 본 일행은 소름 끼치는 형태에 놀라게 되고, 그 충격으로 아내는 실신하기에 이른다.

 

 

 

 

 

 

‘뉘른베르크의 처녀’는 어른 한 사람이 들어갈 만한 크기에 철로 만들어진 관이다. 여성의 얼굴(성모 마리아로 알려졌음)이 그려져 있어서 ‘철의 여인(Iron Maiden)’이라고도 부른다. 관을 닫는 문안에 뾰족한 못이 박혀 있다. 팔과 다리가 포박한 상태가 된 죄수를 관 속에 집어넣어 문을 닫으면, 못이 죄수의 얼굴과 온몸을 찌르게 되어 있다. 자기과시가 넘치는 애치슨은 자신이 직접 고문도구 안으로 들어가 보겠다고 말한다. 애치슨은 죄수처럼 손발이 묶인 채 관으로 들어갔다. 못이 달린 문을 여닫는 데 사용하는 밧줄은 고문도구의 관리자 손에 쥐어져 있다. 만약 손이 밧줄을 놓는 순간, 문은 닫힌다. 애치슨이 관 속에서 아찔한 스릴을 만끽하는 사이에 어디선가 갑자기 고양이가 고문도구 쪽으로 튀어나오는데... (결말이 궁금하면, 《세계 호러 단편 100선》을 읽어보시길)

 

 

 

‘철의 여인’은 죄수의 고통을 극대화하는 데 목적을 둔 가장 잔인한 고문도구이다. 죄수가 자신의 죄를 순순히 자백할 때까지 문에 달린 못이 죄수의 피부를 뚫는다. 죄수는 극심한 고통을 앓다가 과다 출혈로 서서히 죽게 된다. 이 고문도구가 정확하게 언제 만들어졌는지 불분명하지만, 고대 카르타고에서 처음으로 제작된 것으로 추측된다. 로마와 카르타고와의 전쟁 중에 로마 장군 레굴루스가 카르타고군에 포로로 잡혀 ‘철의 여인’과 유사한 고문도구에 갇혀 사망했다고 전해진다. ‘철의 여인’은 중세 시대부터 마녀 재판 시 마녀임을 자백시키기 위한 고문 기구로 사용되었다. 실제로 《스쿼》에 나오는 ‘뉘른베르크의의 처녀’는 실제로 뉘른베르크 성에서 사용된 오래된 고문도구였으며 제2차 세계대전 중이던 1944년에 소실되었다.

 

 

 

 

 

 

 

 

 

 

 

 

 

 

 

 

 

 

 

‘철의 여인’은 악명 높은 고문도구보다는 세상에서 가장 잔인무도한 살인 도구로 많이 알려졌다. 루마니아 트란실바니아의 백작 부인 엘리자베스 바토리는 밤이 되면 자신의 시종들과 마을 여인들을 잔인하게 죽인 연쇄 살인마다. 기록에 의하면, 백작 부인의 엽기 행각에 6백 명이 넘는 여인들이 희생되었다고 한다. 바토리는 희생자들을 쉽게 죽이지 않고 가위로 자르거나 핀으로 찌르는 등 지독한 고문을 일삼았다. ‘철의 여인’은 그녀가 희생자들을 괴롭힐 때 가장 선호한 고문 기구였다. 안에 긴 못이 박혀 있는 원통형 우리 안에 희생자를 집어넣고 그 우리를 천장으로 끌어 올린 다음 흔들어서 희생자 몸이 못에 찔려 피가 흐르도록 했다. 바토리는 그 아래에 서서 떨어지는 피로 샤워를 했다. 바토리는 피가 자신을 아름답게 만들어준다고 믿었다. 그녀의 아름다움에 대한 집착은 점점 심해지면서 밤마다 여성 하녀들을 죽이고 이 피로 목욕을 하거나 마셨다고 전해지고 있다. 그녀의 이런 악행으로 수세기가 지난 후에 당대 최고의 악녀로 자리 잡게 되었다. 또한, 그녀는 15세기 루마니아의 영주 블라드 체페슈와 함께 흡혈귀 전설에 결정적인 영감을 주었다. 1897년, 아일랜드 출신의 작가는 흡혈귀의 삶에 영감을 얻어 한 편의 공포소설을 썼고, 크게 명성을 떨쳤다. 소설 제목은 ‘드라큘라’. 브램 스토커는 《스쿼》를 집필한 지 4년 후에 《드라큘라》를 세상에 공개했다.

