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이트와 각자의 길을 걷게 된 후 나에게 불확실한 내면의 시기가 시작되었다

카를 융은 여러 측면에서 자신이 거의 마흔이 될 때까지 대부분의 성인시절을 야망, 력, 성공, 가족, 국제적 명성을 추구하는 제1인격으로 살았다고 말했다. 이제 에게 남은 것은 가족과 그가 홀로 운영하는 병원이었다. 그는 정신분석학회에서의 직책 등 모든 공석에서 물러났고 학술 서적을 제대로 읽을 수도 없게 되어 적 활동의 정체기를 겪었다. 그로부터 6년 동안 내면의 인격이 본격적으로 드러나면서 그를 깊은 무의식의 상태로 이끌었다.
프로이트와 각자의 길을 걷게 된 후 나에게 불확실한 내면의 시기가 시작되었다. 이를 황의 시기라 해도 과장은 아닐 것이다. 발을 디딜 곳이 전혀 보이지 않았기 때문에 는 완전히 공중에 떠다니는 것 같았다 … 때때로 그 느낌이 너무 강렬하여 나에게 정신적인 장애가 생기지 않았나 의심할 정도였다 … 나는 내면의 압력을 지속적으로 받는 것처럼 살았다. 과거를 돌아보면 나의 무지를 새롭게 깨달을 뿐이었다 … 나는“ 아무것도 모르니 나에게 떠오르는 일을 해야 할 뿐이다”라고 자신에게 말했다.
표면으로 떠오른 첫 번째 기억은 내가 열 살이나 열한 살쯤이던 소년 시절이었다. 당시 나는 마법에 걸린 듯 블록 쌓기에 열중하고 있었다. 작은 집과 성들을 내가 떻게 만들었는지 선명하게 기억이 떠올랐다 … 놀랍게도 그 기억과 함께 상당한 감정이 밀려들어 왔다.“ 아하.” 나는 되뇌었다.“ 이런 것들에 삶이 있구나. 어린 소년은 전히 이곳에 있고 그는 지금의 나에게 부족한 창조적인 삶을 살고 있다. 어떻게 하면 그런 삶으로 다시 다가갈 수 있을까?” … 나는 그 시절로 돌아가 다시 한 번 그 소년의 삶을 살며 유치한 놀이를 할 수밖에 없었다. 그 순간은 내 운명의 전환점이었지만 나는 끊임없이 저항하고 체념한 후에야 그 사실을 받아들이게 되었다. 유치한 놀이를 하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는 것이 고통스러울 정도로 수치스러웠기 때문이다. 럼에도 나는 놀이에 적합한 돌멩이들을 모았다 … 그리고 오두막, 성, 제단 등…을 만들기 시작했다. 매일 … 식사가 끝나자마자 시작한 집짓기 놀이는 환자들이 돌아올 때까지 계속되었다 … 그러자 여러 가지 환상들이 물줄기처럼 분출되었고 나는 후에 그 환상들을 조심스럽게 적어 나갔다.
융이 말한 무의식과의 충돌은 영겁의 영적 역사를 통해 인류에게 잘 알려져 있다. 그것은 초기 기독교의 영지주의 복음서, 십자가의 성 요한이 말한 영혼의 어두운 밤, 원시문화의 주술에 의한 재판, 호메로스의 『오디세이아Odyssey』 중 “오디세우스가 지하세계를 찾아가는 이야기”, 많은 신화들에 기록된 “밤의 항해”에서도 볼 수 있다. 무의식과의 충돌은 개인의 경험이자 집단의 경험이기도 하며 상 위태로운 소수만이 겪는 죽음과 부활의 시작을 의미하기도 한다.
융이 인생의 내리막길을 걷는 시점에 내면의 경험이 찾아왔다. 하강기가 찾아온 913년, 그는 유럽이 피의 강에 휩싸인 환상을 반복해서 보고 경고도 들었다. 면의 목소리가 그에게 말했다.
