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읽기 2018.2.8.


《꽃보다 먼저 다녀간 이름들》

이종형 글, 삶창, 2017.12.15.



  다음주에 설날이라는 이야기를 어제 들었다. 구미 ‘삼일문고’에서 다음 3월에 ‘사진+사전’을 놓고서 이야기꽃을 펴려 하면서 날짜를 잡으려고 달력을 보다가 비로소 안다. 깜짝 놀란다. 그렇구나. 우체국도 바쁘겠네. 아이들을 낮잠 재우고서 부랴부랴 읍내로 나와서 삼일문고로 사진책 열 가지를 부친다. 재미있고 뜻있는 사진책 열 가지를 벌여놓고서 ‘마실하는 작은 사진도서관’을 한동안 열려고 한다. 시골버스를 타고 읍내를 다녀오며 시집 《꽃보다 먼저 다녀간 이름들》을 챙긴다. 제주사람 가슴에 맺힌 피멍을 시로 담아내어 들려주는데, 베트남을 다녀온 이야기가 시집 끝자락에 흐른다. 제주에서 뭇사람이 어리석은 총부림에 죽어나갔듯이 베트남에서 뭇사람이 어리석은 총부림에 죽어나간 자취를 되새기면서, 이 생채기와 아픔과 슬픔을 언제쯤 끝장낼 수 있을까 하는 울음소리가 흐른다. 곧 겨울이 저물고 봄이 기지개를 켜겠지. 읍내에서 볼일을 보며 걷는 동안 시집을 읽는다. 손가락이 언다. 언손은 호호 불고, 녹은 손으로 다시 시집을 쥔다. 얼마 만에 혼자 조용히 걸으면서 책을 읽었나. 집으로 돌아가는 시골버스에서는 수첩을 꺼내어 오늘 하루 아이들하고 지은 살림살이를 적바림한다.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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