 

 

 

 

 

 

 

 

 

 

 

 

 

 

 

 

※ 스토커의 《드라큘라》는 따로 설명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대중적으로 널리 알려진 흡혁귀 소설이다. 그러나 스토커의 《드라큘라》가 많이 알려지는 바람에 그를 흡혈귀 문학의 원조로 보는 오해가 종종 있다. 스토커는 오래전부터 전해 내려온 전설, 민담 속 흡혈귀에 영감을 얻었을 뿐이다. 이미 18세기 낭만주의 시대에 사악한 흡혈귀가 등장하는 고딕 문학이 유행했다. 최초의 본격 흡혈귀 소설은 존 폴리도리의 《뱀파이어》(1819년)이다. 폴리도리의 원래 직업은 바이런의 주치의였다. 1816년에 폴리도리는 영국의 시인 조지 바이런퍼시 셸리 그리고 셸리의 부인과 함께 괴담을 하나씩 짓는 놀이에 동참한다. 폴리도리가 사람들에게 들려준 무서운 이야기가 《뱀파이어》였다. 폴리도리의 작품은 당시 잘 나가던 바이런의 이름으로 출간되었다. 이로 인해 폴리도리의 《뱀파이어》는 한동안 바이런의 작품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 모임에 나온 이야기 중에 가장 큰 수혜를 입은 사람은 괴담 창작 놀이 모임의 홍일점 셸리 부인이었다. 바이런의 명성에 살짝 기댄 폴리도리의 《뱀파이어》도 셸리 부인이 쓴 이야기의 엄청난 인기를 따라가지 못했다. 부인은 과학의 힘으로 만들어낸 괴물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이야기를 발표했는데 이 소설이 바로 《프랑켄슈타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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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galmA 2015-08-05 00: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서대문 형무소에도 `철의 여인`과 유사한 고문도구가 쓰였죠. 일제 만행은 유명해서 없는 게 더 이상할 테지만 말이죠.
서대문 형무소 갔을 때 아이들이 장난 삼아 그 모형에 들어갔다 나왔다 하고 있는 지금이 참 기이했습니다.
서대문 형무소는 고문을 염두에 둔 그 구조부터 모든 게 끔찍했어요. 정말.

cyrus 2015-08-05 21:56   좋아요 0 | URL
맞습니다. 제 기억으로는 직사각형 형태의 박스 안에 못이 박혀 있었어요. 그리고 안에 들어가면 조금이라도 움직일 수 없는 관 형태의 고문도구도 있어요.

라스콜린 2015-08-06 00: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끊기신공 ㅎㄷㄷ 무섭네요; 저 책 이북으로 사놨는데 신속히 읽어야겠습니다. 뒤편이 몹시궁금;
 