“잘 보아라. 앞으로 일어날 완전한 사실이다. 너는 그것을 의심할 수 없을 것이다.” 는 그 환상들이 나 자신과 관계있다는 결론에 도달했고 내가 정신이상의 위협을 받고 있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그것이 전쟁이라는 생각은 전혀 들지 않았다. 상들이 물줄기가 되어 끊임없이 흘러나왔다 … 거대한 돌덩어리들이 굴러 내려와서 를 덮치는 것만 같았다. 뇌우도 여러 차례 쏟아지는 것 같았다 … 나는 그러한 무의식의 공격들을 참고 견뎠는데, 그러면서 내가 더 높은 곳의 의지에 복종하고 있다는 흔들리지 않는 확신이 들었다 … 나는 자신을 그곳으로 내던져야 한다는 것을 알았다 … 러자 격렬한 저항감과 확실한 공포를 느꼈다. 나는 자신을 통제하지 못하고 환상의 예가 되는 것이 두려웠다. 정신과 의사로서 그것이 의미하는 바를 너무나도 잘 알고 었기 때문이다 … 는 결정적인 걸음을 딛기로 다짐했다. 다시 한 번 책상에 앉아 나의 공포에 대해 생각했다. 그리고 나 자신을 놓아 버렸다. 갑자기 발아래의 바닥이 꺼지면서 어두운 연으로 떨어지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공포를 떨쳐 버릴 수가 없었다.
환상, 꿈, 내면의 목소리와 그 의미의 깨달음이 융의 의식을 강하게 내리쳤다.
어두운 동굴 … 가죽 같은 피부를 한 난쟁이 … 이글거리는 붉은 수정 … 흐르는 물 … 떠다니는 시체 … 거대하고 검은 풍뎅이 … 갓 태어난 붉은 태양 … 피, 그리고 굵은 핏줄기. 는 죽음과 재생의 드라마 … 이 환상을 보고 망연자실했다. 엿새 후에는 다음과 같은 꿈을 꾸었다. 나는 … 갈색 피부의 낯선 남자와 … 외롭고 험준한 산자락에 있었다 … 지크프리트의 뿔피리 … 우리는 그를 죽여야 했다 … 무서운 속도로 달려오는 죽은 자의 뼈로 만든 마차에 탄 … 지크프리트 … 우리는 그를 쏘아 … 죽였다 … 엄청난 폭우가 쏟아졌고 … 감당할 수 없는 죄책감이 밀려왔다 … “프로이트와 각자의 길을 걷게 된 후 나에게 불확실한 내면의 시기가 시작되었다. 이를 방황의 시기라 해도 과장이 아닐 것이다. 발을 디딜 곳이 전혀 보이지 않았기 때문에 나는 완전히 공중에 떠다니는 것 같았다 …” 나는 다시 잠들려고 … 애를 썼지만 내면의 소리가 들려왔다.“ 너는 그 꿈을 한 번에 이해해야 한다!… 그 꿈을 이해하지 못하면 권총으로 너를 쏴야 한다!” 갑자기 그 꿈의 의미가 떠올랐다 … 꿈은 지크프리트와 함께 있는 나의 비밀스러운 자아와 … 자아의 의지보다 더 높은 무언가가 있기에 … 자신의 이상과 의식적인 태도를 희생하고 그 높은 곳에 고개를 숙여야 하는 한 남자가 느끼는 비애를 의미하고 있었다. 환상들을 붙잡기 위해 나는 깊은 곳으로 하강하는 장면을 종종 상상했다 … 분화구 … 나는 죽은 자들의 땅에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 흰 수염을 한 노인과 아름다운 젊은 여자가 눈에 들어왔다 … 그 여자는 앞을 보지 못했다 … 매우 특이한 한 쌍이었다. 그들은 살로메와 엘리야였다. 엘리야는 나에게 그와 살로메는 영원의 세월 동안 함께 해왔음을 확인시켜 주었다. 그들은 검은 뱀과 함께 살고 있었는데 그 뱀이 나를 좋아한다는 데 착각의 여지는 없었다. 신화에서 뱀은 영웅의 상대 개념으로 나오는 경우가 많다 … 나이 든 엘리야는 지성과 지식을 갖춘 … 현명한 예언자였다. 반면 고혹적인 살로메는 … 아니마를 나타내는 인물로 … 사물의 의미를 찾지 못했으므로 눈이 멀었다.
내부와 외부의 자아 사이에서 균형을 찾는 일은 투쟁과 같았다.
나는“ 이 세상”에서 기댈 곳이 필요했다 … 무의식은 나의 분별력을 빼앗아갈 수도 있었다. 하지만 나에게는 가족이 있고 지식이 있었다. 나에게는 아내와 다섯 명의 아이가 있으며, 스위스의 한 대학에서 의학학위를 받은 나는 환자들을 도와야 하고, 퀴스나흐트 제슈트라세 228번지에 살고 있다. 이런 현실은 나에게 여러 가지를 요구했다 … 가족과 일은 항상 나에게 즐거운 현실로 남아 있었으며 내가 정상적으로 존재한다는 사실을 보장해주었다.
융은 자신의 절망감과 소외감을 그림으로 표현하여『 레드 북』에 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