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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솝 우화 전집 (그리스어 원전 완역본) ㅣ 현대지성 클래식 32
이솝 지음, 아서 래컴 그림, 박문재 옮김 / 현대지성 / 2020년 10월
평점 :
알라딘의 오디오북으로 새로 등록되어서 들었고, 종이책으로도 구매해서 읽었다.
현대지성의 이솝 우화 전집이다. 지은이 이솝 Aesop (B.C. 620 - 564 년 경) 이다. 우리가 아는 그 이솝이다.
우리가 아는 이솝의 이솝 우화인데, 책날개의 그린이가 아서 래컴 Arthur Rackhan (1867 - 1939)이다. 기원전의 이솝보다는 최근이지만, 우리에게는 한참 옛날 사람이다. 책날개에 소개된 아서 래컴은 20세기 초 영국에서 활동하며 에드몽 뒤락, 카이닐센과 함게 '3대 일러스트레이터'로 불렸다고 한다. 또 우리가 아는 그림 형제의 동화 삽화를 그리면서 주목받게 되었고,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와 <피터팬> 등 많은 작품에 참여했다고 한다.
그래서 358편의 우화 원작을 보며, 아서 래컴이 그린 88장의 클래식 일러스트를 보는 것이 책을 읽는 재미를 더 해준다.
컬러 일러스트도 있다. 이 일러스트는 '독수리와 쇠똥구리'의 삽화다. 기원전 620년 경 흑해 연안에 있는 트라키아 지방에서 태어나 주인을 변호해 준 공로로 자유민이 되었고, 그 후 그리스의 일곱 현인과 어울렸다가 사모스 사람의 외교사절도 되었던 이솝이 델포이로 가서 협상하다 '독수리와 쇠똥구리' 우하를 전하다 델포이 사람들을 격노하게 만들어 낭떠러지에 던져져 죽임을 당했다는 그 우화의 일러스트이다. 쇠똥구리는 독수리에게 쫓기고 있는 토끼를 살려달라고 애원했지만, 독수리를 그 쇠똥구리를 업신여기고 토끼를 잡아먹었다. 그 후 쇠똥구리는 독수리가 알을 낳기만 하면 둥지로 가서 알을 밖으로 굴러 뜰어뜨려 깨서 먹어버렸다. 독수리는 그리스 신화에서 제우스가 변신할 때의 모습이기도 하고, 제우스의 명령을 전달하는 사자이기도 하다. 그래서 독수리는 제우스에게로 도망가 간청해서 제우스의 무릎에 알을 낳았다. 하지만, 쇠똥구리는 쇠똥을 제우스의 무릎 위에 떨어뜨렸고, 놀란 제우스는 쇠똥을 털어내려고 일어서다 독수리의 알이 또 깨지고 말았다는 이야기이다.
각 우화에서 나오는 인물이나 동물 등에 대해서는 이솝의 시대에서 어떤 의미를 가지는 자세히 설명해 준다. 그래서 기원전의 우화를 지금의 시대에서 조금이나마 더 이해할 수 있게 도와준다.
각 우화에는 교훈 lession learned가 붙어 있는데, 이 교훈은 이솝이 직접 말하거나 쓴 것은 아니고 이솝 우화를 수집한 사람이 덧붙인 것들이라고 한다. 특히 "이 이야기는 ... 를 보여준다"로 되어있는 교훈은 이솝 우화를 수집했던 대중 연설거나 수사학자들이 실제 연설이나 웅변에서 사용하기 좋게 주제를 기록한 것으로 보인다고 한다.
이솝이 직접 쓴 우화 책은 없고, 구전으로 전해 내려왔다. 우리가 또 잘 아는 아리스토텔레스 (기원전 384-322년)는 수수께끼나 격언, 민담을 수집했는데, 그가 이솝 우화를 본격적으로 연구했다고 한다.
하지만, 이솝 우화는 구전이다 보니 많이 각색되었을 것이고, 특히 영어로 번역된 이솝 우화는 특히 많이 각색되고 분칠되어 빅토리아 시대의 도덕을 대변하는 대중 고전으로 인정받기도 했다고 한다.
하지만, 이 책에서 사용한 1927년 에밀 샹브리가 간행한 이솝 우화 (Paris, 1927)는 그리스 원문을 프랑스어로 번역한 것이라서 원문에 가까운데, 그 내용을 보면, 이솝 우화의 그 시대는 야만적이고 거칠며 잔인하고 자비나 동정이 없다. 또한 폭군이 다스리는 체제 이외에는 다른 정치 체제가 나오지 않는다. 그래서 우화를 보면 각주와 교훈이 애써 도움을 주려 하지만, 현대에는 이해하기 힘들고 납득하기 힘든 내용이 종종 보인다.
특히, 동화책 이솝 우화로 생각하고 아이들에게 읽어주기에는 거북살스러운 내용도 왕왕 나온다.
'족제비와 쇠줄'에서 족제비가 쇠줄을 핥아 먹다가 쇠줄에 묻어나는 피가 다른 맛있는 무엇인 줄 착각하고 계속 핥아 먹다가 혀를 완전히 잃는다든지, 두 마리의 수탉이 암탉 몇 마리를 차지하려고 싸운다는 내용은 어린아이들에게 읽어주기가 난감하고, 자세히 물어보면 둘러대는 것도 쉽지 않다. 그래서 우화를 기억해가며 적합하지 않은 우화는 걸러서 읽어줘야 한다.
이솝 우화는 아이들을 위한 우화라기보다는 2,500여 년이 지난 오늘을 사는 우리 어른들이 싫지만 끄덕이게 되는 현실을 풍자하며 씁쓸한 미소를 짓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