무녀굴 - 영화 [퇴마 : 무녀굴] 원작 소설 밀리언셀러 클럽 - 한국편 17
신진오 지음 / 황금가지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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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이 만들어 낸 동굴은 거대하고 음습하다. 깊숙한 동굴 안으로 들어가는 일은 세월의 깊이와 두께를 실감해 보는 시간 여행이다. 물과 시간이 만나 수만 년을 사랑하며 다투며 빚어낸 형상들을 한눈에 둘러볼 수 있다. 찰나의 즐거움과 힘겨움의 되풀이에 지친 몸과 마음은 잠시나마 경건해지고 서늘해지고 오싹해진다. 동굴은 ‘미지의 세계’이다. 대부분의 사람에게 ‘미지의 세계’는 ‘공포’다. 공포는 인간 심리의 원형 중 하나. 어쩌면 수정란 시절부터 유전자 속에 있던 그 무엇일지 모른다. 자궁을 떠나는 신생아의 울음이 첫 공포며 낳고 자라는 중에 우리는 수많은 미지의 세계를 경험한다. 인류는 위협이 닥치면 맞서 싸우거나 도망치든가 둘 중의 하나를 선택해서 대처하도록 진화해왔다. 우리 신체는 위협을 감지하는 순간 아드레날린이 솟구쳐 혈관 구석구석 퍼져나가면서 심장박동과 호흡이 빨라지고 혈압이 치솟는다. 이때 우리가 느끼는 감정이 두려움이다. 싸우거나 도망치는 데 적합하게 근육 등 신체의 주요 기관을 준비시키는 과정으로 심리학에서는 이를 투쟁-도피 반응(fight or flight response)이라고 부른다. 공포증(phobia)은 어떤 대상이나 상황에 대해 매우 강력한 비합리적 두려움을 느끼는 증상인데 종류가 다양하다. 동굴 같은 어두컴컴한 공간을 견디지 못하거나 뱀, 거미 같은 특정 동물에 기겁하는 동물 공포증도 있다.

 

 

 

 

 

 

공포영화는 이런 인간의 심리를 자극하는 상술의 극치다. 공포가 결국은 사람의 마음속에 있는 것이라는 사실을 망각하게 하면서 늑대인간이나 흡혈귀, 프랑켄슈타인으로 대치시켰다. 신진오의 첫 장편 공포소설 《무녀굴》을 원작으로 한 영화 <퇴마: 무녀굴>(8월 20일 개봉 예정)은 적어도 형식면에서 꽤 새로운 작품이다. 기존 공포 영화의 법칙에 순응하면서 동굴, 뱀, 무당, 퇴마 등의 소재들로 공포를 유발한다. 소설은 시작부터 독자의 긴장감을 올려준다. 동굴은 알 수 없을 아늑함과 어떤 신비함까지 안겨주는 곳이지만, 그 속으로 들어가면 신비함의 요소인 그 어둠이 공포 요소로 돌변한다. 거기에 인간의 목숨을 위협하는 무시무시한 악귀까지 있다면! 산악자전거 동호회 팀이 김녕사굴에 들어갈 때부터 보는 독자의 신경은 곤두선다. 공포영화의 시작은 항상 이런 장면이다. 등장인물들은 김녕사굴과 관련된 무서운 설화와 소문을 무시한 채 겁 없이 어두운 굴 안으로 들어간다. ‘왜 굳이 저런 곳에 들어가려고 할까’라는 생각과 함께 말리고 싶어진다.

 

뱀은 인간의 생명, 가정, 마을, 그리고 나라의 수호신이다. 사람들이 뱀을 신으로 섬기는 것은 뱀이 공포의 대상이었기 때문이다. 공포의 대상을 잘 섬겨야 그가 인간을 해치지 않고, 나아가 인간을 잘 지켜줄 것이라고 옛사람들은 생각했다. 호랑이를 신으로 섬기는 것과 같은 원리다. 《무녀굴》의 배경이자 중심 소재인 제주 김녕사굴에 가면 뱀이 공포의 대상으로 등장하는 설화를 들을 수 있다. 옛날에 이 동굴에 커다란 뱀이 살고 있었다. 주민들은 이 뱀에게 매년 처녀 한 명씩을 바치며 큰 굿을 하였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질병이 돌고 흉년이 들었다. 그런데 양반들은 처녀를 내놓지 않았기에 매년 서민 가정의 처녀만 희생되었다. 조선 중종 때 서련(徐憐)이라는 사람이 판관으로 부임해 왔다. 신임 판관이 굿하는 날 현장으로 갔다. 처녀를 바치고 굿을 하니 과연 큰 뱀이 나타났다. 판관은 뱀을 죽이는 데 성공했다. 심방(제주도 무당)은 판관에게 어서 빨리 관아로 돌아가라고 하였다. 그리고 절대로 뒤를 돌아보지 말라고 하였다. 거의 관아에 이르렀을 때 한 군졸이 ‘핏빛 비가 옵니다.’라고 외쳤다. 판관은 군졸이 외치는 소리에 그만 뒤를 돌아보고 말았다. 판관은 그 자리에서 쓰러져 죽었다. 주민들은 서련의 죽음이 죽은 뱀의 복수라고 생각했다.

