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읽기 2018.3.4.


《노견 만세》

진 웨인가튼 글·마이클 윌리엄슨 사진/이보미 옮김, 책공장더불어, 2018.2.25.



  우리 집 두 아이는 가끔 마을개 한 마리를 떠올린다. 어떤 마을개인가 하면, 이 시골마을에 버려진 개이다. 무척 나이가 많아 보이던 개로, 어느 날 갑자기 우리 마을에 나타났다. 아마 다른 도시에서 사랑받으며 살던 개이지 싶은데, 나이가 든 뒤로 버려졌구나 싶었다. 우리 마을뿐 아니라 이웃 마을에서도 복슬복슬 귀염개를 아무도 안 기르니까 말이다. 이 버려진 늙은 개는 먹이를 얻지 못한 채 며칠을 떠돌다가 우리 마을까지 왔지 싶은데, 식은밥에 된장국을 따뜻하게 말아서 내주니 한 점을 안 남기고 비웠다. 이렇게 얼마쯤 함께 살았을까. 떠돌이개는 우리 집에서 먹이를 얻은 뒤에는 마을을 휘 둘러보며 놀았는데 어느 날 ‘떠돌이짐승을 잡아서 보신탕집에 파는 짐차’에 붙들려 사라졌다. “염소 삽니다 ……” 하고 방송하는 짐차가 우리 마을을 지나갈 적에 떠돌이개가 안 보여서 두리번거렸으나 이미 늦은 터. 사진책 《노견 만세》를 받아서 펼치니 마을개, 떠돌이개, 버림개, 귀염개, 늙은개, 복슬복슬 커다란 흰개가 떠오른다. 그 흰둥이는 틀림없이 고운 봄꽃으로 새롭게 태어나서 이 땅 어느 한켠을 환하게 비추면서 조용히 노래하리라. 《노견 만세》에 흐르는 사진 하나하나가 이쁘다.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