 

사굴의 저주는 500년이라는 시간을 훌쩍 뛰어넘어 끔찍한 운명의 비밀을 간직한 금주의 목숨을 노린다. 정신과 의사이자 퇴마사 진명이 강력한 영력을 가진 악귀의 위협에 혼자서 맞선다. 깊은 원한이 맺힌 악귀의 눈을 마주치는 순간, 절대로 살아남을 수 없다. 진명과 금주 일행의 주변 사람들은 악귀의 공격을 받아 몸에 이상 증세가 나타나고, 결국에 끔찍한 죽음을 맞이한다. 악귀는 여러 사람의 몸에 빙의하여 극단의 공포를 불러일으킨다. 아주 영리하면서도, 아주 잔인하다. 악귀의 위협 범위에 벗어나는 안전지대마저도 피비린내 나는 학살이 진행되고, 이를 지켜보는 독자의 방심을 틈타 악귀는 천천히 다가오다가 갑자기 기습해 온다. 악귀의 등장은 독자의 시선을 뗄 수 없게 만든다.

 

사실 소설의 플롯은 날씬하지 않다. 뱀 신앙과 무녀 의식을 이해해야 이야기의 급박한 전개를 쫓아갈 수 있다. 진명과 금주가 악귀의 위협을 피하면서 사굴의 저주와 관련된 비밀을 파헤치는 과정이 조금 느슨하게 보일 수 있다. 과연 이 전개 과정을 영화에서는 어떻게 그려질 것인가. 독자에게 생소할 수 있는 뱀 신앙과 무녀 의식을 문자로 설명하는 것과 영상으로 보여주는 것을 비교하면 확연한 차이가 드러난다. 독자는 작가나 편집자의 주를 참고하기 때문에 이야기를 이해하는 데 별다른 어려움을 느끼지 않는다. 반면에 이미지와 음성으로 이루어진 영상은 워낙에 순식간에 지나가므로 줄거리를 따라가는 것이 쉽지 않다. 관객들이 저주와 관련된 연결고리들(뱀 신앙, 무녀 의식 여기에 소설의 후반부에 언급되는 제주 4.3 사건까지)을 놓칠 수 있다. 여러 가지 소재가 복잡하게 얽힌 이야기를 김휘 감독이 어떻게 재현했을지 무척 궁금하면서도 기대된다. 무엇보다도 원작을 본 독자가 제일 많이 기대하는 영화 속 장면이 진명의 퇴마 의식일 것이다. 여기서 진명이 악귀의 저항을 온몸으로 치열하게 막는 장면과 살점이 뜯겨나가고, 선혈에 뒤덮인 희생자들을 묘사한 장면이 압권이다.

 

원작에 진명의 조수가 여성으로 등장하는데, 영화에서는 남자로 등장한다. 이름도 ‘지선’에서 ‘지광’으로 바꿨다. 아마도 주인공들의 성비 불균형을 맞추기 위해서 인물 성별을 바꾼 것으로 보인다. 필자는 영화에서 지선이 지광으로 성전환(?)한 것에 환영한다. 원작에서 진명의 여자 조수는 샤워하는 도중에 악귀의 공격을 받아 빙의하게 되는데, 불필요한 클리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공포영화에 꼭 한 번씩은 벌거벗은 상태의 여자가 심심찮게 등장한다. 영화 속 벌거벗은 여성은 공포의 존재 앞에 두려워하고, 손쉽게 희생당하는 약자가 된다. 여성을 약한 존재로 바라보는 남성의 시각이 투영된 장면을, 그것도 결말을 향해가고 있는 이야기 후반에 나온 것이 생뚱맞게 느껴진다. 작가는 원래 영화감독과 시나리오 작가의 꿈이었기에 그의 소설을 읽으면 영화 한 편을 보는 듯한 생생한 재미를 느낄 수 있다. 그러나 공포영화의 진부한 기법을 너무 따르는 소설작법이 작가의 발전을 막는 걸림돌로 되지 않기를 바란다. 이 소설 하나만으로 될성부른 한국 공포문학 작가의 탄생을 확신하기에는 아직 이르다. 신진오 작가의 문학적 행보를 계속 지켜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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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러 사일런스
미첼 슬렁 엮음, 김성화 옮김 / 고려문화사 / 1994년 7월
평점 :
품절


 

 

 

공포는 익숙하지 않은 생소함에서 기인한다. 그 생소함은 멀리 있지 않고 우리의 일상 곳곳에 똬리를 틀고 있다. 독자를 공포 속으로 끌어들인 호러 사일런스는 바로 이 생소함과 일상 속에 숨은 어두운 본성을 다루고 있다. 근친상간, 네크로필리아, 관음증 등 호러 사일런스에서 다루는 소재들은 생소하다. 열일곱 편의 이야기는 바로 이 생소함을 무기로 독자들을 암울한 공포 속으로 초대한다. 이 책의 편집자 미첼 슬렁에로틱한 공포를 주제로 한 열일곱 편의 이야기가 완벽한 추리문학으로 기억되기를 바란다고 책머리에 밝혔다. 그런데 막상 작품을 읽어보면 추리문학의 범주에 들어갈 수 없는 것이 수두룩하다. 기본적으로 섹스 장면이 하나씩 묘사되어 있고, 문학적 감수성이 떨어지는 B급 섹슈얼리티 공포소설에 가깝다. 그렇다고 해서 호러 사일런스를 그저 킬링타임으로 읽기에 좋은 허접스러운 작품들만 모아놓은 책으로 볼 수 없다. 책의 목차를 살펴보면 이 책을 그냥 가볍게 볼 수 없을 것이다. 대중적으로 널리 알려진 작품들을 썼던 작가의 이름을 확인할 수 있다.

 

 

1. 낸시 A. 콜린스 에이프라(Aphra)

2. 사라 스미스 피의 폭풍이 몰아칠 때(When the red storm comes)

3. 리자 터틀 어떤 생일(A brithday)

4. 할란 엘리슨 그녀의 얼굴(The face of Helene Bournouw)

5. 머빈 피크 같은 시간, 같은 장소(Same time, same plece)

6. 로버트 블록 모델(The model)

7. 테렌스 헨버리 화이트 불길한 사랑(Kin to love)

8. 로버트 에커만 어떤 환상적인 사건(Ravissante)

9. 레이 러셀 그 기간이 지난 후에는(The runaway lovers)

10. 램시 캠벨 한 번만 더(Again)

11. A.E. 코포드 실버 서커스(Silver circus)

12. 찰리 보우먼 - 변태인간(The crooked man)

13. J.G. 발라드 잔혹한 환상(A host of furious fancies)

14. 메이 싱클레어 증거의 본질(The nature of the evidence)

15. 데이비드 퀠스 첫경험(The first time)

16. 클리멘트 우드 신혼여행에서 생긴 일(Honeymoon)

17. 엘리자베스 제인 하워드 미스터 악마(Mr. Wrong)

 

 

할란 엘리슨은 휴고상, 에드가상 등을 화려한 수상 이력이 있는 SF, 미스터리 단편소설의 대가이다. 그가 남긴 작품들은 대부분 영화나 드라마화되었으며 영화 터미네이터의 원작자다. (‘터미네이터개봉 당시, 엘리슨은 영화가 자신의 작품 ‘The Outer Limits’를 표절했다고 제작사를 고소했다. 결국, 영화감독 제임스 캐머런은 영화 엔딩 크레딧에 원작자로 엘리슨의 이름을 넣었다고 한다)

 

로버트 블록은 앨프레드 히치콕의 영화로도 알려진 <사이코>(해문출판사, 2001)의 원작자다. 2차 세계대전 때 겪은 포로수용소 생활을 바탕으로 쓴 J.G. 발라드의 소설 <태양의 제국>(삼신각, 1988)은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에 의해 영화화되었다. 자동차 사고에서 성적 즐거움을 얻는 사람을 소재로 한 <크래시>(그책, 2013)는 출간 당시에 커다란 논쟁을 불러일으켰다. 이 작품 역시 영화로 만들어졌다.

 

메이 싱클레어는 국내에서는 생소한 영국의 여류 작가다. 흔히 의식의 흐름 기법을 버지니아 울프, 제임스 조이스가 먼저 시도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문학사적 선구자로 기억되는 두 사람 사이에 메이 싱클레어의 이름도 추가해야 한다. 의식의 흐름을 반영한 그녀의 작품 해리엇 프린의 삶과 죽음은 피터 박스홀의 <죽기 전에 꼭 읽어야 할 책 1001>(마로니에북스, 2007)에 선정되었고, H.P. 러브크래프트<공포문학의 매혹>(북스피어, 2012)에서 그녀의 공포소설을 언급했다.

 

 

 

 

 

  

 

머빈 피크는 작가뿐만 아니라 삽화가로도 명성을 얻었다. <타이터스 그론>, <고멘가스트>, <타이터스, 홀로>로 구성된 일명 고멘가스트 3부작은 영국인들의 애독서로 선정된 환상소설이다. 피크의 작품들은 아직 국내에 단 한 권도 소개되지 않았지만, 그가 직접 그린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열린책들, 2009)<보물섬>(열린책들, 2010)의 삽화는 볼 수 있다. 테렌스 헨버리 화이트는 아서 왕 전설을 패러디한 연작소설을 썼으며 이 작품의 완전판인 <과거와 미래의 왕><죽기 전에 꼭 읽어야 할 책 1001>에 포함되었다.

 

호러 사일런스에 수록된 열일곱 편의 작품들 대부분은 나온 지 상당히 오래된 것이라서 독자의 마음을 흡인하는 이야기의 힘이 떨어지는 편이다. 낸시 A. 콜린스의 에이프라는 해골에 성적 욕구를 분출하는 성도착증에 걸린 사람을 소재로 기괴한 사랑을 묘사했으나 무언가 2% 부족한 작품이다. 해골에 집착하는 주인공이 자신뿐만 아니라 평온한 가족까지 파멸시키는 과정이 조금만 더 길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로버트 블록의 모델은 종족 본능에 충실한 인공 생명체가 나오는 영화 <스피시즈(Species)>와 거세에 대한 공포를 다룬 <티스(Teeth)>의 등장을 예고하는 흥미로운 작품이다.

 

찰리 보우먼의 변태인간은 호모 연애가 정상적으로 통용되는 미래사회를 배경으로 한다. 이성애자들은 비정상인으로 규정되어 지하에 숨어 산다. 1955<플레이보이> 지에 변태인간이 발표되자 파격적인 설정에 분노한 독자들의 항의 편지가 빗발쳤다. 1950년대의 미국은 동성애를 사회의 기강을 무너뜨리는 죄악으로 여겼으니 당시 독자들이 이성애자가 동성애자에게 억압받는 장면을 불편하게 여길만했다. 하지만 보우먼도 동성애를 반대하는 입장에서 소설을 썼을 수 있다. ‘변태인간에서 동성애자는 음란한 인물로 나온다. 결국, 이 소설에 동성애자를 성적으로 문란한 악마로 보는 부정적 시선이 반영되어 있다. 미국에서 동성 결혼이 합법화된 날 다음에 보우먼의 소설을 읽으니 기분이 묘하다. 이제는 동성애를 악의적으로 묘사한 소설을 볼 수 없게 될 것이다.

 

작가 이력을 제대로 소개했다면 호러 사일런스가 싸구려 에로틱한 공포소설을 모아놓은 책으로 여기는 오해를 받지 않았을 것이다. 책이 시대를 잘못 만났다. 호러 사일런스가 출간되었던 시기(1994)공포특급시리즈 같은 공포물이 범람하던 시절이었다. 그 당시 공포문학은 비주류 혹은 B급 문학으로 취급되었고, 세계적인 대문호가 쓴 공포문학은 아이들의 정서에 맞게 원본을 마음대로 잘라내어 유령, 귀신 이야기로 둔갑했다. 미첼 슬렁은 호러 사일런스호러 킹스티븐 킹에게 헌정했다. 이 헌사만 봐도 서양에서 공포문학이 차지하는 위상을 알 수 있다. 우리나라와 다르게 외국은 공포문학을 순수문학과 동등한 위치로 보며 한 해 동안 가장 잘 쓴 공포소설을 뽑는 문학상도 있다. 하지만 외국 공포문학이 우리나라에 들어오면 문학성 떨어지는 작품으로 격하되는 이유에 정서적 차이를 무시할 수 없다. 우리나라는 귀신같은 초자연적 존재의 등장을 중심으로 전개되는 공포 이야기에 익숙하다. 그렇다 보니 초자연적 분위기를 연출하다가 종국에 가서 충격적인 결말이 나오는 외국의 공포 이야기의 매력을 느끼지 못한다. 귀신이 하나라도 없는 외국의 공포소설을 처음 접하면 팥소 없는 찐빵을 먹는 느낌이 든다. 호러 사일런스의 역자는 원작의 묘미를 살리지 못한 점에 대해 아쉬움을 드러냈다. 그래서 호러 사일런스에 수록된 작품 중에 한국적 정서에 맞지 않은 작품 다섯 편을 번역하는 과정에서 제외했다고 밝혔다. 공포문학에 관심이 있는 독자인 나도 책의 편집이 아쉽다. 역자가 아쉬움을 꾹 삼키면서 제외했던 다섯 편의 작품은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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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nsient-guest 2015-06-30 08: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공포`하면 귀신이나 hack/slash계열로만 여겨지는 풍토가 없지 않은 듯 하네요. 호러소설도 당당히 한 장르를 차지하고, 명작을 읽어보면 어떤 다른 장르와 견주어도 떨어지지 않는 작품성을 보는데 말이죠.ㅎ 뜬금없지만, 러브크래프트는 참 대단한 것 같습니다.

cyrus 2015-06-30 20:08   좋아요 0 | URL
공포문학을 체계적으로 정립한 사람이 러브크래프트죠. 우리나라에 공포가 문학의 한 장르로 정착되려면 상당히 오랜 시간이 걸릴 겁니다. 대중은 네이버 웹툰에서 연재되는 공포 만화 같은 이미지에 익숙해졌으니까요. ^^

감은빛 2015-07-02 16: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제외된 5편이 궁금하군요.
책이 나온 시기에 비해 지금은 분위기가 또 많이 달라졌을테니,
지금 다시 출간하면 포함할 수 있지도 않을까요?
요런 문학 작품에서 무언가의 잣대로 작품을 넣고 빼는 짓은 참 화가나요!

cyrus 2015-07-02 21:41   좋아요 0 | URL
맞습니다. 지금은 장르문학을 즐겨 읽는 독자들이 많아졌으니 이런 작품들이 다시 나왔으면 좋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